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49화 (249/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49화>

    메드베제프 이사장이 맡긴 개를 훔쳐 간 건 개장수?

    미국 대사관 직원의 개를 훔쳐 간 것도 개장수?

    나라 망신! 경찰은 뭐하나!

    경찰과 검찰이 뒤집혔다.

    러시아 대사의 개가, 그것도 러시아의 2인자인 메드베제프 이사장이 친애의 증표로 준 개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사라졌는데 그걸 훔쳐 간 게 한국의 개장수다.

    잠깐 카페 바깥에 묶어 놓은 미국 대사관 직원의 개를 훔쳐 간 것도 개장수다.

    경찰과 검찰, 그리고 정치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 개들이 투견판으로 흘러간 정황이 포착됐다.

    “잡아. 이 개새끼들 싹 다 잡아들여.”

    “무조건 경찰보다 먼저 잡아! 너희 모가지 걸고!”

    눈이 뒤집힌 경찰총장과 검찰총장이 걷어찬 엉덩이에 대한민국 모든 경찰과 검사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건 특별수사팀도 마찬가지였다.

    띠리링! 띠리링!

    “어! 알았어! 3팀, 가자!”

    “아따 그놈들이라고? 알았당께! 2팀 뭐혀? 튀어 나가!”

    연이은 제보에 서둘러 출동 준비를 하는 특별수사팀.

    2팀장 김판호는 그 와중에 홀로 고요히 있는 종혁의 모습을 발견하곤 의아함을 표했다.

    “1팀장은 뭐혀? 안 가?”

    “우린 아직 제보가 없어서요. 수고하…….”

    지이잉! 지이잉!

    종혁이 말을 이어 나가던 그때, 둘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린다.

    “다녀오세요.”

    “……그려. 내가 부르면 그때 꼭 오드라고!”

    뒤늦게 뛰어나간 김판호를 보던 종혁은 전화를 받았다.

    “예, 박 부장님.”

    -너지? 방송국에 투견판 영상 제보한 거!

    “……이야, 역시 우리 박 부장님이시네요.”

    -미친! 너 설마…….

    “에이, 그건 너무 가셨다. 내가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러시아 대사의 개를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그것도 러시아 부두목이 맡긴 개를?”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선 종혁도 아직까지 심장이 벌렁거리는 중이다. 그냥 러시아 대사의 개라도 난리가 날 판에 메드베제프가 준 개가 사라졌다.

    종혁은 이 정도까지 바라지 않았다.

    ‘역시 러시아.’

    화끈했다.

    “그렇게까지 미친 짓 안합니다. 할 수도 없고요.”

    -……그건 맞지.

    종혁이 미친놈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미친 짓은 안 한다.

    박영일은 이 기가 막힌 우연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투견 토박꾼들을 잡아들이려고 종혁이 놈들 사이로 잠입한 와중에 러시아의 2인자 메드베제프와 미국 대사관 직원의 개가 납치되다니.

    정말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투견판을 기웃거린 거야? 걔네들이 뭔 짓이라도 했어?

    종혁은 눈을 빛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연락할 거라 생각한 박영일에게 듣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아, 혹시 제가 며칠 전 검거한 솜이 사건 기억하세요?

    -아, 그?

    일명 아동 성폭력 미수 사건. 대낮에, 그것도 동종 전과가 있는 전과자에게 처참한 일을 당할 뻔한 어린이 때문에 국민의 지탄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솜이의 신변 보호를 위해 당시 쏟아진 모든 기사에선 솜이의 이름은 감춰진 상황이었다.

    종혁의 노력 덕분이었고, 그때 취재를 한 게 박영일이었다.

    “그때 솜이랑 인연이 닿아서 솜이가 잃어버린 개를 찾던 중이이었는데, 그 개가 투견판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이 발견됐었거든요.”

    -……로또는 안 사냐?

    “매달 로또 1등만큼 버는데요.”

    -씨발.

    투덜거린 박영일은 이내 한숨을 탁 내뱉었다.

    -하, 그나저나 너도 이제 바쁘겠다? 그놈들 잡으러 가야 할 테니까?

    종혁은 피식 웃었다.

    “오케이. 단독 인터뷰, 콜.”

    -흐흐. 역시 우리 종혁이야. 내가 격하게 사랑하는 거 알지?

    “대신 기사 하나만 써 주세요.”

    -아아, 오케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캬, 국개의원 새끼들 또 특별법 발의해야겠네.

    종혁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듣는 박영일의 모습에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타국의 고위 인사, 그것도 러시아의 2인자가 피해를 봤다지만 그것만으로 지금까지 미뤄 왔던 법을 개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손쉽게 바꿀 거 지금까지 왜 바꾸지 않았냐며, 외세에 굴복하는 것이냐며 또 다른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까지 이쪽의 손을 들어 준다면, 국회의원들도 한결 편하게 움직일 수 있을 터였다.

    “아, 문자 오네요.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래. 오늘 석간신문 꼭 챙겨 보고!

    통화를 끊은 종혁은 문자를 확인하곤 묘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당신입니까, 최 경감님?

    현몽준 당대표에게서 온 문자였다.

    “이 양반 예리하시네.”

    절대 아니라고 답문을 보낸 종혁은 이쪽을 빤히 바라보는 오택수와 최재수를 향해 혀를 찼다.

    “정말 저 아니에요.”

    “그럼 왜 러시아 대사 개가……!”

    찔끔!

    목소리를 높였던 오택수가 다급히 볼륨을 줄인다.

    “왜 러시아 부두목이 준 개로 바뀌는데…….”

    “그건 저도 알고 싶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러시아의 화끈한 스타일을 알고 있는 종혁으로선 감사할 뿐이었다.

    어깨를 으쓱인 종혁은 회장이라는 놈에게 문자를 보냈다.

    -다음 판은 언제?

    탁!

    그렇게 문자를 보내고 얼마나 흘렀을까.

    지이잉! 지이잉!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미쳤습니까? 이 판국에 판을 벌여 달라고? 안 그래도 어떤 미친 새끼가 우리 건지 다른 놈들 건지 모를 영상을 제보하기까지 했는데!

    회장은 그게 종혁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싹 다 모자이크 됐지만, 실루엣이 꽤 낯익었기 때문이다.

    종혁은 비릿하게 웃었다.

    “어이, 늙은이. 그러니까 더 스릴 있지 않겠어?”

    -미친…….

    “이번엔 총알을 한 30억쯤 가져갈 생각인데 말이야.”

    ‘어떡할래? 내 돈 따야지?’

    종혁은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덫을 던졌다.

    *   *   *

    9시 뉴스! 투견에 대해 말하다!

    개장수에게 잡혀 투견판으로 흘러 들어가는 강아지들!

    러시아와 미국에 굴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어서 어찌해야 하나 발만 동동 구르던 국회의원들.

    그들은 때마침 언론에서도 입을 모아 떠들며 여론을 움직여 주자,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 특별법 발의!

    일명 흰둥이법! 만장일치 통과!

    이 모양이 쏘아 올린 공!

    위반을 해도 솜방망이였던 동물보호법.

    그러나 더 이상 이를 좌시하지 않고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흰둥이법이 통과되자, 전국 투견 도박꾼들은 몸을 낮출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전과가 있는 놈들은 죄다 경찰에 소환됐고, 전국의 개장수들은 들이닥친 검경에 홍역을 앓아야 했다.

    하지만…… 도박이 어디 그런다고 해서 끊을 수 있던가.

    시간이 길어지자 전국 도박꾼들이 금단 증상을 일으키며 투견 도박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투계와 투견이 횡횡하는 동남아로 떠났고, 또 누군가는 주체할 수 없는 금단 증상에 사고를 쳤다.

    그러던 와중에 도박판이 열린다는 소리가 그들 사이에 은밀히 퍼졌다.

    참가비 3천만 원에 한 판당 기본 판돈 5백만 원.

    유례가 없는 거대한 판에 금단 증상에 시달리던 투견 도박꾼들의 눈이 뒤집혔다.

    추위가 마지막 발악을 하는 2월 말의 늦은 저녁.

    지방 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 차들이 모여든다.

    서울, 경기,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찾아오는 차량들을 본 회장은 이를 드러냈다.

    “흐흐. 거봐, 내 생각이 맞지?”

    그 말에 다른 운영진들이 혀를 내두른다.

    이런 상황에도, 아니 이런 상황이기에 아무리 판돈을 올려도 올 놈은 올 거라는 회장의 말이 딱 들어맞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도 도박쟁이지만, 정말 도박쟁이들은…….”

    회원들에게만 날린 문자인데, 대체 어떻게 알고 먼저 연락을 해 온 것일까.

    신원 확인을 하느라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40명이다.

    참가비만 들고 날라도 12억이었다.

    “다들 명심해. 이번에 제대로 털어먹고 잠수 타는 거야.”

    특별법이 통과된 시점이니 ‘설마 이런 와중에 판을 열겠어?’라는 검경의 심리적인 허점을 노려 기획한 판이다.

    결코 두 번은 열 수 없는 판.

    하지만 오늘만 무사히 지나가면 앉을 돈방석을 떠올린 그들은 희희낙락거리며 무전기를 들었다.

    “그쪽 어때?”

    -별 낌새 없습니다.

    -이쪽도 마찬가집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야 하다 보니 망잡이들도 늘린 상황.

    운영진들이 걱정과 흥분에 찬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 와중에 휴게소 안으로 종혁의 차가 들어선다.

    타악!

    “흐하핫! 오셨습니까, 최 상무님!”

    차에서 내린 종혁은 다가온 회장의 멱살을 잡았다.

    “내가 전에 말했지? 내가 내 돈 따고 튀면 가만 안두겠다고. 그런데 이제 와서 연락해?”

    회장은 잡힌 멱살을 힐끔 보곤 옅게 웃었다.

    “최 상무님과 어울릴 만한 분들을 찾느라 잠시 늦었습니다. 그 부분은 사과드립니다.”

    그에 종혁이 휴게소 주차장에 모인 차들을 둘러봤다.

    견주들의 트럭이나 승합차들 사이에 세워진 외제차들.

    “확실히…….”

    표정이 누그러진 종혁은 멱살을 잡은 손을 놓으며 미소를 지었다.

    “거봐. 회장도 하면 되잖아. 내가 전에 거지들과 어울리느라 얼마나 짜증 났는지 알지? 기대해. 이번엔 내가 딸 테니까.”

    종혁이 손짓을 하자 최재수가 냉큼 핸드백 하나를 가져와 회장에게 건넸다.

    빳빳한 현금 3천만 원이 든 명품 핸드백.

    그것을 본 회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부탁을 잘 들어줬으니까 주는 선물. 핸드백은 당신 마누라나 딸 가져다줘.”

    “……허험. 감사합니다. 최 상무님.”

    방금전 멱살이 잡혀 솟은 짜증과 혹시나 종혁을 의심하던 마음이 싹 가신 회장은 정중히 고개를 숙였고, 종혁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곤 돌아섰다.

    “최 비서, 레모네이드. 편의점 음료수 말고 생으로 짠 거.”

    “……예.”

    회장은 오늘도 망나니인 종혁을 빤히 보다가 돌아섰다.

    그리고 이내 곧 이동이 시작됐다.

    *   *   *

    고속도로에서 국도로, 국도에서 자세히 살펴도 모르고 지나칠 샛길로 빠져 어떤 산속 공터에 도착한 그들은 빠르게 판을 펼쳤다.

    들어오는 길은 오직 하나.

    그 길마저도 망잡이들이 단단히 틀어막으니 게임이 시작됐다.

    “크앙!”

    “커엉!”

    “죽여!”

    “잘한다, 천둥이!”

    “호랑아!”

    판돈이 커서일까. 그동안 알게 모르게 낮은 판돈에 불만을 가졌던 호구들은 첫판부터 달아올랐다.

    그건 종혁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도 점퍼 양팔뚝이 터진 그는 엉덩이를 들썩였고, 판은 점차 절정으로 향해 갔다.

    “이야! 판이 너무 과열됐는데요!”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가 피와 살점으로 얼룩진 투견판 위에 올라서 사람들의 면면을 확인했다.

    춥지도 않은지 벌겋게 타오르는 눈으로 얼른 다음 판을 시작하라 무언으로 압박하는 도박꾼들.

    “그래서 저희 주최 측에서 잠시 쉬어 가는 의미로 깜짝 이벤트를 준비해 봤습니다!”

    “이벤트?”

    “깜짝?”

    누군가는 왜 찬물을 끼얹으냐 짜증을 부리고, 누군가는 흥미를 드러낸다.

    “바로, 바로-!”

    꿀꺽!

    “이벤트 내용은 20분 후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뭣?!”

    “이런 씨! 장난해?!”

    “우우우!”

    커피를 마시며 얼어붙은 몸 좀 녹이고 배도 채우라는 노골적인 진행에 발끈했던 도박꾼들은 이내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렇지 않아도 춥고 배가 고프던 참이었다.

    종혁도 몸을 돌려 차로 향했고, 담배를 피우고 온 오택수가 낯살을 구겼다.

    “돈이 많은 놈이나, 없는 놈이나…….”

    돈이 많은 놈들만 모아 놨는데 점잖은 놈이 하나 없다. 이래서 도박판을 지옥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저들은 진정 악마였다.

    종혁은 아직도 순진한 말을 하는 오택수를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몰랐어요?”

    원래 있는 놈이 더 한 법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상무님.”

    “아, 땡큐. 그래서 살펴본 결과는요?”

    “……견주들 차량엔 접근 못했지만, 돌아보니 샛길 하나가 숨겨져 있더라.”

    담배를 피우는 척 슬그머니 주변을 살피고 돌아온 오택수.

    살짝 아쉬워한 종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입술을 비틀었다.

    ‘그럼 그렇지. 이 새끼들이 개구멍을 만들지 않았을 리 없지.’

    검경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상황에 기획한 판이다.

    그것도 억 단위의 거대한 판.

    막다른 곳인 것처럼 보여도 제 살 구멍 하나 만들어 두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언제까지 이 지랄을 지켜만 볼 거냐?”

    도화선에 불만 붙이면 터져 버릴 듯 불만과 살의가 가득한 오택수의 눈. 최재수의 눈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에 종혁도 애써 눌러뒀던 살의를 드러냈다.

    “곧이요.”

    판이 열린 지 2시간이 흘렀다.

    혹여 경찰이 덮칠까 마음 한구석을 졸이던 놈들도 곧 긴장을 놓을 터.

    정말 얼마 안 남았다.

    “최 비서와 오 기사는 신호가 터지면 어떻게든 개구멍 막고…….”

    갑자기 입을 다문 종혁은 옆을 보았다.

    통통!

    어느새 다가온 회장이 차창을 두드린다.

    지이잉!

    “뭔데?”

    “흐흐. 곧 깜빡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최 상무님.”

    “알았어. 꺼져.”

    오늘은 무려 4억을 잃은 종혁은 이를 드러냈고, 능글맞게 웃은 회장은 재빨리 돌아섰다.

    그런 회장을 빤히 바라보던 종혁은 차갑게 중얼거렸다.

    “특공대 보고 자리 잡으라고 하세요.”

    망잡이부터 은밀하고 신속하게 제압한 후 길을 막고 있는 차를 빼야 된다. 그래야 일망타진을 할 수 있었다.

    “오케이.”

    오택수와 최재수는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곧 깜짝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저희 주최측이 준비한 이벤트는 바로, 바로-! 새끼 개새끼들의 데뷔전입니다!”

    “뭐야?”

    “이런 씨발?!”

    왜 비싼 참가비 내며 이곳을 찾았던가.

    상대에게 제대로 이빨조차 내밀지 못하는 어린 개새끼들의 재롱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베테랑 투견들의 피 튀기는 혈투를 보기 위해서다.

    잔뜩 끓어오르던 피에 찬물을 끼얹은 것도 모자라, 똥까지 뿌리려 하는 주최 측에 사람들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그러나 종혁은 다른 의미로 얼굴을 구겼다.

    ‘설마?!’

    그에 사회자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단, 돈을 걸어도 되고 안 걸어도 되는 깜짝 이벤트!”

    “음?”

    “……호오?”

    그렇다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싸움 구경 중 가장 재밌는 구경이 뭐던가.

    “좆밥들의 싸움이라…….”

    비로소 사람들 입가에 미소가 맴돌고, 회장은 낯빛이 딱딱하게 굳은 종혁에게 다가갔다.

    “애피타이저로 준비해 봤습니다, 최 상무님.”

    “……애피타이저라는 고급 단어를 알 줄 몰랐는데?”

    ‘이 개새끼가?’

    회장은 순간 구겨진 얼굴을 애써 폈다.

    “하하. 이번엔 꼭 따실 겁니다.”

    “닥쳐.”

    종혁은 애써 태연하게 말했지만, 그 심장은 벌렁거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선수 입장합니다!”

    종혁의 고개가 느릿하게 돌아간다.

    그리고 그 망막에 강제로 끌려오는 도고 아르헨티노 한 마리가 맺힌다. 사람이 그렇게도 무서운지 꼬리를 뒤로 뺀 엉덩이 사이로 감춘 도고 아르헨티노.

    “얼른 와, 이 둔탱아!”

    “끙! 끄응!”

    마치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감이라도 한 듯 온몸으로 거부를 하면서도 살려 달라는 듯 간절한 눈으로 주인을 쳐다본다.

    그 처참한 모습에 종혁의 입이 그 자신도 모르게 열렸다.

    “흰둥이?”

    오랫동안 지켜봐 왔던 주인이 아니고서야, 동물을 전문적으로 대하는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겉모습만 보고 동물을 구분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종혁은 자신도 모르게 흰둥이를 부른 것에 스스로도 당황했다.

    그런데…….

    “끙?”

    옆에 있는 회장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말이건만, 도고 아르헨티노의 귀가 쫑긋 솟더니 고개가 종혁에게로 향한다.

    네가 내 이름을 불렀냐는 듯, 아니 다시 불러 달라는 듯 꼬리를 흔드는 대형견의 모습에 순간 종혁의 숨이 멎었다.

    “……흰둥아.”

    “컹! 커엉!”

    “어? 어? 이, 이놈이 왜 이래!”

    ‘날 부른 거 맞구나! 엄마가 보냈어?’라는 듯 방방 뛰며 이쪽으로 다가오려 힘을 쓰는 흰둥이.

    결국 참지 못한 종혁은 소매를 입에 가져갔다.

    “시작하죠.”

    “예? 뭘 시작하는…….”

    “이런 거.”

    종혁은 회장의 멱살을 잡아채 얼굴부터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우득!

    공터에 숨 막히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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