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66화 (266/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66화>

    2년이라는 긴 시간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지내다보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될 때가 온다.

    군대에서의 마지막 휴가, 15박 16일의 휴가를 받고 사회로 나온 병장 조호연이 딱 그런 시기를 겪고 있었다.

    “캬! 우리 호연이도 드디어 말년 병장이네!”

    바로 말년 병장.

    내무반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 권력을 이양하면서 숨 쉬는 것조차 조심해야 되는 반쯤 민간인.

    “제대하면 뭐하려고? 복학하려고?”

    “일단은 학비부터 벌어야지. 씨발, 군대에서 모은 게 없다.”

    “에엥? 군대에서 돈 쓸 일이 뭐가 있다고? 월급이 7만 원이라고 하지 않았어? 한 달에 7만 원이면…… 거의 3백만 원 모았겠네! 어머, 오빵-!째연이 용돈 없쪄요!”

    “……야, 쟤 취했다. 재워라.”

    “안 취했거든?! 학교에서 아저씨 취급받는 놈들 불쌍해서 놀아…… 읍! 으읍!”

    “그래요. 우리 째연이 코 하자.”

    발버둥 치는 대학 동기를 바라보던 조호연 병장은 옆에서 내밀어지는 술잔에 눈을 껌뻑였다.

    “짠?”

    “짠.”

    웃음과 함께 술잔이 부딪쳤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힐끔 시계를 본 조호연 병장은 몸을 일으켰다.

    “뭐야, 벌써 가게?”

    “부대에 전화해야 돼.”

    “벌써?”

    이제 겨우 저녁 7시다.

    “몰라. 8시까지 전화하래.”

    “뭐? 그럼 아까 그 전화가 부대에서 온 거였어?”

    “……씨발.”

    “미친! 어떤 또라이 새끼가 그런 짓을? 너희 중대장 새로 왔냐? 아니, 그보다 원래 말년이면 봐주지 않아?”

    “몰라, 씨발. 무조건 전화 받으래. 아니면 영창 보낸다고.”

    대충 어떤 이유인지 예상은 간다.

    조호연 병장이 휴가를 나오기 전 부대를 뒤집어 놓았던 경찰들. 아마 그들 때문일 것이다.

    ‘그러게 찔릴 짓은 왜 하는데?’

    진짜 휴가가 잘리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휴가를 잘랐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테지만 말이다.

    “지랄, 씨발 군대! 이놈의 군대는 정상인 적이 한 번을 없네!”

    “그럼 난 먼저 간다. 연락할게!”

    “어. 들어가!”

    “군인 아저씨, 잘 가-!”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온 조호연 병장은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모습에 울상을 지었다.

    “저 사람들은 이제 술 마시러 가는데…… 씨발.”

    군인인 게 죄였다.

    한숨을 푹 내쉰 그는 지하철역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집근처의 주택가.

    바스락 근처 편의점에서 산 술을 담은 봉투를 든 조호연 병장은 다시 시간을 확인하곤 이를 뿌드득 갈았다.

    이제 겨우 7시 40분.

    “씨발. 내가 제대만 해 봐! 싹 다 신고해 버릴 거야, 아주!”

    “그 신고 지금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흠칫!

    “누, 누구?”

    “경찰입니다.”

    조호연은 경찰공무원증을 들이미는 종혁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   *   *

    “휴가 나간 장병들은 문제없겠지?”

    “걱정 마십시오. 1시간마다 연락해서 상황통제 중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대대장은 술잔을 들었다.

    “자, 그럼 우리도 한잔할까? 수색대대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채재쟁!

    고기 굽는 냄새가 가득한 식당, 군인들의 술자리가 시작됐다.

    “아닙니다. 경찰은 안 왔지 말입니다. 술도 깰 겸 근처 카페에 왔습니다. 커피만 마시고 들어갈 겁니다.”

    -그래. 허튼짓할 생각 말고. 부대에 남은 후임들 생각해야지. 대대장님이 이틀 먼저 내보내 주신다는 약속 잊지 않았지?

    이틀. 단 1분이라도 군대에 붙어 있고 싶지 않은 말년 병장에게 이틀이란 너무도 엄청난 시간이었다.

    조호연 병장은 그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고 나서야 온전히 말년 휴가를 나올 수 있었다.

    “……예. 들어가면 전화하겠습니다. 충성.”

    -충성.

    통화를 종료한 조호연 병장은 이를 악물었다.

    “이틀은 씨발. 개새끼들…….”

    미우나 고우나 정이 든 후임들의 군 생활을 인질로 삼은 놈들이 개새끼가 아니라면 누가 개새끼일까.

    조호연 병장은 앞에 앉은 종혁을 매섭게 노려봤다.

    “하나 물어도 되겠습니까? 왜 제대한 병장들을 찾아가지 않은 겁니까?”

    “그들은 과거이지만, 조호연 병장은 현재진행 중에 있으니까요.”

    제대해 민간인이 된 이들에게 위수 지역의 상황을 들어 봤자 큰 의미가 있을까. 수사가 들어가도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하면 그만이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위수 지역 상인들의 거래 내역을 살필 수 없는 상황에서 괜히 억지로 확인하려 들었다간 얼마 전처럼 경찰이 소상인을 괴롭힌다며 역풍만 맞는다.

    그래서 굳이 제대한 인물들을 찾지 않은 것이었다. 찾기도 힘들지만 말이다.

    “후우. 그래요…….”

    “조호연 병장의 신변 보호는 확실하게 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참고로 제 팀원들이 다른 말년 병장들에게도 찾아갔으니 조호연 병장이 말한다고 해도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없을 겁니다.”

    움찔!

    종혁은 놀라 쳐다보는 조호연 병장을 향해 걱정 말라는 듯 웃어 주었다.

    “……뭐가 궁금하십니까?”

    ‘됐군.’

    종혁은 테이블 아래로 내린 주먹을 꾹 쥐었다.

    *   *   *

    “현금 결제를 유도 한다는 말입니까?”

    “네! 막 5천 원, 만 원 깎아 준다는데 현금을 주지 않을 수가 없잖습니까! 5천 원, 만 원이 저희한테 얼마나 큰데!”

    따지면 카드 가맹점이 아니라고 한다. 카드 계산기가 버젓이 눈에 보이는데도 말이다.

    그러다 못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어느새 헌병이 찾아와 식당에서 행패를 부렸다고 외박, 외출을 취소해 버린다.

    이후엔 식당에서 출입을 금지시켜 버린다.

    “그러니 저흰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진짜!”

    “와, 씨발. 개새끼들이네, 이거?”

    예상한 것보다 더 악질들이다.

    “제 말이요! 아?”

    “하하. 경찰도 욕합니다. 드라마 안 보셨어요?”

    “그, 그건 드라마라서 그런 거 아닌가요?”

    “에이. 심의 규정 때문에 드라마가 다 못 담는 겁니다. 사람을 칼로 찌른 놈, 남의 집 담을 넘는 놈들한테 존댓말해서 되겠습니까? 얕보이기만 하지?”

    “아아.”

    “그럼 위수 지역 상인들은 다 그런 겁니까?”

    “한 사람이라도 잘 대해 주면 이런 말을 안 하죠! 아니, 그런 분들이 가끔 나타나시긴 합니다!”

    “……오래 못 버티는 거군요.”

    조호연 병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 두 달을 못 버티고 가게를 빼시더라고요.”

    “주변 상인들이 압박을 하는 겁니까?”

    “그건 잘…… 아, 하지만 한 번이라도 거길 다녀오면 가격을 더 높여 받습니다!”

    PC방은 2000원, 치킨은 병아리를 잡은 것처럼 양이 적은데도 16000원, 소주랑 맥주는 병당 4천 원.

    청담동에 가도 3천 원이면 소주 한 병을 마시는데 말이다. 심지어 생맥주는 팔지도 않는다.

    그러다 4인 이상이면 1인당 18000원까지 가격이 낮춰지는 곰팡이 가득 핀 방에서 한숨 자고 다음 날 부대에 복귀하는 것이다.

    “군인 메뉴판도 따로 있습니다!”

    그게 더 환장할 노릇이다. 군인들만 오면 슬그머니 군인 메뉴판을 내밀고, 가족들과 함께 오면 일반인 메뉴판을 내민다. 그 일반인 메뉴판도 가격이 엄청 세지만 말이다.

    “부대에 말은 안 해 봤습니까?”

    “해 봤죠! 안 해 봤겠습니까?!”

    하지만 간부들은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어쩔 수 없다라……. 흐음.’

    “진짜 저희도 사람답게 먹고 마시고 싶습니다! 억지로 끌려온 것도 좆같은데 씨발! 좆같은 위수 지역! 이 나쁜 사람들 좀 어떻게 해 주십시오, 형사님!”

    조호연 병장 자신은 이제 군 생활이 얼마 안 남았으니 상관없다. 하지만 이제 막 입대한 이들은 무슨 죄로 이렇게 돈을 뜯겨야 한단 말인가?

    “걱정 마십시오. 꼭 그렇게 될 테니 말입니다.”

    “…….”

    조호연 병장은 불타오르는 종혁의 눈을 보곤 작은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무튼 이 정도면 될 것 같군요.”

    그냥 됐다 뿐일까. 덕분에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

    “협조 감사합니다. 아, 나중에도 증인으로 출석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그, 그건 좀…….”

    “괜찮습니다. 어차피 그때쯤이면 조호연 병장, 조호연 병장의 후임만 신경 쓸 수 없을 테니까요.”

    “아……!”

    “그리고 이것도 있고요.”

    종혁은 옆에 놔둔 캠코더를 두드렸고, 그걸 본 조호연 병장은 생각에 잠겼다.

    “부담스러우시다면 제가 부탁할 때 여기로 전화해서 오늘 하신 말을 다시 해 주기만 하셔도 됩니다. 연락처를 주시면 제가 이분께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박영일 사회부 부장……. 예, 제 번호는요…….”

    조호연의 연락처를 받아 적은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얼른 들어가 보세요. 의심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예! ……아,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이렇게 따로 조사하면 될 걸 왜 대대 장병 전원에게 물었냐고요?”

    “네.”

    “그건 지켜보시면 압니다.”

    아직은 확실치가 않았다.

    하지만 예상이 맞다면 아주 치명적인 비수가 될 터.

    싱긋 웃는 종혁의 모습에 조호연 병장은 입을 다물었다.

    “그럼 정말 부탁드리겠습니다.”

    거수경례를 하려다가 고개를 꾸벅 숙인 조호연 병장이 카페를 나서자 종혁은 담배를 물며 일어섰다.

    “개쌍놈의 새끼들…….”

    지이잉! 지이잉!

    “예. 그쪽은 어때요?”

    -야, 최 팀장. 이 새끼들 진짜 완전 개새끼들이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팀장이란 호칭까지 쓸까.

    솔직히 종혁도 위수 지역 상인이 앞에 있으면 멱살을 잡고 묻고 싶다. 너희에겐 양심의 가책이란 게 없냐고.

    최재수에게도 증언을 받았단 연락을 받은 종혁은 생각에 잠겼다.

    “이 병사들만 그렇게 말하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

    위수 지역의 폭리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란 건 종혁도 대충 알았다.

    전 장병이 성토를 하고 있음이 분명함에도 현 군부는 지침을 바꿀 생각이 보였다.

    미래에는 결국 위수 지역을 폐지하면서 말이다.

    이는 물론 미디어와 SNS가 발달하며 위수 지역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군 문제들이 대두되면서 진행된 일이지만, 훗날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군부대마저 해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왜 이렇게 고집스러운 태도를 일관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운전대를 두드리던 종혁은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뭐 좀 묻고 싶은데, 보통 대대장 같은 거 하면 그 지역에서 몇 년 정도 있을 수 있냐? 아, 그래? 그렇게 오래 있지 않네? 땡큐. 아니야. 수고.”

    전화를 끊은 종혁은 이번엔 정용진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과장님. 혹시 이기자 수색대대 대대장 성문식 중령의 자산 현황 좀 알 수 있을까요?”

    -……왠지 이번에도 사건이 커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건 저 혼자만의 착각입니까?

    “하하.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창문을 내리고, 다시 담배를 물었다.

    그렇게 약 30여 분의 시간이 흐른 후, 종혁은 정용진이 보내온 문자를 확인하곤 웃음을 흘렸다.

    “맞네. 뒷돈 처먹는 거.”

    혹시나는 역시나가 되었다.

    공무원 월급이 거기서 거긴데 어떻게 아파트가 3채일 수 있을까. 게다가 아내 명의로 된 상가가 두 채고, 자식들은 미국과 일본에서 유학중이란다.

    중령, 경찰로 치면 겨우 총경인데 말이다.

    -성문식 중령의 장인이 시골에서 4천 평 규모 과수원 운영 중.

    웃음밖에 안 나왔다.

    “아오, 씨발 새끼들.”

    사건이 커졌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다.

    이 양심의 가책조차 없는 악마들을 뿌리 뽑기 위해선 어떤 수를 써야 할까 그게 문제다.

    “……확실한 증거를 확보할 방법은 그것밖에 없지.”

    투견 사건 때처럼 그들 사이로 들어가는 것.

    종혁은 글러브 박스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예, 종 사장님. 납니다. 요새 좀 어때요? 바쁘지 않으면 믿을 만한 애들 좀 추려 봐요. 나랑 사업 좀 하나 하게.”

    삼성클럽 사건 때 칼을 맞은 전직 아리랑치기 잡범 및 마사지 업소 사장 종배수.

    드디어 이놈을 써먹을 때가 온 것 같았다.

    *   *   *

    휘이잉!

    공허한 바람이 불어오는 화천 사내면 위수 지역의 거리에 영웅본색의 휘파람 소리가 울린다.

    “휘, 휘휘휘-!”

    마치 주윤발처럼 선글라스를 낀 채 특유의 긴 파마머리를 코트와 함께 휘날리는 오십대의 종배수.

    입에 성냥개비마저 문 그 모습에 그의 양옆에 있는 작은 키 건달 셔츠를 입은 두 사십대 중년인이 얼굴을 붉힌다.

    “형님, 쪽팔립니다.”

    “시끄러워, 인마. 네가 낭만을 알아?”

    “낭만 찾다가 얼어 죽겠는데요. 안 춥습니까?”

    “……추워. 얼른 가자.”

    그들은 걸음을 재촉해 위수 지역 한구석 인테리어 공사가 벌어지는 공사 현장으로 향했다.

    “크으!”

    5층 모텔 건물과 3층 건물 세 개.

    3층 건물은 PC방, 음식점, 오락실로 리모델링되고 있다.

    “벅차다, 벅차. 이제 이게 우리 거란 말이지?!”

    “우리 거 아니고 그 형님 거. 우린 시다바리. 바지사장.”

    짧은 곱슬머리 사내의 태클에 종배수는 손을 들었다.

    “나도 알아, 인마! 짜식이 기분 잡치게. 씁.”

    “그래도 칼 맞을 만하네요. 이런 것도 떡 차려 주고.”

    머리를 빡빡 민 중년인의 말에 종배수의 입이 주욱 찢어졌다.

    어디 여기뿐이겠는가. 양구와 다른 전방 군부대 위수 지역 한 곳에도 이런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흐흐흐. 거봐라. 사람이 착하게 살면 이렇게 복을 받는 거다, 이 짜식들아.”

    “어딜. 똥꼬 쪽쪽 팔아서 얻은 거지. 큰형님이 그 형님한테 매일 아침 안부인사 한 거 벌써 잊었어?”

    “……마음에 안 들면 가, 인마. 가.”

    “삐졌어요? 뭘 또 이런 걸 가지고 삐진데?”

    “삐지긴, 인마! 누가 삐져!”

    “그럼 됐고. 우리 이거 확실하게 합시다. 양구는 내 겁니다. 방해하면 그땐 형님이랑 나랑 결단 나는 겁니다.”

    “하이고. 뭘 또 기어가서 일하려고 하냐. 그냥 여기서 편히 있다가 애들이 부르면 그때 가면 되는 거지.”

    “아…….”

    “이래서 너희가 대가리가 못 되는 거야.”

    “거 좀 아는 거 나왔다고 되게 폼 잡네.”

    “뭐 인마?”

    투덕거리는 둘을 보며 빡빡이는 머리를 긁었다.

    “그런데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 형님이 농땡이 치는 거 알면 가만두지 않을 텐데요?”

    움찔!

    살벌 그 자체인 종혁을 떠올린 종배수와 곱슬머리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들에게 누군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저번에 종혁이 삼겹살을 먹었던 가게의 사장이었다.

    “이 동네에선 처음 뵙는 분들 같은데…… 어디서 오신 분들입니까?”

    사장은 얼마 전 종혁이 군부대를 뒤집기도 하고, 경찰이 위수 지역을 뒤집기도 해서 외지인의 접근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종배수는 위아래로 훑는 사장의 시선에 거만하게 턱을 세웠다.

    “여기 동생들과 서울에서 사업을 좀 크게 하다가 여기가 그렇게 돈을 만진다고 해서 좀 벌러 왔습니다.”

    “서울?”

    “여기뿐만 아니라 양구랑 다른 위수 지역에도 판 깔았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아, 이 명함이 아니네. 이거요.”

    명함을 받아 든 사장의 눈이 빛났다.

    언뜻 무슨 호텔이라 적혀 있는 명함.

    ‘양구랑 다른 위수 지역까지?’

    아무래도 돈 좀 재대로 만졌던 양반 같다. 껄렁한 옷차림이나 서 있는 폼을 보면 일반적인 방법으로 돈을 번 사람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위수 지역이 돈을 만진다고 해서 들어왔다고 했다.

    M-컴퍼니 사장 종배수란 명함을 챙긴 사장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 물가가 좀 센데 괜찮으시겠어?”

    “어디요.”

    “응?”

    “굴러왔으니 박혀 있던 돌들에게 인사해야지. 여기 상가번영회로 안내 좀 해 주쇼.”

    “……하하. 이거 뭘 좀 아시는 분들이 이웃으로 오셨네.”

    여태껏 슬그머니 굴러들어 지켜야 할 도리도 지키지 않은 채 장사를 하던 뜨내기들과는 다른 부류인 것 같았다.

    “따라오쇼.”

    종배수는 돌아서는 사장의 모습에 두 동생과 눈을 마주치며 거만히 콧대를 세웠다.

    ‘봤지?’

    ‘여윽시 우리 형님!’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동생들의 모습에 종배수는 씨익 웃었다.

    종혁이 봤다면 뒤통수를 후려쳐 버렸을 만큼 얄미운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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