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50화 (250/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50화>

사람들이 주춤 물러선다.

차가운 땅바닥에 처박혀 대자로 뻗은 회장의 몸이 아직 살아 있다는 듯 꿈틀거린다.

“지, 지금 뭐, 뭘 하는…….”

종혁은 순간 오만 가지 생각이 드는 그들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뭐하는 것 같냐?”

그때였다.

삐요요요요용!

저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는 빨갛고 파란 불빛들을 본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도, 도망쳐-!”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공터.

거적과 펜스를 가져온 놈도,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수거하는 수거꾼도, 욕망을 이기지 못해 기어코 찾아온 호구들도 모두 마치 가을 녘 불을 지른 들판의 메뚜기처럼 펄쩍펄쩍 뛴다.

“이, 이쪽으로-! 돌아 나가긴 늦었어! 헉! 너, 너흰 또 뭐야!”

“최재수, 어떻게든 막아!”

“예-!”

“뚫어-!”

와아아아아!

저 멀리서 들리는 외침에 종혁은 뚜두둑 목을 꺾었다.

“그럼 나도 가 볼까?”

단 한 놈도 도망치게 둘 순 없었다.

웅성웅성!

“도박꾼들은 이리로!”

“주최 측은 누구야?”

“야! 내가 누군…… 악!”

“야, 이 새끼부터 얼른 찍어.”

들이닥친 경찰들로 인해 공터가 시끄럽다.

끌려가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끌고 가려는 경찰들.

방금 전, 투견판으로 끌고 가려는 견주와 끌려가지 않으려고 버티던 개들을 보는 듯하다.

개들도 겁을 먹고 짖는다.

“멍멍멍!”

“월월월!”

“워우우우우!”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경사님!”

“이, 이건 또 뭐야! 아, 씨발!”

이빨에 물리고 발톱에 긁혀 피가 흐르는 개들이, 몸을 한껏 웅크려야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케이지 안에 꼬리를 감춘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이게 정녕 사람으로서 할 짓일까.

투견투견 요사이 참 말이 많았는데, 이건 결코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그들은 머리끝까지 치솟는 분노에 부들부들 떨었다.

종혁은 그런 그들에게 다가갔다.

“뭐하십니까? 일단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뭣들 해!”

“예!”

“자자, 착하지?”

“끄으응.”

멧돼지도 물어뜯어 먹을 것 같은 개들인데 손을 뻗자 겁을 먹고 더 웅크린다.

눈시울이 뜨거워진 그들은 동물보호협회와 수의사들의 협조 속에서 개들을 조심스럽게 옮기기 시작했다.

그때, 이번 검거 작전에서 망잡이 제거를 맡은 서울경찰청 특공대 SWAT의 대장은 종혁에게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종혁에게 다가섰다.

종혁은 그런 그를 향해 씩 웃었다.

“이 추운 날 고생하셨습니다.”

“……쯧. 러시아 대사의 개는 찾았나?”

“아따, 1팀장-!”

“아, 저기 오네요.”

2팀장 김판호가 흔히 러시아 베어독이라고 불리는 코카시안 오브차카 새끼를 데리고 오자 SWAT 대장은 이를 악물었다.

구했다. 한국 검경을 뒤집어 놓은 개를 말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경찰의 날 때 종혁에게 망신을 당한 SWAT이 있었다.

“……고맙군. 크흠. 그럼 난 이만.”

얼굴을 붉힌 SWAT 대장은 코카시안 오브차카의 머리를 쓰다듬곤 돌아섰고, 김판호는 종혁에게 귓속말을 했다.

“아따, 그란디 이래도 되나 몰러?”

어젯밤 대체 어딜 다녀온 건지 갑자기 러시아 대사의 개를 구출했다며 데려온 종혁.

그런 종혁이 은밀히 제안했다. 임팩트 없이 그냥 돌려보내는 것보다는 영화 한 편 찍어 볼 생각 없냐고.

그래서 김판호는 슬그머니 자신의 차에 이 강아지 새끼를 숨겨 함께 왔다.

“흐흐. 뭐 어때요. 다 좋은 게 좋은 거지.”

김판호는 음흉하게 웃는 종혁을 망연히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맞는 말이다. 이왕이면 극적인 게 나았다.

“고마워. 이런 판에 끼워 줘서.”

“한 식구잖아요.”

고민도 하지 않고 나오는 말에 김판호는 멍해진다.

‘아따, 이랑께 저 두 놈들이 저리 깨져도 충성을 하는 거겠제.’

피투성이가 된 채 구급차에 앉아 치료를 받는 오택수와 최재수.

‘참말로 내 새끼들보고 배우라고 하고 싶구마잉.’

존경을 담아 종혁을 응시하던 김판호는 종혁의 옆에 앉아 있는 대형견을 가리켰다.

“그란디 그 개는 뭐여?”

“주인이 있는 개요.”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마자 견주가 목줄을 놓고 도망을 가자 종혁에게 다가왔던 도고 아르헨티노.

종혁은 엉덩이를 땅바닥에 깔고 앉은 흰둥이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흰둥이는 혀를 내밀며 헥헥 웃었다.

“가자, 흰둥아. 네 누나 솜이 만나러.”

“커엉!”

솜이란 말에 반응을 한 흰둥이가 크게 짖었다.

원치 않았던 공간.

원치 않았던 싸움.

이제 드디어 집에 돌아간다.

흰둥이의 눈가에 눈물 자국이 생겨났다.

*   *   *

돌아온 우애의 상징! 경찰이 해냈다!

서울경찰청의 자랑 SWAT! 은밀히 망잡이들을 제거해!

본청과 서울경찰청의 합작. 한 편의 영화 같았던 검거 작전!

미국 대사관의 세라도 돌아오다. 이번엔 검찰!

검경, 요즘 왜 이래?!

흐뭇한 표정으로 기사의 내용을 확인하던 그때, 차 한 대가 종혁 일행이 있는 곳으로 느릿하게 다가왔다.

카락!

차가 멈춰 서자마자 가장 먼저 차에서 내리는 솜이.

“아저씨-!”

“어이쿠!”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타인에게 스스럼없이 안기는 솜.

보고 싶었다고, 자기가 안 보고 싶었냐며 잔망스럽게 묻는 솜이의 모습에 종혁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난다.

“엄마가 벨트 풀어 주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어야지.”

“헤헤. 흰둥이는요? 우리 흰둥이는요?”

솜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건지 높다랗게 쳐진 녹색 펜스 안을 보며 몸을 들썩인다.

그런 솜이 때문에 미안해하며 다가오는 솜이의 부모들을 향해 괜찮다며 손을 저은 종혁은 솜이가 알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해 주었다.

“흰둥이는 저 안에 있지.”

“왜요?”

“흰둥이가 나쁜 사람들 때문에 아직 좀 아프거든.”

“마, 많이 아파요?”

많이 아프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지난 1년여간 투견 훈련을 받은 흰둥이. 이제 흰둥이에게 개를 향한 공격성은 본능이 되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곳 행동교정 훈련소에서 그 공격성을 제거하는 훈련을 받아야 했다.

“그래도 우리 솜이랑 만날 수는 있을 거야. 그런데 솜아.”

“네?”

“흰둥이가 많이 변했어도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니?”

“……네!”

솜은 많이 변했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른 채 왠지 종혁이 겁을 주는 것 같아 움츠리며 대답했고, 종혁의 낯빛은 흐려졌다.

“……그래. 그럼 가자.”

종혁은 펜스 문을 밀며 안으로 들어갔고, 곧 푸른 잔디밭과 저 멀리 묶여 있는 흰둥이가 둘을 맞이했다.

종혁은 그런 흰둥이에게 다가갔고, 솜은 종혁이 왜 흰둥이 말고 저렇게 커다란 개에게 먼저 다가가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왜인지 낯이 익은 초롱초롱한 눈과 마주친 솜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건 흰둥이도 마찬가지였다.

낯이 익은 얼굴.

낯이 익은 냄새.

잊지 않았지만, 잊었던 기억이 흰둥이의 머릿속에서 점점 선명하게 떠오른다. 무언가를 느낀 솜도 설마 하며 품에 안고 있던 당근 인형을 흔든다.

아끼는 거지만 누나니까 동생에게 양보한다며 주었던 인형.

그것을 알아본 흰둥이는 당근인형과 솜이를 번갈아 보며 몸을 들썩였다.

“끄응! 끙!”

그에 솜이도 뒤늦게 깨달았다.

“흰둥이? 저, 정말 흰둥이야?”

“컹! 커엉!”

“흰둥아-! 흐어어어어엉!”

너무 변해 버린 친구의 모습에 솜이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종혁은 흰둥이를 향해 양손을 뻗는 솜을 꽉 끌어안았다.

“흐응. 훌쩍!”

할짝할짝!

“하지 마아!”

종혁과 오택수, 최재수는 조련사의 보호 아래 흰둥이와 장난을 치는 솜이를 보며 흐뭇이 웃었다.

“선물이네요.”

최재수가 아련히 웃자 종혁과 오택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이게 우리에겐 선물이고 보답이지.”

형사에게 별다른 보답이랄 게 있을까. 저렇게 웃는 모습이 형사에게 가장 큰 보답이고, 선물이다.

이 순간 그들은 자신들이 형사임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최 형사님.”

“아, 소장님.”

방송에도 자주 나와 활약하는 교정 훈련소 소장의 인사에 종혁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다른 애들 교정은 얼마나 진행됐습니까?”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죠. 그래도 너무 걱정 마십시오. 착한 애들이니 곧 원래대로 돌아올 겁니다.”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그의 모습에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과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원래 모습만 찾아 주십시오. 그래야…….”

이 아이들이 살 수 있다.

개정된 특별법 덕분에 잘못된 주인들에게 벗어날 수 있게 되었지만, 언제까지고 무작정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해 줄 수는 없는 일.

사라지지 않는 공격성으로 인해 누구에게도 분양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함께 보호 조치 중인 동물들을 공격한다면 동물보호센터에서도 안타까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마십시오. 무조건 해낼 테니까!”

품에 안 들어왔으면 모르되 한 번 품은 아이들을 죽게 놔둘까.

굳게 다짐하는 소장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종혁과 오택수, 최재수는 가벼운 한숨을 내뱉었다.

드디어 사건이 모두 끝났다.

*   *   *

새벽녘, 하늘에서 눈이 내리며 마포대교 위에 소복하게 쌓인다.

“하아.”

고요한 하늘에 흰색 입김이 덜덜 점을 찍었다가 사라진다.

교복을 입은 소녀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듯 일그러져 있다.

“내, 내 잘못이 아니잖아.”

소녀의 주먹 안에서 한 통의 고지서가 구겨진다.

214만 원.

중학생으로선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그, 그냥 친구랑 조금 많이 통화하고, 문자하고, 인터넷만 조금 했을 뿐인데…….”

엄마, 아빠가 얼마나 화를 낼까.

매일 새벽 거리를 청소하러 나가시는 아빠, 힘겹게 몸을 일으켜 식당으로 향하시는 엄마.

혼이 날 거다.

그런데 그보다 무서운 건 실망할 부모님의 얼굴이다.

소녀로 하여금 다리 위를 걷게 한 공포가 다시금 엄습한다.

“히잉.”

무섭다. 하지만 부모님께 혼이 날 게 더 무섭다.

소녀는 결국 발을 멈추며 옆을 보았다.

아직 해가 뜨지 않는 새벽, 검게 물든 한강물이 마치 괴물 같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젠 이 방법밖에 없다.

휘이잉!

“많이…… 춥겠지? 헤헤.”

소녀는 생애 마지막으로 웃었다.

그리고 신발을 벗고 그 안에 핑크색 봉투를 넣었다.

“어, 더럽게 추울걸?”

“꺅!”

화들짝 놀란 소녀가 재빨리 옆을 돌아보자, 바로 옆에 커다란 덩치에 사내가 난간에 기댄 채 서 있었다.

“야.”

움찔!

“네, 네?”

“밥은 먹었냐?”

“……네?”

“안 먹었으면 가자. 배고프다.”

사내, 종혁은 담배를 물며 소녀를 지나쳤다.

후루룩! 후루룩!

따끈하게 김이 올라오는 라면을 흡입하던 종혁이 고개를 든다.

“안 먹냐?”

흠칫!

“메뉴가 마음에 안 들어? 이모!”

“아, 아뇨. 아니요!”

다급히 손을 저은 소녀는 몸을 움츠리며 눈치를 봤다.

“그…… 안 물어보세요?”

“물어보면 말해 주게?”

……도리도리.

“그런데 왜 물어봐?”

“그러…… 게요?”

“정신 빠져서는. 먹기나 해. 나도 바빠.”

“네에…….”

소녀는 그제야 젓가락을 들며 돈가스를 입에 가져갔다.

입안에서 뭉근하게 무너지는 돈가스.

언제나 똑같은 분식점 돈가스다.

그런데 왜일까.

주륵!

“흑! 흐윽!”

종혁은 울음을 터트리는 소녀를 안쓰럽게 응시했다.

‘그깟 돈이 뭐라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종혁은 혀를 차며 라면에 밥을 말았다.

*   *   *

“오늘은 늦으셨네요?”

아침 11시, 종혁의 평균 출근 시간이 8시인 걸 감안하면 굉장히 늦은 시간이다.

“일이 좀 있어서.”

핸드폰 요금을 완납한 뒤 집에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다시 나오지 않나 감시하다 보니 좀 늦었다.

종혁은 탕비실 냉장고에서 빵을 꺼내 입에 물었다.

“식사도 안 하셨어요?”

“어. 그보다 별일 없었어?”

“공문 왔어요.”

“공문?”

종혁은 책상 위에 놓인 공문을 확인하곤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이게 왜 우리한테 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수많은 도박 중독자들을 만들어 낸 성인 오락게임, 바다이야기.

이 게임의 등장과 함께 대한민국에 성인 오락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됐다.

이로 인해 사행성 게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며 게임물등급위원회라는 단체가 설립되기까지 했으니, 바다이야기가 불러일으킨 사회적 파장은 가히 엄청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성인 오락실을 유의해서 단속하라는 공문은 본청 수사팀에 내려올 일이 아니었다.

“오락기 유통 회사를 박살 내라는 일이라면 또 몰라도……. 일 처리 진짜.”

오늘 아침 일 때문인지 괜스레 짜증이 솟는다.

십대야 아직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책임감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으니 자신이 한 행동이 어떤 일을 초래할지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은 아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책임질 수 있는 게 바로 성인. 도박 중독은 빠진 놈이 잘못이었다.

그때였다.

띠링!

“어라?”

컴퓨터 메신저에 뜬 메시지를 확인한 종혁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김판호와 윤선빈을 봤다.

그들도 놀라서 종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직속 상사인 간편신고관리과 정용진 과장의 호출이기 때문이다. 부서가 창립된 지 몇 달 만에 그가 처음으로 호출을 한 것이었다.

‘호오. 이제야 견적이 나왔다는 건가?’

아마 그동안 그 어떤 업무 지시도 내리지 않은 건 분명 자신들 세 팀의 역량을 확인하기 위함이었을 터.

눈을 가늘게 뜬 셋은 몸을 일으켰다.

‘정보국 소속이었던 양반이 처음으로 내리는 명령은 뭘까.’

셋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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