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32화>
띠디디디! 띠디디디!
격렬한 알람 소리에 눈을 번쩍 뜬 종혁은 코를 찌르는 술 냄새에 상체를 일으켰다가 피식 웃었다.
배를 모두 드러낸 채 이리저리 엉켜 잠들어 있는 친구들.
‘저건 또 왜 저러고 자고 있는지.’
소영이가 수호의 배를 문 채 자고 있고, 이리나는 종혁의 허벅지를 죽부인처럼 끌어안은 채 자고 있다. 현석과 현희는 그렇게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면서도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다.
“음냐. 튼실해. 내 보물.”
종혁은 허벅지를 문지르는 이리나를 무시하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밖으로 어스름히 해가 떠오르고 있다.
언제나 떠오르는 해지만, 오늘만큼은 각별하게 느껴진다.
“새해네.”
2006년 새해의 첫 해.
2006년 새해가 밝았다.
이리나를 걷어차 침대 아래로 떨어트린 종혁은 화장실로 향했다.
“잘 먹겠습니다!”
“크허!”
“캬!”
“어머님, 짱짱!”
평소보다 더 떠들썩해진 식탁.
아침부터 술 먹은 자식들을 위해 북엇국을 끓여야 했던 고정숙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고, 그 기색을 알아차린 종혁은 재빨리 무시를 했다.
“아, 현석이 너 올해부터 형사과 가지?”
경찰대학교 4학년들은 경찰서 형사과로 현장 실습을 나간다.
“아마 형사과 실습은 작년 생활안전과 실습과는 많이 다를 거야.”
강력 사건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기 때문에 단단히 각오를 해야 된다.
형사과 생활도 아마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를 것이다.
“걱정 마이소. 내도 긴장 빡 하고 있슴더.”
“그래. 불편한 게 있으면 말해.”
개입해서 도와주진 못할 지라도 근무 환경 개선에 참고할 점이 생길 거다.
“멘토링도 꼭 신청하고. 좀 귀찮더라도 성적에 플러스 되는 거니까.”
한국 경찰대 생도와 한국 경찰대로 교류를 하러 오는 외국 경찰대 생도, 그리고 담당 형사를 하나로 묶는 멘토링 시스템.
아마 배울 게 많을 것이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현희를 봤다.
이젠 어엿한 고등학생 아가씨가 되어 버린 현희.
다행히 오빠를 닮지 않아 키가 165센티미터나 된다.
“현희는 법대를 노린다고?”
“응. 이 문디가 갱찰대 가는 바람에 아부지가 얼마나 섭섭했노. 그래서 나라도 갈라고요.”
“뭐라 캐쌌노. 니 주제에 검사가 가능하다 생각하는 기가?”
“니보다 내 머리가 더 똑똑한 거 모르나?”
“니? 니이? 이 문디 가시나가 오빠한테!”
“쳐 봐라. 아나, 쳐 봐라. 그라믄 종혁 오빠야가 참 좋아라 하긋다. 글제?”
그 말에 차마 주먹을 휘두르지 못하는 현석의 모습에 피식 웃은 종혁은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부터 아예 사법고시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응? 와예?”
2009년이면 한국에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사법고시가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완전히 폐지가 되는 건 2017년이지만 말이다.
회귀 전과 달리 현몽준이 강력한 대권주자이기에 어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었다.
“이른 나이에 패스를 하면 그만큼 메리트가 있으니까. 아버님이 계시는 중앙지검에 들어가기도 수월할 거야.”
“알겠심니더. 깊게 생각해 볼게예.”
고등학생이라고 생각이 깊어진 현희. 참 보기가 좋았다.
종혁은 소영과 이리나를 봤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해 이제 어엿한 사원이 된 소영과 통번역가로 커리어를 쌓아 가는 이리나.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해 내는 두 사람의 모습에 기특함을 느끼며 그는 순철에게 고개를 돌렸다.
“철이 넌 대학교 어떡할 거야? 갈 거야?”
“일단 준비는…….”
참 떠들썩한 식탁 위.
그곳의 중심에 있는 종혁을 빤히 바라보던 고정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들, 오늘 시간 되지?”
“예? 예, 되죠. 왜요, 무슨 일 있어요?”
“그럼 아버지 납골당에 좀 다녀오자.”
“음? 예, 뭐. 알겠습니다.”
* * *
납골당에 들른 그날, 어머니 고정숙이 아버지에게 속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종혁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돌아서는 어머니의 얼굴이 꽤 후련했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이제부턴 나도 민간인이다-!
“아버님, 어머님께 전화는 드리고 나한테 연락하는 거지?”
-괜찮아. 옆에 계셔!
“아, 그래? 그럼 그동안 수고했고, 조심히 올라와라. 오늘 제대 축하주 한잔 하자.”
-응!
전화를 끊은 종혁은 웃었다.
“정말 제대를 하긴 했네.”
그만큼 시간이 빠르게 간 것 같아서 뭔가 좀 아쉬워졌던 종혁은 이내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머리를 털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먼저 와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곤 멈칫하며 뒷걸음질 쳐 편액을 살폈다.
‘맞는데?’
“최종혁 경감?”
“……아, 새로 오신다던 팀장님이군요.”
삼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보통 체구의 사내가 안경을 추켜세우며 경찰 정복을 입은 채 일어선다.
“충성. 경감 최종혁.”
“그래, 충성. 총경 주한빈이다.”
‘이자가 최종혁 경감…….’
주한빈은 종혁을 위아래로 훑으며 몇 달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인천광역시의 한 일식집.
다다미가 깔린 방에 그와 오십대 후반의 장년인이 앉아 있다.
장년인은 주한빈에게 술병을 기울였고, 무릎을 꿇은 채 허리를 꼿꼿이 세운 그는 양손을 내밀어 공손히 술을 받았다.
“총경 주한빈. 감사합니다.”
“본청에 가면 최종혁 경감이라고 있을 거야. 경찰대를 졸업한 25살 어린 간부지. 금메달리스트 선출이라 순환 보직을 씹었어.”
주한빈은 눈을 빛냈다.
“엘리트군요.”
“자네만 할까.”
삼십대 후반에 총경이다. 주한빈도 초고속 승진의 길을 걸은 엘리트 중 엘리트였다.
“그리고 최기룡 전 청장과 이택문 현 청장의 사냥개이자 나팔수지.”
정확히는 킹메이커지만, 장년인 인천청장은 믿지 않았다.
‘25살의 햇병아리가 그런 일을 해낸다고?’
능력이 좋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최기룡이나 이택문이 내놓은 정책들은 결코 그 나이에 기획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즉, 최기룡이나 이택문이 기획을 하고 종혁에게 넘겨 대신 발표하게 만든 것. 인천청장은 그런 의심을 품고 있었다.
꽤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최종혁. 무척이나 쓸 만한 패지.’
사건 해결 능력이 혀를 내두를 정도고, 일을 맡기면 백 퍼센트, 아니 천 퍼센트의 성과를 올린다. 거기다 자산도 많다.
25살의 나이에 이 정도 능력이라면 충분히 경악스럽다.
그래서 최기룡과 이택문이 종혁을 키우는 것일 터.
요샌 강력한 차기 경찰청장 후보인 박종명 부산청장도 종혁을 노린다는 소문도 있었다.
“놈을 잘 꼬드겨 봐. 주 총경의 애완견으로 만들어 보란 소리야.”
그래서 이택문이 앞으로 펼칠 정책을 한발 먼저 알게 되어 그걸 보강해 먼저 제시한다면, 차기 경찰청장도 욕심은 아닐 터.
주한빈을 보내기 위해 양보한 것들이 많다 보니 최종혁은 꼭 데려와야 했다.
“부서 팀원들을 휘어잡는 능력이 탁월한 자네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겠지?”
언제나 부서장이 되면 몇 달 안 가서 팀원들을 장난감 병정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재주가 탁월한 주한빈.
이런 이유로 주한빈을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에 보내는 것이다.
그를 따르는 총경급, 아니 경무관까지의 간부를 포함해도 주한빈만큼의 카리스마와 능력을 보이는 인물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인천청장의 기대에 가슴이 울렁인 주한빈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저를 택해 주신 이 은혜, 원하시는 결과로 갚겠습니다.”
“그래. 믿지.”
주한빈은 감사의 뜻으로 술을 따랐다.
“더 질문할 건 없나?”
“없습니다.”
인천청장은 의아한 눈으로 주한빈을 봤다.
“대략적으로나마 이전의 그들이 해낸 일을 파악하는 것과 그러지 않은 것의 차이를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가 없을 때 그들이 해낸 일일 뿐입니다.”
대단하든 아니든 편견을 가지게 되면 앞으로 함께할 팀원들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터. 주한빈은 오직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걸로 사람을 파악하는 타입의 사람이었다.
“이 역시도 부서 장악을 위해 필요한 일이니 믿고 맡겨 주십시오.”
“훌륭하군. 정말 믿음직스러워.”
“그 믿음, 결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래도 너무 밀어붙이진 마. 팀원들이 다 젊은 친구들이더군. 요새 젊은이들 대가 약하잖아?”
“하하. 걱정 마십시오.”
그들의 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청장님께선 너무 쥐어짜진 말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기강은 잡아야 했다. 그래야 원활하게 부서를 장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마침 또 이렇게 명분도 주고 있지 않던가.
“지금 시간이 몇시지?”
“음. 9시 40분입니다.”
“개판이군.”
‘갑자기?’
종혁은 눈을 껌뻑였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둘러본 주한빈의 눈에 경멸이 들어찼다.
“이 시간까지 아무도 출근을 안 하다니…….”
그가 세상에서 가장 경멸하는 지각이었다.
“거기다 복장은 또 왜 그따위지?”
상의 단추 두 개가 풀려 있는 종혁.
“정말 개판이야.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은 원래 이러나?”
원래 이렇게 개판이냐, 네가 이렇게 만들었냐는 그의 물음에 종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냄새가 난다. FM 꼰대와 트러블의 냄새가 말이다.
‘이것 봐라?’
“죄송합니다. 바로 팀원들을 소집하겠습니다.”
“음?”
종혁은 의아해하는 그를 일견하며 핸드폰을 꺼내 들어 최재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 팀장님께서 오셨다. 1분. 총원 집합.”
-추, 충성! 야, 튀어!
핸드폰 폴더를 닫은 종혁은 싱긋 웃었다.
“1분만 기다려 주십시오.”
주한빈은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사무실의 문턱을 가운데 두고 둘의 눈싸움이 시작됐다.
잠시 후.
다다다다다!
“비켜요, 비켜!”
“꺄악!”
운동복 바지만 입은 채 복도를 달려오는 팀원들과 경찰 홍보단.
복도를 지나던 여경들이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헉! 헉! 아, 아직 1분 안 지났죠?”
종혁은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들의 질문을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총원 차렷.”
처저척!
“새 팀장님께 대하여 경례.”
“충성!”
뒤에서 터지는 뜨거운 경례 구호에 종혁은 이제야 상황을 파악하는 주한빈 팀장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죄송합니다. 8시에 출근을 해서 운동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시무식인 내일까지 일이 없어서 그랬는데, 이렇게 팀장님이 오실 줄 알았다면 참을 걸 그랬습니다. 첫 만남부터 못난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운동. 경찰이라면 남는 시간에 해야 되는 업무의 연장선.
아직 인사이동이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며칠 남았는데, 왜 먼저 온 것도 모자라 상황 파악도 안 한 채 이 난리를 치냐는 뜻을 숨긴 종혁은 반성을 하고 있다는 듯 딱딱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한빈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었다.
“……충성. 총경 주한빈이다. 모두 들어와서 옷을 입도록.”
“감사합니다.”
팀원들은 약간 혼이 빠진 표정을 지으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갈아입으면서 듣도록 해.”
팀원들의 눈이 주한빈에게로 향한다.
“12시 50분에 업무 보고를 받을 테니 12시 40분까지 현재까지 한 업무를 요약할 수 있도록. 이상.”
“……예?”
“아, 아니…….”
“문제 있나?”
당연히 문제가 있다. 팀이 창설된 지 이제 겨우 1년 차라지만, 그동안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던가.
그걸 고작 3시간 만에 요약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다 12시부턴 점심시간이다. 점심을 먹지 말란 소리였다.
그들의 불만이 얼굴 밖으로 표현이 되려고 하자 종혁이 몸으로 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음.”
종혁을 빤히 응시하다 고개를 끄덕인 주한빈 팀장은 자리에 앉았고, 종혁은 싱글싱글 웃으며 팀원들을 바라봤다.
“뭐해? 팀장님 말 못 들었어?”
“……옙!”
분명 웃고 있지만, 눈은 웃지 않는 종혁의 모습에 그들은 불만을 삼키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세 시간 후, 사무실 내에 있는 회의실에서 업무 보고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건 시작부터 막히게 됐다.
“잠깐. 이 서류는 왜 이렇지?”
[훌륭한 경찰 이미지 마케팅을 위한 개선 사항]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최고 업적인 서류 전반에 먹칠이 되어 있다. 그가 볼 수 있는 건 [젊은 피] 단락부터였다.
거기다 최근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에서 진행한 업무 서류는 아예 제목부터 먹칠이 되어 있다.
“지금 장난을 하자는 건가?”
“아, 그건 기획조정관님의 허가를 받으셔야 접근을 할 수가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내가 이 팀의 팀장인데도 그래야 하는 건가?”
지금 널 밀어내고 온 것에 대해 반항을 하는 거냐는 눈빛에도 종혁은 흔들리지 않았다.
“기밀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저희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게 이택문 경찰청장님의 작년 최대 업적이거든요.’
이택문 경찰청장뿐이겠는가?
지방청 청장들과 고위 간부들 전체가 얽힌 일이다. 총경부터 고위 간부라지만, 그가 함부로 접근할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종혁은 한 가지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인간 인천청장에게 아무것도 듣지 못했나 본데? 왜지?’
인천청장이 무리하게 딜을 하면서까지 보낸 인물이다.
그런데 그 손해를 감수하고서 이렇게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왔다?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지만 종혁은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아니면 지금 기획조정관님께 연락을 드려서 허가를 받을까요?”
시계를 힐끔 본 주한빈은 혀를 찼다.
점심시간. 지금 연락을 할 순 없었다.
“……아니, 그냥 해.”
“예.”
종혁은 계속하라며 최재수에게 신호를 줬고, 업무 보고는 이어졌다. 다시 그렇게 오후 5시가 되자 업무에 대한 보고가 대략적으로 끝나게 됐다.
‘대단하군. 이택문 경찰청장님.’
그가 얼마나 경찰 개혁을 바라는지, 또 그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한빈은 지친 얼굴인 그들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일단 인사이동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먼저 와서 미안하군. 하지만 인사이동이 끝난 후 바로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는 걸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 사과의 의미로 오늘 저녁엔 회식이 있을 예정이니 전원 참석하도록 해.”
“…….”
“옙! 뭐해. 팀장님께서 회식을 해 주신다잖아. 박수!”
“와아아아아…….”
그제야 만족한 표정을 짓던 주한빈은 돌연 낯빛을 굳혔다.
“그리고 내가 정식적으로 팀장직을 인계받으면 한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할까 하는데…….”
종혁과 팀원들의 눈이 빛난다.
‘의욕 넘치는 FM? 최악인데…….’
그래도 일단 그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을 해야 되기 때문에 들어는 봐야 했다.
종혁과 팀원들이 자세를 바로 하자 주한빈은 입을 열었다.
“작년 11월에 발생한 설화학교 사건을 모두 기억할 거야.”
‘설마…….’
“그걸 보며 느낀 점이 참 많아. 만약 그런 장애아들도 쉽게 신고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뿐만이 아니야. 이 한국엔 경찰이 무섭고 절차가 복잡해 신고를 하기 힘든…… 뭐지?”
주한빈은 오묘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팀원들의 모습에 미간을 좁혔다.
“혹시 그거 인터넷 간편 신고 시스템을 말하시려는 겁니까?”
흠칫!
종혁은 어떻게 알았냐는 듯 노려보는 주한빈의 모습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거 저희가 이미 진행 중인 일입니다만…….”
“뭐?”
종혁은 제목부터 먹칠이 된 서류를 가리켰다.
“이게 그겁니다. 비대면 간편 신고 시스템. 모든 지방청 청장님의 동의를 얻고 제작에 들어갔는데, 한 달 후부터 시범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속에 숨겨진 뜻이 경찰로 하여금 상부에 불신만 심어 줄 수 있기에 아예 통째로 기밀이 되어 버린 프로젝트.
제작이 완료되면 겉으로 드러낼 수 있는 부분만 추려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
툭!
당황한 주한빈은 들고 있던 볼펜을 떨어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