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44화 (244/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44화>

“으아아아앙!”

오늘도 아침을 깨우는 울음소리.

눈을 비비며 일어난 삼십대 초반 젊은 부부의 아내는 아이의 방으로 향하고, 남편은 화장실로 향한다.

거의 1년 전부터 일상이 되어 버린 일.

“안녕히 주무셨어요…….”

발갛게 젖은 눈을 한 채 자그마한 당근 인형을 꼭 쥔 채 다가와 인사를 하는 딸의 모습이 안쓰러운 것도 일상이다.

“우리 딸도 잘 잤어? 아빠 씻고 나올게?”

그렇게 씻고 나온 남편이 식탁에 앉고, 밥상을 차린 아내는 식탁 주위를 서성이는 딸에게 유치원 원복인 노랑 개량한복도 입히고 밥도 먹이며 고군분투를 치른다.

“다녀올게. 오늘은 회식 때문에 좀 늦을 거야.”

“많이 늦어요?”

“오늘 부장님 생신이라.”

“술 마시는 아빠 싫어!”

“하하. 알겠습니다, 공주님. 많이 안 마실게요?”

“약속?”

“약속.”

새끼손가락을 건 딸이 강아지에게 달려가자 남편은 아내를 봤다.

“다녀올게. 아, 저녁에 책 좀 반납해 주고.”

“알았어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

그렇게 남편이 떠나자 두 모녀의 시간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어머. 우리 딸 신발도 혼자 신었어?”

“응! 나도 벌써 6살인걸?”

“우리 솜이 장하네?”

엄마의 따뜻한 손길에 아이의 얼굴엔 방싯 미소가 피어난다.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어머! 벌써 시간이? 아, 안 챙긴 게…….”

갑자기 당황하며 핸드백 안을 뒤지는 엄마의 모습에 딸, 이솜은 한심하다는 듯 응시한다.

“에혀. 엄마는 꼭 저러더라.”

유치원 선생님은 언제나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하는데, 엄마는 언제나 문 앞에 서면 저런다.

‘아무래도 엄마는 유치원을 안 다닌 게 분명해.’

유치원 가방을 고쳐 멘 이솜은 손을 높이 들어 전자도어락 버튼을 누르고 먼저 집을 나섰다.

시이잉!

매섭게 불어오는 찬바람에 절로 몸을 움츠렸던 이솜은 노란 병아리색 버스 앞에 서서 발을 동동 구르는 방학 선생님의 모습에 활짝 웃으며 달려갔다.

“안녕하세요!”

“우리 솜이도 안녕?”

푸근히 웃는 선생님의 햇살 같은 향기에 솜이는 잠시 멍해진다.

후다닥!

“어머머, 죄송해요.”

“아니에요, 어머님.”

맞벌이 가정을 대상으로 방학에도 아이들을 돌봐 주는 행복유치원.

얼마 전 엄청난 규모의 특수학교를 세우며 큰 이슈가 되었던 행복의 쉼터 재단에서 작년에 설립한 곳이다.

처음에는 그곳의 선생님들이 가출 청소년 센터에서 자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에 우려가 있었지만, 알고 보니 전원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아동복지를 전문적으로 배운 유학파였다.

거기에 유치원 시설과 운영 프로그램은 또 어떤가.

잔디 구장, 실내 수영장, 승마장, 스케이트장까지 도무지 유치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시설들이 자리할 뿐만 아니라, 원하는 외국어와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수업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대한민국의 그 어떤 교육 시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학비가 비싸기는커녕 도리어 맞벌이 가정이거나 기초생활수급 가정에게만 입학을 허가했다.

특이하게도 부모의 인성과 아이들의 인성을 검사하여 통과되어야만 한다는 조건이 덧붙었지만, 당연하게도 입학을 원하는 이들은 수없이 많았고 경쟁은 치열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입학한 곳인데 오늘도 지각을 했다.

손을 젓는 방학 선생님의 모습에 솜이 어머니는 오늘도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이러다 퇴학당하면 어쩌지?’

실제로 이런 이유로 아이를 퇴학시키는 유치원이 종종 있기에 솜이 어머니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머니, 어머니가 당당하셔야 아이들도 보고 배우는 거예요. 주의만 기울이면 되는 일로 어머니가 위축되시면 아이도 위축됩니다.”

“……흑. 감사합니다, 선생님.”

“네. 그래도 솜이가 배울 수 있으니까 다음부턴 꼭 지각해 주지 마시고요. 눈이 녹지 않은 곳도 있으니까 출근길 조심하세요. 솜이야, 엄마한테 인사해야지?”

“엄마 빠빠.”

“응. 우리 솜이 엄마가 사랑해.”

“나두 사랑해!”

솜이는 떼어지지 않는 걸음을 억지로 떼며 멀어지는 엄마를 향해 손을 붕붕 젓다가 돌연 한숨을 폭 내쉬었다.

“에혀. 힘들다, 힘들어.”

엄마랑 놀아 주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풉. 우리 솜이도 이제 친구들 만나러 갈까?”

“네!”

선생님 손을 잡고 버스에 오른 솜은 꺄르르, 꺄르르 웃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에 활짝 웃었다.

“소먀!”

“안녕, 안녕?”

그렇게 솜이가 의자에 앉아 안전벨트를 차자 버스도 출발을 했다.

그러자 솜이는 얼른 가방 속에서 작은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꺼내 들었다.

“솜아, 또 그거 그려?”

“그거 아니거든? 내 친구거든? 음…… 오늘은 이거다!”

분홍색 크레파스를 꺼내 든 솜이는 빠르게 그림을 그린 후 그 밑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솜의 친구를…… 찾습…… 니다…….”

옛날에 잃어버린 소중한 친구.

“흑!”

문득 떠오른 친구의 모습에 눈을 비빈 솜이는 다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쓰기 시작했고, 그런 솜이의 사정을 동료 선생에게 대충 들어 알고 있는 선생님은 안타까워 한숨을 폭 내쉬었다.

‘얼마나 좋았으면 1년이 넘은 지금까지 찾는 걸까? ……그런데 인형일까, 고양이일까?’

어쩌면 아주 못생긴 무언가일 수도 있었다.

‘발 달린 꿈틀이 인형인가?’

그녀는 오늘도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설이 빠빠.”

“빠빠.”

“선생님도 빠빠.”

“빠빠. 솜아, 내일 보자.”

“네!”

“솜아!”

“엄마!”

버스에서 폴짝 뛰어내린 솜은 양팔을 벌리는 엄마를 향해 뛰어가 안겼다.

‘피. 담배 냄새.’

언제나 엄마와 아빠는 몸에 담배 냄새가 배어 있다.

엄마는 다른 사람이 펴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어른들이 왜 담배를 펴는지 모르는 솜은 그저 싫을 뿐이다.

하지만 그보다 엄마의 품이 행복하기에 참을 뿐이다.

“우리 솜이 오늘 유치원은 재미있었어?”

“응!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면…….”

재잘재잘 두 모녀는 양손을 꼭 잡은 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삐리릭!

“우리 솜이 밖에 나갔다 오면 뭐부터 해야 한다고 했지?”

“손부터 씻어야 합니다!”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한 솜이는 화장실로 향했고, 그 모습을 보며 솜이의 어머니는 행복한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 행복유치원에 보내길 잘했어.”

다른 엄마들 말을 종합해 보면 저 나이 때 아이는 뭘 정리하기는커녕 떼만 쓴다는데, 딸 솜이는 저렇게 야무지게 해야 될 일부터 척척 해낸다. 모두 행복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이뤄진 결과였다.

지이잉! 지이잉!

“네, 대리님! 지금이요?”

낯빛이 어두워진 그녀는 얼른 거실에 있는 컴퓨터로 향했다.

달칵!

“휴우.”

차가운 손을 비비며 밖으로 나온 솜은 통화를 하고 있는 엄마를 힐끗 보곤 능숙하게 냉장고를 열어 오후 간식을 꺼내 먹었다.

귤 하나, 사과 한 조각, 빼빼로 네 개, 그리고 브로콜리 한 조각.

브로콜리는 슬그머니 숨긴 솜은 식탁에 올려진 책을 보곤 눈을 빛냈다.

“아빠 책이다. 아빠가 오늘 저녁까지 가져다주랬는데?”

솜은 엄마를 봤다.

이젠 전화기를 귀와 어깨 사이에 낀 엄마는 컴퓨터도 두드리고 있었다.

눈을 데구루루 굴리던 솜은 식탁 위에 유치원 가방을 발견하곤 눈을 빛냈다. 그러며 다시 엄마를 본 솜은 냉큼 가방을 어깨에 멨다.

“엄마! 아빠 책 가져다주고 올게요!”

“으, 응. 엄마 바쁘니까 그래줄래? 가져다주고 바로 와야 돼?”

“네!”

“……응?”

솜이의 어머니가 뭔가 이상해서 고개를 돌릴 때 솜은 이미 현관에 있었다.

“쟤가 왜 가방을…… 아뇨, 네! 듣고 있어요, 대리님!”

‘별일이야 있겠어?’

어차피 집 근처 책방에 다녀오는 것뿐이다.

이젠 곧잘 슈퍼 심부름도 잘하는 솜.

솜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본 그녀는 신경을 끄며 전화에 집중했다.

띠리릭!

“히히. 성공.”

가끔 엄마가 통화를 하기 시작하면 1시간은 지난다.

즉, 이제부터 솜의 시간.

엄마랑 아빠가 좋아하지 않는 친구를 찾아야 할 시간이었다.

‘처음엔 같이 찾았으면서…… 엄마, 미안!’

이솜은 세차게 뛰는 가슴을 토닥이며 책방으로 향했다.

“안녕히 계세요!”

“그래, 솜이도 잘 가렴?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고.”

“네!”

책방을 나온 솜은 얼른 가방을 열어 스케치북을 꺼냈다. 그러곤 근처 전봇대로 도도도 뛰어갔다.

“여기에 붙이는 거랬어!”

엄마랑 아빠도 그랬고, 다른 아저씨, 아줌마들도 그랬다. 누굴 찾으려면 전봇대에 붙이는 거랬다.

부우욱!

그림과 친구를 찾는다는 글이 써진 스케치북을 찢은 솜은 전봇대에 탁 하고 붙였다.

하지만…….

“잉? 아, 안 돼!”

탁 붙지 않고 팔랑거리며 떨어지는 스케치북.

냉큼 주운 솜은 다시 전봇대에 탁 하고 가져다 댔다.

그러나 스케치북은 다시 떨어져 내렸다.

“히잉. 아빠는 이렇게 붙였는데.”

왜 내 건 안 붙는 걸까.

친구를 찾아야 하는데 왜 전봇대는 도와주지 않는 걸까.

속이 상한 솜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때였다.

“뭐가 안 되니?”

머리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든 솜은 화들짝 놀랐다.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아저씨 알지?”

“네! 문방구 할아버지요!”

솜이가 사는 아파트 근처에서 팬시점을 운영하는 오십대 장년인.

솜이도 그곳에서 인형이나 예쁜 크레파스를 산 적이 있기에 아주 잘 안다.

“어이구, 잘 아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저씨가 도와줄까?”

순간 솜이의 눈이 흔들린다.

‘선생님이랑 엄마가 모르는 아저씨는 따라가면 안 되는 거랬는데.’

하지만 모르는 아저씨가 아니다. 크레파스를 사면 귀여운 열쇠고리를 주는 좋은 아저씨다.

“감사합니다!”

“그래?”

순간 장년인의 눈이 빛난다.

“아저씨가 뭘 도와주면 될까?”

장년인의 눈이 붉게 달아오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   *   *

“다 됐다!”

“와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리 솜이는 누굴 찾는 거야? ……인형?”

“솜이 친구요!”

“친구?”

“네! 엄청 오래전에 사라진 솜이 친구! 솜이 동생! 찾아야 해요!”

‘동생?’

다시 아이가 괴발개발 그린 그림을 본 장년인은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솜이를 봤다.

‘흐흐.’

그의 숨소리가 순간 거칠어진다.

몇 개월일까. 솜을 발견하고 친해지기 위해 공을 들인 시간이.

“솜아, 많이 춥고 힘들지?”

“네에…….”

이 추운 날, 유치원 원복만 입은 채 밖으로 나온 솜이다.

그제야 몸이 추운 걸 알아차린 솜은 부르르 떨었고, 장년인은 우는 듯 웃는 듯 괴상한 표정으로 얼른 솜이의 얼굴과 손을 만졌다.

“아저씨 가게에서 좀 쉬고 갈래?”

고작 몇 미터 밖에 있는 그의 팬시점.

“음, 네!”

“후욱! 그럼 갈까?”

“네!”

솜은 아저씨의 손을 잡고 팬시점으로 향했다.

겨울인 데다 저녁이 다 돼서 그런지 손님 하나 없는 팬시점.

딸랑, 달칵!

“응?”

뭔가 잠기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솜의 모습에 장년인은 “왜?” 하며 물었고, 솜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장년인의 미소는 더욱 거칠어졌다.

“자, 솜아. 이리로 올래?”

장년인은 솜을 안쪽의 공간으로 데려갔다.

창고 겸 그가 가끔 쉬는 공간.

싸늘한 냉기가 스미자 솜이 몸을 움츠렸지만, 장년인의 숨결은 점점 더 거칠어진다.

‘조금만. 조금만 더.’

참아야 한다.

이를 악문 장년인은 솜을 라꾸라꾸 침대로 이끌어 앉히고 전기난로를 켰다.

“어이구. 몸이 찬 것 좀 봐. 솜아, 그거 아니?”

“뭘요?”

“원래 몸이 이렇게 차면 옷을 벗고 이불을 꽁꽁 감싸야 하는 거야. 자, 아저씨가 벗겨 줄게? 만세?”

“왜요?”

“원래 그래야 하는 거야.”

“싫은데요? 선생님이 아빠, 엄마랑 함께 있을 때 말고는 옷 벗는 거 아니랬어요.”

“그러다 감기 걸리는데?”

“……그래도 싫어요.”

“하.”

‘이 앙큼한 것.’

참고 싶었다. 웬만하면 좋게 부드럽게 풀어 나가고 싶었다.

그게 솜이도 즐길 수 있기에. 자신만 즐겨선 안 되기에.

그런데 이 쪼끄만 것이 계속 사람의 마음을 건든다.

더 이상 참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 너도 힘으로 하는 게 좋다는 거지? 나도…….’

“그게 좋단다.”

결국 흉악한 미소가 피어난 장년인은 침대에 놓인 베게 아래로 손을 쑥 집어넣어 잡히는 걸 꺼내 들어 솜의 목에 가져갔다.

“흡?!”

“솜아, 이게 뭔지 아니?”

칼이다.

‘아, 아픈 칼.’

엄마를 도우려다 크게 베여 많이 아픈 경험이 있는 솜.

순간 솜의 온몸이 차가워진다.

“흐흐. 그래, 아저씨가 아프지 않게 해 줄게. 자, 이제 만세?”

“아, 아저씨, 왜 이러세요. 솜이 갈래요!”

“만세-!”

움찔!

“시, 싫어!”

눈을 질끈 감은 솜은 인형과 목걸이줄을 양손에 쥐며 쭉 잡아당겼다.

삐이이이이이이잉!

“으악!”

갑자기 코 앞에서 터진 큰 소리에 귀를 막았던 장년인은 이내 상황을 파악하곤 얼굴을 와락 구겼다.

“이, 이 영악한 꼬맹이가!”

힘으로 하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전의 다른 아이처럼 반항하는 것이었다.

순간 그의 눈에 공포와 살의가 피어났다.

“내가 얼마나 잘해 줬는데! 너도 웃어 줬잖아!”

눈이 뒤집힌 그는 손을 번쩍 들었다.

하지만 솜은 이미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채 숫자를 세고 있었다.

“하, 하나. 둘…….”

그 순간이었다.

꽈아앙!

“흡?!”

멀리서 뭔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몇 초도 안 되어 다시 창고 문이 터지듯 날아가며 누군가 들어온다.

“솜이 눈 감아.”

따뜻하게 퍼지는 목소리에 솜은 눈을 질끈 감았다.

*   *   *

덜컹덜컹!

열리지가 않는다.

놈이 문을 잠그며 솜을 안쪽으로 데려가는 걸 본 순간 달려온 종혁과 최재수.

“어, 어쩌죠? 어떡해요!”

최재수가 패닉에 빠진다.

그때였다.

“최재수, 비켜.”

일명 이솜 사건. 대한민국 아동 성범죄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자 많은 법률을 개정한 사건이다.

지금 이 사건을 막는다면 본래 진행되어야 할 법률의 개정이 늦어질지도 모르지만…….

삐이이이이!

일단 눈앞의 피해자를 구조하는 게 우선이었다. 뒷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됐다.

피가 나도록 이를 악문 종혁은 한 발 뒤로 물러서며 전력을 다해 유리문을 후려쳤다.

꽈아아앙!

산산이 부서지는 문.

그 유리 파편이 땅에 닿는 시간도 아까운 종혁은 안으로 달려 들어갔고, 가게 가장 안쪽에 있는 문마저 걷어찼다.

꽈아앙!

안으로 난입한 종혁은 눈 속을 파고드는 광경에 눈시울을 붉혔다. 바지를 반쯤 벗은 개새끼와 한구석에 웅크려 있다가 고개를 드는 솜이.

깜짝 놀랐던 얼굴이 이내 기쁨으로 바뀌고 설움으로 물들어 간다.

“……솜이 눈 감아.”

솜이 눈을 질끈 감자, 종혁은 칼을 들고 있는 놈을 보았다.

“누, 누구야! 당신들은 뭐야!”

“최재수, 솜이 보호해.”

“예!”

최재수가 놈의 곁을 지나치려 하자 놈이 기겁하며 칼 든 손을 휘두른다.

“이 개새끼야!”

느려진 시간 속 종혁은 그대로 달려가 그 팔을 후려쳤다.

뿌가아악!

“어?”

장년인은 팔 밖으로 튀어나온 허연 것에 눈을 껌뻑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끄아아아아아악!”

팔을 붙잡은 채 무너지는 개새끼.

종혁은 잠시 최재수를 봤다.

“솜이 눈하고 귀 막았어?”

“예, 막았습니다. 쉬쉬. 이제 괜찮아.”

잘했다. 이제부터 시작될 건 어린아이 관람 불가이기에 절대적으로 잘 이행했다.

종혁은 바닥을 뒹구는 개새끼를 향해 입을 열었다.

“박희열, 너를 아동 성폭행 현행범으로 체포한…… 어?”

순간 뭐에 걸린 듯 앞으로 고꾸라지는 종혁.

그런 종혁의 주먹이 땅바닥을 찍어 버리듯 사내의 사타구니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콰지직!

“……!”

소리가 없는 비명. 입을 벌린 채 그대로 굳어 버린 장년인을 보며 종혁이 입술을 사납게 비틀었다.

“아. 미안하다, 씹새야.”

종혁의 얼굴엔 옅은 후련함이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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