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28화 (228/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28화>

“끄응! 끙!”

신음이 울리는 5층 빌딩 안.

5층에 들어선 종혁과 오택수, 최재수는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을 뒹구는 덩치들과 그들에게 수갑 채우는 특수범죄수사과와 광역수사대 형사들을 지나쳐 안쪽의 사무실로 향했다.

“왔어?”

종혁은 머리를 맞았는지 피를 흘리며 손을 흔드는 박대철을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우리 올 때까지 기다리라니까요.”

“됐어. 몇 놈이나 된다고.”

특수학교 공사장에 불을 지른 것 때문에 호섭이파 조직원 대부분이 몸을 사리고자 퇴근을 한 상황이었다. 이 건물에는 몇 놈 남아 있지도 않았다.

“쯧. 그거예요?”

“어. 이야, 이거 재밌는데? 아는 이름이 몇 개 보여. 너도 봐 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넘겨받은 뇌물 장부를 살피다 입술을 비틀었다.

서천웅, 구국명, 모정대.

이 세 놈의 이름이 떡하니 적혀 있다. 빼도 박도 못하게 전화번호까지.

종혁은 한쪽 구석에서 무릎 꿇고 손 들고 있는 송호섭 앞에 쪼그려 앉았다.

뭐가 그렇게 분한지 씩씩거리는 그.

“호섭아. 스물다섯 바퀴 돌래, 아님 열다섯 바퀴 돌래.”

25년 형과 15년 형. 올해 쉰 살의 송호섭은 이를 악물었다.

“씨발, 형사님들아. 너희 나 잘못 건드렸어. 내 뒤에 누가 있는지 모르지? 지금이라도 물러나는 게 좋을 거야, 이 개새끼들아!”

피식.

종혁은 그의 협박에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호섭아, 이렇게 처맞아도 상황 파악 안 되는 븅신아. 설마 본청 특수와 광수대가 너 하나 잡겠다고 이렇게 우르르 몰려왔겠니? 너 따위를? 에이, 우리 호섭이 자기애가 너무 강하시다.”

흠칫!

‘씨, 씨발. 그럼?’

종혁은 눈동자가 흔들리는 그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협조하고 열네 바퀴 돌래? 협조 안 하고 스물여섯 바퀴 돌래?”

호섭이파 두목 송호섭은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웅성웅성.

어느새 모여든 사람들이 기웃거리는 건물 밖.

수갑이 채워진 채 차에 태워지는 조폭들을 보며 담배를 물던 종혁에게 박대철이 다가온다.

“이거 제가 너무 큰 짐을 안겨 드린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구국명은 현직 3선의 국회의원이다.

“구국명은 뇌물 장부의 존재를 모른다지만…….”

적극 협력을 하기로 한 송호섭도 뇌물 장부에 대해 말하진 않을 테지만, 아마 믿진 않을 거다. 분명 송호섭을 풀어 주라며 압력을 행사할 게 뻔했다.

“야. 장난해?”

박대철은 짜증을 가득 담아 종혁을 노려봤다.

만약 그냥 송호섭만 검거한 거라면 그런 압박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금 전 서천웅의 사주를 받고 중장비를 불태운 호섭이파 조직원들을 검거한 상태다.

이런 범죄를 저지른 놈들을 비호한다?

그럼 구국명 스스로 자신이 구린 짓을 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꼴이다. 즉, 구국명은 나서기가 힘든 상태라고 봐야 했다.

아니, 종혁이 상황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거다.

“흐흐. 제가 너무 겁을 줬나요?”

능글맞게 웃던 종혁은 돌연 낯빛을 굳혔다.

“하지만 그래서 더 이 악물고 달려들 거예요.”

일이 복잡해졌기에 어떻게든 송호섭을 빼내려고 들 터였다. 특수범죄수사과 형사들을 건드릴 확률이 컸다.

“그건 맞지만…… 후, 됐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 것도 각오하지 않고 내려왔을까.

그동안 종혁이 해 준 것에 비하면 그런 압력을 버티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 끝이 결국 징계나 좌천이라고 해도 말이다.

“과장님도 같은 생각이니까 넌 우리 신경 쓰지 말고 그 개새끼들이나 잡을 생각해.”

‘대철 삼촌…….’

특수범죄수사과의 형사들이라면 구국명의 압박에서도 버텨 줄 거라 믿기에 부탁한 거지만, 이런 각오까지 했을 줄은 몰랐던 종혁은 이를 악물었다.

“그보다 자신 있냐?”

박대철도 내막을 들었을 때 피가 거꾸로 솟는 걸 느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서천웅은 국회의원만큼 건드리기가 힘든 인망이 자자한 교직자다. 그것도 불쌍한 장애아들을 위해 일평생을 헌신한 인물.

게다가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의 의지가 중요한데, 이 성범죄 사건은 친고죄에 해당하는 범죄라는 거다.

피해 당사자나 법정 대리인이 고소를 하지 않는 이상 공소를 제기하는 게 불가능하다.

즉, 피해 사실이 확실시된다고 해도 부외자인 종혁이 손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부모님들 빨리 설득할 수 있겠어? 뜬금없이 나타나 아이들이 이런 일을 당했다 말을 해도 부모들이 믿겠어? 갑자기 나타난 경찰보다 교장을 더 믿을 텐데?”

뜬금없이 나타난 경찰보단 지금까지 아이들을 보살펴 준 서천웅을 더 믿을 확률이 큰 부모들.

박대철은 그 부분을 꼬집고 있었다.

“뭐 어떻게든 해야죠.”

그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불확실하기에 아직 말할 수는 없다.

“뭐, 인마?”

일을 이렇게까지 벌여 놓고도 계획이 없는 듯한 모습에 박대철은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일단 뇌물로 엮을 순 있잖아요? 이게 어디에요?”

일본에서 귀국하면 다시 설화학교로 돌아오게 될 아이들.

하지만 송호섭과 서천웅이 뇌물을 주고받은 증거가 발견됐으니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면 다시금 떼어 놓을 수 있을 터였다.

‘지원금 착복.’

막대한 지원금이 나올 텐데도 깨진 유리창조차 교체하지 않은 게 정황 증거이며, 실제로도 회귀 전 그는 성폭행뿐만 아니라 지원금을 착복해 사적으로 쓴 증거가 발견되어 처벌받았다. 그의 사촌동생인 주임 선생 역시도.

그럼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권회수가 짓고 있는 특수학교로 편입시킬 수 있을 터.

“그래, 씨발. 안 되면 개 같고 좆같을 테지만 그게 어디…….”

박대철은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게 어디긴 뭐가 어딘가.

이런 놈들은 어떻게든 잡아 처넣어서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뭔 죄를 저질렀는지 확실히 알게 해야 됐다.

“야, 최종혁. 그 새끼들 꼭 잡아. 네가 잘하는 돈질을 더 해서라도 꼭! 알았어?”

“……걱정 마세요. 그럴 테니까.”

방금 전 말은 그렇게 했어도 어떤 수를 써서든 잡아 처넣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든 꼭 잡아…….’

웅성웅성!

“비켜요, 비켜!”

눈빛을 위험하게 빛내던 종혁은 경찰공무원증을 내밀며 슬그머니 폴리스라인 안으로 들어오는 모정대 형사를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일단 저 새끼부터 잡고요.”

깡패에게 뇌물을 받은 형사.

저놈만큼은 지금 현장에서 체포할 수가 있었다.

빠드득.

“그래야지. 저놈은 우리가 딸 테니까 넌 이만 가 봐.”

특수와 광수대가 호섭이파를 검거한 걸로 해야, 공사장에서 종혁이 놈들을 검거한 것과 송호섭 검거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여야 종혁이 움직이기가 편할 터.

종혁은 자신이 불렀음에도 압력을 나눠 받을 수 없는 것에 입술을 깨물었다.

“부탁드릴게요.”

고개를 꾸벅 숙인 종혁은 몸을 돌려 근처에 세워 둔 차로 향했고, 오택수와 최재수가 다가왔다.

“모정대 씨, 일단 저희랑 같이 가시죠.”

“뭣?! 왜, 왜 이럽니까!”

“조용히 가자고.”

“이런 씨! 본청이면 이래도 됩니까!”

종혁은 멀리서 들리는 소리에 아까 전 못다 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우. ……가죠, 일본으로.”

차에 오른 그들은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   *   *

“뭐? 누가 잡혀가?”

늦은 밤, 당사에서 돌아와 따뜻한 녹차로 무거워진 머리를 달래던 구국명이 눈을 껌뻑였다.

“호섭인력개발의 송 대표와 모정대 형사가 잡혀갔다고 합니다.”

송호섭. 구국명의 지역구에 자리한 깡패이자, 몇 번 어두운 일을 해결하며 입안의 혀처럼 굴던 놈이다.

모정대 형사는 말할 것도 없다.

“……어쩌다?”

“광역수사대의 지원을 받은 특수범죄수사과에서 둘을 함께 데려간 걸 보니 아무래도 그 개발 건 때문인 것 같습니다.”

구국명은 얼굴을 와락 구겼다.

현재 그의 지역구 외곽 쪽에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고 있는데, 그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을 팔지 않으려는 주민들 때문에 송호섭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폭력 사건을 무마해 준 게 모정대 형사다.

애초부터 차명으로 사들였다가 판 땅이라서 송호섭과 구국명이 연결된 증거는 없지만, 혹시라도 송호섭이 불기라도 한다면?

‘빌어먹을.’

일단 빼내야 한다. 그래야 송호섭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을 터.

구국명은 다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그때였다.

띠리링! 띠리링!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다시 얼굴을 구겼다.

“쯧. 예, 여보세요?”

-크흠. 의원님. 접니다, 서천웅 교장.

“아이고, 서 교장이 이 시간엔 웬일입니까?”

-크흠.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연락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의원님.

“아니에요. 우리 사이에 늦고 빠르고가 어디 있습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구국명은 전화를 끊고 싶었다. 아니, 애초부터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권회수의 특수학교 설립을 막지 못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보다 무슨 일이에요?”

-그게…… 후, 아무래도 제 사촌동생이 사고를 친 것 같아서 말입니다.

구국명은 미간을 좁혔다.

“사고요?”

-예, 그게…….

서천웅은 사정을 설명했고, 구국명은 벌떡 일어났다.

“뭐요?! 뭘 어째요?”

호섭이파를 동원해 권회수의 특수학교 공사장에 있던 중장비를 모두 불태웠다고 한다. 지금 서천웅은 그것 때문에 송호섭과 모정대가 잡혀간 건 아닌지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개! 당신 미쳤어?!”

곁에서 알랑방귀나 뀌던 놈이 선을 넘었다.

송호섭은 어디까지나 구국명 본인이 키우는 사냥개. 서천웅이 함부로 움직일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존재다.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사촌동생 놈이 그만…….

‘퍽이나!’

“……후우! 알았으니까 일단 잠깐 끊어 봐요.”

전화를 끊은 구국명은 뻣뻣해진 뒷목을 주물렀다.

‘이런 개 같은!’

일이 복잡하게 됐다.

안 그래도 송호섭을 빼내려고 했는데, 이젠 어떻게든 빼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만약 송호섭이 서천웅을 입에 담는다면, 그 일이 자신에게까지 연결된다면?

자신의 정치 인생은 그대로 끝장날 수도 있었다.

‘이 주제도 모르는 포주 놈이 결국…….’

“일단 송호섭이한테 변호사 붙여서 절대 그 입에서 나와 서천웅 이 개새끼의 이름이 나오지 못하게 해.”

“예.”

“서 교장도 이제부터 자네가 관리하고.”

서천웅이 갖다 바치는 돈이 제법 달달하긴 하지만 이쯤에서 선을 그어야 할 듯했다.

이러한 아슬아슬한 관계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기엔 놈이 쥐고 있는 자신의 약점이 너무도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특수범죄수사과라고 했던가?”

“뒤를 팔까요?”

“사돈에 팔촌까지 모두. 비리란 비리는 싹 다. 거짓으로 꾸며 낸 것이라도 좋으니까 그놈들이 절대 사건을 맡지 못하게 만들어.”

그래야 송호섭을 빼낼 수 있다.

구국명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   *   *

쏴아아!

가을비가 내려 더 서늘한 경시청 안.

무심한 표정으로 뚜벅뚜벅 걷는 무로이를 향해 로비를 걷던 경시청 형사들이 거수경례를 한다.

“음.”

계속된 그들의 인사에 고개만 까딱이며 걸음을 멈추지 않는 그.

“크. 역시 무로이 경부! 카리스마가…….”

“이번 세대의 리더잖아.”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젊은 형사들은 하나같이 감탄사를 토했다.

미궁에 빠진 강력 사건을 줄줄이 해결하고 있는 프로파일링 수사과를 창설시키고, 그 프로파일링 수사과의 계장을 맡고 있는 무로이 쿄헤이.

경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내년 경시 진급이 가장 유력한 간부이자, 미래의 유력한 경시총감 후보인 그를 향해 젊은 형사들은 선망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그때, 그들은 순간 경악했다.

수사에 관한 일이라면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하여 과묵한 리더라 불리는 무로이가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헉! 저, 저 무로이 계장님이?’

그들은 무로이의 시선이 향해 있는 경시청 입구를 보곤 고개를 모로 기울였고, 무로이는 오늘도 여전히 덩치가 헤라클래스만큼 큰 종혁을 보며 양팔을 벌렸다.

“종혁.”

“쿄 형!”

종혁과 무로이는 서로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에 경시청 로비가 약간 시끄러워졌지만 무시한 종혁은 정말 감사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무리한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뭘 우리 사이에. 아, 다시 한번 경감이 된 걸 축하해. 이젠 같은 계급이네.”

“그럼 뭐해. 내년에 경시로 진급할 확률이 높다면서요? 배경 좋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하핫!”

종혁도 장난이라는 듯 웃었다.

“쿄 형도 프로파일링 수사과를 창설한 거 축하해요.”

한국의 광역수사대와 프로파일링 수사과를 합쳐 놓은 역할을 하는 경시청 프로파일링 수사과.

“다 네 덕분이지.”

종혁이 아니었으면 프로파일링 수사과를 만들 생각이나 했을까.

거기다 이번 일까지.

‘정말 넌…….’

나이는 어려도 존경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종혁은 그의 뜨거운 시선에 얼른 오택수와 최재수를 소개시켜 줬다.

“제 파트너들이에요.”

“그래?”

무로이는 부러운 눈빛을 보내며 손을 내밀었다.

“경시청 경부 무로이 쿄헤이입니다.”

그의 한국어에 깜짝 놀란 오택수와 최재수가 얼른 인사를 받았다.

“오택수 경위입니다.”

“최재수 경장입니다.”

인사를 나누는 셋을 보며 푸근히 웃던 종혁은 돌연 낯빛을 굳혔다.

“그럼 이제 가죠.”

“……그래. 따라와.”

그들은 경시청 4층에 위치한 대회의실로 향했다.

“와아!”

“꺄아!”

음악이 흘러나오는 무대에 선 경찰 인형탈을 쓴 이들의 율동을 보며 웃음을 터트리는 설화학교의 학생들.

그리고 아이들과 아이들 중간중간에 끼어 있는 경시청 소속 여경들.

그들뿐이었다. 대회의실엔 있는 사람은.

학생들을 인솔해야 될 설화학교의 선생들, 그리고 그들을 도와 아이들을 케어해야 될 미나토 대학의 사회복지학과 학생들도 이 자리에는 없었다.

경시청 투어도 투어지만, 설화학교 학생들과 선생들을 떼어 놓는 것.

이게 종혁이 말한 무리한 부탁이었다.

“힘든 일이었을 텐데 감사해요.”

“뭘…… 됐어. 그럼 가 봐.”

어느새 근무복으로 갈아입은 채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때마침 인형극이 끝나자 무대에 오르며 마이크를 잡았다.

“애들아, 안녕?”

“안녕하세요-!”

방금까지 웃고 떠들어서 그런지 해맑게 웃으며 대답하는 아이들. 종혁의 큰 덩치 때문에 놀랄 법도 한데 모두 하나같이 웃는다.

그래서 종혁의 가슴은 더욱 찢어졌다.

“다시 인사해 볼까? 안녕?”

“안녕하세요-!”

“좋아! 인사 잘하네! 그럼 여기서 수수께끼! 아저씨가 누굴까?”

“경찰 아저씨요-!”

“정답! 똑똑한데?”

꺄르르 웃음이 터진다.

“그럼 경찰 아저씨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

“나쁜 사람들 잡아요!”

“거짓말하는 사람 잡아요!”

“뭐야, 다들 왜 이렇게 똑똑해?”

다시 웃음이 터진다.

종혁도 그에 애써 푸근히 웃는다.

“그래. 아저씨는 나쁜 사람을 잡아가는 경찰 아저씨야. 그런 아저씨가 여기 온 이유는…….”

아이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얼른 말해 달라며 꼼지락거린다.

“막 너희를 아프게 하는 나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야.”

흠칫! 깜짝!

종혁은 놀라서 몸을 굳히는 아이들을 발견하곤 순간 표정이 무너질 뻔했다.

4분의 1이었다.

여기 있는 70여 명의 학생들 중 무려 4분의 1이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 개새끼들이…….’

이미 알고 있음에도 머리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등 뒤로 돌린 주먹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비밀 놀이라며 거짓말을 하게 하고…….”

화들짝!

“부모님한테 말하면 학교에서 쫓아내겠다고 하고…….”

움찔!

“너희가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이 힘들 거라고…… 그런 나쁜 말을, 나쁜 짓을 사람들을 잡아가기 위해서야.”

아이들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괜찮아. 아저씨한테 말해도 되니까. 아저씨가 다신 그런 짓 못하게 해 줄 테니까, 여기 언니도 아저씨한테 말했으니까!”

끝내 울먹인 종혁은 혹여 아이들이 동요할까 다급히 뒤에 서 있던 두 인형을 가리켰다.

스윽!

의아해하던 아이들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와!”

“조상구 선생님이닷!”

“수영 언니닷!”

“헤헤. 안뇽안뇽?”

“우와아아아!”

오랜만에 만난 큰언니에 환하게 웃는 아이들.

종혁은 무너지려는 정신을 애써 수습하며 수영에게 물었다.

“수영아, 그렇지? 전에 이 아저씨한테 누가 아픈 짓을 했는지, 비밀 놀이를 시킨 나쁜 사람이 누군지 다 말했지?”

“네!”

“그때 아저씨가 어떻게 해 준다고 했지?”

“다 잡아간다고 했어요!”

“그리고?”

“다신 못 본댔어요!”

종혁은 이를 악물었다.

“들었지?”

“네-!”

무슨 질문인지도 모른 채 일단 대답을 하고 보는 대다수의 아이들.

종혁은 반응을 보인 아이들과 한 명, 한 명씩 눈을 마주치며 애써 웃었다.

“그러니 이제 말해도 돼, 애들아. 나쁜 사람을 잡아가는 경찰 아저씨가 왔단다.”

그 말을 끝으로 고요한 침묵이 내려앉는다.

“……흑!”

그게 시작이었다.

“흐아아아앙!”

“흐어어어엉!”

“왜, 왜 그래. 왜 울…… 으아아아아앙!”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 때문에 울음바다가 되어 버린 대회의실.

‘늦어서 미안하다, 애들아.’

그동안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왜 이제야 왔냐며 원망해도 될 텐데 왜 저리 울기만 할까.

모르기 때문일 거다.

남을 원망할 줄 모르는 천사들이기에 울기만 할 뿐인 거다.

끝내 종혁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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