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63화 (263/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63화>

72. 불공정거래

경정 진급으로 휴가를 받은 다음 날, 종혁은 아침부터 나탈리아와 통화를 했다.

“중국에 있는 놈들의 성형이 끝났다고요?”

정확히는 성형 후 얼굴에 붓기가 다 빠진 상태였다.

-네. 지금 사진 보내 드릴게요.

종혁은 특별한 메일로 도착한 사진들을 출력했다.

“새끼들.”

성형이라고 제법 훈훈하게 뜯어고쳤다.

그러면서도 돌아서면 잘 생각나지 않을 평범한 외모.

-현재는 칭따오에 새로운 모처를 구해 모여 있는 중이에요.

‘청도?’

칭따오 맥주로 유명한 중국 청도.

‘잠깐, 조희구가 튄 곳이 청도 아니었나?’

회귀 전, 도주한 조희구가 밀항을 한 곳이 바로 중국 청도다. 그리고 의구심이 가득했던 사망 소식을 전한 곳도.

이 기가 막힌 우연에 종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모처의 소유주는요?”

-월세예요. 소유주 쪽도 깨끗하고요.

“……쯧. 역시 틈을 안 주네. JH메디컬은요?”

-현재 가입자가 3만 명을 돌파했어요. 분기 설명회에 참석해 본 요원 말로는 왜 이자에게 사기를 당하는지 알 것 같다더라고요.

“하하.”

‘그놈 아가리가 환상의 아가리긴 하지.’

그리고 이 시기쯤 그런 환상의 아가리가 하나 더 있었다.

조희구보다 한발 앞서 한국을 뒤집어 놨던 다단계 기업. 그리고 주가조작 사기의 새 지평을 연 기업, JU그룹.

‘그래, 이놈들도 있었지.’

지금쯤 개미들을 한참 불리고 있을 놈들을 떠올린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조금만 더 수고해 주세요.”

-후훗. 수고는요. 우리 러시아의 일이기도 한 걸요.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진급 축하드려요. 그리고 언제 한번 러시아에 들러요. 당신의 다른 친구가 기다리니까요.

러시아의 2인자, 메드베제프를 뜻함을 알아차린 종혁은 눈을 빛냈다.

“네. 꼭 그러도록 할게요. 들어가세요.”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사진들을 들고 몸을 일으켜 방 한구석에 있는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딱! 딱!

화이트보드에 놈들의 사진이 붙었다.

“조희구…… 철량리 종교법인…….”

가만히 화이트보드를 응시하던 종혁은 씩 미소를 지었다.

“크군.”

왜인지 한 번에 싹 다 낚아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아닌 느낌.

그렇게만 된다면 놈들 조직에 엄청난 타격을 줄 터. 윗선을 알아낼 확률도 높았다.

‘윗선이 아니라 놈들과 관계된 놈들만 찾아도 만족할 만한 성과지.’

“좋군. 좋아.”

분위기가 절로 흉흉해진 종혁은 사진들을 수거해 책상 서랍에 집어넣고 자물쇠로 잠갔다.

똑똑똑.

“음? 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며 순희의 고개가 빼꼼 내밀어지자 종혁의 표정이 삽시간에 온화해진다.

“응. 무슨 일이야, 우리 순희.”

다가간 종혁이 순희를 안아 들자 꺅 소리를 지른 순희가 그 맑고 큰 눈으로 똘망똘망 쳐다본다.

“이모가 과일 드시래요, 오빠.”

“잉? 엄마가? 출근…… 아, 오늘 일요일이지 참. 알았어, 나가자. 슈우웅!”

“꺄악!”

종혁은 순희를 비행기 태우듯 번쩍 들며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아들. 선 한번 볼래?”

“……잉?”

*   *   *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 없지? 그럼 앞으로 귀찮지 않게 한 번만 나가. 만나서 지지든 볶든 네 맘대로 해도 상관없으니까.

소위 강남 사모님들이 자주 다니는 강남 모처의 피부숍과 헤어숍을 이용하는 고정숙. 잔뜩 피곤한 얼굴로 ‘앞으로’라는 말을 강조하는데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체 얼마나 시달린 건지…….”

그게 아니었다면 어머니 고정숙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고작 이 나이에 맞선을 하게 될 줄은 몰라서 피식 웃은 종혁은 달그락 얼음이 부딪치는 커피잔을 들어 입에 가져갔다.

‘그나저나 맞선도 오랜만이네.’

회귀 전, 배경이 되어 줄 사람이 있을까 해서 30대 때 몇 번 해 본 적이 있는 맞선. 결국 태생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는 것만 깨닫게 된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때도 이렇게 호텔의 커피숍이었다.

또각또각!

고개를 돌린 종혁은 긴 생머리에 투피스로 단아하게 치장을 한 이십대 중반의 여성이 다가오자 몸을 일으켰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최종혁입니다.”

사람이 일어섰는데 마치 전봇대가 일어선 것 같자 깜짝 놀랐던 여성은 제대로 꾸민 종혁의 얼굴을 보곤 잠시 멍해졌다.

“하늘 씨?”

“아, 안녕하세요. 이하늘이에요!”

외모도 외모지만, 종혁에게 풍기는 거친 남자의 향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런데 전 아직 명함이 없어서…….”

“아, 괜찮습니다.”

대유그룹의 차녀, 이하늘.

맞선을 보는데 그런 것도 모르고 나올까.

‘그런데 대유그룹은 어디 있는 회사야? 기업명이 희한하게도 낯이 익은데…… 아!’

“앉으시죠.”

아차 한 종혁은 맞은편을 가리켰고, 이하늘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앉았다. 그런 둘에게 종업원이 다가와 메뉴판을 내밀었다.

“전 있으니 괜찮습니다.”

“……에스프레소 하나 주세요.”

그렇게 주문을 마친 여성은 종혁을 위아래로 훑었다.

“경찰이시라고요?”

‘꼴에 시계는 좋은 걸 찬 것 같은데…….’

다른 건 죄다 모르는 브랜드다.

‘아니, 브랜드는 맞긴 한 걸까?’

“예. 현재 경정 계급이고, 수사팀의 팀장입니다. 하늘 씨는 미술 전공을 하신다고요?”

“정확히는 미술사 전공이에요. 세계 미술의 역사랄까요?”

“오, 어려운 걸 배우시네요.”

“딱히…… 아, 죄송하지만 화장실 좀.”

“아, 예.”

종혁은 대답조차 다 듣지 않고 일어나는 그녀를 멍하니 응시하다 피식 웃었다.

“똥이 나왔네.”

하지만 억지로 나온 맞선이니 오히려 이래 주면 좋았다.

종혁은 느긋이 커피잔을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지이잉!

“어? 얘가 왜?”

에바 미진 킴, 김미진.

드바 로마노프의 상무이자 종혁과는 오랜 지인인 그녀였다.

문자를 확인한 종혁은 깜짝 놀랐다.

“한국에 왔다고?”

쏴아아아!

-얘 뭐야. 완전 내 스타일이다-!

“아, 몰라. 건물 몇 채 가진 졸부 아들이라던데 패션 센스가 완전 꽝이야. 어디서 그런 이상한 걸 입고 왔는지 모르겠다니까.”

-몸은 어떤데? 말랐어? 근육 빵빵? 아님 평범?

“몸도 예술이긴 하더라. 하지만 아웃.”

-왜? 이 정도면 데리고 놀 만한 수준 아니야?

“됐거든?”

코웃음을 치는 순간이었다.

또각또각.

하늘은 옆에 선 여성을 힐끔 보곤 잠시 입을 다물었다.

‘저건?’

이번에 나온 샤넬 신상백이다. 출시되자마자 매진이 되어서 실물을 구경조차 하지 못한 한정판 핸드백을 자신보다 더 어려 보이는 여성이 들고 있다.

괜스레 짜증이 난 하늘은 목소리를 높였다.

“됐거든? 요새 아무리 펫이 유행한다지만, 그런 수준 떨어지는 애를 만나야겠니? 소개팅도 아닌 맞선에? 진짜 엄마는 왜 이런 자리를 만든 거야. 아, 진짜 짜증 나.”

-하긴 대유그룹 차녀가 그런 공무원을 만날 이유가 없지. 그런데 이 사람 이름이 뭐야?

“최종혁 팀장…… 뭐야, 너 혹시 관심 있니?”

-몸이 죽인다면서?

“미친년. 됐고, 오늘 저녁에 어때? 시간 있어?”

-나야 시간 많지. 거기서 봐?

“응. 1시간 뒤에 봐. 그래도 1시간은 있어야 할 테니까.”

하늘은 수도꼭지를 잠그며 화장실을 나섰고, 옆에 남겨진 여성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최종혁? 오빠?”

설마 하며 밖으로 나온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정말이잖아? 정말 맞선을 보러 나왔다고?’

“흐응…… 마음에 안 드네.”

그녀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어머, 상무님. 중국 총괄지사의 상무가 되셨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아니에요. 늦기는요. 선물도 보내 주셨잖아요.”

“후후. 머무시는 객실은 마음에 드시던가요?”

고개를 돌린 미진은 다가온 단아하고 당찬 인상의 삼십대 미녀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 호텔은 언제나 마음에 들죠. 그런데 제가 바빠서요. 그럼 이만.”

미진은 핸드백을 움켜쥐며 커피숍 안으로 향했고, 남겨진 삼십대 여성은 의아해하다가 이내 곧 벌어지는 상황에 눈을 빛냈다.

‘어머머?’

*   *   *

‘뭐야, 이 남자.’

하늘은 화장실을 다녀오자마자 커피만 홀짝이고 있는, 아예 이쪽은 신경도 안 쓰는 종혁의 모습에 미간을 좁혔다.

물론 자신이 먼저 차려고 했지만, 심드렁한 모습을 보니 괜히 부아가 치밀었다.

짜증이 난 그녀는 입을 열었다.

“이봐요!”

“음?”

“지금 이게 무슨 매너인가요?”

“……아, 죄송합니다. 그냥 시간만 보내다 가자, 뭐 이렇게 암묵적으로 합의된 줄 알았습니다. 뭐 궁금한 거 있으십니까?”

“뭐라고요?! 이 남자가…….”

“오랜만이에요, 최종혁 팀장님.”

휙 고개를 돌린 하늘은 방금 전 화장실에서 마주쳤던 여성을 발견하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꼈다.

‘미, 미친!’

얼굴이 새빨개지는 하늘을 무시한 종혁은 미진을 보며 눈을 껌뻑였다.

‘네가 여기 왜 있어?’

방금 전 한국에 도착했다고 문자를 한 애가 왜 이 호텔에 있을까. 서울의 많고 많은 호텔 중 이 호텔에 말이다.

하지만 놀람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쪽! 쪽!

종혁의 양 볼에 닿은 친애의 인사.

“잘 지냈나요?”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사업 관계자를 대하는 듯한 말투.

눈을 가늘게 떴던 종혁은 이내 피식 웃으며 일어났다.

“반갑습니다, 에바 미진 킴 상무님. 늦었지만 중국 총괄지사의 상무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호호, 아니에요. 그런데 이쪽 분은 혹시?”

“아니요. 오늘 잠시 일이 있어 만나게 된 분입니다. 러시아분이신 에바 씨는 잘 모르는 개념의 미팅일까요.”

“흐음. 그런가요?”

하늘의 위아래를 훑은 미진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고, 하늘은 눈을 부릅떴다.

그때였다. 커피숍 입구가 웅성거리자 고개를 돌린 종혁은 살짝 놀랐다.

‘저 여성은?’

이 호텔의 주인이자, 훗날 이 호텔을 세계에서도 통하게 만드는 삼전그룹 김희건 회장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여장부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중 한 명, 김부현.

“오늘도 저희 호텔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불편하신 점은 없으신가요?”

공손히 허리를 굽히는 그녀의 모습에 종혁은 눈을 빛냈다.

“아닙니다. 언제나 즐겁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최종혁입니다. 늦었지만 결혼 축하드립니다.”

“유도 영웅께서 저희 호텔을 찾아 주셔서 영광이에요. 다시 인사드릴게요. 이 호텔의 기획부장 김부현이에요.”

‘어머, 옷 입는 센스 좀 봐.’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세심하게 제작한 슈트로 캐주얼함을 살린 수제 명품이었다. 젊은 사람들의 맞선 자리엔 딱 알맞은 옷차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빠른 캐치를 눈치챘지만, 호감을 보내오기에 종혁은 모른 척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아직까지 기억하십니까?”

“혹시 기억 안 나세요? 제 오빠가 2000년 올림픽 때 CF 모델을 제의한 적이 있는데…….”

이 일 때문에 종혁을 기억하고 있다. 그녀 역시도 호텔 홍보 모델로 종혁을 선택하려고 했으니 말이다.

개천에서 난 용으로 충분히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음에도 경찰을 택함으로써 정의와 정직의 상징이 된 종혁.

거기에 경찰대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할 정도로 머리까지 명석하니 당시 웬만한 기업들은 종혁을 욕심낼 수밖에 없었다.

“음.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죄송합니다. 제가 형사를 지망했는지라 얼굴 노출을 삼가야 했거든요.”

“아아, 그러셨구나.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TV에…….”

“하하.”

“후후. 그런데 이쪽 분은?”

하늘은 의아해하는 김부현의 시선에 자존심이 팍 상했다.

‘내가 여길 얼마나 자주 왔는데!’

“호호. 기억 안 나세요? 저 대유그룹의 차녀인데.”

“어멋! 죄송합니다! 너무 오랜만에 오셨네요. 그동안 잘 계셨죠?”

“네. 걱정해 주신 덕분에 잘 있었어요. 그보다 저희 엄마가…….”

“흠. 하늘 씨, 상황도 이렇게 됐으니 그만 헤어지도록 할까요? 아니면 제가 자리를 옮기겠습니다.”

“어머, 아니에요. 제가 중요한 자리를 방해했나 보네요. 그럼 전 이만. 좋은 시간 되세요.”

그렇게 고개를 꾸벅 숙인 김부현은 옆자리의 손님들에게로 향했고, 졸지에 지붕 쳐다본 개가 되어 버린 하늘은 어떻게 할 거냐는 종혁의 눈빛에 이를 악물었다.

……드륵!

“별꼴이야!”

핸드백을 꼬아 쥔 그녀는 커피숍을 빠르게 빠져나갔고, 어깨를 으쓱인 종혁은 미진을 봤다.

따악!

“아악! 오빠!”

“혼날래? 이게 어디서 입술을 함부로…… 콱 씨.”

“자기도 좋았으면서…… 폭력 반대.”

피식 웃은 종혁은 커피숍 바깥을 가리켰다.

“방 잡았지? 거기서 이야기하자.”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지만, 뒤통수에 꽂히는 시선이 제법 따갑다. 누군지 알아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같은 걸 느낀 미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그대로 미진이 잡은 룸으로 향했고, 김부현은 그런 둘을 보며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어머, 어머! 에바 상무의 애인이 최종혁 씨였어?’

결단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러브스토리에 그녀의 몸이 들썩였다.

*   *   *

미진이 잡은 스위트룸에 들어온 종혁은 능숙하게 커피를 타서 내밀었다.

“호오. 거기에 커피가 있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또 까분다. 그보다 중국은 좀 어때?”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미진의 표정이 돌변한다.

“어떻긴요. 예전 드바 로마노프 초창기의 러시아처럼 누구도 캐지 않은 금광이죠.”

현재 중국에 오픈한 매장이 무려 900여 개다.

러시아 매장의 2분의 1.

그럼에도 중국 진출 이전 드바 로마노프 패션의 총 매출 80퍼센트 가까이를 따라잡았다.

패션에 대한 욕망이 러시아보다 더 컸다.

“900개라고? 이렇게 빨리? 쉽지 않았을 텐데?”

종혁은 미진의 추진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거야 뭐…….”

미진은 의뭉스레 웃었다. 자세한 내용은 형사인 종혁에게 밝힐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걸 알아차린 종혁도 굳이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럼 후발 주자는?”

“……훗. 웃긴 방식을 취하더라고요.”

“음?”

“직원을 빼 가더라고요.”

종혁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헤드헌팅이야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관리자급 직원이 아니라 매장 직원을요.”

“……뭐?”

“그렇게 매장 직원을 빼 가서 회사를 차렸는데, 제대로 돌아갈 리가 있겠어요?”

“바보들인가…….”

“그래서 지금은 중간 관리자급을 노리는 것 같더라고요.”

“흠. 괜찮겠어?”

“오빠도 알잖아요. 저희 드바 로마노프의 무기를.”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싸고 막 입을 수 있다는 걸 장점으로 내세우기에 상대적으로 원단의 질이 떨어지는 SPA 브랜드.

그러나 드바 로마노프는 다르다. 전문적인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고, 원단도 가격 대비 최고로 좋은 원단을 쓴다.

후발 주자에게 손님을 뺏긴다고 해도 영원히 뺏기는 건 아니었다.

“흠. 그래도 확장세를 멈추고 현금을 확보하는 게 좋을 거야. 곧 제재가 들어올 수도 있을 거거든.”

종혁은 중국 증시 대폭락을 생각하며 말했지만, 미진은 다른 걸 생각했다.

‘그건 맞아.’

그렇지 않아도 여기까지 세를 확장하는 데 많은 적을 만들었다. 이제는 확장을 멈추고 내실을 다져야 할 때였다.

종혁은 생각에 잠기다 고개를 끄덕이는 미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런데 한국은 어쩐 일로 온 거야?”

“오빠 만나러?”

“진짜 까분다.”

“진짠데! 요!”

어느 정도는 진실이다.

상황도 이렇게 됐겠다 자체 휴가를 낸 그녀는 러시아로 가기 전 잠시 종혁을 보러 온 것이다. 종혁은 억울해하는 그녀의 모습에 머리를 긁었다.

“흠. 그래? 이거 어쩌지?”

“아, 괜찮아요. 어차피 약속도 잡지 않고 온 내 잘못이니까. 그럼 모레는 시간 되죠?”

“……아니.”

“3일 후는?”

“쏘리. 형들 면회를 가기로 해서.”

“……면회?”

지금 죄다 군대에 있는 가수 형들.

진급 휴가를 낸 김에 그들을 면회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종혁은 정말 미안하단 얼굴로 미진을 봤고, 미진의 눈썹은 역동적으로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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