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23화>
65. 천사들의 눈물
-이에에에에!
오늘은 버스에서 작렬하는 최재수의 골반 털기춤에 비명이 터진다.
“악! 내 눈!”
“우우우우우!”
“푸하하하핫!”
깨갱하면서도 반항적으로 노려보는 최재수의 얼빵한 얼굴에 웃음이 터지는 버스 안, 종혁은 팀원들의 부모님께 붙잡혀 있었다.
“젊은 분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하하, 아닙니다. 운이 좋았던 거죠.”
“자자, 제 잔도 받으십시오.”
“예, 예! 어이쿠, 넘칩니다.”
종혁은 그렇게 팀원들의 부모에게 한참 동안 시달리고 나서야 겨우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후아.”
“수고했다.”
종혁은 오택수의 말에 대답 대신 손부채질을 하며 달아오른 얼굴을 식혔다.
“그래서.”
“음?”
“뭐 때문에 아침부터 똥 씹은 표정인데?”
종혁은 묘한 눈으로 오택수를 봤다.
“티 났어요?”
“그럼 안 났겠냐? 뭔데?”
“아니 뭐…….”
믿었던 사람이 배신을 했다.
그런데 과연 이걸 배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또 뭔 개소리야? 배신을 했는데 배신으로 볼 수 없어? 이중 스파이야?”
“아무튼 그런 게 있습니다. 일단 지금은 즐기기로 하죠.”
“야.”
“장미야! 네 아빠 욕한다!”
“아빠-!”
“이런 씨! 아니야, 장미야.”
“아빠, 내가 담배 피고 술 마시며 스트레스 푸는 건 괜찮지만 욕은 하지 말랬지! 욕은 아빠의 품격을 떨어트리는 나쁜 행동이라니까?!”
“그럼. 내가 왜 욕을 해. 아빠 욕 안 해.”
종혁은 어린 딸에게 쩔쩔매면서도 죽일 듯 노려보는 오택수의 모습에 낄낄 웃었다.
하지만 그 속은 차가운 냉기만 흐르고 있었다.
‘왜 둘의 조서를 자세히 볼 생각을 안 했을까.’
그랬다면 학교로 돌아간다고 해 놓고, 박수영과 증발하듯 사라져 버린 조상구를 막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일단 면상 보고 이야기합시다, 선생님.’
종혁은 부디 자신이 생각하는 그 일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다.
* * *
“와!”
“우와아!”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산에 둘러싸인 커다란 리조트.
그 그림 같은 풍경과 도심에선 느낄 수 없는 상쾌한 공기에 사람들은 가슴이 뻥 뚫리는 걸 느낀다.
그에 흡연자들은 재빨리 담배를 문다.
공기 좋고 풍광 좋은 곳에서 피는 담배 한 모금.
짝!
비흡연자들이 눈초리를 주기 전 얼른 박수를 쳐 이목을 집중시킨 종혁이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휴가가 끝나는 4일 후까지 이곳에서 머무를 텐데, 첫날은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으니 가볍게 가족들과 오순도순 온천사우나를 즐기시면 되겠습니다. 저녁엔 바비큐 파티가 예정되어 있으니 꼭 참석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튿날에는 스케줄이 좀 갈릴 텐데…….”
낚시와 쇼핑이다.
“목포에 큰 배를 빌려 놨으니 낚시를 하실 분들은 내일 새벽 4시까지 로비로 모여 주시면 되고, 쇼핑을 하실 분들은 광주에 가셔서 백화점 투어 및 광주 관광을 하시겠습니다.”
자식, 남편, 아빠들에게 두둑한 상여금이 내려졌으니 마음껏 이용하시란 말에 가족들의 눈이 번쩍인다.
‘아니?!’
‘팀장님-!’
킬킬 웃은 종혁은 말은 이었다.
“3일째는 등산 및 맛집 탐방. 이것도 가실 분은 가시고, 쉬실 분은 쉬시면 됩니다. 그리고 4일째는 휴게소 맛 탐방을 하면서 천천히 복귀를 하겠습니다. 질문 있으십니까?”
“아니요-!”
“좋습니다! 그럼 해산! 저 리조트 꼭대기 층 왼쪽에 있는 아무 방이나 골라 들어가세요!”
“……네?”
“우리 남편, 자식, 아빠분들께서 너무 일을 잘해 주셔서 상부에서 휴가 지원금이 나와 꼭대기 층 반을 전세 낼 수 있었으니 감사하다 말하며 돌격!”
“미, 미친?”
“돌겨억!”
“도, 돌격!”
“사랑해 아빠!”
“잘했다, 내 동생!”
“우와아아아아아아!”
종혁은 짐 가방을 마치 열쇠고리처럼 흔들며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흐뭇이 웃었다.
“야, 야.”
“네?”
“우리 휴가 지원금까지 나온 거냐? 상여금도 그렇게 받았는데? 대체 왜 이러는데? 적응 안 되게!”
바뀌어도 너무 바뀐 상부에 적응이 안 된다.
종혁은 이런 오택수의 말에 피식 웃었다.
“나오긴 나왔죠. 한 2백만 원?”
“응? 자, 잠깐 그럼?!”
“전 먼저 들어갑니다. 짐 들고 천천히 오세요.”
담배를 문 종혁은 리조트 안으로 걸음을 옮겼고, 오택수와 다른 팀원들은 그런 종혁의 등을 망연자실 쳐다봤다.
“……저 미친 새끼가 또?”
“또, 또요?”
“뭐야, 최재수 너 몰라?”
오택수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특수범죄수사과의 태국 휴가 여행을 말해 주었다. 파라다이스 그 자체였던 그날의 휴가를, 휴가 경비 전액을 혼자 부담한 종혁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팀원들이 입을 떡 벌리며 종혁을 응시했다.
그렇게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휴가가 시작되었다.
“여깁니다, 팀장님!”
“커피 드셨습니까? 안 드셨으면 여기 커피 드세요!”
“아침엔 사과죠! 사과주스입니다!”
새벽녘, 어젯밤 거나하게 취해서 그런지 부스스한 얼굴을 하던 팀원들은 종혁이 로비에 등장하자마자 눈을 부릅뜨며 가져온 것들을 내민다.
‘왜 이래?’
종혁은 설명해 달라는 듯 오택수를 봤고, 오택수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런 종혁의 반응에 팀원들의 가슴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무리 부자라지만 그런 돈을 지불하셨는데도 이런 반응을 보이시다니!’
자신들이었다면 아마 티를 내지 못해 안달이 났을 것이다.
‘역시 우리 팀장님이야!’
이분이 자신들의 리더다.
이분 말고 다른 리더는 생각할 수 없다.
종혁은 더욱 초롱초롱 하게 빛나는 그들의 눈에 종혁은 주춤 물러났고, 아버님들은 난생처음 보는 아들들의 모습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응원했다.
그들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여행 경비를 누가 부담하는지에 대해 말이다.
‘잘한다, 내 아들!’
‘그래! 상사 비위는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부터 맞추는 거다!’
종혁이 어디 그냥 상사인가. 회사로 치면 오너 직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승진 가도를 걷는 엘리트 간부다.
그것도 능력도 좋고 돈까지 팍팍 쓰는 이상향 같은 간부.
“어…… 뭐, 잘 마실게. 너희도 이것들 먹어.”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짐은 이리 주십시오!”
“제게 주십시오!”
종혁이 들고 온 짐을 두고 옥신각신하던 그들은 버스가 도착하자 천천히 오시라 외치며 우르르 몰려 나갔고, 눈을 끔뻑이던 종혁은 이내 피식 웃으며 느긋이 뒤를 따랐다.
오택수는 그런 종혁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새끼가 아주 의뭉스러워. 다 의도해 놓고 그런 반응 보이기 있기? 없기?”
“……있기.”
비록 이택문이 모았다지만, 자신이 가르치고 키운 내새끼들이다.
새로 온 팀장이 부릴 수작에 흔들리는 꼴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계획한 여행이었다.
종혁의 입꼬리가 비틀렸고, 오택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최 경장은요?”
“응? 같이 내려왔었…… 하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최재수를 찾던 오택수는 한구석에 구겨져 졸고 있는 최재수를 발견하곤 한숨을 탁 내뱉었다.
오늘 낚시를 갈 것임에도 어젯밤 술을 들이부었던 최재수.
오택수는 그에게 걸어가 머리를 움켜쥐었다.
“악?! 아아악!”
“인나, 새끼야.”
“자, 잠깐, 탭! 탭탭!”
최재수는 오택수에게 끌려갔고, 종혁은 뒤를 따르며 담배를 물었다. 휴가를 왔음에도 언제나 같은 하루였다.
그렇게 목포로 향한 그들은 쭈꾸미 낚시를 했는데, 이날 약 열 다섯 명이 낚아 올린 쭈꾸미만 무려 천오백여 마리. 넣었다 빼면 올라오는 수준에 모두 정신없이 낚시에 매진했다.
이 역시도 돈질의 결과였다.
미끼를 포대로 부어 버리는 데 쭈꾸미가 꼬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미 이런저런 이유로 낚시 경험이 있는 아버님들은 그 어마어마한 돈질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고, 아들들의 옆구리를 찌르며 저 줄은 무조건 꽉 잡아라 각인을 시켰다.
그렇게 그들의 휴가 여행은 웃음으로 가득해져 가고 있었다.
3박 4일의 휴가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쉬워하진 않았다.
지루해서가 아니라 너무도 만족스러웠던 시간.
휴가 후유증이 올게 분명할 거라며 걱정이 될 만큼 좋았던 휴가였다.
“아이고. 같이 가시지 않고요, 팀장님.”
“근처에 볼일이 좀 있어서 그래요, 할머님. 전 걱정 마시고 조심히 올라가세요.”
“그래도…….”
박동수 경장의 할머님뿐만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무척이나 아쉬워하고 있다. 누군가는 아들의 옆구리를 찌르며 따라가라고 재촉하기도 해서 종혁은 달래느라 애를 써야 했다.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버스에 오른 그들이 모두 떠나자 종혁은 오택수와 최재수를 봤다.
이미 종혁에게 사정을 들어 낯빛을 굳히고 있는 둘.
“이제 가죠.”
돌아서는 종혁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 * *
저 멀리 가을 단풍으로 물든 산이 보이는 바닷가.
통통통.
검은 연기를 토하는 작은 배 한 척이 바닷물을 느릿하게 가르며 선착장으로 들어선다.
“형님! 오늘은 좀 잡혔어?”
“그럭저럭!”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새까맣게 탄 오십대 선장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다. 오늘도 선창 하나를 가득 채우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선장은 눈만 빼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마스크를 쓴 채 뒷정리를 하는 사내를 흐뭇이 바라봤다.
‘저 양반이 어신이지, 어신이야.’
두어 달 전 갑자기 마을에 나타나 선창가를 기웃거리며 일감을 구하던 양반.
비리비리해서 힘이나 쓸까 싶었지만 그래도 사정이 딱해 보여 배에 태웠는데, 그때부터 바다로 나갔다 하면 풍년이었다.
“좀 이따가 넘어와! 한잔하게!”
“알았어요!”
그렇게 동네 동생이 선착장을 빠져나가자 선장도 그제야 뒷정리를 도왔다.
그렇게 정리를 모두 마치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고, 사내도 쓰고 있던 마스크를 그제야 벗을 수 있었다.
뿌드득!
“휴우우.”
새벽에 시작되어 이제야 끝난 일.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다는 생각에 사십대 중년인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에게 선장이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섰다.
“어떻게 오늘은 한잔할 수 있겠어?”
“죄송합니다. 애가 기다려서…….”
안절부절못하는 그의 모습에 선장의 얼굴이 슬쩍 구겨진다.
“이봐, 선생 양반. 이름이 조상구라고 했던가?”
그랬다. 그는 박수영과 자취를 감춘 조상구였다.
“예, 조상구입니다.”
“그래. 상구 동생. 내가 상구 동생이 막냇동생 같아서 하는 말인데, 이런 시골에서 그렇게 빼고 다니면 안 좋아. 싫어도 해야 되는 게 시골이야.”
“죄, 죄송합니다. 다음엔 꼭 참석하겠습니다.”
“아니, 혼내는 게 아니라…… 어휴. 그러면 이거라도 가지고 가.”
선장은 오늘 포획한 것들 중 일부를 담아 내밀었다.
“날 추워지니까 마늘, 대파 넣어서 푹 끓여 먹어. 도시 사람이 바다 추위 우습게 봤다간 골병들어.”
“가, 감사합니다.”
“그래, 가 봐. 내일은 쉬니까 모레 나오고.”
“예, 예.”
고개를 연신 숙인 조상구는 선착장으로 뛰어내렸고, 발을 잘못 디뎠는지 휘청이는 그의 모습에 선장은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물었다.
“선생까지 했다는 양반이 어쩌다가…… 쯧쯧. 하늘도 무심하시지.”
“여보오! 또 담배 피냐!”
“이크! 안 폈어! 가-!”
그는 시동키를 챙기며 선착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선착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에 접어든 조상구는 돌연 몸을 멈추며 양손을 응시했다.
바닷물에 팅팅 붓고 굳은살이 박이기 시작한 손.
결코 교육자의 것이 아닌 손이 달달 떨리고 있다. 부서질 듯 아픈 허리에 달린 다리도 마찬가지다.
이젠 좀 적응할 만도 하건만 여전히 아픈 몸뚱이에 조상구는 울컥하고 만다.
“……푸후. 아니다, 아니야.”
이 고생 모두 수영을 위해서가 아니던가.
이 몸 하나 부서져서 수영이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처량히 웃은 그는 선장이 준 봉지의 내용물을 살폈다가 깜짝 놀랐다.
“이건?”
오늘 통발을 걷을 때 함께 딸려온 우럭과 꽃게다.
선장이 술안주를 할 거라며 따로 챙겼던 바다가 준 깜짝 선물들.
오늘도 퉁명스러우면서도 이렇게 챙겨 주는 선장의 마음씀씀이에 조상구는 미안해 어쩔 줄 몰랐다.
그러면서도 이걸 보고 좋아할 수영의 얼굴이 떠올리니 오늘 하루의 피로가 모두 날아가는 것 같았다.
조상구는 걸음을 재촉했다.
“얼른 가자.”
오늘도 하루 온종일 집에만 있어 심심했을 수영이.
얼른 가서 입에 뭘 넣어 줘야 삐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천근만근 무거운 다리를 재촉해, 선장처럼 좋은 마을 사람들 덕분에 구할 수 있었던 보금자리로 향했다.
덜컹!
조상구는 철문을 활짝 열며 크게 외쳤다.
“수영아! 아빠 왔…….”
수영을 부르던 조상구는 입을 다물었다.
원랜 잡초만이 무성했어야 할 마당에 웬 그릴이 있는 것도 모자라 고기가 구워지고 있고, 절대 여기에 있으면 안 될 종혁이 한 손에 술잔을 든 채 수영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고 있다.
웬 남자 두 명이 더 있지만,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조상구에겐 오직 종혁만 보인다.
“어? 선생님…… 아니, 아빠! 다녀오셨어요!”
벌떡 일어나 쪼르르 달려가는 수영.
그제야 고개를 돌린 종혁은 딱딱하게 굳어 버린 조상구를 번들거리는 눈으로 응시했다.
“아빠라…… 훗. 우리 할 말이 참 많을 것 같지 않습니까? 수영이 아버님?”
사납게 일그러지는 미소에 조상구는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 * *
쪼르르!
수영 때문에 거부했던 술잔에 술이 따라진다.
“드시죠.”
조상구는 찰랑이는 술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솔직히 잡히지 않을 줄 알았다.
그가 여태껏 보아 왔던 경찰은 의욕이 없었기에, 다 한통속이었기에.
종혁은 좀 많이 달랐지만 그래도 사건을 해결했으니 이제 관심을 끌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씁쓸히 웃은 조상구는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아빠, 여기!”
“……고마워. 맛있네.”
“에헤헤.”
수영의 머리를 쓸어내린 조상구는 종혁을 봤다.
“정말 좋은 경찰이십니다.”
“그런 대답을 듣고 싶은 게 아닙니다만.”
“한 잔 더 주시겠습니까?”
종혁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조상구에게 술병을 기울였다.
“푸! 푸후!”
한 잔, 두 잔, 세 잔.
종혁의 손에서 술병을 낚아챈 조상구는 연거푸 술을 들이켰고, 종혁은 그 모습을 빤히 보다 다시 술을 들이켜려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곤 왜 그러냐는 듯 보는 조상구의 모습에 눈으로 수영을 가리켰다.
처음 보는 조상구의 모습에 울상이 되어 안절부절못하는 수영.
움찔!
“푸흐흐…….”
돌연 웃음을 터트린 조상구는 종혁을 보며 처연히 웃었다.
“제가 나쁜 놈처럼 보이시지요?”
“그럼 나쁜 놈이…… 윽?!”
최재수가 이를 악물며 달려들려 하자 오택수가 재빨리 내리눌렀다.
“놔 봐요! 납치범이잖아요! 아, 진…… 읍! 으읍!”
종혁은 무시하며 조상구를 봤다.
그의 눈은 어떠한 광기, 아니 한과 분노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래요! 나쁜 놈으로 보이겠죠! 자, 그럼 잡아가십시오! 저 잡아가시고 우리 수영이는 보육원에 보내십시오! 그러면 되잖습니까! 어서요! 어서!”
“아, 아빠…….”
“어서요! 제발! 뭐합니까-!”
종혁은 양손을 모아 가슴을 미는 그를 무심히 바라보다 말을 툭 던졌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멈칫!
발버둥 치던 재수도, 그를 내리누르던 오택수도 굳어 버린다.
“어, 어떻게…….”
종혁은 파랗게 질리는 그를 응시하며 수영의 아랫배에 손을 가져갔다.
“히잉. 아저씨도 아픈 짓 할 거야?”
오싹!
끔찍한 소름이 그들의 몸을 잠식한다.
그 안에서 유일하게 흔들림이 없는 종혁은 이제 낯빛이 검게 변하는 조상구를 보며 이를 드러냈다.
“학교가 이 아이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겁니까.”
앞으로 수영에게 속죄하며 살겠다는 마음에 고된 노동도 버텼던 조상구는 눈을 질끈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