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77화>
부우우웅!
경기도 평택의 시골길을 커다란 버스들이 내달린다.
소위 닭장차라 불리는 경찰버스.
진압 장비를 착용한 젊은이들이 다리를 떨며 불안에 흔들린다.
“시발, 우리가 왜…….”
“하, 씨발.”
덤비면 다 죽여 버리겠다는 어느 교육생도, 일반인이 세 봤자 얼마나 세겠냐며 코웃음 치던 교육생도 시위 현장이 가까워져 가자 온몸을 압박하는 스트레스에 신경이 곤두서고 낯빛이 어두워져 갔다.
-도착하면…….
경찰버스 안에 있던 교육생들의 시선이 마이크를 잡은 종혁에게로 향한다.
-다른 건 생각하지 마라. 오직 옆 사람, 내 동기를 지키겠단 생각만 해라. 생각은, 그리고 책임은 우리가 질 테니까. 이상.
‘동기?’
그들은 그제야 옆에 앉은 동기를 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고, 마이크를 끈 종혁은 자리에 앉으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옆자리에 앉은 교관이 수고했다는 듯 종혁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앞만 바라봤다.
이 엿 같은 일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은 침묵을 두른 채 현장에 도착했다.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배상해라! 배상해라!
“배상해라! 배상해라!”
악이 받친 외침들.
시위 현장의 분위기가 피부에 와닿자 낯빛이 검게 죽은 교육생들은 장비를 꽉 쥐었고, 뒤이어 추상 같은 호통이 그들에게 떨어졌다.
“뭐해, 새끼들아! 전원 하차!”
“하, 하차!”
우르르 경찰버스에서 내린 교육생들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아윽!”
“으으으!”
피가 스민 붕대를 감은 이들과 피로가 가득한 얼굴로 널브러져 있는 전경들. 전신을 엄습하는 처참한 기운에 그들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우라지게 맑네.’
지상엔 지옥이 펼쳐져 있는데, 하늘은 왜 이렇게 맑은지.
“몸들 풀고 있고 있어. 언제 투입될지 모르니까.”
“추, 충성!”
대답을 하는 분대장 교육생들을 뒤로한 종혁은 지휘부 막사로 향했다.
“그냥 밀어 버리라니까요!”
“씨발! 밀어 버리면? 그 책임은 누가지고! 쟤들이 누군지 몰라요?! 한총련이에요, 한총련!”
뜨거운 피를 흘려가며 결국 이 땅에 민주주의를 가져오는 데 큰 공을 세운 전대협의 의기를 계승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총련.
어디 그뿐인가. 다른 단체들도 우르르 몰려와 있다.
“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지금 VIP 심기가 불편하신 거 모릅니까?”
“애초부터 보상금을 제대로 책정하든가! 그럼 일도 없었잖아요! 씨발, 대체 얼마나 빼먹은 거야?”
“뭐? 빼먹어? 당신 지금 말 다했어?!”
‘지랄이네.’
종혁은 막사 안으로 들어가려는 발을 멈추며 돌아섰다. 이 이상 저 소리를 들었다가는 폭발을 할 것 같아서.
‘맞지. 보상금을 제대로 책정했어야지.’
하지만 저들이라고 잘못한 건 없다.
저들은 나름의 기준으로 배상을 책정했고, 이곳 우봉리 주민들은 그 배상금이 적다고 생각을 하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우봉리 주민들이 천문학적인 배상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이주를 하려는 곳에 지금만큼의 땅과 집을 지을 정도의 돈. 딱 그 정도만 원할 뿐이었다.
반면 정부 측은 그걸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
이들의 말을 들어줘 버리면 다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때 양보를 해야 되기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국민들의 피와 땀이기에 정부 측도 물러서지 못하는 거다.
그 의견 차이가 결국 이런 사태를 불러와 버린 것이었다.
담배를 물던 종혁은 잔뜩 피로한 얼굴로 앞을 스쳐 지나가는 젊은 청년을 발견하곤 눈을 빛냈다.
“재현아.”
“누구…… 헉! 충성! 49기 박재현!”
“경례는 씨발. 됐어.”
“흐흐. 오랜만이지 말입니다.”
“군바리 다 됐네. 그보다 상황은 좀 어때?”
“…….”
종혁은 눈치를 보는 그를 툭 치며 외진 곳으로 향했다.
찰칵! 치이익!
새까맣게 타 버린 가슴처럼 담배도 타들어 간다.
“씨발. 엿 같지 말입니다. 아니, 진짜 좆같아요, 선배.”
“사상자는?”
“부상자만 9명 발생했어요. 끌려 가는 바람에…….”
그나마 단순 골절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지만, 눈앞에서 끌려 가 몰매를 맞는 걸 본 후배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씨발, 저 씹새끼들……. 우리 그냥 막기만 했는데…… 그저 국가의 부름을 받은 죄밖에 없는 놈들인데…….”
후배는 눈물을 글썽거렸지만, 종혁은 어떠한 위로도 하지 못했다. 양측의 사정 모두 이해가 가기에 함부로 입을 열기 어려운 탓이었다.
“사망자는 없고?”
“……아직은요. 정치인이 합류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정치인이 합류해서 시위대가 더 힘을 얻었다.
이젠 정말 어떻게 될지 몰랐다.
‘흠, 우봉리 사태에 정치인도 개입했던가?’
하긴, 이 정도로 큰 사건에 정치인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했다.
“그래.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네.”
“다행은요, 씨발…….”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게 경찰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아무 죄 없는 시민을 때려잡는 일을 하고 있으니 정말 미쳐 돌아 버릴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또 전경들을 끌고 가서 상해를 입힌 저 시위대도 증오스럽고.
그는 가슴을 새까맣게 태우는 분노를 대체 어디다 토해 내야 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보다 선배가 왜 여기 계세요? 본청에 계신 거 아니었어요?”
경찰대의 전설 최종혁. 순환 보직 기간에 경정까지 치고 올라간 그는 경찰대 모든 후배들의 우상이었다.
“중경에 교관 지원 나왔어. 이번에 순경 TO를 좀 늘렸잖아.”
여러 일들로 인해 비게 된 TO를 아래에서부터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가만 보면 대한민국 형사들 중 선배가 제일 바쁜 것 같아요.”
“바쁘긴. 다 똑같지.”
“그래도 부럽습니다. 아, 나도 얼른 형사돼서 범죄자 때려잡고 싶은데! 진짜 이런 일 말고 범죄자를…… 씨발.”
다시 무너지려는 후배의 모습에 종혁은 꿀밤을 때렸다.
“정신 차려, 새끼야. 네가 이렇게 무너지면 네 새끼들은 누구에게 기대야 하는데? 우린 그래도 우리가 택한 일이지만, 쟤들은 억지로 끌려 온 거잖아.”
“…….”
“좆같아도 조금만 참자. 길게 끌 일도 아니니까.”
“……아니라고요?”
“그럼? 이 사태가 길어지는 걸 VIP가 원하겠냐?”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박노형 대통령에겐 흠집만 생긴다.
속속 경찰 병력들이 모이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끝나게 될 것이다.
회귀 전 역사대로 말이다.
“씨발, 그놈의 체면 진짜……. 후, 전 그럼 가 볼게요. 내 새끼들 기다리겠네요.”
“이 일 끝나면 한잔하자.”
“충성.”
종혁은 후배가 떠나자 다시 담배를 물었다.
후배의 나이는 이제 고작 25살이다. 일반 남성으로 치자면 아직도 대학생일 나이대의 청년.
하하호호 웃으며 공부를 해도 모자랄 판에 풍랑 속 방향을 잃어버린 선장처럼 갈피를 잡지 모습을 보자니 가슴이 답답했다.
누구의 편을 들어 줄 수가 없어서 더.
경찰로서의 딜레마였다.
“좆같네, 진짜……. 차라리 범죄자를 때려잡는 게 낫지.”
물론 전경들을 끌고 가서 폭행한 건 무조건 잘못한 거였다.
종혁은 고개를 저으며 교육생들에게로 향했다.
“예, 납니다. 이번 우봉리 사태에 참여한 정치인이 누군지 좀 알아봐 주세요. 어떤 성향인지, 왜 왔는지에 대해 말이에요.”
믿을 수 없는 족속, 정치인.
정말 우봉리 주민들이 불쌍해 온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정말 빌어먹을 상황이 된다.
‘이대로 투입되지 않고 끝나면 좋으련만…….’
전화를 끊은 종혁은 하늘을 보며 짧게 빌어 보았다.
* * *
“경찰 병력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이 개새끼들!”
그들 시위대가 지휘 본부로 삼은 우봉 분교에서 고성이 터진다.
갑자기 증원된 천여 명의 병력들. 말을 들어 보니 다른 지방에서도 경찰 병력이 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경찰 병력이 증원되면 답은 하나다.
강경 진압.
치솟은 분노가 정수리를 때리고 있었다.
“자자, 진정합시다. 지금 어르신들 앞에서 무슨 짓들입니까.”
하얀 수염이 거침없이 난 백발의 노인이 다그치며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허리가 굽고 검게 탄 노인들을 가리키자 높아졌던 목소리가 낮아진다.
“하지만 신부님!”
“그만해요.”
백발의 노인, 대책위원장 우정경 신부 단호한 말에 그들은 결국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우정경 신부는 옆에 앉은 홍익현 의원을 봤다.
진보 성향의 박노형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일임에도 선뜻 찾아와 이렇게 힘을 실어 주는 진보 정당의 국회의원.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원님.”
“제가 있는데 감히 강경 진압을 하겠습니까?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대통령은 크게 실수하는 거예요!”
그의 호언장담에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건 우정경 신부도 마찬가지다.
“일단 해외 언론에서도 주목할 수 있도록 시간을 더 끕시다. 그사이 제가 협상 테이블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우봉리 주민분들 모두 한 사람당 최소 3억! 제가 어떻게든 받아 내겠습니다!”
“와아!”
“홍익현! 홍익현!”
홍익현은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들에 믿으라는 듯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다 보좌관의 귓속말에 일어섰다.
“그럼 전 잠시.”
사람들은 본부를 빠져나가는 홍익현을 연신 연호했지만, 우정경 신부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흔들리는 주민 대표들의 눈동자를 본 그는 잠시 망설이다 몸을 일으켰다.
“홍 의원님.”
“아, 신부님.”
“잠시 저 좀 보시죠.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봉리 주민들을 돕기 위해 온 사람들로 인해 북적이는 복도를 둘러본 홍익현은 싱긋 웃었다.
“예, 그러시죠.”
그들은 우봉 분교의 운동장 한구석에 있는 벤치로 향했다.
“홍 의원님, 오셨을 때도 말씀드렸지만 3억은 너무 많습니다. 이분들이 원하는 건 그렇게 큰 금액이 아닙니다.”
우봉리 주민들 바라는 건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겼을 때 지금과 똑같이 살아갈 수 있는 금액 정도일 뿐이다.
지금 홍익현의 말은 지금 그 정도만 바라는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가슴에 욕망이라는 불을 지르는 행위였다. 이 지역구도 아닌 국회의원이 책임지지도 못할 짓을 하고 있었다.
아까 흔들리던 주민들의 눈이 그 증거였다.
이런 질책에 홍익현은 씁쓸히 웃으며 담배를 물었다.
치이익!
“후우우. 압니다, 신부님.”
“그런데 왜…….”
“하지만 형평성을 생각하셔야죠. 이곳 우봉리에서 태어나 우봉리에서 쭉 살아온 분들입니다. 이곳 우봉리가 저분들에겐 고향이고, 삶의 터전이며, 세상의 전부입니다.”
그걸 전부 잃는 거다.
“그런데 정부 방침은 어땠습니까? 고향에서 쫓아내는 데 실거래가도 아닌 공시가로 배상금을 책정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신부님도 발 벗고 나서신 거 아닙니까.”
어디 우정경 신부뿐일까. 현재 우봉리 주민들을 위해 전국에서 의인들이 함께하진 못해도 돕겠다며 우봉리에 땅을 사며 미군 기지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이런데 그냥 배상만 받고 끝나다뇨. 당연히 정신적 피해 보상도 받아야지요.”
맞는 말이다.
평생을 살아온 고향에서 쫓겨나는 일이니 그런 보상까지 받는 게 옳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3억은 너무 많습니다.”
우정경 신부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자 홍익현은 옅게 웃었다.
“원래 흥정이란 크게 지르고 보는 거죠. 저도 여러분들이 정부에 제시한 1억 중반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변수가 발생하면 그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겠죠.”
눈을 크게 떴던 우정경 신부는 이내 홍익현의 손을 꼭 잡으며 우려를 표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허허. 이참에 거짓말쟁이가 되어 보는 거죠. 이 사람 한 명만 욕먹으면 다 좋게 좋게 풀릴 일 아닙니까.”
“의원님…….”
“우리 우봉리 주민들을 위해 힘내 봅시다. 그럼 전 동료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야 해서 이만.”
홍익현은 자기 손을 잡은 우정경의 손등을 두드리며 일어섰고, 자신이 크게 오해했음을 깨달은 우정경은 그런 그를 향해 양손을 모았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한편 우정경 신부에게서 멀어진 홍익현은 뒤를 따르는 보좌관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보좌관은 냉큼 품에서 물티슈를 꺼내어 건넸다.
“원래 여기에 오려고 했던 게 이태백 의원이었다고?”
“예. 그렇지만 의원님께서 한 발, 아니 세 발 빠르게 움직이셨습니다. 그제 그쪽 사무실 사람에게 듣기로 이태백 의원이 뭔가를 부수는 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흐흐흐.”
“흥. 이 바닥에선 느린 놈이 병신이지.”
“맞습니다, 의원님.”
“아무튼 알 박기 한 놈들 단단히 단속하고, 물자 좀 구해 와 봐. 영웅이 되려면 제대로 되어야지.”
“예!”
떨어지라는 듯 손을 저은 홍익현은 핸드폰을 들었다.
“그래요, 강 기자.”
홍익현은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맺히기 시작했다.
* * *
“담당 부서 직원의 실수 말입니까?”
종혁은 현몽준 당대표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후에 실수를 인지하고 재협상을 하려고 했지만…….
“한총련이 먼저 왔다는 거군요.”
정부라고 어찌 일을 조용히 마무리 짓고 싶지 않겠는가.
현몽준은 지금 타이밍이 어긋났다 말하고 있었다.
-그들이 합당한 액수를 제안했다면 정부도 못 이기는 척 협상에 응했을 겁니다. 이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대통령님의 성향이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홍익현이라는 국회의원이 개입해 액수를 높였다. 무려 3억. 이제 정부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아차 하는 사이에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그제야 이번 사태의 내막을 알게 된 종혁은 이마를 잡았다.
‘그러게 빨리 좀 수습하지.’
이놈의 공무원들은 왜 이렇게 일 처리가 늦는지 모르겠다.
“같은 진보임에도 제어가 안 되나 보군요.”
-당이 다르니까요.
같은 당이라도 국회의원은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다. 당의 치부를 들고 반대 정당으로 가 버리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흠. 그럼 홍익현 의원의 성향은 어떻습니까?”
-성향이라……. 일단 밝혀진 것만 놓고 따지자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시류를 거스르지 않고 살아온 인물입니다. 운동권 출신도 아니고요.
“평범한 정치인이라는 말이시군요.”
나탈리아가 조사한 것도 현몽준의 말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상했다. 충청도에 적을 둔 국회의원이 굳이 경기도의 일에 간섭을 하는 이유가.
‘지역구를 옮기려는 건가? 아니면 정말 의인인 걸까? 그것도 아니면…….’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일 수도 있다.
3억이란 액수가 바로 그 증거였다.
“알겠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좋지 못한 일로 전화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부디 이번 일로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최 팀장.
씁쓸히 웃으며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머리를 긁었다.
“역시 좋은 분이라니까.”
부르릉!
“……또 오네.”
저 멀리서 새로운 경찰버스들이 달려오고 있다.
정부가 점점 강경 대응 쪽으로 마음을 기울고 있단 소리다.
미국과 뗄 수 없는 관계인 한국이니 얼른 일을 마무리 짓고 싶을 터.
“이러다 경찰 측에서 중상자라도 발생하면…….”
바로 강경 대응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시위대에게 다친 경찰의 모습을, 분노에 휩싸인 경찰들이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모습을.
한숨을 길게 내쉰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그 순간이었다.
“최 교관! 최 교관-!”
종혁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달려오는 다른 교관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아무래도 하늘은 작은 바람을 들어주지 않으려는 듯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