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62화 (262/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62화>

하마터면 이택문 경찰청장의 목이 날아갈 뻔한 초대형 사건에 경찰 간부가 초를 치려고 했다.

분노한 이택문의 명령 아래 현장에서 검거된 주한빈 팀장은 곧바로 구속되었고, 뒷배가 사라짐을 깨달은 박 사장은 모든 걸 순순히 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박 사장과 주한빈의 관계, 박 사장의 범죄 증거와 뇌물장부 확보, 일을 방해한 반장에 대한 감찰 등 할 일이 태산이었다.

그렇게 본청에 거대한 태풍이 몰아치는 한편, 크로스백을 두른 삼십대 기자 한 명이 가리봉동의 조선족 밀집 구역에 나타났다.

“싸요, 싸!”

“만두 좀 드시고 가십쇼!”

“비켜! 앞에 비키란 말임다!”

얼마 전 살벌한 사건이 있었는데도 떠들썩한 번화가의 풍경.

“더 이상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폴리스라인이 쳐진 사건 현장까지 둘러본 기자는 우범 지역 조선족들의 표정을 눈에 담으며 다시 번화가로 나왔다.

“흠.”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듯 미간을 찌푸린 기자는 번화가에서 제일 손님이 많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드르륵!

“껄껄껄!”

“真的吗(진짜야)?”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식당엔 술과 음식을 즐기며 시끄럽게 떠드는 조선족들이 테이블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힐끔 자신을 보곤 다시 껄껄 웃는 그들의 모습에 기자의 미간은 더욱 좁아졌다.

그런 그에게 연복이 웃으며 다가왔다.

“어서 오십쇼! 이곳에 처음 오셨슴까?”

기자는 눈을 빛냈다.

“어떻게 알았지?”

“응? 처음 뵙는 분이니까 그럼다.”

마치 드라마의 대사처럼 처음 보는 분이니 처음 보는 분이라고 말한 거란 듯 순박한 연복의 모습에 기자의 눈은 더욱 빛났다.

그때였다.

드르륵!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손님들의 입을 꾹 다물며 노려본다. 그에 가게 안으로 들어오던 젊은 사내 3명은 주춤 물러섰다.

“뭐, 뭐이야!”

“뭐긴 뭐이야.”

안쪽 테이블에서 일어난 덩치 큰 사내가 3명에게 다가와 이를 드러낸다.

“딱 보면 모르니. 버러지 새끼들을 쳐다보는 거잖니. 배때기를 쑤시면 창자가 얼마나 흘러나올까, 모가지를 돌리면 얼마나 돌아갈까 견적을 내는 거다.”

정말 그러고 싶다.

이놈들 때문에 한국인에게 괜한 편견을 가지게 되고, 그 때문에 괜히 더 억압당하고 괜히 정기적으로 단속을 당하고, 시달리고, 보지 않아도 될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니 뒷목이 뜨거워 견딜 수가 없다.

“뭐, 뭐야? 니 죽고 싶니!”

쩍!

흉기를 숨긴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던 사내는 얼굴을 맞고 바깥으로 튕겨져 나갔다.

한 방에 정신을 잃고 꿈틀거리는 사내.

덩치 큰 사내는 얼어붙은 사내의 일행을 내려다봤다.

“왜? 니들도 죽고 싶니?”

“……가, 같은 동포끼리 왜 이럼까!”

“같은 동포? 하!”

덩치 큰 사내는 말을 꺼낸 놈의 멱살을 잡아챘다.

“어떻게 분탕질이나 치는 버러지 따위랑 우리가 같은 동포니.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지껄였다간 정말 모가지 돌아간다. 알겠니?”

섬뜩!

“무, 무슨……!”

그들은 갑자기 자신들을 배척하고 위협하는 주민들의 모습에 당황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러지 않았던 주민들이 말이다.

“왜, 우리가 모를 줄 알았니? 너희가, 그리고 이 동네에서 사고 치는 놈들이 저 우범 지역 빡빡이랑 그렇고 그런 사인 거? 우리가 병신이니?”

“헉! 그, 그걸 어떻게!”

“한 번만 더 이 동네에 얼씬거리면 너흰 우리 손에 죽는다.”

“그래! 꺼져라!”

“됐다. 지금 그냥 대가리에 젓가락 꽂자. 이리 와라!”

“히, 히이익!”

그들은 다급히 도망쳤고, 식당 안 손님들은 와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 먼저 나선 덩치 큰 사내를 향해 박수를 쳐 줬다.

“크, 크흥! 시, 식사나 마저 드십쇼!”

“와하하하하!”

얼굴이 시뻘게진 사내는 허둥지둥 자리에 앉았고, 그 모습을 빤히 보던 기자는 아직도 옆에 서서 사내를 선망 어린 눈으로 보는 연복을 불렀다.

“아. 죄송함다. 뭘 시키겠슴까. 저희 집은 다 맛있는데, 저희 조선족 음식 처음 드시는 분은 이 소탕을 추천함다.”

“그래. 그거 주고, 혹시 힘든 점이나 불편한 점은 없니?”

“예?”

연복이 고개를 모로 기울이자 기자는 명함을 내밀었다.

“난 이런 사람인데, 요새 경찰이 계속 조선족을 억압하고 강압하잖아. 우리 한국인들도 동포인 너희를 안 좋게 보고. 넌 잘 모르겠지만, 요새 시류가…….”

나긋나긋하게 말하던 기자의 입이 갑자기 조용해진 식당에 다물어진다. 젓가락과 그릇을 내려놓으며 가만히 그를 보는 손님들.

‘뭐, 뭐야!’

“연복아, 그분 누구니?”

“기자님이람다.”

“아, 기자…… 그러니.”

“그래, 저치들이 있었지.”

한국인과 조선족 사이를 음해하고 분란을 조장하는 데에는 언론도 큰 몫을 했다.

분위기가 흉흉해지기 시작할 때, 주방에서 나온 이 식당의 사장이 기자 앞에 앉았다.

“왜, 왜…….”

“기자 양반, 뭘 노리고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우린 한국에서 잘 살려고 노력하는 순박한 사람들임다. 삶이 팍팍하고 죽기 싫어 고향을 등져야 했던 불쌍한 사람들이란 말임다.”

“그, 그러니 조선족 동포들의 이런 현실을 세상에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르신.”

“내 소학교도 못 나와 배운 거 없는 무지렁이지만, 이거 하나는 암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

잠시 말을 멈춘 노인은 마침 물을 건네는 연복에게 고맙다 푸근히 웃어 주곤 말을 이었다.

“우린 한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 되고자 한국을 찾은 손님임다. 그런데 어찌 주인보고 안방을 내놓으라 하겠슴까.”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어르신! 주인이고 손님이라뇨!”

“또 얼마 전 어떤 형사님이 이리 말했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선 제일 먼저 지켜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리고 도덕이다. 그런데 우린 그러지 못했슴다. 내 일이 아니라고, 왜 사고 치는 소수만 보고 우릴 억압하냐고 원망만 했슴다.”

그게 누군가의 충동질임도 모른 채 7살 꼬맹이처럼 떼만 썼다. 뭔가를 주지도 않은 채 바라기만 했다.

“태생이 다른 수많은 물줄기가 모여 거대한 황하를 이루는 것처럼 언젠가 하나가 될 수 있게, 정말 말 그대로의 동포가 될 수 있도록 우리도 노력하겠슴다. 그러니 부디 이 불쌍한 사람들 당신들 욕심에 충동질하지 마십쇼.”

“…….”

기자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숙연해진다.

사장은 가게 한쪽 구석에 달린 CCTV를 가리켰다.

“녹음도 되는 거니 괜히 이 사람 말 곡해해서 쓰지 마오.”

“……쯧!”

부끄러움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기자는 식당을 빠져나갔고, 사장은 손님들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늙은 놈이 식사 분위기를 망쳤슴다. 곧 서비스를 내올 테니 드시고 계십쇼.”

짝짝짝짝짝짝짝!

“와아!”

“최곰다, 사장님!”

사장은 후다닥 주방으로 들어갔고, 훈훈한 웃음이 번졌다.

“아, 연복이 넌 어찌 된 거이니? 다음 주에 관둔다며?”

지난 1년여간 연복을 봐 온 다른 손님들도 깜짝 놀란다.

“예. 그렇게 됐슴다.”

아쉽지만 여기서 일하는 것도 이번 주가 마지막이다.

다음 주부터는 행복의 쉼터 재단의 지원을 받으며 학교에 다니게 될 것이다.

수술을 한 아버지도 순조롭게 회복 중이고 행복의 쉼터 재단 덕분에 벽지와 장판, 가구 가전 등 집이 새집처럼 바뀌어서 모든 게 안심이었다. 평생이 이번 같았으면 했다.

“그때 오신 형사님이 크게 도움을 주셨슴다. 덕분에 행복의 쉼터 재단에서도 우리 조선족 애들을 선별해 지원해 준담다! 그리고 저희 사는 곳에 소학교도 지어 준담다!”

아직 이들은 모르지만, 티엔쉔의 공장 부지에 소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정확히는 이들의 딱함을 알아차린 권희수가 그 소학교와 PY 게임센터를 랜드마크 삼아 우범 지역 거리를 정화시키고 발전시킬 예정이었다. 그에 종혁도 돈을 보태기로 했다.

“뭐이라니?! 그게 진짜니?!”

“진짬다!”

“와아아아!”

연복은 양팔을 번쩍 들며 좋아하는 사람들에 잠시 식당을 나와 맑은 하늘을 바라봤다.

“정말 고맙슴다, 형사님.”

그리고 작은 소망이 있다면 다른 지역의 동포들도 자신들처럼 진실을 알아차리고 이렇게 행복해졌으면 싶었다. 자신들을 본받아 마음을 고쳐먹었으면 싶었다.

“착하게 살면 이렇게 복이 오는 거니까…….”

“연복아!”

“예! 들어감다!”

연복은 얼른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드르륵, 탁!

식당의 문이 닫혔다.

*   *   *

웅성웅성.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인천여객선터미널.

떠나려는 일단의 무리와 배웅하려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죄다 검은 양복을 입은 두 무리의 사람들.

조동철을 옆에 둔 리동수가 종혁을 보며 이를 갈았다.

“내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갔어.”

이번 일로 인해 공화국이 입은 피해가 크다.

사로잡은 북파 공작원 일부 송환.

명분이야 곧 있을 제13차 남북이산가족상봉의 원활한 성사를 위함이지만, 결국 공화국이 고개를 숙인 거다.

위조지폐. 이게 컸다.

‘그때 이 아새끼가 통수를 친 게 위조지폐 때문이었다니!’

결코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었다.

“에이, 우리 사이에 무슨. 됐어요. 넣어 둬요.”

“사양하디 말라. 내 진짜 갚고 싶어서 그런다.”

“……에휴. 그럼 물질적인 건 됐고, 편지나 써 줘요. 아, 선선한 곳에 가면 못 쓰려나?”

“이 간나 새끼가 끝까지…….”

“조장 동지.”

“후우. 그래, 이별이 길면 좋디 않디. 다음에 또 보자우.”

리동수는 이런 피해를 입으면서까지 확보한 조동철을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듯 손수 뒷목을 꽉 잡은 채 몸을 돌렸고, 종혁은 멀어지는 그들을 향해 손을 크게 흔들었다.

“도착하면 편지 써요! 꼭이에요!”

“……뭐하네! 날래 안 가네?!”

“휘유.”

손등으로 이마를 훔치던 종혁은 묘한 눈으로 쳐다보는 국정원 요원들의 모습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왜요?”

“아하하. 아닙니다, 최 교관.”

“흐음.”

눈을 가늘게 떴던 종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그 방탄복과 비비빅, 중국 공항에서 수령할 수 있게 부탁드릴게요.”

“정말 넘겨주시려고요? 괜찮겠습니까? 이거 걸리면 나중 출셋길에…….”

“어? 말을 이상하게 하시네. 그거 국정원이 선물로 주는 거 아니었어요? 이번 일부 송환에 대한 비공식적 감사의 의미로?”

“……그렇죠.”

“거봐요. 그럼 수고하십쇼. 충성.”

“끙. 어디 가십니까? 서울 가시는 길이면 함께 가시죠.”

종혁은 여객선터미널 입국 게이트 쪽을 가리켰다.

“아직 형사로서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어서요.”

“예?”

의아해하는 그들을 뒤로한 종혁은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엔 구속복을 입은 채 옴짝달싹 못하는 티엔쉔과 양탁락, 그리고 그들을 데려온 오택수와 최재수가 있었다.

“읍! 으으읍!”

“쯧. 몸 불편하면 나오지 말라니까.”

굳이 오겠다며 휠체어를 타고 온 최재수.

“와야죠. 이번에 한 일도 없는데.”

최재수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던 종혁과 오택수는 살짝 놀랐다가 이내 풀썩 웃었다.

팀원이 이렇게 근성을 보이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

종혁과 오택수는 최재수를 대견하다는 듯 봤다.

“지금 그 눈빛들은 뭐예요. 꼭 7살 꼬마가 무사히 재롱잔치를…….”

“어? 야, 왔다.”

종혁은 7명의 조선족을 끌고 오는 중국 공안을 향해 다가갔다.

마치 줄줄이 비엔나처럼 수갑과 포승줄에 엮인 채 목발이나 방석을 마치 보물처럼 끌어안고 있는 허름한 옷차림의 조선족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연락드린 대한민국 경찰청 간편신고관리과 특별수사 1팀의 팀장 최종혁 경감입니다. 이놈들입니까?”

티엔쉔이 중국으로 보낸 마약 운반책들.

종혁은 티엔쉔과 양탁락을 중국 공안에 넘기는 조건으로 이들 조선족 7명을 넘겨받기로 했다. 그래서 이렇게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이들 7명의 신변을 중국 공안에서 확보했던 것이다.

“검사해 보면 알 겁니다. 그보다 흑룡파 티엔쉔은 어디 있습니까? 저놈들입니까?”

얼굴까지 구속복을 입은 티엔쉔.

종혁은 오택수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티엔쉔의 얼굴 구속복을 풀어 줬다가 다시 채웠다.

고개를 끄덕인 중국 공안은 함께 온 동료 공안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조선족 7명의 신변은 오택수에게 인계됐다.

티엔쉔과 양탁락도 중국 공안에게 인계됐다.

“읍! 으으읍!”

그제야 파랗게 질려 발버둥 치는 티엔쉔과 양탁락.

종혁은 그들을 힐끔 보곤 입을 열었다.

“그 두 놈은 어떻게 됩니까? 사형?”

“그런 물음을 보고 당신들 나라말로 ‘오지랖’이라고 했던가요?”

넌 알 필요가 없단 소리였다.

“쩝.”

피식 웃은 중국 공안들은 입국 게이트로 걸음을 옮겼고, 종혁은 머리를 긁었다.

“하여튼 중국 공안 새끼들은 정이 안 간다니까. 아주 씨발 지들이 왕이야.”

“그 정도야?”

“혹여 중국에 놀러 가더라도 공안이랑은 절대 얽히지 마세요. 한국 경찰이고 자시고 씨알도 안 먹히는 새끼들이니까. 자, 그럼?”

종혁은 근처에 있는 조선족이 끌어안고 있는 목발을 낚아채 바닥을 후려쳤다.

콰자작!

거친 소리와 함께 비산하는 목발의 파편과 함께 흩어지는 은색 덩어리들. 곱게 포장한 마약이었다.

종혁은 하얗게 질리는 조선족들을 주욱 훑어봤다.

“지금부터 바깥까지 뛰어간다. 실시.”

“시, 실시!”

조선족들이 허둥지둥 뜀박질을 시작하자 종혁은 오택수와 최재수를 보며 싱긋 웃었다.

“자, 우리도 이만 갑시다.”

이놈들에 대한 조서를 쓰려면 오늘 하루도 부족했다.

종혁은 발을 떼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예, 과장님. 지금 막 공안에게 마약까지 인계받았고, 본청으로 복귀할 겁니다. 뭐 필요한 거 없습니까? ……예?”

-대림과 안산도 맡아 보는 건 어떻겠냐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아주 잘해 주셨으니까요.

“에이, 농담도. ……농담이시죠? 과장님? 과장님?”

종혁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   *   *

사상 최악의 위조지폐 사건! 무려 50억!

조기에 일망타진한 경찰! 장하다, 경찰! 멋지다, 경찰!

사건을 해결한 수사팀은 본청 지하 수사팀?

간편신고관리과 특별수사팀이란 무엇인가?

박노형 대통령! 훈장 전달!

대통령, 구권 5천 원은 이제 은행에서만 교환할 수 있다!

동대문 남대문 일대 이미테이션 뿌리 뽑혀…….

왜 짝퉁을 입는가. 한국인의 명품사랑…….

경찰. 바다이야기에 메스를…….

요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에 전국이 떠들썩하다.

그건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웅성웅성.

경찰 정복을 입은 간부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대강당. 단상에 오른 종혁이 어깨에 견장을 달아 주는 이택문을 향해 거수경례를 한다.

“감사합니다, 충성!”

“아직 순환 보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경정이라…….”

빠르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에 예약된 경정 진급조차도 빨라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건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

하지만 대통령이 훈장까지 수여한 마당에 진급을 시키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이젠 자네도 팀장이란 직급에 맞는 계급이 됐군. 소감이 어떻지?”

“……글쎄요.”

경정.

회귀 전, 마지막 직급이었던 경정이었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겨우 달았던 경정이란 직급을 고작 26살에 달게 됐다. 뭔가 허탈하면서도 묘하고 싱숭생숭했다.

경감으로 진급했을 때와는 또 달랐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란 생각밖에 안 듭니다.”

이제야 출발선에 선 느낌이다.

회귀 전 경정이었어도 꼬리조차 잡기 힘들었던 놈들.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경정을 넘어 총경, 총경을 넘어 경찰청장까지 쭉 달려야 했다.

지금은 그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런 종혁의 야망이 전해진 것인지 이택문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걸린다.

“그래. TO가 있을 때 부지런히 오르도록 해.”

꽤 의미심장한 말에 눈을 마주친 종혁은 오늘도 뚱한 얼굴의 이택문을 보며 싱긋 웃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충성.”

고개를 끄덕인 이택문은 옆에 서 있는 오택수에게 다가갔다.

“충성! 경감 오택수!”

“충성! 경장 최재수!”

오택수와 최재수, 그리고 2팀과 3팀은 포상과 훈장을 받으며 이번 수여식은 마무리되었다.

이번에 승진을 하게 된 정용진 과장이 등을 떠밀어 어쩔 수 없이 나서게 된 종혁은 이쪽을 보며 소유욕의 불길을 두 눈으로 토해 내는 고위 간부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전체 차렷! 경찰청장님과 간부님들께 경례!”

“충-성!”

경정 최종혁.

정말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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