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38화 (238/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38화>

68. 입과 혀, 그리고 속담

취조실에 날카로운 침묵이 맴돈다.

‘토사구팽?’

종혁은 정말이냐는 듯 이택문 경찰청장을 응시했고, 이택문은 그 시선에 담배를 물었다.

찰칵! 치이익!

“푸후.”

붉은 불에 타들어 가는 담배에서 흘러나온 연기가 공허하게 흩어진다.

잠시 침묵했던 이택문 경찰청장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기껏 차려 놓은 밥상에 독이 뿌려졌더군. 반찬들도 못살겠다고 아우성이고.”

움찔!

의도했던 게 들켰다. 자신이 손을 떼면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업무에 큰 차질이 생긴다는 걸 보여 주려는 의도가 말이다.

‘그런데 왜?’

이택문 경찰청장이 자신의 의도를 알아챈 것은 그다지 문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애당초 들키지 않으리라 생각한 적도 없었고, 오히려 알아차리라고 대놓고 행동한 부분도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종혁이 의문을 품는 이유는 하나였다.

종혁 본인이 없으면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그를 다른 부서로 보내려 하는 의도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종혁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인지 이택문 경찰청장은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위기관리센터 간편신고관리과 소속 특별수사 1팀 팀장]

[성명: 최종혁]

[계급: 경감]

[비고: 2007년 전반기 진급 대상자]

특별 인사이동 서류다.

‘이건?’

정식 팀장에 진급이다.

더욱이 간편 신고 시스템에 숨어 있는 다른 뜻을 생각하면 영전이다.

겉으론 한직처럼 보이지만, 권한이 굉장히 막강한 수사팀. 고위 간부로 향하는 길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고 보면 된다.

이택문 경찰청장은 토사구팽이 아니라 더 힘을 실어 주는 것이었다.

순간 찌릿하며 전신에 소름이 내달린다.

“뭐 근데 이미 그 밥상에서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었으니 다른 밥상을 차려야 하지 않겠어?”

종혁은 이어진 이택문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이택문 경찰청장에게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에 자신이 없으면 팀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음을 보여 주려 했지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이택문은 더 이상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에 무엇도 바라지 않았으니까.

처음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을 조직했을 때 구상했던 성과는 전부 달성했으니까.

어쩌면 종혁 본인의 능력 덕분에 초과 달성을 했을지도 모르고, 현재로선 이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처음의 목적은 모두 달성한 거다.

그렇기에 그냥 손을 떼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심지어 배불리 먹고 남은 잔반을 비싸게 팔아넘기기도 하고 말이야.’

아마 부팀장의 자리도 주한빈 팀장 때처럼 정치적으로 활용할 터.

지금 상한가를 치고 있는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이니만큼 부팀장의 자리라고 해도 비싸게 팔릴 게 분명했다.

‘아무도 진짜 의중은 알아채지 못할 테지.’

청와대에서도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성과를 치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팀을 버림패로 쓴다?

과연 누가 그럴 거라고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이택문의 의중을 의심하지 못한 채 단순히 징계성 인사이동으로 바라볼 터였다.

‘게다가 여론까지 잠재우고 말이야.’

언론에 선동을 당한 국민들까지 달래면서도 취할 건 다 취했다고 봐야 했다.

‘하, 이 여우 같은 양반. 이 한 수로 몇 개의 이득을 얻은 거야?’

그런 와중에 종혁 본인도 위해 주고 있다.

이택문의 숨겨진 의중을 모르는 이들은 종혁에게 동정표를 보낼 것이고, 그들이 동정할수록 종혁은 더 움직이기가 편해질 터였다.

정말 웃음밖에 안 나왔다.

종혁의 입가에 미소가 맺히기 시작하자 이택문은 몸을 일으켰다.

“긴말 안 하지. 그놈들 잡아 와.”

‘거기까지라고?’

종혁의 입술에선 결국 웃음이 흘러나왔고, 이택문의 미간은 좁혀졌다.

‘풀어놓을수록 이득을 가져다줄 존재. 현장에서 더 빛을 발할 경찰.’

최기룡 전 경찰청장이 한 말이었다.

그래서 그대로 해 줬고, 종혁은 그에 부합해 줬다.

백 퍼센트, 아니 천 퍼센트.

이 이상은 너무 과했다.

그러니 이제 현장으로 돌려놓을 때다.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에 마침 적당한 명분도 생기지 않았는가.

경찰 이미지 마케팅 업무를 총괄하면서도 참 이리저리 날뛰었던 종혁. 그걸 보면 종혁은 현장 체질이 맞았다.

팀장과 진급은 그동안 고생해 준 것에 대한 선물이었다.

“더 할 말이 있나?”

“다른 팀원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 임기는 내년 상반기까지야.”

씨익 입술 비튼 종혁은 몸을 일으켜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팀은 알아서 조직해.”

쿵!

문이 닫히자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재밌군.”

만약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을 그대로 남겨 두기로 하면서 인사이동을 감행했다면 종혁은 완전히 실망했을 것이다.

아니, 한마디 말조차 없이 특별 인사이동 서류만 달랑 던져 줬어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이택문은 그러지 않았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게 이런 것일까.

솔직히 서운함이 모두 가신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를 향한 미움이 모두 가셔버림에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 여우 같은 양반이야.”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청장님. 잘 계셨죠? 지금 뭐하세요?”

-청장은 무슨. 전 청장이지.

취조실을 빠져나가는 종혁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치이익!

삼겹살이 노릇하게 익어 가는 고깃집.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팀원들과 경찰 홍보단이 우중충한 얼굴로 앉아 있다.

오늘은 종혁의 송별식이 있는 날.

청천벽력 같은 징계성 인사이동에 그들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예, 예. 알겠습니다.”

종혁은 전화를 끊는 박동수를 봤다.

“팀장님께선 뭐래?”

마무리할 게 있어서 먼저 가라던 주한빈 팀장.

박동수는 이를 악물었다.

“중요한 약속이 잡혀서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뭐?”

“아, 진짜!”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이건 떠날 사람이니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정이 안 가던 그가 이런 결정까지 내리자 팀원들은 그동안 쌓인 울화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래? 잘됐네.”

아니, 애초부터 이럴 거라고 예상했다.

“부팀장님!”

“안 그래도 그 양반 허접한 씀씀이에 어울려 주는 것도 귀찮았는데 잘됐어. 다들 일어나.”

“……풉! 알겠습니다.”

젓가락조차 대지 않고 일어난 그들은 종혁이 예약해 놓은 고급 일식집으로 향했다.

“하…… 녹는다, 녹아.”

“그래, 이게 참치지. 참치야, 오랜만이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테이블에 흐뭇이 웃으며 맥주를 홀짝이던 종혁은 다들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간 것 같자 입을 열었다.

“너희도 대충 눈치챘을 테지만, 이제 내가 떠나게 되면서 많은 부분이 삐걱거리기 시작할 거야.”

젓가락질을 멈춘 그들의 낯빛이 흐려진다.

그들도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다.

종혁이 본청 근처에 얻어 놓은 오피스텔의 서재에서 발견한 한 장의 투자 서류.

그동안 방송국과 제작사들이 순순히 협조했던 건 바로 종혁의 개인적인 투자 덕분이었다.

“이미 제작에 들어간 건 컨트롤이 될 테지만, 이후론 좀 힘들겠지. 내일부턴 그 부분을 고심해야 될 거야.”

순간 그들의 눈앞이 아찔해진다.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에서 컨트롤을 하고 있는 제작사가 몇 개던가. 방송국은 또 어떤가.

“경찰 홍보단도 마찬가지야. 나야 이미지 소모 방지를 위해 조절은 했지만…….”

경찰 홍보단의 얼굴이 구겨진다.

종혁이 자리를 비운 그 짧은 시간에 찍은 포스터와 미니홈피 업로드용 사진이 몇 장이던가.

어제는 인천의 어느 여고에 경찰 홍보를 위한 출장까지 갔다. 알아보니 인천청장 사모님의 모교였다.

심지어 경찰 홍보단 2기는 여경을 대상으로 뽑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종혁은 광대가 되지 말라고 했는데, 주한빈은 광대로 만들고 있었다.

“……진짜 안 가시면 안 됩니까?”

“미안하다.”

종혁은 씁쓸히 웃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내가 사고를 꽤 크게 쳤잖냐.”

“아니, 그러게 왜 성질을 못 이겨서…….”

“야, 야!”

“흡! 죄, 죄송합니다.”

“아니야. 성질을 못 이긴 건 맞으니까. 그래서 너희에게 정말 미안하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떠나는 날 용서하지 마.”

“……청장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신 겁니까?”

그들도 안다.

자신들을 소집한 게 이택문 경찰청장인 것을, 그리고 수장으로 종혁을 데려왔다는 것을 말이다.

“없기는. 내가 그래도 본청에 붙어 있는 거 보면 모르겠어? 청장님도 많이 노력하셨으니까 미워하진 마.”

거기다 종혁은 아직 순환 보직 중이다. 저기 시골의 파출소에 처박아도 그대로 따라야 했다.

“이 정도면 정말 노력하신 거야.”

“아니, 하아…….”

그들은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게 짜증이 나고 싫었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자신들은 공무원이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상부의 결정에 절대 반항 따윈 할 수 없는 공무원.

“……그래도 즐거웠습니다, 부팀장님.”

“예! 정말 다이나믹했습니다!”

그들 경찰 인생에 이만큼 즐겁고 다이나믹했던 순간이 또 찾아올까. 그들은 아쉬움에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가끔 놀러 가도 되죠?”

“너무 자주 찾아오진 말고.”

히죽 웃는 종혁의 미소에 그들도 애써 미소를 지었다.

종혁은 그런 그들을 향해 잔을 들었다.

“자, 우울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달리자! 잔들 들어!”

황급히 잔을 채우는 그들을 향해 종혁은 크게 외쳤다.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채재쟁!

그들의 회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조심히 들어가십쇼!”

“그래, 너희도 푹 쉬고. 오다가다 마주치면 인사하자!”

“……총원 차렷! 부팀장님을 향하여 경례!”

“충성-!”

“……충성.”

씩 웃은 그들은 그제야 아쉬움을 삼키며 돌아섰다.

“오 경감님도 잘 가십쇼!”

“재수야! 잘 가라!”

종혁은 떠나는 그들을 바라보다 담배를 물었다.

“부 팀장…… 아니, 팀장님.”

“왜?”

“진실을 밝히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종혁은 최재수를 봤다.

종혁이 저들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또 욕심냈는지 알고 있는 최재수는 종혁이 아무런 말도 안 한 채 이렇게 떠나보내는 게 너무 안타깝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럼 저 형님들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었을 텐데…….”

“그러면 팀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까?”

“…….”

“안타까워도 이게 맞는 거야.”

“하지만…….”

“거기까지. 됐으니까 가서 숙취음료나 사 와.”

“……예.”

최재수가 한숨을 내쉬며 편의점으로 향하자 오택수가 킬킬 웃었다.

“말은 잘하지. 업무에 집중?”

“……푸흐흐. 박수 칠 때 떠나야 더 각인이 되는 거죠.”

아마 주한빈이 종혁의 흔적을 지우면 지울수록 팀원들은 더 괴로워하고 옛날을 찾게 될 거다.

‘아, 그때가 좋았는데’라며 갈망을 할 것이다.

“에라이.”

오택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종혁은 새 담배를 물며 낯빛을 굳혔다.

“그리고 누가 넘어갔을지 모르잖아요.”

부서 장악을 위해 애쓰는 주한빈이 자기 편 하나 만들지 못했을까. 그런 식으로 부서 장악을 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되는 게 자기 편 만들기다.

진실을 모두 밝혔다간 이택문 경찰청장까지 크게 다칠 테고, 종혁은 아마 좋게 끝나도 시골 파출소 소장으로 전근을 가게 될 것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순 없었다.

“그래, 너 잘났다.”

“푸흐흐.”

웃음을 흘린 종혁은 기지개를 켰다.

“으드드드드!”

이제 모든 게 끝났음에 종혁은 잠시 매섭게 추운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의 밤하늘을 멍하니 쳐다봤다.

‘남은 건 하나인가?’

뒤통수를 후려친 놈.

차팔이를 충동질하고 큰 엿을 먹인 배후.

‘이 개새끼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종혁의 표정이 살기등등해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띠리링! 띠리링!

“음?”

발신자제한표시에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은 종혁은 이내 눈을 껌뻑였다.

“램지?”

-린치다!

CIA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지부의 린치 요원.

그의 전화였다.

*   *   *

“아쉽게 됐군.”

“죄송합니다.”

인천의 한 일식집, 주한빈이 인천청장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제가 늦었습니다.”

“……됐어. 죽은 자식 불알 만져서 뭐하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아쉽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종혁이 제어할 수 없는 뿔난 망아지임을 알게 됐기에 그는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또 얻은 것도 있지 않은가.

‘오택수 경감, 최재수 경장.’

종혁과 한 팀인 이 둘도 함께 움직일 것이기에 결국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에는 총 세 개의 TO가 생긴다. 그중 하나를 그가 가져오기로 했다.

그로 인해 박종명 부산청장에게 간편신고관리과 소속 특별수사팀의 팀장직 하나를 양보해야 됐지만 나쁜 거래는 아니었다.

후에 부산청장직을 약속받았으니 말이다.

‘이놈이 최종혁을 놓치면서 내 차기 경찰청장직도 멀어졌지.’

그렇다면 부산청을 노리는 게 맞다.

인천청장에 부산청장까지 거치면 경찰청장직에 도전하기도 수월할 터.

또 이택문에게 얻은 것도 있지 않은가.

현재로서는 이 결정이 베스트였다.

“그보다 잘할 수 있겠지? 거기서 흘러나온 말이 내 귀에까지 들려.”

“최 경감이 남긴 흔적을 지우려다 보니 작은 소란이 있었을 뿐입니다. 결과로 증명하겠습니다.”

“……믿지.”

인천청장은 술병을 들었고, 주한빈은 양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그렇게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 사람과 그의 사냥개의 술자리가 시작됐다.

한편 시간이 늦었음에도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부산청장실.

막 퇴근을 준비하던 박종명이 피식 웃었다.

“멍청한 욕심쟁이 덕분에 큰 걸 얻었군.”

박종명이 파악한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은 홍보 쪽과 영역이 겹치기에 오래 존속되기 힘든 부서다.

정확히 말하자면 앞으로 이택문의 뒤를 이어 경찰청장이 될 고위 간부들의 능력을 시험하는 칼이다.

잘 휘두르면 전가의 보도가 될 테지만, 자격이 없는 놈이 쥐게 되면 제 심장을 찌를 녹슨 칼.

지금 화려하게 보이는 것은 모두 종혁 덕분이다.

“그런 걸 보면 이택문도 여우란 말이지.”

최기룡에게 인계받은 최종혁이라는 보석 손잡이를 달아 놓고 제가 얻을 이익을 모두 얻은 후에 빈껍데기로 정치질을 했다.

아무리 칼이 좋다고 한들 손잡이가 없으면 제대로 휘두를 수나 있을까. 이택문은 화려한 손잡이에 이목을 집중시켜 빈약한 칼날을 숨겨 버렸다.

즉, 종혁이 없으면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은 속 빈 강정일 뿐이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실제로도 그랬다.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모든 업무는 종혁의 머리에서 나왔고, 종혁이 핸들링했다.

이게 박종명이 내린 결론이었다.

“뭐 순직 규정 범위의 확대 같은 건 이택문의 머리에서 나왔겠지만…….”

그래도 감히 비할 바 없는 인재다.

그런데 인천청장은 이런 종혁과 척을 졌다.

바보 같은 짓을 했다.

“무능한 간부 수십 명보다 최 경감 하나가 낫지.”

여기에 그 욕심 많은 홍보담당관도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업무를 슬금슬금 가져오려 들 터.

다른 건 다 제쳐 두더라도 방송국 컨트롤은 홍보담당관으로서 무조건 차지해야 되는 보물이다.

아마 이택문은 그걸 묵인하거나 뒤로 힘을 실어 줄 것이다. 그게 정치니까.

정말 영악한 인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간편신고관리과 소속 특별수사팀 팀장 TO를 하나 가져온 건 박종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였다.

“가장 최선은 최 경감을 내가 품는 건데…….”

이택문이 종혁을 팀장에 제수하면서 좀 어렵게 됐다.

고작 스물여섯 살에 팀장. 여기에 내년이면 경정이다. 이제 종혁은 어딜 가든 팀장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승진 가도의 레인에 올라선 거고, 영특한 종혁이라면 이택문이 자신의 앞길을 닦아 줬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옆에서 옆구리를 찔러 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을 상황이다.

“뭐, 그건 앞으로 차차 해 나가면 될 일이겠지.”

현재로선 좋은 인상을 심어 주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그런 결정을 하지 않을 걸 그랬어.”

최기룡을 깎아내리기 위해 종혁을 쳤던 일인 음주운전 도주 차량 과잉진압에 대한 기사.

박종명은 혀를 차며 재킷을 집어 들었다.

지이잉! 지이잉!

“어, 조 대표. 무슨 일인가? 지금?”

주인이 떠나며 불이 꺼진 부산청장실에 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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