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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24화 (224/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24화>

    슬슬 해가 저물어 가는 오후, 반기숙학교인 설화학교의 학생들이 하교를 준비한다.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빠이빠이!”

    부모님의 손을 잡은 채 배꼽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며 교문을 나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

    흐뭇이 웃으며 손을 흔들던 선생들은 그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몸을 돌렸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하 선생도요.”

    오늘도 무사히 하루가 끝남에 그들의 입가엔 미소가 어린다.

    그러다 학교 건물을 보자 한숨을 내쉰다.

    유리창은 먼지에 찌들어 뿌옇고, 페인트는 다 벗겨진 폐교 같은 건물. 여름에 불어닥친 태풍 나비 때문에 깨져 신문지로 막아 놓은 유리창 몇 개도 아직 그대로다.

    “하아. 이번에도 지원이 반려된 건가요?”

    “모르겠어요. 분명 지자체에선 예산을 편성했다고 하는데…….”

    “그 말을 믿습니까? 말만 그렇게 해 놓고 꿀꺽했겠죠.”

    “그럼 애들 통학버스도 결국…….”

    “통학버스가 문젭니까. 당장 보일러 돌릴 수도 없는데.”

    “보일러가 뭐예요. 당장 애들 학습재도 못 사는데.”

    선생들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참 많은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임에도 세상에서 외면을 받는 아이들. 이럴 때마다 세상이 참 야박하다 생각된다.

    이 천사들을 지상에 내려 주기만 한 하늘은 말할 것도 없다.

    “자, 안 되면 되게 하는 게 우리 선생들이 해야 될 일 아닙니까.”

    전기세가 모자라면 십시일반 월급을 모으고, 학습재가 부족하면 그것도 십시일반 모으면 된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을 보호하는 게 자신들의 소명.

    “우리가 더 열심히 합시다.”

    삼십대 국어 선생님의 말에 다른 선생들은 오늘도 무너지려는 마음을 단단히 다졌다.

    “……예.”

    “어이구, 일터가 그렇게 좋습니까? 퇴근들 안 해요?”

    “주임 선생님!”

    배가 불룩 튀어나와 더 푸근한 인상의 사십대 중반 중년인이 다가오자 선생들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오늘 기숙사 당직 선생님이 누구예요?”

    “접니다.”

    “아, 하 선생이었어요? 잘됐네요. 나랑 바꿉시다.”

    “예에? 또, 또요?”

    “네, 또…… 집에 들어오지 말라네요. 우리 공주님이.”

    먼 산을 아련히 보는 주임 선생님의 모습에 다른 선생들은 어이구 이마를 잡는다.

    “또 어제 술 드시다가 새벽에 들어가셨어요?”

    “아니, 그게 내 탓은 아니잖습니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응?”

    “그래도 적당히 드셨어야죠. 중학교 3학년이면 한참 예민할 시기인데.”

    “……그래요. 내가 죄인입니다, 죄인이에요. 아무튼 그렇게 아시고 다들 퇴근하세요.”

    “넵!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선생들이 교무실에서 짐을 챙겨 떠나자, 주임 선생은 자신의 컴퓨터를 켜서 온라인 바둑 사이트에 접속했다.

    딱! 딱!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바둑돌 내려놓는 소리만 울리는 적막한 교무실의 문이 두드려진다.

    쿵쿵! 드르륵!

    “어머. 또 주임 선생님이 당직이세요?”

    “하하. 그렇게 됐습니다. 애들은 다 재우셨습니까?”

    한눈을 팔면 어떻게 다칠지 모르기에 잠들기 전까지 보호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

    “예. 모두 잠드는 거 확인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이만 퇴근들 하시고, 내일 뵙겠습니다.”

    “주임 선생님도 얼른 주무세요.”

    고개를 꾸벅 숙인 기숙사 담당 선생들도 모두 떠나자, 주임 선생은 슬그머니 책상 아래에서 검은 봉지를 꺼냈다.

    봉지 안에서 달그랑 소리를 내며 부딪치는 소주병들.

    “크으!”

    주임 선생은 얼마 전 먹고 남긴 마른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며 다시 마우스를 움직였다.

    딱! 따악!

    교무실엔 다시 바둑돌 놓는 소리만 울렸다.

    “에이…….”

    결국 패배. 무려 1시간의 접전이 패배로 끝나자 그는 혀를 차며 몸을 일으켰다.

    “어우, 취한다.”

    사다 놓은 소주 3병을 모두 마셔서 그런지 불콰하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휘청이며 기숙사로 향하는 그.

    손전등을 든 그는 불이 모두 꺼진 기숙사 복도를 느긋이 걸었다.

    드릉, 드르릉.

    “아이고, 고놈들. 잘 잔다.”

    사방에서 들리는 코 고는 소리에 주임 선생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2층 복도에 선 그는 손가락으로 뒤와 앞을 가리킨다.

    “어디 보자…… 오늘은 어디부터 갈까. 그래, 오늘은 이쪽이다.”

    다시 슥슥 걸음을 옮긴 그는 한 방 앞에 섰다.

    [윤세진. 요안나.]

    명패를 확인한 그는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잠기지 않은 게 아니라 애초부터 바깥에서 잠그는 형태의 문.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간 그의 눈에 어스름히 두 개의 침대가 보인다.

    그는 손가락을 들어 두 개의 침대를 번갈아 가리켰다.

    “누구를 고를까요. 알아맞춰 봅시다. 딩동, 댕동. 그래, 오늘은 너다.”

    주임 선생은 우측의 침대로 다가갔다.

    토끼 잠옷을 입고 새근새근 세상모른 채 잠들어 있는 15살가량의 소녀.

    손전등을 내려놓은 주임 선생은 소녀의 잠옷 상의를 향해 손을 뻗어 단추를 툭툭 풀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아랫도리도 묵직해지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글서글했던 그의 눈이 붉은빛으로 번들거린다.

    그 순간이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본 그는 머리가 벗겨진 육십대 노인을 발견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아, 오셨습니까? 교장 선생님, 그런데 오늘은 혼자십니다?”

    “쯧. 술 마셨나?”

    “흐흐. 좀 마셨습니다. 죄송합니다. 교장선생님이 이 방에 오실 줄 알았다면 다른 방에 갔을 텐데.”

    “에잉, 됐네. 말하지 않은 내가 잘못이지. 난 다른 방에 갈 테니 적당히 해. 저번처럼 피 나게 하지 말고.”

    “옙. 그럼 좀 이따가 뵙겠습니다.”

    손을 저은 교장이 나가자 주임 선생은 소녀의 잠옷 바지를 팬티까지 잡아 확 끌어 내렸다.

    “우웅.”

    “쉿.”

    “흡?!”

    소녀의 입을 막은 주임 선생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다른 아이들에게 들었지? 오늘은 우리 요안나가 선생님이랑 비밀 놀이 하자.”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 놀이.

    말을 해도 다른 선생들은 그럴 리가 없다며, 그런 거짓말을 하면 못 쓴다며 오히려 혼을 내는 아픈 놀이.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소녀는 바들바들 떨며 눈을 감았다.

    * * *

    평소라면 시끄러운 음악이 울려 퍼졌어야 할 종혁의 차 안에 침묵만이 맴돈다.

    쿵! 쿠웅!

    결국 치미는 울화를 참지 못한 최재수가 차창에 머리를 박는다.

    “시끄러워.”

    “지금 시끄러운 게 문젭니까!”

    “그럼 씨발 새끼야.”

    “오 경위님!”

    “죽을래? 진정 안 해?”

    순간 차 안의 분위기가 살벌해짐에 종혁은 담배를 물며 차창을 내렸다.

    “……좀 짜증 나네.”

    왜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을까.

    2009년, 한 교사가 언론을 통해 밝힘으로 인해 세상에 드러난 끔찍한 사건.

    당시 경찰서장뿐만 아니라 교육감의 목이 날아간 엄청난 사건이다.

    하지만 이 일이 처음 불거진 건 2006년이다.

    그때 한 교사가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담당 경찰은 그럴 리가 없다며 이를 무시했고, 드러났어야 할 추악한 만행은 그대로 묻혀 버렸다.

    ‘그래선가? 2006년이라고 기억해서인가? 아님 너무 먼 지방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기억이 흐릿해서인가?’

    빠드득!

    안일했던 자신에게 환멸을 느낀 종혁은 결국 휴가 여행 동안 누르고 눌러 놓았던 분노가 삐죽 고개를 들려 하자 재빨리 핸들을 꺾었다.

    끼이익! 빵! 빵!

    “씨발!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야, 이 개새끼야! 죽고 싶어?”

    지나치는 차들이 욕설을 퍼부었지만, 종혁은 핸들에 머리를 박은 채 터지려는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후우. 후.”

    아직은 아니다.

    지금 터지면 안 된다.

    지금 이대로 쳐들어가 묵사발을 만들어 놓으면 속은 시원할망정 제대로 된 처벌을 내릴 수가 없다.

    종혁은 애써 마음을 달랬다.

    “후우우.”

    “됐냐?”

    “……예, 됐습니다. 많이 놀라셨죠? 많이 놀랐지, 최 경장?”

    “씨발. 황천길만 안 가면 되지. 바꿔 줘?”

    “아닙니다. 그냥 제가 계속 할게요. 오 경위님도 상태가 영 메롱이잖아요.”

    종혁은 피가 뚝뚝 흐르는 오경위의 주먹을 눈짓으로 가리켰고, 그는 헛기침을 하며 주먹을 뒤로 감췄다.

    피식 웃은 종혁은 백미러로 최재수를 봤다.

    처음 홍익파출소에서 봤을 때의 그 반항적인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

    “최 경장, 지금 먹고 싶은 거. 술 빼고.”

    술을 먹었다간 제어할 수 없을 것 같음에 종혁은 얼른 덧붙였다. 그에 생각에 잠긴 최재수가 말을 툭 뱉었다.

    “다요. 휴게소에 가서 다 먹고 싶습니다. 정말 다.”

    먹고 먹어 토가 나와야 이 타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재수의 말에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뭐라도 무거운 걸로 누르지 않으면 터져 버릴 것 같은 분노.

    “그래, 다 먹자.”

    그들은 가까운 휴게소로 향했다.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며 터지려는 분노를 겨우 진정시킨 그들은 트림을 끅끅 하며 ‘설화학교’의 교문을 응시했다.

    꿀꺽꿀꺽

    “끄으윽!”

    종혁은 마지막으로 소화제로 속을 가라앉히는 둘을 응시했다.

    “주지시킨 거 잊지 맙시다. 우린 어디까지나 수영이와 조상구 선생을 만나러 온 겁니다.”

    “걱정 마, 인마. 한두 번 하냐?”

    “아니, 최 경장이요.”

    “저도 걱정 마십시오!”

    “걱정을 안 하게…… 아니다, 됐다.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겠네.”

    “예?”

    손을 저은 종혁은 학교 안으로 차를 몰았다.

    “어어? 여긴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마침 학교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다가 처음 보는 차량이 진입하자 다급히 막아서는 남성의 모습에 종혁은 잠시 차를 세웠다.

    “보아하니 근처에 일 보러 오신 분들 같은데…….”

    어디 이런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닐 만큼 돈 있는 사람들이 이 학교에 아이를 맡길까. 가끔 학교에 들르는 높은 분들도 국산 고급 세단을 탈 뿐이었다.

    그래서 막아섰던 남성은 차창을 내린 종혁이 내미는 경찰공무원증을 보곤 눈을 부릅떴다.

    “본청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최종혁 경감입니다. 조상구 씨와 박수영 양을 만나러 왔습니다. 주소지가 여기던데…….”

    “조 선생님과 수영이를요?”

    벌써 반년도 전에 사라진 두 사람을 찾는 종혁에 남성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

    종혁과 둘은 교무실에 놓인 소파로 안내됐다.

    “하진태입니다.”

    “최종혁 경감입니다. 이쪽은 저희 팀원인 오택수 경위, 최재수 경장입니다.”

    오택수와 최재수가 인사를 하며 명함을 내밀고, 교무실에 있던 선생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들을 응시했다.

    반년도 전에 사라진 둘의 소식을 가져온 사람들이다.

    선생들의 눈에 초조함마저 깃들었다.

    하진태도 명함을 꽉 쥐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조 선생님과 수영이를 찾은 겁니까? 그런 겁니까? 어디에 있습니까!”

    약 8개월 전 할아버지 집에 가겠다며 사라져 버린 박수영.

    그때 학교가 얼마나 뒤집혔는지 몰랐다.

    경찰에 실종 신고도 했지만 오리무중.

    그에 참다못한 조상구가 수영을 찾겠다며 퇴직계를 내고 사라져 버렸다.

    종혁은 그런 그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아직 안 왔습니까?”

    “예?”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학교로 간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잠시만요.”

    종혁은 오택수와 최재수를 봤다.

    이미 얼굴이 굳어 있는 둘.

    종혁은 미간을 더 좁히며, 불길한 느낌이 든 건지 낯빛이 굳어 가는 하진태를 봤다.

    “일단 조상구 씨와 박수영 양은 찾았습니다.”

    “어, 어디서 찾았습니까!”

    “박수영 양의 조부님 댁 근처 동네에서 찾았습니다.”

    “조부가 살아 있었던 겁니까?! 이 못된 양반!”

    종혁은 다급히 손을 저으며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치, 치매라니…….”

    선생들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무튼 집을 찾지 못한 수영 양은 못된 패거리에게 걸려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무, 무슨……!”

    뭔가를 직감한 선생들이 엉덩이를 들썩인다.

    “다행히 제자를 포기하지 않은 조상구 씨 덕분에 구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아!”

    “하, 다행이다. 다행이야.”

    “수영아…….”

    종혁은 머리를 긁었다.

    “그런 다음 조상구 씨에게 수영 양의 신변을 맡겼는데…… 음, 이곳에 오지 않은 것 같군요. 혹시 연락받은 거라도 없습니까?”

    “아뇨. 아니요. 그런 건 없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음…….”

    종혁은 오택수를 봤다.

    “아무래도 납치인 것 같죠?”

    “응. 그쪽으로 가능성을…….”

    “납치라니요! 조 선생님은 그런 분이 아닙니다!”

    “맞아요! 그분을 함부로 매도하지 마세요! 그분이 얼마나 착하신 분인데!”

    종혁은 불같이 반발하는 선생들을 무심히 응시했다.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겠습니까?”

    “…….”

    최재수는 입을 다문 선생들을 둘러보다 종혁을 향해 입을 열었다.

    “팀장님, 그냥 납치로 돌리시죠? 솔직히 수영이도 이상한 말을…….”

    “씁! 주둥이!”

    오택수가 다급히 말을 잘랐지만, 이미 들어 버린 선생들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이상한 말?”

    “아니, 아닙니다.”

    손을 저으며 최재수를 째려본 종혁은 수첩을 갈무리하며 몸을 일으켰다.

    “아무튼 협조 감사합니다. 하, 잘 있나 확인하러 왔다가 이게 무슨…….”

    “쯥. 어떻게 할까? 광수대로 넘길까?”

    “일단 생각해 보죠. 그럼 수고하십시오.”

    그렇게 종혁과 둘은 교무실을 빠져나갔고, 선생들은 그런 그들을 망연히 응시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글쎄요? 일단 주임 선생님께 연락해 보죠. 조 선생님 소식 들어오면 말해 달라고 하셨잖아요.”

    “제가 연락할게요.”

    그들의 표정이 심란해졌다.

    한편 차를 몰고 교문을 빠져나와 먼 곳에 주차한 종혁과 둘은 담배를 물었다.

    “있었냐?”

    뜬금없는 오택수의 말에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최재수가 던진 키워드에 반응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그렇다면 그 주임 선생만이 범인이라는 건데…….”

    겉으론 천사 중 천사라 인망이 두터운 주임 선생.

    그런 그의 추악하고 더러운 짓을 목격한 조상구는 겁에 질려 교장 선생에게 말했지만 도리어 그럴 리가 없다며 혼이 났다고 한다.

    그리고 주임 선생에게 협박을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수영을 데리고 잠적을 한 것이었다.

    자신의 말을 들어 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기에. 모두 다 주임 선생에게 속고 있기에.

    수영을 그 끔찍한 지옥에 데려갈 수 없어서 잠적을 한 것이다.

    수영을 찾은 것도 이 주임 선생이 수영을 어떻게 했을까 봐 그랬다는 조상구 선생님.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예? 뭐가요?”

    “이런 씨. 아무리 애들이 자는 시간에 그런 걸 했다지만 애들이 뭐 식물인간이냐? 지적장애인이라도 자기가 뭔 짓을 당했는지는 말할 수 있어! 정신 연령이 떨어지는 거지, 죽은 게 아니라고!”

    그런데도 여태까지 들키지 않았다. 이건 묵인을 해 주는 누군가 즉, 공범이 있다는 소리다.

    “그렇죠. 공범이 있다고 봐야 되는 거죠.”

    실제로도 있다.

    종혁은 누군지 알지만 아직은 말할 수 없는 단계다.

    “하, 씨발. 누구지? 네가 발견 못했다면 그중엔 없단 소린데…….”

    하지만 아직 설화학교 선생들이 누군지도 다 모르는 상황이기에 섣불리 의심을 할 수가 없다.

    종혁은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 말고도 다른 공범이 또 있을 수 있으니까.’

    “후. 일단 숙소부터 잡죠.”

    “그래. 그러자.”

    그들은 이 도시에서 가장 좋은 호텔로 향했다.

    * * *

    호텔의 스위트룸, 팬티만 입은 그들은 노트북 앞에 모여 본청에서 보내온 자료를 살폈다.

    설화학교 소속 선생들의 프로필 사진이다.

    “씨벌. 교무실에서 못 본 인간이 여섯 놈이나 되네.”

    “이 중 일단 여자는 제외해야 되지 않을까요?”

    “……하, 재수야. 이 씨부랄 최재수 경장아. 어디 성추행, 성폭행은 남자만 한다디?”

    “…….”

    “하, 진짜 이걸 언제 형사로 만들지?”

    같은 생각이라 침묵한 종혁은 다시 노트북을 빤히 응시했다.

    ‘일단 이놈은 확실한데…….’

    그때였다.

    띵동!

    “음? 룸서비스 시켰어?”

    “아뇨?”

    종혁은 의아해하며 몸을 일으켰다.

    “예. 누구십니까?”

    옷을 입으며 문을 연 종혁은 문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이 내미는 경찰공무원증에 눈을 껌뻑였다.

    “조상구 선생 소식을 알고 있다며? 같이 공유 좀 하자.”

    ‘조상구? 박수영이 아니라?’

    뭔가 핀트가 어긋난 말을 하는 두 명의 형사들.

    그들의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풍겨 옴에 종혁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이 새끼들은 또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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