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82화 (282/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82화>

‘빌어먹을!’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더 엉덩이를 뭉갰다가는 자신에게 다른 속내가 있거나 우봉리 주민들을 얕잡아 보고 있다는 걸 자백하는 꼴밖에 안 된다.

“허허, 그래요. 내가 실수했습니다. 그렇죠. 피해 당사자가 말해야 더 진심이 전해지는 법이지요.”

종혁은 개소리를 지껄이는 홍익현을 무시하며 시위대를 바라봤다.

“너희들도 교실 밖으로 꺼져. 너희들이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분들에겐 압박이 되니까.”

그 압박은 결국 생각을 한 방향으로 종용하게 된다. 그래선 피해자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아, 신부님은 남아 주십시오. 이분들의 멘탈이 흔들리면 잡아 줘야 할 변호인과 카메라를 조작해야 될 스태프는 필요하니까.”

“……알겠습니다.”

종혁을 묘한 눈으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인 우정경 신부는 시위대와 홍익현을 교실 밖으로 내보냈고, 카메라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 우정경의 시선을 받은 주민들도 엉거주춤 의자에 앉았다.

“신부님, 이분들이 드실 커피나 초콜릿 같은 걸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당분을 섭취해야 긴장이 이완되고 뇌 운동이 빨라진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종혁을 일견한 우정경은 얼른 교실 밖으로 향했고, 이내 곧 초콜릿과 캔커피 등을 가져왔다.

극한의 상황에서 충분히 식량 대용이 되면서도 여차하면 무기가 되기에 시위대가 가져온 것들.

그것들을 얼떨떨해하며 받아 든 주민들이 섭취를 시작하는 걸 가만히 응시하던 종혁은 그들의 어깨가 약간 내려앉자 입을 열었다.

“갑자기 이런 자리를 만드는 제 행동에 많이 당황하시고 놀라셨을 겁니다. 이해도 못하셨을 테고요. 하지만 방금 전에도 말했듯 여러분이 직접 말하지 않으면 경찰인 저로선 그 말을 상부에 전하기가 힘듭니다. 여러분들의 증언이 아닌 저들의 말은 협박이 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협박을 받고 좋아할 사람은 없다.

혹여 일이 잘 풀려 유야무야 넘어간다고 해도 나중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었다.

“부, 불이익이라니요!”

“지금 협박을 하는 거요?”

“협박이 아니라 저들이 물러간 이후, 다시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줄어들었을 때의 현실을 말하는 겁니다.”

아니, 사태가 끝나면 원하는 걸 쟁취했든 쟁취하지 않았든 우봉리 주민들은 이제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다. 혹여 나중에 부당한 일을 생겨 아무리 외쳐도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다.

시위대를 불러들였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시위는 최후의 선택.

그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거기서 끝이다. 다시 시위를 하지 않는 이상 세상이 주목할 리가 없다.

“그렇게 끝을 맺은 어르신들을 위해 저들이 응집해 줄까요?”

종혁은 우정경 신부를 응시했다.

“실패를 한다고 해도 이분들은 돈을 받고 거주지를 옮기게 될 겁니다. 그때도 보상이 적다고 응집해 주실 겁니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그날까지 매일, 매시간 투쟁해 주실 겁니까?”

“그건, 음…….”

“시, 신부님?”

충격을 받은 주민들을 일견한 종혁은 교실 밖에서 발끈하는 시위대들을 쳐다봤다.

“잘 생각해. 보상을 받고 끝난 일에 국민들이 호응해 줄 것 같아? 너희가 그 외로운 싸움을 이어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그건 대체 누굴 위한 투쟁이지?”

“당연히……!”

“너흰 이런 투쟁이 삶이지만, 이분들은 농사가 삶이야. 먹고살기 위해 농사를 지어야 하고, 손주들에게 용돈이라도 주기 위해 김을 매야 해. 그런 이분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걸 외면하고 계속 투쟁하는 순간 너희는 정말 깡패가 되는 거다.”

“…….”

잔인하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종혁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주민들의 손을 잡았다.

“이래서 제가 피해자이신 여러분들을 앞으로 나오시라고 한 겁니다. 저들은 어디까지나 외부인입니다. 여러분들의 목소리는 여러분이 내셔야 합니다.”

“음…….”

생각지 못했던 현실을 알게 된 주민들의 표정이 변한다.

복잡미묘한 눈이 종혁에게 꽂힌다.

“이걸 왜 말해 주는 거요, 형사님.”

“경찰이니까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는 건 언제나 경찰이다. 실행으로 옮기느냐 견찰처럼 묵인하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당연하다는 듯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종혁의 말에 그들의 몸이 굳었다.

종혁은 아직 놓지 않은 그들의 손을 다시 힘주어 잡았다.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그때와는 다를 현재 여러분들의 심정을 전해야 합니다. 어르신들이 소리 내어 외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어르신들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가 없습니다.”

“……그럼 형사님은 알 수 있다는 겁니까?”

“들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사태를 야기한 범인이 처벌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 대통령 각하를요?”

“아니, 대통령님은 좀……. 아니, 그 밑 정치인들도…… 제가 일개 경찰이라…….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나 러시아 대통령이 되면 한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주민들은 종혁의 너스레에 실소를 터트렸다.

“허허허. 담배 좀 태워도 되겠습니까?”

‘됐다.’

드디어 피해자들이 속에 담고 있는 걸 말할 준비가 되었다.

종혁은 그들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고,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후우. 미군 기지가 이전 된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귀농을 한다는 막둥이 때문에 집을 새로 지었어요. 농사지으라고 땅도 샀죠.”

“아이고, 아드님이 훌륭한 결정을 하셨군요.”

“훌륭한 결정은 무슨.”

코웃음을 친 육십대 노인이 한구석에서 시선을 돌리고 있는 이십대의 남성을 노려본다.

같은 곳을 바라본 종혁은 이마를 잡았다.

“어이쿠.”

남성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만삭의 아내와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딸의 손을 잡고 있다.

“얼굴 한 번 못 본 새아가를, 그것도 만삭이 된 새아가를 데려와 결혼시켜 달라고 말하는데…….”

우봉리 주민들이 웃음을 흘린다.

종혁도 마찬가지였다. 웃으면 안 되는데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휴. 저걸 그때 때려죽였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저 예쁜 손녀와 며느님은 못 보셨겠죠.”

“내가 그래서 아직까지 저놈을 살려 주고 있는 겁니다!”

“우하하하하!”

“춘식이 이놈아! 너 잘해! 네 아빠가 그 집이랑 땅 마련한다고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알아?!”

“끄으응.”

차마 입을 열지 못하는 남성의 모습에 다시 웃음이 터진다.

노인도 웃음이 가득한 눈물을 닦으며 종혁을 보았다.

“나야 곧 관짝에 들어갈 텐데 그런 돈이 뭐 필요하겠습니까.”

하지만…….

“아비 하나 믿고 다시 이 시골로 내려온 막둥이와 그런 저놈을 지아비라 여겨 서울 생활을 포기한 새아가와 손녀는 앞으로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뭘 먹고 입으며 살라는 겁니까.”

정부에게 요구하는 건 그런 돈이다.

생존권이 아니다.

그저 등 하나 뉘일 집과 손바닥만 한 밭떼기만 있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 생각하는 그들은 남겨질 자식들을 위해, 자식들이 조금이라도 더 풍족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흑!”

“쿨쩍. 에이, 씨부럴.”

시위대도 고개를 돌리며 달아오른 눈시울을 감춘다.

분명 그들도 이곳에 도착했을 때 들은 이야기다. 우봉리 주민들이 어째서 도움을 바라는지 다 들었다.

그런데 다르다. 그때 들었던 것과 달랐다.

더 깊다. 더욱더 아팠다.

진짜 피해자의 목소리가 이젠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종혁이 왜 자신들을 외부인 취급을 하며 험하게 다뤘는지까지.

그들은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 사람…….’

우정경 신부는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종혁을 응시했다.

그동안 그렇게 노력했어도 자신들은 듣지 못한 속마음을 이끌어 낸 종혁.

‘아니, 난 이분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했던가?’

그런 의문이 우정경 신부를 잠식해 갔다.

그는 성호를 그리며 눈을 감았다.

“어르신의 이 마음, 분명 위에 닿을 겁니다. 아니, 제가 닿게 하겠습니다.”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난 다른 걸, 큰 걸 원하는 게 아닙니다!”

종혁은 꼭 그러겠다고 주름지고 뻣뻣한 손등을 두드렸다. 그리고 그 옆에 힘겹게 앉아 있는 칠십대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등이 잔뜩 굽었어도 어떻게 든 꼿꼿이 서려는 할머니의 주름진 눈은 참 맑았다.

“이봐요, 형사 양반. 내 몸이 어때 보입니까?”

“많이 불편해 보이십니다. 예전에 중풍에 걸리셨나 보군요. 왼쪽 팔과 다리를 움직이기 힘드시죠? 얼굴 근육도 부자연스럽네요.”

우봉리 주민들 모두가 놀라 종혁을 본다. 시위대도 마찬가지다.

“마, 말도 안 돼.”

“부, 분명…….”

할머니는 신통방통하다며 빙그레 웃었다.

“그뿐일까요. 굽은 등에 눌린 신경 때문에 잠을…….”

후다닥!

“비, 비상이야! 비상-!”

사람들은 다급히 달려온 동료를 죽일 듯 노려봤다.

이제야 듣는 진짜 이야기를 방해하는 사람은 동료라도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뭐, 뭐야? 아씨, 이럴 때가 아니야! 다 튀어나와! 경찰들이 쳐들어온다고!”

“……뭐?! 갑자기 왜!”

“나도 몰라! 씨발, 만 명이 넘는 것 같아!”

거대한 술렁임과 당혹이 그들의 머리를 집어삼킨다.

그 순간 커다란 외침이 그들을 강타했다.

“뭐해! 가서 막아!”

시위대, 아니 사람들은 멍하니 종혁을 바라봤다.

“너희들이 하는 일이 그거잖아! 막는 거!”

이제야 진짜 속내를 듣고 있다. 이대로 입을 다물게 해선 안 된다.

“가서 막아! 맞아 죽어도 막아! 혹여 대통령이 온다고 해도 절대 이 안에 발을 딛게 하지 마! 알았어?!”

형사가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결코 그 누구도 방해할 순 없는 순간이었다.

그래야 피해자의 말을 온전히 들을 수 있기에. 오롯이 형사만이 소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단호한 종혁의 눈에 이를 악문 우정경 신부는 크게 외쳤다.

“최 형사님 말처럼 움직이세요! 어서!”

“……예, 신부님!”

“씨발. 다 튀어 나가-!”

우르르르르!

시위대가 모두 달려 나가자 종혁은 놀란 할머니를 향해 푸근히 웃어 주었다.

“계속 말씀하시죠. 굽은 등에 눌린 신경 때문에 잠을 못 이루신다고요?”

종혁을 빤히 본 할머니는 표정을 단단히 굳혔다.

“……예, 제대로 못 자요.”

아파서 깬다. 시시때때로 찾아와 온몸을 때리는 벼락에 거동조차 힘들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혀를 깨물고 싶은데…….”

“어이구, 그러시면 안 되죠.”

“네. 저도 그럴 수가 없어요. 난 더 살고 싶어요, 형사양반. 천년만년 누구 한 명 돌봐 주지 않아 벽에 똥칠을 해도 살고 싶어요.”

그런데 몸이 이렇게 불편하면 필요한 게 참 많다.

“다, 다른 마을 사람과는 다른 게, 나 잘 살자고…….”

“다른 게 아닙니다. 충분히 그러셔도 되고, 내 삶을 위해 싸운다고 누구 한 명 욕할 사람 없습니다. 욕을 하는 그놈이 나쁜 거예요.”

“그래! 그놈이 죽일 놈이지!”

“어떤 놈이 우리 누님한테 그런 말을 했어! 어? 누구야!”

“……어흐흑!”

얼마나 괴로웠을까.

당연한 일을 당연히 말하지 못해 얼마나 힘들었을까.

-와아아아아!

-죽여! 막아!

-전진!

종혁은 다시 놀라는 할머니를 향해 입을 열었다.

“할머니, 저 보세요. 어떤 게 필요하세요? 집에 어떤 게 있어야 천년만년 사실 것 같으세요?”

“나, 난…….”

할머니의 입이 떠듬떠듬 열리며 필요한 것을 말했다.

눈물이 날 만큼 참 사소한 것들이었다.

*   *   *

우봉리 주민들의 진실한 속내를 알게 된 시위대는 정말 이를 악물고 경찰들을 막았다.

종혁이 주민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도록 시간을 벌기 위해 피가 터지고 뼈가 부러지고 잡혀가도 막고 또 막았다.

분하지만 종혁만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자격을 갖췄기에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인 결사항전을 했다.

하지만 이곳에 파견된 경찰 병력만 무려 만오천여 명이었다.

압도적인 숫자와 물대포로 사방에서 몰아치니 그들은 어젯밤 겨우 백 미터 물러난 게 다행일 정도로 계속 밀리고 밀리다 결국 우봉 분교 담벼락 안에 갇히게 되었다.

“씨발! 들어와! 들어와 봐!”

“화염병 가져와-!”

담벼락 위에서 죽창을 번들거리며 농성을 하는 시위대들. 그런 그들을 향해 종혁을 석방하라는 외침이 뿌려진다.

그럼에도 시위대는 그럴 수 없다는 듯 더 격렬하게 죽창을 휘둘렀다.

“저 씨발 새끼들이……! 잡지 마! 잡지 말라고!”

“혼자 가서 뭐 어쩌려고!”

“종혁이는 저기 혼자 있어-!”

“알아! 그러니까 같이 가자는 거야. 경대 48기-!”

“왜-!”

“연장 점검해. 들어간다.”

“씨발. 오늘 염라대왕과 면담 좀 하겠네!”

“아, 얼굴은 다치면 안 되는데.”

현재 이 자리에 집결한 경찰대학교 48기 총원 92명.

방금 전까지 세상을 무너트릴 듯 날뛰던 92마리의 맹수가 수백 명을 잡아 찢기 위한 도약을 위해 몸을 낮추었다.

그 순간이었다.

-시위대는 지금 당장 잡아간 최종혁 경정을…… 어?

“어? 뭐야?”

술렁술렁!

사람들이 우봉 분교 건물을 보며 눈을 비빈다.

“아까 얻어맞은 눈이 삐꾸가 됐나……. 왜 이상한 게 보이지?”

“난 머리가 이상해졌나 봐. 너랑 같은 게 보이는 것 같다.”

“그렇지? 내가 지금 환각을 보는 게 아니지?!”

“어. 아니야.”

“그럼 씨발 저건 뭔데-!”

종혁이 멀쩡한 모습으로 느긋하게 걸어 나오고 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우봉리 주민들로 보이는 이들이 종혁에게 허리를 굽실거리고 종혁도 그들에게 굽실거리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으며, 아니 분분이 비켜서는 시위대들 사이로 거침없이 걸어오고 있다.

“허허. 이 홍익현이 이끌어 낸 우봉리 주민들의 이야기 좀 잘…….”

“응? 뭐야. 니들이 여긴 왜 있냐? 꼬라지는 또 왜 그렇고?”

종혁은 기동복을 입은 채 피 묻은 무기들을 들고 있는 동기들의 모습에 고개를 모로 기울이다 활짝 웃었다.

“오올. 동기 위험하다고 온 거야? 크으. 역시 내가 친구들 하난 잘 뒀다니까. 어르신들, 제 친구들 아주 멋지죠?”

우봉리 주민들은 엄지를 치켜들었고, 종혁의 동기들과 경찰 병력은 울상을 지었다.

“씨발. 무사하냐?”

“그럼 안 무사해 보이냐?”

동기들의 뒤를 본 종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팀장님! 여기요! 아, 좀 비켜 봐요! 팀장님-!”

“씨발, 빨리 와. 최 팀장!”

종혁은 손을 흔드는 최재수와 오택수를 보곤 풀썩 웃었다.

고작 며칠 만이지만, 일들이 많아서 그런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팀원들.

하지만 그보다 더 기쁜 건 그들이 뒷목을 잡고 있는 사내들이다.

‘타이밍 완벽하네.’

안 그래도 이쯤에서 밝히려고 했는데, 팀원들이 증거까지 가져왔다. 종혁은 옆에서 어떻게든 한 발 걸치려 나불대다가 하얗게 질리는 홍익현에 입술을 비틀며 우봉리 어르신들의 손을 잡았다.

“아무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형사님.”

“예. 제가 꼭 전달해 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그리고 혹시라도 잘 안 되더라도 다신 이런 사람들 부르지 마세요. 왜냐하면…….”

탁!

몸을 날린 종혁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던 홍익현, 아니 그 보좌관의 머리채를 잡았다.

“어디 가, 새끼야.”

그 순간.

쉭!

종혁의 턱을 향해 솟구치는 주먹.

‘오? 이 새끼 뭐지?’

예사 솜씨가 아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고개를 꺾어 간단하게 피한 종혁은 머리채를 잡아 그대로 동기들을 향해 던져 버렸다.

“읏챠!”

뿌드드득!

“끄아아아아악……!”

“뭔지 몰라도 잡아! 눌러!”

“이, 이게 무슨 짓…….”

“에이.”

손가락에 잔뜩 휘감긴 머리카락을 떼어 내던 종혁은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리는 홍익현을 향해 사납게 웃어 주었다.

“아, 무슨 짓인지 당신이 더 잘 알잖아요, 홍익현 의원님. 알박기를 아주 예술로 하셨데? 그 땅들을 어떻게 매입하셨는지 몰라?”

“무, 무슨……!”

펄쩍 뛰었던 홍익현은 조용히, 그리고 흔들리는 눈으로 쳐다보는 시위대에 모든 게 다 끝났음을 깨닫게 되었다.

‘개 같은!’

하지만 이대로 순순히 자백할 수 없었다.

이대로 종혁만 사라져 주면 종혁이 해 놓은 모든 것을, 우봉리 사태를 자신이 해결했다는 것으로 조작해 전국적인 스타가 될 수 있는데 어찌 말할 수 있을까.

그땐 정치 인생까지 끝이었다.

“아니에요! 모함입니다! 이봐, 최 팀장! 지금 뭐하는 짓이야!”

“오해인지 아닌지는 검찰에 출두하셔서 이야기하시고. 불체포특권 때문에 산 줄 아셔. 아니었으면 당신도 저 꼴 당했어.”

“이 사람이 그래도! 아닙니다! 아니에요!”

홍익현은 길길이 날뛰었지만, 무시한 종혁은 불신과 혼란에 휩싸여 있는 우종경 신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무리 뜻이 좋다고 해도 모든 이가 착한 건 아닙니다, 신부님.”

“저, 저는…….”

“신부님! 저런 무도한 사람의 말은 들을 필요 없습니다! 우 신부님-!”

우종경 신부에게 고개를 숙인 종혁은 동기들을 향해 발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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