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59화 (259/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59화>

    삐용삐용!

    “여기 좀 도와줘요!”

    “크악! 놔!”

    “조용히 해, 새끼야!”

    개판이 따로 없는 공장.

    여기저기 피가 튀고, 뼈가 부러진 참혹한 광경에 가리봉파출소의 경찰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나마 연차가 많은 경찰들은 무덤덤했지만, 경사 이하의 경찰들은 하얗게 질려 어쩔 줄 몰라 했다. 그중에는 최재수의 동기인 여순경도 있었다.

    “야, 최재수!”

    흠칫 놀라 고개를 돌린 여순경은 들것에 실려 오는 최재수를 보곤 입을 떡 벌렸다.

    허벅지가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데도 웃고 있는 동기.

    “이 새끼는 뭐 잘했다고 처웃고 있지? 내가 씨발 조심하라고 했냐, 안 했냐.”

    찰싹! 찰싹!

    오택수가 종혁을 보며 실실 웃는 최재수의 이마를 때린다.

    “아, 진짜! 나 환자라고요!”

    “그래. 환자 된 김에 그냥 아예 죽자, 이 새끼야.”

    “켁?! 케에엑!”

    심장이 떨어질 뻔한 오택수는 최재수의 목을 졸랐고, 그렇게 투덕거리는 둘을 본 종혁은 속으로 긴 한숨을 뱉어 냈다.

    ‘다행이네.’

    난생처음으로 죽을 위기를 겪은 최재수. 그럼에도 이렇게 웃는 걸 보니 크게 걱정하진 않아도 될 거 같아서 다행이었다.

    “팀장님.”

    “왜.”

    “분명 저한테 내 새끼라고 했습니다.”

    흠칫!

    “……잘못 들었겠지.”

    “흐흐흐.”

    ‘부끄러워하기는.’

    고개를 돌리는 종혁을 보니 웃음밖에 안 나온다.

    ‘드디어 완전히 인정받았다.’

    가슴이 뻐근해질만큼 충족감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방금 전 죽을 뻔했던 경험을 다시 떠올려도 그리 무섭지 않았다. 철렁 내려앉은 심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데도 말이다.

    “응?”

    최재수와 동시에 이쪽으로 다가오는 여순경을 발견한 종혁은 오택수를 툭 치며 물러났고, 최재수는 낯빛을 굳혔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재수야…… 나, 난…….”

    후회에 잠긴 동기를 보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가. 현장 수습해. 그것도 경찰이 할 일이야.”

    눈치를 본 구급대원은 최재수를 앰뷸런스 안에 실었고, 여순경은 그런 최재수를 망연자실 쳐다봤다.

    그런 여순경을 힐끔 보고 구급대원에게 다가간 종혁은 입을 열었다.

    “근처 대학병원에 예약해 놨으니까 그쪽으로 가시면 될 겁니다. 그보다 괜찮은 거 맞죠?”

    “현재 환부 출혈량으로 봤을 땐 다행히 큰 혈관들을 비껴간 것 같습니다. 천만다행이죠.”

    “예. 그럼 수고해 주십시오. 오 경감님도 함께 따라가 주세요. 저도 여기 수습되면 따라갈 테니까.”

    “그래, 알았어.”

    비록 지금은 웃고 있을지라도 혼자 남겨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트라우마를 케어해 줄 동료가 필요했다. 그게 파트너의 역할이었다.

    출발하는 구급차를 보던 종혁은 담배를 물었고, 그런 그에게 조주환 형사가 다가왔다.

    “최 팀장, 음…….”

    흉기가 날아다닌 패싸움이다.

    관할서에서 담당해야 되는 게 맞는데, 신고를 한 사람이 본청 형사인 종혁이고 또 다친 사람도 본청 형사다 보니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종혁은 씁쓸히 웃었다.

    종혁이라고 왜 절차를 모를까.

    하지만…….

    “히이익! 소, 손가락! 여, 여기 사람 뼈가 발견 됐습니다!”

    움찔!

    ‘결국 죽었나.’

    가슴이 답답해진 종혁은 다급히 현장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그를 보며 담배 연기를 뱉었다.

    “죄송합니다. 현 시각부로 이번 사건 현장은 본청 간편신고관리과 특별수사 1팀이 통제하겠습니다.”

    “아니, 최 팀장!”

    입을 다문 종혁은 조주환을 무시하며 뼈가 발견된 곳으로 향했다. 개들의 개껌이 된 듯 여기저기 이빨 자국이 있는 뼈.

    ‘멍청한 새끼. 왜 지폐를 위조해서는……. 범죄에 유혹만 되지 않았어도 이렇게 죽지는 않았을 텐데…….’

    혀를 찬 종혁은 하늘을 응시했다.

    ‘이제 끝난 건가.’

    두목으로 보이는 놈도 잡았고, 빡빡이도 잡았고, 위조지폐범도 잡았다.

    그런데 왜일까.

    아직 다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미진한 느낌이 들었다.

    * * *

    “네, 과장님. 제가 방금 보낸 사체 DNA 검사 좀 최대한 빨리 해 주세요. 중요한 거라서요.”

    -우리 최 경감이 부탁하는 건데 당연히 최우선으로 해야지. 걱정 마. 늦어도 모레까지 해서 보내 줄게.

    “감사합니다!”

    본청의 복도, 국과수와 통화를 마친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놈들을 유치장에 처넣고, 지금 병원에 있는 장발 사내까지 해서 외사국에 신원 조회를 요청하고, 지금 국과수 감식 의뢰까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랐다.

    공장을 싹 다 뒤졌지만 놈들의 신원을 밝힌 신분증이나 여권은 없었고, 있다고 한들 죄다 가짜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정문철의 신분증이 나왔다는 건데…….’

    그 외에는 고급 원단 쪼가리나 특수한 종이만 발견됐다. 바랐던 위조지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의심이 가는 드럼통 속 잿더미나 쓰레기의 분석을 의뢰한 상태였다.

    ‘그 위조범이 들고 있던 본체를 디지털 포렌식 하는 게 빠를 테지만, 증거는 많을수록 좋지.’

    보안 암호가 걸려 있던 본체. 포렌식으로 훑어봐야 알겠지만 예상이 맞다면 월척, 아니 고래가 낚일 터였다.

    “흐흐. 이거면 내년에 있을 내 승진에 태클 걸 놈도 없겠…….”

    말을 하던 종혁은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검은 양복의 사내들을 발견하곤 입을 다물었다.

    “오랜만입니다, 최 교관.”

    ‘그래, 너희가 남았었구나.’

    왜 미진한가 싶었다.

    국정원. 리동수가 찾아왔는데도 연락 한 번 없던 국정원이 남아 있었다.

    종혁은 얼굴을 구겼다.

    “48시간 뒤에 찾아오세요. 그때까지 그 새끼들은 내 소관입니다. 그사이에 영장 나오면 빠이빠이…….”

    “차장님께서 뵙고자 하십니다.”

    멈칫!

    종혁은 자신이 들은 게 맞냐는 듯 요원들을 봤지만, 그들은 할 말 다했다는 듯 웃을 뿐이었다.

    “……엥?”

    그길로 경찰청장실로 향한 종혁은 머리를 긁적였다.

    대한민국 국정원의 국내 안보를 총괄 담당하는 차장, 정말 그가 와 있었다.

    종혁은 눈을 껌뻑였다.

    “와아, 그 위작 전문가가 대체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친 겁니까.”

    솔직히 정찰총국의 리동수가 찾아온 게 의문이긴 했다. 보통 이런 일은 보위국이 맡는 게 맞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알아보기가 귀찮아서 대충 넘겼는데, 무려 차장이 직접 걸음을 옮겼다.

    놈이 북한에 엄청난 피해를 끼친 것이 분명했다.

    “그놈 때문에 엿 먹은 놈이 정치국 부장의 아들이야. 곧 부국장이 될 확률이 유력한. 그리고 놈 때문에 북한 외화벌이팀 중 하나가 공중분해됐고.”

    “아하.”

    그제야 모든 상황을 파악한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질적인 게 아니라 인적 피해였구만?’

    물론 물질적인 피해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순영 씨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겁니까?”

    “……숨길 생각이 없나?”

    “다 아는 거 가지고 무슨.”

    차장의 맞은편에 앉은 종혁은 낯빛을 굳혔다.

    “48시간 안에는 절대 안 됩니다. 영장이 나오면 손 떼시고요.”

    미행하고 있는 걸 뻔히 알고 있는데도 내색하지 않은 채 그저 지켜만 보다가 이제야 슬그머니 나타난 이유가 뭐겠는가. 알맹이만 쏙 빼먹으려는 것이다.

    위조지폐범을 빼내 리동수에게 넘겨주는 것으로 위험한 북한 요원들도 한국에서 치우고, 남북 양국 간의 첩보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려고 하는 것일 터.

    ‘아마 이번 북파공작원 송환 촉구 때문도 있겠지.’

    북한으로 파견됐다가 잡힌 공작원들의 신원과 생사 여부가 확인되면서 공작원들의 가족들이 송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여는 중이다. 스크린 쿼터제 때문에 큰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모진 고초를 겪은 이들을 위한 일이지만, 그래도 배알이 꼴릴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협조를 구하면 좀 좋냐고.’

    “사과하지. 우리 때문에 최 경감 팀원이 죽을 뻔한 것까지.”

    쿵!

    순간 충격을 받은 종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뭔 꿍꿍이십니까?”

    “진심이야.”

    그렇게 말하며 더 고개를 숙인다.

    “……돌겠네.”

    진심만이 담긴 차장의 눈에 앓는 소리를 낸 종혁은 이택문을 봤다.

    “청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택문은 대답 대신 책상에 놓인 ‘대한민국 경찰청 경찰청장 이택문’이라는 명패를 가리켰다.

    종혁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하아. 참고로 말씀드리는 건데 리 조장을 도운 건 태국 때 저를 도와줬기 때문에 신세를 갚은 겁니다.”

    “아무렴.”

    혀를 찬 종혁은 이택문을 봤다.

    “저희 과장님 불러 주십시오.”

    “정용진 과장을?”

    * * *

    경찰청장실 옆 작은 회의실.

    “왕왕!”

    덕자와 함께 온 정용진 과장이 푸근히 듯 웃는다.

    “난 분명 조선족 실태 조사를 하라고 출장을 승인한 건데요.”

    “아하하.”

    정용진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조선족 실태 조사를 하라고 보내 놨는데 뜬금없이 패싸움을 벌인 조선족들을, 그것도 살인 사건에 연관된 조선족 깡패들을 잡아들였다.

    솔직히 여기까지는 예상 범주 안이다. 아니, 기대 이상으로 해 줬다.

    ‘역시 최 팀장이라고 할 수 있었지.’

    그런데 문제는 이택문의 전화를 받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정보국에 남겨 둔 끈이 알려 주길 국정원 차장과 함께 있다는 이택문에게 말이다.

    정용진은 미소를 지우며 종혁을 응시했다.

    “뭡니까?”

    무려 경찰청장이 일개 과장을 올라오게 만든 이유.

    국정원 국내파트 차장이 경찰청장을 찾은 이유.

    ‘이번엔 어떤 사고를 친 겁니까, 최 팀장.’

    정용진의 눈빛이 깊어졌다.

    종혁은 그런 그에게 5천 원권 지폐들이 든 증거물 봉투를 내밀었다.

    “이걸 왜…….”

    “위조지폐입니다.”

    “……!”

    언제나 여유롭던 정용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경직된다.

    정부가 신권 발매를 앞당겼을 정도로 검경을 괴롭혔던 5천 원권 위조지폐.

    정용진은 뚫어져라 위조지폐를 응시했다.

    “북한에 큰 피해를 끼치고 도망친 범죄자를 잡기 위해 파견된 정찰총국 조장 리동수가 차린 게임센터에서 흘러나온 겁니다. 지문 대조 결과가 나와 봐야 알 테지만, 오늘 잡은 놈들이 쓴 걸로 추정됩니다. 아니, 놈들이 제작한 걸로 추정됩니다.”

    쿠웅!

    머리에 크고 둔중한 충격을 울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단숨에 상황을 파악한 정용진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왜 내게 이 말을 하는 겁니까? 최 팀장이 단독으로 진행해도 됐을 일인데요.”

    경찰청장과 함께 있던 종혁이다. 정용진 본인을 배제하고 사건을 진행시켜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럼 과장님은 왜 일제 단속을 허락하셨습니까?”

    “…….”

    종혁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겁니다.”

    ‘이 여우 같은 양반아.’

    역시 다 눈치채고 있었다.

    아니, 다는 아니지만 뭔가 있다는 걸 눈치챘던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태연히 모른 척을 했던 것이다.

    이는 그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그 뜻을 알아들은 정용진은 어이없다는 듯 웃다가 다시 평소와 똑같은 미소를 그렸다.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듣기로 하죠. 더 급한 게 있으니까요.”

    경찰청장을 만나는 일이었다.

    * * *

    “음.”

    언제나 과묵하던 이택문의 표정이 크게 흔들린다.

    그건 국정원 차장도 마찬가지였다.

    “혹시나 싶어 살짝 뜯어본 결과 신권 발매를 앞당겼던 그 77246 위조지폐와 같은 방식의, 아니 한 단계 진보한 위조지폐입니다. 여기 과장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국정원 차장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담배를 물었고, 이택문은 뚱한 얼굴로 종혁과 정용진을 봤다.

    “정 과장의 도움?”

    “예.”

    “……그래. 그렇게 넘어가지.”

    공을 넘기려는 게 눈에 빤히 보였지만, 이택문은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현재 놈들의 원판 파일이 들어 있는 걸로 추정이 되는 컴퓨터 본체를 확보, 포렌식을 의뢰했습니다.”

    “지폐는?”

    “세 장이 전부입니다.”

    “이미 시중에 풀렸을 확률이 크단 소리군.”

    “예.”

    공장에서 지폐가 단 한 장도 발견되지 않았고, 그에 주변 CCTV를 확보했지만 아직 검토조차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 종혁의 말에 혀를 찬 이택문은 차장을 봤다.

    “이거 아무래도 넘길 때까지 시간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차장님.”

    국정원이 뭔가. 온전히 경찰의 공으로 만들자면 검찰에게도 입을 다물어야 되는 상황이다.

    “청장님!”

    “국정원에서 통제할 수 있겠습니까?”

    위조지폐가 시중에 풀렸을 때의 상황 통제.

    “……쯧. 차 잘 마셨습니다.”

    혀를 찬 차장은 경찰청장실을 빠져나갔고, 이택문은 종혁을 봤다.

    “모든 게 최우선적으로 처리될 거야.”

    경찰청장의 이름으로 말이다.

    “충성.”

    이래서 말이 통하는 상관은 편했다.

    씩 웃은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그때였다. 여태껏 미소만 지은 채 침묵하고 있던 정용진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최 팀장.”

    “예?”

    “혹시 그쪽 경찰에 밉보인 게 있습니까?”

    종혁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고, 정용진은 이택문을 봤다.

    “잠시 컴퓨터를 써도 되겠습니까?”

    “……그러지.”

    몸을 일으킨 정용진은 책상으로 걸어가 모니터를 돌려 포털사이트에 접속했다.

    한낮의 패싸움?

    고작 의견 다툼을 과잉 진압한 경찰. 조선족은 운다.

    조선 동포 정착을 장려하는 정부, 동포를 때려 패는 경찰?

    “아, 씨발.”

    이택문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는다.

    고작 1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 기사로 떴다. 그것도 정부 정책까지 걸고넘어지면서 말이다.

    “이건 또 뭔데.”

    정용진은 종혁과 이택문을 보며 덕자를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놈들이 잡히면 안 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우리 경찰 조직 내에 말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빨리 이렇게까지 날조된 기사가 나올 수 있을까.

    심지어 기사가 올라온 건 무려 30분 전이다. 종혁이 본청에 도착도 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정용진은 싸늘히 웃었다.

    “청장님과 최 팀장 생각은 어떻습니까?”

    종혁은 동감이라는 듯 마른세수를 했다.

    아무래도 어딘가 미진했던 건 국정원이 아니라 이것 때문인 것 같았다. 이제 놈들만 추궁하고 위조지폐만 회수하면 되는 이번 사건, 다 끝난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았다.

    ‘지랄 맞다, 진짜.’

    한편 종혁이 마련해 준 은신처에 도착한 정찰총국 요원들의 표정이 썩 좋지 못하다. 뒤통수를 맞았으니 당연했다.

    “그 간나 새끼! 꼭 좌우 갈비뼈를 혁명적으로 바꿔 주갔어.”

    씩씩거리는 리동수를 힐끔 본 요원들은 입맛을 다셨다.

    어디 첩보 전쟁에서 뒤통수 맞는 일이 한두 번인가. 이 정도는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애교 수준이었다.

    “이렇게 되면 그 공장을 감시하던 놈들이 있단 걸 말 안 해도 되갔디?”

    “흥. 당연한 거 아니갔네?”

    자신들을 감시하는 국정원과 종혁을 감시하는 다른 세력에 신경이 쏠려서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칠 뻔한 차량이 한 대 있었다.

    놈들이 감시하던 대상이 자신들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지만 대기하고 있다가 아침 일찍 나서는 양탁락을 슬그머니 미행한 차량.

    아마 종혁이 뒤통수를 치지 않았다면 이 부분에 대해 말을 했을 것이다.

    “도망친 놈이 하나 있다는 것도?”

    사이렌이 울리자 공장 담을 넘어 도망친 겁쟁이도 하나 있었다.

    “당연한 말 아니갔네?”

    “너희가 우물가 애미나이들이네? 가서 비비빅이나 가져오라!”

    목을 움츠린 정찰총국 요원들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태국에서 이번까지 몇 대 몇이가?”

    “몇 대 몇은. 계속 졌디. 그러고 보믄 최 동무 아가리가 참 지옥의 아가리야. 물에 빠지믄 그 아가리만 동동 뜰 기야.”

    “동감이디.”

    “뭐하네!”

    몸을 움츠린 그들은 얼른 부엌으로 향했다.

    * * *

    -일단 시간은 벌어 놨어.

    “하하, 수고하셨습니다. 못난 저희 때문에 팀장님이 수고하십니다.”

    습하고 비릿한 냄새가 가득한 지하실, 장발 사내와 거래를 했던 박 사장이란 자가 통화를 하며 웃고 있다.

    -그보다 놈들 공장은 파악했어?

    그 말에 박 사장은 지하실 한구석을 힐끔 봤다.

    그곳엔 피투성이가 된 사내 한 명이 의자에 묶여 있었다.

    “끄으으. 난 모름다. 정말…….”

    경찰이 출동하자 공장에서 도망친 겁쟁이 놈.

    무려 위조지폐다. 감시를 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고문을 좀 하다 보니 이놈이 대박이었다. 위조지폐를 만들던 과정을 싹 다 지켜본 놈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곧 찾게 될 겁니다. 지폐도.”

    거의 S급인 짝퉁 가방과 마약. 최소한 마약 입수 루트만 찾아도 자신들의 조직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위조지폐는 말할 것도 없다.

    -당장 공장 옮기고 흔적 지워. 너희가 들통나면 골치 아파지니까.

    “어이구, 알겠습니다. 예.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주 팀장님!”

    통화를 끊은 박 사장은 핸드폰을 보다 침을 뱉었다.

    “카악, 퉤! 좆같은 짭새 새끼.”

    의자에 묶인 사내에게 걸어간 박 사장은 푸근히 웃었다.

    “어때, 이제 말할 마음 좀 생겨? 들었다시피 이제 너희 조직에서 남은 놈은 너랑 너희가 숨겨 놓은 공장에 남은 놈들뿐이야. 그냥 위치 말하고 부모님 계시는 고향에 가서 떵떵거리며 사는 게 낫지 않겠어?”

    흠칫!

    “……저, 정말 모름다. 진짜임다.”

    “어휴. 그 의자에 앉는 놈들은 왜 맨날 사람을 이렇게 나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결국 말하게 될 텐데 말이야.”

    고개를 저은 박 사장은 사내 주위에 있는 부하들에게 턱짓을 하곤 몸을 돌렸고, 그에 사내는 하얗게 질렸다.

    “자, 잠깐…… 끄아아아아악!”

    지하실 문을 닫은 박 사장은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어. 가구 공장 이사할 준비해. 짭새들이 냄새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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