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76화>
“…….”
얼굴에 붕대를 감싼 이충호가 멍하니 병실 천장을 응시하고 있다.
‘끝났군.’
회사가 내린 지령을 완수하지 못했다. 아니, 성공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대차게 실패했다.
이제 남은 건 회사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죽음.
실패는 곧 죽음.
그렇게 배웠지만 죽기 싫다. 이제야 사람답게 사는데 왜 죽어야 하는가.
그것도 이렇게 허망한 이유로!
‘어떡하지? 도망칠까? 그럼 어머니는? 어머니?!’
이충호는 파랗게 질렸다.
과연 자신이 도망치면 회사가 어머니를 가만 놔둘까?
아니다. 어머니가 대신 은퇴를 당하게 될 것이다.
그의 머릿속이 엉키기 시작했다.
“충호야, 괜찮아? 많이 아파? 얼굴색이 파래! 여기요!”
“닥쳐!”
“충호야?”
“냄새나는 아가리 처닫으라고! 계집년한테 진 새끼가, 씨발!”
“너?!”
정다현의 부릅떠진 눈에 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배신감, 분노, 자책, 체념.
“씨발! 너무하잖아, 충호 형! 우리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하, 그게 나 때문이라고? 야, 내가 최 교관에게 덤비자고 했냐? 내 입에서 그러자는 말이 나온 적 있냐고, 씨발놈아!”
“와, 이 개새끼가 오리발 내미는 것 좀 보소? 씨발, 그럼 우리가…….”
“됐어, 도병훈. 그만해.”
“다현이형!”
“그만하자, 병훈아. 제발…….”
“……에이, 씨발!”
도병훈은 이를 갈며 돌아누웠고, 정다현은 이충호를 보며 서글피 웃었다.
“그래, 그동안 말만 앞선 놈이 알짱거려서 미안했다.”
움찔!
“아니…….”
순간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입을 다문 이충호는 미간을 좁혔다.
‘왜지? 난 왜 변명을 하려고 한 거지?’
“곧 병실을 옮겨 달라고 할 테니까 내가 꼴 보기 싫더라도 조금만 참아.”
정다현은 자신의 침상으로 걸어가 이불을 덮어썼고, 그런 그의 모습에 마음이 불편해지는 자신을 발견한 이충호는 당황하고 말았다.
그는 그게 우정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씨발.”
결국 병실이 불편해진 이충호는 담배를 쥐며 일어섰다.
병실에 있던 교육생들의 분노 어린 눈빛이 이충호를 따라붙었다.
‘씨발. 노려보면 어쩔건데? 그냥 확 다 죽여 버릴까?’
어차피 조직에게 제거당할 거 그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었다.
이충호는 흉흉한 생각을 머금으며 병실 문을 잡았다.
그런데 그가 문을 열려는 것보다 먼저 문이 열렸다.
드르륵!
“최종혁?”
“최 교관님이다, 개새끼야. 내가 네 친구냐?”
“아, 아니…….”
“됐고, 자리에 가서 앉아.”
이충호의 어깨를 밀친 종혁은 병실 분위기를 살피다 눈을 빛냈다.
‘오호? 이것 봐라?’
자신의 등장에 올 것이 왔다 체념을 하면서도 이충호를 죽일 듯 노려본다. 특히 패거리였던 도병훈은 찢어발길 듯 살벌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충호는 현재 고립이 된 거다.
‘흠. 이러면 도병훈과 정다현은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는 건데.’
일부러 이런 상황을 꾸몄다는 가능성은 뒤로 밀쳐 둬야 했다. 어차피 죄다 퇴소가 확정됐으니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생각을 정리한 종혁은 병실에 누워 있는 교육생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너희들에 대한 처분이 정해졌다.”
“아.”
“흐윽!”
올 게 왔다.
그들은 이불을 꽉 쥐며 울음을 억눌렀다.
“이 병실에선 이충호, 정다현, 도병훈.”
‘어? 이 병실?’
뭔가를 눈치챈 교육생들은 일말의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반면 정다현과 도병훈은 더욱 울상을 지으며 부모님께 할 변명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셋을 제외한 나머지 전원 퇴소.”
“……네?! 이런 미친!”
“마, 말도 안 돼! 쟤들이 왜 퇴소가 아닌데요!”
희비가 엇갈린 교육생들은 강렬하게 반발했다.
종혁은 그런 그들을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왜 말이 안 되지?”
“당연히 재들이 이번 일의 주동…….”
“하루라도 빨리 나가서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게 너희들에게 이득 아냐?”
“……예?”
“야, 내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냐?”
“…….”
“이충호, 정다현, 도병훈. 너희 셋은 나머지 교육 기간을 모두 다 마치고 마지막 날 퇴소다. 어디 지금 퇴소하고 싶으면 퇴소해 봐. 내가 내 모든 걸 동원해서라도 너희 세 개새끼의 앞날을 막아 버릴 테니까. 너희가 어딜 입사하든 내가 손수 편지를 써 주지.”
다시 희비가 엇갈린다.
종혁은 파랗게 질리는 세 명을 일견하며 나머지 교육생들을 향해 전화번호 하나를 내밀었다.
“서울에 있는 기숙학원 전화번호다. 너희의 형평성을 고려해 기회를 주는 거지.”
정확히는 종혁이, 아니 나탈리아가 급하게 인수한 기숙학원이다.
아직 파악은 못했지만, 이들 중 놈들이 더 있을 수 있기에 한곳에 몰아넣어 감시하려는 것이다.
“다음엔 이번처럼 항명하지 마라. 그땐 정말 씹어 버릴 테니까.”
“옙……!”
“우아아아아아!”
“이충호, 정다현, 도병훈은 짐 싸서 나와.”
앞길을 막아 버린다는데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을까.
억울하고 분하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유도복을 들며 종혁의 뒤를 따랐다.
종혁은 그렇게 병실들을 돌며 미심쩍지만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이들을 선발해 버스에 싣고는, 죽을상이 되어 남아 있는 교육생들을 바라봤다.
“축하한다. 기회를 얻은 걸.”
“……예?”
부르릉!
출발하는 차의 엔진 소리가 그들의 정신을 번뜩 깨웠다.
“아까는 그렇게 말했지만, 난 너희 같은 놈들을, 부당하다 생각되면 언제든지 들이받아 버리는 또라이들을 싫어하지 않아. 그리고…….”
선발된 교육생들의 눈이, 아니 가슴이 파르르 떨린다.
그들의 입이 벌어지며 함성을 토해 내려 한다.
하지만…….
“이충호, 너 같은 얌체도 싫어하지 않지. 아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류지. 뭔가를 꾸미고 상황을 통제하는 걸 좋아하는 부류.”
이충호는 기쁨에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참으려 애써야 했다.
‘나, 나 같은 부류를 좋아한다고? 이, 이렇게 되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전화위복이다.
다시 종혁과 친해질 기회.
죽음의 위험에서 벗어난 이충호는 주먹을 꽉 쥐며 종혁을 뜨겁게 응시했다. 그리고 다른 교육생들은 그런 이충호를 찢어발길 듯 노려봤다.
종혁은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좋군, 좋아.’
이충호는 자기가 나서기보다 남을 통제하길 좋아하는 부류다.
그런데 이렇게 고립이 되어 버렸으니 분명 도움을 줄, 혹은 다룰 수 있는 누군가를 찾으려 들 터.
‘그건 이제 그 조직이 되겠지. 아니면 저 먹음직스런 먹잇감을 이용하려 다른 쪽에서 먼저 접근하든가.’
그건 아마도 224번이 될 확률이 높다.
그 조직의 놈으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인물.
‘문제는 놈들이 서로를 알고 있느냔데…….’
그거야 기회를 만들면 된다.
어느 쪽이든 종혁에겐 좋은 일이었다.
“그, 그럼 저희는 이제 어떻게 됩니까? 다시 교육을 받게 되는 겁니까?”
종혁은 누군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사고를 치지 않고 교육을 이수한다면 아무 문제없이 현장에 투입될 거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형평성에 어긋나겠지?”
“예?”
주먹을 불끈 쥐며 함성을 토해 내려던 그들은 멍하니 종혁을 응시했다.
그 순간 버스가 멈춰 섰다.
“내려.”
얼떨떨해하며 버스에서 내린 그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들, 진압용 방패나 봉, 기동복에 시선을 뺏겼다. 그래서 누가 먼저 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에, 에이. 아니겠지.”
아닐 거다. 아니어야 했다.
사람을 파김치로 만들었던 기동 훈련.
이가 갈리고 토가 쏠리던 그 훈련.
진짜 아니어야 했다.
하지만 종혁은 그런 그들의 기대를 배신했다.
“앞으로 너흰 쉬는 시간마다 나와 어울리게 될 거다. 자율 시간 없음, 식사 시간과 정비 시간 20분. 아, 567번도 와 있군.”
“567번 교육생 조정근!”
이충호는 그제야 조정근을 발견하곤 눈을 크게 떴다.
‘저 새끼가 왜?’
맨날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놈이다.
그 시선을 눈치챈 건지 조정근은 얼굴을 와락 구겼다.
‘씨발, 내가 왜!’
종혁은 억울해하는 그를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567번.”
“567번 교육생 조정근!”
“난 너처럼 동기를 팔아먹는 놈이 제일 싫다. 불만 있나?”
그랬다. 종혁에게 동기들이 뭘 꾸미고 있다고 알린 게 조정근이었다.
‘그래서 의심스럽지.’
이곳 중앙경찰학교에 놈들이 몇 명이나 있는지 모른다. 접근하는 모든 사람을 의심해야 됐다.
“……없습니다!”
“좋아.”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아직도 얼어붙어 있는 교육생들을 보며 의아해했다.
“뭐해? 입어. 1분. 늦으면 저기 골대 찍고 오는 거다.”
“씨, 씨발!”
종혁은 후다닥 기동복을 입기 시작하는 그들을 향해 함박 미소를 지어 주었다.
“입으면서 들어라. 아까 병실에서 한 말은 진심이다.”
자진 퇴소하면 앞길을 막아 버리겠다는 엄포.
종혁은 파랗게 질리는 그들을 향해 더 사악하게 웃어 줬다.
“즉, 너흰 이제 지옥에 들어왔다는 거지. 그러니 지금부터 죽었다 복창하는 게 좋을 거다! 복창! 난 죽었다!”
“나, 난 죽었다!”
“나는 죽었다-!”
“오케이. 1분 끝. 전원 골대 찍고 온다. 선착순 4명. 뛰어.”
“뛰, 뛰어!”
“씨바알!”
종혁은 바지를 추스르며 튀어 나가는 교육생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원래 사람이 구르다 보면 다 친해지는 법이지.”
그럼 놈들도 서로를 아끼게 될 터.
종혁은 어떻게 하면 한시라도 더 빨리 서로를 뭉치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꽤 즐거운 고민이었다.
* * *
꽈아앙!
뭔가가 터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중운동장을 바라본 중앙경찰학교의 교육생들은 바닥을 나뒹구는 이들을 보며 얼굴을 구겼다.
“꼴좋다. 이 개새끼들!”
“씨발, 저 새끼들 때문에 학교 분위기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만 생각하면…… 아오!”
저들이 종혁에게 덤벼 박살 난 이후 모든 수업과 규율이 빡빡해졌다.
예전에는 수업 중간에 화장실을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꿈도 못 꾼다. 자율 시간도 사라졌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맥주도 더 이상 마시지 못하게 됐다.
일어나면서 자는 그 순간까지 오직 공부, 훈련.
그럼에도 반발을 할 수가 없다. 매의 눈을 뜬 교관들이 언제 종혁처럼 폭력을 휘두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예전엔 그래도 농담도 하고 장난을 치던 좋은 교관들도 자신들을 바퀴벌레 쳐다보는 것처럼 상대도 안 한다.
정말 이가 갈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야. 가자, 가. 얼른 가야 조금이라도 쉬지.”
“씨발 새끼들……. 카악, 퉤!”
그들은 강의실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꽈아앙!
“으악!”
“큽!”
시위 진압용 방패를 든 이충호 외 네 명이, 다섯 명이서 한 개의 조를 이룬 그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난다.
“허쭈? 또 밀려나? 미쳤냐? 똥꼬에 힘 안 줘?”
종혁은 황급히 다시 스크럼을 짜는 그들 중 가장 선두에 있는 이충호의 방패를 잡고 확 잡아당겼다.
“으악!”
비명을 지르며 딸려 나오는 이충호와 그의 어깨를 잡고 있던 둘.
종혁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하, 이 씹새끼들이 또 못 버티네? 안 되겠다. 전원 하이바 벗어.”
“헉?! 아, 아닙니다! 버틸 수 있습니다!”
“버티겠습니다-!”
죽일 듯 노려보는 다른 조 교육생들의 눈빛에 그들은 하얗게 질렸지만, 종혁에게 봐주는 거란 없었다.
“벗으라고, 개새끼들아.”
동기사랑, 나라사랑.
한 개의 조가 실수해도 다른 조까지 다 처벌받는다.
헬멧을 벗는 그들의 얼굴이 울상으로 일그러진다.
“하이바 위에 대가리 박아.”
“대, 대가리 박아!”
“복창이 마음에 안 든다! 대가리 박고 왼발 들어!”
“대가리 박고 왼발 들어-!”
‘옳지, 그렇지.’
종혁은 순식간에 낑낑거리기 시작하는 그들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우리 이렇게 딱 10분만 있자.”
“끄윽!”
“흑!”
종혁은 옆에 가져다 놓은 의자에 앉았다.
식사를 한 지 얼마 안 됐으니 10분 정도 낮잠을 청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종혁은 팔짱을 끼며 눈을 감았다.
“드르렁!”
‘……시발. 죽인다! 죽여 버린다!’
죽이고 싶다. 이렇게 체벌에 가까운 훈련을 받기 시작한 지 고작 3일째지만, 이젠 순경이고 나발이고 다 포기하고 싶다.
그러나 자진 퇴소 시 앞날이 막힌다. 다신 순경 시험도 못 치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죽여 버리기엔 자신이 없다.
그들은 결국 화풀이 상대를 찾기 시작했다.
‘다 저 새끼 때문이야! 저 새끼만 아니었어도!’
“씨발. 이충호, 너 오늘 저녁에 두고 보자.”
“진짜 죽여 버린다, 너.”
‘……하, 그냥 임무 포기하고 죽을까.’
낯빛이 검게 죽은 이충호는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되었고, 입으로만 코골이 소리를 내는 종혁은 그런 그들을 차갑게 응시했다.
‘아직 궁지에 몰리려면 멀었군. 뭐,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몰고 몰다 보면 결국 제 살길을 찾게 될 거다.
그때가 기회였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진짜로 눈을 감았다.
그 순간이었다.
“최 교관! 최 교과안-!”
눈을 뜬 종혁은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다른 교관의 모습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얼른 따라와! 일 터졌어!”
“일이요? 무슨…….”
“빨리! 난 다른 교관들 부르러 가야 하니까 얼른 제1식당으로 가봐! 난 전했다!”
종혁은 다시 멀어지는 교관을 보며 볼을 긁었다.
“거 핸드폰은 놔뒀다가 국 끓여 먹으려고 그러시나. 흠, 그나저나 일이라…….”
갸웃한 종혁은 교육생들을 보며 혀를 찼다.
아무래도 괴롭히는 건 여기까지 해야 할 듯싶었다.
“전원 기상.”
“기상!”
상황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얼굴에 미소가 감도는 그들.
종혁은 코웃음을 쳤다.
“지금부터 각 조끼리 상대를 정해 진압 훈련을 실시한다. 서로 협력을 해도 상관없으니까 꼴찌만 가려. 꼴찌는 오늘 하루 오리걸음일 테니까.”
“헉!”
“그럼 시작. 끝나면 알아서 장구랑 내 의자 반납하고 수업 들어가라. 만약 수업 늦으면 저녁 점호 후 훈련 1시간이다.”
종혁이 손을 흔들면서 멀어지자 그들은 이충호를 가만히 응시했다.
“씨발. 드디어 기회가 왔네.”
“넌 뒤졌어.”
철렁!
이충호는 반사적으로 정다현을 찾았다가 낙담했다.
씁쓸히 웃으면서도 목봉을 만지는 다현. 원래 친구가 적으로 돌아섰을 때 제일 무서운 법이다.
한쪽만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한편 식당으로 들어온 종혁은 눈을 껌뻑였다.
웅성웅성.
‘어라?’
중앙경찰학교의 교관들뿐만 아니라 전의경 후반기 교육을 담당하는 교관들과 군대로 치면 군기 교육대인 기율교육대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뭔 일이래? 아, 설마?’
이맘때 일어난 어떤 일을 떠올린 종혁은 낯빛을 굳히며 빈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뒤 학교장이 식당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다들 아실 겁니다.”
의미심장한 그의 말에 교관들은 엉덩이를 들썩였다.
“그거 시간이 좀 남은 거 아니었습니까?”
“아니, 전국에 의경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까지 가야 합니까! 대체 얼마나 심각하기에!”
학교장은 한숨을 탁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현장에 가야 판단할 수 있을 테지만, VIP께서 결단을 내린 이상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현 시간부로 우리 중경도 우봉리에 투입될 테니 다들 그렇게 알고 준비하세요.”
“아니, 씨발 진짜! 경찰이 정부의 봉이야, 뭐야!”
“에이!”
종혁도 이마를 잡았다.
‘씨발. 결국 터졌구나.’
평택 우봉리 사건. 미군 기지 이전을 두고 정부와의 보상금 문제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 사건이다.
사상자까지 발생한 끔찍한 사건.
종혁의 눈앞이 아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