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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16화 (216/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16화>

“하하, 안녕하세요.”

“꺄악!”

“스카이다, 스카이!”

여경들의 비명이 튀어나오는 홍익파출소.

그 건물 바깥의 코너에서 담배가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뿜어진다.

그리고 종혁이 안절부절못하는 승연과 함께 걸어 나온다.

“아니, 왜 이렇게 늦었…… 아, 팀장님!”

파출소 바깥에서 스카이의 매니저를 앞에 둔 채 얼굴을 붉히던 나연석 PD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하, 이렇게 훌륭하고 멋진 간부 앞에서…….’

변화하려는 경찰의 선봉에 선 종혁의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부끄럽고 화가 났다.

종혁은 그런 그의 모습에 고개를 모로 기울이다 삼십대의 매니저를 봤다.

“좀 늦으셨습니다?”

“하하, 차가 좀 막히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론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그걸…….”

나연석 PD를 멈춰 세운 종혁은 이해한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아, 그래요? 그럼 다음부터 조심해 주세요.”

“으하핫!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젊은 간부님이시라 시원시원하시네요!”

“하하. 편히 쉬고 계세요.”

“예! 그럼 두 분만 믿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게 말한 매니저는 차로 향했고, 종혁은 떠나는 차를 보며 푸흐흐 웃음을 터트렸다.

“미, 미안합니다, 팀장님. 내가 입봉 PD라 힘이 없어서…….”

“뭘요. 개새끼가 개새끼처럼 짖은 것뿐인데 나 PD님이 왜 죄송합니까?”

“……예?”

백번 양보해서 지각은 이해할 수 있다. 도로에 큰 사고가 났다든지 예상치 못한 이유로 정말 차가 막힐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내뱉은 말은 참고 넘어갈 수 없었다.

이건 홍익파출소, 아니 경찰 전체를 무시하는 행위였다.

‘아, 이거 빡도네?’

“한 순경.”

“수, 순경 한승연!”

“박성아 씨들은 어땠다고 했지?”

방금 전과 같은 질문이건만 그 목소리는 확연히 달랐다.

“……마치 겁이 많은 강아지 같았습니다!”

그것도 교육이 아주 잘돼서 하라는 대로 잘하는 강아지.

“오케이. 그럼 튀어 가서 서 경장 데리고 와.”

“넵!”

“……팀장님?”

나연석 PD는 처음 보는 종혁의 껄렁한 모습에 눈을 껌뻑였다.

“충성! 부르셨습니까.”

종혁이 화가 난 것 같다는 승연의 말에 다급히 달려 나온 이십대 후반의 서 경장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떴다.

“서 경장.”

“예! 말씀만 하십시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청일고 왕따 사건 때 주범의 부모들을 싹 다 날려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종혁.

어디 그뿐인가.

종혁이 홍익 파출소에 있는 동안 해 놓은 일이 몇 개던가.

종혁은 서 경장이 닮고 싶은 롤모델이었다.

“학창 시절 때 폭주 좀 뛰었다고 했지?”

종혁이 무슨 말을 할까 잔뜩 기대했던 그는 머리를 긁었다.

“아하하. 옛날 얘기죠. 지금은 마음 고쳐먹고…….”

“그럼 네가 스카이 사수 해라.”

“예? 그건 유 경위님께서 하기로…….”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유 경위. 푸근한 경찰의 이미지를 위해 성격이 서글서글한 그가 스카이의 담당이 되기로 했다.

“이경숙 경사님이랑 네가 인계받아. 유 경위님에게는 내가 잘 말씀드릴 테니까.”

“이, 이 경사님과요?! 그것도 저까지요?”

홍익파출소의 안주인이라 불릴 만큼 꼼꼼하지만 성격이 드세기가 이루 말할 수 없고, 약간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들들 볶기로 유명한 이경숙 경사. 그래서 별명이 시어머니다.

거기다 서 경장 본인도 성격이 좋지 않다.

그래서 자신을 거쳐 간 시보들이 서 게장이라고 부르지 않던가. 한번 물면 살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놓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런 나랑 이 경사님을 걔들 사수로 붙인다고?’

“……스카이, 걔들 상태 메롱입니까?”

“지금 튀어가서 걔들 환복 끝나면 화장실부터 처넣어. 그리고 병철이 애들 업장 한 바퀴 돌아. 병철이한테는 내가 후까시 좀 잡으라고 이야기해 놓을 테니까. 이러면 답이 될까?”

관내 기생충인 병철이파. 성인 오락실과 마사지, 단란주점 이렇게 사업장 세 개를 간신히 운영을 하는 조폭인데, 나름 선을 지킬 줄 아는 놈들이라서 지켜보고만 있는 중이다.

‘씨벌. 그 새끼들 개새끼들인가 본데?’

그렇지 않으면 종혁이 이렇게 행동할 이유가 없다.

상황 파악을 끝낸 그는 이를 드러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다.”

“충성!”

그가 안으로 달려가자 종혁은 입술을 비틀었다.

‘경찰이 우습지? 그럼 우습지 않도록 해 줄게.’

놀이공원 귀신의 집은 어린애 장난으로 느끼게 해 줄 거라 다짐을 한 종혁은 한승연을 봤다.

“한 순경은 지금 올라가서 박성아 씨들과 시보들 청소 관두고 내려오라고 해. 박성아 씨들에겐 지금부터 순찰 나갈 거니까 각오 단단히 하라고 말하고.”

“충성!”

한승연마저 안으로 달려가자 종혁은 그제야 나연석 PD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맘대로 바꿔서 죄송합니다.”

나연석은 고개를 붕붕 저었다.

“정말 화끈하시네요. 그런데 박성아 씨들은 왜 순찰을…….”

“파출소에서 가장 다양한 상황을 겪을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순찰이라는 거군요.”

“떡은 미운 놈이 아니라 예쁜 사람에게 줘야죠.”

다이나믹하고 멋진 분량이 좍좍 뽑힐 거다.

“괜찮겠습니까? 걔들이 그래도 팬덤이 큰 아이돌인데요.”

그들이 팬들에게 입을 털기 시작하면 종혁이 고달파질 거다.

그런 그의 말에 종혁은 웃음을 터트렸다.

“PD님, 그렇기에 경찰 일이 얼마나 고된지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청소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파출소의 일과다. 시청하는 팬들이야 엉덩이를 들썩일 만큼 힘든 일이겠지만, 파출소에서는 정말 사소한 일과.

거기다 병철이파 정도는 현장에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악 중 아주 작은 악이다. 경찰들은 그런 악들에게서 국민을 지키는 거다.

솔직히 골탕을 먹이려는 의도가 다분하지만, 고작 이 정도를 고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일선의 현장은 이마저도 일상이라 치부할 만큼 더럽고 힘든 일로 가득하다.

종혁은 그저 그런 파출소의 민낯을 보여 주는 것뿐이다.

“다만 거기서 버티고 못 버티고는 그들의 의지에 달린 일이죠. 박성아 씨들도요.”

종혁의 입장에선 저들이 버티지 못하고 울어 버리는 게 낫다.

그만큼 경찰의 노고가 돋보일 테니 말이다.

‘……와, 이 사람 정말 대단하네.’

그렇다면 자신도 달리 생각해야 됐다.

그때였다.

-코드 원! 코드 원!

홍익파출소 안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

코드 원. 최단 시간 내에 출동해야 되는 긴급출동 코드로, 수상한 사람이 집 앞에 있거나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 현재 이루어지는 폭행 등의 행위에 코드 원이 발동된다.

“저거부터 출동하면 되겠네요.”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소장님. 제가 지원할 테니까 지금 들어온 콜 한 순경 조에게 맡기시죠? 네. 바디캠 꼭 챙기게 해 주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충성.”

그 말에 눈을 부릅뜬 나연석 PD는 안으로 달려 들어갔고,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네, 오 경위님. 거긴 좀 어때요?”

가상으로 큰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를 하는 연예인들의 뒤를 경찰이 쫓으며 검거하는 상황 예능인 가칭 경찰과 도둑.

짧으면 1부작, 길면 2부작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서울과 인천이 주 무대로 검거팀은 광역수사대가 맡기로 했다. 그리고 촬영 지휘는 오택수가 맡았다.

“그냥 재지 말고 최대한 빠르게 잡으라고 하세요. 우리가 뭐 웃기려고 방송 나갔습니까? 김재선 씨랑 장호돈 씨한테는 정말 진심으로 검거할 거라고 양해 구해 주시고요. 예, 수고하세요.”

따라랑! 후다닥!

“달려!”

종혁은 헐레벌떡 뛰어나오는 네 명의 손에 들린 바디캠에 흐뭇이 웃으며 발을 뗐다.

“이번엔 어떤 씨발 새끼가 코드 원을 터트리게 했을까나?”

종혁의 두 눈에 살기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   *   *

쿠웅!

한승연의 작은 손에 끌려온, 아침부터 술에 취해 옆 손님에게 주먹을 휘두르던 사십대 취객이 땅을 향해 메쳐진다.

“적법한 매뉴얼에 의거해 당신을 폭행 및 공무집행방해죄로 현장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익! 놔! 니들이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이 무능한 새끼들아! 여기 경찰이 사람 친다! 경찰이 국민을 팬다-!”

“네, 네. 선생님께서 하신 모든 언행은 여기에 다 녹화되셨고요. 적법한 매뉴얼대로 검거하는 겁니다.”

‘푸핫!’

대수롭지 않게 받아치는 게 승연도 경찰이 다 됐다.

종혁은 겁에 질린 건지 한 발 떨어져 서로를 끌어안은 채 오들오들 떠는 박성아와 이인영을 응시했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네.’

하긴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해 배치된 시보들도 처음 이런 현장에 투입되면 얼어붙는데, 그녀들이라고 별수 있을까.

빠르게 적응시키면 되는 일이다.

“어디 보자. 시간이…… 응, 딱 좋네.”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띠리링, 띠리링!

운전석에 오르려던 승연의 파트너가 전화를 받는다.

“홍 경사님, 가는 길에 PC방 한 바퀴 도시죠.”

-나야 좋-지!

홍익파출소 근무 시절 일단 순찰을 나갔다 하면 꼭 범죄자 한 명씩은 잡아 온 종혁이다. 그런 종혁이 가자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전화를 끊자 나연석 PD는 종혁에게 다가왔다.

“이 시간에 PC방은 왜 가는 겁니까?”

“귀여운 강아지들이 기어 나올 시간이라서요.”

“네?”

“아이씨, 정말 안 폈다니까요! 이 재떨이 저희 거 아니에요!”

“아, 진짜 찍지 마요!”

“딱 걸렸는데 뭐가 아니야! 얼른 학교 말 안 해?!”

“한 번만 봐주세요!”

방학이라고 빨갛고 노랗고 파랗게 멋을 낸 강아지들이 앙앙거리는 모습에 종혁은 흐뭇이 웃었다.

‘아, 때리고 싶다.’

저 동그란 뒤통수를 후려쳐 버리면 참 소원이 없을 듯했다.

“어? 박성아?”

“뭐?”

움찔!

순간 시선이 몰리자 박성아는 몸을 움츠렸다.

분명 한참 어린아이들이지만, 담배를 문 채 서로 욕을 하며 게임을 하던 모습을 보니 선뜻 ‘함께 계도해라’라는 작가의 스케치북대로 움직이기가 힘들다.

“아하하. 아, 안녕. 애들아.”

“지, 진짜다! 와, 씨발! 존나 예…….”

빠아악! 빡!

“억!”

결국 참지 못한 종혁 때문에 순간 조용해진 PC방.

아니, 종혁 때문만이 아니다. 거의 동시에 한승연도 가까이 있는 놈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아, 아니 저…….”

종혁은 씩씩거리다 이쪽을 보며 놀라는 승연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어떤 새…… 악?!”

종혁은 키보드에 머리를 박고 다시 고개를 쳐드는 놈의 뒤통수를 움켜쥐며 나연석 PD를 향해 웃어 주었다.

“아하하. 잠시 끊어 가시죠.”

종혁은 빨간 강아지의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굳어 버린 다른 암컷, 수컷 강아지들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어이, 강아지들. 숨질래?”

뿌드득 쥐어지는 솥뚜껑만 한 주먹에 그들은 하얗게 질렸다.

“앙앙 짖어도 상황을 봐 가면서 짖어야지. 이 형아가 앙앙 말고 깽깽 짖게 해 줄까?”

그들은 마치 모터를 단 것처럼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잘못했지?”

끄덕끄덕끄덕!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해맑게 웃으며 정중히 학교와 이름과 나이를 말해야 할까, 아니면 방금처럼 앙앙 짖어야 할까?”

“마, 말해야 돼요!”

“옳지. 형이 계속 지켜본다. 그리고 홍 경사님. 이런 애들은 좀 단호하게 대처하시라니까요.”

“응?”

순간 홍 경사의 눈이 흔들렸다가 제자리를 찾는다.

“으하핫! 왜? 귀엽잖아.”

“홍 경사님이 그러니까 한 순경도 갈피를 못 잡는 거 아닙니까.”

“승연이가? 에이, 카메라 앞이라고 내숭…….”

“호, 홍 경사님!”

“어이쿠. 자, 그럼 우리 명예 경찰관님들도 일을 해 볼까요?”

“네? 네!”

종혁을 멍하니 바라보던 박성아는 얼른 한승연과 함께 강아지들의 학교와 이름을 적기 시작했고, 강아지들은 최대한 선량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순순히 협조했다.

그걸 흐뭇이 종혁은 어느새 카메라 밖으로 물러나 툭 치는 홍 경사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정말 단호하게 대처해도 돼? 피해 없어?”

“괜찮다니까요. 다 청장님이 책임지십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이젠 패도 된다는 말이지?”

홍 경사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지자 종혁은 씁쓸히 웃었다.

‘이 양반도 쌓인 게 많나 보네.’

어디 홍 경사뿐일까.

경찰에게 대드는 진상도 국민이라고 참고 견디며 선생님, 선생님 해야 되는 게 일선 파출소의 경찰들이다.

치안의 최전방인 파출소임에도 지금까진 본인의 실수는 본인이 책임져야 했기에, 지켜야 할 가정과 어딘가에서 생겨날 피해자들을 위해 참고 견뎌야 했던 이들.

“이왕 온 김에 신원 조회나 하고 가시죠? 혹시 압니까, 수배자가 있을지?”

움찔!

‘응?’

“그럴까? 이인영 시보.”

“네? 네!”

“따라와요.”

김 경사는 이인영과 함께 검문을 하러 갔지만, 종혁은 저 멀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는 삼십대의 사내를 보곤 눈을 가늘게 떴다.

‘킁킁?’

약간 고약한 냄새가 난다.

코를 긁은 종혁은 그를 따라 화장실로 향했다.

덜컥! 덜컥!

잠그다 못해 누가 잡고 있는 것처럼 어떤 힘이 느껴지는 손잡이.

‘빙고.’

씩 웃은 종혁은 정중히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선생님. 네가 나올래요, 내가 들어갈까요. 여기 4층이라서 떨어지면 많이 아파요. 인질 그따위 소리 하면 뒤지게 처맞습니다.”

-……씨부럴.

욕설과 함께 문이 열린다.

종혁은 한숨을 푹 내쉬며 걸어 나오는 사내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그래서인지 사내의 목에 새겨진 어설픈 뱀 문신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수배? 모가지에 싸구려 문신이 있는 걸 보니 깡패?”

“음주운전 및 도주입니다, 형님. 인천에서 생활하다 접었습니다, 형님. 기물 파손으로 수배 맞습니다, 형님. 사람은 안 쳤습니다, 형님.”

“그래?”

‘흐으응…….’

코가 반응을 했는데 잡범이다.

고개를 모로 기울였던 종혁은 어차피 신원 조회를 해 보면 될 일이라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저기 카메라로 찍는 거 보이지?”

“자리로 돌아가서 순서를 기다리겠습니다, 형님.”

“옳지. 잘 아네. 자, 가 봐.”

“감사합니다, 형님. 수고하십시오, 형님.”

“그래, 이따 보자.”

종혁은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잠시 후 순찰차 뒷좌석에 승객 한 명이 더 올라탔다.

너무도 뜬금없이 발견한 수배범에 나연석 PD와 제작진은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종혁의 말처럼 다이나믹한 분량이 죽죽 뽑히고 있었다.

*   *   *

“아, 진짜 우리 엄마가 알면 저 죽는다니까요?!”

“드르렁! 푸우우! 드르렁!”

삽시간에 난장판이 된 홍익파출소.

종이컵을 든 채 종혁의 곁으로 다가온 장철호 소장이 헛웃음을 터트린다.

“네가 온 게 확확 느껴진다, 느껴져.”

이게 과연 아침 10시 파출소의 풍경이라 할 수 있을까.

코드 원 콜을 받고 출동을 나갔던 경찰들이 범인뿐만 아니라 수배범과 PC방에서 담배를 피던 양아치들까지 잡아 왔다.

종혁이 여기 있음이 팍팍 느껴졌다.

“에이, 뭘 이런 걸 가지고.”

“칭찬으로 들리냐?”

“흐흐. 그보다 스카이 애들은 좀 어때요?”

와락!

그 짧은 사이에 뭔 일이 있었던 건지 장철호의 얼굴이 구겨진다.

“큭큭큭.”

“어휴.”

“송 씨 할머니랑 박 씨 할아버지는 요즘도 오세요?”

3일에 한 번씩 출근 도장을 찍으시며 그동안 동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미주알고주알 다 말하며 간식을 축내시는 송 씨 할머니와 치매에 걸리셔서 집이 근처임에도 매일 길을 물으러 오시는 박 씨 할아버지.

“아, 오케이. 송 씨 할머니에게 붙이면…… 오셨네.”

딸랑.

문이 열리며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들어오자 경찰들은 하얗게 질렸고, 장철호는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이고, 또 오셨어요? 거기 스카이 순경들 이리로 와요!”

“네? 네!”

종혁은 여경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화들짝 놀라 다가오는 그들을 향해 명복을 빌어 주었다.

송 씨 할머니의 별명은 기본 3시간이었다.

‘나도 걸릴라.’

슬그머니 몸을 돌린 종혁은 승연의 곁에서 뭘 해야 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박성아들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홍익파출소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   *   *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예, 조심히 가세요.”

술이 깨자 다시 정상인으로 돌아온 건지 코드 원의 주인공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파출소를 나서자, 그 뒤를 이어 빨갛고 노랗고 파란 네 명의 십대 후반 학생들도 파출소를 나선다.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훈방 조치로 풀려난 그들.

“아, 씨발. 재수 없게…….”

“큭큭. 야, 대가리는 괜찮냐?”

“몰라, 대가리 터지는 줄 알았어. 씨발. 덩치만 졸라 커서.”

힐끔 파출소를 보는 그들이 얼굴을 구긴다.

“어떻게 할래? 다시 PC방 갈 거야? 아님 편의점?”

“나 돈 없는데? 돈은 형님한테 다 있잖아.”

“아, 씨발. 만 원도 없어?”

“그러는 넌 있으세요?”

“아니? 큭큭큭.”

“미친 새끼. 야, 걸레. 넌 있냐?”

“나도 없거든?”

그들 중 유일한 소녀가 몸을 들썩이자 소년들의 눈이 가늘어진다.

“왜? 너라면…….”

“한마디만 더 해 봐. 찢어 버릴 테니까.”

“워워. 쏘리?”

소녀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고, 소년들은 주머니를 털어도 천 원 한 장 나오지 않는 것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야, 그냥 들어가자.”

“에혀, 그러자.”

그들은 근처에 얻어 놓은 아지트인 모텔 달방으로 향했다.

벌컥!

“똥개야! 오빠들 왔다!”

환하게 웃으며 외치는 노란 머리.

그 외침에 마치 투룸처럼 하나의 방을 두 개로 나눠 공간이 분리된 안쪽 방에서 후다닥 소리가 나며 한 소녀가 달려 나온다.

“에헤헤. 왔어?”

속옷은커녕 노란 박스티 하나만 입은 채 달려 나와 그들의 앞에 쪼그려 앉는 소녀. 소년들은 다리 사이로 보이는 거뭇거뭇한 것에 입술을 비튼다.

“집은 잘 지켰냐?”

“응! 빨래도 했고, 청소도 했고, 나도 씻었어!”

“아, 그랬어?”

힐끔 소녀의 아랫도리를 살핀 노란 머리는 입술을 비틀며 그녀를 일으켜 세워 어깨에 팔을 걸쳤다.

“그럼 오빠랑 기분 좋은 짓 할까?”

“어우, 씨발. 아침부터 그 짓을 하고 싶냐?”

“닥쳐!”

움찔!

“기, 기분 좋은 짓 아닌데. 아픈데…….”

“괜찮아. 이번엔 정말 기분 좋게 해 줄게. 오빠 믿지?”

“저, 정말?”

“그럼-.”

노란 머리는 그녀를 방으로 데려가며 비릿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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