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42화 (242/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42화>

    “왜 물량이 안 맞춰지는 건데!”

    당장 며칠 후 아프가니스탄으로 출발해야 할 중고차가 무려 2천 대다. 그중 1톤 트럭과 SUV만 1600대.

    그런데 70퍼센트만 겨우 채운 상황이다. 이후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조상호의 분노에 사십대 후반의 장년인은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그, 그게 사장들이 그 가격엔…….”

    그동안 악성 재고를 처리해 준다는 명목으로 폐차에 가깝지만 약간만 손을 보면 더 값을 받을 수 있는 중고차들, 정비를 하는 데 돈이 더 들 수도 있는 중고차들을 폐차값에서 약간의 가격을 더 얹어 매입하고 그 대금의 일부를 리베이트받았던 대상 렌트카.

    이건 냄새를 맡은 게 분명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제법 콧방귀를 뀌던 중고차 매매 상사의 사장들이 싹 다 잡혀 들어가면서 대상 렌트카가 똥줄을 타게 됐다는 걸 말이다.

    그런 냄새를 맡은 건지 중고차 매매 상인들은 그 가격엔 못 팔겠다며 만나 주지도 않는 상태였다.

    얼굴을 구긴 조상호는 잡히는 걸 던져 버렸다.

    빠악!

    “악!”

    “이 병신이! 그게 말이 돼?! 걔들이 너 같은 병신이야? 어?!”

    악성 재고가 왜 악성 재고겠는가.

    팔리지 않고 공간만 차지하다 못해 관리 비용까지 발생하니 악성 재고인거다.

    가지고 있으면 무조건 손해.

    그런데 팔지를 않는다?

    아무리 이쪽의 사정을 알게 됐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짓이다.

    그러다 다른 놈이 팔아 버리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기에 최소한 몇 만 원 더 달라는 말이라도 했어야 한다.

    “하, 하지만 그것 말고는…….”

    “그걸 알아보라고 월급을 주는 거잖아, 이 버러지 새끼야!”

    “죄, 죄송합니다!”

    “얼른 나가서 물량 맞춰 와!”

    “예, 예!”

    후다닥 쿵!

    “저 병신……!”

    조상호는 타는 가슴에 담배를 물었다.

    “말이 안 돼. 이건 분명 뭐가 있는 거야.”

    현재 언론이 경찰의 대규모 검거에 서민들의 중고차 매매가 어려워졌다며 비판하는 상황이다.

    그에 국민들은 노리고 있었던 차가 팔려 버릴까 중고차 시장으로 몰려들었고, 졸지에 대박을 맞은 중고차 상인들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이 기회를 빌어 악성 재고조차 모두 정리하려고 할 텐데, 이번 대규모 검거의 시초가 간편 신고 사이트에 접수된 사건들 때문임을 알고 있는 중고차 상인들에게 있어 대상 렌트카는 아주 좋은 거래 상대였다.

    자칫 악성 재고를 고객에게 팔려고 했다가 또 신고가 들어갈 수도 있고, 그래도 폐차장보다는 값을 더 쳐주니까.

    조상호는 여기까지 내다보고 여론전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먼저 접촉했던 중고차 상인들까지 등을 돌렸다. 이건 정말 뭐가 있는 거다.

    “대체 뭐지? 뭐가 있는 거지?”

    ‘이건 마치 전국 중고차 상인들이 담합이라도 한 듯…….’

    조상호는 고개를 저었다.

    대한민국 중고차 시장 규모가 얼마던가.

    그건 말이 안 된다.

    “설마 해외에서 조립을 한 게 들킨 건가?”

    부품을 해외로 가져가 비밀리에 조립해 완성차로 판매하기도 하는 조상호 대표.

    “아니야. 그놈들이 그걸 어떻게 알겠어!”

    혹여 안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어차피 한국에서도 그렇게 차를 수리해 보내니까.

    “아니면 내가 차 안에 부품을 더 붙여 가지고 나가서…… 이것도 아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질 않아 그동안 본인이 저지른 범행들을 모두 떠올리던 그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대체 뭔데! 뭐냐고!”

    쿵쿵쿵!

    “들어가겠습니다!”

    방금 전 얻어맞고 나간 장년인이 사색이 된 채로 들어와 TV를 켠다.

    “너 지금 뭐하는…….”

    -미 중고차 시장의 거물, 드래곤 모터스의 서대용 회장이 국내에 진출, 귀화의 뜻을 밝히면서…….

    안 그래도 폭발한 분노에 재떨이를 잡았던 조상호는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이거였구나!”

    이거였다. 중고차 매매 상인들이 악성 재고를 끌어안고 있었던 이유가.

    조상호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막아야 한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그때였다.

    “뭐야!”

    “당신들 뭐야!”

    “막아!”

    갑자기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대상 렌트카.

    섬뜩!

    순간 불길함이 들어 몸을 일으켰던 조상호는 어느새 사무실 문 앞에 선 정장 입은 사내들의 모습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쿵쿵쿵!

    “경찰에서 나왔습니다. 조상호 대표님 맞으시죠?”

    종혁이 씩 웃으며 물었다.

    한편 사흘 전 중앙지검 강철선 부장검사의 사무실.

    호록!

    마주 앉은 종혁과 강철선이 커피를 홀짝인다.

    종혁이 가져온 20cm 두께의 두꺼운 종이 뭉치를 살피던 강철선 검사는 한숨을 탁 내쉬었다.

    “종혁아.”

    “왜요? 부족하세요?”

    “……미안테이.”

    얼마 전 경찰에 의해 중고차 상인들이 대규모로 검거 되면서 튀어나온 이름 대상 렌트카.

    당연히 수사에 들어가야 하는데 증거가 불확실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대의 차량이 대상 렌트카로 들어갔는데, 배에 선적되는 건 고작 8대뿐이다.

    누가 봐도 탈세의 정황이다.

    조상호 대표가 여러 인물들과 만난 사진이 찍혔다.

    누가 봐도 뇌물의 정황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제대로 된 물증이 없다.

    있다면 중고차 매매 상인들이 대상 렌트카로 차량을 넘긴 서류와 대상 렌트카의 명의로 선적이 된 화물에 대한 신고의 내역에 차이가 있는 정도인데, 문제는 대상 렌트카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다는 점이다.

    “그놈아들만 아이라면 이것만 가꼬도 충분히 영장이 나올 테지만…….”

    거기다 조상호는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알렸다는 걸로 산업 훈장까지 받은 수출 역꾼이다.

    한 해 수출량만 약 4만여 대.

    대기업들이 진출하지 않은 시장을 파고들어 자리 잡음으로써 ‘대기업을 제외한 중고 수출 1위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부족한 증거로 걸고넘어지면 놈을 비호하는 이들에 의해 골치가 아파질 수 있었다.

    “후, 내가 뭔 말하는지 알제?”

    “증거를 더 갖추지 않으면 역풍이 분다는 거겠죠…… 쯧.”

    “나도 화가나지만 우야겠노.”

    1위를 건드린다는 건 그런 것이다.

    거기다 놈을 잘못 건드려 대기업들도 있는데 왜 나만 가지고 지랄이냐는 말이라도 한다면?

    ‘쪼잔하다고 손가락질을 받은 대기업들이 가만히 안 있겄제.’

    역풍이 단단하게 불 것이다.

    강철선은 종혁이 가져온 자료를 종혁을 향해 밀었다.

    “미안하지만 보강을 쪼매 더 해 오그라. 이것만 가지곤 부족하데이.”

    “끙. 어쩔 수 없…….”

    띠리링! 띠리링!

    “음?”

    권아영이다.

    “잠시만? 예, 강철선입니더. 무슨 일이십니꺼, 권 이사.”

    사사로이 가족과 같은 관계가 됐지만, 그래도 말을 함부로 놓을 수 없는 존재 권아영.

    -잘 계셨죠, 검사님. 좋은 투자처가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투자처예?”

    -네. 드래곤 모터스라고 미국에서 제법 크게 중고차 판매를 하던 기업이 있는데, 그 회장님이 이번에 은퇴를 하시면서 한국에 오신다고 했거든요.

    일제강점기 당시 미국으로 넘어간 이민자의 손자로, 미국에서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해 제법 큰 규모의 중고차 매매 기업을 일군 서대용 회장.

    이제 70세도 가깝고 해서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에서 한국의 발전을 위해 중고차 수출입 기업을 세운다고 한다.

    -회장직을 내려놓으시긴 했지만, 드래곤 모터스와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어 미국 중고차를 한국으로 들여오는 한편, 한국의 중고차들을 좋은 차가 필요한 못사는 나라들에 파신다고 해요. 그 나라들이…….

    “예? 어데요?”

    -네. 아프리카의…….

    거듭 설명하는 권아영의 말에 눈을 부릅뜬 강철선은 얼른 종혁이 가져온 자료를 살폈다.

    ‘이, 이기?’

    강철선은 불신이 가득한 눈으로 종혁을 봤고, 종혁은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일단 본인이 가지신 자본으로 국내 딜러, 한국인 딜러를 약 4백여 명 정도 확보하셨고, 자동차도 약 7만여대를 확보하셨는데 자금이 부족하신지 저희 권&박 홀딩스에 투자 문의를 해 오셨거든요. 여기에 검사님의 자금을 넣을까 하는데 생각 있으신가 해서요.

    예상 투자 수익은 1년에 약 18퍼센트.

    웬만한 증권사보다 높은 수익률이다.

    여기에 서대용이란 사람이 진출한다는 나라들이 조상호 대표가 진출한 나라들과 거의 일치한다. 이미 그 나라들의 중고차 매매상들과도 가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뭐, 뭐라꼬요?! 그, 그게 참말입니꺼? 언젭니꺼? 그 양반 언제 진출합니꺼?!”

    -사흘 후에 한국에 귀화하신다는 뉴스가 대대적으로 발표될 거예요. 어떡할까요?

    “……일단 넣어 주이소! 권 이사가 장담하는 건데 넣어야지 않겠슴니꺼. 예, 매번 고맙습니데이. 들어가이소!”

    전화를 끊은 강철선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더듬더듬 담배를 찾아 물었다.

    “왜 그러세요? 이모님이 뭐라고 하시는데요?”

    강철선은 태연하게 고개를 모로 기울이는 종혁을 보며 얼굴을 와락 구겼다.

    “이번에도 니가 한 짓이가?”

    “응? 뭐가요? 뭔 일인데요?”

    “……아이다.”

    아닐 거다. 이 일의 범인이 종혁이라고 하기엔 사이즈가 너무 크다.

    중고차를 7만 대나 확보했다고 한다.

    최소로 잡아도 거의 천억이다.

    ‘그라고 야가 미국에 뭔 연줄이 있어가 그런 양반을 끌어들이겠노.’

    너무 소설 같은 우연이라서 그런 착각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우연이라 치기엔 너무 공교로운 우연.

    ‘경찰의 대규모 검거로 대상 렌터카가 비명을 지르는 게 아니었던기라!’

    이 서대용이란 양반이 공교로운 타이밍에 물량을 싹 쓸어 가면서 물량이 부족해진 것이다.

    ‘물론 우연히 이렇게 된 것일 테지만, 맨손신화를 이룬 그 양반이 영역이 겹치는 조상호를 가만두겄나?’

    그럴 리가.

    한 산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존재할 수 없듯 서대용은 조상호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여기에 이미 조상호는 크게 참해를 당했다.

    ‘그람?’

    엉덩이를 들썩이던 강철선은 결국 몸을 일으켰다.

    견적이 나왔다.

    “앵장 필요하다고 했제?”

    “주시게요?!”

    “여서 1시간만 기다리라!”

    참지 못한 강철선은 자료를 챙겨 들고 검사장실로 뛰어갔고, 그런 그를 멍하니 쳐다보던 종혁은 이내 피식 웃으며 다 식어 버린 커피를 홀짝였다.

    “커피 향 좋네.”

    오늘따라 혀를 적시는 인스턴트 커피향이 참 좋았다.

    *   *   *

    “건배!”

    “크아!”

    “으아아!”

    제법 넓은 고깃집. 특별수사 1, 2,3팀과 특수범죄수사과 광역수사대가 모여 술잔을 부딪친다.

    “녹는다, 녹아!”

    “아따, 한우는 뭐가 달라도 달라블고마잉!”

    호들갑스럽게 젓가락질을 하는 그들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다.

    경찰이 기업을 쳤다.

    한 해 매출이 천억이 넘는 거대 기업을 압수 수색하고 대표를 체포했다. 그것도 경찰에 물을 먹인 놈을.

    평소대로라면 검찰이 가져가도 벌써 가져가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을 초대형 사건. 아니, 게이트다.

    구, 시의원들과 대한민국 3대 언론사중 한 곳까지 얽힌 거대 게이트.

    여기에 중고차 매매상들이 여러 인물에게 뇌물을 준 정황까지 드러났기에 절대 경찰이 감당할 사이즈가 아니다.

    그걸 검찰이 아닌 경찰이 체포하고, 예쁘게 포장해서 검찰에 넘겼다. 덕분에 경찰의 위신은 하늘로 솟았고, 이택문 경찰청장에게 칭찬과 상여금을 약속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건의 내막을 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묘한 눈으로 종혁을 응시 할 수밖에 없었다.

    “응? 왜요?”

    ……딱!

    “아?”

    난데없이 김종두 과장에게 숟가락을 맞은 종혁은 미간을 구겼다.

    “와아. 갑자기 때리기 있기, 없기?”

    “있기, 짜샤! 이럴 거라면 이럴 거라고 말을 해야지! 괜히 생고생했잖아!”

    영장이 없어 외부에서 한참 조상호와 대상 렌터카의 비리를 조사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던 그들.

    덕분에 들어간 차와 나온 차에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 등 범죄에 대한 여러 가지 정황 증거들을 발견했지만 이걸로는 좀 부족하지 않나 싶던 중 갑자기 영장이 발부됐다.

    그걸로 상부에 허가조차 받지 않았던 비밀 수사는 공개 수사로 전환되었다.

    솔직히 약간은 허무한 결말이었다.

    “아니, 나라고 이럴 줄 알았겠어요?”

    “어. 알았을 것 같아.”

    “……쪼끔?”

    “에라이.”

    그럼 그렇지 하며 얼굴을 구기던 김종두는 눈을 빛냈다.

    “어떻게 알았는데?”

    그 말에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다른 팀장들과 광역수사대 대장도 호기심을 드러냈다.

    종혁은 그런 그들을 보며 볼을 긁적였다.

    “저도 그날 알게 됐어요, 영장받은 그날. 갑자기 이모님이 저한테도 투자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 오더라고요.”

    “그게 타이밍 좋게 등장한 서대용 회장이 새롭게 세운 빅 모터스다?”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이 몇몇 나라들과 가계약을 끝냈다는 말을 듣는데…… 아, 이래서 강 검사님이 영장을 주셨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캬, 예술이다. 진짜 타이밍 예술이야.”

    때마침 서대용 회장이 등장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니, 정확히는 서대용 회장이 대상 렌터카의 모든 거래처를 잡아먹어 대상 렌터카를 빈껍데기로 만들며 중고차 딜러들의 오랜 말장난인 고가 매입, 저가 판매가 아니라 ‘진짜 고가 매입, 저가 판매’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아마 몇 달이 걸려도 조상호를 체포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짜 네 운은 정말…….”

    김종두의 말에 다른 이들은 공감한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하하.”

    웃는 종혁의 모습에 고개를 젓던 그들은 돌연 실소를 터트렸다.

    “그나저나 조상호 이 씹새 인과응보를 제대로 당했지라.”

    “푸핫! 맞네! 그러네!”

    만약 조상호가 종혁을, 경찰을 공격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중고차 매매 상인들은 대충 집중 단속이나 받다 끝났을 테고, 그랬다면 조상호는 중고차 매매상들로 하여금 한 목소리를 높이게 만들어 서대용 회장의 업계 진출을 막았을지도 모른다. 경찰도 조상호란 인물에 대해 몰랐을 것이다.

    조상호의 세 치 혀가 제 발등을 찍은 거다.

    역시 이래서 사람은 혀를 잘못 놀리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뻥 뚫리는 속에 다시 술잔을 부딪치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오!”

    사람들은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광역수사대 대장을 놀라 바라봤다.

    “그럼 이제 우리 종혁이가 제공해 주는 호사는 더 이상 못 누린다는 거잖아!”

    “아…….”

    “아아아! 야, 종혁아! 우리 수사를 좀만 더…… 아, 다 정리해서 검찰에 넘겼지 참.”

    물이 찔끔 쏟아지는 싸구려 모텔이 아닌 뜨거운 물이 펑펑 쏟아지던 호텔, 편의점표 컵라면과 삼각김밥이 아닌 호텔표 김밥과 라면.

    그 외에도 혀 와 몸이 호화로웠던 이번 수사.

    종혁의 돈맛을 처음 느낀 특별수사팀들과 광역수사대 대원들은 좀만 더 하면 안 되겠냐며 간절한 눈으로 종혁을 응시했다.

    “푸흐흐. 수고하셨습니다.”

    “……아!”

    “아악! 안 돼!”

    “대신! 오늘 하루는 제가 풀로 쏠 테니 이걸로 아쉬움은 끝내 주십쇼! 저도 쪼들려요!”

    “우오오오오오!”

    “야! 마셔! 허리띠 풀어!”

    “사장님, 여기 모둠 3인분이요!”

    순간 배 속에 거지가 들어선 듯한 모습에 그들의 대장들은 슬그머니 외면했다.

    낄낄 웃은 종혁은 그런 그들을 외면해 주었다.

    “아 참, 종혁아.”

    “네?”

    “그래서 이제 뭐 할 거냐? 생각해 놓은 사건 있어?”

    김종두의 말에 광역수사대의 대장도 눈을 빛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간편 신고 사이트의 의미를 확실하게 알게 된 그들.

    ‘간편 신고 사이트는 전국에 산재한 모든 유형의 사건이 모이는 창구다!’

    모든 유형이다.

    그중에는 어떤 커다란 사건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사건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 종혁이니 혹시라도 이번처럼 큰 사건을 여러 개 발견했을까 그들은 눈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알아차린 종혁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일단은 인천 쪽에 있는 조직 하나를 때릴까 하는데요…….”

    “인천에 있는 조직을? 왜?”

    “어떤 양아치 새끼랑 약속한 게 있어서요.”

    무려 1억을 처먹고 날라 버린 차팔이 놈.

    분명 수표는 결제가 됐는데, 종혁이나 수호의 앞으로 차량이 등록된 게 없다.

    즉, 이놈은 웃돈을 받는 것으로 입을 다물겠다는 약속을 여기며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도 모자라 1억까지 들고 날랐다.

    간이 몸뚱이만큼 부은 놈이다.

    ‘그렇다면 내가 한 약속대로 해 줘야지.’

    종혁은 의아해하는 사람들을 일견하며 술잔을 들었다.

    *   *   *

    “씨발! 죽여!”

    “다 죽여 버려!”

    콰장창! 콰작! 꽈아앙!

    인천의 한 구역을 주름잡던 조직이 수십 명의 형사들에 의해 박살 나고 있다.

    털썩!

    무릎을 꿇은 조직의 보스인 오십대 장년인은 느긋이 담배를 물고 있는 저승사자들을 보며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트, 특수가 저, 저희를 왜…….”

    어디 오늘 자신들을 찾은 저승사자가 특수범죄수사과뿐일까. 광역수사대와 본청의 신설 수사 부서인 특별수사팀까지 와 있다.

    “저희 요새 정말 잘못한 거 없습니다!”

    “우리도 알아.”

    빠득, 빠드득!

    장년인은 앞으로 나서는 젊은 놈, 종혁을 보며 의아해했다.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너희가 다른 조직들과 다르게 약도 안 팔고, 보호세나 받으며 사는 거. 뭐 가짜 양주도 좀 팔고 바가지도 씌우고 건설쪽에 난장도 피고 뭐 그냥저냥 다른 깡패 새끼들처럼 사는 거 다 알지.”

    흠칫!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아니, 정확히는 그 문제 때문에 온 게 아닌 것 같다.

    “그, 그럼 왜…….”

    “아, 별건 아니고. 한 6년 전인가? 7년 전에 너희 똘마니 중에 허익이라는 놈이 있었을 거야.”

    ‘똘마니?’

    “근데 그놈이 내 돈을 들고 날랐지 뭐니?”

    “아, 씨벌…… 아, 아니 형사님에게 한 욕이 아닙니다!”

    “그럼 알지. 우리 대양 씨가 그렇게 간 큰 새끼는 아니라는 거.”

    “하하, 감사합니다.”

    “2시간 줄게.”

    “예? 아, 아니 그건…….”

    “그 안에 잡아 오면 열 놈 두 바퀴로 봐준다.”

    “……뭐해, 이 씹새끼들아! 얼른 수배 안 때리고!”

    “예, 형님!”

    종혁은 바빠진 그들을 일견하며 오늘 도움을 주기로 한 형사들을 봤다.

    “술집에 왔는데 술이나 한잔하시죠?”

    “푸핫. 그럴까?”

    “어이구. 여긴 뭐가 맛있으려나. 야, 여기 안주 뭐 있냐?”

    “뭐, 뭐든 있습니다, 형사님. 시켜서라도 가지고 오겠습니다, 형사님!”

    “오, 그래? 영업 잘하네. 치킨 먹을 사람?”

    조폭들 영업장에 형사들의 술판이 열렸다.

    빠악!

    “켁?! 죄, 죄송합니다 형님!”

    “아오, 이 씹새끼. 진짜…… 들어가, 이 개새끼야!”

    쿠당탕 엉덩이를 걷어차여 구른 허익은 새파랗게 질려 벌벌 떨면서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새로 얻은 집에서 자던 중 갑자기 찾아온 이들에게 두들겨 맞고 끌려왔다. 오는 도중에도 죽어라 맞았다.

    대체 뭘 잘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은 죽은 거다.

    ‘씨발, 씨발, 씨발!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어?’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에 휩싸이던 허익은 딸랑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을 통해 드러난 광경에, 마치 영화처럼 시야를 파고드는 한 사람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흡?!”

    “오, 왔네? 하이?”

    기다리던 사람이 드디어 왔음에 맥주를 주욱 들이켜며 일어선 종혁은 양손으로 술병을 공손이 잡고 있는 이 조직 보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저놈까지 해서 모레까지 열 놈 보내. 그럴 수 있죠, 오 회장님?”

    “예, 형사님!”

    “난 계산에 팁까지 다 줬으니까 접대든 뭐든 저새끼처럼 딴말하면 진짜 뒤지는 겁니다.”

    “……예!”

    “믿어요. 자, 이게 그만들 일어나시죠?”

    “어이구. 그럴까?”

    “양 사장, 맛있게 먹고 갑니다. 아, 이 집 치킨 잘하네.”

    종혁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허익을 지나치며 씩 웃었다.

    “내가 약속했지?”

    “힉?!”

    ‘그, 그럼?’

    “모레에 본청에서 봅시다, 허익 씨.”

    “아…….”

    우르르, 딸랑딸랑!

    등 뒤에서 흔들리는 문.

    “다 가셨습니다, 큰형님!”

    “후우-! 문 걸어 잠그고 그 개새끼 데리고 들어와.”

    “사, 살려……! 아악! 사, 살려 주십시오!”

    이래서 사람은 함부로 입과 혀를 놀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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