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29화>
후다닥! 벌컥!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너무 커서 닿은 것일까.
경시청의 프로그램은 보안 때문에 외국인이 관람할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인해 결국 경시청 여경들에게 아이들을 맡겨야 했던 선생들.
윗층에 격리되어 있다가 황급히 달려온 그들은 안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기겁을 했다.
“무, 무슨……!”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서, 선생님!”
“흐에엥! 선생님!”
종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들과 아이들을 격리시키려고 했던 이유가 뭐던가. 아이들이 할 이야기가 저들의 귀에 당장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어쩔 수 없군.’
종혁의 눈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놀라지 않게 활짝 웃었다.
“오택수 경위, 최재수 경장.”
“예.”
“막아.”
‘방조자들이다.’
아이들이라고 마냥 입을 다물었을까.
아닐 거다. 분명 말을 했을 거다.
아프게 했다고. 주임 선생이, 교장 선생님이 아프게 했다고.
그럼에도 저들은 그럴 리가 없다며 무시하고 혼을 냈을 거다.
아니어도 상관없다. 평소와 달라졌을 게 분명한데도 아이들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선생임에도 학생의 구조 신호를 무시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죄라 말할 수 있는 행위, 방임이었다.
“핸드폰 수거하고, 원래 계시던 곳으로 안내해 드려.”
혹여 저들 중 누군가 주임이나 서천웅에게 전화를 걸 수 있기에 종혁은 핸드폰부터 뺏기로 했다.
“충성!”
“이, 이게 무슨!”
종혁은 놀라는 선생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이들이 놀랄 수 있습니다. 저희의 지시를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자, 들으셨죠? 이쪽으로 오시죠.”
“자자, 아이들이 놀랍니다.”
분명 웃고 있지만 눈빛이 서슬 퍼런 오택수와 최재수의 모습에 마른침을 삼킨 선생들은, 울면서 손을 뻗어 오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이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일단 아이들부터 달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 그래요! 아이들이 먼저예요. 아이들이 우는 게 보이지 않나요?!”
“흐에에엥!”
“후에엥!”
‘……빌어먹을.’
종혁은 어쩔 수 없음을 알아차리곤 혀를 찼다.
“핸드폰부터 맡겨 주십시오.”
“요안나……!”
“철수야!”
“선생니임-!”
종혁은 핸드폰을 던지듯 넘기며 선생님 여기 있다며 울지 말라며 아이들을 달래는 선생들은 차가운 눈으로 지켜봤다.
“이따가 다 설명해 줄 테니 일단 따라 줘요.”
“으음…….”
조상구 선생님의 말에 선생들은 경시청 여경들이 가져온 장난감 때문에 다시 웃기 시작하는 아이들과 종혁을 번갈아 보다 이내 입술을 깨물며 돌아섰다.
그리고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베테랑인 오택수가 따라붙었다.
조상구 선생님에게 고맙다 고개를 숙인 종혁은 박수영과 함께 한 소녀에게 다가갔다.
가슴팍에 지수정이라는 예쁜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고 화사한 꽃무늬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15살 소녀.
“꺄우! 수정아!”
“언니!”
서로 헤헤, 헤헤 옆구리를 찌르고 간질이며 그동안 너무도 보고 싶었음을 확인하는 둘.
어느새 다가온 조상구 선생님이 그런 둘을 푸근히 바라본다.
종혁은 아이들이 모두 장난감에 집중하는 걸 확인하곤 소녀의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안녕?”
“안녕하세요! 지수정입니다!”
소녀는 마치 몇 달 전의 수영처럼 벌떡 일어나 배꼽인사를 했다.
“그래. 이 경찰 아저씨 이름은 최종혁이야. 나이는 수정이보다 10살 많은 25살.”
“우왕! 뎁따 크다!”
“풋. 왜? 가까이서 보니까 더 커 보여?”
소녀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네! 수정이도 아저씨처럼 클 수 있어요?”
“그럼. 우유 잘 먹고, 피망 잘 먹고, 멸치 잘 먹고, 야채 잘 먹으면 아저씨처럼 클 수 있어.”
쿠궁!
“수, 수정이 못 커요?”
“꼬기를 많이 먹어도 아저씨처럼 클 수 있지?!”
“정말요? 꼬기 먹으면 돼요?”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소녀는 꼬기라며 주먹을 꼭 쥐었다.
“수정아.”
“네?”
“이 경찰 아저씨가 왜 수정이를 만나러 왔는지 기억하니? 아까 말했는데…….”
흠칫 놀란 소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네…….”
아프기만 했던 비밀 놀이.
부모님에게도 다른 선생님에게 말하면 안 된다고, 꼭 우리 둘만의 비밀 놀이라고 말을 했던 무서운 선생님들.
그 선생님들을 잡아가기 위해 왔다고 했다.
종혁은 정말 그래 줄 거냐며 겁에 질린 눈으로 묻는 소녀에게 고개를 끄덕여 줬다.
“누가 그랬니. 누가 우리 수정이를 아프게 했니?”
“……교, 교장 선생님이요.”
종혁은 이를 악물었다.
‘고맙다.’
용기를 내 줘서.
말해 줘서 너무도 고마웠다.
“그리고 또?”
“주임 선생님이요.”
됐다. 이제 거의 다 끝났다.
종혁의 어깨가 축 처졌다.
그때였다.
“그리고…….”
‘그리고?’
종혁은 저도 모르게 눈을 부릅떠 소녀를 봤다.
하지만 소녀의 정신은 접고 있는 손가락에 향해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자, 잠깐! 잠깐!’
“일곱. 모르는 아저씨 일곱 명이요!”
뿌득!
“아, 아저씨?”
“응? 왜?”
종혁은 애써 웃었다.
애써 정신줄을 붙잡으며 웃었다.
“아저씨 화 안 났어? 봐, 스마일? 예쁜 짓?”
“……진짜여?”
“그럼-. 아저씨는 절대…….”
“후원회…….”
종혁의 고개가 조상구 선생님을 향해 휙 돌아갔다.
두 눈이 사정없이 흔들리는 그.
“후, 후원회일 겁니다. 설화학교를 후원하는 후원회 말입니다!”
“……아.”
순간 눈앞이 아찔해진 종혁은 끊어지려는 이성을 꽉 붙들었다.
그리고 정말, 정말 애써 화사하게 웃으며 소녀를 바라봤다.
“그 아저씨들이…… 수정이의 어디를 아프게 했는지 말해 줄래? ……응?”
웃어야 하는데…….
소녀가 겁먹지 않도록, 슬퍼하지 않도록 웃어야 하는데…….
얼굴이 일그러짐을 느껴진다.
“여기요. 막 여기를…… 여기랑 여기를…… 흐이이잉.”
종혁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눈에서 죄책감이 쏟아져 내렸다.
* * *
“끄으으윽!”
“아아…… 으아아아아!”
“아니야. 아니야아-!”
-여기를 아프게 했어요. 여기 안을…… 막…….
“아니죠? 아니라고 해 줘요! 경찰 선생님! 제발! 제바알-!”
부모들이 무너진다.
지금부터 보여 줄 영상은 모두 진실이라며 종혁이 보여 준 노트북에서 흘러나오는 바디캠 영상에 가슴을 치고, 찢으며 오열한다.
아니어야 한다.
제발 아니어야 한다.
이렇게 태어나게 한 것도 미안하고 미안한데 지키지도 못했다니.
아프고 아픈 손가락이 부모를 향해 살려 달라 외쳤는데 목구멍으로 밥을 넘기고 물을 넘겼다니.
그러면 안 된다. 절대 그러면 안 된다.
살아갈 가치를 잃어버린 부모들은 종혁을 흔들며 제발 부정해 달라고 간절히 외쳤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으아아아! 아아아아악!”
그들은 이 분노를 쏟아 내기 위해 핸드폰을 찾았다.
하지만 핸드폰은 이미 종혁이 수거한 뒤였다.
그들의 눈은 한쪽으로 향했다.
“야 이 개새끼들아!”
“쳐 죽일 새끼들아-!”
부모들은 선생들에게 달려들었다.
믿었다.
선하게 웃었기에, 학교를 다녀온 아이들도 주말밖에 못 만나는 내 새끼도 만날 선생님 선생님 불렀기에.
선생님이 제일 좋다고 결혼할 거라고 외쳤기에!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고 믿고 맡겼다.
그런데 그 믿음의 결과가…….
“이거냐, 이 개새끼들아! 죽어! 죽어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따가 전부 설명해 주겠다는 조상구 선생님의 말이 이거였던가.
조상구 선생님이 수영을 데리고 잠적한 이유가 이것이었던가.
자신들은 바보처럼 저 천사들의 간절한 구원을 외면했던 것인가.
저 아이들이 장애아가 아니다. 진짜 장애인은 보고도 못 본 자신들이었다.
그들은 물어뜯고 할퀴고 후려치는 부모님들의 원망에 울고 울었다.
그때 종혁과 오택수 최재수가 다급히 달려들어 부모들을 떼어 냈다.
“왜 말리십니까! 왜에!”
“진정하세요! 저분들은 아닙니다!”
“그럼 누구에게 풀어야 하는데요! 누구에게-!”
빠득!
“당연히 그 개새끼들이죠.”
맞다. 정작 이 분노를 풀어야 하는 사람들은 다른 곳에 있었다.
뿌득! 빠드득!
지금 당장이라도 교장이 눈앞에 있으면 찢어발길 것 같은 눈을 한 그들은 종혁을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
“일단 다시 한번 부모님들과의 상의 없이 멋대로 일을 진행해서 죄송합니다.”
지적장애아라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
부모에게도 알릴 수 없는 비밀.
부모가 알게 되면 슬퍼할 걸 알기에, 그걸 보면 자신도 아프기에, 도리어 부모가 곁에 있으면 입을 꾹 다무는 자폐증 아이들도 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돼, 됐습니다!”
솔직히 종혁이 원망스럽지 않다면 거짓이다.
차라리 몰랐으면 이렇게 미안하지도 않을 텐데, 이 잔인한 일을 죽을 때까지 몰랐을 텐데 이런 마음이 불쑥 든다.
하지만 종혁은 훗날 알게 됐으면 무너졌을, 살인이라도 저질러 버렸을 자신들을 구해 준 사람이고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게 배려한 좋은 사람이다.
“그보다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5일입니다.”
종혁 역시도 믿어 달라고 잡아먹을 듯 그들을 노려봤다.
“딱 5일만 참아 주십시오. 힘들고 괴로워도 5일 동안만 타인과의 연락을 참아 주십시오.”
남편과 가족, 당연히 이 개놈들뿐만 아니라 같이 온 다른 부모와도, 피해자가 아닌 부모들과도 대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놈들을 찢어 죽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런 사건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이거다.
범죄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과 지인이 범인을 찾아가 따지는 바람에 범인이 증거를 없애 버리는 것.
부모들은 당연히 그러겠노라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고, 종혁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럼 5일 후 뵙겠습니다.”
돌아서서 건물을 빠져나온 종혁은 오택수와 최재수를 봤다.
“부탁할게요.”
아마 저들 부모들에겐 삶에서 가장 긴 5일이 될 거다.
지금은 그러겠노라 다짐했지만, 30분 뒤만 지나도 저들 중 누군가는 서천웅과 주임에게 연락할 방도를 찾게 될 거다.
그게 부모일 수도 있고, 선생일 수도 있다.
“제가 예약한 호텔로 데려가서 절대 바깥과 연락하지 못하게 해요.”
일본 여행이란 명분으로 그룹을 찢어 피해자 가족을 격리시킨다.
그게 종혁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걱정 마.”
“예! 저희만 믿으세요!”
사명감으로 타오르는 오택수와 최재수의 눈을 본 종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 * *
뿌득! 뿌드득!
“허허허…….”
담배를 문 채 이를 갈던 김종두 과장이 설화학교를 보며 헛웃음을 터트린다.
웃지 않으면 미쳐 버릴 것 같던 영상.
그는 팀원들을 둘러봤다.
모두 같은 마음인지 설화학교를 보며 이를 갈고 있다.
김종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심히 설화학교를 응시하는 종혁의 등을 툭 쳤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튕겼다.
“갑시다.”
탁, 탁탁!
차에 오른 그들은 열려 있는 설화학교의 대문을 향해 액셀을 밟았다.
오싹!
“음.”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이 없어 더 적막한 학교, 갑자기 드는 한기에 서천웅은 달력을 봤다.
“벌써 겨울인가.”
새해가 밝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1월 중순, 겨울이다.
그는 올해도 빨리 지나가 버린 시간이 야속해져 담배를 물었다.
“흠. 크리스마스 후원회를 열긴 열어야 되는데…….”
이번엔 특히 더 열어야 한다.
구국명 의원이 송호섭과 모정대의 입을 잘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군. 아이들 데리고 잠시 복귀를 하게 만들든지, 아니면 우리가 일본으로 넘어가든지. ……아니, 이번 후원회는 일본에서 진행하는 게 좋겠어.”
온천. 일본하면 온천이 아니던가.
작은 온천을 통째로 빌려 후원자들에게 길들인 아이들을 하나씩 안겨 주고 온천욕을 즐기게 한다면 색다른 경험이 될 터.
그걸 생각하자 그는 사타구니가 꿈틀하는 걸 느꼈다.
똑똑!
“들어와요.”
문이 열리며 불퉁한 얼굴의 주임 선생이 들어온다.
“아직도 삐졌어? 그땐 어쩔 수 없었다니까 그러네.”
“됐습니다. 평생 그렇게 자기 안위만 생각하고 사십쇼. 내가 진짜…… 됐고, 이거나 드세요. 잠깐 나갔다 오는 길에 보니 이걸 팔고 있더라고요.”
그러며 내미는 검은 봉지 속엔 뜨끈한 김이 올라오는 풀빵이 들어 있었다.
“허헛. 정말 겨울은 겨울이군.”
아주 어릴 적 시장 바닥에서 일하는 어머니 때문에 언제나 시장이 놀이터였던 서천웅의 소원은 풀빵을 원 없이 먹는 거였다.
칼에 에이는 듯한 추위 속에서 뜨겁게 피어오르는 냄새가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생일 때 풀빵 두 개를 사 주면 그렇게 좋아했더랬다.
몸을 일으킨 서천웅은 책상 앞 소파에 앉아 주임 선생에게 손짓을 했다.
“너도 같이 먹자.”
“……쯧. 있어 봐요. 마실 거 가져올 테니까.”
이내 곧 그들은 풀빵을 씹으며 겨울의 적막을 즐겼다.
“이번 후원회는 일본에서 온천을 빌려 열 거다.”
그 말에 주임 선생의 눈이 욕망으로 번들거린다.
“정말 머리 잘 쓴다니까. 대단하십니다, 형님.”
“형님이 아니고 교장 선생님.”
“아이고. 네, 네. 알아서 모십죠.”
“쯧.”
그래도 주임 선생의 화가 풀린 것 같자 교장 선생은 흐뭇이 웃으며 풀빵을 베어 물었다.
그들은 몰랐다.
이것이 생애 마지막으로 먹는 풀빵임을 말이다.
왜에에에엥!
갑자기 울리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
의아해하며 창문을 본 주임 선생은 눈을 부릅떴다.
“교, 교장 형님!”
섬뜩!
순간 드는 불길함에 다급히 창가로 달려갔던 서천웅은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경찰차들에 눈을 부릅떴다가 다급히 책상 밑에 숨겨 둔 금고를 붙들었다.
“마, 막아!”
“어, 어떻게요!”
“어떻게든!”
“에이씨!”
철컥.
금고를 연 그는 먼저 달려 나가는 주임 선생의 뒤를 따르다 멈춰 섰다.
우르르르!
형사들이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저기다!”
“잡아!”
“아아악! 혀, 형니임!”
“빌어먹을!”
다시 안으로 들어온 그는 쓰레기통에 장부를 던져 버리며 라이터를 들었다.
그때였다.
꽈아앙!
문이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안으로 짓쳐들어오는 거대한 그림자.
종혁은 놀라서 고개를 돌린 서천웅의 목을 틀어쥐며 창가로 달려갔다.
콰장창!
몸통의 절반 이상이 창밖으로 빠져나간 그.
“아아악!”
“어딜. 씨발 새끼가.”
“사, 살려…….”
종혁은 1층임에도 겁에 질려 버둥거리는 늙은 버러지의 모습에 이를 뿌드득 갈며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영장을 그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컥! 커어억!”
“잘 들어, 이 씨발 새끼야. 서천웅 당신을 장애아동 강간 및 특수강간, 강제 추행, 강간 미수, 씨발 등등 혐의로 체포한다. 넌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좆같이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으며, 개 같은 체포,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어. 너 같은 개씹새끼라도 이런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켁! 케으윽!”
종혁의 팔뚝을 긁으며 버둥거리는 그.
서천웅을 안으로 끌어당긴 종혁은 뿌리치듯 던져 버렸다.
쿠당탕!
“커허어억! 켁! 케에엑!”
성큼성큼 걸어간 종혁은 그의 앞에 쪼그려 앉으며 서천웅의 머리채를 휘감아 꺾었다.
“아악!”
“씨발. 그런데 하지 마라. 그땐 내가 정말 선을 넘어 버릴 것 같거든.”
형사로서 지켜야 할 선. 최후의 양심.
서천웅은 종혁의 눈에서 넘실거리는 끔찍한 살의에 시선을 피했고, 주먹을 부르르 떨던 종혁은 결국 그에게 수갑을 채워 교장실 문 앞에 기대어 있는 김종두에게 떠밀었다.
“장부는 저기 쓰레기통에 있습니다.”
“어디 가게?”
“과수대한테요.”
함께 온 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그곳.
기숙사로 향한 종혁은 자신을 발견한 부모들을 다독이며 폴리스라인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이었다.
“차, 찾았습니다-!”
종혁은 과수대 대원이 들고 나오는 증거물 봉투 속 먼지와 추악한 탐욕과 끔찍한 순간으로 점점이 노랗게 물들인 하늘색 팬티를 보며 담배를 물었다.
빨래감은 무조건 하루에 한 번씩 내놔야 하는 규칙임에도 무서워 건드리지 못해 등 밑에, 침대 아래에 깔고 자야 했던 끔찍한 악몽.
비밀 놀이의 증거.
“으아아아악!”
“안 돼!”
“후우우. 씨발.”
종혁은 차마 볼 수가 없어 몸을 돌렸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 * *
“이런 개-!”
서천웅이 설화학교 장애아를 성폭행한 혐의로 잡혀 들어갔다는, 후원회 회원들이 검거됐다는 소식에 구국명을 온몸의 피가 모두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끝났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장애아 성폭행이다.
자신의 정치 인생은 끝났다고 봐야 했다.
“마, 막아야 해. 막아야! 씨발, 어떻게 막는데!”
“지, 진정하십시오, 의원님!”
“지금 진정하게 됐어?! 그보다 넌 뭐하는 새끼야! 이런 것도 막지 못하고 뭐했냐고!”
눈이 뒤집어진 구국명은 비서를 덮치며 목을 졸랐다.
“케, 켁!”
살고 싶다는 듯 버둥거리는 비서의 모습에 구국명의 눈이 더 뒤집어졌다.
이놈 때문이다. 서천웅과 만난 것도 이놈이 주선해서였다.
‘그래, 이놈을 죽이고 이놈한테 덮어씌우면…….’
그의 눈이 위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지, 진정……. 성범죄는…… 친고…… 켁! 켁!”
움찔!
눈을 굴린 구국명은 이내 손에 힘을 풀고 물러나며 담배를 물었다.
“자세히 말해 봐.”
“커헉! 컥! 후우욱. 기, 기억 안 나십니까, 의원님? 서 교장은 정말 뒤탈 없는 년들로만 보냈습니다.”
구국명은 설화학교의 아이들 중에서 몇몇 조건이 충족되는 아이들만 손을 댔다. 부모가 없는 아이, 부모도 마찬가지로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로 말이다.
친고죄에 해당하는 성범죄는 피해 당사자나 법정 대리인이 직접 고소를 해야만 하는데, 이들이 제대로 고소 절차를 밟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는 서천웅이 특별히 신경을 써 준 부분이었다.
혹여 일이 잘못되어도 구국명만큼은 빠져나갈 수 있도록, 그가 빠져나가 자신을 구해 줄 수 있도록 말이다.
이런 비서의 말에 구국명의 눈이 빛났다.
“그럼…….”
“예. 무조건 잡아떼셔야 합니다. 그들이 제대로 고소를 진행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의원님께 어떤 수사도 진행할 수 없을 겁니다.”
구국명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몸을 일으킨 그는 울상을 지으며 비서의 목을 어루만졌다.
“미안하군. 많이 아팠지? 내가 잠시 눈이 돌았어.”
“아, 아닙니다.”
“그래, 자네 집이 몇 평이라고 했지?”
“가, 감사합니다, 의원님!”
“뭘. 날 위해서 이렇게 노력해 주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해 줘야지. 후후후.”
그렇게 추악의 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편, 그날 오후.
종혁은 한 장년인과 마주하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당대표님.”
현몽준 의원.
그는 종혁의 정중한 인사에도 구긴 얼굴을 펴지 않았다.
“됐고.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종혁이 전해 온 믿지 못할 이야기.
현몽준 의원의 눈이 차갑게 빛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