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36화>
밖에선 겨울바람이 몰아치지만, 무덥다 못해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6인 병실.
-낮 사이 내린 눈 때문에 기온이…….
병상에 앉아 식탁을 올린 사람들이 TV를 보며 이른 저녁의 젓가락을 움직인다.
그중엔 두꺼운 잠자리 안경을 쓴 수호의 아버지도 있었다.
“……푸후.”
일을 당한 지 몇 시간이나 흘렀건만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한숨을 푹푹 내쉬는 그.
아들 앞에서 망신을 아버지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드르륵 쾅!
“아버지!”
“풉!”
“켈록켈록!”
놀라서 사레가 들린 사람들 사이 두꺼운 허리보호대를 한 수호의 아버지가 종혁을 발견하곤 눈을 크게 뜬다.
“끄응…….”
슬그머니 돌아눕는 그.
놀란 사람들을 향해 죄송하다는 사과를 하며 다가온 종혁은 그의 병상 옆에 놓인 간호인 침대에 어렵게 구한 수박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또 성질 못 이겨서 소싯적처럼 주먹 휘두르다가 다치셨다면서요?”
흠칫!
수호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들도 놀란다.
“그러지 좀 마시라니까요. 그러다 잘못해서 크게 깽값 물게 되면 어쩌시려고요. 아니, 아들 친구가 경찰인데 이게 뭐예요?”
사람들의 놀람은 더욱 커진다.
그에 눈을 굴리며 분위기를 살핀 수호의 아버지 박권순이 슬그머니 돌아누웠다.
“어흠. 그게…… 윽!”
“잘한다, 잘해. 얼마나 다치셨는데요. 봐 봐요.”
“큼. 됐어. 허리만 조금 삐끗했어. 그보다 국민 지키느라 바쁜 사람이 여기까진 뭐 하러 와.”
“그럼 안 와요? 아버지가 사고 치셨다는데? 수호랑 어머님이랑 아주 못살겠다고 전화를…….”
“커흠흠! 수호는?”
“음료수 좀 사 오라고 보냈어요. 아시잖아요, 저 아무거나 안 먹는 거.”
“자랑이다. 하여튼 너는 그 까다로운 입 좀 고쳐야 해. 그 몸은 대체 어떻게 키웠는지 몰라.”
“잘?”
“뭐 이놈아?”
“으흐흐. 아무튼 멀쩡하신 거 같으니 전 이만 일어날게요.”
“으응? 벌써 가게? 정말 바쁜데 온 거야?”
“강원도에 출동 가다가 유턴해서 온 거예요. 다시 가 봐야 해요. 몸조리 잘하시고, 퇴원하면 봬요. 충성.”
“그래, 충성. 어서 가.”
드르륵, 탁!
문이 닫히자 수호의 아버지 박권순은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
흠칫!
“예?”
“그 아들 친구가 경찰인가 봐요.”
“아, 예. 저놈이 경찰대 졸업해서 간부예요, 경찰 간부.”
“아이고, 젊은 나이에 대단하네. 아들도 군대 다녀온 후에 알바부터 알아본다면서요?”
“하하. 예.”
“아들이나 아들 친구나 다 장하네, 장해.”
자식이 칭찬받는데 싫어할 부모가 어디 있을까.
수호 아버지의 얼굴에 미소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옛날에 좀 날리셨다고?”
흠칫 몸을 굳혔던 수호의 아버지는 잔뜩 기대하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에 얼른 상황 파악을 하곤 슬그머니 가슴을 폈다.
“어흠. 별거 아니에요. 젊었을 적에 주먹 한 번 안 써 본 사람 있습니까?”
“그렇지, 맞지! 그래도 그 나이 먹고도 정정하네.”
“그러게. 난 이제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든데. 역시 젊음이 좋아!”
“하하하하하.”
‘고놈 참.’
이런 의도였을까.
수호의 아버지 박권순은 번개처럼 나타나 태풍처럼 휩쓸고 간 종혁을 향해 고마움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자존심을 지켜 준 아들 친구에게 말이다.
한편 병실 밖 복도.
문을 닫은 종혁은 자신의 의도를 눈치챈 건지 눈시울이 붉어진 수호의 등을 떠밀며 병원을 나섰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종혁은 대체 뭘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이는 수호에게 묻고 싶었다.
네 얼굴을 엉망으로 만든 놈이 그놈이냐고.
하지만 친구의 자존심이 상할까 물어볼 수가 없다. 그저 이름조차 듣지 못한 차팔이 놈을 향해 분노만 불태울 뿐.
빠드득!
‘하, 이 개새끼가…….’
종혁은 머리끝까지 치솟은 화에 담배를 질겅질겅 씹었다.
수호는 그런 종혁의 모습에 얼굴을 구겼다.
솔직히 남자로서, 친구로서 자존심이 뭉개진다. 군대까지 제대한 놈이 몇 대 맞았다고 친구에게 조르르 일러바친 게.
하지만 너무 억울하고, 속이 상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나쁜 새끼들! 혼자였으면 아무것도 아닌 새끼들이!’
언제나 거침이 없고 빛났던 친구 종혁을 닮고자 열심히 운동을 했고, 군대에서도 운동을 그만두지 않았다.
그런데 비겁하게 한 놈이 아니라 여러 놈이 위협했다.
그러다 아버지가 놈들 중 한 놈에게 밀려서 넘어져 다쳤다. 그 때문에 눈이 뒤집혀 달려들다 몇 대 맞은 것보다 그게 더 아프고 속상했다.
이래서 연락했던 거다.
하지만 그만큼 더 속이 상하는 게 있었다.
그 비겁한 놈들 때문에 어려서부터 우상이었던 친구에게 다시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으로 졸업여행을 갔을 때, 벌써부터 사회생활을 하는 종혁의 모습에 어울리는 친구가 되겠다 그렇게 다짐했는데 또다시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
정말 미쳐 버릴 만큼 억울하고 또 억울했다.
하지만 일단 해야 될 말이 있었다.
“씨이. 와 줘서 고마…… 읍!”
“한 번만 더 고맙다고 해라. 확 씨.”
“……그럼 고마운 게 고마운 거지! 씨발.”
수호는 얼굴을 더 구겼다.
방금 전 일이 떠올라서 더 가슴이 뭉개진다.
‘난 왜 방금 전 종혁이처럼 말하지 못했을까.’
난 왜 종혁이처럼 행동하지 못할까. 자괴감이 수호의 전신을 물들여 갔다.
빠악!
“우씨! 야!”
“삽질하지 말고. 어떡할 거야? 나랑 갈래, 말래?”
“……갈래. 갈 거야.”
‘그래서 그 새끼들 수갑 차는 거 꼭 볼 거야!’
종혁은 이를 악무는 수호의 모습에 흐뭇하게 웃었다.
‘짜식이 그래도 깡은 있어. 그래, 이래야 내 친구지!’
“오냐. 잘 생각했다. 그럼 네 차, 오늘 산 차 어디 있어?”
“내 차?”
“환불 안 받을 거야?”
“……맞아. 환불해야지. 그래야지. 가자, 주차장에 있어! 윽?!”
종혁은 따라오라며 달리다 눈 바닥에 휘청이는 수호의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 * *
‘푸후우, 씨발. 불알도 얼겠네.’
눈은 그쳤지만 바람은 더 칼날처럼 매서워진 중고차 매매 단지.
두꺼운 점퍼를 입은 이십대 후반 사내의 얼굴이 샐쭉해진다.
“아니, 형님. 그냥 가시겠다고요?”
마치 겁을 먹은 두꺼비처럼 몸집을 더 크게 부풀린 사내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날 이렇게 고생시켜 놓고? 에이, 이건 아니지.”
“하, 하지만 전부 생각보다 비싸고…….”
이상한 차들도 많다.
“그래서 내가 싸게 해 드린다고 했잖아. 다른 게 비싸서 마음에 안 들면 이거 어때. 이게 98년식인데, 10만 킬로밖에 안 탔거든? 내가 진짜 싸게 8백에 드릴게. 좋다, 기분이다. 칠백팔십!”
“아, 아니에요. 그냥 다음에 올게요.”
주춤주춤 물러나는 남성의 모습에 사내는 얼굴을 와락 구기며 본성을 드러냈다.
“하, 이 형님 정말 안 되겠네.”
지이익.
지퍼를 내린 사내는 점퍼를 벗었다.
그러자 드러나는 문신. 반팔을 입어 드러난 팔 전체에 빼곡히 새겨진 문신이 남성을 위협한다.
“흡!”
“뭐야, 무슨 일인데?”
“아니, 어떤 손님이 차를 몇 대나 만져 놓고 안 사신다잖아요.”
옆 사무실 앞에서 달달 떨며 담배를 피우던 덩치 큰 사람이 다가오자 남성의 낯빛은 더 안 좋아진다.
“뭐야?! 그런 개호로 새끼가 있어? 누군데? 이분이야?”
“힉?!”
눈을 굴린 사내는 이내 손을 저었다.
“아니에요. 저분 아니세요.”
“퉤! 거 손님도 애써 맘 잡고 사는 동생 고생시키지 말고 좋게좋게 합시다. 그럼 수고해.”
덩치는 윙크를 했고, 사내는 히죽 웃었다.
“예, 형님. 수고하십쇼!”
허리를 꾸벅 숙였다 편 사내는 남성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차를 사시겠다고, 마시겠다고?”
“……살게요. 사면 되잖아요.”
사내는 히죽 웃었다.
“그래요. 잘 생각했어요. 오늘 본 것 중 어떤 거 사시게? 내가 싸게 해 드릴게.”
사내는 남성의 어깨에 팔을 얹으며 사무실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안녕히 가십쇼! 또 오세요, 형님!”
출발하는 차를 향해 허리를 숙인 사내는 담배를 물며 비릿하게 웃었다.
“형님은 씨발. 밖이었으면 눈도 못 마주쳤을 새끼가.”
“방금 뉴그랜저 얼마에 팔았냐?”
방금 전 협력해 준 덩치가 다가오자 사내는 얼른 담배를 내밀었다.
“흐흐. 방금 전엔 감사했습니다.”
“뭘. 다 같이 힘든데 협력하며 사는 거지.”
“캬, 역시. 형님 덕분에 딱 백 남겼습니다!”
원래는 3백을 더 후려쳤지만, 그걸 말했다간 오늘 양주를 사야 할 수도 있기에 그럴 수가 없다.
사내는 담배를 물며 말을 돌렸다.
“그런데 이렇게 돈 벌기 쉬워도 되나 몰라요.”
“쉽겠냐? 그냥 요새 새끼들이 깡다구가 없어서 쉽게 파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나 때는 말이야…….”
덩치는 수다에 시동을 걸었고, 사내는 아차 하며 낯빛을 흐렸다.
이번에도 화제를 돌려야 했다.
“그런데 오늘 그 땅딸보 부자 놈들은 괜찮을까요?”
“아, 걔들? 괜찮아. 딱 봐도 좆도 없어 보였잖아.”
“그래요?”
벌써 3년째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말이니 믿을 수 있을 것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던 사내는 이를 악물었다.
오늘 아침에 찾아왔던 작은 키와 체구의 아빠와 아들.
생긴 것도 어수룩한 게 등쳐 먹을 수 있겠다 싶어 평소보다 더 세게 불렀는데, 아비란 놈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욱신!
손을 내려다본 사내는 얼굴을 구겼다.
막판에 아들 새끼한테 제대로 물려서 결국 붕대를 감게 된 손.
결국 억지로 팔긴 했지만, 치료비를 생각하면 결국 손해다.
“큭큭. 괜찮냐?”
“몰라요. 좆도 아닌 찐따 새끼가…… 아오!”
이런 곳에서 일한다고 얕잡아 보는 미친 새끼들이 너무 많다.
“뭐 그래도…….”
밀쳐 쓰러져 버둥거리던 아비 놈이나 ‘아, 아버지-!’ 하며 신파를 찍던 아들놈이나 꽤 코미디였다.
친구들을 만나서 술안주로 씹을 거리가 생겼다.
“큭큭! 씨발. 그렇긴 해. 존나 웃기긴 했어?”
“뭐하냐. 다들 퇴근 안 해?”
“아, 형님.”
사내와 덩치는 다가오는 삼십대 사내들을 향해 넙죽 허리를 숙였다. 같은 매매 단지의 옆 업체 형님들.
주위를 둘러본 사내와 덩치는 깜짝 놀랐다.
어느새 해가 거의 저문 것도 모자라 손님이 한 명도 보이질 않는다.
“씨펄!”
덩치는 위해 얼른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고, 핸드폰을 확인한 사내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사장님이 별말 없으시네요.”
“그래? 어디 가셨는데?”
“화투패 만지러 갔습니다. 아, 그리고 아깐 감사했습니다.”
“……아. 아까 아침에 그 븅신들? 됐어. 같은 처지에 돕고 사는 거지. 고마우면 나중에 양주나 쏴. 알지? 형들은 21살짜리 아니면 안 마신다.”
‘씨발!’
이제 차팔이 반년 차인 그가 돈이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이곳에서 계속 일하려면 어쩔 수가 없다.
“하하하. 당연하죠! 제가 풀코스로 아주 쫙…….”
“잠깐. 쉿.”
사내는 다급히 입을 다물었고, 다른 이들은 매매 단지의 입구를 향해 눈과 귀를 기울였다.
그때였다.
끼기긱 희미하게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그들의 귀를 울린다.
‘손님!’
눈이 번쩍 뜨인 그들은 다급히 입구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차량이 진입했고, 뒤늦게 퇴근 준비를 하던 모든 차팔이들이 사무실에서 튀어나온다.
“어서 오세요, 형님! 저희가 가장 쌉니다!”
“최고가 매입, 최저가 판매! 저희 용석이네가 가장 쌉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가장 쌉니다!”
“싸다, 싸! 이 가격에 못 구하십니다!”
순간 도떼기시장보다 더 시끄러워지는 매매 단지.
이십대 후반의 사내는 눈이 쌓인 채로 진입하는 차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낯이 익은 차인데…… 아차.’
“여깁니다, 형님! 중고차는 F1! F1 레이싱카처럼 상태 좋고 플라워 원 꽃 한 송이처럼 싼 F1 모터스입니다!”
그는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그런 그의 간절함이 닿은 것일까.
사내의 사무실 앞에 차가 선다.
‘그렇지!’
그는 부러워하며 침을 뱉는 다른 동업자들의 모습에 희희낙락거리며 재빨리 운전석으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최고가 매입, 최저가 판매. F1 모터스의 허익입니다, 형님!”
허리를 깊게 숙이는 그의 머리 위에서 차창이 힘들게 내려진다.
“아오, 씨발. 2006년도에 뭔 수동식이야? 수호야, 이 새끼냐?”
“……응. 그 사람 맞아.”
“그래?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이 차 아버님이 처음 사 준 차라고 미련이 있거나 그런 거 아니지?”
“당연하지. 그런데 그건 왜?”
“오케이. 안전벨트도 멨네.”
“……응?”
“아니야. 꽉 잡고 있어. 야, 돼지. 비켜 봐. 다친다.”
“예?”
순간 이해를 못해 되물은 사내는 이어지는 소리에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부아아앙! 부아아앙! 끼긱, 끼긱!
맹렬하게 울리는 머플러 배기음과 브레이크가 맛이 간 건지 살짝살짝 앞으로 튕겨지듯 전진하는 차.
93년식 청록색 소나타2.
그 차가 향하려는 목적지엔 눈에 뒤덮인 F1 모터스의 중고차들이 있었다.
‘이, 이 새끼들 설마?’
“야. 난 경고했다.”
오싹!
“씨발!”
종혁은 다급히 몸을 날리는 그의 날렵함에 혀를 내두르며 사이드를 내렸다.
그 순간 차는 로켓처럼 쏘아지며 주차된 차들을 들이박았고, 막아서기보다 뒤로 물러나기를 택한 사내는 입을 떡 벌렸다.
꽈아아앙!
중고차 매매 단지에 폭설 내리는 겨울날보다 더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 * *
푸쉬이!
소나타2의 보닛에서 위에서 내리는 눈과 똑같은 색의 연기 피어오른다.
쾅! 쾅!
“아오, 씨발. 이거 왜 안 열려? 수호야, 그쪽 열리냐?”
“모, 몰라! 미, 미친. 진짜 미친-!”
“이, 이 미친 새끼가!”
사내는 다급히 달려가 창문을 두드렸다.
“내려! 내려, 이 또라이 새끼야!”
대체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너무도 어이없고 경악스런 상황에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또, 또라이 새끼. 또라이 새끼! 이 차들이 얼마짜린 줄 알고-!”
결국 당장 팔아야 할 자동차값부터가 머릿속을 채운다.
“얼만데?”
“내려, 이 미친 새끼…… 뭐?”
“얼마냐고. 아오, 씨! 진짜 안 열리네! 아니다, 이거면 됐지?”
파라락!
파란색 수표가 하늘을 난다.
엉겁결에 낚아챈 사내는 눈을 부릅떴다.
0이 8개.
‘이, 일억?’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1억이다.
사내는 당황한 눈으로 종혁과 수표를 번갈아 봤다.
“아오, 진짜아!”
꽈아앙!
운전석 문이 터져 나갈 듯 젖혀진다.
“컥!”
차문에 맞아 바닥을 구르는 사내.
그를 무시하며 내린 종혁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둘러보며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
“차가 그지 같으니까 몇 대 밀지도 못했네.”
종혁은 짜증을 토하며 운전석에서 금속 배트를 꺼내 들었다.
“계산했으니까 이제부터 이것들은 내 거다. 부족하면 말하고.”
“……예?”
“오케이, 대답도 들었고. 야, 수호야. 내려 봐!”
“끄으응!”
힘겹게 보조석 문을 열고 내린 수호를 본 사내는 눈을 부릅떴다.
“너, 너?!”
왜 어디서 봤나 했더니 아침의 그 아빠와 아들 중 아들이다.
종혁은 사내의 삿대질에 몸을 움츠렸다가 이를 악물며 억지로 가슴을 펴는 수호의 모습에 흐뭇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박수호, 잘 봐. 형이 이런 븅신 돼지 새끼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이제부터 보여 줄 테니까. 앞으론 이거 보고 따라 해?”
“……내가? 이걸? 정말 미쳤냐!”
아무리 복수를 바랐지만 이건 아니다.
솔직히 속이 정말, 엄청엄청 후련하지만 이건 아니다.
종혁은 그런 수호를 무시하며 사내를 향해 손짓했다.
“야, 돼지. 뒤로 물러나라. 파편 튄다.”
“어? 어…… 자, 잠깐! 또 뭘 하려고!”
“이것들 이제 내 거잖아? 그럼 내가 어떻게 하든 내 맘 아니야?”
그건 맞다.
“마, 맞는데…….”
“난 분명히 파편 튄다고 경고했다.”
퉤 손바닥에 침을 뱉은 종혁은 들이받은 차 중 가까이 있는 차 앞으로 다가가 야구방망이를 높이 쳐들었다.
‘저, 저 미친놈이 설마…….’
아닐 거다.
그렇게까지 미친놈은 아닐 거다.
하지만 종혁의 몸짓에 서린 감정은 오직 진심만 가득했다.
“야, 야. 그, 그거 아, 아니야. 하, 하지…….”
“지랄!”
꽈아앙!
“하지 마아! 아악!”
사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기겁하며 몰려들었다.
“저, 저 미친 새끼!”
중고차 매매단지에 미친놈이 출몰했다.
그것도 순도 100퍼센트의 미친놈이.
이득을 위해서라면 밥 먹는 것보다 쉽게 협잡을 반복하는 그들조차도 감히 가까이 갈 수 없는 미친놈.
콰앙! 콰직! 콰앙!
“어, 어떻게 좀 해 봐!”
“뭘 어떡해! 야! 뭐해, 인마! 너희 사장 불러-!”
“아니, 경찰 불러! 경찰! 경찰에 신고해!”
움찔!
“경찰?”
종혁의 방망이질이 멈추자 사람들은 눈을 빛냈다.
순간 상황을 파악한 사내도 가슴을 펴며 얼굴을 구겼다.
“씨발. 야, 너 어디서 온 미친놈이냐.”
돈을 받았으니 차를 어떻게 하건 문제는 없다.
하지만 그걸 눈앞에서 부순다는 건 다른 문제였다.
“대체 어디서 생활하던 새끼길래 이 지랄을 부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종혁은 피식 웃었다.
“누군데.”
“……뭐?”
“뭐 하는 새끼냐고 씹새끼야.”
종혁은 방망이를 내려놓으며 사내 앞에 성큼 다가섰다.
움찔!
사내는 가까이서 보자 더 크고 위협적인 종혁의 몸과 눈빛에 침을 삼켰다.
“이, 이 새끼…….”
종혁은 놀라 굳는 그의 배를 후려쳤다.
“컥!”
“아, 키 170 이하 눈감아. 지금부터는 미성년자 관람불가다.”
“……저게 씨!”
다행히 수호의 목소리가 살아 있자 키득 웃은 종혁은 배를 잡고 물러선 놈에게 다시 다가서며 머리채를 잡고 그 배를 다시 후려쳤다.
“컥! 케엑!”
“야, 너 누군지 대답 안 해? 아니다. 차라리 내가 알아보는 게 빠르겠다.”
종혁은 그의 점퍼를 잡아 그대로 잡아 뜯어 버렸다.
뿌드득!
“아악!”
“그래. 내가 너 문신 있을 줄 알았다. 자, 여기 보시고. 김치?”
찰칵!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종혁은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험상궂은 표정들을 짓는 사람들에 입술을 비틀었다.
“야, 이 븅신들아. 아직 내가 누군지 감이 안 오지?”
“이 개새끼가!”
“하. 진짜 미친 새끼네, 이거?”
“어이, 아그야. 너 누구 밑에서 생활했냐?”
종혁은 되지도 않는 협박을 하는 덩어리들의 모습에 큭큭 웃었다.
“애들아, 이 사랑스런 새끼들아. 잘 들어 봐. 생활하다 도망쳤던 구제불능 일진이었던 과거가 참 아름다울 삼류 양아치들로 가득한 여기에 와서 난동을 부리는 나는 어떤 미친놈일까? 첫째, 그냥 오늘 하루가 좆같아서 아무거나 때려 부수고 싶은 깡패 새끼. 둘째, 협박당해서 차를 강매당한 친구 때문에 빡이 돌아 버린 경찰.”
종혁은 경찰이란 말에 몸이 딱딱하게 굳는 그들을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과연 누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