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60화>
“정말 지랄 맞네.”
중국 공안에 신원 조회를 요청했더니 신변을 넘기라는 공문이 날아왔다.
‘니들은 또 왜 끼어드는데…….’
-예? 뭐라고 했습니까?
“아닙니다. 과장님께 말한 게 아닙니다.”
멀리 떨어트려 놓았던 핸드폰을 귀에 댄 종혁에게 정용진이 입을 열었다.
-흐음. 아무튼 시간 없습니다. 난 최 팀장이 잘 해낼 거라 믿습니다.
“하아. 예.”
전화를 끊은 종혁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씨발. 확 다 엎어 버릴 수도 없고.”
하지만 이런 중국의 작태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선 좋았다. 이 공문이 장발 사내를 압박할 수단이 될 테니까.
피식 웃은 종혁은 취조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뼈는 잘 붙었어?”
“이 자라 같은 새끼!”
차락!
마치 정신병원에 감금된 사람처럼 구속복을 찬 채 종혁을 죽일 듯 노려보는 장발 사내.
들어 보니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자해를 하며 도주를 꾀하려고 했다고 한다.
종혁은 들고 온 서류를 책상에 던지며 담배를 물었다.
“대체 중국에서 뭔 사고를 얼마나 크게 친 거냐? 중국 공안이 아주 널 넘겨 달라고 난리다?”
움찔!
장발 사내의 얼굴이 하얗게 물들자 종혁은 그의 옆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는 조동철을 봤다.
“그쪽은 북한에서 넘겨 달라고 지랄이고.”
“헉?!”
“알아보니까 공장을 습격했던 놈들이 정찰총국 요원이래.”
조동철은 숫제 숨이 넘어갈 만큼 낯빛이 검게 질렸다.
“자, 그럼 시작합시다.”
종혁은 장발 사내를 봤다.
“이름 티엔쉔, 천신. 어이구, 이름 멋지네. 나이 33세. 헤이룽장성 흑룡파의 중간 간부로 살인, 살인 교사, 시체 훼손 및 유기, 인신매매…… 하!”
더 이상 입에 담기도 역겨운 수준.
“이러니 중국 공안에서 넘겨 달라고 지랄을 떤 거네. 야, 내가 중국법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데 이 정도면 무조건 사형 아니냐?”
“……난 한국에서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소.”
갑자기 고분고분해지는 모습을 보니 헛웃음만 나왔다.
“내가 패싸움 벌이는 거 봤는데? 너희 공장에서 시체가 나왔는데?”
“내가 한 거 아니오. 내 몸, 옷을 보오. 피가 있나. 그리고 시체는 우리 애들이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한 것임이 틀림없소.”
“여권도 위조하셨고.”
“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놈이오. 한국에 오기 위해 어쩔 수 없었소.”
“내 새끼 허벅지랑 모가지에 칼빵 놓은 건 무서워서 그랬다고 할 테고?”
“……그렇소.”
“이야, 연습했냐?”
사람이 뻔뻔해도 이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종혁은 위조지폐가 담긴 증거물 봉투를 내밀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참고로 총 세 장이었는데, 지문 대조를 해 보니까 너희 애들 지문이랑 일치했다.”
위조지폐 3장이 나왔는데 공교롭게도 출처가 한 장소다.
“우연이오.”
“큭큭. 야, 여기선 우연이라고 말할 게 아니라 이게 뭐냐고 물어봐야 하는 거야. 내가 이게 위조지폐라고 말했냐?”
장발 사내의 눈이 크게 흔들린다.
“……우연이오.”
“아, 그러세요.”
종혁은 책상 위에 놓인 내선전화기를 들어 오택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본청 간편신고관리과 특별 수사 1팀…….
“접니다, 오 경감님.”
-타이밍 좋네.
“정문철 집에서 뭐 좀 나왔나 보네요?”
-나왔다 뿐이겠냐? 월척이 걸렸지! 이 새끼가 위조지폐를 만들었다는 증거가 컴퓨터 안에 고스란히 다 있다!
“예, 감사합니다. 계속 수고해 주세요.”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티엔쉔을 봤다.
“이 정문철이란 놈은 누구냐면, 너희 공장에서 발견 된 시체의 이름이야. 위조지폐범이 너희 공장에서 시체로 발견됐는데, 너희 패거리 놈들이 위조지폐를 썼어. 이것도 우연이냐?”
“애들이 죽이기 전에 돈을 뺏었나…….”
“야.”
움찔!
“야, 이 개새끼야.”
종혁은 이쪽을 놀라 쳐다보는 티엔쉔을 보며 이를 드러냈다.
“네가 지금 믿는 게 보안을 걸어 놓은 컴퓨터 본체 때문인 것 같은데…… 혹시 디지털 포렌식이라고 들어는 봤니? 암호 따윈 그냥 씹어 먹는 최첨단 수사의 결정체인데. 그리고 너 프린터에도 인쇄를 얼마나 했나 표시되는지 모르지?”
“이……! 이……! 이 자라 같은 새끼가! 감히 날 놀려?! 으아아아아!”
피식 웃은 종혁은 몸을 일으켜 그를 걷어찼다. 그리고 넘어진 놈의 머리채를 잡아 주욱 끌어 올렸다.
뿌득, 뿌드득!
일어선 종혁과 같은 눈높이로 끌어 올려지면서 비명을 지르는 티엔쉔의 머리.
“아악! 아아악!”
“씨발 새끼야. 내가 너 따위랑 이렇게 농담 따먹기를 한 이유는 하나야.”
무려 150만 장이 넘는다. 공장에서 압수한 수십 개 프린터가 토해 낸 종이의 숫자가.
한 장에 그림 두 개씩. 3개의 그림이 하나의 지폐를 이루는 것을 생각하면 50억 상당의 위조지폐가 제작된 것이다.
이게 확인된 순간 본청이 뒤집어졌다.
“이거 어디다 숨겼어. 아니면…… 너 설마 다른 놈에게 넘겼냐?”
흠칫!
‘미치겠네.’
“크으으윽!”
죽일 듯 노려보는 티엔쉔의 두 눈에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넌 기회 사라졌다. 그냥 중국 가서 뒤져라.”
웬만하면 한국에서 처벌받게 하고 싶어서 중국 공안을 언급하며 압박을 줬는데, 그냥 이런 놈은 중국이 더 나을 듯싶었다.
부웅, 쿠당탕!
“크어억!”
티엔쉔을 취조실 구석으로 던져 버린 종혁은 바들바들 떨면서도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는 조동철을 봤다.
“풋. 야, 너 지금 위조지폐 제작 노하우를 가지고 북에 송환되면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
움찔!
“미안하지만 이거 이미 청와대에 보고된 사안이야. 조만간 구권 5천 원 지폐는 거래 중지, 무조건 은행에서만 교환해야 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고.”
해외를 통해 들어온 구권 5천 원권이 위조지폐일 때 한국은 이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외교적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흡!”
“네가 조금이라도 더 명줄을 붙일 수 있는 길은 하나야.”
남과 북이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국정원 안가에서 머물다가 북으로 송환이 될 거냐, 아니면 이대로 끌려가 처형을 당할 거냐.
선택권은 딱 이 두 가지밖에 없었다.
“참고로 너희가 안 불어도 상관없어.”
본청 정보국에서 주변 CCTV를 모두 뒤지고 있다. 이들의 동선을 파악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물론 이 시간이 너무 중요해서 문제지만 말이다.
시간을 지체하다가 위조지폐가 시중에 풀린다면?
검찰에 알리지 않은 괘씸죄로 검찰부터 경찰을 물어뜯을 것이다. 언론이나 정부는 말할 것도 없다.
“……인천에 박 사장이란 사람이 있습네다.”
“오?”
“야, 이 개새끼야-! 입 다물어라! 안 다무니!”
종혁은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티엔쉔의 입에 상의를 벗어 구겨 넣었다.
그리고 조동철에게 담배를 내밀었다.
“그래서? 그 박 사장이란 놈은 어디에 사는데? 연락처는?”
종혁의 눈이 초롱초롱 빛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짝퉁 가방?”
“예. 동대문과 남대문에서 원단을 교환한 후 인천에 있는 공장에서 1차 제작을 합네다. 그리고 저희 공장에서 마무리를 하고…….”
‘아니, 이건 또 왜 튀어나오는 거냐.’
그런데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럼 마약 운반책들은?”
“읍! 으으읍!”
종혁은 슬그머니 티엔쉔을 가려 줬다.
“사, 삼 일 뒤에 한국에 들어올 겁네다. 장애인으로 위장해서.”
“……진짜 알뜰살뜰하다.”
심지어 능력도 좋다. 이 모든 걸 고작 8개월 만에 해냈으니 말이다.
“얼굴 알아볼 수 있지?”
“그, 그렇습네다.”
“오케이.”
종혁은 취조실에 붙어 있는 커다란 거울유리를 보며 손을 저었고, 이내 경찰 몇 명이 취조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들을 뒤로하며 밖으로 나온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2팀장님. 혹시 화연원단과 천주원단, 대호공방이라고 아세요?”
-……씨부럴. 그 이름이 우째 1팀장의 입에서 나온디야?
“인천에서 봅시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정용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과장님. 중국 공안은 무시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놈들 중국에서 마약도 들여온답니다.”
종혁은 통화를 하며 압수물 보관소로 향했다.
티엔쉔의 지갑과 핸드폰에 박 사장에 대한 단서가 있었다.
* * *
‘그렇게 날아오긴 했는데…….’
반짝반짝!
박 사장이란 놈의 가구 공장에 경찰이 먼저 와서 빨갛고 파란 불빛을 번쩍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형사와 경찰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이건 또 뭐냐…….”
“인마들 튄 것 같은디?”
“예. 저도 그렇게 보이네요.”
‘아아, 씨발!’
솟구친 짜증을 이기지 못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잠복용으로 끌고 온 차에서 내린 종혁은 폴리스라인을 넘었다.
“어어? 여기 함부로 들어오시면…….”
“본청 특별수사팀 최종혁 경감입니다.”
“추, 충성!”
“담당자는 어디 있습니까?”
종혁은 딱딱하게 굳은 경찰이 가리키는 사람에게로 향했다.
딱 봐도 형사반장으로 보이는 사십대의 중년인.
“충성. 본청 간편신고관리과 특별수사 1팀 최종혁 경감입니다.”
“어이구. 젊은데 능력 좋으시네. 본청에서 여기까진 무슨 일로?”
“이 가구 공장의 주인에게 중대한 범죄의 정황이 발견돼서 잡으러 왔는데…… 공장이 불타 버렸네요?”
아주 깔끔하게 타 버렸다. 주위에 화재가 번지지 않은 게 용할 정도로 말이다.
“오, 우연이네. 우리도 그래서 왔는데 골치가 아프게 됐어. 이후 내가 할 말이 뭔지는 알지? 설마 사수가 그런 것도 안 가르쳤으려고.”
“본청 일입니다만?”
“남의 구역에 와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안 좋아.”
“……명함이나 교환하시죠. 저를 가르친 사수께서 그랬거든요. 언제 수사 협조를 구할지 모르니 만나는 형사마다 명함을 교환하라고요.”
“크, 잘 가르쳤네. 자.”
명함을 교환한 종혁은 거수경례를 하고 돌아섰다. 그런 그의 눈빛은 서늘해져 있었다.
종혁은 다가오는 김판호에게 고개를 저었다.
“텄어요.”
“그럼 CCTV는…….”
“보여 줄 리가 없죠.”
아마 근처 CCTV부터 싹 다 수거했을 것이다. 아니, 증거물 관리에 실수가 있었다면서 싹 다 없앴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조지폐에 대해 말했다고 한들 씨알이나 먹힐까. 어차피 증거물 관리 소홀에 관한 경위서나 소소한 징계만 받고 끝날 거다.
‘히야, 이렇게 나오시겠다?’
생각보다 더 큰 거물이 얽혔다.
“그럼…….”
“아, 가야죠.”
화연원단과 천주원단, 대호공방. 현재 김판호 팀장이 이미테이션 물품을 제작, 유통하는 조직으로 판단되는 곳들을 합법적으로 쳐들어갈 수 있는 단서인 티엔쉔의 인천 공장.
종혁은 그곳에서 나오는 정보를 공유하는 대신 박 사장 검거에 도움을 달라 협조 요청을 했던 것이다.
“가시죠.”
“거시기 이런 말을 해도 괜찮을까 모르겄는디……. 괜찮어?”
“괜찮아요.”
어디 괜찮다 뿐일까. 이렇게 알아서 꼬리를 드러내 줘서 너무 고마웠다.
“정말 괜찮습니다.”
‘이게 청장님이 지휘하는 사건임을 알았어도 이렇게 장난을 쳤을까?’
종혁은 입술을 비틀며 차에 올랐다.
한편 멀어지는 차량들을 보던 반장은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네가 말한 놈 왔다. 응. 그래, 여긴 걱정 마. 됐어, 인마. 내가 너한테 받은 게 얼만데. 그래, 수고해라.”
전화를 끊은 반장은 이쪽을 보는 시선들에 손을 저었다.
“뭣들 해. 뭐 나오는 것도 없는데 그냥 철수하자!”
“예!”
* * *
놈들의 인천 공장을 급습해 기술자 6명을 검거하고, 거기에서 쓰인 원단이 화연원단과 천주원단, 대호공방에서 나온 것임을 밝혀낸 종혁은 김판호 팀장과 헤어져 다시 본청으로 복귀했다.
“뭐야? 왜 벌써 와?”
이제 막 정문철에 대한 서류를 작성하던 오택수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종혁은 사정을 설명했다.
“……인천 쪽을 거친 놈이 배후인 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재 인천에 있거나 인천을 거쳐 본청에 온 경찰 간부. 이들 전원이 의심의 대상이었다.
일단 정용진에게 부탁해서 그 반장과 연관이 있는 경찰 간부를 알아보는 중이었다.
“그보다 재수는요? 좀 어때요?”
“어떻긴. 아침에도 밥을 두 공기나 처먹더라.”
“다행이네요.”
수술대에서 내려오는 건 봤지만, 명색이 팀장인데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됐어. 전화했잖아. 상황 모르는 것도 아니고. 네가 VIP병실 잡아 주니까 아주 좋아 죽더라. 심지어 옆 병실에 입원한 환자 딸내미에게 작업도 걸더라.”
“그 다리로요? 힘주면 안 될 텐데?”
“휠체어 타고. 안 그래도 그래서 화장실에 처박아 뒀다.”
종혁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흠.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는 게 아닌데…….”
고개를 저으며 책상의 컴퓨터를 켠 종혁은 어젯밤 그 동네를 찍은 CCTV 영상을 찾기 시작했다.
그사이 오택수는 커피를 타 왔다.
“그나저나 골치 아프게 됐네.”
현재 박 사장이란 놈을 찾을 단서라곤 티엔쉔의 공장을 빠져나간 차량을 추적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공장이 위치한 골목 입구를 비추는 CCTV가 없다는 점이다.
“후. 뭐 어떻게든 해 봐야죠. 그래도 다행인 점도 있으니까.”
골목 입구를 비추는 CCTV는 없지만, 그 근처를 비추는 CCTV는 있었다. 좌우 양쪽으로 있기에 동시간대에 두 CCTV에 동시에 찍히지 않은 차량을 찾으면 됐다.
“시간이 짧잖아요.”
“그래. 그건 진짜 다행이지.”
9시 5분부터 9시 30분 사이.
티엔쉔 패거리가 공장에서 출발한 시각이다.
“그럼 재생합니다. 체크해 주세요.”
일단 빠르게 재생시키며 그 시간대에 근처 CCTV에 잡힌 차량만 추린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끄응. 열 대네.’
“잘 받아 적으세요. 오늘 안에 싹 돌아야 하니까.”
박 사장이 자취를 감췄기에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이다.
“오케이.”
종혁은 오택수가 펜을 들자 다시 영상을 재생시켰다.
“경기 자 55…….”
“5584요.”
“어, 그래. 서울 도 8736? 8735. 그리고…… 인천 나…….”
다음으로 화면에 나타나는 차량의 번호판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던 오택수는 순간 뒤통수를 후려치며 떠오른 기억에 눈을 부릅떴다.
“어?”
“왜 그러세요?”
“야, 잠깐. 잠깐 멈춰봐.”
“왜 그러시는데요?”
“아, 멈춰 보라고! 그래, 그거! 인천 나 4886! 사, 사진! 어제 검거한 놈들 사진 어디 있어!”
종혁은 뭔가 냄새를 맡은 것 같은 오택수의 모습에 다급히 놈들의 사진을 찾아 모니터에 띄웠다.
오택수는 느릿하게 넘어가는 사진 중 하나를 다급히 가리켰다.
“저 새끼! 40대 중반, 왼쪽 턱에 점!”
“장푸젠?”
조동철이 말한 놈들의 기술자 중 한 명이었다.
“그래! 나 저 새끼 봤어! 그때 나 미행할 때, 아 왜 연복이네 식당에서 정문철과 함께 있던 놈들 미행할 때 말이야! 그리고 그저께 일제 단속 때도 저 차가 골목에서 나오는 것도! 시간은 9시 23분에서 25분 사이!”
“……씨발!”
아직 소유주 확인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라서 확신은 할 수 없다. 어쩌면 그저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걸 단순히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형사를 관둬야 했다.
종혁은 다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예, 특별수사 1팀장 최종혁입니다. 차량 좀 수배 좀 하고 싶은데요! 인천 나 4886. 흰색 탑차! 그젯밤 저녁 9시 23분에서 30분 사이 가리봉동 조선족 밀집 구역에서 빠져나갔을 겁니다!”
“남부순환로 방향으로 빠져나갔어!”
“……남부순환로 방향입니다!”
종혁은 흥분해 외치며 오택수를 향해 주먹을 흔들어 줬다.
장님이 문고리를 잡았다.
‘박 사장, 이 개새끼…….’
이제 놈을 잡는 건 시간문제였다.
뒤에서 일을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만든 놈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