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51화 (251/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51화>

    “어서 와요.”

    간편신고관리과 안쪽의 집무실, 정용진 과장은 세 잔의 커피를 준비한 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충성.”

    거수경례로 인사를 한 셋은 자리에 앉아 처음 들어온 사무실을 둘러봤다.

    선하고 푸근한 인상과 달리 있어야 할 것만 있는 공무원 사무실. 공무원의 필수 아이템이라는 난초 대신 금붕어가 세 마리가 돌아다니는 작은 어항이 있는 게 조금 특이할 뿐이다.

    “왕!”

    책상 위에 앉아 있는 새끼 풍산개 한 마리도 말이다.

    투견 견주이자 개장수였던 놈들에게서 압수한 풍산개에게서 태어난 강아지. 이제야 눈을 뜬 이 강아지는 간편신고관리과의 마스코트 덕자였다.

    본청은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건의에 의해 투견들 가운데 몇 마리를 탐지견으로 육성하는 한편, 몇몇 부서를 대상으로 이런 강아지 키우게끔 했다.

    친근한 경찰 이미지 형성을 위해 말이다.

    쉬이이!

    “덕자 오줌 싸는데요?”

    “이런.”

    재빨리 일어난 정용진은 책상 밑에 깔아 놓은 배변패드에 덕자를 올려놓은 후 뒤처리를 했다.

    “요놈, 요놈. 오줌은 여기다 싸랬지?”

    “왕!”

    혼이 나는데도 좋다고 웃는 덕자.

    긴장을 하며 찾아왔던 셋의 어깨가 느슨해졌다.

    “아따, 고놈 장군감이네잉.”

    감히 본청 과장의 책상에 오줌을 쌀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있을까.

    “아주 여장부여, 여장부.”

    “푸흐흐.”

    “큭큭.”

    셋은 웃었지만 매일같이 전쟁인 정용진의 입에선 한숨만 나왔다.

    “이거 첫 업무 지시라 나름 분위기를 잡아 보려고 했는데 우리 딸 때문에 망쳐 버렸군요.”

    “왕!”

    덕자를 째려보는 정용진의 말에 셋은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런 셋을 본 정용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세 팀의 활약은 잘 지켜봤습니다.”

    그동안 특별수사팀이 컴퓨터로 올린 사건 수사에 대해 별다른 대면 없이 승인만 하고 중간 보고도 서면으로 받은 정용진 과장.

    종혁은 입술을 비틀었다.

    “어떻게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군요.”

    김판호와 윤선빈도 입술을 비튼다.

    신설 부서의 과장이 서면으로만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한다?

    작정하고 간을 보겠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종혁과 둘도 그 뜻을 따라 줬다.

    “마음에 들다 뿐일까요.”

    싱긋 웃은 정용진은 책상에서 세 개의 종이 뭉치를 가져왔다.

    터엉!

    “2팀장은 이걸 조사해 주세요.”

    두꺼운 종이 뭉치를 받아 든 김판호는 눈을 빛냈다.

    <이미테이션 유통 조직 조사>

    “짭 파는 놈들 잡으라는 거쇼잉?”

    “피해 사례가 많은데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더군요. 3팀장은 이걸 맡아 주시고.”

    “……성인 오락기 제조, 유통 조직을 조사하시라는 거군요.”

    “원래 성인 오락실이 암 덩어리였다는 거 알죠?”

    알다 뿐일까. 조직폭력배의 대표 수입원 중 하나가 바로 성인 오락실이다.

    “그런데 요새 바다이야기라는 게 슬금슬금 말이 나오더군요.”

    이 말은 즉 언제든 멱을 딸 수 있도록 증거를 갖춰 놓되 여차하면 멱을 따 버리란 뜻이다.

    ‘요것 봐라?’

    종혁을 비롯한 팀장들의 눈빛이 차가워진다.

    “그리고 1팀장은…….”

    종혁은 정용진이 내민 서류를 보곤 미간을 좁혔다.

    <가리봉동 조선족 실태 조사>라는 내용 때문이 아니다.

    서류가 축축했다.

    “허험.”

    슥슥.

    티슈로 사건 서류를 닦은 정용진은 이제 됐다고 더 깊이 내밀며 입을 열었다.

    “강철선 검사님과 친분이 깊은 1팀장이라면 얘들에 대해 잘 알 테죠.”

    움찔!

    정용진을 바라본 종혁은 이내 그가 정보국 출신이라는 걸 떠올리곤 미소를 지었다.

    ‘아버님과? 그럴 리가.’

    현 중앙지검 검사장이 과거 중수부장이었던 시절 종혁에게 진 빚을 갚는다며 때리기 시작한 조선족들이다.

    ‘어디까지 아는 거지?’

    종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흠. 이놈들이 문제인가 보군요.”

    “관할서와 파출소가 요새 골머리를 썩는다는군요.”

    “알겠습니다. 조사해 보겠습니다.”

    종혁이 순순히 승낙을 하자 미소를 지은 정용진은 셋을 온화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럼 다들 부탁드리겠습니다.”

    “충성.”

    첫 업무 지시다.

    이 대답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서류를 옆구리에 낀 채 사무실을 빠져나온 셋은 본청 건물을 나와 담배를 물었다.

    그러다 돌연 김판호가 풀썩 웃었다.

    “아따, 만만치 않은 양반이구마잉. 나가 부산청에 있을 때 밀수하던 새끼들을 줘 팼던 것은 또 우째 알았을까잉.”

    “그랬습니까?”

    놀란 건 종혁뿐만이 아니다. 윤선빈도 놀랐다가 이내 헛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그래.”

    종혁과 김판호는 윤선빈을 봤다.

    “나도 서에 있을 때 얘들 잡아 족쳤어.”

    그래서 당시 경기도에 암약하던 성인 오락기 유통 조직과 여러 조폭들을 날려 버렸고, 그 일 덕분에 경기도 일대에선 일반인이 조폭을 끼지 않아도 성인 오락실을 오픈할 수 있게 됐다.

    그 시류는 전국으로 퍼졌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을까? 그 공로를 당시 계장이랑 서장 새끼가 싹 다 가로챘거든…….”

    그때 그 두 놈들과 거래를 해서 경기청으로 갈 수 있었지만, 덕분에 수사 서류엔 이름조차 올라가 있지 않은 상태다.

    그게 벌써 8년 전 일이었다.

    “뭐여? 그런 후레질 일이 있었어? 어떤 씹새끼여?”

    “괜찮아. 한상원 사건 때 목이 날아갔거든.”

    “흐미, 씨부럴. 겁나게 아꿉네.”

    그런 대화를 한 김판호와 윤선빈은 슬그머니 종혁을 봤다.

    종혁은 씁쓸히 웃었다.

    “저도 이놈들과 악연이 좀 깊죠.”

    그동안의 조선족과 중국인 억압이 종혁 본인 때문에 일어났던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땐 칼부림 일어나는 거지.’

    조선족이 이 땅에서 물러나든가, 종혁이 죽든가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데 과장은 이걸 어떻게 알았을까? 당시의 당사자들이 아닌 이상 그 내용을 모를 텐데……. 흠, 눈치로 끼워 맞춘 건가?’

    아마 인터내셔널 잡의 일로 중앙지검 검사장과 식사를 한 게 단서를 줬을 거다.

    ‘외에도 몇 개 더 있겠지만, 겨우 그것들만 가지고 거기까지 연결시켰다라…….’

    “재밌는 분이네요, 우리의 새 보스는.”

    “그랑께 말여. 허벌나게 재미난 양반이 대가리가 됐당께.”

    “이하 동문.”

    세 명의 입가에 살기 등등한 미소가 피어났다.

    한편 종혁과 팀장들이 떠나고 조용해진 사무실.

    책상에 앉은 정용진 과장의 앞에 종혁과 두 팀장의 인사 서류가 있다. 인사과가 아니라 정보국에서 넘어온 그들의 행적들.

    “참 무지막지한 인간들이야.”

    매번 살필 때마다 새롭다.

    온갖 암초를 만나도 충분히 정상까지 갈 괴물들.

    지금까지야 종혁에게 끌려다닌 감이 크지만, 그거야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를 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다.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까?”

    몹시 기대가 됐다.

    흥미롭게 웃은 그는 서류를 금고에 넣은 후 일어섰다.

    “왕! 왕!”

    덕자가 짧은 다리를 바쁘게 놀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

    *   *   *

    “조선족 실태 조사요? 그걸 왜 해요?”

    최재수로서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경찰학교를 나와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 어디던가.

    바로 홍익파출소나 가리봉파출소처럼 강력 사건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파출소 순경이었을 때의 이야기.

    “연쇄 터졌어요?”

    최재수가 생각하길 본청 수사팀인 특별수사팀으로서 개입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오택수는 달랐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눈을 크게 뜨며 종혁을 봤다.

    “이거 설마 여차하면 멱살을 잡겠다는 거냐?”

    “그렇겠죠.”

    그게 조선족이건, 아니면 그 동네 관할서와 파출소건.

    “멱살이요? 무슨 멱살요?”

    최재수를 힐끔 본 오택수는 담배를 물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제야 창설한 목적대로 움직이겠다는 건데…… 뱀이네?”

    뱀과다. 선한 미소 속에 뱀의 독니를 숨기고 있었다.

    “견적도 나왔겠다, 이제 사냥개들을 부려 보시겠다는 건데…… 재밌는 인간이 대가리로 왔네?”

    종혁은 방금 전 자신이 한 말고 똑같은 말을 하는 오택수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아, 진짜 또 자기들끼리만 알아!”

    빠악!

    “그러니까 공부를 하라고, 새끼야!”

    “이게 공부한다고 되는 일이면 나도 했죠! ……씨발.”

    “씨발? 씨이발? 너 이 새끼 이리 와.”

    “뿡이다!”

    최재수는 호다닥 도망을 갔고, 오택수는 뒷목을 잡았다.

    종혁이 키득키득 웃으며 정용진에게 받은 자료를 넘겨줬다.

    사락사락!

    자료를 훑어보는 오택수의 눈이 점점 굳어 간다.

    “……강력 사건들이 많네.”

    고성방가는 애교고, 기본이 주취 폭행과 흉기 위협이다.

    “이 새끼들 말이 많단 소리는 들었는데…….”

    “일단 출발부터 하죠.”

    고개를 끄덕인 둘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쪽으로 올 줄 알았던지 차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최재수는 오택수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지정석인 뒷자리로 향했다.

    종혁은 그런 그에게 차키를 던졌다.

    “어?”

    “언제까지 뒤에 탈 건데? 이젠 너도 운전해.”

    “……옙!”

    인정을 받았다 생각한 최재수는 얼굴이 활짝 폈다가 이내 뭔가를 떠올리곤 당황했다.

    “어…… 그, 그러면……?”

    종혁은 싱긋 웃었다.

    “어우. 아침에 일이 있어서 피곤하네. 도착하면 깨워 줘.”

    탁!

    문이 닫히자 최재수는 힘겹게 목을 돌려 오택수를 봤다.

    오택수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폈다.

    “넌 뒤졌어.”

    ‘좆됐다.’

    최재수의 낯빛이 사색이 되었다.

    이마에 혹이 퍼렇게 난 최재수와 그러다 손가락이 물린 오택수, 그리고 잠을 청하던 종혁이 향한 곳은 가리봉동의 파출소였다.

    “으그그!”

    “아주 한번만 더 그래 봐. 아오, 진짜.”

    하마터면 손가락이 잘릴 뻔한 오택수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고, 붙어 다니며 깡이 부쩍 붙은 최재수는 혀를 쏙 내밀었다.

    “헹!”

    “이 새끼가?!”

    “그만해요. 남의 회사 앞입니다.”

    새는 바가지 안에서만 샜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한 종혁은 고개를 저으며 파출소 안으로 들어갔다.

    파출소 경찰들은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셋을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수고하십니다. 본청 간편신고관리과 특별수사1팀 최종혁 경감입니다. 이쪽은 팀원인 오택수 경감과 최재수 경장. 협조 공문 받으셨죠?”

    “아……! 추, 충성! 벌써 오셨습니까? 아, 안쪽으로 들어오세요! 계장님-!”

    “어, 이쪽으로 보내!”

    “그럼 실례 좀 하겠습니다.”

    파출소 안쪽으로 들어간 종혁은 계장과 부소장에게 인사를 했다.

    “소장님은 퇴근하시고 안 계셔서 미안합니다. 이런 공문이 올 줄 알았다면 근무 시간을 조절했을 텐데…….”

    왜 난데없이 그런 공문을 보내서 사람을 못되게 만드냐는 뜻이 숨겨져 있는 계장의 말에 종혁은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그냥 이 동네에 어떤 사건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러 온 것뿐인데요, 뭘. 신고랑 사건 자료만 주시면 됩니다.”

    112 말고 이 파출소로 다이렉트 신고되는 사건들.

    종혁이 원하는 건 그것이었다.

    “그런데 그걸 왜 본청 수사팀에서 보고 싶은 겁니까?”

    설마 파출소를 믿지 못해 직접 나서는 거냐,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냐는 말에 종혁은 다시 손을 저었다.

    “그럴 리가요.”

    “그럼 뭡니까?”

    한쪽 눈살을 찌푸린 종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그 청장님께서 칼춤을 거하게 추시는 바람에 치안에 공백이 꽤 생겼잖습니까. 그래서 일선에서 처리하기 힘든 사건들을 저희가…… 무슨 말이신지 아시죠?”

    계장과 부소장은 눈빛을 번뜩였다.

    “지원?”

    “……뭐 그렇다고 봐야죠. 쩝.”

    “어이구.”

    계장과 부소장의 얼굴에 안쓰러움이 번진다.

    말은 지원이라고 했지만 쓰레기 청소반이다. 언제나 일선의 머리채를 휘감고 흔들던 본청의 수사팀이 쓰레기나 청소하러 온 것이다.

    그것도 이렇게 젊은 엘리트 간부가 말이다.

    “그리고…… 이 실태 조사가 끝나면 위로 보고가 될 테고요.”

    목소리를 낮춘 종혁의 말에 둘은 화들짝 놀랐다.

    종혁은 이 말은 이 실태 조사가 다음 경무 정책에 반영이 된다는 뜻이었다.

    “간편신고관리과가 기획조정 소속이었습니까?”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거죠. 하하.”

    “어이구. 그런 거라면 적극 협조해 드려야죠.”

    이 협조로 인해 파출소에 대한 지원이 달라질 수 있을 터. 그들의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안쪽으로 들어오시죠! 박 양은 여기 음료 좀 가져오고!”

    “네, 네!”

    “하하. 감사합니다. 오 경감님은 저랑 함께 들어가고, 최 경장은 여기 경찰분들에게 어떤 고충이 있는지 알아 와.”

    “예, 팀장님.”

    대번에 가려운 곳부터 긁는 종혁의 말에 입이 찢어졌던 계장과 부소장은 깜짝 놀랐다.

    “티, 팀장이셨습니까?”

    “하하, 예. 다시 인사드립니다. 간편신고관리과 특별수사1팀 팀장 최종혁 경감입니다.”

    영락없이 오택수가 팀장일 거라 생각했던 그들은 낯빛이 흐려졌다. 이십대 외모에 수사팀의 1팀장. 그냥 엘리트 간부가 아니었다.

    그들은 방금 전 말실수를 한 게 없는지 기억을 되짚어 봐야 했다.

    *   *   *

    종혁과 오택수가 안쪽 회의실로 들어간 걸 확인한 최재수는 잠시 파출소 건물을 빠져나가 담배를 물었다.

    그러자…….

    딸랑!

    한 여경이 따라 나오며 손을 든다.

    “오랜만, 재수. 본청 갔다더니 신수가 훤해졌는데?”

    “오랜만?”

    최재수와 동기인 여순경.

    방금 전 그녀를 발견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팀장님도 그걸 눈치채셨기에 나보고 알아 오라 한 거겠지.’

    역시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리고 그와 비례해 호승심이 불타오른다.

    ‘꼭. 언젠간 꼭.’

    “벌써 경장이라면서? 와, 윗사람들 이렇게 보는 눈이 없나?”

    “오랜만에 만나서 시비냐? 배가 아프면 아프다고 해.”

    ‘근데 얘가 누구였더라?’

    동기인 건 기억이 나는데 그 외의 것은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래도 동기라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래, 아프다. 됐냐?”

    “진즉에 그럴 것이지. 어떻게 지냈어?”

    “일선 일이 똑같지 뭐. 맨날 출동하고 취객 상대하고. 살인사건 망 보고.”

    “할 일 잘하고 있단 소리네.”

    “잘하고 있단 소리로 들려?”

    “그럼?”

    최재수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고, 그런 최재수를 노려보던 여순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너 학교에 있을 때부터 눈치 없었지. 에휴. 넌 좋겠다…….”

    “뭐가?”

    “현장과 달리 본청에서 편하게…….”

    “야.”

    최재수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는다.

    “왜?”

    “경찰 일이 힘들어?”

    “……!”

    “그럼 관둬. 괜히 그러다 사고 쳐서 여러 경찰 힘들게 하지 말고.”

    “야! 너 지금 조금 잘나간다고…….”

    “본청이라서 쉬운 것 같아? 네가 그딴 생각을 하는 것부터가 경찰이 덜 된 거야.”

    만약 자신이 이런 말을 했다면 종혁이 진심으로 턱을 돌려 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경멸만 들어찬 눈으로 온갖 쌍욕을 처박았겠지.’

    이것도 이만큼 친해졌으니 그렇게 하는 거다. 친하지 않은 상태였으면 아예 없는 사람, 경찰 취급을 안 하는 사람이 종혁이었다. 홍익파출소에서 그랬던 것처럼.

    “너 아직도 살인사건만 진짜 사건으로 치지?”

    움찔!

    대답을 듣지 않아도 들은 것 같은 반응.

    ‘그래. 이제야 얘가 누군지 기억나네.’

    언제나 꼭 살인사건을 수사하겠다는 말을 입에 담고 살았던 동기. 아마 경찰학교에서 맨날 20위권 안에 들어가던 엘리트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건 이 동기뿐만 아니다. 경찰학교에 입교한 합격자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살인사건 같은 강력 사건만 진짜 사건이다. 다른 사건은 그냥저냥이다.

    ‘나도 그랬고…….’

    그러다 종혁을 보며 깨우쳤다. 세상에 별거 아닌 사건 따윈 없다는 걸.

    최재수의 눈에 한심함이 맴돈다.

    “내가 동기로서 충고하는데 그냥 다른 일 찾아봐.”

    “야! 말이 너무 심하잖아!”

    “정말? 정말 심한 것 같아?”

    “…….”

    “만나서 반가웠고, 다신 보지 말자. 경찰복 입었는데, 경찰이 아닌 인간들과는 상종도 하기 싫거든. 우리 팀장님이 그러셨어. 견장 달았으면 쪽팔리지 말자고.”

    코웃음을 친 최재수는 안으로 들어갔고, 남겨진 여경은 부들부들 떨며 최재수가 사라진 자리를 노려봤다.

    *   *   *

    가리봉동을 관할하는 경찰서까지 가서 사건 자료를 받고, 관할서 형사가 추천해 준 모텔에 짐을 푼 그들은 사건 자료들을 살피다 기지개를 켰다.

    “끄으!”

    꿀꺽꿀꺽!

    미지근해진 맥주를 들이켠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그건 오택수와 최재수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얼굴엔 황망함이 감돌고 있었다.

    “이거 듣던 것보다 더 심각한데?”

    오택수의 말에 종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코드 제로 사건은 비교적 적은데, 코드 원과 코드 쓰리 사건이 많네요.”

    코드 원은 대부분 폭행이고, 코드 쓰리는 대부분이 절도다. 치안이 개판이었다.

    “들어 보니까 이 새끼들 여차하면 칼부터 휘두른대요. 그래서 피로가 심하다고…….”

    종혁은 최재수를 봤다.

    “왜? 최 경장 동기가 그렇게 말해?”

    움찔!

    “……정신적으로 많이 몰려 있더라고요.”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치안이 안정화되어 있지 않은 이 시기에 이곳에서 일개 순경이 버티긴 쉽지 않을 터였다.

    “다른 경찰들은?”

    “비슷했어요. 모두 인력 충원과 현장 대응 매뉴얼 강화를 가장 바라더라고요. 그래서 이상했고요.”

    최재수는 눈에 불을 붉혔다.

    “이미 저희가 매뉴얼은 강화시키지 않았어요?”

    “……강화시켰지.”

    그때 가장 좋아했던 게 바로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파출소 경찰들이다.

    ‘그런데도 더 강력한 대응 매뉴얼을 원한다라…….’

    “이건 이놈들이 이 자료보다 더 흉악하다는 건데……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든지.”

    이를테면 보복.

    그것도 솔직히 말이 안 된다.

    감히 경찰에게 보복을 한다? 이 동네 형사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다.

    “대체 뭐가 뭔지…….”

    “그럼 확인해 봐야죠.”

    “어떻게?”

    “양꼬치나 먹으러 갑시다.”

    “응? 갑자기요?”

    “아, 양꼬치 좋지. 빼갈도 시킬까?”

    종혁과 오택수는 외투를 챙겨 들며 일어섰고, 갸웃거리던 최재수는 결국 얼굴을 구겼다.

    “뭔데요? 왜 또 당신들만 아는데! 좀 말해 달라고, 씨발!”

    “……넌 뒤졌다, 새끼야!”

    “악! 아악!”

    “적당히 패고 나오세요.”

    종혁은 고개를 저으며 모텔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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