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25화 (225/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25화>

따악!

“악!”

종혁에게 반말을 지껄인 젊은 형사의 뒤통수를 후린 사십대 형사가 수더분하게 웃는다.

“아하하. 늦은 시간에 불쑥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북부서 강력계 모정대 경위입니다.”

“……본청 기획조정 산하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최종혁 경감입니다.”

움찔!

두 형사의 낯빛이 살짝 굳는다.

내근직 중 최고의 요직이라 꼽히는 본청의 기획조정.

거기다 이제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모인데도 경감이다.

“어이구. 이거 대단한 곳에 계시는 엘리트 간부셨군요.”

예상치 못한 거물이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그러니 들어오시죠.”

“하하, 그럴까요?”

안으로 들어온 그들은 눈을 빛냈다.

함성 소리를 배경 삼아 필드를 달리는 해외 축구가 켜진 TV와 널브러진 소주와 맥주, 안주들. 그리고 황급히 옷을 입고 있는 오택수와 최재수.

누가 봐도 호텔에 쉬러 온 사람들의 모습이다.

‘흠.’

그런 그들의 기색을 느낀 종혁은 모른 척 입을 열었다.

“맥주 한 잔 드시겠습니까?”

“맥주 좋죠.”

싱긋 웃은 종혁은 최재수를 봤고, 냉큼 일어난 그는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들을 꺼내 왔다.

치익! 딱!

“조상구 씨 때문에 오셨다고요.”

맥주를 마시던 그들이 캑캑거렸다.

“크흠흠. 정확히는 박수영 학생의 실종 때문에 왔습니다. 그보다 먼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둘을 어떻게 알게 됐냐고요?”

모정대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고, 종혁은 사실대로 말했다.

“좌충우돌 파출소 생활기 촬영을 하다가요?”

“웬만하면 내보내려고 했는데, 사안이 사안인지라 편집을 했습니다. 그러다 생각이 나서 찾아왔는데…….”

“허어. 어떻게 그런 우연이…….”

“아니, 그런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연락을 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얼마나 찾았는데!”

“예?”

종혁은 갑자기 화를 내는 이십대 후반의 형사를 보며 미간을 좁혔고, 모정대는 다급히 파트너의 뒤통수를 다시 후렸다.

“형님!”

“제발 닥쳐라, 좀.”

“…….”

“아하하. 미안합니다. 이놈이 형사가 된 지 얼마 안 된 놈이라.”

“아, 그렇습니까?”

그렇게 말했지만 종혁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고, 그건 오택수와 최재수도 마찬가지였다.

모정대는 일을 어렵게 만든 파트너를 죽일 듯 노려봤고, 종혁은 여전히 인상을 구긴 채 입을 열었다.

“큼. 그런데 조상구 씨는 왜 찾으시는 겁니까?”

“아, 그게 박수영 학생 실종 사건에 조상구가 연루된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 양반 소문이 아주 좋지 않거든요.”

움찔!

종혁과 오택수, 최재수의 표정이 묘해진다.

“음. 그랬습니까? 후, 그렇게 안 보였는데…….”

‘그런 식으로 꾸미겠다?’

자신들이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모르는 인간들이 조상구를 깎아내리고 있다.

냄새가 더 고약해지고 있었다.

종혁은 코를 긁적이며 속으로 입술을 비틀었다.

“그래서 조상구 씨, 아니 조상구가 박수영을 꼬드겨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잠적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예. 그래서 이렇게 결례를 무릅쓰고 찾아왔던 겁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종혁은 입만 웃은 채 이쪽을 살피듯 쳐다보는 그의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 그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없군요.”

“아니, 타박을 하자는 게 아니라…….”

“피곤하군요. 이제 그만 나가 주시겠습니까? 저희도 서울로 올라가려면 일찍 자야 해서 말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결례를 했습니다. 일어나자.”

“알겠습니다. 이봐요, 본청 양반들. 거 경고하는데, 남의 구역에서 난장 피우지 말고 조용히 돌아가세요. 알았…….”

빠악!

“이자식이 진짜!”

“……후!”

결국 치미는 짜증을 참지 못한 종혁은 한숨을 탁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 이놈은 제가 잘 타이를 테니…….”

“야, 너 계급 뭐냐?”

모정대는 결국 터져 버린 종혁의 모습에 이마를 잡았다.

하지만 그의 파트너는 아니었다.

“야? 야아?”

삐딱하게 물어 오는 그.

“와, 미치겠네.”

어이없다는 듯 웃은 종혁은 정색하며 그의 멱살을 잡아 끌어왔다.

“켁!”

“계급이 뭐냐고, 씨발놈아. 이 나이에 경감을 다는 게 뭔 뜻인지도 모르고 짖는 걸 보니 이제 경장이나 됐을 것 같은데……. 네 경찰 인생, 그 계급으로 끝나게 해 줄까? 아님 네가 있는 팀부터 찢어 줄까?”

종혁은 울고 싶은데 계속 뺨을 때리는 이 견찰 놈을 어떻게 찢어 버릴까 곰곰이 고민했다.

“그, 그…….”

“어이구. 같은 식구끼리 왜 이럽니까! 자자, 진정하시고!”

종혁은 필사적으로 파고들어 떼어 놓는 모정대의 모습에 밀치듯 손을 풀었다.

그러곤 모정대를 무심히 응시했다.

“이 사건, 특수나 광수대로 넘길 테니 그렇게 아십시오.”

원랜 그냥 가려고 했는데 좆같아서 그래야겠다는 걸 온몸으로 피력하는 종혁의 모습에 모정대는 순간 이를 악물었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하하. 진정하세요. 내 얼굴 봐서라도…… 예? 어이구, 맥주 식습니다.”

종혁은 자신을 달래려 애쓰는 모정대의 모습에 혀를 찼다.

“청장님이 지방서와 화합을 하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데…….”

“알죠. 다 알죠. 미안합니다. 모두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제 탓입니다. 이렇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종혁은 모정대가 허리를 깊이 숙이자 당황했다.

“하아, 알겠습니다. 저도 화가 나서 말이 험하게 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이걸로 잊는 겁니다? 짠?”

종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맥주를 부딪쳤고, 단숨에 들이켠 모정대는 다시 수더분하게 웃으며 스위트룸을 빠져나갔다. 파트너의 뒷목을 잡은 채 말이다.

쿵!

“아니, 형님. 저를 왜 말리…….”

쫘아악!

고개가 돌아간 파트너는 볼을 잡으며 당황했다.

“혀, 형님?”

“닥쳐, 이 개새끼야. 네가 지금 뭔 짓을 하려고 했는지 알아?”

긁어부스럼을 만들려고 했다.

그것도 뒷배가 든든할 게 분명한 엘리트 중 엘리트 간부를 개입시키려고 했던 거다.

더욱이 지금은 순직에 관해 재검사가 들어가는 등 한참 예민한 시기다.

만약 이 일 때문에 피해가 온다면?

그게 소문이 퍼진다면?

오싹!

“씨발. 대가리가 멍청하면 눈치라도 있어야지!”

“죄, 죄송합니다.”

“……후우. 넌 여기서 짱 박혀 있다가 저 본청 양반들 도시 떠나는 거까지 확인하고 복귀해. 오줌을 싸든 똥을 싸든 절대 차 안에서 나오지 말라고. 알았어?”

“……예.”

“어후. 이런 놈을 파트너라고 데리고 다니는 내가 미친놈이지.”

모정대는 담배를 물며 걸음을 옮겼고, 파트너는 황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한편 그들이 떠나고 난 스위트룸.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불쾌함으로 가득했던 공간이 언제 그랬냐는 듯 싸늘한 냉기와 담배 연기가 맴돈다.

“하, 이 주임 선생 새끼가 제법 인맥이 좋은데?”

거기다 명함을 남겼으니 전화로 물어봐도 될 걸 굳이 힘들게 찾아왔다. 이쪽이 뭘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확인하려 했던 것이다.

들어오면서 내부와 자신들의 모습을 훑었던 그 눈빛이 증거였다.

또한 조상구를 범죄자로 몰며 사건을 은폐하려 들고 있다. 이걸로 이번 일에 경찰이 개입되어 있음이 확실해졌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연관되어 있는지 모른다는 뜻도 된다. 사건이 커지고 있었다.

빠드득!

“씨발. 걷어 내도 걷어 내도 이런 새끼들이 있네요. 청장님과 팀장님은 어떻게든 경찰 처우를 개선하려고 그 노력을 하는데…….”

모정대와 다른 형사가 마신 맥주를 버리고 돌아온 최재수의 몸에서 분노가 일렁인다.

그 모습을 일견한 오택수는 종혁을 봤다.

“어떻게 할 거냐? 물러날 거지?”

“그래야죠. 일단 물러나야죠.”

지금부터 감시가 붙을 게 뻔한데 엉덩이를 뭉개고 있을 순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날 수도 없었다.

종혁은 핸드폰을 들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예, 납니다. 사람 몇 명에게 미행 좀 붙입시다.”

수풀을 헤집어 놨으니 분명 어떤 제스처라도 취할 터.

이번 사건은 거기서부터가 시작이었다.

다만 그보다 먼저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었다.

‘아이들.’

지금도 고통받고 있을 아이들을 놈들과 떨어트려 놓아야 했다.

이게 먼저였다.

“아!”

뭔가가 떠오른 종혁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하하. 오랜만입니다, 케이코 이사장님. 제가 너무 늦은 시간에 연락드린 건 아니죠?”

이시하라 케이코. 한국 디지털 포렌식의 창시자이자 권위자인 이치로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일본 미나토 대학의 이사장이었다.

*   *   *

푸르스름한 조명이 내리쬐는 룸.

소파에 앉아 있던 모정대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교장 선생과 주임 선생을 맞이한다.

“내가 좀 늦었습니다, 모 형사.”

“아닙니다. 저도 방금 전에 도착했습니다.”

“그래요? 허허. 앉읍시다.”

상석에 앉은 교장이 모정대에게 양주병을 기울였다.

“요새 좀 어때요. 힘든 것은 없습니까?”

“교장 선생님께서 이렇게 걱정을 해 주시는데 제가 뭐 힘든 게 있겠습니까.”

“으허헛. 사람 참. 내가 뭐 해 주는 게 있다고.”

“어이구. 해 주시는 게 없긴요. 교장 선생님 덕분에 제 딸도 좋은 대학에 갔는걸요.”

“그거야 모 형사 딸이 머리가 좋아서 그런 거지요.”

“무얼요. 교장 선생님께서 학원을 알아봐 주시지 않았다면 제 엄마 닮은 그 머리로 가당키나 했겠습니까?”

“으허허허헛!”

너털웃음을 터트리던 교장 선생은 돌연 낯빛을 굳혔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일단 서울에서 온 그놈들이 돌아간 걸 확인했습니다. 뭔가 눈치챈 것 같진 않으니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그럼 조 선생은요? 찾았습니까?”

“지금 한창 수배중이니 곧 잡힐 겁니다. 이 부분도 염려 마십시오.”

“그래요. 내 모 형사만 믿겠습니다. 하, 주제도 모르는 미꾸라지 한 놈 때문에 이 무슨 고생인지……. 거 잘 좀 살피라니까.”

“하하. 죄송합니다, 교장 선생님. 이게 집중을 하다 보니…….”

“말은 청산유수지. 내가 숙부님 보기가 부끄럽다, 부끄러워!”

“아니, 여기서 아버지 이야기가 왜 나옵니까?”

“뭐야? 그래서 지금 잘 했다는 거야?”

“형님!”

“교장 선생님이라고 불러!”

“지금은 밖입니다!”

교장과 주임 선생의 언성이 높아지자 모정대가 다급히 끼어들었다.

“하하. 피가 뜨겁게 끓다 보면 다 그럴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다음부터 조심하면 되지요. 안 그렇습니까, 주임 선생님?”

“……어흠.”

“에잉.”

혀를 찬 교장은 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아무튼 허튼 말 나오지 않게 잘 부탁합니다. 내가 다치면 나만 다치는 거 아닌 거 알지요?”

“어이구, 그럼요! 제가 핸들 꽉 잡고 컨트롤하고 있으니 염려 푹 놓으십시오! 그분께도…….”

“어허! 씁!”

“아차차.”

자신의 입을 때린 모정대는 배시시 웃었고, 눈을 흘긴 교장은 그 술잔에 다시 술을 따라 줬다.

“언제 날 잡아서 놀러 와요. 이번에 들어온 애들이 쫄깃쫄깃하니까.”

순간 크게 떠진 모정대의 눈에 붉은 기가 맴돈다.

“그렇습니까?”

“내 특별히 골라 놓을 테니 와서 회포 좀 풀고 가요. 나랏일 하느라 힘든데 몸보신은 해야죠. 안 그래요? 아 차라리 후원회 때 오겠습니까?”

설화학교를 후원하는 후원자들을 모아 하는 이브닝파티, 후원회.

모정대의 눈빛이 더 번쩍였다.

“하핫. 역시 절 생각해 주시는 분은 교장 선생님밖에 없습니다!”

흐뭇이 고개를 끄덕인 교장은 주위를 둘러보며 눈살을 구겼다.

“이거 너무 재미없는 이야기만 한 것 같군요.”

짝! 짝!

똑똑!

“예, 부르셨습니까?”

“사람이 들어온 지 얼마나 됐는데 아직도 애들을 안 들여보내?”

“하하, 죄송합니다. 그럼 아가씨 입장시키겠…….”

“잠깐!”

“예?”

“내 취향 알지?”

“아이고, 그럼요. 교장 선생님 취향에 딱 알맞은 애들로 추렸으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자, 다들 들어와!”

우르르!

종업원의 외침에 반짝이 홀복을 입은 앳된 외모의 여성들이 들어온다.

“그래. 너, 너. 이리 와서 앉아.”

간택을 당한 여성들이 양옆에 앉자 교장은 콧속으로 파고드는 살냄새에 음흉하게 웃었다.

그러며 오른 쪽 여성의 가슴에 손을 집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아기 소개해야지?”

“호호. 안녕하세요, 미나예요. 18살이에요.”

“옳지. 그래, 넌?”

“유나 17살이에요, 오빠.”

“으허허허헛!”

교장뿐만 아니라 주임 선생과 모정대의 얼굴도 활짝 핀다.

“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

뒷걸음질쳐서 문을 닫은 종업원은 카악 퉤 침을 뱉었다.

“어우. 씨발, 변태 새끼들. 손녀, 딸뻘인 애들한테 저러고 싶을까?”

진저리를 친 그는 카운터로 돌아갔다.

*   *   *

“일어나 봐요. 여보!”

“어? 어어.”

정신없이 일어난 교장은 멍하니 허공을 보았다.

“아니,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왜 그렇게 마셨데?”

흘겨보는 아내의 눈초리에 교장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어흠. 남자가 바깥일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됐고, 꿀물 좀 줘 봐. 힘들어.”

“에휴. 알았…….”

“할아부지! 또 할머니 시켜?!”

“어이구, 우리 강아지! 일어났어?”

후다닥 침대에서 내려온 교장은 얼른 달려가 귀여운 손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우리 강아지, 밤새 할애비 안 보고 싶었어?”

“이잉! 술 냄새! 절루 가아!”

“으허허허헛!”

교장은 손녀가 밀어내도 너털웃음을 지으며 부엌으로 향했고, 아내는 그 모습을 보며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일어나셨어요, 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버님.”

“그래. 큰애기도 잘 잤니? 밤새 괜찮았고?”

교장이 큰며느리의 부푼 배를 보자 큰며느리는 배를 어루만지며 배시시 웃었다.

“예, 아버님. 우리 샛별이도 할아버지께 인사해야지?”

“그래그래. 허허허허허. 자, 다들 앉자.”

어디서나 볼 법한 평화로운 가정의 모습.

아내가 타준 꿀물을 들이켠 교장이 수저를 들자 그들 일가의 아침 식사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교장은 잠시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숙취를 몰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그의 앞에 큰며느리가 과일을 내려놓았다.

“아버님, 이렇게 계셔도 돼요? 오늘 학교에 무슨 일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일? 아, 그렇지. 오늘 우리 천사들과 산부인과랑 비뇨기과에 가는 날이지, 참.”

나이가 드니 이렇게 깜빡깜빡을 한다.

“잉? 그런 꼬맹이들도 산부인과에 갑니까?”

출근 준비를 하던 큰아들의 반문에 살짝 몸을 굳힌 교장은 이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이구. 저건 아빠라는 놈이 청소년기에 산부인과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모르고……. 미안하다, 큰아가. 다 내 부덕이다.”

“호호. 아니에요. 저게 정상이죠. 그래서 아버님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요. 아버님, 짱짱!”

“짱짱? 으허허허허허!”

큰며느리도 배시시 웃는 그 순간이었다.

띠리링! 띠리링!

“음? 주임 선생이 이 아침에 왜……. 예, 전화 받았습니다.”

-교, 교장 선생님! 지금부터 마음 단단히 먹고 들으십시오!

“대체 뭔데 그렇게 호들갑이야?

-방금 전 일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희 학교를 초대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응?”

-그러니까 일본의 한 대학교에서 저희 설화학교 전교생을 한 달간 초대한답니다! 사회복지학과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실습 케이스를 경험하도록 만들겠다는 취지인데…….

“뭐야?! 그게 정말이야? 그, 그러면…….”

-예! 국가에서 지원금을 더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지원금!’

그가 이룬 부의 근간이자, 인맥의 원천.

‘……아니, 아니야.’

어쩌면 대한민국 대표 특수학교로 선정이 될 수도 있다.

그럼 지금보다 몇 배 더 많은 돈과 인맥을 쌓을 수 있다. 어쩌면 그 콧대 높은 교육재단 이사장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거다.

교장은 주먹을 불끈 쥐며 핑크빛 미래를 그려 갔다.

*   *   *

서울의 한 어느 오피스텔.

설화학교의 교장이 가당치도 않은 미래를 그리던 그때, 변변한 가구조차 없는 휑한 공간에 놓인 화이트보드에 몇 개의 사진이 붙여진다.

타악!

“이름 서천웅. 나이 72세. 지적장애인 특수학교인 설화학교의 교장으로…….”

정장까지 차려입고 브리핑을 하는 최재수의 말에 종혁과 오택수의 이가 갈린다.

주임 선생 서호철. 그 사촌이자 교장인 서천웅.

그리고 모정대 형사.

이 세 명이 유흥주점에서 함께 나오는 사진이 찍혔다.

즉, 세 놈이 한패라는 소리다.

이 말은 곧 72살이나 먹은 비루한 짐승 새끼가 그 어리고 불쌍한 것들을 잔인하게 짓밟고 유린했다는 소리다.

그런데 경악스러운 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사랑산부인과 원장 양종희. 72세. 아이들의 성폭행 흔적을 묵인한 걸로 추정이 되는 인물입니다.”

빠드드드드드득!

“그, 그리고…….”

타악.

최재수가 마지막으로 붙인 단체 사진 한 장에 종혁과 오택수는 말을 잃었다.

흥신소가 겨우 구한 설화학교 개교 25주년 기념 사진 속 정 중앙에서 서 있는 한 인물 때문이다.

“이름 구국명. 현재 현직 3선 국회의원입니다.”

쿠웅!

“이런 개씨발!”

콰장창!

오택수는 결국 앞에 놓인 재떨이를 던져 버리며 화를 냈지만 종혁은 아니었다.

회귀 전, 경찰서장과 교육감의 목을 날아간 사건임에도 겨우 징역 2년만 받았던 주범 서천웅. 그것도 다음 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이미 이런 뒷배가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점이 있었다.

‘이야, 여기서 아는 이름이 나온다고?’

세진은행 해킹 사건 때 이택문을 압박했던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이게 이렇게 이어지나?”

재밌었다.

너무 재밌는 나머지 눈앞에 있으면 찢어발기고 싶을 정도였다.

“후, 씨발. 야, 이거 어쩌냐. 이렇게 되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다고 해도 여차하면 묻힐 것 같은데…….”

묻히기만 하면 다행이다. 분명 역공이 들어올 터였다.

그런 오택수의 걱정에 종혁은 냉소를 지었다.

‘어쩌긴 뭘 어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지.’

이제 이들도 다 알게 됐으니 이젠 거침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어쩌긴 뭘 어쩝니까? 뒷배가 무서우면 뒷배가 움직일 수 없게 만들면 되는 거지.”

그러면서 교장이라는 새끼의 기반을 뺏는 거다. 그럼 확실한 증거에 힘이 실리다 못해 더 확실한 증거도 나올 터.

“음? 어떻게? 그게 가능해?”

코웃음을 친 종혁은 대답 대신 핸드폰을 들었다.

“예, 권 이사장님. 접니다. 다름이 아니라 혹시 학교 하나 세워 보실 생각 없습니까? 예, 특수학교로요.”

“……이런 미친?!”

오택수와 최재수는 종혁을 보며 경악했고, 종혁은 단체 사진 구석에 서 있는 한 인물을 차갑게 노려봤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