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53화 (253/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53화>

얼마 전 한국은 계획보다 1년 앞당겨 5천 원짜리 신권을 발행했다.

그 이유는 하나다.

바로 지금 들어온 놈, 위조지폐범 정문철 때문이었다.

위조지폐를 만들어서 한다는 짓이 고작 구멍가게에서 껌을 사고 남은 거스름돈으로 먹고사는 것이었던, 일명 소심한 위조지폐범.

무려 8년이나 위조지폐를 사용했으나, 피해액이 2억여 원에 그쳤을 만큼 소심하기 짝이 없는 놈이었다.

하지만 그 탓에 무려 8년이나 검거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신권이 발행되며 구권이 점차 사라지고, CCTV가 없는 구멍가게 대신 편의점이 들어서기 시작하고서야 놈은 검거되었다.

어쩔 수 없이 한 번 갔던 구멍가게를 또 들르면서 덜미가 잡힌 정문철.

‘근데 왜 저런 놈들이랑 있지?’

수사망이 조금씩 좁혀들자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전국을 누볐던 정문철이니 이곳에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왜 저런 놈들과 어울리고 있냐는 것이었다.

“뭐야, 저놈들은?”

“희멀건 한 게 한국인인가 본데?”

“그럼 덩치만 큰 풍선인가?”

“하하하하하!”

거만한 걸음으로 들어와 담배를 물며 대뜸 개소리부터 지껄이는 미친놈들. 그것도 모자라 위협을 하려는 건지 도끼나 칼 따위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또라이들.

‘아무리 봐도 조선족 깡패 새끼들인데? 대체 왜 저런 놈들과 어울리는 거지?’

그것도 한껏 위축된 모습으로 말이다.

생각이 깊어지던 종혁은 힐끗 오택수를 쳐다봤다.

“하지 마.”

“……안 해요.”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 자리엔 종혁 혼자만 있는 게 아니다. 괜히 성격을 참지 못해서 오택수와 최재수를 휘말리게 할 수는 없다. 그건 민폐였다.

‘날 어떻게 보고.’

그런데 오택수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또 있었다.

주방에 들어간 소년이 연변식 김치를 담은 접시를 가져온다.

두 눈에 걱정이 가득 서린 소년은 목소리를 한껏 낮춰 말을 했다.

“저, 전에는 형사님 때문에 말 안 했지만, 웬만하면 이 동네에 안 오시는 게 좋을 검다.”

종혁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왜요? 설마 전에 걔들 때문에? 몇 대 맞았다고? 지가 먼저 잘못했는데?”

“바, 방금도 보셨다시피 이 동네엔 한국 사람을 안 좋아하는 사람 많슴다. 물론 다 그런 게 아니고…….”

쩔쩔매는 소년의 모습에 종혁은 걱정 말라는 듯 웃어 주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충고해 줘서 고마워요.”

이제야 전에 소년이 짓던 다행이라는 표정이 무슨 이유로 비롯된 건지 깨달은 종혁은 돈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잘 먹고 갑니다.”

그때였다.

“큭큭. 도망치는데?”

“원래 한국인들 허우대만 멀쩡한 얼빵한 돼지들이잖슴까.”

놈들이 한국어로 조롱을 하자 종혁과 오택수, 최재수의 발이 잠시 멈춘다.

오택수는 황급히 종혁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거, 폭발 안 한다니까 그러네.’

종혁은 혀를 차며 발을 뗐고, 그 모습에 흥미를 잃은 놈들은 혀를 차며 신경을 껐다.

“야, 꼬마. 주문 받아!”

“예!”

“우리 화가님은 뭘 드시겠슴까?”

“소탕과 꿔바로우. 전 이거면 될 것 같습네다.”

멈칫!

문을 열던 종혁이 잠시 멈춘다.

‘북한 사람……? 이건 또 뭐지?’

“가자, 제발. 응?”

“아? 예.”

드르륵, 탁!

등 뒤로 문이 닫히자 생각에 잠겨 있는 종혁을 힐끔 본 오택수가 한숨을 푹 내쉰다.

“후우.”

하마터면 좆될 뻔했다.

놈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힐끗 본 놈들의 표정을 봤을 땐 결코 좋은 말은 아니었다.

자신이야 종혁이 폭주해도 얼마든지 안 다칠 자신이 있지만, 아직 현장을 많이 겪지 못한 최재수라면 분명 몸 한 군데에 구멍이 뚫렸을 상황.

이건 종혁이 정말 잘 참아 준 것이었다.

‘원래부터 이런 놈이긴 했지만, 그래도 팀장이라고 좀 더 참을성이 생겼네.’

“시발!”

“……넌 또 왜 새끼야.”

“아니, 억울하잖아요! 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럴 거면 팀장님이 사 준 공짜 술을 받아 처먹질 말든가!”

최재수라고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지 못했을까.

“받을 건 받아 처먹어 놓고 왜 그러는데!”

“우린 이방인이라는 거지.”

한국 땅인데 한국인이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물론 소년처럼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테지만, 착한 사람도 많을 테지만 참 엿 같은 일이었다.

씁쓸히 웃은 오택수는 종혁을 봤다.

“안 가?”

“아뇨. 잠시만요.”

‘위조지폐범과 탈북자로 보이는 북한 사람, 그리고 조선족 깡패들. 탈북자와 조선족 깡패라…… 조합이 쎄한데?’

종혁은 간질거리기 시작한 코를 긁었다.

“오 경감님.”

“어, 그래. 한번 따 보자.”

“예?”

“네가 코를 긁었잖아.”

종혁이 코를 긁으면 뭔가 냄새를 맡았다는 것이다. 그게 이번 실태 조사와 관련된 일이든 다른 사건이든.

“오. 나를 너무 잘 아는 거 아니에요?”

“시꺼. 최재수, 지금 바로 숙소로…….”

“핫팩이랑 장갑, 목도리 다 가져오면 되죠? 카메라도?”

최재수는 대답조차 듣지 않고 숙소로 달렸고, 종혁과 오택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제야 합이 맞는 건가?’

합은 예전부터 맞았지만, 둘이 생각하는 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할 일을 해내는 단계였다.

*   *   *

드르륵!

“쯥. 역시 아침 소탕은 여기가 제일이라니까!”

“아, 안녕히 가십쇼.”

“오냐. 다음부턴 좀 더 빠르게 굴고. 확 발목을 잘라 버릴 수 있으니까.”

“낄낄. 그만해라. 그러다 애 바지에 똥 싼다.”

가게를 나선 놈들이 낄낄거리며 멀어지자 맞은편 대각선 골목에 숨어 있던 오택수가 퉤 침을 뱉으며 빠져나왔다.

“너흰 덩치가 너무 눈에 띄니까 멀리서 따라와.”

“괘, 괜찮겠습니까?”

“조심하세요.”

걱정 어린 표정을 짓는 최재수와 달리 믿음을 보내오는 종혁의 눈빛에 씩 웃은 오택수는 점퍼 후드를 쓰며 발을 뗐다.

그렇게 멀어지던 오택수를 보던 최재수는 종혁을 봤다.

“저, 정말 괜찮겠죠?”

“걱정 마. 최 경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베테랑인 양반이니까.”

수틀리면 상관도 받아 버리는 지랄 맞은 성격 때문에 승진을 못했을 뿐, 성격만 좀 죽였다면 지금쯤 총경을 노려봤을 사람이다.

“우리도 가자.”

“예.”

종혁은 담배를 물며 느릿하게 뒤따랐다.

한편 오랜만에 혼자가 된 오택수는 후드 속을 파고드는 매서운 칼바람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미행은 오랜만이네.’

자칫 실수라도 하면 몸에 날붙이가 들어올 수 있는 위험한 미행. 종혁과 함께하게 된 이후 잘 하지 않게 된 스타일의 미행이다.

긴장이 곤두서자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의심이 되고, 부르릉 옆을 스쳐 지나가는 탑차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40대 중반, 왼쪽 턱에 점. 인천 나 4886.’

눈에 밟히는 모든 정보가 오택수의 머릿속에 저장된다.

하지만 급하지 않게. 어디까지나 느긋하게.

오택수는 너무 오랜만의 미행이라 몸을 경직시키는 힘을 애써 흐트러트리며 한 발, 한 발 평범한 사람처럼 내디뎠다.

‘좌측으로 꺾는군.’

속도를 조금 더 늦춘 오택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는 척하다가 왼쪽으로 몸을 꺾었다.

“아으, 추워!”

“킬킬. 한국 사람 다 됐구나, 야.”

“뭐이라니! 니 지금 욕하니?”

차들이 주차된 2차선 도로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꺾는 이들.

그렇게 그들을 쫓아 몇 번이나 꺾었을까.

‘흠?’

오택수의 표정이 살짝 흔들린다.

분명 도로가 넓고 길가에 슈퍼나 식당, 주택 따위가 있는 평범한 길이다.

하지만 공기와 하늘색이 변했다. 거리를 서성이는 사람들의 시선도 변했다. 대충 쳐다보다 마는 몇 미터 전과 달리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공허함 속에 경계를 담아 이쪽을 살피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

콧속을 파고드는 위험한 냄새.

몇 미터 전과 지금 서 있는 이곳은 완전히 다른 공간이었다.

그에 몸도 더 나아가길 거부하며 기시감이 든다.

‘그래, 용주골.’

80년대 여자들을 납치해 팔아넘기던 조직을 쫓아 용주골에 도착했을 때의 그 느낌이다.

번쩍이는 네온사인으로 만든 수족관의 뒷골목에 들어설 때 느낌. 언제 어둠 속에서 칼이 튀어나올지 모르던 그 섬뜩한 느낌.

“좋네.”

입가가 사납게 찢어진 오택수는 후드를 살짝 내리며 서슴없이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었다.

그러며 평범한 모습을 보이려 담배를 물었다.

“밥은 다 먹었니?”

“이렇게 늦게 온 거 보면 모르니?”

오택수는 눈을 빛냈다.

사거리 골목 안, 창고 따위로 보이는 건물 안으로 놈들이 들어간다.

‘몇 번지지?’

여기까지 쫓아왔으면 몇 번지인지, 안에 몇 놈이나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오택수는 슬그머니 평범한 사람인 척 그들이 들어간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그 순간…….

“넌 뭐이니?”

골목 전봇대 뒤에서 작은 키의 사내가 오택수를 막아서며 번들거리는 눈으로 위아래를 훑는다.

“첨 보는 놈인데?”

“아, 전 저쪽으로…….”

“하긴 제정신이 박힌 놈이면 이 동네에 올 리가 없지. 이렇게 돈을 뺏길 건데.”

스윽!

허리춤에서 칼을 꺼낸 놈이 오택수의 배에 칼을 가져다 댄다.

“지갑 꺼내라.”

‘미친?’

그때였다.

“거기 뭐하니!”

놈들이 들어간 창고 같은 건물에서 담배를 문 머리가 파르스름한 빡빡이 삼십대 중년인이 나와 외치자, 오택수 배에 칼을 들이댄 놈이 화들짝 놀란다.

“첨 보는 놈이 들어오기에 막았슴다!”

“첨 보는 놈?”

오택수를 위아래를 훑어본 중년인은 코웃음을 쳤다.

두툼한 점퍼에 골덴바지. 피부가 좋은 게 딱 봐도 한국인 뜨내기다.

“길 잘못 든 것 같은데 대충하고 돌려보내라. 지금 사고 치면 안 된다는 거 모르니?”

“아, 알았슴다! 니 운 좋다. 복권 사라.”

툭 밀린 오택수는 여기까지인가 하며 돌아섰다.

“……후아!”

막혔던 숨통이 터진 오택수는 실실 웃었다.

‘나도 미친놈이지.’

그 위험한 순간에 살아 있음을 느꼈다. 정말 미친 게 틀림없었다.

그는 담배를 물었고, 그 순간 갑자기 쑥 들어온 손이 라이터 불을 켰다.

“수고했어요.”

“……그래.”

“뭐 알아낸 건 있어요?”

“어. 대충.”

그들은 다시 숙소로 복귀했다.

*   *   *

창고로 보이는 건물 안.

2층 가장 안쪽 사무실에 앉아 술을 마시던 머리가 긴 삼십대 중반의 중년인이 공허한 눈으로 입을 연다.

“무슨 일이니?”

“별거 아임다. 누가 길을 잘못 들었나 봄다. 공안처럼 보이진 않았슴다.”

“그래? 알았다. 그림쟁이 양반들은?”

“조선 그림쟁이가 말하길 이제 거의 전수가 끝났담다.”

그들이 있던 흑룡강성에서 잡은 탈북자 놈.

비쩍 마른 데다가 어디 쓸 곳도 없을 것 같아 배를 가르려고 했는데, 자신에겐 특별한 재주가 있다고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렸다.

그래서 한번 해 보라고 시켰더니, 그림을 베껴 내는 솜씨가 예술이었다.

덕분에 공안에게 철퇴를 맞아 조직이 해산되고 결국 이렇게 한국까지 기어 들어오게 됐지만 말이다.

물론 조직이 해산된 건 위작 판매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마 조선 그림쟁이가 컴퓨터만 잘 다룰 줄 알았어도 시간이 단축됐을 검다. 이제 그 얼빵한 한국 놈은 어찌하실 생각임까?”

한 달 전, 근처 슈퍼에서 껌 한 통을 사고 나오던 놈.

처음 보는 놈인 데다가 지갑이 두툼하기에 돈을 뺏으려 했더니 이게 대박이었다.

5천 원권 위조지폐가 지갑에 한가득이었다.

그래서 감금시키고 그 기술을 빼내던 참이었다.

“대충 토막 내서 개밥으로 줘 버려라.”

“알겠슴다.”

분명 기술만 온전히 전수하면 무사히 풀어 주겠다는 약속을 어기다 못해 잔인한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지만, 그들의 눈은 덤덤하기만 했다.

“인천 쪽 일은 어떠니?”

“무리 없슴다.”

“소문을 내는 건?”

“그것도 잘되고 있슴다.”

“명심해라. 절대 한국 공안이 여길 알게 하면 아니 된다.”

“알겠슴다. 그럼 나가 보겠슴다.”

“어. 가라.”

손을 저은 그는 문이 닫히자 핸드폰을 들었다.

“나요, 박 사장. 여긴 준비 끝났소. 돈 준비하시오.”

전화를 끊은 그는 대마를 잘라 넣은 잎담배를 물며 흐릿하게 웃었다.

“한국. 참 샌님 같은 나라야.”

여차하면 귀를 잘라 내야 하는 흑룡강성의 추위와 비교하면 참 천국 같은 나라였다.

*   *   *

-거긴 우범 지역이라 경찰들도 잘 안 가요. 경찰이 뭐예요. 같은 조선족들도 거긴 웬만해선 잘 안 가요.

조주환 형사의 말에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왜요?”

-조선족 노동자들이 초기에 정착한 곳이 거긴데…….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바깥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인생 막장들이 몰려 있는 곳이라는 소리군요?”

-그렇죠. 돈 벌러 왔으면서도 일하기 싫어 빈둥거리는 한량들, 불법 체류자들 뭐 그런 인생 막장들만 있는 곳이죠. 원랜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종혁은 눈을 빛냈다.

“아니었다고요?”

-예. 한 8개월쯤 됐나? 그때부터 점점 그렇게 변했을걸요? 한 5개월 전부턴 강력 사건도 많이 일어났고, 소문도 흉흉해졌고.

누가 팔이 잘렸네, 누가 갑자기 사라졌네, 누가 장기가 털렸네 등 온갖 흉흉한 소문이 돌아 조사를 해 봤지만 나오는 건 없었다.

-심지어 우리 한국인이 거기다 통나무 공장을 차렸다는 소문도 돌았다니까요. 물론 아니라고 판명이 났지만요.

여기서 말하는 통나무 공장은 나무 가공공장이 아니다.

장기매매. 그걸 말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병원이라고도 한다.

“재밌네요. 검찰과의 단속에서도 나온 건 없던가요?”

-없었죠. 있었으면 거길 가만뒀을 리가 없죠.

뭐라도 나왔다면 아마 검경 전체가 달려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청사파 애들도 그쪽은 기웃거리지 않아요. 소문은 흉흉한데 먹을 게 없어서…….

“아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더 물을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전화를 끊은 종혁은 코를 긁적였다.

‘그런 우범 지역에서 뭔가를 꾸미는 놈들이 있다라…….’

왜 신경이 그 8개월과 5개월이란 단어에 쏠리는 걸까.

고약한 냄새가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아, 미치겠네. 이러면 잠복을 하는 것도 어려운데…….”

종혁은 동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복 중 가장 골치 아픈 상황이 바로 이거다.

동네 사람 전체가 이방인을 경계하는 상황. 거기다 우범 지역이라니 여차하면 시비가 걸릴 수도 있다.

‘역시 한상원 때처럼 그냥 그 근처에 집을 사서…….’

“흠. 팀장님.”

“왜?”

“그런 우범 지역인데 있을 건 다 있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슈퍼, 술집, 노래방, 오락실 있을 건 다 있었다. 그 작은 골목에 말이다.

“보통 그런 지역에선 장사를 접는 게 맞지 않아요?”

심각한 말투로 부르기에 집중했던 종혁과 오택수의 눈이 멍해졌다. 그러다 오택수가 탄식을 터트린다.

“와, 이 새끼는 파출소에서 대체 뭘 배운 거지?”

“오 경감님이 가르쳤어요.”

“……씨발, 난 뭘 가르친 거지?”

종혁은 머리를 쥐어뜯는 오택수를 일견하며 얼굴이 일그러지는 최재수를 봤다.

“돈이 없어서 그래.”

“예?”

“좋은 곳에 가게를 오픈할 돈이 없어서. 오픈을 해도 단골들이 따라올지 의문이어서. 뭐 이런저런 이유…… 아.”

뭔가를 깨달은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야, 어디 가게?”

“잠복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쉽게 하면 되는 거죠. 제 스타일대로요.”

“엥? 월세 얻게?”

“그 비슷한 거예요.”

종혁은 옷을 챙겨 들었고, 궁금해진 오택수와 최재수도 냉큼 뒤를 따라나섰다.

그리고 잠시 후.

딸랑!

복덕방의 문을 열고 들어간 종혁은 입을 열었다.

“상가 건물들 좀 매입하고 싶은데요.”

“상가 건물? 상가 건물…… 들?”

오택수와 최재수는 이어지는 종혁의 말에 입을 떡 벌렸다.

‘이런 미친?’

이 미친놈이 또 미친 짓을 하고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