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27화>
프다다다당! 구으으으응!
어둠이 내려앉았음에도 불을 켜진 공사장.
반경 500미터 내에 민가라곤 하나 없기에 공사는 쉴 줄을 모른다.
그리고 그런 공사장이 멀리 보이는 야트막한 동산.
찰칵, 치이익!
“씨부랄.”
담뱃불을 붙이던 험악한 인상의 삼십대 초반 남성이 조명이 꺼질 생각을 안 하는 공사장을 보며 짜증을 낸다.
“돈을 얼마나 처발랐기에 지금까지 공사를 해? 신고는 했어?”
남성의 뒤에 서 있던 십수 명의 사람들 중 한 명이 다급히 달려 나온다.
“예, 형님. 했습니다, 형님.”
“근데 왜 아직도 공사를 하는데!”
“……더 하겠습니다, 형님!”
“다른 놈들도 다 하란 말이야! 근처 사는 사람인데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알겠습니다, 형님! 야, 너희들도 얼른 신고 넣어!”
“예!”
몸을 돌린 덩치 큰 사내들은 작은 핸드폰을 쥔 채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빨간빛과 파란빛을 번쩍이는 경찰차가 슬그머니 나타나 공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시간이 더 흐르자 공사장에서 소음이 사라지며 승합차 따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에 삼십대 사내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렇지. 이래야지.”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형님? 알아보니까 저거 짓는다는 늙다리가 끗발 꽤 날린다던데 말입니다.”
“씨발, 그래 봤자 구청 주사 놈들이나 굽실거릴 늙다리지. 우리 뒤에 누가 있는지 잊었어?”
경찰이다. 구청에서 아무리 지랄해 봤자 경찰이 안 된다고 하면 찍소리 못할 놈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인명 사고가 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그들도 공사 하청을 맡아 관리해 본 적이 있기에 안다. 저런 큰 공사장에는 철근 따위를 훔쳐 가지 못하도록 꼭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걸 말이다.
만약 인명 사고가 나면 경찰이라도 온전히 보호할 순 없을 터.
울컥!
“넌 씨발 큰일 앞두고 계속 초 칠래? 이거 회장님께서 직접 내린 명령인 거 몰라?!”
무사히 해내기만 한다면 무려 업장 세 개의 관리를 맡긴다고 했다. 이제 좁디좁은 숙소에서 사료 퍼먹던 지긋지긋한 생활도 끝이란 소리다.
“그런 중요한 순간인데도 이 씨발 새끼가…….”
“죄, 죄송합니다, 형님!”
손을 확 들었던 사내는 고개를 숙인 오른팔의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렇게 걱정이 많지만, 그래도 오른팔. 데리고 가야 할 놈이었다.
“후, 됐다. 그 부분도 다 이야기가 된 상태니까 걱정 말고 가자. 후딱 불만 지르고 나오면 되는 거야.”
사내는 부하, 아니 숙소의 동생들을 봤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마. 지키는 놈이 달려 나와서 몸을 잡아당기든 망치로 대가리를 깨든 중장비에 불만 지르고 튀는 거다. 그렇게 몇 번만 하면 너희도 이제 딱 중형차 끌고 다니면서 폼 나게 사는 거야. 알았어?”
“예, 형님!”
“그래. 저기도 불 꺼졌다. 가자.”
“야야, 다 기름통 챙겨!”
“놓고 가는 새끼는 죽여 버린다!”
스무 명의 사내들이 조명이 모두 꺼진 공사장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그렇게 도착한 불이 꺼져 을씨년스러운 공사장, 거대한 철문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자 사내는 절단기를 든 부하를 봤다.
후다닥 달려 나온 부하는 얼른 커다란 자물쇠를 잘라 냈고, 철문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감추고 있던 속살을 드러냈다.
사내는 여기저기 공사를 하던 그 모습 그대로 서 있는 중장비들을 보며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명심해 불만 지르고 튀는 거다.”
“예.”
“좋아. 튀어 가. 각자 하나씩 달라붙어.”
타다다다닥!
목표를 포착하고 빠르게 달린 덩치들은 목표 앞에 서서 들고 온 기름통의 뚜껑을 열었다.
쿨렁쿨렁, 쏴아아!
“크.”
“큭!”
기름과 신나 냄새가 코를 찌르자 다급히 코를 막았던 그들은 그래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털어 낸 후 불을 붙였다.
푸화아아악!
“왁!”
“우왓!”
신나가 섞여서 그런지 순식간에 불이 순식간에 치솟는다.
그에 기겁하며 물러섰던 그들은 이내 정신을 차리곤 입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이대로 무사히 현장만 빠져나가면 완전 범죄.
‘씨발, 이렇게 쉬워도 돼?’
‘너무 쉬운데?’
그들의 입가에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펑! 퍼퍼펑!
큰 소리를 내며 조명들이 켜지더니 방금 전 그들이 열고 들어온 공사장 입구 철문을 통해 승합차들이 진입한다.
카르르르륵!
“뭐야!”
“저 새끼들은 또 뭐야!”
당황한 그들은 순간 좆됐음을, 아니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았다.
뒤이어 승합차에서 내리는 사람들 사이로 종혁이 걸어 나왔다.
“어이구, 너희들은 어떻게 발전하는 게 없냐? 이렇게 불 지르는 거 말고 할 줄 아는 거 없어?”
여유롭게 담배를 문 종혁은 여기저기서 활활 타오르는 중장비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신고 전화가 빗발친다기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아니, 정확히는 설화학교 25주년 기념 사진 속에서 이 동네 조폭 두목의 얼굴을 본 순간 이미 이 일을 예견했다고 봐야 했다.
‘호섭이파 두목 강호섭.’
회귀 전, 종혁이 광수대에 있을 당시 외웠던 이름이었다.
‘서천웅 씨발 새끼. 진짜 가지가지 한다.’
종혁은 파도 파도 나오는 무언가에 이를 갈았다.
“씨, 씨발! 넌 뭔데! 짜바리야?!”
“……그래, 내가 너희들한테 뭘 바라겠냐.”
나름 조폭이라는 놈들이 잔뜩 쫄아 있는 걸 보니 갑자기 흥이 팍 식는다. 그래도 일은 일.
종혁은 목을 꺾으며 앞으로 나섰다.
“송 사장님은 일 복잡해지니까 나서지 마십시오.”
“괜찮겠습니까?”
“양아치가 몰려 봤자 양아치죠. 저희로도 충분합니다. 야, 홍보단. 충분하지?”
“예!”
거의 내근만 전전했던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과 달리 경찰 홍보단은 선수 출신의 경찰들이다. 쇠파이프나 야구 방망이 등으로 어깨를 두드리며 이를 드러내는 모습이 아주 믿음직스러웠다.
“그래. 얼굴 안 다치게 조심하고. 최재수 넌 이번에도 코피 터지면 뒤진다.”
“아니, 제가 다치고 싶어서…….”
종혁은 무시하며 담배를 뱉었다.
“조져!”
“우와아아아아아!”
“씨, 씨발! 우리도 조져!”
“우와아아아악!”
그렇게 경찰과 조폭 나부랭이들의 격돌이 시작됐다.
“죽여!”
“뒤져, 이 개새끼야!”
죄다 사복이라 누가 경찰이고, 누가 조폭인지 분간이 안 가는 난장판.
뒤로 물러난 삼십대 사내는 다급히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일이 틀어졌습니다. 와, 와 주셔야겠습니다!”
-알았어. 끊어! 전화번호 삭제하고!
전화를 끊은 사내는 얼른 통화 내역을 삭제하다가 무언가를 느끼고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가 입을 떡 벌렸다.
쩌억!
한 방이다.
싸다귀 한 방, 주먹질 한 방에 부하 한 명씩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그런 영화에서나 볼 법한 말도 안 되는 짓을 해내는 덩치 큰 경찰이 자신을 응시하며 직선으로 다가온다.
“저, 저 미친 새…….”
뻐어억! 쩌억!
“미친 새끼가 뭐? 다음 말은?”
어느새 코앞에 선 저승사자, 아니 종혁.
“씨발 죽어-!”
사내는 라이터를 쥔 주먹을 휘둘렀고, 고개를 까딱이며 피한 종혁은 그 면상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뻐억!
“퀙!”
피를 흩뿌리며 뒤로 튕겨 나가는 사내. 그의 멱살을 움켜쥐어 맘대로 쓰러지지 못하게 한 종혁은 다시 그 주둥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어후, 씨발 좆같은 새끼야. 내가 너 때문에 이 시간에, 어?”
빡! 빠악!
“그리고 저 중장비가 얼마짜린 줄 아니?”
싹 다 중고라지만, 그래도 기본이 수천만 원이다.
“네 배때지에 있는 거 싹 다 긁어 팔아도 저거 하나 살 수 있을 것 같니?”
이들의 계획을 알아차렸을 때부터 확실한 증거를 위해 태워 버리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래도 수십억이 홀랑 날아가니 속이 쓰렸다.
터억!
“음?”
종혁은 어느새 다가와 주먹을 잡은 오택수의 모습에 눈을 껌뻑였다.
“화풀이는 적당이 해, 인마.”
종혁은 뒤를 돌아봤다가 입맛을 다셨다.
“아오, 이 근성 없는 새끼들.”
붙은 지 얼마나 됐다고 다 바닥을 기고 있다.
말만 조폭이지, 뽕쟁이들보다 깡다구가 없는 놈들이었다.
혀를 차며 사내의 멱살을 놓은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다친 사람 손!”
“없습니다!”
“오케이.”
최재수도 숨을 거칠게 몰아쉴 뿐 어디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 주머니에 넣은 종혁은 채 연소되지 못하고 끝나 버린 싸움에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삐용삐용!
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다급하게 울린다.
“어이구, 빨빨거리며 기어 오는 것 봐라.”
종혁의 표정은 더 불퉁해졌다.
그건 내막을 알고 있는 오택수와 최재수도 마찬가지였다.
* * *
촤르륵! 촤륵!
경찰 관용차 두 대와 승용차 한 대가 공사장 안으로 진입한다.
“모두 꼼짝…….”
승용차를 세우자마자 뛰어내렸던 모정대는 뭔가 이상한 분위기에 미간을 좁혔다가 종혁을 발견하곤 기겁했다.
‘무, 무슨?!’
종혁은 놀라는 그를 향해 다가가며 손을 들었다.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네가 여기에 왜 있는 건데!’
그리고 낯이 익은 놈은 왜 수갑을 찬 채 바닥을 기고 있는지 모정대로선 모든 게 의문이었다.
“잉? 공문 못 받으셨습니까?”
“무, 무슨 공문 말입니까?”
“어우, 진짜 모르시나 보네. 흠,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하지? 귀찮은데…….”
한숨을 푹 내쉰 종혁은 사정을 설명했고, 모정대는 눈을 부릅떴다.
“무, 무슨……! 그런 일을 왜 관할서에…….”
“공문을 보냈다고 방금 말씀드렸습니다만? 본청 차원에서 이미 다 조정된 일입니다.”
“아니, 본청이라고 이렇게 처리해도 되는 겁니까?!”
종혁은 반발하는 그의 모습에 재차 한숨을 내뱉었다.
“어쩌겠습니까, 중요한 프로젝트라는데. 아니, 씨발. 말하다 보니 열 받네? 형사님, 형사님도 생각해 보세요. 대체 이거랑 경찰 이미지랑 무슨 상관입니까? 예? 내가 진짜 더러워서, 씨발.”
“아, 아니…….”
모정대는 억울해 미칠 것 같은 종혁의 모습에 주춤 거리며 물러났다.
“아오! 씨발, 진짜. 응? 잠깐? 그런데 형사님, 여기가 북부서 관할이었던가요? 여기 동구 아니었나?”
움찔!
차갑게 응시하는 종혁의 시선에 순간 입을 다문 모정대는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마침 근처에 있다가 무전 받고 달려왔습니다.”
“아, 그런 거셨구나.”
입맛을 다신 종혁은 고개를 숙였다.
“이거 민폐를 끼쳐 드린 것 같습니다. 하, 저런 양아치 새끼들은 아주 싹 다 죽여 버려야 하는데…….”
“하하, 그렇죠. 저희도 골치가 아픕니다. 그런데 저놈들이 왜 여길 습격했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뭐 이 공사가 마음에 안 드는 누군가의 소행 아니겠습니까?”
가라앉은 눈으로 종혁을 살피던 모정대는 이내 활짝 웃었다.
“하하. 역시 그렇겠죠? 그럼 저놈들은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
“예,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아, 참고로 저기 계신 서동건설 관계자분들은 손 하나 까딱 안 하셨으니 저놈들만 데리고 가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며 종혁이 내민 수갑 열쇠를 받아 든 모정대는 다른 경찰들에게 손짓을 했고, 수갑이 교체된 조폭들은 모정대들이 끌고 온 차량에 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차들이 떠나자 저 멀리서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에 종혁은 피식 웃었다.
“마침 근처에 있기는.”
놈들이 불을 지르자마자 119에 신고를 했는데 그보다 빨리 왔다. 놈이 전화를 어딘가로 걸기에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일이 잘못됐을 때를 대비해 근처에 있었던 거다.
“팀장님.”
“응?”
“저 새끼들 저렇게 보내도 되는 겁니까? 쟤들한테 알아야 할 게 있지 않아요? 저렇게 보내면…….”
종혁은 왜 이런 결정을 내린지 모른다는 듯 심각한 표정을 짓는 최재수의 모습에 손을 저었다.
“됐어, 귀찮아.”
딱 봐도 아직 숙소생활을 벗어나지 못한 놈들이다.
지금은 비록 사료를 먹으며 고생하고 있지만, 잘나가는 선배들을 보며 성공에 대한 갈망만 가득할 시기.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가장 높을 시기.
그렇기에 입을 열게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거기다 모정대가 개입할 게 뻔한데 이쪽에서 뭔가를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간 많은 부분이 어그러진다.
“그럼 어떡하시게요. 쟤들 윗선이 누군지도 모르잖아요.”
“왜 몰라? 여기 다 있는데.”
종혁은 방금 주운 핸드폰을 보여 주었다.
“보자, 여자 이름이……. 아, 여기 있네.”
혹시나 경찰에게 붙잡혀 핸드폰을 뺏겼을 때를 대비해 윗선을 다른 이름으로 짓는 조폭들의 습성.
자기들 딴에는 나름 머리를 굴린다고 굴리지만 이미 형사들은 그들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다.
형사 생활이 오래된 종혁은 말할 것도 없다.
여자 이름만 골라 전화를 걸다가 여자가 받으면 끊기를 반복한 종혁은 고작 세 번째에 남자가 받자 눈을 빛냈다.
“네, 여보세요? 제가 방금 핸드폰을 주웠는데, 가장 웃긴 이름이라서 연락드린 거거든요? 짧아짧아 3센치라고요.”
최재수는 순간 풉 하고 터진 입을 재빨리 틀어막았다.
-뭐, 이 개새끼야?!
“아니, 왜 저한테 화를 내세요? 그렇게 저장된 건데…… 씨발. 그래도 계속 욕을 하네? 야, 이 씨발 당나귀좆같은 새끼야! 누군 욕할 줄 몰라서 안 해?! 너 어디야! 그래? 너 씨발 딱 기다려!”
종혁은 최재수와 경찰 홍보단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봤지?”
“푸하하하하핫!”
피식 웃은 종혁은 이번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어 누군가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예, 대철 삼촌. 어디세요? 아, 거의 다 오셨다고요? 예, 이따가 호섭이 주소 보내 드릴 테니까 그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옙! 그럼 이따가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이미 준비가 끝난 그들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가자. 이 밤 끝나기 전에 얘들 다 따려면 시간 없다.”
“옙!”
“그럼 송 사장님도 수고하십쇼!”
차에 올라탄 그들은 종혁이 알아낸 주소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가로등 불빛이 듬성듬성 켜진 놀이터 안.
덩치가 큰 다섯 명들 사이에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던 삼십대 중반의 사내가 헛웃음을 터트린다.
“……하, 이 개새끼.”
중요한 작전에 나가면서도 핸드폰을 잃어버린 놈이나 그 핸드폰으로 도발을 한 놈 모두 찢어 죽일 놈들이었다.
‘3센티? 3센티이?’
“야, 이따가 이 새끼 오면 다리 하나 분질러 버려.”
“형님, 혹시 짭새가 아닐까요?”
움찔!
“……아냐. 그 느낌은 아니야.”
거기다 이미 뒤를 봐주는 형사가 그쪽에 가 있다.
뭔가 어그러졌으면 연락이 와도 벌써 연락이 왔을 터.
그쪽은 통제가 확실하기에 그럴 리가 없다. 또 누군가 자신들 조직을 조사한다는 소식이나 낌새도 없었다.
띠리링! 띠리링!
“야, 이 씹새끼 왔나 보…… 헉! 예, 형님. 전화 받았습니다, 형님.”
-야. 방금 전에 모 형사 이 씹새끼한테 연락이 왔거든? 불은 지르긴 질렀는데, 본청에서 내려온 경찰 이미지 뭐? 암튼 좆도 아닌 것 같은 새끼들한테 털렸단다.
경찰이라고 다 같은 경찰일까.
아니다. 그들이 무서워하는 건 어디까지나 형사지, 책상에 앉아 컴퓨터나 두드리는 비리비리한 놈들이 아니다.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 누가 봐도 홍보 쪽, 즉 내근직이다.
“그렇습니까, 형님? 걔들은 왜 왔다고 합니까, 형님?”
-몰라. 뭐라고 설명은 했는데…… 넌 씨발 애들 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내근하는 애들한테 털리게 만드는 거냐?
“죄,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형님!”
-쪽팔리게 씨발. 아무튼 다행히 뭔가 불기 전에 잡혔다고 하는데, 이런 날일수록 사고 치면 안 되는 거 알지?
“예. 지금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형님.”
-잘하자. 끊는다.
“들어가십시오, 형님!”
통화가 끊긴 핸드폰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인 그는 한숨을 탁 내뱉었다.
“야, 이 개새끼 오면 팔까지 분질러 버려.”
“예, 형님.”
그 순간이었다.
띠리링! 띠리링!
“어, 이번엔 이 새끼 전화네. 그래, 이 개새끼야. 어디냐?”
-여기-!
“여기-!”
흠칫!
소리가 겹쳐서 들리기에 깜짝 놀란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가 당황했다. 마치 포위망을 좁히듯 사방에서 어둠을 헤치며 걸어 나오는 11명의 사내들.
범상치 않은 덩치들에서 결코 낯설지 않은 향기들을 풍긴다.
“씨, 씨발…… 짭새?”
종혁은 당황해 주춤거리는 그들을 보며 씩 웃었다.
“야, 내가 어떤 이름이 적힌 장부 좀 찾으려 하는데, 너희 대가리 위치를 모르거든? 누가 알려 줄래? 참고로 선착순이다.”
만약 여기서 누군가 운 좋게 도망쳐서 우두머리가 도망을 치게 했다간 그 모든 죄를 너에게 뒤집어씌워 버리겠다는 말이 함축된 질문에 그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씨발.”
그리고 모두 동시에 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