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22화 (222/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22화>

    지랄을 하지 않으면 초살, 지랄을 하면 아주 박살.

    종혁의 계속되는 연승에 지방청이나 SWAT는 똥 씹은 얼굴로, 본청 선수들은 구세주를 만난 사람처럼 표정이 볼만해진다.

    지금도 그랬다.

    빗당겨치기를 하던 종혁은 깃을 잡은 손을 놓으며 얼굴로 가져갔다. 그와 동시에 상대의 무릎이 종혁의 관자놀이를 때린다.

    퍼어억!

    그 순간 둘의 시간이 잠시 멈추고, 종혁은 느릿하게 일그러지는 상대를 향해 코웃음을 친다.

    ‘개새끼.’

    그러며 밀던 팔을 부욱 대각선으로 끌어 내린다.

    쿠웅!

    직후, 상대의 얼굴 한쪽 면과 어깨가 매트에 처박힌다.

    “저, 절반!”

    종혁은 느긋이 손을 놓았고, 정신없는 와중에 후속 공격이 들어올까 다급히 물러났던 사내는 손을 내밀며 뭐하냐는 듯한 종혁의 표정에 얼굴을 구긴다.

    그런 후에야 관람을 하던 사람들의 입이 트인다.

    “저, 이 씨발! 야! 깔끔하게 못하냐!”

    “시발. 이게 유도 대회야, 격투 대회야!”

    “아오! 아까비!”

    “뭐? 아까비?!”

    사람들의 외침을 무시한 종혁은 흐트러진 도복을 깔끔하게 고치곤 들어오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씨익! 씩!”

    ‘어이구, 울겠네.’

    뭐가 그렇게 분한지 씩씩거리는 삼십대 초반의 사내.

    그럴 수밖에 없다.

    발목을 후려치려 들기에 빗당겨치며 발목을 걷어차 버렸고, 팔꿈치를 휘두르기에 팔꿈치를 휘감아 땅바닥에 메다꽂아 버렸다.

    배를 때리기에 양쪽 갈비뼈도 몇 번 훑어 줬다.

    덕분에 상대의 코 아래는 피범벅이었는데, 그런 몰골로 씩씩거리니 방울처럼 부풀던 피가 퐁 하고 터진다.

    결국 웃음이 터져 버린 종혁은 미안하다며 손을 젓곤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음. 힘드시면 왼손하고 오른발만 써 드릴까요?”

    뚝!

    “이, 개씨발 새끼가아-!”

    결국 눈이 돌아 버린 상대, 결승 상대가 된 다른 청의 SWAT 대원이 눈을 까집으며 달려들자 종혁은 스트레이트로 광대를 노려 오는 손을 잡고 양팔로 휘감았다.

    ‘걸렸어.’

    종혁은 그의 어깨를 뽑듯 겨드랑이에 팔꿈치를 집어넣으며 머리 위로 엎어쳤다.

    꽈아아앙!

    “……한파안!”

    “우와아아악!”

    “최 경감-!”

    종혁은 낙법을 제대로 못해 꿈틀거리는 상대를 무심히 바라봤다.

    “싱겁네.”

    도발이 아니다. 실제로도 싱겁다.

    모두 다 예열은커녕 몸에 땀 한 방울조차 나지 않은 싱거웠던 승부들이었다. 오히려 준비 운동을 할 때가 더 힘든 수준이었다.

    “실전 유도는 개뿔.”

    실제 대회가 아닌지라 반칙에 대해 조금 관대하여 약간 더 험하고, 약간 더 더러울 뿐. 그저 그뿐이었다.

    이것을 실전 유도라 칭하니 종혁 입장에선 헛웃음만 흘러나왔다.

    “이익!”

    “저 새끼가!”

    종혁은 반발하는 지방청과 SAWT 대원들을 무심히 둘러봤다.

    ‘뭐? 눈 깔아, 새끼들아.’

    수십 대 일이건만 결코 피하지 않은 채 그들을 굽어 보는 종혁.

    아무리 반발을 해도 결국 승자는 종혁 본인이다.

    결국 이를 악문 그들이 시선을 피하자 종혁은 관중석을 봤다. 저 멀리 결승이라고 참관을 했던 이택문 경찰청장과 본청의 고위 간부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옆에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누구 때문인지, 체면 때문인지 환하게 웃진 않아도 한 번, 한 번이 커다랗고 묵직한 그들의 박수.

    ‘이제 좀 만족하십니까?’

    눈으로 보낸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인지 이택문 경찰청장의 입꼬리가 비틀어진다.

    씩 웃은 종혁은 양팔을 들어 올리며 본청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승리자의 세리머니. 지방청 경찰들을 향해 야유를 보내던 본청 사람들이 활짝 웃는다.

    “으하하핫! 역시 메달리스트는 다르네!”

    “그냥 메달리스트가 아니라 무제한급 세계 1위였다잖아!”

    “잘했어! 네가 우리 본청 명예를 살렸다! 봤냐, 이 새끼들아?! 이게, 우리가 본청이야!”

    그들에 의해 높이 들려진 종혁은 입꼬리만 비튼 채 다시 지방청 경찰들을 내려다봤고, 그렇게 경찰의 날 유도 대회가 막을 내렸다.

    * * *

    사격 대회도 마무리가 되면서 경찰의 날 행사는 이제 폐회식만 남겨 두고 있었다.

    그에 오늘 전국 각지에서 모인 경찰들은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특설 무대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누가 최종 우승을 할까 내기가 걸렸을 만큼 잘해 줬던 좌충우돌 파출소 생활기의 연예인들.

    경찰의 고충을 알아주고, 공감해 주며, 더 슬퍼해 주던 그들을 싫어할 경찰은 이 자리에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를 넘어서 어떤 팀의 팬이 되어 앨범을 산 경찰들이 대부분이었고, 여섯 팀 전부에 팬이 된 경찰도 더러 있는 수준이었다.

    한 번 꽂히면 집요하게 판다.

    그게 경찰이었다.

    그때였다.

    파바방! 퍼엉!

    어둠을 밝히는 조명과 불꽃이 터지는 것과 함께 4명의 여성들이 무대 아래서 쏘아지듯 튕겨져 나온다.

    -소릴 높여 봐! 더 크게 질러 봐!

    “우오오오오오오!”

    “티파니다, 티파니!”

    “그래, 내가 티파니가 될 줄 알았다니까-!”

    “사랑해요, 티파니! 우윳빛깔 티파니!”

    의자에 앉아 있던 경찰들은 벌떡 일어서며 목소리를 높였고, 가장 앞자리에 앉은 종혁은 해맑게 웃는 박성아와 이인영을 보며 풀썩 웃었다.

    마침 눈이 마주치자 그동안의 몸 고생 마음고생이 다시 뇌리를 스치는지 눈시울을 왈칵 붉히는 둘.

    ‘끝났네.’

    지난 몇 개월의 고생을 떠올린 종혁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이제 거의 끝났군.”

    종혁은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는 이택문 경찰청장과 고위 간부들을 봤다.

    “벌써 일어나시는 겁니까?”

    “우리가 있어 봤자 저놈들이 제대로 즐기기나 하겠나?”

    짓궂은 홍보담당관의 말에 뒤를 돌아본 종혁은 피식 웃었다.

    애써 경찰로서 체면을 지키려는 듯 무대로 달려 나가진 않지만, 정신줄은 이미 놔 버린 채 몸을 흔드는 경찰들. 지방청의 간부들도 어흠어흠 헛기침을 하면서도 어깨를 살짝살짝 들썩인다.

    최재수도 그 사이에 껴서 이에에에 외치는 이인영의 털기춤에 함께 골반을 털고 있다.

    ‘아놔, 저 화상.’

    그래도 이 인간적인 모습들이 어떤 식으로 비춰질지 알기에 종혁은 말리지 않고 가만두기로 했다.

    놀땐 놀 줄 아는 유쾌한 경찰. 분명 플러스적 요소다.

    “그리고 이제 경찰 이미지 마케팅과의 향방도 정해야지.”

    번뜩!

    종혁은 눈을 빛내며 이택문 경찰청장과 고위 간부들을 봤다.

    “따라와.”

    “충성.”

    종혁은 몸을 돌리는 이택문 경찰청장과 그들을 따라 조용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치 종혁도 고위 간부라는 듯 위화감이 없는 모습.

    그런 종혁과 그들의 모습을 박종명 부산청장이 뚫어져라 응시했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하지.”

    이택문 경찰청장의 말에 종혁은 속으로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위 간부들을 바라봤다.

    ‘과연 누굴까. 날 데려가게 될 사람은 누구일까.’

    그동안 홍보담당관 아래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임시에 불과했던 경찰 이미지 마케팅과.

    본격적으로 활동을 이어 나가기 위해선 이제 임시가 아닌, 정식으로 한곳에 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었다.

    툭!

    “음?”

    “골라 봐.”

    종혁은 의아한 눈으로 이택문을 보았고, 이택문은 입술을 비틀었다.

    “어떤 놈이 새 팀장에 적합한지.”

    새 팀장.

    종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토사구팽?’

    경찰 이미지 마케팅과의 효용성이 증명된 지금, 이젠 팀장에 걸맞은 직급의 인물을 새로이 앉히려 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능력과 별개로 종혁의 직급은 경감에 불과했으니까.

    그러나 이택문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떤 놈이 최 경감에게 줄 게 많을 것 같은지 골라보라고.”

    “……제가 직접 말입니까?”

    “그럼? 홀랑 가로챌까 봐?”

    종혁은 의미심장하게 웃는 이택문과 고위 간부들의 모습에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입술을 비틀었다.

    ‘이 양반들 봐라?’

    * * *

    -뭣들 하는 거야! 어린 간부 보기 부끄럽지도 않아?!

    고성이 터져 나오는 건물의 밖.

    경찰 홍보단까지 합세하며 무대의 열기가 뜨거웠지만, 경찰 이미지 마케팅과는 그 건물 밖에 모여 초조하게 다리를 떤다.

    앞으로 그들 부서의 향방이 정해질 순간이기에 모두 연신 담배를 찾는다.

    그리고 몇몇 경찰도 왜인지 건물 주위를 기웃거린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벌컥!

    갑자기 문이 열리며 이택문과 고위 간부들이 걸어 나온다.

    대부분 인상을 찌푸린 상태지만, 딱 두 명만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두 명 중 한 명이 종혁의 어깨를 두드린다.

    “추, 충성!”

    “험.”

    “어험.”

    경찰 이미지 마케팅과 팀원들의 경례에 고위 간부들은 헛기침을 하며 걸음을 재촉했고, 이택문 경찰청장은 그런 그들을 보며 혀를 차면서도 아무런 말도 안 한 채 발을 뗐다.

    그런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팀원들은 종혁에게 달려들었다.

    “어, 어떻게 됐습니까?”

    “저흰 어느 부서 산하로 들어갑니까?”

    종혁은 마치 먹이를 들고 온 어미새에게 입을 벌리며 달려드는 아기새들 같은 그들의 모습에 담배를 물었다.

    찰칵! 치이익!

    “뭐야, 다들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내가 데려왔어.”

    “아, 맞아. 오 경위님이 제 뒤에 계셨죠.”

    고개를 주억 거린 종혁은 잔뜩 기대하는 시선들에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경찰 이미지 마케팅과는 현 시각 이후부터 기획조정 산하로 편입이 된다.”

    “……왁!”

    “기, 기획조정이요?!”

    본청에서도 요직 중 요직인 기획조정.

    팀원들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종혁은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들을 향해 말을 이어 갔다.

    “대신 과가 아니라 팀으로 부서명이 변경될 거고, 총경급 인사가 새로운 팀장으로 올 거다. 난 부팀장으로서 그분을 보좌할 거고.”

    그것도 이택문과 대립각을 세우는 파벌들 쪽에서 한 명을 택해 부임시킬 예정이다.

    정치. 지금까지 칼춤을 췄기에 화해의 손길을 내미려는 이택문의 정치였다.

    쿵!

    팀원들이 몸이 모두 굳는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불신 어린 눈으로 종혁을 봤지만, 종혁의 입에선 담배연기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아니, 이건 아니죠!”

    “맞아요! 팀장님이 아니었으면 저희 과가 이렇게 컸을 리가 없잖아요! 우리 과를 누가 만들었는데! 그리고 이번에 청장님이 발표한 정책들을 누가 기획했는데-!”

    그들의 얼굴이 방금 전과 다른 의미로 벌겋게 달아오른다.

    상부를 향한 실망으로 얼룩지는 그들의 얼굴에 종혁은 ‘그래도 내가 나쁜 리더는 아니었구나’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지금 웃음이 나오십니까?!”

    종혁은 불같이 화를 내는 최재수를 보며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그럼? 울까?”

    “…….”

    종혁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어차피 이게 맞는 거야. 팀장인데 계급이 경감인 게 말이 돼?”

    특수범죄수사과의 과장인 김종두도 총경으로 진급하고 나서야 ‘이제야 직책에 맞는 계급’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본청은 그런 곳이었다.

    만약 종혁이 팀장 자리를 계속 고집했다면 분명 그를 아니꼽게 볼 사람들이 생겼을 터.

    게다가 이미 수많은 예외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는 종혁이었다. 그 스스로도 이 이상은 조직의 체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며 걱정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이택문과 고위 간부들이 아주 재밌는 일을 벌여 주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 요식 행위만 하자는 거니까.”

    “……아.”

    “그, 그럼?”

    “그래. 앞으로도 지휘봉은 계속 내가 잡을 거야. 새로 부임하시는 팀장님은 얼굴 마담인 거지. 그러니 괜히 간부님들 미워하지 마라. 정말 그런 분들이었으면 우리가 기획한 것들을 받아들이셨겠냐?”

    그제야 내막을 모두 알아차린 그들은 잠시나마 상부를 의심했던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종혁은 웃으며 담배를 껐다.

    “물론 얼굴마담이라고 해도 팀장님이시니까 절대 무시하지 말고.”

    “옙-!”

    “자, 그럼 마지막으로…….”

    “……?”

    “청장님께서 경찰 이미지 마케팅과, 아니 팀에게 10일의 유급 휴가를 명하셨다.”

    쿠웅!

    방금 전과 거의 같은 무게의 충격이 그들을 휩쓴다.

    “저, 정말 10일 유급휴가입니까?”

    “청장님께서 잘해 줬다고 특별히 주신 거야.”

    “우와아아아아악!”

    “이택문 경찰청장님, 만세! 만세-!”

    어디 경찰공무원이 10일이나 연속으로 쉴 수 있을까. 휴가 시즌 때도 어림없는 일이다.

    “아무튼 그거에 이 회식비까지 주셨으니까 모두 내가 예약한 곳으로 튀어 가!”

    “우와아아아아아!”

    종혁은 달려가는 그들의 모습에 푸근히 웃으며 담배를 물었다. 그 담배에 오택수가 불을 붙였다.

    “그래서 네 생각은?”

    종혁은 불신으로 가득한 오택수를 빤히 바라봤다.

    “정말 상부의 말을 믿는 건 아니겠지? 그 자리까지 올라간 양반들의 말을?”

    “……킥!”

    돌연 터진 종혁의 웃음에 오택수와 함께 남아 있던 최재수도 사태를 파악하고 눈을 부릅뜬다.

    주위를 둘러본 종혁은 입술을 비틀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새로 온 팀장이 작정하고 대립각을 세우면 계급에서 밀리는 종혁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터. 이택문 경찰청장과 다른 파벌의 인사니 백 퍼센트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 오는 팀장이 뭘 어쩔 수 있는데요?”

    ‘어차피 내 업적을 가로채진 못해.’

    팀장이 새로 부임을 한다고 한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해야 사후 관리 및 종혁이 해 놓은 걸 그대로 따라 하는 것뿐이다.

    빠듯한 예산으로는 그 이상의 일을 벌일 수 없을 터.

    이미 종혁에 의해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고위 간부들이기에 새로 팀장으로 부임할 총경이 미흡한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종혁과 비교를 하게 될 거다.

    고위 간부들이 욕심을 내기 시작한 꿀단지,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은 독이 든 성배였다.

    종혁은 이미 이런 상황을 대비해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 놨다.

    종혁 본인의 재력이 아니면 정말 빠듯하게만 굴러가도록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순순히 물러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찰청장님과 간부님들은 그걸 알고 있죠.”

    그럼에도 다른 파벌에 팀장을 주기로 했다.

    그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참 재밌는 양반들이라니까요. 그쵸?”

    이런 종혁의 말에 오택수와 최재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혀를 내둘렀다.

    “미친…….”

    “큭큭. 전 새로 온 팀장님에게도 적극 협력해 줄 겁니다. 그 어떤 말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죠. 딱 복귀하기 전까지만.”

    “……복귀?”

    종혁은 의아해하는 그들에 눈을 껌뻑였다.

    “뭡니까? 특수로 안 돌아갈 거예요?”

    그랬다. 종혁은 이럴 생각까지 했기에 순순히 물러났던 거다.

    “아…….”

    “푸후. 그럼 그렇지. 네가 그렇게 허투루 밥그릇을 뺏길 리가 없지.”

    “거기다 난 팀장이 온다기에 순순히 그러라며 물러났으니 적을 만들지도 않고요.”

    적이 아니라 아군만 만들어 놨다.

    투정을 부리면 그놈이 병신이 되는 거다.

    도와 달라 외치면 그때 감히 종혁 자신이 만든 밥그릇을 탐낸 대가를 받아 내면 된다.

    빈틈은 없었다.

    “어때요? 정말 좋지 않습니까?”

    비틀어진 입술 안으로 들어오는 담배 맛이 참 달았다.

    “미친 새끼.”

    “저, 정말 팀장님은…….”

    종혁은 킬킬 웃었다.

    “이왕이면 대가리가 좀 굴러가는 양반이면 좋을 텐데…… 음?”

    주차장에 누군가 서 있다.

    박성아였다.

    “큭큭. 우린 먼저 간다.”

    저번처럼 음흉한 표정을 지은 그들이 걸음을 재촉하자 종혁은 한숨을 탁 내뱉었다.

    ‘정말로 떨어트릴 걸 그랬나?’

    “아직 안 돌아가신 겁니까? 차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예요?”

    종혁의 귀찮아하는 표정에 입술을 깨문 박성아가 얼굴을 구긴다.

    ‘씨이! 진짜 자존심 상하게 만드네, 이 남자!’

    오기가 생긴다.

    하지만 오늘은 그 일 때문에 기다린 게 아니기에 꾹 참았다.

    “그럼요?”

    “혹시 수영이랑 연락 잘 되세요?”

    “박 씨 할아버지 손녀를 말하는 겁니까?”

    “네!”

    “흠. 그러고 보니…….”

    가끔 연락을 할 때마다 핸드폰이 꺼져 있던 수영.

    조상구 선생님도 연락이 한 번에 연락이 닿진 않았다. 몇 시간 후에 수업 중이라 미안하다며 문자를 보내긴 했는데, 종혁도 그동안 업무가 너무 많고 바빠서 그러려니 하고 넘겨 버렸다.

    “생각해 보니 저도 연락이 잘 닿진 않네요.”

    “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요?”

    “그럴 리가요. 아마 수영이 핸드폰이 고장 난 걸 겁니다.”

    “그렇겠죠?”

    “예, 그럴 겁니다. 안 그래도 한번 찾아가 보려고 했으니 너무 걱정 마시고 돌아가 보세요.”

    “……꼭 알려 주셔야 해요.”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그대로 몸을 돌려 차로 향했고, 박성아는 오늘 좋았다, 우승팀이 된 걸 축하한다 뭐 그런 일반적인 말조차 꺼내지 않는 종혁의 모습에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이 시릴 만큼 차가워서 오만 정이 떨어지는 종혁.

    ‘하지만 어쩌겠어. 먼저 반하면 지는 거지.’

    “칫!”

    혀를 찬 그녀는 차에 오르자마자 음흉하게 쳐다보는 멤버들의 눈빛을 무시하며 눈을 감았고, 그녀들을 태운 차도 그제야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경찰의 날 행사가 뒷마무리까지 모두 마무리되었다.

    * * *

    이제 완연한 가을이 된 어느 날의 아침.

    정혁 빌딩이 제법 시끄럽다. 단풍이 물든 가을 산으로 MT를 가기 위해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팀원들과 그 가족들이 모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죽기 전에 우리 박동수 경찰 아드님이랑 여행을 다 가네.”

    “아니, 내가 언제 안 간다고…….”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시끌시끌, 왁자지껄!

    다들 오랜만의 여행이라서 그런지 흥분한 사람들을 흐뭇이 바라보던 종혁은 갑자기 울리기 시작한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갔다.

    -눈을 떠…….

    ‘아, 맞아. 수영이.’

    또 까먹었다고 자책한 종혁은 얼른 전화를 받았다.

    “예, 최종혁입니다.”

    -어! 지금 거의 다 왔거든?

    “빨리 오세요. 오 경위님이 제일 늦고 계세요.”

    -알았어! 금방 갈게!

    전화를 끊은 종혁은 생각난 김에 다시 수영과 조상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둘은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니, 이럴 거면 핸드폰을 뭐하러 들고 다닌데?”

    결국 그는 기억을 더듬어 조상구가 쓴 조서에서 얼핏 본 학교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예. 설화학교 행정실입니다.

    ‘설화?’

    종혁은 눈을 끔뻑였다.

    그러다 삽시간에 표정이 굳었다.

    “정말 학교 이름이 설화인 겁니까?”

    -네. 무슨 일이신가요?

    ‘정말 그 설화라고?!’

    설화학교.

    경찰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

    ‘이 이름이 여기서 왜 나와?’

    종혁은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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