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41화>
“야, 이 씨발 새끼들아! 이거 풀어! 안 풀어?!”
“너희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전화만 하면……!”
“조용히 안 해!”
목소리를 높이는 범죄자들로 인해 시끄러운 특별수사팀.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커피 잔을 손에 든 채 유치장 철창을 잡고 흔드는 사람을 일견한 종혁은 흐뭇이 웃었다.
“그래, 이거지.”
이게 형사가 보는 풍경이다. 이제야 고향에 돌아온 것 같았다.
‘하, 몇 달 안 됐는데 마치 몇 년이라도 된 것 같네.’
눈빛이 아련해진 종혁은 다른 손에 쥐고 있는 종이컵을 신 사장 앞에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았다.
“자, 마시면서 합시다. 성함이?”
“…….”
“어휴. 거기 앉으면 꼭 그러더라. 야, 이 새끼야. 내가 지금 부탁하는 걸로 보이냐?”
“흡?! 이 어린놈의 자식이……!”
퍼억! 쿠당탕!
“으악!”
신 사장의 배를 발로 까 버린 종혁은 바닥에 널브러진 그의 머리채를 잡아 다시 일으켜 의자에 앉혔다.
그에 신 사장이 아프다고 비명을 질렀지만 종혁이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종혁은 배를 붙잡고 끙끙거리는 그를 보며 혀를 찼다.
“그러게 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요. 우리 좋게좋게 합시다. 이름?”
“씨, 씨발! 경찰이 이렇게 사람을 쳐도 돼?! 변호사 불러-!”
순간 조용해지는 특별수사팀.
모두의 시선이 종혁과 신 사장에게 모인다.
최재수는 슬그머니 몸을 일으켜 종혁의 곁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종혁은 그저 가소롭게 웃을 뿐이었다.
“아, 그래. 변호사……. 그래요. 당신 같은 범죄자 새끼도 변호사를 부를 수 있죠. 자요. 아는 변호사 불러요.”
“뭐?”
“부르라니까? 왜? 아는 변호사 없으면 내가 아는 변호사라도 소개시켜 줘?”
“이, 이…….”
종혁이 이렇게 순순히 변호사 요청을 받아들일지 몰라서 당황했던 신 사장은 이내 악독한 눈빛을 지으며 종혁이 넘겨준 전화기를 잡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종혁은 느긋이 의자를 젖히며 입을 열었다.
“전화하면서 들어요. 난 당신이 변호사를 부른 그 순간부터 당신 장부에 적혀 있는 모든 피해자들을 만날 거예요.”
흠칫!
“내가 한 사람, 한 사람 도와서 다 민사 소송을 진행시킬 거야. 그게 줄줄이 비엔나소시지처럼 이어지면 어떻게 될까?”
아마 지금까지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변호사 선임 비용이 피해액만큼 발생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워서 소송을 진행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터.
하지만 종혁이 이를 도와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십, 아니 수백 명의 피해자가 한꺼번에 민사 소송을 진행시킨다면 그가 손해배상을 해야 될 액수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것이 분명했다.
‘흡?!’
종혁의 눈빛에서 그가 진짜 그것을 실행시킬 만한 인간이라는 것을 느낀 신 사장은 순간 자신이 발등을 찍었구나 절망했다.
어느새 조용해진 특별수사팀.
-여보세요? 신 사장님?
“뭐해요? 변호사랑 통화 안 해요?”
……달칵.
신 사장은 조용히 수화기를 내려놓았고, 종혁은 씩 웃으며 젖혔던 상체를 원래대로 했다.
“그럼 시작해 봅시다. 성함이?”
“……신백호입니다.”
“연세가?”
그렇게 신 사장을 시작으로 모든 범죄자들이 고분고분 자백을 하였다.
“캬. 우리 1팀장 입 터는 솜씨가 아주 예술이구마잉.”
형사가 질문을 하면 범죄자가 순순히 답하고 있다. 심지어 유치장을 꽉 채운 놈들은 조용히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그런데 장부를 살펴보니 웬 이상한 곳이 나오던데…….”
3팀이 담당하는 사장들이 보유한 차들 중 매달 일정 숫자가 한 기업으로 흘러간 정황이 발견됐다.
일견 정당한 거래 같지만, 3팀장은 리베이트 혹은 새로운 탈세의 창구가 아닐까 하는 의혹이 생겼다. 그래서 뇌물 장부보다 이게 더 관심이 갔다.
그런 3팀장 윤선빈의 말에 2팀장 김판호도 눈매를 좁혔다.
“대상 렌트카? 조상호?”
“어?”
화들짝 놀란 둘은 종혁을 봤고, 종혁은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린치가 준 자료에서 적혀 있던 정황 중 하나, 리베이트.
“오메, 씨부럴?”
현재 이곳 특별수사팀에 잡혀 온 사장들의 숫자는 총 15명이다.
여기에 종혁의 요청으로 전국에서 50여 명의 사장들을 더 보내 주기로 했다. 매달 천여 대가 훌쩍 넘는 차량이 대상 렌트카로 흘러 들어간단 소리였다.
중고차라 가격을 싸게 잡는다고 해도 십수억.
“대상 렌트카. 해외 못사는 나라들에 똥차에 가까운 차량이나 중고 부품, 고철을 수출하는 기업입니다.”
똥차에 가깝지만 90년대 만들어진 우리나라 차들은 내구성이 좋아서 잘만 관리하면 십 년은 더 너끈히 탈 수 있다. 또 대상 렌트카는 그런 중고 부품들로 차를 재탄생시켜 판매하기도 한다.
“그걸 1팀장이 어떻게…….”
“이번 사태의 원흉이 그놈이니까요.”
김판호와 윤선빈은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니까 언론을 충동질해 경찰을 때려서 1팀장과 우리를 여기로 오게 만든…… 자, 잠깐? 그럼 그 말은?”
종혁은 숨길 것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들이 냄새를 맡은 이상 조사를 시작하면 다 알게 될 사실이다.
“그, 그랑께 그놈을 딸라고 이 판을 깔았다고? 워메, 이 잡것…….”
상상 이상으로 미친놈이다. 그들은 종혁의 거대한 광기와 행동력에 공포마저 느낄 수밖에 없었다.
‘주도권을 잡았군.’
계급이나 나이 모든 게 낮은 종혁이다.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 줄 필요가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빌어 그렇게 된 것 같아서 다행히 아닐 수 없었다.
“지금부터는 제 개인적인 복수입니다. 빠지실 분은 빠지셔도 됩니다. 다만 함께하시면 꽤 휘둘리실 거예요.”
대상 렌트카의 사업 아이템인 중고차나 중고 부품, 고철은 모두 저들 사장과 거래한 중고차들에서 나온다.
그 거래선을 모두 잘라 버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일 시간이었다.
종혁의 몸에서 싸늘한 냉기가 흘러나오자 표정을 굳혔던 그들은 이내 피식 웃었다.
“아따, 뭔 말을 그렇게 섭하게 한데. 우덜이 만난 지 며칠밖에 안 됐어도 그동안 봐 온 정이 있제.”
“이런 잔칫상까지 차려 줬는데도 입을 닦으면 개새끼지. 뭘 도와주면 될까?”
“2팀장님, 3팀장님…….”
순간 종혁은 자신이 참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람들과 계속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천운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그에게 다가온 운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도 뭘 도와주면 되겠냐?”
고개를 돌린 종혁은 눈을 부릅뜨며 얼른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특수와 광수대 대장님이세요.”
“추, 충성!”
김종두 과장과 광수대의 손원호 대장이었다.
“어쩐 일이세요?”
“어떤 씹새끼가 변호사들을 보내서.”
“광수대도 3명 왔다. 그래서 개판 5분 전이야.”
그런데 그 씹새끼가 아무래도 종혁이 말하는 조상호인 것 같다.
‘발악을 하는군.’
아무래도 조상호는 새로운 거래처를 알아보는 것보다 사장들을 빼내기로 한 것 같다. 확실히 그 편이 좋기는 하다.
장부가 모두 확보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견적을 낸 종혁은 난처한 듯 머리를 긁었다.
“끄응.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야, 최종혁. 내숭떨지 말고 원래대로 해, 인마.”
……씨익!
“흐흐.”
“짜식이 진작에 그럴 것이지.”
“오! 우리 광수대도 드디어 종혁이 너의 돈맛을 보는 거냐?”
“삼시 세끼 스테이크를 드셔도 되니까 영수증만 보내 주십쇼! 아, 2팀과 3팀도요. 앞으로 수사비는 모두 제가 책임집니다.”
“……워메 씨벌. 형.”
돈 많은 놈이 형이다.
그렇게 으쌰으쌰한 그들은 흉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복귀했고, 종혁은 화장실 가는 척 사무실을 빠져나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 왜 경찰을 건드리니.”
물론 종혁만 건드렸어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테지만, 이렇게 형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진 않았을 것이다.
불쌍하다며 혀를 찬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나예요, 권 이사.”
형사들이 조상호의 비리를 물고 늘어지면 종혁 본인은 그의 명줄을 잘라 버린다.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의 방식으로 말이다.
* * *
“그걸 알아보라고 월급을 주는 거잖아! 어떻게든 맞춰! 알았어?! 끊어!”
거칠게 전화를 끊은 조상호는 이를 갈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고차를 공급해 줘야 할 거래처 사장들이 모두 경찰에 잡혀 들어가면서 매입이 뚝 끊겨 버린 것이다.
이러다간 당장 한 달 후에 있는 거래 물량조차 맞추지 못할지도 모른다. 새 거래처를 뚫자니 그마저도 시간 안에 물량을 맞출 거란 보장도 없는 상황.
어떻게든 거래처 사장들을 빼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빌어먹을. 그러게 왜 장부를 사무실에 둬서!”
탈세한 내역이 적힌 장부와 뇌물 장부.
변호사 할애비를 써도 못 빼내는 상황이었다. 괜히 변호사 수임료만 나갔다.
멍청한 사장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은 조상호는 커다란 한옥 요정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한복을 입은 사십대의 여성이 공손히 인사를 한다.
“어서 오십시오, 조 대표님.”
“손님은?”
“먼저 와 계십니다.”
“이런. 얼른 안내해 줘.”
그렇게 안내된 방 앞에 선 조상호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래저래 다 막힌 상황이야.’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다.
다시 여론을 들끓게 하는 것.
‘경찰이 선량한 사람들을 잡아들였다는 게 아니라, 경찰의 무분별한 검거로 인해 서민들이 중고차를 사기 힘들졌다는 여론을 형성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마침 현 정부도 서민 친화적이지 않던가. 아마 이런 여론이 형성되면 청와대도 지금처럼 묵인하지 못할 것이다.
“안으로 고할까요?”
“그렇게 해.”
똑똑!
“조상호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
스륵.
문이 열리며 각자 옆구리에 어린 여자들을 꿰차고 있는 늙은이들이 보인다.
그가 가진 인맥 중 가장 힘 있는 우군들.
시의원들, 그리고 지금도 대한민국 3대 언론이라 불리는 3대의 신문사 중 한 곳.
“아이고, 제가 좀 늦었습니다!”
주상호는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한편 요정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어느 한정식집.
“서프라이즈? 내가 좀 늦었나요?”
“빌어먹을.”
먼저 와서 권아영의 옆에 마치 비서처럼 서 있던 종혁은 문을 열고 나타나는 나탈리아와 린치의 모습에 눈을 껌뻑이다 권아영을 쳐다봤다.
“전 분명히 중고차 매매와 무역에 빠삭한 사람을 모아 달라고 부탁했을 텐데요?”
“저도 그러려고 했어요.”
그런데 저들이 먼저 연락을 해 왔다. 바이 차이나 프로젝트를 위해 함께 연계하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의 정보국이.
거부할 수가 없었다.
“미안해요, 최. 우리에게도 너무 좋은 기회라서 말이죠. 뭐 깜짝 선물인 의미도 있고요. 그래서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래서…….’
오늘 권아영이 뜬금없이 미안하단 문자를 보내기에 잘못 보냈나 생각했던 종혁. 그게 이 때문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나탈리아가 어떻게 알았냐는 건 의미가 없었다. 그녀라면 종혁의 스타일을 모를 리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좋은 기회요? ……아, 설마?”
나탈리아는 나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프리카와 여러 개발도상국에…….”
“아무런 의심 없이 요원을 심을 수 있는 기회.”
“정답. 그럼 이제 앉아도 될까요?”
종혁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귀띔이라도 해 주지.”
“말했잖아요. 서프라이즈라고. 어머, 혹시 많이 놀랐나요?”
“……린치, 넌 나가.”
“Fuck! 나도 말하려고 했어. 하지만 이 여자가!”
“내가요? 지금 여자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건가요?”
“개씨발!”
“풉!”
대체 언제 한국 욕을 배웠기에 저렇게 자연스러운 걸까.
어벙하게 린치를 쳐다보던 종혁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뭐 나쁘지 않군.’
아니, 차라리 잘됐다.
지금부터 벌일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던가.
바로 빠른 행동력과 거래처 형성이다. 그런 의미를 놓고 봤을 때 이들보다 더 좋은 인재는 없다고 봐야 했다.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러시아와 미국.
비즈니스 파트너로선 최고였다.
“일단 앉으세요.”
종혁은 권아영이 비켜난 자리에 앉았고, 그렇게 그들이 모두 자리에 앉으니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들이라서 배부터 채운 그들은 후식이 나오고 나서야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권 이사?”
권아영은 종혁이 들고 있던 서류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어 둘에게 나눠 주며 입을 열었다.
“두 분께서도 예상하셨다시피 저희 권&박에선 대규모 중고차 매매 상인들의 검거로 인해 커다란 공백이 생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해 물량을 모두 받아 내려고 했어요.”
조상호와 거래한 65개의 매매 상사뿐만이 아니다.
수백 명의 검거로 인해 생긴 공백을 돈으로 후려쳐 단숨에 국내 중고차 시장의 제일 큰손이 되려고 했다.
권&박 홀딩스가 드러나지 않도록 몇 개의 회사와 몇 명의 대표를 따로 세워서 말이다.
권&박 홀딩스는 어디까지나 투자자 역할.
후에 이들이 투자금을 모두 갚고 이별을 해도 그러려니 하려고 했다. 어차피 종혁의 목적은 조상호 한 명이었으니까.
그런데 SVR과 CIA가 이 판에 끼어들었다.
이러면 판을 새로 짤 수밖에 없었다.
그중 가장 베스트는 외국계 기업의 진출이다.
“다만 대표는 무조건 한국인이어야 해요.”
그래야 외국계 자본의 침범이라고, 외국 자본이 국내 중고차 시장을 잡아먹는다는 말이 안 나온다.
“이민도 해야 되고요.”
종혁은 다시 설계를 시작하는 권아영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아이디어와 재료는 종혁이 제공했지만, 사업에 대한 설계를 짠 건 그녀다. 당연히 믿고 맡겨야 했다.
그런 종혁과 같은 생각인 듯 나탈리아와 린치는 권아영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후후. 그 부분은 걱정 마세요. 러시아엔 고려인이 많답니다.”
“흥! 몇 세대 전의 사람들보다 당장 몇 년 전에 이민 온 한국인이 낫지 않겠어?”
“호오? 말대꾸?”
“내가 당신 부하던가?”
갑자기 날을 세우는 둘을 모습에 권아영은 손을 저었다.
“그건 두 분이서 알아서 정하시고, 그보다 선결되어야 할 게 있어요. 선한 딜러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
이 프로젝트에 쏟아부을 수 있는 자금은 무한대에 가까우니 물량은 딜러를 확보하면 알아서 따라온다.
“그거야 이해했지만, 선한 딜러?”
린치의 말에 권아영은 종혁을 가리켰다.
“여기 우리 보스가 그걸 원할 테니까요.”
대한민국 국민들이 바가지 쓸 걱정을 하지 않고 중고차를 살 수 있는 곳. 그러기 위해선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가, 아니 전 직원이 선해야 된다.
종혁은 몰리는 시선에 씩 웃었다.
“빙고. 역시 권 이사는 날 잘 알아요.”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 그걸 모를까요.”
코웃음을 친 그녀는 나탈리아와 린치를 보며 검지를 들어 올렸다.
“박리다매. 그게 우리가 세울 기업의 모토예요.”
“……아, 그래서 외국계 기업의 진출을? Fuck!”
권아영은 린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금이 빵빵해 든든한 모기업이 있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더 안심을 하고 중고차를 구매 할 수 있을 터.
이른바 신뢰다.
그런 권아영의 말에 나탈리아와 린치의 표정이 묘해진다.
“미스 권…….”
“한 마디만 더 하면 이 판에서 빼 버린다, 린치. 그렇다고 나탈리아에게도 안 줄 겁니다. 그렇게 쳐다봐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제 거예요.”
“……쯧.”
“최는 너무 욕심쟁이에요.”
‘지금 CIA와 SVR이 나를 욕심낸 거야?’
뭔가 얼떨떨하지만, 그보단 종혁의 발언이 더 기쁜 그녀는 활기차게 입을 열었다.
“그렇게 중고차 시장을 장악함과 동시에…….”
“해외 시장도 장악한다.”
“정확히는 거기서도 박리다매로 대상 렌터카의 거래처를 뺏는다란다, CIA의 애송이.”
“린치다!”
“어머, 본명이었어?”
“이 빌어먹을 할망구가!”
짝짝! 다시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손뼉을 친 권아영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둘을 응시했다.
“여기까지가 지금 제가 말할 수 있는 전부예요. 질문 있으시나요?”
질문이 있을 리가.
급조한 계획임에도 빈틈이 없다.
나탈리아와 린치의 머릿속에 다시 인재에 대한 욕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지분은?”
“투자 비용에 따라.”
“……Fuck.”
“호호.”
지부장인 나탈리아와 일개 팀장인 린치.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좋아. 그 대신 기업과 대표와 언론은 우리 CIA가 담당하지. 한국은 러시아보다 미국을 더 사랑하니까.”
“……쯧. 딜러와 직원은 내가 소집하죠.”
“그럼 저희 권&박 홀딩스는 비용의 50퍼센트를 담당하겠습니다. 그럼 딜?”
“딜.”
“딜.”
종혁은 순식간에 끝나버린 거래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이러면 조상호에게 좀 미안해지는데…….’
어디 조상호 따위가 SVR과 CIA에 비교할 수 있을까.
무한대 자금에 든든한 조력자가 붙으며 시간마저 단축된 상황이다. 이제 조상호가 살아날 길은 없다고 봐야 했다.
‘야, 미안한데 이건 삼킬 수 없는 엿이겠다.’
종혁은 범죄자에게 측은지심을 가지는 아주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