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48화 (248/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48화>

    폭풍이 휘몰아친 자리, 종혁을 제외한 사람들이 가쁜 숨을 몰아쉰다.

    -정말 그렇다고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군요.

    메드베제프의 눈에 공포와 경의가 담긴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세계를 뒤흔들기 위해 은밀히 준비하고 있는 사업.

    ‘그걸 이 천재는 앉은 자리에서 읽어 낸 거지.’

    메드베제프는 러시아 스타일로 종혁을 다루지 않은 나탈리아를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종혁이 러시아를 택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

    메드베제프의 눈에 담긴 공포와 경의가 더 짙어졌다.

    그는 이 대화가 끝나면 꼭 그분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먹거리가 러시아의 미래군요.

    “예. 실현이 불가능하다면 내가 하면 되는 겁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정치나 외교,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다. 러시아 인민들의 먹거리를 말하는 거다.

    메드베제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종혁이 지금까지 한 말에 이미 모든 단서가 담겨 있었다. 러시아가 그 먹거리를 어떻게 개발하고 취해야 하는지 말이다.

    -그래서 무섭군요.

    “예?”

    -이런 걸 말해 준 최가 대체 어떤 위험한 부탁을 하기 위해 나탈리아를 찾아왔는지가요.

    “음, 솔직히 좀 무리한 부탁이긴 합니다.”

    -뭐, 뭡니까?

    이런 종혁이 무리한 부탁이라고 말한다.

    나탈리아와 러시아 대사도 종혁의 입을 집중했다.

    “개 한 마리만 주십시오.”

    -……예?

    “정확히는 여기 대사님의 개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좀…… 이번에 투견 도박을 하는 놈들을 잡아야 하는데, 놈들에게서 개를 뺏어야 해서…… 하하.”

    그랬다.

    종혁은 이 부탁을 하기위해 나탈리아를 찾았던 거다.

    외국에서는 동물학대를 엄격히 벌하며, 동물의 소유권을 박탈할 뿐만 아니라 이후 동물을 기르는 것 자체를 금지시키기까지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동물의 소유권까지 박탈하는 것은 개인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여겨, 법적으로 동물을 구제해 줄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즉, 동물학대를 자행하는 놈들을 벌할 뿐만 아니라 동물들까지 구제해 주기 위해서는 법을 손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조항과 맞부딪치며 법을 개정하는 일에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를 모으려면 얼마나 많은 걸 줘야 할지 가늠조차 되질 않았다.

    빈대 몆 마리 잡자고 초가집을 모두 태우는 행위.

    아무리 가성비 생각 안 하고 돈을 쓴다지만, 이건 좀 무리였다.

    그래서 차라리 그럴 바에는 그냥 아는 깡패 형을 동원하기로 한 것이었다.

    -……겨우?

    겨우가 아니다.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화를 하고 나니 겨우가 되어 버렸다.

    “네. 뭐 그러네요. 그런데 절 부른 건 메드베제프 씨입니다만?”

    -그런데 왜…….

    이렇게 엄청난 이야기를 서슴없이 한 걸까.

    “친구니까요. 아니었나요?”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배꼽을 잡으며 한참을 웃던 메드베제프는 다시 정색했다. 그의 얼굴엔 존경과 기쁨만이 담겨 있었다.

    -앞으로 당신이 바라는 일은 뭐든지 이뤄질 겁니다. 러시아의 친구. 그리고 나의 경애하는 친구, 최.

    “가까운 시일 내에 술 한잔하죠. 남자는 그래야 진짜 친구가 되는 거잖아요?”

    -푸핫! 예. 곧 연락을 하죠.

    씩 웃은 종혁은 몸을 일으켰고, 다급히 나탈리아가 뒤따라왔다.

    도통 가쁜 숨이 가라앉지 않는 그녀. 이럴 때마다 왜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

    종혁은 키득키득 웃었다.

    “놀랐어요?”

    “그럼 안 놀랐겠어요?”

    뜬금없이 찾아와 감당하지 못할 폭탄을 떨어트렸다.

    샐쭉해지는 그녀의 모습에 종혁은 짓궂게 웃다가 이내 담배를 물었다.

    “원래는 좀 더 결과물이 나오고 나서 말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뭐…….”

    흘러가는 상황을 보니 이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우리가 친구이기 때문인가요?”

    종혁은 대답 대신 여러 가지의 감정으로 얼굴이 복잡해지는 나탈리아의 어깨를 두드리며 돌아섰다.

    “사납고 큰 놈으로 부탁할게요, 나탈리아.”

    뚜벅뚜벅!

    멀어지는 종혁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탈리아는 이내 낯빛을 굳히며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부르셨습니까.”

    “그 미국 애송이에게 연락해. 우리 러시아가 작은 부탁을 바란다고.”

    “……예.”

    부하 직원이 멀어지자 나탈리아는 종혁이 사라진 자리를 보며 화사하게 웃었다.

    “정말 당신이 바라는 모든 일이 이뤄질 거예요, 최.”

    ‘증원부터 해야겠어.’

    종혁은 말을 안 했지만, 종혁과 깊게 얽혀 있는 듯한 그 조직.

    아무래도 지부 인원을 더 늘려야 할 듯싶었다.

    “그리고 최를 도울 인력도.”

    그녀는 몸을 돌리며 방금까지 있었던 공간으로 향했다.

    한편 1층으로 내려온 종혁은 벌떡 일어나는 오택수와 최재수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됐습니다!”

    “진짜 뭐가 된 거냐고, 인마!”

    “여기 대사님께서 크고 사나운 견종의 개를 잃어버려 주시기로 하셨다고요. 개장수에게.”

    “……응?”

    뭔 개소리인가 하고 눈을 껌뻑이던 오택수와 최재수는 눈을 부릅떴다.

    “이, 이 미친 새끼…….”

    “자, 그럼 우리도 준비하죠.”

    사람들이 모였으니 이제 판때기를 펼칠 때였다.

    *   *   *

    휘이잉!

    눈꽃송이를 머금은 찬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국도의 휴게소. 저녁 8시가 되자 차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1톤 트럭부터 승합차, 승용차, SUV.

    온갖 종류의 차들이 어느덧 주차장을 가득 채운다.

    그런 그들 사이로 중후한 외제 고급 세단이 들어선다.

    탁!

    최재수가 열어 준 뒷문으로 내린 종혁은 오들오들 떨며 커피를 홀짝이는 사람들의 얼굴을 주욱 훑어봤다.

    전에 최기룡과 함께 봤던 사람들. 그리고 똑같은 표정들.

    ‘저번엔 저걸 월척을 낚겠다는 의지에 불타오르는 걸로 착각을 했지.’

    묘한 기대로 흥분을 하는 얼굴들을 보니 저들도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흰둥이를 사 간 놈이…….’

    사박사박!

    시멘트 바닥에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으며 누군가 다가온다.

    “최 상무님?”

    저번에 매점 안까지 들어와 자신들을 떠 봤던 그놈이다.

    “어디서 뵌 듯한데…….”

    “저번에 저쪽 어디의 휴게소에서 봤지.”

    “……아! 그 아버지랑 낚시하러 간다는?! 그런데 저번과 많이 다르네요?”

    종혁은 안경을 추켜세우며 조소를 터트렸다.

    “꼰대 앞이었으니까.”

    “말도 엄청 짧으시고.”

    “원래 도박판은 돈 많은 놈이 왕 아니었나? 좆같으면 너도 놔.”

    “……그건 맞지.”

    비릿하게 웃은 장년인은 종혁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그런데 우리 수표 안 받는데?”

    딱!

    종혁이 손가락을 튕기자, 최재수가 트렁크에서 커다란 스포츠백 두 개를 가져와 안의 내용물을 보여 주었다.

    장년인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이런 거 열 개 더 있는데? 아, 오늘은 맛보기로 가져 온 거라서 좀 부족한가?”

    “추, 추우니까 차 안에 있으쇼. 출발할 때 되면 부를 테니까.”

    “내 걱정 말고 얼른 시작하기나 해. 난 너희랑 다르게 시간이 많지 않거든.”

    “크흠!”

    몸을 돌린 장년인이 멀어지자 종혁은 다시 사람들을 둘러봤다.

    ‘쯧. 조명을 등진 놈이 많아서 얼굴 분간이 잘 안 되네.’

    그래도 누가 판을 까는 놈인지, 어떤 차가 견주의 차인지는 대략 감이 잡힌다.

    “최 비서.”

    “예, 상무님.”

    “가서 코코아 사 와. 따뜻한 걸로.”

    “……매점 문 닫은 것 같은데요?”

    “그래서?”

    와락 얼굴을 구긴 최재수는 냉큼 매점 근처의 자판기로 뛰어갔고,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오택수가 종혁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녹화는 잘 되고 있는 거지?”

    “이거 SVR 거예요. 옛 KGB.”

    성능으로서나 디자인으로서나 시중에 판매되는 안경형 카메라와 차원이 다르다. 바늘구멍처럼 작게 뚫린 구멍 속 카메라는 모든 걸 선명하게 잡아냈다.

    “큼. 그럼 전 먼저 차에 들어가겠습니다, 상무님.”

    “차 문부터 열어 주고.”

    종혁은 이를 악문 오택수가 열어 주는 문 안으로 들어가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몇 대의 차가 더 휴게소 주차장에 진입했을 때 지이잉 소리를 내며 핸드폰이 운다.

    -선두 차량 따라오세요.

    “출발하죠.”

    부르릉! 부르릉!

    시동이 걸리며 휴게소를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차들.

    종혁과 둘을 태운 차도 그들의 뒤를 따라붙었다.

    국도에서 국도로 빠지던 차들은 어느 고가 아래에 멈춰 섰다.

    그리고…….

    “비켜요, 비켜!”

    “아으, 추워.”

    “으르릉!”

    순식간에 투견들이 싸울 멍석이 깔리고, 펜스가 쳐진다.

    한쪽에선 커피, 김밥, 맥주 이딴 걸 써 붙인 천막이 세워지며 불이 켜지고, 휴게소에선 조용하던 개들도 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투견판이 깔리는 것부터 보는 건 종혁으로서도 처음.

    종혁은 정말 눈 깜빡할 새에 완성되어 버린 투견판에 혀를 내둘렀다.

    ‘이러니 이 새끼들을 잡기가 힘들지, 씨발.’

    판을 펼치는 것도 이렇게 빠른데, 접을 땐 대체 얼마나 더 빠른 걸까.

    종혁은 간이매점으로 다가갔다.

    “아이고, 개시 손님이 오셨네! 뭐가 이렇게 급하셔?”

    “커피 세 잔.”

    그렇게 말한 종혁은 백만 원짜리 뭉치를 턱 내려놓았고, 간이매점 여주인이나 다가오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왜? 부족해? 전에 있던 판에서는 이 가격이던데?”

    “호호호! 부족…… 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많죠! 우린 커피 한 잔에 2만 원이에요.”

    종이컵에 담긴 믹스커피 한 잔에 2만 원. 종혁을 따라온 최재수는 어이없어했다.

    그걸 모른 척한 종혁은 혀를 찼다.

    “흠. 여기도 거지들만 노는 싸구려 판인가?”

    “여, 여기 잔돈…….”

    “됐어. 한 번 내려놓은 돈은 다시 담지 않는 주의라. 나머진 그냥 여기 사람들에게 돌려.”

    “오! 잘 마실게. 젊은 친구!”

    “잘 마실게! 이봐, 여기 젊은 사장님이 커피 쏘신대!”

    “뭐?”

    공짜라면 양잿물도 처마시는 도박꾼들. 사람들은 순식간에 모여들었고, 공돈을 벌 기회를 놓친 여주인은 울상이 되었다.

    종혁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그들을 모두 느릿하게 훑어보곤 몸을 돌렸다. 마치 너희들 따위와 말을 섞을 레벨이 아니라는 듯 말이다.

    당연히 사람들은 울컥했지만, 이내 곧 커피의 따뜻함과 달콤함에 잊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흰둥이는요?”

    헤드라이트가 켜진 차의 보닛에 앉은 종혁은 사람들의 차를 주욱 훑어보고 온 오택수를 봤고, 오택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어떤 놈이 어떤 개들을 데리고 있는지는 대충 찍었다.”

    모두 종혁이 사람들을 매점으로 불러 모은 덕분이다.

    “……역시 안 짖더라.”

    종혁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인들이 흔희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훈련이 된 투견들은 절대 사람을 향해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견주가 물으라고 명령을 해도 마찬가지다. 같은 동족에 대한 공격성을 제외한 다른 공격성을 말살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야 견주 본인이 물어뜯기지 않기 때문이지.’

    이성이 마비될 정도로 흥분을 한다고 해도 말이다.

    “크으응.”

    종혁은 옆에서 끌려오는 핏불 테리어를 응시했다.

    주인이 잡은 목줄에 이끌려 억지로 끌려가는 핏불 테리어. 공포와 거부를 온몸으로 외치지만, 동시에 체념도 가득하다.

    저벅저벅.

    “최 상무님? 이제 곧 판 열릴 거야. 선수들 입장하잖아?”

    “……최 비서, 돈이랑 의자 들고 따라와.”

    “예, 상무님!”

    종혁은 펜스를 둥글게 감싼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어가 최재수가 펼친 의자에 앉았다.

    최재수는 눈치 좋게 핫팩과 담요, 전기스토브를 종혁의 앞에 내려놓았고, 사람들은 그런 둘을 어이없다는 듯 보았다.

    그러나 종혁은 펜스 안쪽만 응시할 뿐이었다.

    “끄응. 끙.”

    펜스 안이 싫은 건지 먼저 들어온 핏불 테리어가 꼬리를 숨긴 채 앓는 소리를 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뭔가를 느낀 건지 이내 곧 몸을 일으켜 세운 핏불 테리어가 펜스 입구를 바라보며 이를 드러냈다.

    “크르르르르르!”

    “워. 워. 워워.”

    목줄을 꽉 쥐며 진정시키려 애쓰는 견주.

    종혁은 펜스 입구 쪽을 보았다.

    “크르르.”

    다른 핏불 테리어가 다가온다.

    이미 적의 향기를 느낀 건지 벌써부터 튀어 나가려 몸을 움찔거리고, 견주는 그런 개를 다스리려 애쓴다.

    “자, 자! 돈 걷겠습니다! 먼저 들어온 놈이 1번 호랑이! 뒤에 들어오는 놈이 2번 순덕이!”

    아직 싸움이 시작되지 않아서일까. 호구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러나 종혁은 아니었다.

    “호랑이에게 천.”

    개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제외한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천만 원. 하루 온종일 해야 겨우 한 번이나 나올까 하는 액수. 절대 첫판에 나올 액수가 아니었다.

    “호, 호랑이에게 천! 최 상무님이 호랑이에게 천을 거셨습니다!”

    “……순덕이에게 백!”

    “2번 순덕이에 백!”

    “1번에 오십!”

    “1번 호랑이에 오십-!”

    “크르렁!”

    “컹! 커엉!”

    이젠 주인도 감당할 수 없이 날뛰며 서로를 향해 이를 드러내는 두 마리의 개들.

    “자, 한 놈이 꼬리 말기 전까지 시작되는 혈투! 어떤 개새끼가 이길 것이냐! 시-자악!”

    탁!

    목줄을 잡고 있던 주인들이 목줄을 푸는 그 순간이었다.

    “크라랑!”

    “크어엉!”

    삽시간에 몸을 부딪치며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들이미는 두 개들.

    “우와아아아아아!”

    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에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종혁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런 그의 팔짱을 낀 손이 팔뚝의 점퍼를 뜯어져라 쥐었다.

    *   *   *

    “죽여!”

    “죽여 버려!”

    “그래! 발부터 물어뜯어!”

    “너한테 몰빵했다! 일버언! 천둥아-!”

    피가 튀고 비명이 터진다.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짐승들이기에 사람들은 온몸을 내달리는 전율에 미쳐 날 뛴다.

    그에 이 투견 도박판을 관리하는 운영진들이 살짝 당황한다.

    “이, 이거 평소보다 더 지랄인데?”

    “어쩌겠어.”

    노인은 유일하게 의자에 앉아 엉덩이를 들썩이는 종혁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저 호구 새끼가 돈을 뿌리는데.”

    오늘 종혁이 잃은 돈이 무려 3억이다. 종혁 혼자서 평소 판을 벌였을 때 걸리는 총액의 절반 이상을 잃은 거다.

    뜻밖에 횡재를 맞은 저 꾼들이 미쳐 날뛰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아쉽다.

    “쩝. 저걸로 끝이지?”

    “각자 예비 선수를 남겨 놓긴 했는데…….”

    회장은 그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됐다고 해.”

    저런 호구는 한 번 맛을 들이게 하려면 제대로 들여야 한다.

    방금까지 풀코스로 제대로 입맛을 돋워 놨는데, 어설픈 놈들을 출전 시켜서 마무리를 망친다?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경기 마무리되면 바로 철수할 준비해.”

    “알았어, 회장님.”

    고개를 끄덕인 회장은 마침 경기가 끝나자 종혁에게 다가갔다.

    “우와아아아.”

    “아아악! 내 도온-! 너희 짰지? 맞지?”

    평소처럼 희비가 갈려 난장판이 되는 공간.

    회장은 종혁을 향해 푸근히 웃었다.

    “하하. 즐거운 시간은 되셨습니까?”

    “……어이, 늙은이. 누구 놀려?”

    마치 잡아 뜯듯 팔뚝이 다 터진 종혁의 점퍼를 본 회장은 씩 웃었다.

    ‘제대로 빠졌구만.’

    “이번엔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이겠죠. 하지만 다음에는…….”

    “닥치고. 그래서 늙은이 넌 또 뭔데?”

    “……하하. 이 도박판을 여는 진행자입니다.”

    “아, 그래.”

    회장을 위아래로 훑어본 종혁은 코웃음을 치며 몸을 일으켰다.

    “근 시일 내에 다시 판 깔아. 아니면 죽여 버릴 테니까.”

    “하하. 예, 즐거운 시간이 되셨길 바랍니다!”

    “씨발. 판때기가 작으니 돈으로 밀어붙일 수가 없네. 원래 도박은 돈으로 밀어붙여야 따는 건데…….”

    ‘푸하하하하하하!’

    호구가 호구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정말 고맙고도 은혜로운 호구였다.

    회장은 더 깊이 고개를 숙였다.

    한편 차로 돌아온 종혁은 이가 부셔져라 갈았다.

    “개씨발…….”

    싫고 환멸이 났다.

    원치 않은 사투를 벌이는 아이들을 보며 기뻐하고 흥분하는 모습을 연기해야 된다는 게.

    그 사이에 흰둥이가 없음에 안도했던 자신이 경멸스러웠다.

    그리고 미안했다.

    ‘미안하다, 애들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참아 주렴.’

    그리고 원망하렴.

    이대로 물러나는 자신을.

    “출발하죠.”

    “……그래.”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터트려 주세요, 안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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