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52화>
71. 미꾸라지
“这儿这儿!”
“아우. 죽겠다!”
중국어와 한국어가 문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허름한 식당.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니 노릇하게 구워지는 고기 냄새와 담배 냄새가 콧속을 파고든다.
힐끗 종혁들을 본 손님들은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종혁은 빈자리를 찾아 앉는다.
“여기!”
“네, 갑니다!”
이제 중학생이나 됐을까. 밤송이머리를 한 소년이 메뉴판을 들고 헐레벌떡 뛰어온다.
“시킬 때 벨 눌러 주심 됩니다.”
약간은 어눌한 한국말.
“아아, 다시 올 필요 없이 양꼬치 6인분이랑 소탕, 맥주 아무거나 줘요.”
“그…… 양은 좀 냄새가 남다. 괜찮슴까?”
주문도 했겠다 오택수와 대화를 나누려 고개를 돌리던 종혁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오는 소년을 보았다.
“그럼 대충 알아서 가져와요. 남은 건 팁.”
종혁은 십만 원 수표를 찔러 줬고, 소년의 얼굴은 확 밝아졌다.
“예, 알겠슴다!”
꾸벅 허리를 숙이고 주방으로 향하는 소년.
종혁은 그런 소년을 대견하다는 듯 응시했다.
“그 형사님이 추천해 줄만 한 곳이네.”
서비스를 보면 맛을 안다.
종혁은 작은 기대감을 품었다.
“다들 담배를 피우는 분위기 같으니 우리도…….”
드르륵!
그때, 종혁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보곤 피식 웃었다.
몸집이 종혁보다 커 보이는 삼십대 중반의 사내가 거친 외모의 남성들을 데리고 들어온다.
그들을 본 최재수는 화들짝 놀랐다.
“어쩐지…….”
왜 묻지도 않은 식당을 알려 주나 했었다.
“어이구, 여기 계셨어요?”
능글맞게 웃으며 다가오는 사내.
종혁도 능글맞게 웃었다.
“선배님이 가르쳐 주신 식당이라서 한번 와 봤죠.”
그랬다. 외모는 건달 뺨치게 생긴 사내는 오늘 종혁에게 협조를 해 준 이곳 경찰서의 강력계 형사였다.
“그런데 선배님은 팀원들과 회식하러 오셨나 봐요?”
“잠시 저녁 먹으러 온 거죠.”
“그럼 합석하시죠? 안 그래도 좀 많이 시켰거든요.”
“어이구, 이거 미안해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들은 냉큼 옆 테이블을 붙이며 자리를 만들었다.
“오셨슴까, 형사님!”
마침 주방에서 나오던 소년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오냐, 왔다. 꼬치랑 맨날 먹는 거 줘.”
“알겠슴다.”
왜인지 종혁과 형사를 번갈아 보며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은 소년이 다시 주방으로 향하자 형사의 얼굴에 안쓰러움이 번진다.
“쟤가 소년 가장인데, 여기 마음씨 좋은 주인아저씨 때문에 근근이 먹고살아요.”
그런 사정이 있는지 몰랐던 종혁은 혀를 찼다.
“어린 나이에 타지에 와서 고생이네요. 어쩌다가 그렇게 된 겁니까?”
“함께 넘어온 아비가 공사판에서 일을 하다가 다쳤거든요. 그래서 뭐 우리 70, 80년대처럼 학교 관두고 일하는 거죠.”
“저런…… 용돈을 좀 넉넉하게 챙겨 줘야겠네요.”
“그래 주면 좋죠. 그보다 본청은 좀 어때요? 할 만해요?”
둘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하자 오택수는 최재수를 데리고 옆 테이블의 형사 무리에 합석했다.
이윽고 음식이 나오고 맥주를 기울이자 형사는 본색을 드러냈다.
“그래서 뭐 좀 나온 거 있어요?”
그들에게도 골칫거리인 치안 문제.
얼마 전에도 이쪽 지검에서 경찰과 협력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며 범죄자들을 잡아들였는데 그것도 그때뿐.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술에 취해 꼬장 부리고, 흉기를 휘두르고.
형사, 조주환으로선 그게 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거의 반년마다 동네를 뒤집는데 배우는 게 없다?
요샌 대응 매뉴얼도 바뀌어서 강력하게 제압을 하는데?
‘원숭이처럼 빡대가리가 아니고서야 말이 안 되지.’
혹여 본청이라면 뭔가를 찾을까 순순히 협조를 했던 조주환은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주신 자료도 다 살펴보지 못했는걸요.”
“쩝, 그래요?”
“그보다 이 동네 조폭들은 좀 어떻습니까?”
“어휴. 말도 마요. 형사밥 먹은 지 10년 넘은 나도 질려 버릴 정도예요. 이 거지 같은 동네에 대체 뭐 대단한 게 있다고 그렇게 기어 들어오는 건지…….”
치우면 다른 놈이 슬그머니 기어 들어와 그 자리에 똬리를 튼다.
그러다 대대적인 단속에 쓸려 나가고, 또 기어 들어온다.
이게 반복이다.
“바퀴벌레 같은 새끼들.”
바퀴벌레가 왜 바퀴벌레겠는가. 박멸할 수가 없어서 바퀴벌레다.
종혁은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물었다.
“따로 관리하는 놈들은 없는 겁니까?”
조주환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걸 알아?’
놀랐던 조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따위에서 이런 부분을 많이 다뤘으니까.
어쩌면 종혁이 팀장이 되기 전 있던 부서에서 배웠을 수도 있다.
“에휴, 있었죠. 싹 쓸려서 문제지. 검찰 놈들 융통성 없는 건 진짜…….”
‘에고.’
검찰이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본인의 잘못 같은 종혁은 뜨끔했다.
“뭐 그래도 요새 좀 묵인해 주는 애들이 있긴 해요.”
목소리를 낮춘 조주환의 말에 종혁은 눈을 빛냈다.
“청사파라고 몇 개월 전에 들어온 놈들인데, 말을 알아듣는 귀가 있더라고요.”
들어오자마자 마작 도박장을 열기에 몇 대 좀 타일렀더니 알아서 몸을 낮춘 놈들. 이 동네 주민들의 피를 빨아먹으려 드는 게 아니라 나름 선을 지키려 하기에 적당히 눈을 감아 주고 있는 실정이었다.
“진상 다루는 솜씨가 제법인가 보네요?”
간단한 예를 들어 마작 도박장. 한국의 고스톱처럼 이들 조선족과 중국인들에게는 국민도박이라 불법이라고 해도 뿌리를 뽑을 수가 없는 마작.
누군가는 딸 테고, 누군가는 잃을 것이다.
그런데 잃은 사람이 가만있을까?
무조건 사고를 친다. 그러면 경찰은 또 출동을 해야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몇 십 번씩 말이다.
안 그래도 부족한 경찰 병력, 그런 출동이 거듭되면 금방 퍼져 버리고 만다. 그래서 대신 관리하라고 묵인하는 거다.
괜히 여기저기 퍼져서 하다가 훗날 시체가 나오는 것보단 한데 뭉쳐서 하게 만드는 게 대응하기 편하니까.
참담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잡아먹혔겠죠. 여기 사람들 대가 얼마나 센데.”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조주환과 대화를 하니 더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회귀 전과 달리 주기적으로 동네가 뒤집힌다.
솜방망이 단속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조폭이 잡혀 하고 범죄자가 잡혀간다. 경찰도 강력하게 대응을 한다.
동물이라고 해도 배우는 게 있어야 했다.
‘그런데 회귀전과 비슷한 상황이란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
‘대체 뭐가 이들로 하여금 도덕의 고삐를 풀게 만드는 거지?’
이곳 손님들도 목소리가 좀 높을 뿐, 그냥 평범하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며 평범하게 술을 마실 뿐이기에 이곳을 찾은 이유도 바래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료를 더 살펴봐야 할 듯싶었다.
이 동네에 도착한지 반나절도 되지 않았으니 현재로선 그것밖에 할 게 없었다.
‘읽다 보면 뭔가 나오는 게 있겠지. 그런데 언제 다 살펴보냐…….’
이 작은 동네에 사건사고는 또 왜 그리 많은지, 채 10분의 1도 살피지 못한 자료에 한숨을 푹푹 나올 뿐이다.
“에휴. 한잔하시죠.”
“하하. 그래도 너무 이상하게 생각지 말아 주세요. 사람들이 좀 거치긴 한데 대부분 좋은…….”
드르륵!
반사적으로 열리는 문을 봤던 형사들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남자 셋이 들어오자 이내 곧 신경을 끄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다시 그들을 봐야 했다.
‘칼? 도끼?’
넙적한 것이 중식도처럼 보였다. 나름 옷으로 가렸지만 태가 났다.
종혁은 조주환을 봤다.
“조금 거친 것뿐이라면서요?”
“어흠……. 어휴, 왜 저러지?”
얼굴이 발개진 조주환은 팀원에게 고갯짓을 했고, 다른 회사 그것도 본청 식구에게 망신을 당한 것에 부끄러워진 형사는 이를 악물며 일어섰다.
약간의 실랑이가 있은 후 형사는 중식도와 과도 두 개를 압수해 돌아왔다.
종혁의 눈이 짜게 식었다.
“쟤들이 이 동네 깡패들입니까?”
“커흠. 아무래도 자기방어가 과한 사람들인가 봐요. 어휴, 진짜. ……씨발. 뿌드득!”
망신도 이런 망신이 있을까.
울화가 터진 조주환은 술을 연신 들이켰지만, 종혁의 눈빛은 낮아졌다.
‘저런 모습도 회귀 전과 같은데…….’
치안이 좋지 못한 곳에서 살다 왔기에 남의 손을 빌리기보다 자신의 손으로 해결하려는 마인드가 있는 조선족.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지만, 그래도 이들이 흉기를 패용하고 다니는 모습은 썩 낯선 게 아니었다.
“아, 진짜 모르겠네.”
머리를 벅벅 긁던 그 순간이었다.
“봤지? 그냥 순순히 무기 주니까 저 한국 공안 새끼들이 별말 안하는 거?”
방금 전 중식도를 뺏긴 놈 입에서 튀어나온 중국어에 종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왜 그러시는…….”
“쉿. 잠시만요.”
“역시 형님 말이 모두 맞습니다!”
“이야, 한국 공안은 참 물렁하네요?”
“보통 물렁한 게 아니야. 나 오늘 술 먹고 행패 부리다 경찰서 갔다 온 거 들었지? 그런데 봐. 맞은 곳 있어?”
그 말에 과도를 뺏긴 놈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와, 연변이었으면 왜 귀찮게 했냐고 반병신이 됐을 텐데?!”
“이 새끼들 죄다 샌님이야.”
종혁은 가슴이 꿀렁였다.
‘아, 그러시다? 강화된 매뉴얼이 설렁하다? 와, 진짜 이걸 확 패 버릴 수도 없고.’
기분 나쁜 말을 들었다고 패 버리면 어디 그게 형사인가, 깡패지.
그래도 부아가 치민 종혁은 실실 웃으며 사내를 봤고, 그 시선을 느낀 건지 눈이 마주친 사내는 잠시 놀랐다가 히죽 웃었다.
“뭐, 이 버러지 새끼야. 좆같은 공안 새끼.”
실실 웃는 낯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며 하는 중국어.
아무것도 모르고 들으면 그냥 인사를 하는 줄 알 것이다.
그러나 중국어를 아는 식당 내 조선족들이 슬그머니 입을 다물었고, 종혁은 히죽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嘿来这里(야, 이리와 봐).”
놈이 눈을 부릅뜬다.
그건 저들이 무기를 뺏기자마자 묘하게 경계심을 세우던 식당 내 다른 손님들도 마찬가지다.
“니, 니 중국말 할 줄 아니?”
“어, 알아. 그러니까 튀어 와라, 이 자라 같은 새끼야.”
종혁의 유창한 중국어에 손님들은 재빨리 모른 척을 했고, 놈은 얼굴을 와락 구기며 다가왔다.
“왜, 왜 불렀습니까?”
종혁은 대답 대신 그의 배를 걷어찼다.
퍼어억!
“아악!”
가볍게 걷어차여 바닥을 뒹구는 놈.
종혁은 당황하는 놈에게 다시 손가락을 까딱였다.
“다시 와.”
억지로 몸을 일으킨 놈은 엉덩이를 뒤로 빼며 발악하듯 외쳤다.
“내, 내게도 인권이라는 게 있소! 이러지 마오!”
그제야 튀어나오는 한국어에 종혁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인권, 씨발. 확 명예훼손으로 털어 버릴라. 들어 보니 고의적으로 사고를 치는 것 같던데 그것도 털어 줘?”
“…….”
“왜? 방금 말 잘하던만? 뭐, 버러지? 좆같은 공안? 하, 이 씨부랄 새끼를 어떡하면 좋지?”
종혁의 중국어에 놀랐던 조주환과 형사들이 몸을 들썩인다. 그들의 표정이 살벌해지자 놈의 몸은 점점 움츠러들었다.
종혁은 다리를 꽜다.
“내가 니들 새끼들 때문에 중국어를 배운 놈이거든? 지금부터 두 개의 선택지를 준다. 하나, 우리가 술 다 마실 때까지 대가리 박고 있는다. 둘, 불법무기소지죄로 끌려가 48시간 동안 대가리 박고 있는다. 둘 중 뭐 고를래?”
놈의 눈이 데구루루 굴러 간다.
“튀어 봐. 내가 너 잡나, 못 잡나.”
얼굴을 와락 구긴 놈은 방금 전 자신이 있던 자리로 걸어가 맨바닥에 머리를 박았고, 종혁은 당황하는 놈의 일행들을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너흰 뭐하냐? 아, 한국어 못 알아들으면 중국어로 씨불여 줘?”
스윽! 쿵! 쿵!
식당에 세 개의 엉덩이가 동산처럼 봉긋 솟았다.
“조금이라도 엉덩이 내려오거나 아가리 뻥끗하면 오늘 날 새도록 마신다.”
“끄으응!”
혀를 찬 종혁은 멍하니 쳐다보는 조주환 형사를 보며 싱긋 웃었다.
“받으시죠.”
“예, 예. 그, 그래요. 으하핫! 그럽시다! 야, 니들도 벨트 풀어!”
“옙!”
순간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종혁은 손을 들었다.
“사장님! 여기 식당에 술이랑 안주 싹 돌려요! 내가 쏩니다!”
“와아아아아아……!”
이쪽이 좋든 싫든 공짜술은 환영이라는 듯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풀려 버렸다.
* * *
탁!
술을 마신 다음 날부터 제대로 시작해 이틀에 걸쳐 사건 내역을 모두 살핀 종혁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천장을 봤다.
“……재밌네.”
종혁과 잔뜩 피곤한 얼굴을 한 오택수의 입가에 헛웃음이 번진다.
재범률이 상당히 높다.
이 말은 즉, 사고를 치고 끌려간 놈이 풀려나자 다시 사고를 친단 소리다. 심지어 요새는 범죄율도 상승하고 있다.
“며칠 전 그놈처럼 생각을 하는 건지, 아니면…….”
“일선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든지. 둘 중 하나겠죠.”
둘 다 골치가 아플 만큼 귀찮은 일이다.
“드르렁, 컥! 응? 뭐가요?”
“……하.”
몸을 일으킨 오택수가 최재수의 머리채를 잡아끌며 화장실로 향했다.
“아악! 악! 자, 잠깐!”
쿵! 쏴아아아아!
“차, 차가! 뜨, 뜨거?! 뜨거워요! 뜨겁다고, 이 새끼야!”
동네에서 제일 좋은 모텔이라지만, 모텔 수준을 벗어나지 않은 방음에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셔요. 간편신고관리과 특별…….
“예, 2팀장님.”
-어, 1팀장. 뭔 일이여?
“주무셨어요?”
-어이구. 이제 인나야제. 그쪽은 좀 어뗘? 뭐가 좀 나와?
“도통 견적이 안 뜨네요. 그쪽은요?”
-우리도 마찬가지제. 아따, 이놈 새끼들 겁나게 쥐새끼 같아야. 숨어서 나오질 않어. 나가 서울 지리를 모른께 찾을 수도 없고.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전화했다.
“그럼 남대문시장 쪽부터 조져 보세요. 그 동네에 짜가들이 잘 풀리거든요.”
-남대문?
“오후부터 좌판 깔아요, 걔들.”
-뭐여, 그랬어? 사흘 동안 삽질만 오지게 했네잉. 오케이, 땡큐. 아, 이 말이 도움이 될지 모르겄는디…… 갸들 대다수가 취업비자로 들어온 거 알제?
“알죠.”
이민을 한 사람도 많지만, 취업 비자만 갱신하는 놈들이 더 많다.
-안다니 다행이네. 그놈들을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지 마러. 그럼 나중에 또 통화하자고.
종혁은 전화가 끊긴 핸드폰을 침대에 던지며 담배를 물었다.
“알지 왜 모를까.”
낯선 이국땅,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뭉치기 시작해 나중엔 집단 이기주의로 발전하는 조선족들.
꽤 많은 수가 자신들의 나라는 중국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절로 혈압이 솟는다.
필요하면 동포 한국인, 아니면 중국인.
고개를 저은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대충 씻고 나와요. 밥 먹게!”
아직 겨울이 가시지 않은 아침의 거리는 꽤 추웠다.
“에, 에 엣취! 뜨거워…… 추워…….”
피부가 따갑도록 뜨거우면서 춥기도 한 지랄 맞은 상태에 최재수는 오택수를 죽일 듯 노려봤고, 오택수는 별다른 반응 대신 그냥 손을 들었다.
깨갱 하는 최재수의 모습에 종혁은 이젠 반응하기도 지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음?”
수군수군.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경계 어린 눈으로 종혁을 본다.
‘소문이 퍼졌나 보네.’
좁은 동네다 보니 그저께 있었던 일이 모두 퍼진 것 같다.
적당히 해장국을 파는 곳에 들어가 앉으니 최재수가 심각한 표정을 한 채 입을 열었다.
“이렇게 강력 범죄율이 높은 건 혹시 문화랑 생각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요?”
“그건 뭔 개소리…….”
“아뇨, 계속 들어 보죠. 해 봐.”
최재수가 제법 핵심을 찔렀다. 강력 범죄율이 높은 이유는 그 문화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제가 살펴본 조서들 중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왜 우리만 이렇게 잡는 거냐, 우리도 너희랑 똑같은 사람이다.
술 마시고 욕도 하고, 취해서 사고도 치고.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냐.
참고로 이 말은 술 먹고 무전취식을 하다 쫓아온 주인에게 흉기를 휘두르다 상처를 입힌 놈이 한 말이다.
이 외에도 왜 별거 아닌 일로 왜 그러냐는 말을 하는 놈들도 많았다.
후안무치 그 자체였지만, 그들의 평소 생각과 자라 온 생활상이 어땠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 씨발. 그래, 네 말이 맞다 치자. 그럼 걔들은 다 붕어 대가리냐? 그렇게 계속 잡히면 결국 지가 손해라는 걸 모르는 붕어 대가리야? 걔들은 뭐 상식이란 게 없어?”
“하, 하지만…….”
“아냐. 오 경감님 말처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핵심은 짚었어. 잘했어.”
“헤헤…….”
최재수는 봤냐는 듯 오택수를 봤고, 오택수는 얼굴을 와락 구겼다.
“음식 나왔슴다.”
“오, 고마워요.”
뜨끈한 소탕에 그들은 잠시 대화를 멈추기로 했다.
“그…….”
“음?”
“다 그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님다. 한국을 제2의 조국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슴다.”
종혁은 푸근히 웃었다.
“알아요. 상식이 없는 사람은 소수라는 걸. 하지만 가끔은 그 소수가 다수, 혹은 전체가 되기도 해요.”
종혁은 주방에 서서 이쪽을 보는 가게 주인을 응시하며 말했다.
이건 작은 충고다. 계속 이렇게 그런 놈들의 망종을 지켜보기만 하면 결국 피해를 받는 건 너희 조선족이라는 작은 충고.
“명심해요. 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선 제일 먼저 지켜야 하는 게 그 상식이에요. 세상 전체가 상식이라 규정한 그 상식. 그리고 도덕.”
그게 어긋났음에도 뻔뻔한 짓을 하니 지탄을 받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려면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선을 긋든지, 아님 자체적으로 정화하든지.
그럼으로써 저들을 믿고 들인 한국에 대한 신뢰를 지켜야 했다.
순간 눈이 파르르 떨린 소년은 잠시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이다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맛있게 드십쇼.”
소년이 떠나자 종혁은 한숨을 내쉬며 숟가락을 들었다.
그때였다.
드르륵.
한 무리의 손님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줬다가 거두던 종혁은 순간 멈추며 눈을 껌뻑였다.
‘뭐야, 저놈이 여기 왜 있어?’
여기서 볼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놈.
종혁은 돌아가려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멈춰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