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14화 (214/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14화>

    63. 경찰의 날

    종혁은 의자 몇 개를 쓰러트리며 넘어진 윤문현에게 어슬렁거리며 다가갔다.

    “다, 당신 뭐야!”

    112 신고센터 안에 있던 다른 경찰들도 목소리를 높인다.

    “피해자 고영광. 나이 17세. 부모 없음. 그리고 어제 22시 33분, 우연히 범죄에 휘말렸고 그 입막음을 위해 죽을 뻔했다. 고영광을 제거하러 온 사람은 신원 조회조차 안 되는 전문 킬러.”

    “뭐, 뭣?!”

    도떼기시장이 됐던 센터 안이 조용해지고, 얼굴을 붉히며 달려왔던 부센터장이 걸음을 멈춘다.

    “피해자 고영광은 살려 달라고 112에 신고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은 경찰은 장난 전화 하지 말라는 말로 일축. 경찰이 피해자가 살려 달라 뻗은 손을 뿌리쳤다.”

    종혁은 의자를 들어 그에게 던졌다.

    빠아악!

    “아아악!”

    종혁은 의자에 얻어맞고 비명을 지르는 그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보이냐?”

    “꺅!”

    “헉?!”

    종혁이 환자복을 들어 올리자 피가 스민 붕대가 보인다.

    “네 그 개씹 같은 응대 때문에 내 옆구리 이 자리에 칼이 6센티미터나 들어왔고, 어깨엔 3센티미터 칼이 박혔어. 내가 우연히 그 자리에 없었더라면! 그 칼들에! 17살, 아직 꽃도 피어 보지 못한 어린 소년이 난자당할 뻔했다고! 왜? 네 좆같은 응대 때문에!”

    주먹을 꽉 쥔 종혁은 그의 가슴을 후려쳤다.

    “커헉!”

    “네가 뭐냐? 네가 뭔데 피해자의 간절한 구조 요청을 장난으로 치부하냐? 네가 예수야? 부처야? 아님 뭐 목소리만으로도 사람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그런 전문가인가?”

    퍼억! 퍽! 퍽!

    “억! 욱!”

    “꼴에 씨발 아프다고 비명은 지를 줄 알지? 하, 진짜 이 새낄 어떻게 죽이지?”

    “야! 최종혁 경감!”

    종혁은 어깨를 잡아채는 부센터장의 손길에 순순히 물러났다.

    하지만 그 두 눈은 죽일 듯 윤문현을 응시하고 있었다.

    “야, 경찰 하기 싫으면 지금 관둬.”

    어쩌면 피곤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고영광의 신고 전화를 받기 전 진상에 시달렸을 수도 있고, 친한 지인이 상을 당했을 수도 있다.

    아마 어제 하루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라면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러면 안 된다.

    112 신고센터면 더더욱 안 된다.

    자신이 받는 신고 한 통에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을 수 있기에 모든 전화를 내 생애 마지막 신고 전화처럼 여겨야 된다.

    이런 각오가 없다면 여기 이 의자에 앉아 전화를 받으면 안 된다.

    “지금도 몸에 구멍 나면서, 음주운전 불응 도주하는 차에 매달리면서, 도주하는 범인 쫓다 차에 치이는 경찰들 얼굴에 똥칠하지 말고! 네가 뭔데? 네가 뭔데 경찰들의 그런 노고를 똥통에 처박는데, 새끼야! 씨발-!”

    “이 새끼가!”

    쫘악!

    “너 내가 지켜본다. 어? 경찰 관두는지 아닌지 지켜볼 거라고!”

    “이 새끼가 그래도!”

    쫙! 쫙 퍼억!

    “큽!”

    주춤 물러난 종혁은 처벌을 달게 받겠다며 아예 열중쉬어 자세를 취했다. 그 당당한 모습에 부센터장의 눈이 휙 돌아 버렸다.

    “아주 씨발 너만 경찰이지? 너희 형사만 경찰이지, 어? 그래, 오늘 날 잡자. 이 개새끼야.”

    넥타이를 풀어낸 그는 종혁에게 달려들며 주먹을 휘둘렀고, 종혁은 이를 악물며 버텼다.

    뻑! 퍼퍼퍽! 빠악!

    점점 피투성이가 되어 가는 종혁의 얼굴. 결국 봉합이 터진 건지 옆구리에서 흐른 피가 바지를 적신다.

    “마, 막아! 부 센터장님 막아!”

    “놔, 씨발! 놔! 너흰 좆같지도 않아?!”

    “압니다. 저희도 씨발 좆같은데 더 때리면 이 사람 죽습니다!”

    “……후우우. 알았으니까 놔. 안 때릴게.”

    “저, 정말이시죠?”

    “정말이니까 얼른 전화기부터 잡아! 뭐하고 있어! 피해자 안 구할 거야?!”

    잡아 뜯어말리던 경찰들이 아차 하며 제자리로 달려가자 부센터장은 종혁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따라와, 씨발 새끼야. 넌 내가 어떻게든 옷을 벗겨 버릴 테니까.”

    종혁은 순순히 그를 따라갔다.

    그렇게 센터 안의 한 사무실로 들어간 부센터장은 종혁을 의자에 던져 버리곤 갑자기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커피와 휴지를 종혁의 앞에 내려놨다.

    “마셔. 피도 닦고.”

    “감사합니다.”

    너무도 뜬금없이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종혁은 당황하지 않고 휴지를 풀었다.

    그렇게 피를 대충 닦은 종혁은 커피를 홀짝였고, 부센터장은 너무도 태연한 그 모습에 풀썩 웃었다.

    “네 이름은 많이 들었다.”

    전국 경찰들이 욕심을 내는 경찰, 최종혁 경감.

    ‘아주 똘똘한 놈이랬지.’

    소문만 그렇게 난 듯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이렇게 순순히 맞아 준 것을 보면 말이다.

    “내 체면 세워 줘서 고맙다.”

    만약 종혁이 그 자리에서 내가 뭘 잘못했냐며 뻗댔다면 생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이 벌어졌을 거다.

    최악으로는 형사와 센터 경찰들의 대립이 일어났을 거다.

    “아닙니다. 제가 죄송합니다.”

    “그러니 사과는 안 할 거다. 네가 남의 회사에 와서 좆같이 군 건 사실이니까.”

    “하하, 예. 저도 넘치는 혈기에 눈이 돌았던 것 같습니다.”

    “말은 청산유수네.”

    “아하하.”

    “그런데 정말이냐?”

    “예. 정말 죽을 뻔했습니다. 의사 말에 의하면 7센티만 높았어도 눈을 뜨지 못했을 거라고 합니다.”

    “……그건 미안하다. 아마 윤 경장도 무슨 일이…… 씨발. 그래,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 관리 소홀이야. 내가 책임지고 징계할 테니까 더는 간섭하지는 마.”

    “저도 이 이상 더 할 생각은 없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부센터장은 커피를 호록 마셨고, 종혁도 따라 마시다 미간을 찌푸렸다.

    ‘아, 쓰려.’

    입안이 터진 것 같았다.

    “그런데…….”

    “예?”

    우물쭈물거리던 부센터장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거 정말이냐? 곧 신고센터를 개편할 거라는 거.”

    종혁은 눈을 껌뻑였다.

    ‘어디서 샌 거지?’

    경찰의 날 때 긴급 발표를 할 내용.

    누가 그걸 참지 못하고 불었나 고민하던 종혁은 오늘 자신이 벌인 일도 있기에 결국 말하기로 했다.

    “예. 대대적인 개편이 있을 예정입니다. 앞으로 신고센터에서 근무를 하려면…….”

    심리학을 전공하진 않더라도 최소 2년은 공부해야 되며, 최소 7년간 현장을 겪은 경찰들을 대상으로 센터 대원을 뽑을 거다.

    “2년이나?”

    “일단 내후년까지는 최소 200시간을 이수해야만 센터에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대비하라는 종혁의 눈빛에 부센터장은 고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현장을 7년 동안 경험해야 된다는 건?”

    “오늘 보셨잖습니까. 윤 경장이란 사람, 현장 경험 없죠?”

    “……씨발. 미국 경찰들의 방식을 차용하겠다는 거네.”

    “규정을 더 빡세게 적용시킬 예정입니다.”

    그동안 미국 경찰 신고센터를 보며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미국은 긴급신고센터의 대원이 되기 위해선 무조건 현장 경험이 필수다.

    그 덕분인지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 없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피해자들을 빠르고 안전하게 구해 낸다.

    “또한 신고센터장 코스도 개설할 예정입니다.”

    오직 긴급센터 관리를 위한 전문가 양성.

    곧 경찰대학교와 중앙경찰학교에 신설이 될 예정이며, 앞으로 112 센터의 간부가 되기 위해선 무조건 범죄심리학 등 관련 학위가 한 개 이상은 필요하게 될 거다.

    이는 상황통제센터도 마찬가지다.

    “후우. 이택문 그 형님 오직 경찰의 인권과 공권력 강화에 온 힘을 쏟겠다더니 결국 이런 경정을 내리셨네.”

    솔직히 현장이 지겨운, 현장에 적응을 못한 경찰이 주로 오는 곳인 112 신고센터.

    이젠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이 나이에 공부를 해야 된다니…….”

    “피해자를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구하기 위함이니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알아.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고. 씨발, 그래. 피해자를 한 명이라도 덜 만들기 위한 일이라는데 대가리 한번 갈아 봐야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괜찮겠냐?”

    이렇게 자세히 말해 준 것도 있지만, 오늘 센터에서 난동을 부린 것 때문이다. 무조건 징계가 떨어지게 될 거다.

    “아니, 벌써 경감인 엘리트가 어쩌자고…….”

    “하하. 까짓거 시말서 몇 개 쓰고 말죠.”

    “웃을 일이냐? 그리고 너 옆구리 계속 피 나.”

    “침 바르면 됩니다. 아, 그리고 경찰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예능 촬영을 위해 서울 전역 파출소에 협조를 구할 예정인데, 어떻게 부센터장님도 관심 있으십니까?”

    “……그거하면 우리 에어컨 바꿔 주냐?”

    “에어컨뿐이겠습니까?”

    컴퓨터부터 시작해 모든 게 최신식으로 바뀔 거다.

    “진짜? 정말 싹 다 바꿔 준다고?”

    “그럼 관심이 생기신 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어, 해 봐. 얼른. 빨리.”

    종혁은 어느새 수첩까지 꺼내 든 그를 보며 씩 웃었다.

    더 혼났다는 증거를 위해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나온 종혁은 차에 오르자마자 담배를 물었다.

    “이걸로 신고센터도 바뀌게 되겠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훗날에도 112 신고센터 경찰의 잘못된 대응에 의해 죽어 간 피해자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중에는 국민들이 너희가 경찰이냐며 들고 일어선 사건들도 제법 있다.

    “이 변화로 인해 그 일들이 부디 막아질 수 있길…….”

    잠시 하늘을 보며 간절히 빈 종혁은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옆구리에서 피가 안 멎는 게 위험했다. 이젠 눈앞이 흐려지고 있었다.

    *   *   *

    결국 종혁에겐 3개월 감봉이라는 징계가 떨어졌고, 초기 대응을 잘못한 윤문현 경장은 1개월 감봉 처리가 됐다.

    종혁은 그 징계를 겸허히 받아들였고, 윤문현 경장도 느낀 게 많았는지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퇴원일이 되었다.

    -지금 막 김희건 회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로비에…….

    국정원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결국 그 일은 터지게 됐다.

    삼전그룹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김희건 회장은 휠체어를 탄 채 중앙지검에 출석하게 됐다.

    “이건 박노형 대통령님의 뜻이라고 봐야 하나…….”

    그게 아니었으면 이렇게 오픈되지 않았을 일이었다. 유달수의 신변은 국정원이 확보를 했으니 말이다.

    “피바람이 좀 불겠네.”

    여기에 연관된 법조계 인사들이 제법 있다. 그중엔 현직 법무부 장관도 있을 정도이니 그쪽은 아예 물갈이가 된다고 봐야 했다.

    ‘뭐 나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니까.’

    종혁은 핸드폰을 들어 박태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접니다. 주식 매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

    종혁은 그렇게 전화를 하며 병실을 나섰고, 병실은 이내 곧 조용해졌다. 다음 환자를 기다리며 말이다.

    “후.”

    경찰 이미지 마케팅과에 한숨이 번진다.

    평소라면 서로 의견을 적극적으로 묻고 반영하며 오류를 줄이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을 그들이 가장 안쪽 빈자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3주지? 팀장님이 입원한 게?”

    “그렇지. 벌써 그렇게 됐지.”

    그들은 힘없이 대답을 하면서도 의아해했다.

    종혁이 없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건 다 똑같다.

    부식거리는 여전히 넘쳐 났고, 퇴근도 제시간에 딱딱 맞춰 한다. 팀원이 바뀐 것도 아니고, 일감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아니, 종혁이 있을 때와 비교를 하면 그 업무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서 더 편하다고 볼 수 있다. 오택수 팀장 대리 역시 팀원들이 일에 터치를 안 하기에 더.

    계속 간섭하고 일감을 미친 듯 끌어오던 종혁과 일할 때와 비교하면 천국인 수준이다.

    그런데 일할 의욕이 나질 않는다.

    결국 그들은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말았다.

    그에 컴퓨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오늘 자 신문을 모니터링하고 있던 최재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다들 뭐하는 겁니까?”

    “최 경장도 좀 쉬어. 곧 점심시간이잖아.”

    “뭐하냐고 묻고 있습니다.”

    “이봐, 최 경장.”

    목소리가 낮아지자 최재수는 팀원들을 둘러봤다.

    좋은 책상, 좋은 의자에 앉아 늘어진 모습으로 불편한 표정을 보내는 그들. 그런 그들의 책상엔 아침 일찍 가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디저트와 백화점에서 산 생과일주스가 놓여 있다.

    ‘최 경감님 아니었으면 저런 것도 못 먹었을 것들이!’

    못 먹기만 했을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공사장 인부들보다 더 힘들게 구르고 있었을 것이다. 정시 퇴근은 물론이고, 이런 엄청난 일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아. 그렇게 일하기 싫으면 그냥 푹 쉬세요. 씨발,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니까.”

    “뭐?”

    “우리 팀장님도 병신이지. 이딴 놈들이 뭐 좋다고 그렇게 다 퍼줘? 태스크포스는 니미 씨발.”

    “야!”

    “이 새끼가!”

    “당신들이 노예야? 어? 관리자 한 명 없다고, 관리자가 일을 시키지 않으니까 뭘 할지 모르겠어? 어?! 그렇게 살고 싶으면 경찰 때려치우고 그렇게 살아! 난 다 배우고 다 익혀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테니까!”

    ‘팀장님처럼! 아니, 그보다 더 높이!’

    노예란 말에 팀원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씨발, 팀장님이 돌아와서 이 모습 보면 참 좋아하겠다!”

    그 말이 결정타였다.

    중지를 치켜든 최재수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그런 그를 보며 씩씩거리던 팀원들은 이내 이를 악물었다.

    솔직히 부끄러웠다.

    이 중 가장 연차가 낮은 최재수는 자신들보다 종혁과 더 오래 있었다.

    자신들보다 더 종혁을 믿고 의지할 텐데도 종혁이 입원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씨발, 쪽팔리게.’

    눈에 불을 켠 그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사이트 버그 검사했어?”

    “지금 시범 운행중!”

    경찰 이미지 마케팅과가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한편 문 밖에 서서 그들의 대화를 모두 다 들은 종혁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최 경장 경찰 다 됐네요.”

    “경찰은 무슨. 이제야 사람 취급 받을 수준이 된 거지.”

    그 말이 옳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종혁과 오택수는 최재수의 성장이 대견할 수밖에 없었다.

    “들어갑시다.”

    “그래, 들어가자.”

    종혁은 사무실 문을 박차며 활짝 웃었다.

    마치 방금 전 대화는 듣지 못했다는 듯 발길질은 힘차기 그지없었다.

    “잘들 있었냐!”

    “……전체 차렷! 경례!”

    “충성!”

    “그래, 충성. 내가 병신처럼 다치는 바람에 다들 그동안 힘들었지? 사과의 의미로 오늘 오전 근무만 하고 진하게 회식할 테니까 전원 참석할 수 있도록. 이상.”

    “우와아아아……!”

    “그럼 그때까지 밀린 일부터 해결하자. 미니홈피 관리팀부터 내자리로 와.”

    “옙!”

    그렇게 종혁이 자리에 앉자 경찰 이미지 마케팅과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   *   *

    약 20평 정도 되는 작은 회의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여성 4명이 눈을 데구루루 굴린다.

    그런 그녀들의 얼굴은 작게 상기되어 있었다.

    “우, 우리가 성공을 하긴 했나 봐. 이런 곳에서도 불러 주고…….”

    “응, 응!”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꿈조차 못 꿨던 장소.

    거리에선 만날 자신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알아보는 사람도 부쩍 많아졌지만 그래도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는데, 무려 국가 기관에서 불러줬다.

    그것도 특별 예능을 찍자고 말이다.

    “우리 진짜 성공했나 봐…….”

    “수고했어, 언니…….”

    “흐엉.”

    얼마 전 음악프로그램 1위를 했을 때만큼의 감동이 그녀들의 가슴을 흔든다.

    그녀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이었다.

    “야, 울지 마! 화장 지워져!”

    “아, 실장님……!”

    “감동 깨지 마세요!”

    “닥쳐! 지금 이게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몰라?! 여기서 좋은 인상만 남겨야 관공서 행사도 따낼 수 있다고!”

    대학교 축제나 지방 축제보다 돈을 훨씬 많이 주는 게 관공서 행사. 목숨을 걸어서라도 이번 예능 촬영을 잘 찍을 수 있게 하겠다 다짐을 한 실장은 다시 한번 주의를 주었다.

    “아무튼 좀 있다가 관계자님 오시면 크게 인사하고…….”

    똑똑!

    “옙!”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오자 4명의 여성들은 눈을 부릅떴다.

    “어?”

    “요, 안뇽.”

    남성 2인조 발라드 아이돌 그룹. 자신들과는 결이 다른 아이돌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뒤를 이어 벅스, GS워너비 등 요새 한창 뜨고 있는 그룹이나 솔로 가수가 들어왔다.

    그 절정은 무려 레전드인 남녀혼성그룹 캐니스였다.

    90년대를 주름잡은 레전드 혼성그룹 캐니스.

    “아,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여기가 음악방송 복도인지 경찰청의 회의실인지 분간이 안 가는 수준. 그들은 저마다 흥분을 하거나 기대를 하며, 또 누군가는 심드렁한 얼굴로 관계자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그들이 기다리던 이들이 도착했다.

    뚜벅뚜벅!

    나연석 PD와 함께 들어온 종혁은 단상에 서며 가수들을 주욱 둘러봤다. 뜬금없이 젊은 사람이 등장하자 웅성거리는 그들.

    ‘이 정도면 이 시기의 드림팀이라고 할 수 있겠네.’

    “반갑습니다. 경찰 이미지 마케팅과의 팀장 최종혁 경감입니다.”

    “연출을 맡을 나연석 PD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경찰의 날 특집 3부작 예능, 가칭 우당탕탕 좌충우돌 파출소 생활기에 대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경찰의 날을 맞이한 관찰 대결 예능 준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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