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21화>
툭!
오와 열을 맞춰 서 있던 경찰들이 이택문 경찰청장의 말에 입을 떡 벌린다.
-또한 경찰의 날을 맞이해 순직에 대한 규정 범위를 확대 심사할 예정이며…….
방금까지 들은 믿지 못할 말들 가운데 가장 믿지 못할 말인 순직 규정 범위 확대.
‘상부가…… 변하고 있다?’
솔직히 예산 증대 및 근무 환경 개선에 힘을 썼던 최기룡 전 경찰청장이 임기를 모두 마치고 물러나자 암울해했었던 그들이다.
이택문 경찰청장이 취임을 하자마자 칼을 뽑아 들며 피바람을 일으켰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제 힘들어지겠구나. 좋은 날은 다 갔구나.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겠구나.
하지만 아니었다.
이택문은 이런 걸 준비하고 있었던 거다.
그들의 머릿속에 이택문 경찰청장의 취임사가 스쳐 지나갔다.
경찰의 인권과 공권력 향상에 온 힘을 쏟겠다.
그 말은 진실이었다.
“이, 입에 발린 말이 아니었다니…….”
“저, 정말이라니…….”
상부가 바뀌고 있었다.
바라고 또 바랐던 모습의 상부처럼. 그 이상향처럼.
그들의 피와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상으로 축하사를 마칠까 합니다.
-지, 지금까지 이택문 경찰청장님의 축하사였습니다.
“전체에-! 차려엇-!”
척!
“이택문 경찰청장님께 대하여-! 경례-!”
“추우웅 서어엉-!”
-충성. 쉬어.
“우와아아아아아!”
행사장을 터트려 버릴 듯한 함성.
종혁은 뚱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이택문 경찰청장을 향해 미소를 지어 주었다.
* * *
이택문 경찰청장, 경찰의 날 행사에서 개혁을 외치다.
크게 변화할 경찰. 국민들, 기대해 달라.
취임식 때의 포부를 지킨 경찰청장. 대한민국 범죄자 꼼짝 마!
파격에 가까운 발언.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이택문 경철청장의 연설문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언론사들은 그동안의 고질적인 문제를 모두 뜯어고치겠다는 개혁에 가까운 파격발언을 기사로 옮기기 바빴고, 국민들은 뜬금없이 포털 사이트를 장악하는 기사들에 경찰들에게 이런 고충이 있었냐며 그 약속이 지켜지기를 바랐다.
그건 경찰의 날 유도 대회를 위해 체육관에 모인 경찰들도 마찬가지였다.
“와, 여기도 난리가 아니구나. 난리가 아니야.”
“허어. 형님, 핸드폰으로 인터넷도 하십니까? 엄청 부자셨네요?”
“지금 그게 중요하냐?”
이택문 경찰청장의 파격 발언이 기사로 써졌다.
이젠 정말 빼도 박도 못한다는 소리다.
“이거 취임식 이후 칼춤을 춘 게 이걸 위한 밑밥이었던 거 아니야?”
“와 씨,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대체 얼마 동안 준비를 한 거야? 그것도 이렇게 감쪽같이!”
“청장이 되기 전부터 벼르고 있었다고 봐야겠지.”
“그건 아닐 거야. 내가 본청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들은 건데, 이거 어떤 젊은 간부가 입안을 한 거래.”
“그게 말이 돼? 젊은 간부가 이걸 기획한다고?”
“그럼 그 엉덩이 무거운 고위 간부들이 했다는 건 말이 되고?”
“……아, 몰라. 난 앞으로 매일 본청을 향해 절할 거야!”
“난 그 간부 찾으면 뽀뽀를 퍼부어 주겠어!”
‘입을 다물어야겠네.’
후끈한 열기로 가득한 체육관.
오늘 대회 출전을 위해 참석한 경찰들의 대화를 듣던 종혁은 슬그머니 자리를 옮겨 몸을 풀었다.
뚜둑뚜둑!
오랜만에 유도복을 입고 몸을 풀고 있지만, 여전히 표정이 뚱한 그.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네. 청장님은 왜 나를 출전시킨 거지?’
이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해 봤자 종혁이 가져갈 수 있는 거라곤 ‘유도왕’이라는 타이틀과 소정의 포상금뿐이다.
인사고과와 특진 포인트에 약간의 영향을 줄 순 있지만, 진급의 향방을 결정지을 정도로 큰 점수는 아니다.
즉, 아무런 영양가가 없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도 이택문은 굳이 종혁을 출전시켰다. 그것도 방송국에서 촬영까지 하는 대회에 말이다.
‘설마?’
“선배님, 혹시 요 몇 년 동안 본청에서 우승자 안 나왔어요?”
종혁은 본청 소속으로 함께 출전한 경찰을 봤다.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에다 경찰대학 출신으로 종혁에겐 무려 9년 선배다. 계급은 경감.
“응?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면 절 출전시킬 이유가 없을 것 같아서요.”
각 지방청에서 선별하고 선별해 출전시킨 선수들을 보니 더 확신이 생긴다. 정확히는 이십대에서 사십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들의 몸 상태를 보니 확신이 생기는 것이다.
젊은 이십대들이야 몸이 좋지만, 삼십대 이후부터는 거의 다 똥배가 나온 아저씨들이다.
운동선수들처럼 일부러 찌운 게 아니라 그냥 술배, 나이 배다. 다른 말로 연륜, 나이 먹은 증거.
이런 이들에게 본청이 밟힌 거다.
그래서 자존심 회복을 위해 종혁 본인을 출전시킨 거다.
또 그래서 의문이 든다.
‘왜 아무도 나를 신경 안 쓰는 거지?’
종혁 본인은 유도 금메달리스트다.
그런데 여기 있는 선수들 전부 힐끔 보더니 신경을 끈다. 멀리의 누군가는 비웃기까지 한다.
분명 종혁 자신이 누군지 아는 거다. 그럼에도 무시를 한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신경 쓸 가치가 없다는 듯.
‘이건 좀 신선한데?’
처음 전국체전에 출전했을 때 이후로 처음 받는 종류의 시선.
종혁의 입술이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선배 경찰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뭐,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음?”
웅성웅성!
갑자기 체육관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지자 고개를 돌렸던 종혁은 가슴을 펴며 들어오는 덩치들에 휘파람을 불었다.
대충 봐도 몸들이 죄다 탄탄해 보이고 제법 위험한 분위기를 풍긴다. 일당백의 전사들이랄까.
종혁은 저런 인적 자원이 있었냐며 눈을 빛냈고, 선배 경찰은 또 왔다며 혀를 찼다.
“쟤들, 스와트 때문이야.”
“SWAT? 아, 저 사람들이 경찰특공대예요?”
경찰청 대테러특수부대 SWAT. 훗날 SOU로 이름을 바꾸는 경찰특공대다.
회귀 전 작전을 함께한 적이 제법 있지만 언제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누가 누군지 몰랐던 SWAT.
‘하긴 맨날 훈련에 훈련을 거듭할 텐데 저런 분위기를 풍길 수밖에 없지.’
일반 형사들과 달리 사람을 죽이는 훈련을 하는 단체이기에 기질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제야 그들이 풍기는 위험한 분위기의 정체를 알아차린 종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갸웃했다.
“근데 쟤들이 왜요?”
“쟤들이 상을 독식하니까. 거기다…….”
“음?”
“후, 아니다. 좀 이따가 보면 알아.”
의아해한 종혁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SWAT들을 응시했다.
분분히 비켜서는 경찰들 사이를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구석으로 향하는 그들. 마치 백수의 왕 사자 무리와 그런 사자 무리를 경계하는 짐승들을 보는 듯한 광경이다.
“흐음.”
‘설마 쟤들 때문인가?’
종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는 사이 대회가 시작되었다.
* * *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대전청 파이티잉-!”
“이기자! 아자, 아자 강원청-!”
오늘 출전하는 선수들 전부 각 지방청을 대표해서 그런지 응원의 열기가 뜨겁다.
종혁과 출전 선수를 응원하는 본청 응원단의 열기도 뜨겁다.
“꺄아악! 최종혁 경감님!”
“유민선 경감님 파이팅-!”
다른 지방청들과 달리 여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본청 응원단. 오늘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은 본청 선수들을 향해 부러움과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누군 시꺼먼 남자들인데 누군!’
‘씨발. 이번에도 죽여 버린다!’
“휘유. 잡아먹히겠는데요?”
“잡아먹히기만 하면 다행이지.”
“음?”
“최 경감, 네가 첫 경기였던가?”
“네. SWAT 대원이 제 상대더라고요.”
회귀 전까지 통틀어도 단 한 번도 붙지 못했던 SWAT. 선배 경찰은 이들에 대해 안 좋은 반응을 보였지만, 종혁은 어떤 유도를 할까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최 경감, 아니 종혁아. 얘들 험하다. 조심해.”
“예?”
“힘들면 그냥 기권해도 돼. 그래도 너한테 뭐라 할 사람 없어.”
“그게 무슨…….”
-본청 소속 최종혁 경감. 최종혁 경감은 출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예!”
종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매트로 향했고, 이윽고 종혁보다 체구가 약간 작은 이십대 후반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 * *
그렇게 무제한 체급 첫 경기가 벌어지기 몇 분 전, 서울경찰청 산하 대테러부대 KNP868 소속인 한 삼십대 남성이 종혁과의 경기를 앞둔 서글서글한 인상의 사내를 부른다.
“주철아.”
“예?”
“저놈 알지?”
“당연히 알죠.”
유도를 하는 사람치고 종혁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왜 그러십니까?”
“밟아. 평소처럼.”
“……예?”
“저 새끼 좀 짜증 나지 않냐? 어린놈의 새끼가 국민들 세금으로 경찰대를 졸업해 놓고도 국방의 의무를 안 하는 것도 모자라…….”
본청에 들어가더니 팀장이 됐다.
자신들은 죽어라 훈련하고 출동을 해도 아직 팀장이 아닌데 말이다. 배알이 꼴릴 수밖에 없었다.
“특수에서 좀 날렸다지만, 어차피 다른 형사들처럼 소꿉놀이나 하는 새끼가 나대는 거 좀 그렇지 않냐?”
“흐음. 듣고 보니 그러네요.”
어디 총조차 제대로 쏘지 못하고, 기껏해야 칼이나 휘두르는 범죄자나 잡는 형사들 따위가 어디 자신들과 비교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경찰대 출신이란 이유로 승승장구한다.
거만한 본청 놈들보다 더 악질이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자신들을 부르는 허약한 놈들보다 더.
“생각해 보니까 좆같은데요?”
“그렇지? 봐, 저 소꿉놀이하는 놈들도 너랑 똑같은 심정이잖아.”
주위를 둘러본 이십대 후반 사내의 눈빛이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아주 단단히 가르쳐 주겠습니다. 진짜 실전을.”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 그럼 믿는다.”
“옙!”
-서울경찰청 소속 박주철 경위. 박주철 경위는 출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그가 나가자 그를 충동질한 사내는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
차가운 미소로 종혁을 바라보며 말이다.
“꺄아아악!”
종혁과 이십대 사내는 비명 같은 응원 소리를 들으며 매트 중앙에서 악수를 나눴다.
“어이쿠, 역시 본청은 부럽네요.”
마주 잡은 거친 손에 묵직한 무게가 실린다.
분명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님에도 제법인 악력. 그를 통해 이 사람이 얼마나 처절하게 훈련했는지가 여실히 느껴진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었다.
“하하. 좋은 경기 부탁드리겠습니다.”
“유도 금메달리스트인데 제가 더 부탁드려야죠. 좋은 경기 합시다.”
그렇게 웃으며 돌아선 종혁은 여전히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선배 경찰을 보며 낯빛을 굳혔다.
‘왜일까. 선배님은 왜 저런 표정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종혁의 머릿속이 의문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뭐 곧 알게 되겠지.’
그리고 그 의문은 금세 풀리게 됐다.
삐이익!
“차앗!”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각 소리와 함께 달려드는 SWAT 대원.
마찬가지로 종혁도 달려들며 손을 뻗었고, 두 사람의 손은 허공에서 교차하며 빠르게 부딪쳤다.
그 순간이었다.
핏!
소매를 잡힌 것과 동시에 발목을 향해 날아드는 SWAT 대원의 발.
다급히 소매를 뿌리치며 물러난 종혁은 발톱에 스친 건지 피가 몽글몽글 새어 나오는 발목에 대원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새끼, 설마…….’
방금 전 분명 발바닥이 아니라 발등이 발목을 향해 날아왔다.
거는 게 아니라 걷어차려고 했다.
“왜 그러십니까? 경기 안 합니까?”
“우우우!”
천연덕스러운 상대의 반응과 야유에 종혁의 눈매는 더 좁아졌다.
‘……내가 잘못 본 건가?’
그래도 일단 조심하자고 생각한 종혁은 낯빛을 굳히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다시 전개된 잡기 싸움.
퍼억!
가슴 깃이 잡히는 것과 동시에 턱을 얻어맞은 종혁은 이젠 딱딱하게 굳어 버린 얼굴로 상대를 봤다.
실수가 아니다. 고의였다.
같은 식구가 같은 식구에게 고의로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
상대의 표정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순박한 미소가 녹아내리며 그 자리를 비릿한 조소가 채운다.
“왜? 놀랐어? 그동안은 애들끼리 소꿉장난하다가 진짜 유도를 겪게 되니까 무서운 거야?”
눈을 껌뻑인 종혁은 코앞의 상대뿐만 아니라 다른 SWAT 대원들과 경찰들을 둘러봤다.
종혁을 향해 좀 안 됐다는 시선을 보내면서도 꼴좋다는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는 경찰들과 같은 표정의 SWAT 대원들.
종혁 본인에게만 향하는 게 아니다. 본청의 다른 출전 선수들에게까지 저들의 악의 어린 시선이 닿는다.
본청 경찰들을 제외한 모두가 적인 것 같다.
‘……아, 그런 거였어?’
대충 상황이 파악되자 종혁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에 상대 선수인 SWAT 대원이 낯빛을 굳혔다.
“왜 웃지?”
“아니, 본청 경찰이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을 해야지. 이렇게 앵앵거리면 쓰나.”
“……뭐?”
“뭐, 지방청 지방서야 가끔 본청이 일감을 뺏어 가니 그럴 수 있다 쳐. 근데 너흰 왜 그러냐?”
광수대나 마약대, 특수까지 모두 가끔 지방청이나 지방서에서 감당할 사이즈가 아니라고 판단됐을 때 개입을 하여 사건을 가져온다. 그들 입장에선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SWAT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적의를 드러낼 이유가 없었다.
“아, 설마 혹시 우리야말로 진짜 경찰이다, 너희 일반 경찰들은 어린애 장난이나 한다. 뭐 그런 좆같은 권위 의식인 거냐?”
흠칫!
“이 새끼가……!”
“와, 씨발.”
그게 맞았다.
종혁은 달려드는 SWAT 대원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나 여태까지 뭐 한 거냐? 이런 놈들이 뭐 그렇게 예쁘다고 그 지랄을 했을까?’
물론 여기 모인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위해서지만, 그래도 섭섭함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같은 본청 소속이라고 해도 경찰 상부인 고위 간부들과 본청 경찰은 별개의 취급을 받는다고 해도 말이다.
“햐, 이러면 나 삐뚤어지는데.”
“차앗!”
파바바바 빠아악!
“악?!”
쿠웅!
“유, 유효!”
“크, 크흡?!”
종혁은 바닥에 널브러진 채 발목을 잡고 있는 SWAT 대원을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왜? 놀랐어? 그동안 진짜 유도를 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애들 소꿉장난이었다는 걸 깨닫기라도 한 거야?”
“이, 이 새끼가……!”
종혁은 발을 절뚝이며 달려들어 손을 뻗는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다시 같은 자리를 후려쳤다.
빠아아악! 쿠우웅!
“절반!”
종혁은 발목을 잡은 채 끙끙거리는 SWAT 대원을 무심히 응시했다.
‘그동안 그 피지컬로 경찰들을 괴롭히니까 좋았지?’
축제나 다름없는 경찰의 날 행사인 데다가 특수부대라는 특성상 대회에서 이 지랄을 했어도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을 그들.
이택문 경찰청장은 이들을 혼내라고 자신을 출전시킨 게 분명했다.
‘그럼 그 뜻에 따라 줘야지.’
종혁은 입술을 비틀었다.
“뭐하냐, 안 일어나고?”
“…….”
매트와 주위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 * *
제법 모던하게 꾸며진 사무실.
-우와아아! 와아아아!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TV를 보고 있던 오십대 장년인이 똑똑 두들겨지는 문에 시선을 돌린다.
“들어와.”
그 허락과 함께 사십대의 사내가 문을 열며 들어온다.
“무슨 일이야?”
“방금 정 의원에게 파견된 임 대리가 연락을 해 왔는데, 아무래도 정 의원이 최종혁을 밟으려는 것 같습니다.”
“정 의원? 아, 그 세진은행에 돈 맡겨 놨다가 급히 돈을 옮겨야 했다는? 어떻게?”
“이번 경찰의 날 유도 대회에서 사지 중 하나를 분질러 버릴 거라고 했다는군요. 그렇지 않으면 분해서 참을 수가 없다고.”
“분지른다고? 분질러지는 게 아니라?”
“예?”
장년인은 TV 정중앙의 경기가 아니라 한구석을 가리켰다.
평일 낮인지라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찰의 날 행사. 눈을 가늘게 떴던 사십대 사내는 TV 한구석에서 아주 작게 보이는 경기를 응시하다 헛웃음을 터트렸다.
“밟히고 있군요.”
장년인은 리모컨을 들어 TV를 껐다.
“방금 전 본사에서 공문이 내려왔어. 내년에 성인이 되는 신원 확실한 인턴들을 보내라고 말이야.”
“……?”
“이번에 경찰에 TO가 많이 난 거 알잖아.”
“헛! 그, 그럼 설마?”
장년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사십대 사내는 낯빛을 딱딱하게 굳혔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선별해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나가 봐.”
사십대 사내가 나가자 장년인은 다시 TV를 켰다.
-와아아아! 꺄아아아!
쥐꼬리만 한 포상금을 위해 죽어라 싸우는 멍청이들의 사투를 가만히 지켜보던 그는 피식 웃었다.
“자정 작용을 하는 경찰에 독을 심겠다라…… 어르신도 참.”
성질이 고약했다.
“……재미없군.”
그는 채널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