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19화 (219/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19화>

64. 경찰의 날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안양의 한 주택가 골목.

목에 문신이 있는 남자가 비비 꼬인 분홍색 하드를 빨며 슬리퍼를 찍찍 끈다.

“아, 겁나 덥네.”

이럴 땐 시원한 계곡에 놀러가 계곡물에 담가 놓은 수박을 안주 삼아 시원한 맥주 한잔 마셔야 하는데 아쉽게도 수중에 돈이 없다.

부다당!

“휘유! 야, 어디 다방이냐!”

오토바이 뒤에 탄 헐벗은 옷차림의 다방 아가씨를 보며 휘파람을 불었던 그는 아가씨가 치켜드는 중지에 킬킬 웃으며 다시 가던 길을 갔다.

“개 같은 년.”

돈이 생기면 꼭 부르고 말리라 다짐하던 그는 돌연 한숨을 내뱉었다.

“그놈의 씨발 행복의 쉼턴지 뭔지 때문에 애들을 수급할 수가 없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에선 수많은 가출 청소년이 발생하는데, 그들 대부분이 행복의 쉼터로 향한다. 때문에 서울에서 도망친 지 벌써 3일이 지났건만 가출 소녀를 구할 수가 없다.

“이 새끼는 애들을 좀 구했을지 모르겠네. 그 똥개 새끼처럼 말 잘 듣는 년이면 좋을 텐데…… 쯧. 뭐 어떻게든 되겠지.”

어차피 하루 사는 인생, 오늘 풀리지 않으면 내일 풀릴 거다.

그런 낙천적인 생각을 하며 그가 도착한 곳은 골목에서도 골목에 숨겨진 허름한 3층 원룸 건물이었다.

보증금 100에 월세 15만 원.

현재 그의 처지엔 감지덕지한 곳이었다.

딱! 딱!

발바닥에 부딪치는 슬리퍼 운율을 박자 삼아 꼭대기 층까지 올라간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집 안을 가득 채우는 똥냄새 때문이 아니다.

분명 지금쯤 알바를 하고 있어야 할 노랑머리가 방 중앙에서 방바닥에 대가리를 박은 채 엉덩이를 쳐들고 있었고, 그 위에 저승사자 한 마리가 걸터앉아 있다.

뭘 어떻게 맞았는지 다리 하나가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는 노란머리.

“기껏 도망친 곳이 여기냐? 좀 멀리 도망치지.”

“여, 여길 어떻게…….”

“잘. 뭐하냐? 안 들어오고.”

“……씨발!”

다급히 돌아섰던 그는 절망했다.

자신이 올라온 계단에서 사람 두 명이 걸어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쪽을 보며 비릿하게 웃는 게 딱 봐도 저승사자다.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난간 밖을 봤다.

그때였다.

덥썩!

“악!”

머리채가 잡혀 고개가 꺾인 사내.

종혁은 그런 그를 무심하게 쳐다봤다.

“왜? 뛰어내리게?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그냥 뛰어내리자.”

섬뜩!

“혀, 형님!”

“3층이니까 크게 다치진 않을 거야.”

“사, 살…….”

종혁은 말을 다 듣지 않고 그를 밑에 주차시켜 놓은 자신의 차를 향해 던져 버렸다.

“으아아아아악!”

콰아앙!

“……끄으으으.”

“봐, 크게 안 다쳤지?”

담배를 문 종혁은 얼어붙은 최재수와 한숨을 푹푹 내쉬는 오택수를 지나쳐 걸어 내려가 놈의 머리채를 잡아끌었다.

그리고 다시 계단 위로 끌고 올라갔다.

“아악! 아아악!”

머리가 뽑히는 것 같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그.

“내가 네 강아지 새끼들은 십대라서 정말 손만 대고 말았거든? 근데 넌 삼십대잖아. 좀 맞자.”

“사, 살려, 누가 살려…….”

쿠웅! 달칵!

-아악! 아아아악!

최재수와 오택수가 그 문 앞을 지키며 담배를 물었다.

“저래도 괜찮을까요. 이번에 또 징계 받으셨잖아요. 애를 유리창에 던져 버려서.”

“몰라. 지가 알아서 하겠지.”

그래도 속은 시원했다.

‘내 몫도 있으면 좋으련만…….’

“야, 담배 못 보던 거다? 새로 나온 거야?”

“아, 저도 여자 동기들 때문에 사 본 건데 펴 보실래요?”

“레…… 존? 곽이 뻘건 게 외국 담배야? 줘 봐.”

아직 더위가 가시려면 먼 한 여름, 두 형사의 담배 연기가 하늘로 흩어졌다.

*   *   *

목에 문신이 있는 사내는 종혁의 어루만짐에 조상구 선생님과 원만하게 합의를 보기로 했다.

다만 특수상해는 중범죄이기에 신고까지 접수된 상태에서는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이 감면될 뿐 아예 처벌을 면할 수는 없었다.

대신 종혁이 실력 있는 변호사를 붙여 줬고, 홍익파출소 경찰들도 탄원서를 써 줬기에 아마 집행유예로 끝날 확률이 90퍼센트 이상이었다.

“감사합니다.”

화창하게 맑은 날. 구겨지고 땀에 절어 있던 양복을 세탁하고, 이발과 면도까지 한 조상구 선생님이 수영의 손을 잡은 채 허리를 숙인다.

눈에 독기가 다 빠져 이제야 선생님처럼 보이는 그의 선하고 말쑥한 모습에, 홍익파출소 사람들과 연예인, 제작진이 흐뭇이 웃는다.

“정말 안 데려다 드려도 되겠습니까?”

수영은 결국 다시 특수학교로 보내지게 됐다. 안타깝지만 치매에 걸린 박 씨 할아버지는 수영의 보호자가 될 수 없었다.

걱정을 하는 종혁의 모습에 조상구는 손을 저었다.

“아이구, 그렇게까지 폐를 끼칠 수 있나요.”

푸근히 웃으며 거절하는 그의 모습에 종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판결이 난 이후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계획은 있으십니까?”

“뭐, 학교에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죠. 안 된다고 해도 이 나이에 입에 풀칠할 곳이 없겠습니까?”

“선생님…….”

수영을 찾기 위해 휴직계를 냈지만, 반려되어 결국 퇴직계를 내 버린 조상구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은 제가 본 모든 스승 중에 가장 참다운 분이십니다. 존경합니다.”

“어이구. 어이구.”

“그럼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조상구도 고마웠다며 허리를 숙였다.

“수영이도 잘 가라.”

“헤헤. 빠빠, 아저씨.”

“흑! 수영아 잘 가! 언니 잊으면 안 돼!”

“잘살아야 된다, 수영아! 아저씨가 응원할게!”

“빠빠!”

하늘을 울리는 해맑은 목소리.

조상구의 손에 이끌려 멀어지면서도 계속 손을 흔드는 수영의 모습에 눈시울을 붉히던 그들은 이내 서로를 보며 웃었다.

짜악!

종혁은 자신을 보는 사람들을 향해 활짝 웃으며 옆의 장철호 소장의 등을 떠밀었다.

“에이, 씨불놈. 자! 업무 시작하자!”

“예!”

그렇게 오늘도 홍익파출소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코드 투! 코드 투!

“에휴. 저흰 출동하겠습니다.”

언제나 똑같은 하루였다.

*   *   *

이후 촬영은 원만하게 진행됐다.

박성아와 이인영은 거듭되는 슬픈 상황과 힘든 상황에 하루에도 몇 번씩 눈물을 쏟아 냈고, 이는 스카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3주의 시간이 흐르며 촬영이 모두 종료됐다.

“그동안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종혁의 정중한 인사에 연예인들이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더 이상 그 힘든 파출소에 나가지 않아서 시원하기는 한데, 그 짧은 사이 정이 든 그곳에 가지 못한다 생각하니 섭섭한 시원섭섭한 감정이었다.

그래도 자신들의 주위에 어려운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과 촬영 마지막 날 파출소 경찰들이 열어 준 조촐한 파티는 시간이 지나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112 신고센터에 찾아가 신고가 어떻게 이뤄지고, 신고 내용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확인한 경험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대결 결과는 추후 제작진이 들고 찾아뵐 것이며…….”

스윽.

레전드 혼성그룹 캐니스의 여성 멤버와 박성아가 손을 든다.

“네, 말씀하십시오.”

“힘든 분들을 따로 도울 방법이 없을까요?”

박성아가 말을 하자 캐니스의 여성 멤버가, 아니 다른 연예인들 전부가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는 그들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 건지 눈시울마저 붉힌다.

종혁은 그런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에 푸근히 웃었다.

“그 부분은 차후 이번 프로그램이 방영되면 경찰청 홈페이지와 방송국 홈페이지를 통해 단기 및 장기 후원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종혁은 최재수를 바라봤고, 그는 얼른 들고 있던 서류를 그들에게 한 부씩 나눠 줬다.

“현재 가출 청소년 및 소년소녀 가장, 독거노인들을 지원하는 행복의 쉼터 재단과 고르고 고른 몇 개의 사회복지 재단이 맡아서 해 줄 예정입니다.”

“아, 나 여기 알아!”

“나도 본 것 같아. 여기 건물 엄청 크던데?”

“저기, 저희가 따로 개인적으로 지원을 해도 되는 건가요?”

“예. 오히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주위 지인들께도 동참해 달라 팍팍 졸라 주십시오.”

“하하.”

연예인들의 표정이 누그러지자 종혁은 입을 열었다.

“그럼 더 질문 있으신 분 계십니까?”

서로를 바라본 그들은 고개를 저었고, 종혁은 단상에서 빠져나와 허리를 숙였다.

“그럼 경찰의 날 행사 때 다시 뵙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짝짝짝짝짝!

연예인들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소회의실을 빠져나갔고, 종혁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이야, 드디어 다 끝났네요.”

“끝나긴 무슨.”

네 시간 뒤엔 이택문 경찰청장을 비롯한 최고위 간부들과의 프레젠테이션이 잡혀 있다.

바디캠 등 신문물의 현장 테스트 평가 때문이다.

“아니, 이런 건 기획조정이나 정보화장비 쪽에서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안 그래도 그분들도 오시기로 했습니다.”

효용성이 있다 판단되면 그쪽에서 업무를 가져가기로 했다.

어떻게든 정착시키려는 종혁과 아직은 이른 게 아니냐는 찬반 여론으로 떠들썩한 상부. 아마 꽤 치열할 것이다.

“……어, 수고해라.”

“수고하긴 뭘 수고해요. 오 경위님도 같이 들어가야 합니다.”

“내가 왜!”

“새로 개설된 실시간 신고 전달 시스템을 가장 많이 이용한 게 오 경위님이잖아요. 센터장님들도 오실 예정입니다.”

연예인들과 형사들의 경찰과 도둑.

덕분에 긴박한 연출을 위해 112 신고센터에도 제작진이 파견되었다.

“씨발! 아무리 본청이라지만 고위 간부들을 너무 많이 만나잖아!”

“그런 간부들에게 눈도장 찍으니까 좋죠.”

“맞습니다, 팀장님!”

“……너흰 대체 언제 그렇게 짝짜꿍한 거냐?”

본청에 데려온 은혜를 벌써 잊어버린 최재수 때문에 더 환장할 노릇이었다.

키득키득 웃으며 회의실을 나서던 종혁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박성아의 모습에 눈을 껌뻑였다.

“큭큭. 먼저 간다.”

“저도 먼저 갑니다.”

둘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떠나자 종혁은 볼을 긁었다.

“하실 말이라도 있습니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기 위해 왔어요.”

종혁은 알까.

자신이 얼마나 감사한지.

자신이 종혁에게 얼마나…….

“감사 인사요? 흠. 그럴 만한 게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네, 알겠습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그렇게 고생하셨는데 참고 견뎌 줘서.”

“아.”

“그럼 이만.”

“네?”

박성아는 매정히 돌아서는 종혁을 보며 당황했다.

오늘을 위해 대체 얼마나 용기를 냈던가.

“아, 아니…… 저, 저기요!”

박성아는 다급히 종혁을 잡았지만, 종혁은 무시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미안합니다. 난 연상 취향이라.’

나탈리아 같은 사람이 딱 취향이다.

“야아-!”

복도를 꿰뚫는 외침.

씩씩거리던 박성아는 울상을 지었다.

“이게 뭐야…… 씨이. 경찰의 날 행사 때 보자.”

그땐 절대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그런 다짐을 하며 본청 건물을 빠져나갔고, 경찰 이미지 마케팅과로 돌아온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흠. 그냥 떨어트릴까?’

“흐흐. 어땠어? 고백하디?”

“사귀기로 했어요? 와, 존나 부러워.”

“……그래. 그건 일단 이 인간들부터 어떻게 하고 생각하자.”

“응?”

“나랑 아옹다옹 좀 합시다.”

뚜두둑.

손가락을 풀며 일어서는 종혁의 모습에 오택수와 최재수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사무실 밖을 향해 몸을 날렸다.

“거기서, 이 화상들아!”

이번엔 종혁의 외침이 복도를 꿰뚫었다.

*   *   *

아쉽게도 현장 테스트 평가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은 결말을 짓지 못한 채 끝났다.

대중들과 현직 경찰들의 반응까지 살핀 후에 다시 논의하자며 뒤로 미뤄진 것이다.

한두 푼 드는 일이 아니기에 종혁도 강력히 밀어붙이지 못하고 한발 물러섰다.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기에 다행이라고 위안하며 말이다.

그렇게 더위가 한풀 꺾인 9월의 중순.

종혁은 법원 앞에 나와 있었다.

“이번 종합주가지수 상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200선 돌파 말입니까? 흠. 당장은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거 무조건 될걸요?

박태규와 권아영이 다른 대답을 한다.

“호, 그래요?”

-네. 백이라는 숫자는 상징성이 있으니까요.

올 2월, 3년 만에 다시 천 포인트를 돌파 한 종합주가지수는 이후 무섭도록 치솟고 있다.

만약 이번에 1200선을 돌파하면 약 22년 만에 돌파하는 거라서 수많은 사람들이 단단히 벼르고 있을 터. 1200이란 숫자에 근접을 하게 되면 아마 멱살을 잡아서라도 끌어올릴 것이다.

실제로도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이러는데 주식을 한다는 사람이…….

-하아. 내가 언제 안 오른다고 했습니까? 당장은, 이번 달 안에는 힘들 수도 있다고 했지?

-뭐라고요?! 와, 이 사람 또 말 바꾸는 거 봐?

-또? 또오? 내가 언제 말을 바꿨습니까!

“네네. 사랑싸움은 전화 끊은 뒤에 하시고요. 이번 1200선 돌파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추후 변화를 잘 살펴 주세요.”

억지로 끌어올려지는 거라면 분명 어떤 부작용을 야기할 터.

제법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삼전 등 핸드폰 제조사에 대한 주식 매입도 계속 진행해 주시고요.”

CDMA 해킹 발언으로 인해 가치가 폭락한 보물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가치를 회복하다 못해 천장을 뚫을 보물.

이럴 때 쓸어 담아야 했다. 언젠가 유용하게 쓸 때를 대비해서 말이다.

-큼. 네, 알겠습니다.

-이봐요. 왜 사랑싸움이라는 부분에서 반박 안 해요?

-이젠 하기도 귀찮습니다.

-뭐라고요? 야! 내가 귀찮아?!

종혁은 다시 싸우기 시작한 둘에 한숨을 폭 내쉬었다.

전화를 끊어 버린 그는 담배를 물었다.

“근데 이놈은 왜 이렇게 안 나와? 벌써 최종 선고가 떨어지고 남았을 시간인데?”

“혀엉-!”

종혁은 해맑게 미소로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고영광의 모습에 엉덩이를 기대고 있던 차창을 퉁퉁 두드렸다.

그러자 순철이 기지개를 펴며 내린다.

“헉! 헉! 여기까지 왜 오셨어요. 힘들게! 아, 아니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영광은 허리를 넙죽 숙였고, 다른 해킹범들도 우물쭈물하며 허리를 숙였다. 찔리는 게 있는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공론화조차 되지 못한 채 묻혀 버린 세진은행 해킹 사건.

이들에 대한 판결은 ‘해킹이라는 중대한 범죄에 가담했지만 의도적이지 않았다는 점과 모두 진실로 반성을 하고 있는 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에 처한다’였다.

영광은 청소년이라 사회봉사 20시간의 3호 처분을 받았다.

즉, 이들은 현 시간부로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단 소리였다.

“됐어, 인마.”

손을 저은 종혁은 사 온 모두부를 내밀었다.

“이거 먹고 다신 이런 데 오지 마라.”

“……훌쩍. 네. 맛없어…….”

간장 없는 모두부는 먹기가 힘들었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꾸역꾸역 다 먹었다.

“그런데 형 옆에 계신 분은…….”

종혁은 순철의 등을 떠밀었다.

“한번 보고 싶다고 조르더라고.”

“제가 언제?!”

펄쩍 뛰었던 순철은 이내 머리를 긁었다.

“이렇게 모니터 밖에서 보는 건 처음이지요? 나 노스 캡틴 리순철입네다. 이렇게 면상들을 마주하니 참으로 반갑습네다.”

“……에엑?!”

“진짜 북한 사람이었어요?!”

“세터민이라고 불러 주시라요.”

잠시 혼란의 도가니가 펼쳐졌다.

사건이 부산청으로 옮겨졌는지라 재판도 부산에서 받게 된 그들은 돼지국밥과 동래파전을 푸짐하게 먹은 후, 광안리에 콘도를 잡아 한발 늦은 여름 피서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대체 얼마나 뛰어논 건지 불판 위 조개를 익히는 숯불처럼 전신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들.

거나하게 들어간 술 때문에 아예 불이 나는 것 같다.

종혁은 소주 석 잔에 헤롱거리는 영광의 잔에 맥주를 따라 주며 입을 열었다.

“이제 올라가면 절차를 밟게 될 거야. 네 법적대리인 지정 절차부터 말이야.”

“혀엉…….”

이 은혜를 대체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울면 놓고 간다.”

“큽!”

다급히 코를 삼킨 영광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영광은 머리를 쓰다듬는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손길에 왠지 어색해져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럼 형은요? 형은 올라가면 다시 또 출근하시는 거예요?”

“아니.”

“네? 그럼요?”

“유도 연습해야 돼.”

“……?”

경찰의 날에 열리는 유도 대회.

이택문 경찰청장과 고위 간부들은 그 유도 대회에 종혁의 출전을 명령했다.

‘아니, 애들 노는데 어른을 끼워 넣으면 어쩌자는 건데?’

그래서 작년 경찰의 날 때도 참가를 안 하지 않았던가.

“돌겠네, 진짜.”

“형?”

“아니, 아니야. 음?”

고개를 젓던 종혁은 포장마차의 천막을 걷으며 들어오는 오십대 장년인을 발견하곤 낯빛을 딱딱하게 굳혔다.

뚜벅뚜벅. 턱!

“날 아는 것 같군.”

속으로 한숨을 내쉰 종혁은 몸을 일으켜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본청 경찰 이미지 마케팅과의 최종혁 경감입니다.”

“그래. 부산청장 박종명일세.”

그랬다. 그는 부산경찰청장 박종명, 종혁에겐 악연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종혁의 일행들을 주욱 훑어보곤 다시 종혁을 봤다.

“별다른 일은 없는 것 같은데, 잠시 이야기 좀 할까?”

‘쯧.’

“먹고 있어.”

종혁은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돌아서는 박종명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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