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34화>
67. 조 대표님
하룻밤 묵어가기 위해 찾은 부산의 한 호텔.
맥주캔을 쥔 종혁이 생각에 잠겨 있다.
‘조희구.’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다단계 투자 사기를 벌인 사기꾼으로서 당시 밝혀진 피해액만 무려 약 5조원.
후에 피해 사실이 더 드러나면서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의 사기 아이템이 바로 의료 기기 대여.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아 의료 기기를 사들이고, 그걸 국내 병원들에 대여를 하면서 나오는 대여비로 매해 40에서 50퍼센트의 투자 배당을 실현.
총 8만여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희대의 사기꾼이다.
지인이 지인을 소개시키고, 또 그 지인이 지인을 소개시키며 투자에 대한 비밀을 지켰기에 조희구가 도주하기 전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런 사기꾼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도 배워야 할 수준의 사기꾼.
‘그런데 지금은 배당률이 20퍼센트란 말이지…….’
왜인지 느낌이 온다.
이전부터 계속 의심해 왔던 게 현실이 되려고 하는 느낌.
종혁이 손에 쥔 맥주캔이 우그러지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단 말이야.”
“뭐가요?”
“투자 배당액이 원금의 20퍼센트라는 거 말이야. 그게 말이 돼? 그럼 그 회사는 뭘 먹고사는데?”
말을 하던 오택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야, 이거 사기 아니야?”
“사기 맞을걸요?”
“……뭐?”
종혁은 들고 온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철량리 사건 파일을 보여 줬다.
“야, 이거…….”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투자 아이템만 다를 뿐 똑같은 수법이죠.”
“미친!”
종혁은 외투를 챙겨 들며 벌떡 일어나는 오택수를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어디 가시게요?”
“어디긴! 이 새끼들 잡으러 가야지!”
“잡아서 어쩌게요.”
“뭐, 인마?!”
종혁은 예전에 누군가들에게 했던 그 말을 그대로 했다.
“뭘로 어떻게 사기를 입증할 건데요?”
모든 사기가 그렇지만 특히 이 다단계 투자 사기는 사기의 입증이 힘들다. 자기들이 원하는 목표치의 금액을 채울 때까지 배당금을 계속 지불하기 때문이다.
“합법적으로 배당을 하는데 저희가 뭘 어쩔 수 없잖아요.”
영업 방해로 신고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놈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순 없잖아!”
“그렇죠. 내버려 둘 순 없죠.”
“야.”
장난하냐며 오택수의 표정이 사나워지자 종혁은 싱긋 웃었다.
“그러니 우리도 용돈이나 벌러 갑시다.”
“뭐?”
“꽁으로 돈을 준다는데 받아 줘야죠. 비상금은 얼마나 있어요?”
“……어? 야, 잠깐?”
종혁의 미소가 음흉하게 변질되어 갔다.
* * *
뜨끈한 돼지국밥을 한 그릇 말아먹어 속이 든든한 오후. 종혁은 부산에 위치한 7층 건물을 응시하며 담배를 물었다.
‘이러니 못 찾았지.’
회귀 전, 서울에 위치했던 조희구의 회사.
그런데 지금은 부산이다. 심지어 회사명도 달랐다.
의심은 점점 확신이 되어 가고 있었다.
“야, 알아보니까 저거 월세던데?”
전화를 마치고 돌아온 오택수의 입술이 비틀어진다.
“당연하겠죠.”
언제 튀어야 할지 모르는 사기꾼은 웬만해선 전세나 매매를 하지 않는다.
“들어가죠.”
둘은 로비로 진입했다.
로비는 제법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었다.
“화성병원 계약서 다시 한번 검토해 봐.”
“아오! 강원도까지 언제 가냐.”
“JH메디컬!”
“아자아자아자!”
2층까지 터서 천장이 높고 넓은 로비 안,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바쁘게 돌아다닌다. 자세히 뜯어봐도 여느 회사와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다.
그런 로비를 가로지른 종혁과 오택수는 안내프런트에 서며 경찰공무원증을 내밀었다.
“오늘 3시에 투자관리 2과 최소현 대리님과 약속을 잡은 본청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최종혁 경감입니다.”
“오택수 경위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잠시만요!”
활짝 웃은 프런트의 안내 직원은 전화기를 들어 전화를 걸었고, 종혁과 오택수는 서로를 보며 눈을 빛냈다.
“네, 그럼 수고하세요. 3층에서 우측으로 가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그럼.”
고개를 숙인 종혁과 오택수는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안내 직원은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최종혁. 나타났습니다.”
눈빛이 서늘해진 그녀는 블라우스 안에 숨겨진 목걸이를 쓰다듬었다.
한편, 엘리베이터 안.
“재밌네. 방금 봤지?”
보통 일반적인 사람들은 경찰이라고 소개하면 제일 처음엔 몸이 경직된다. 미리 알고 있었든 아니든 마찬가지다.
찔리는 게 있는 놈들은 그게 좀 더 심하다. 이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런데 경찰이라고 말했는데도 안내 직원은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 옆에 있던 다른 직원도 마찬가지다.
“우릴 기다린 걸까 아님 그만큼 경찰이 자주 온다는 걸까.”
“전자이길 바라야죠.”
“……쯧. 그래, 그러길 바라야지.”
후자면 골치가 아파지기에 오택수는 전자이길 바랐다.
하지만 종혁은 아니었다.
‘조희구 차일드.’
조희구에게 뇌물을 받아먹고 뒤를 봐준 놈들 중 형사들이 있다.
문제는 그들 전원이 그동안 상부가 춘 칼춤에 의해 싹 다 옷을 벗었다는 점이다.
거기다 여긴 원래 놈의 본사가 있던 서울이 아니라 부산이다. 회귀 전의 지식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심장이 뛴다.
‘놈들일까, 아닐까.’
로비에선 놈들의 증표를 발견하지 못했다.
띵!
문이 열리자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종혁의 덩치에 흠칫 놀라며 비켜선다. 그런 그들을 지나친 둘은 복도를 걸어 투자관리 2과 최소현 대리를 찾았다.
“최소현 대리님?”
움찔!
“아, 오셨어요?”
환하게 웃으며 몸을 일으킨 이십대 후반의 여성.
두근두근!
종혁의 심장이 더 가쁘게 뛴다.
“과장님, 저 손님들과 이야기 좀 나누고 올게요!”
“어, 그래!”
“이쪽으로 오세요!”
벌떡 일어나 손으로 안쪽을 가리키는 그녀.
그에 종혁은 푸근히 웃었다.
‘그래. 너희 맞구나.’
그녀가 아니다.
전화 때문에 손을 저은 과장. 그의 손가락에 아주 많이 봐서 이젠 익숙하기까지한 검은 보석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놈들이 맞았다.
* * *
“최종혁, 이놈이 왜 왔는지 알아봤어?”
종혁은 최소현 대리와 구석에 놓인 테이블로 향한 그 시각, 7층이 분주하다. 본사에서 요주의 감시 대상으로 올린 인물 최종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어떻게? 왜?
혹여 냄새라도 맡을까 종혁과 연관된 인물은 의도적으로 피했다. 그런데도 종혁이 이곳에 나타났다.
그것도 경찰이라고 뻔히 밝힌 채 말이다.
“자,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면 일이 끝나? 회사 일 그따위로 할 거야?!”
“죄송합니다! 다시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일과 관계가 없어 보이는데, 한 개의 제보가 있습니다.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에 새로운 팀장이 왔다고 합니다!”
“……그거 자세히 알아봐!”
그렇게 시끄러운 사무실 옆, 대표실.
병원복을 입은 채 얼굴에 붕대를 감은 여성이 차를 홀짝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한 지부의 지부장을 맡고 있었던 그녀.
그런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선한 인상의 오십대 중년 미남 조희구가 푸근한 미소를 짓는다.
“시끄럽군요.”
“그럴 수밖에 없는 놈이거든.”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러시아가 원하는 청년이라죠?”
콰직!
여성 지부장이 쥔 찻잔에 금이 간다.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을 개새끼지.”
종혁 때문에 가족과 생이별을 하게 됐다.
종혁 때문에 장남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절망에서 구원을 당한 이후 처음으로 낳은 행복의 결실. 결혼식 날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는데, 이젠 할 수가 없었다.
빠드득!
“이런. 그렇게 화내시면 얼굴이 틀어집니다, 지부장님.”
흠칫 놀라 얼굴에 손을 가져갔던 여성 지부장은 이내 조희구를 째려봤다.
“지부장 됐다고 성격이 많이 능글맞아졌어, 조 지부장. 아니, 조 대표라고 불러 줘야 하나?”
옛날엔 이렇게 마주 앉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수조차 없었던 조희구.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조희구는 실실 웃으며 녹차의 구수함까지 즐겼다.
“그래서 온 이유가 뭔 것 같습니까?”
“……모르지, 나야.”
서울에 있어야 할 놈이 뜬금없이 부산에 내려왔다. 그 이유조차 수배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흠. 그럼 어쩔 수가 없군요.”
“음?”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손을 저은 조희구는 휘적휘적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이봐, 조 지부장! 조 대표! 저놈이 진짜!”
* * *
“아, 감사합니다.”
투자관리 2과 옆에 놓인 작은 테이블.
종혁과 오택수가 최소현 대리가 주는 커피를 받아 들었다.
“아니에요. 그보다 저희에게 궁금한 점이 있어서 오셨다고요?”
“예. 제 지인이 이 회사에 2억을 투자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처음 듣는 회사라서 말입니다.”
“호호. 그럴 수밖에요. 저희 JH메디컬은 2004년 말에 설립이 됐거든요. 그래서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종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데도 벌써 이렇게 큰 건물을 회사로 쓰시는 겁니까? 이거 역시 제 생각이 맞는 것 같군요.”
뭔가 의미심장한 말.
종혁의 두 눈에 담긴 조소를 읽은 최소현 대리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어떤 생각을 말씀하시는 거죠?”
“뭐긴 뭐겠습니까, 사기지.”
쿠웅!
그 음성을 들은 주위의 사람들이 몸을 멈추며 종혁은 바라봤다. 오택수도 갑자기 훅 찌른 종혁의 말에 다급히 종혁을 봤고, 낯빛을 딱딱하게 굳힌 최소현 대리는 가져온 자료를 정리했다.
“나가시는 길은 저쪽입니다.”
매정하게 바깥을 가리키는 그녀의 두 눈에 분노가 가득하다.
그에 종혁은 실실 웃었다.
“호오. 지금 저희를 내쫓는 겁니까? 이거 의심을 확신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부분이죠?”
“나가 주시죠. 경비원을 부르기 전에!”
그녀뿐만이 아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 역시 살기등등한 눈으로 종혁과 오택수를 노려봤다.
‘이 미친놈이 진짜.’
속으로 한숨을 폭 내쉰 오택수는 일단 종혁의 장단에 맞춰 주기로 했다.
“야, 멀쩡한 남의 영업장에 와서 이게 뭔 짓이야. 일어나. 일단 나가자.”
“아, 놔 봐요. 지금 반응이 의심스럽잖아요.”
“이봐요!”
“이 사람이 지금! 경찰이면 이래도 되는 겁니까?!”
“야, 경비원 불러! 아니, 경찰에 신고해!”
사무실이 삽시간에 시끄러워지며 종혁과 오택수를 위협한다.
하지만 종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의 짓는 표정과 목소리, 몸짓을 눈에 담았다.
그때였다.
“왜 사무실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겁니까.”
“대, 대표님!”
최소현 대리뿐만 아니라 투자관리부의 사람들 모두가 몸을 벌떡 일으킨다.
고개를 돌린 종혁은 피식 웃었다.
대한민국 형사로서 어떻게 저 얼굴을 잊을 수 있을까.
사람 좋은 선한 인상 속에 추악하고 거대한 악을 숨긴 악마, 희대의 사기꾼 조희구.
‘실제로 보니 더 호감상이네.’
회귀 전, 조희구가 도망을 칠 때 급이 되지 않아서 종혁은 쫓지 못했던 사기꾼 조희구.
그래서인지 조희구의 선한 미소가 더 크게 다가온다.
그 어떤 의심쟁이라도 저 미소엔 녹아내릴 터.
하지만 종혁이 웃는 건 그 때문이 아니었다. 이제야 의심과 의문이 모두 풀렸기 때문이다.
놈들을 더 알게 될수록 더 짙어졌던 의심.
‘조희구는 정말 놈들과 연관이 없는가, 그럼 왜 놈들은 조희구를 가만 놔뒀는가’라는 의심.
돈에 미친 이놈들이 5조 원 이상을 가로챈 조희구를 가만 놔둔 이유가 있었다.
‘그래. 너도 맞구나, 조희구.’
조희구도 놈들의 일원이었다.
조희구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검은 보석의 커다란 금반지가 그 증거였다.
몸을 일으킨 종혁은 웃는 낯으로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대한민국 경찰청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최종혁 경감입니다.”
“어이구, 이런. 대단한 분께서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JH메디컬의 대표 조희구입니다.”
온기를 가득 품은 꺼끌꺼끌한 손바닥이 마치 난 당당하다는 듯 힘을 준다.
“일단 제 직원의 무례한 행동에 사과를 드립니다.”
“대, 대표님!”
“씁. 일단 물러나세요, 최소현 대리.”
“흡!”
‘대, 대표님이 내 이름을!’
감동했던 그녀는 그런 대표에게 혼이 난 것 같자 침울해진 얼굴로 물러섰고, 조희구는 종혁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최종혁 경감님도 썩 좋은 말을 하시진 않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왜 그러셨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재밌네.’
사기꾼 놈이, 그것도 그 조직의 놈이 마치 정말 회사의 대표처럼 구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재밌다.
종혁은 안 될 것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제 지인에게 들어 보니 투자에 관한 배당금이 일 년에 20퍼센트더군요.”
“……아. 하하하하하!”
“웃어?”
종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고, 직원들은 다시 폭발했다.
“이 사람이 정말!”
“이봐!”
조희구는 직원들을 향해 진정하라 손짓을 하곤 미소를 지었다.
“무슨 오해를 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일단 앉으실까요? 원하신다면 그 지인분의 투자금을 돌려 드릴 테니 일단 앉으시죠.”
“흠…….”
“이렇게 선 상태에서도 들으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읊어 봐.”
종혁의 무례한 말에 조희구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그럼 그러시죠. 최종혁 경감님, 경감님은 혹시 아십니까? 한 해 면허를 취득하는 의사가 몇 명이나 될까요? 그중 전문의가 되는 의사의 숫자는 또 몇 명일까요?”
전문의와 전공의. 단 한 글자 차이지만 그 뜻과 대우는 천양지차다. 영어로 하면 레지던트와 펠로우.
“……수천 명일 테죠.”
의대를 졸업해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의사 자격을 부여받는 일반의.
의학을 더 배우고자 여러 과를 돌며 적성을 찾는 수련의, 인턴.
그중 한 과를 택해 더 깊게 의학을 갈고닦는 전공의, 레지던트.
이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서야 겨우 시험을 응시할 자격을 부여받고, 전문 시험을 통과해야 될 수 있는 전문의, 펠로우.
수천 명일 수밖에 없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전공의 중 과연 몇 퍼센트가 전문의가 되어 큰 병원에서 일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전문의가 된다고 해도 계속 큰 병원에서 근무를 할까요?”
“……아니겠죠.”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그런지 대답이 궁해지는 종혁의 모습에 조희구는 미소는 더욱 만발했다.
“그렇죠, 아니죠! 누군가는 정치에 밀려 큰 병원을 관둘 거고, 누군가는 군 문제 때문에 군의관이나 공보의가 될 거고, 누군가는 작은 병원에서 일을 할 겁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개업을 택합니다! 최 경감님, 이 대한민국에 병원이 몇 개인지 아십니까?”
“음. 동네 작은 의원들까지 합하면…… 수만 개가 되겠죠.”
“바로 그렇습니다! 하루에도 수백의 병원이 생겼다가 사라집니다.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의사가 병원을 개업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들 것 같습니까?!”
일반의냐, 전문의냐, 전공의냐 차이가 있겠지만 못해도 수억이다.
“한 해에 개업을 하는 의사의 숫자는? 그들 전부가 배경이 든든해 빚 없이 개업을 할 수 있을까요? 3차 병원들도 과연 빚 없이 운영이 가능할까요?”
“으음…….”
주춤 물러서는 종혁의 모습에 조희구는 처연하게 웃으며 양팔을 벌렸다. 그리고 쐐기를 박았다.
“저흰 그런 가난한 의사들과 병원에 의료 기기를 저렴하게 대여해 드리고, 그 수익으로 투자 배당을 실현하는 겁니다. 이래도 저희가 사기꾼 같습니까?”
종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고 억지로 눈을 매섭게 빛냈다.
“일단 제품 목록과 매출 목록, 그리고 재무재표 좀 봅시다.”
‘끝났군.’
속으로 코웃음을 친 조희구는 마무리를 위해 한숨을 내뱉었다.
“음…… 원래는 안 되는 거지만, 본청에서 오셨다니 오픈해 드리죠.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자신들은 거리낄 게 없다는 듯한 모습.
오택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어이구, 정말? 정말 다 보여 줄 거야?’
종혁은 이 멍청한 결정에 속으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