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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71화 (271/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71화>

    “충성! 경정 최종혁!”

    -그래요. 최 팀장의 이름은 신문과 여러 루트를 통해 종종 들었습니다. 아니, 그 전에 최 팀장과 저는 참 인연이 깊지요?

    ‘아, 이 양반 진짜로 눈치 깠네.’

    왜 경찰대 시절 훈장을 주나 싶었는데, 역시나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했던 것 같다.

    종혁이 해결한 것이나 다름없는 삼성클럽 사건, 그때 드러난 배후 때문에 대통령 후보에서 물러나며 당대표를 꿰찬 현몽준.

    그런 그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대통령이 된 박노형.

    그 상관관계를 모두 파악한 것이다.

    “……이번 위수 지역 사태 때문입니까?”

    -역시 훌륭합니다. 경찰의 미래가 참 밝아요. 그러니 이제 관둡시다.

    종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한 가정의 가장들을 죄다 검거했으면 됐잖습니까.

    “그들은 약자가 아닙니다. 책임지실 수 있습니까?”

    잡혀간 가장을 대신해서 위수 지역의 가게를 운영할 가족들.

    그들이 악행을 되풀이한다면 여태까지 한 수고는 말짱 도루묵이 되어 버린다.

    거기서 다시 발생할 사병들의 원망.

    경찰의 위신에 흠집이 날 거다.

    공권력을 발휘해도 별거 없다는, 공권력도 별거 없다는 흠집이 말이다.

    ‘시시때때로 애프터케어를 해도 모자랄 판에!’

    앞으로 최소 2주 정도는 더 위협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줘야 남겨진 이들이 꽤 오랫동안 허튼 마음을 먹지 않을 테고, 그래야 종배수도 뿌리를 내리기가 편하다.

    그렇기에 포문을 열다 못해 컨트롤을 하는 종혁 본인이 여기서 수사를 종결하면 현재 이 사건에 달려들고 있던 경찰 전체가 스톱될 테고, 그럼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M컴퍼니가 있잖습니까.

    ……씨익.

    종혁의 입가가 죽 찢어졌다.

    “국정원 일 잘하네요.”

    -때리는 걸로 뭐라 하는 게 아닙니다. 마음껏 때리세요. 단 한 명의 피해자라도 위험과 불의에서 보호하는 것, 그게 경찰이 할 일이잖습니까. 하지만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입니다.

    “국회의원님들이 골치 아프게 하나 보군요. 군대도.”

    지역구를 지켜야 하는 입장인 국회의원들과 언제 불똥이 튈지 몰라 위수 지역이 계속 언급되는 게 불편할 군대.

    -……현몽준 당대표가 괜히 최 팀장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군요.

    “위수 지역에 대기업 진출을 용인해 주시고, 이번 군 자체 정화에도 힘을 실어 주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찰의 공권력 강화를 적극 지지해 주십시오.”

    -내게 너무 과한 걸 바라는군요.

    “대통령님도 그렇게 과한 걸 제게, 경찰에 요구하셨습니다.”

    -……좋습니다. 최 팀장의 뜻은 다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대기업 진출은 왜 말하는 겁니까?

    “군인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입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장병들에게 더 좋은 대우를 못해 줄망정 지금 같은 대우는 좀 아니잖습니까. 지금의 여론이면 기업들도 허가만 떨어지면 두 팔 벌려 뛰어들 겁니다.”

    종혁은 그러며 미국이 군인을 어떻게 대우하는지에 대해 알려 줬다. 작은 투자로 해외 사업에 있어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는다면 뛰어들지 않을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물론 기업과 정치인들과의 조율은 대통령님이 잘해 주셔야 할 테지만 말입니다.”

    이런 이유라면 정치인들을 설득하기가 보다 쉬울 터.

    이권도 이권이지만, 임기가 고작 4년이라 한 장의 표심이 아쉬울 정치인에게 이를 각인시킨다면 생각을 달리하게 될 거다.

    위수 지역 상인은 소수지만, 군인은 다수니까.

    박노형의 지지율도 꽤나 상승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반발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게 귀띔만 해 주십시오. 치워 드리겠습니다.”

    -……조만간 식사 한 끼 합시다. 끊겠습니다.

    전화가 끊긴 수화기를 내려놓은 종혁은 피식 웃었다.

    ‘골치 아플 거다.’

    대통령으로서의 지지율이냐, 아니면 국정 활동을 지지해 줄 국회의원들의 이권을 챙겨 주느냐.

    회귀 전, 군대의 위수 지역 철폐 여론에 상인들이 반발하며 시위할 때 정치인들이 앞장섰던 이유가 뭐겠는가. 다 거기에 이권이 얽혀서다.

    지금은 죄다 긁어 모아 한꺼번에 터트렸기에 그 불똥이 튈까 몸을 사리는 거지, 여론이 관심이 멀어지면 슬그머니 대가리를 들이밀어 검거된 위수 지역 상인들의 방면을 요구할 것이다. 그게 국개의원이다.

    ‘뭐 지역구 주민의 생활을 신경 써야 하는 게 정치인이라지만…….’

    낄 데 안 낄 데 구분을 못해서 문제다.

    그래도 이제 박노형 대통령은 국민이냐, 정치냐를 두고 머리 터지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일단 종배수한테 최대한 빨리 리모델링을 마치라고…… 음?’

    “아, 죄송합니다.”

    “아니야. 잘 들었어.”

    그저 잘 들었다 뿐일까. 종혁의 간덩이가 얼마나 큰지도 확인한 순간이었다.

    대통령에게 태연하게 요구하던 모습이란.

    “들지.”

    “감사히 먹겠습니다.”

    ‘으흠.’

    짜증 나게 만든 대통령에게 한 방 제대로 먹여서 그런지 입안을 적시는 커피 향이 무척이나 풍부하게 느껴졌다.

    “잘 마셨습니다. 그럼 전 이만 업무를 위해 내려가 보겠습니다. 아직 조서 작성도 다 마치지…….”

    툭.

    종혁은 이택문이 던진 프로필 서류, 거기에 붙어 있는 사진 한 장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중경에서 올라온 거야.”

    중앙경찰학교. 깜짝 놀라 이택문을 봤던 종혁은 이내 웃기 시작했다.

    “이 개새끼들이 결국 선을 넘었군요.”

    깜찍하게 넘었다.

    ‘그리고 드디어 잡았네. 또 다른 꼬리.’

    경찰청장까지 움직인 놈들이다.

    그런데 경찰 내부에 이놈들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렇게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그 상황을 겪게 되니 열이 머리끝까지 솟는다.

    “명령을 내려놓으신 겁니까?”

    “국정원에도 쁘락지가 있었던 놈들인데, 우리 경찰이라고 없을까.”

    그래서 중앙경찰학교와 경찰대, 경찰인재개발원 등에 입교생의 문신을 조사하라고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문신은 곧 인성과도 연결되는 문제라 별 반발 없이 받아들여졌는데, 이렇게 월척을 낚을 줄은 몰랐다. 모두 순전히 우연이었다.

    샤워를 하는 입교생의 허벅지 안쪽에 작게 새겨져 있던 문신.

    정말 우연히 발견하게 된 거다.

    “그런데도 이제야 문신이 밝혀졌다라…….”

    역시 영리하고 치밀한 놈들이다.

    “혹시 모르니까 전수 조사는 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린 상태지.”

    잘했다.

    한 발 더 나갔다간 겨우 드러난 꼬리가 잘렸을 것이다.

    “이제 몇 주 후면 실습을 나가게 될 거야.”

    순경이 되기 위한 교육 기간은 총 32주.

    그중 16주가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기간이다.

    이후엔 지구대나 파출소로 실습을 나가게 되고, 실습이 종료된 후에 시보로 임용되며 졸업을 하게 된다.

    ‘더 늘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

    본래는 24주에 불과했던 교육 기간.

    종혁이 지속적으로 경찰들의 전문성을 윗선에 강조해 온 덕분에 32주로 늘어나게 된 것이었다.

    이택문은 어떻게 할 거냐는 듯 눈으로 물었다.

    “아마 이 한 명이 전부가 아닐 겁니다.”

    “그렇겠지.”

    “두 달만 휴가 주십시오.”

    종혁 본인의 눈과 촉이라면 눈짓, 작은 손짓 하나로도 이놈과 연관이 된 그 조직의 놈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중경 훈련교관 지원을 나가는 걸로 처리해 놓지.”

    “충성.”

    절도 있게 거수경례를 하고 돌아서 경찰청장실을 빠져나온 종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또 잡았다, 이 개새끼들아.”

    종혁의 입이 사납게 찢어지기 시작했다.

    “……아, 근데 이러면 또 부서 이동이잖아?”

    왠지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편 종혁이 나가고 남겨진 이택문 경찰청장은 피식 웃었다.

    “거기선 또 어떤 사고를 칠까…….”

    좁으면 좁은 대로, 넓으면 넓은 대로 대형사고를 치는 게 종혁.

    비실 웃은 이택문은 자리로 돌아가 서류를 열었다.

    *   *   *

    “뭐? 두 달?!”

    “어쩌겠습니까. 까라면 까야지.”

    “……씨발. 쪼잔한 새끼들.”

    대충 예상이 간다. 종혁이 너무 잘나가니 질시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자는 몽둥이로 때려잡는 형사들이 옆 사람이 진급하면 어찌나 배 아파하는지 정말 겪어 보지 않고서는 논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도 청장님이 널 예뻐하시긴 정말 예뻐하시는 가보다. 이렇게 빼 주기도 하시고.”

    ‘그런 거 아닌데…….’

    하지만 이대로 오해하고 넘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기에 종혁은 입을 다물기로 했다.

    “오 경감님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같이 갈 거냐고? 난 싫다. 내가 씨발 거길 왜 또 가?”

    “큭큭. 많이 데였나 보네요.”

    “가 보면 알아, 가 보면. 하, 씨발…….”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최재수를 봤다.

    “최 경장은 나 없는 동안 오 경감님 서포트 잘하고.”

    “저도 가고 싶습니다! 중경!”

    경찰 최재수를 탄생시킨 고향, 중앙경찰학교.

    “씨발! 경장 따까리 주제에 어떻게 중경 교관을 해, 이 무식한 새끼야! 너 학위 있어?”

    “……아뇨.”

    “그럼 닥치고 처먹어!”

    “우읍! 켁!”

    결국 파전 한 장을 입에 모두 욱여넣게 된 최재수는 오택수를 죽일 듯 노려봤고, 그러다 기어코 한 대 맞았다.

    “아무튼 저 없는 동안 오 경감님이 1팀장 대리로서 무게 좀 잡아 주세요. 잘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김판호와 윤선빈. 여차하면 1팀으로서의 권위를 잡아먹을지 모르는 괴물들이다.

    “아, 그리고 얘들도 좀 조사해 주시고요.”

    종혁은 냅킨에 글자를 적어 오택수에게 내밀었다.

    “JU?”

    희대의 사기꾼 조희구 때문에 조 단위의 사기를 치고도 그 유명세가 적었던 JU그룹.

    깡통 회사의 가치를 부풀려 주가를 조작해 수많은 이들이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결정을 내리게 만든, 일명 깡통 주가 조작 사건을 벌인 게 바로 이놈들이었다.

    그 사건의 피해액은 무려 약 200억 원.

    이놈들 때문이었다. 오택수를 데려가지 않는 이유가 말이다.

    현시점에서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이 사건에 대해 말해 줄 수는 없었기에 종혁은 적당히 각색하여 놈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 설명이 끝이 나자 오택수는 미간을 좁히며 소주잔을 들었다.

    “……씨발. 이놈의 대한민국은 사기 공화국이야, 뭐야? 개놈의 사기꾼들.”

    소주를 단숨에 들이켜며 타오르는 속을 달랜 오택수는 테이블을 검지로 두드리다 종혁을 봤다.

    “실탄은?”

    “무제한. 다 날려도 돼요.”

    날리면 날리는 대로 놈들을 쫓을 명분이 되어 줄 거다.

    “오케이.”

    “우오으으오!”

    “다 씹고 말해. 다 씹고.”

    오택수는 최재수의 뒤통수를 탁탁 쳤고, 최재수는 가드를 하면서도 열심히 파전을 씹었다. 물론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치 자신도 그걸 생각했다는 듯한 최재수의 눈빛을 일견한 종혁은 다시 입을 열었다.

    “조언해 주실 건 없어요?”

    “조언이라…… 걔들은 경찰이 아니라는 거?”

    “당연한 말은 하지 말고요.”

    ‘에라이.’

    아무래도 얻을 게 없을 것 같다 느낀 종혁은 소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중경에 그놈이 있으면 좋겠네.’

    어머니와 종혁 본인을 죽인 그놈.

    절간 나무 냄새를 풍기던 찢어 죽일 새끼.

    회사라는 놈들과 여러 차례 마주쳤으나, 아직까지 그놈에 대한 뚜렷한 단서는 얻지 못했다.

    이번에는, 이번만큼은 그놈을 만날 수 있기를 종혁은 간절히 바랐다.

    ‘정말…… 좋겠어.’

    까드득!

    종혁의 입안에서 쇠젓가락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   *

    “두 달이나?”

    “주말엔 올라올 거예요.”

    “어이구. 퍽이나.”

    “어? 나 왜 신뢰가 없지?”

    “그럼? 수사 한 번 시작됐다고 하면 몇 날 며칠…….”

    “오케이. 사랑합니다.”

    종혁은 어머니 고정숙을 꽉 끌어안았고, 고정숙은 그 옆구리를 후려쳤다.

    “악!”

    “화장 망가지게 어딜.”

    “이제 가면 5일 동안 못 보는데!”

    “아들, 아무리 너랑 나랑 모자 관계라도 징그러운 짓은 하지 말자. 요새 유행이 대범한 엄마, 시크한 아들이래.”

    “싫습니다.”

    종혁은 다시 그녀를 끌어안으며 온몸에 힘을 주었다.

    왜일까. 놈들을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자 유독 어머니가 눈에 밟힌다.

    다시 안겨진 고정숙은 주먹을 부르르 떨다가 이내 종혁의 등을 토닥였다.

    “가서 잘하고. 민폐 끼치지 말고. 가서 마음에 안 든다고 뼈 부러트리지 말고.”

    “엉?”

    “네 아빠도 초임 순경은 사람 취급 안 했어.”

    종혁이 경찰에 대해 얼마나 큰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그녀다.

    걱정이 담긴 어머니의 눈을 빤히 본 종혁은 피식 웃었다.

    “다녀올게요. 나 없다고 밥 대충…… 아, 철이랑 희야가 있지.”

    종혁은 오빠 하며 눈물을 그렁거리는 순희의 볼을 쓰다듬으며 순철을 봤다.

    “어머니 부탁할게.”

    “걱정 마시라요.”

    “우리 희야도 부탁할게.”

    “걱정 마세요! 이잉…….”

    “아이구. 아주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울어.”

    결국 순희를 달래느라 예상한 시각보다 늦게 출발하게 된 종혁. 다행히 늦지 않은 시간에 충주의 중앙경찰학교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교장실로 올라갔다.

    “충성. 경정 최종혁. 중앙경찰학교 훈련교관 지원을 요청받고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충성.”

    “오, 어서 와요. 어서 와.”

    종혁은 진심으로 반갑게 맞이하는 교장의 모습에 눈을 빛냈다.

    *   *   *

    해가 막 뜨기 시작하는 아침 6시.

    따뜻한 봄인 4월이 갈 날도 얼마 안 된 상태지만, 아직까진 싸늘한 중앙경찰학교 연병장에 운동복을 입은 수백 명의 입교생들이 모여 수다를 떤다.

    “야, 어제 들었어?”

    “당연히 들었지! 본청에서 엘리트 간부가 왔다면서?”

    모든 교육을 마치고 순경이 된다고 해도 감히 꿈조차 꿀 수 없는 본청. 아니, 지방청이라도 들어갈 수나 있으면 다행일까.

    경찰이 되길 희망하는 그들로서는 몸이 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간부가 아니라 팀장이래! 역대 최연소 팀장!”

    “뭐 진짜?”

    화들짝 놀란 그들은 이내 몽롱한 눈빛을 지었다.

    ‘최연소 팀장이면 얼마나 대단한 아우라를 풍길까?’

    그들은 종혁을 얼른 만나기를 희망했다.

    그건 그들 사이 염세적인 눈빛으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이충호도 마찬가지다.

    ‘최종혁.’

    회사의 일을 사사건건 방해한 악적.

    “어이, 동태 눈깔. 또 너만 운동하냐?”

    이충호는 패거리를 이끌고 다가온 이십대 중반의 사내의 모습에 혀를 찼다.

    “아침부터 시비 걸지 말고 가라.”

    “큭큭. 이제 어쩌냐. 새로 온 훈련교관이 졸라 잘생겼다는데. 이제 너 다른 여경들에게 외면받는 거 아냐? 오구오구, 이제 혼자 밥 먹겠네?”

    “부럽냐?”

    “뭐 이 새끼야?”

    “발끈하는 거 보니까 맞네. 아, 그래서 계속 시비 걸었던 거냐?”

    “이 씨발 새끼가…….”

    “야야, 교관들 온다.”

    “……너 씨발. 아침 먹고 보자.”

    대답 대신 중지를 치켜세운 이충호는 고개를 돌려 단상을 응시했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크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몸이 위협적이다.

    “자, 잘생겼다.”

    “응! 응!”

    마치 강남의 귀공자를 보는 듯 피부 트러블 하나 없이 매끈하고 잘생긴 얼굴. 그래서인지 위협적인 몸조차 야성미 가득 풍기는 맹수처럼 느껴진다.

    “모, 목소리는 어떨까?”

    누군가의 말에 눈이 번뜩인 그들은 종혁의 입을 주목했다. 그건 이충호도 마찬가지였다.

    첫 만남. 첫 대화.

    ‘넌 어떤 타입이지, 최종혁?’

    이충호의 눈이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그것처럼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그 순간 종혁의 입이 느릿하게 열렸다.

    “뭐야, 이 매가리 없는 병신들은.”

    철렁!

    ‘……뭐?’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독설에 그들은 눈을 부릅떴다.

    “반갑다. 앞으로 몇 주 동안 너희 병신들의 훈련을 담당할 교관 최종혁이다. 그런데…… 하나둘…….”

    종혁은 여전히 넋이 나간 입교생들의 숫자를 헤아리다가 옆에 서 있는 교관을 봤다.

    “하, 선배님들. 설렁설렁 하시지 말라니까요. 이제 곧 실무 실습인데 숫자가 왜 이렇게 많습니까.”

    “이번 기수가 좀 잘 빠졌더라고.”

    “저게요?”

    썩은 동태 눈깔도 저보단 말똥말똥할 것 같은 수준의 눈빛들. 그리고 몸은 또 왜 저렇게 비실해 보이는지.

    “……하.”

    피식 웃은 교관들은 잘해 보자며 종혁의 어깨를 두드렸고, 재차 한숨을 내쉰 종혁은 입교생들을 봤다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뭐해, 이 병신들아! 뛰어!”

    “으앗!”

    “앗!”

    입교생들에겐 참 최악인 첫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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