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45화 (245/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45화>

삐용삐용삐용.

빨갛고 파란 등이 반짝이고, 노란색 폴리스 라인이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다.

“어이고, 저 썩을 놈!”

“우리 애도 저기서 볼펜 샀는데!”

“저런 개새끼가 근처에 있었다니!”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현장.

“다 터진 것 같습니다!”

“일단 옮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할 경찰서 형사는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향하는 놈을 보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오우…….”

치료를 마친다고 해도 평생 장애를 입을 오른팔과 평생 호스를 끼고 살아야 하는 거시기.

같은 남자이기에 괜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후련함이 만 배 더 컸다.

혀를 내두른 관할 경찰서 형사는 종혁에게 다가갔다.

“아이고. 어쩌자고 저랬어, 후배님.”

본청의 엘리트 간부다.

놈을 저런 병신으로 만들어 놨으니 분명 과잉 진압으로 징계를 받게 될 터. 그는 그게 안타까웠다.

“하하. 눈이 훼까닥 돌아 버려서……. 그래도 그렇게 했을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증거도 있습니다.”

“증거?”

종혁은 바디캠 메모리와 솜의 방범 목걸이 메모리를 넘겨주었다.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재수의 손에 들려 줬던 바디캠.

“이 안에 다 있습니다. 놈은 날 길이 20센티의 흉기로 피해자인 여기 이솜과 저, 최재수 경장을 위협했고, 저와 최재수 경장은 상황이 급박해 일단 제압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힘이 과해 놈의 팔을 부러트렸고, 수갑을 채우려 다가가다 넘어지면서 우연히 놈의 사타구니 안쪽을 찍어 버렸다.

“아, 우연히?”

“예. 어디까지나 우연히요. 안 그래도 징계 중인데 사고를 칠 순 없잖습니까.”

“맞네. 징계가 정말이라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될 시기지.”

고개를 끄덕인 형사는 문이 닫히는 구급차를 봤다.

“거…… 그 우연이 저놈에게는 참 불운이네.”

의미심장하게 웃은 형사는 뒷일은 맡겨 달라며 종혁의 어깨를 두드리곤 돌아섰고, 종혁은 품에 꼭 안긴 채 최재수와 놀다가 이쪽을 빤히 보는 솜의 모습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왜?”

“진짜 왔어요. 선생님이 목걸이 잡아당기면 백 번 세기 전에 온다고 했는데!”

“그럼. 우리 경찰은 언제나 솜이의 근처에 있거든.”

“정말요?”

종혁은 어두운 티가 티끌조차 보이지 않는 솜의 눈을 보며 다시 한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하지. 그렇다고 아무 때나 부르면 안 된다? 양치기 소년 알지?”

찔끔.

정말 그럴 생각이었는지 몸을 움츠린 솜은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종혁은 그런 솜의 볼을 쓰다듬으며 어이없어했다.

“헤헤. 그런데 아저씨.”

“응?”

“솜이가 솜이인 줄은 어떻게 알았어요?”

움찔!

“겨, 경찰 아저씨는 모든 걸 다 알거든.”

솔직히 이건 좀 찔린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솜은 우와아 놀라는 얼굴이 됐다.

“정말요? 정말 다 알아요? 그럼 솜이 친구가 어디 있는지도 알아요?”

“솜이 친구?”

“네! 흰둥이요!”

‘아, 맞아.’

이솜은 친구를 찾기 위한 전단지를 붙이다가 실종되었다.

‘그게 강아지였나.’

회귀 전 솜이가 붙였다던 전단지를 본 종혁은 영락없이 발 달린 꿈틀이 인형이라고만 생각했다.

“음. 그게 솜이야…….”

“피. 선생님이 거짓말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했는데…….”

“끙.”

“그래도 봐줄게요! 솜이를 구해 줬으니까!”

“……그래, 고맙다. 대신 아저씨가 솜이 친구를 꼭 찾아 줄게.”

“약속?”

“약속.”

새끼손가락이 걸리자 솜이의 얼굴에 배시시 웃음꽃이 핀다.

그와 함께 종혁의 가슴에 남아 있던 일말의 불안이 씻겨 사라진다.

“소, 솜아!”

“소미야!”

“엄마! 아빠!”

냉큼 종혁의 품에서 뛰어내리더니 부모에게 달려가 안기는 솜.

그제야 완전히 안심이 됐는지 왜 모르는 사람을 따라갔냐 타박하는 손길에 울음이 터진다.

“흐흐.”

“왜?”

“아뇨. 저런 딸을 키우고 싶어서요. 애가 참……. 팀장님은 그런 생각 안 드세요?”

“솜이 같은 딸?”

누가 저런 딸을 마다할까.

하지만 목표를 이룰 때까지 저런 딸을 볼 일은 없다고 봐야 했다.

“현장 다 정리됐지? 빠트린 건 없고?”

“예, 없습니다. 방금 전 팀장님이 인계한 복사 메모리만 받으면 돼요.”

뭘 믿고 원본을 건넬까.

방범 목걸이가 녹음한 파일도 따로 받아 둔 뒤였다.

“그럼 가자. 너 스타일 봐줘야지.”

“예? 이런 일이 있었는데요?”

“특별한 일은 아니잖아?”

일상이다. 이렇게 개 같고 좆같아도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는 일. 그렇게 특별하지 않기에 언제나 지켜야 하는 일이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런데 왜일까. 마치 사건은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 코가 간질거리고 있다.

‘그래서 복사본을 만든 거였는데…… 쯧. 모르겠군.’

종혁은 고개를 저으며 차로 향했고, 순간 몸을 멈춘 최재수는 오늘따라 더 커 보이는 종혁의 모습에 잠시 넋을 놨다.

‘언젠간 나도 꼭 저렇게 말을 할 수 있는…….’

종혁이 들었다면 그만큼 범죄가 일어나길 바라냐며 얻어맞을 생각을 한 최재수는 같이 가자고 소리치며 종혁의 뒤를 쫓았다.

*   *   *

-아저씨! 흰둥이 찾았어요?

“끙. 미안해, 솜아.”

-힝. 알았어요. 아, 맞아. 오늘 유치원에서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종혁은 오늘도 시작된 솜이의 수다에 맞장구를 쳐 주며 헤벌쭉 웃다가 전화를 끊었다.

“또 그 솜이란 아이야?”

“예.”

“큭큭. 수고해라. 사춘기 되면 적당히 끊고.”

오택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린 종혁은 순간 얼굴을 구겼다.

가끔 구해 준 피해자와 결혼을 하는 경찰들이 있다. 피해자가 먼저 반했든, 그 반대의 경우든.

그렇다 보니 열 몇 살 차이가 나는 커플이 생기기도 한다.

“이제 6살입니다, 이 양반아.”

“아, 그랬어? 나만 빼고 해결한 사건이라 몰랐네?”

“에라이.”

얼굴은 산적 저리 가라인 사람이 속은 왜 저리도 좁을까.

고개를 저은 종혁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보다 그건 어떻게 됐어요?”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오는 도박 신고.

대부분은 쩜 10원, 쩜 50원 고스톱을 치던 동네 아줌마 할머니들이 분을 못 이겨 신고하는 경우지만, 그중엔 그 수준을 벗어난 전문 도박판에서 금전적, 신체적 피해를 입고 신고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보통 관할서 선에서 마무리가 지어지는데, 가끔 이런저런 이유로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뒷돈을 받고 협력을 하는 견찰 때문에 경찰이 덮치기 전 도망을 친다든가, 아니면 경찰 무전을 도청해 먼저 도망을 친다든가.

이런 놈들은 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종혁은 그런 사건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이야기해 놓은 참이었다.

“어. 안 그래도 꼬리를 하나 잡은 것 같기는 해.”

종혁은 눈을 빛냈다.

“뭔데요?”

“이것 좀 봐 봐.”

오택수가 내민 서류들을 훑어본 종혁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철용이 돌아왔어요? 빨래질 당해서 나가리 됐지 않았어요?”

보통 불법 도박을 하우스도박이라고 하는데, 고철용 이놈은 정말 농촌의 비닐하우스에서 판을 벌인다.

산기슭이나 사방이 탁 트인 논밭 등 경찰이 진입하기 힘든 장소에 판을 깔다 보니, 신고를 받고 놈들을 덮칠 때쯤이면 이미 도박꾼들은 다 날라 버린 뒤다.

이게 놈의 수법이다.

경찰의 오랜 골칫덩이 중 한 놈인데, 2년 전 어떤 타짜에게 된통 걸려 강제 은퇴를 당한 후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어. 아무래도 그놈 패거리에 있던 놈 같아.”

“……음. 그럴 확률이 높네요.”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규모가 작을 일이 없다.

보통 수백 명씩 모아 놓고 판을 벌였던 고철용.

그런데 신고된 내용을 보니 함께 도박한 사람이 30명 내외다.

전 재산을 잃었다며 신고한 액수도 5백만 원에서 2천만 원 수준.

고철용은 이런 가난한 호구를 판에 앉힐 만큼 저렴한 놈이 아니다.

“어떡할까? 광수대로 넘길까?”

“예? 저희가 안 따고요?”

오택수는 한심한 말을 하는 최재수를 일견하다 종혁을 바라봤다.

“이 자식 잘하고 있다면서?”

“……쩝. 죄송합니다.”

“아, 또 왜 그렇게 말하시는데요! 내가 또 뭘 잘못했는데!”

“어떻게 딸 건데? 그 많은 대가리를 우리 세 명이서 어떻게 딸 건데, 이 시키야!”

“당연히 관할서에 병력 요청해야죠!”

최재수는 내 말이 틀렸냐는 듯 노려봤고, 오택수는 오 하며 감탄을 했다.

“그러다 검거 계획이 새어 나가면?”

“예?”

“그 관할서에 놈들 쁘락지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어?”

어떤 이유라도 검거에 실패한 순간 그 피해는 팀장인 종혁에게로 향한다.

“…….”

“아오! 진짜 이걸 다시 중경에 처박을 수도 없고!”

종혁은 피식 웃음을 흘리곤 오택수를 봤다.

“광수대로 넘기죠. 대상 렌트카 게이트로 도움받은 것도 많으니까요.”

“오케이.”

오택수는 컴퓨터를 두드리기 시작했고, 그런 그를 눈치 보던 최재수는 슬그머니 종혁의 옆으로 왔다.

“그런데 흰둥이를 찾을 수 있을까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

사람 실종이 아닌 강아지 실종에다가 무려 1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다.

CCTV 영상조차 없고, 주변 탐문 결과 기억하는 사람도 없다. 더욱이 흰둥이는 주소가 적힌 목줄도 없던지라 목격자라도 나타나면 다행인 상황이었다.

“뭐. 현수막이랑 전단지를 쫙 깔아 놨으니 거기에 기대를 걸어 봐야지. 근데 왜?”

“아, 아닙니다.”

누군 도박꾼 패거리를 검거하는데, 누군 강아지 실종을 조사한다. 솔직히 의욕이 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말했다간 왜인지 쌍욕이 날아올 것 같았기에 최재수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지잉! 지이잉!

“저, 전화 왔습니다, 팀장님.”

“흐음.”

‘표현해도 상관없는데.’

베테랑인 종혁이 최재수의 생각 하나 짐작 못할까.

종혁도 솜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거지, 아니었다면 강아지 실종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종혁은 슬그머니 멀어지는 최재수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리곤 전화를 받았다.

“예, 특별수사팀 최종혁 경감입니다.”

-아, 전단지를 보고 연락드렸는데요.

“전단지요?”

-네. 강아지를 찾는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움찔!

종혁을 재빨리 메모지를 찾았다.

“아, 예! 맞습니다. ……예?”

이야기를 전해 듣던 종혁의 표정이 점차 딱딱하게 굳어 갔다.

썩 바라지 않은 상황으로 흰둥이 실종 사건에 진전이 생겼다.

*   *   *

서울 근교의 한 작은 마을.

녹이 잔뜩 슨 대문 앞에 선 종혁이 누군가와 통화중이다.

-크! 내가 진짜 한턱 쏜다!

“하하. 저 말고 오택수 경감에게 고맙다고 해 주세요.”

-아, 그랬어? 오 경감이 준 거였어?

오택수에게 사건을 토스받은 광수대는 곧바로 검거에 나섰다.

정말 고철용이 돌아온 게 아니라는 듯 놈들은 신고자가 도박을 했다는 그 장소에서 다시 판을 벌였고, 특공대와 협력한 광수대는 그들을 모두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도박을 하던 호구들까지 모두 말이다.

그게 바로 어제 새벽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금 옆에 있으니까 바꿔 드릴게요. 오 경감님, 받아 보세요. 광수대 대장님이요.”

“오케이.”

핸드폰을 받아 든 오택수가 옆으로 비켜서자 종혁은 대문을 두드렸다.

쾅쾅쾅!

“계십니까? 계세요?!”

“웡! 웡!”

“워우우우!”

순간 안에서 터져 나오는 개 짖는 소리에 최재수가 화들짝 놀라 물러선다.

“까, 깜짝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본 종혁은 다시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안에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어디 갔나?”

지금 만나려는 사람의 직업 특성상 그럴 확률이 높긴 하다.

개장수.

목격자의 진술에 의하면 흰둥이를 데려간 사람은 개장수였고, 조사 결과 이곳에 적을 둔 개장수임이 밝혀졌다.

그래도 혹시 모르기에 종혁은 다시 문을 두드리려 손을 들었다.

그때였다.

“누구요?”

작고 허름한 택트 원동기를 끌고 와 멈춘 사십대 사내가 경계심 어린 눈으로 쳐다본다.

“아, 형사입니다.”

“어이쿠!”

종혁이 보여 주는 경찰공무원증에 황급히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사내.

“근데 형사님들께서 만득이 아저씨를 왜…….”

“뭔가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요.”

“아, 설마 그 형님 또 주인 있는 개 데리고 왔습니까?”

종혁은 눈을 빛냈다.

“그런 일이 자주 있나 봅니다?”

“1년에 몇 번 있죠. 그 형님이 원래 촉이 좋아서 주인 있는 개, 없는 개를 잘 구분을 하는데 술을 워낙 좋아해서……. 제 말 무슨 말인지 아시죠?”

“어휴. 만득 씨 때문에 동네가 시끄럽겠네요.”

“이렇게 떨어진 곳이라 그렇지는 않지만 뭐…… 근데 형님 없습니까?”

“예. 문을 두드리는데도 인기척이 없으시네요?”

“희한하네. 그 형님이 이 시간에 없을 리 없는데…… 개 잡으러 갔나?”

고개를 모로 기울이는 그의 모습에 종혁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종혁도 같은 생각이었던지라 오늘은 연락처만 남기고 내일 다시 찾아올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만날 수가 있냐는 거지.’

원래 개장수는 반쯤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인데, 말을 들어 보니 음주운전도 자주 하는 것 같다.

연락처를 남긴다고 해도 연락을 할 리가 없다.

그리고 혹여 만난다고 해도 문제다. 벌써 1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기억을 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잠시만요? 내가 형님한테 연락해 볼게요.”

사내는 종혁이 말리기도 전에 전화를 걸었고, 이내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꺼져 있네요?”

“아, 그런가요. 협조 감사합니다.”

“아뇨. 뭐 협조랄 게 있나요. 오늘 정 만나야겠으면 안에 들어가서 기다려 봐요. 오늘이 개 잡으러 간 날이면 한두 시간 후에 돌아올 테니까.”

“하하. 예,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고개를 끄덕인 사내는 수고하라는 말을 남기며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졌고, 그사이 전화를 마친 오택수는 광수대 대장에게 뭘 받기로 했는지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입은 굳어 있었다.

“어떡할래? 들어갈 거야?”

“……아니요. 오늘은 돌아가죠.”

“왜요? 그냥 차에서 기다리면 되지 않아요? 아, 혹시 개 싫어하세요?”

“그래. 잘 생각했다. 가자.”

“뭐야. 오 경감님도 싫어하십니까? 이거, 이거 다 큰 사람들이…….”

빠악!

“악! 또 왜 때리는데요!”

“맞을 만하니까 때리지, 이 새끼야! 넌 저 안에…… 아니다. 됐다. 말해 뭐하냐.”

“아, 뭔데 또! 왜 또 둘만 아는 건데!”

최재수는 둘을 따라붙으며 짜증을 부렸지만, 둘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   *   *

“후. 안 오네.”

“그러게요.”

지난 며칠간 연락은커녕 마주치지조차 못하고 있다.

오늘도 개들이 웡웡 짖는 소리가 터져 나오는 대문을 바라보던 종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죠.”

정말 들어가기 싫지만 이젠 이 방법밖엔 없는 것 같았다.

제아무리 대상 렌트카 게이트 때문에 특별수사팀이 몸을 낮추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지만 이 이상 시간을 할애할 순 없었다.

“난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혹시라도 도망치면 안 되잖아.”

“혼자만 빠져나가시게요?”

“그동안 연락이 안 온 것 보면 찔리는 게 있단 소리 아니겠냐?”

오택수의 노림수가 빤히 보이지만, 맞는 말이기에 반박을 할 수 없는 종혁은 두고 보자고 노려보며 대문을 열었다.

최재수는 그런 둘의 모습에 ‘이런 겁쟁이들’이라고 히죽히죽 웃으며 뒤따랐다.

그게 큰 착각이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웡! 웡!”

“워우우우우우!”

“으르르르르!”

낯선 냄새가 가까워지자 더 사납게 짓기 시작하는 개들.

그 소리가 너무 크고 묵직해 최재수도 슬쩍 긴장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당 따윈 관리할 생각도 없는지 사람 키보다 높은 잡초들 뒤로 보이는 광경에 최재수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아, 아니…….”

지상에서 1.5미터 정도 떨어진 철창에, 대형견은 몸을 움츠리는 게 전부일 것 같은 좁은 철창에 깡마른 개들이 가득하다.

바닥도 철창인 그 이상한 감옥 같은 우리에.

그뿐만 아니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몇몇 철창 아래에, 분뇨가 가득한 그곳에 핏덩어리들이 있다.

굳어 있는 것도 있고, 꿈틀거리는 것도 있다.

“욱?!”

“깨앵! 깽!”

순간 최재수가 크게 움직이자 꼬리를 말며 구석에 몸을 숨기려 애쓰는 개들. 덩치만 보면 최재수도 물어 죽일 것 같은 개들이 공포에 질려 분뇨를 지린다.

“이, 이게 뭡니까?”

“나랑 오 경감님이 들어오기 싫었던 이유.”

“이, 이게 뭐냐고요-! 우웨에엑!”

결국 오바이트를 쏟아 내는 최재수의 모습에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이래서 들어오기가 꺼렸던 거다.

넓은 마당을 뛰어 놀아도 부족한데, 이토록 좁은 감옥에 갇혀 태어나고 살아가다 죽어야 하는 이 처참한 모습들을 보기가 싫어서.

살의가 머리끝까지 솟는데, 정작 이 참상을 만든 놈을 털끝조차 건드릴 수가 없어서 들어오기가 싫었던 것이다.

“깨앵, 깽!”

“씨발. 진짜 다 죽여 버리면 속이 시원할 텐데…….”

철창 안으로 뻗은 손을 거둬들인 종혁은 솟구치는 짜증에 머리를 벅벅 긁다가 뭔가를 발견하곤 미간을 좁혔다.

“어? 이거 왜 이래?”

철창 안에 놓인 물그릇이 모두 비어 있다.

‘설마?’

만득이라는 개장수의 거처로 보이는 집으로 이곳저곳을 살핀 종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곤 핸드폰을 들었다.

“예, 수고하십니다. 교통사고 기록 좀 조사하고 싶은데요. 이름 오만득. 주소지랑 주민등록번호, 차량과 차량 번호가…….”

음주운전을 자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만득.

사람의 온기가 모두 가신 안방이나 여기저기 쌓인 먼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료 포대가 하나도 없는 걸 보니 아무래도 교통사고를 당한 것 같았다.

“예. 부탁…… 예? 어디요?”

미간을 좁혔던 종혁은 허탈하게 웃었다.

‘네가 거기 왜 있어?’

종혁은 꼬여 버린 상황에 다시 머리를 벅벅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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