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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11화 (211/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11화>

    휘이잉.

    갑자기 불어온 서늘한 바람이 무더위를 날리고, 종혁은 섬뜩해지는 옆구리에 다급히 손을 놓으며 물러난다.

    슈악!

    종혁의 옆구리가 있던 자리를 꿰뚫은 군용대검 한 자루.

    그걸 쥔 사내는 몸을 일으키며 코피를 닦았고, 종혁은 의외의 상황 때문에 놓쳐 버린 기회에 혀를 찼다.

    ‘최소한 수갑을 채웠어야 했는데…….’

    종혁은 작은 원망을 담아 오택수를 봤다.

    "나 미행했어요?"

    "지금 그게 중요하냐, 새끼야?"

    맞다. 중요하지 않다.

    놈들이 자세를 잡자마자 일어난 섬뜩한 살기가 온몸을 엄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베테랑의 심장을 저릿저릿하게 만드는 살기.

    오택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금껏 수많은 범죄자를 만나 보았지만, 이토록 진득한 살의를 내뿜는 놈들은 처음이었다.

    "야, 최 또라이. 이 새끼들 뭐냐?"

    "나도 모릅니다. 아는 형 집 놀러 왔다가 저 새끼들이 담 넘는 거 보고 잡으러 온 거예요."

    "넌 씨발……."

    정말 김종두 과장의 말처럼 사건이 따라다니는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던 오택수는 이내 낯빛을 굳혔다.

    "야, 긴장해. 여태껏 우리가 상대했던 놈들과는 다른 새끼들인 것 같으니까."

    "됐고, 오 경위님은 저기 반지하 입구나 지켜요."

    "뭐?"

    팔을 늘어트린 종혁은 그들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갔다.

    "야! 저 미친 새끼!"

    혼자서 덤벼드는 종혁의 모습에 당황한 건 출장을 나온 조직의 사원 둘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중 종혁에게 목을 잡혀 땅바닥에 처박혔던 놈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전조도 없이 칼을 찔렀다.

    하지만…….

    쩍!

    "……?"

    주춤 물러난 군용대검을 든 사원은 눈을 껌뻑였다.

    뭐에 맞은 건지 모르겠지만, 해머로 맞은 듯 막대한 충격이 골을 울린다.

    그 순간 다시 쩍 소리와 함께 코피가 터졌다.

    "컥!"

    어느새 복싱 자세를 취한 종혁은 코를 잡고 물러난 그를 보며 싱긋 웃었다.

    "왜? 안 보였어?"

    "……참가한다."

    다른 사원이 초승달 형태의 단검인 카람빗을 꺼내며 자세를 잡았고, 둘은 동시에 종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왼쪽 목을 노리는 카람빗과 앞으로 내민 오른 무릎을 찍는 군용대검.

    종혁은 느린 시간을 빠르게 유영하는 두 개의 공격에 눈빛을 싸늘하게 가라앉히며 발을 뒤로 내디뎠다.

    "뻔해, 병신들아."

    종혁은 허리를 틀며 왼쪽 목을 노리는 카람빗 든 사원을 향해 숨겨 두었던 오른 주먹을 강하게 내질렀다.

    쩌어억!

    턱을 얻어맞은 카람빗을 든 사내의 고개가 돌려지자, 종혁은 재차 허리를 돌리며 허공에 군용대검을 휘두르던 놈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쩌억!

    그리고 그대로 그를 덮치며 주먹을 해머처럼 내리쳤다.

    쩍! 쩍! 쩍!

    사람의 얼굴을 박살 내는 데도 흥분 한 점이 들어 있지 않은 눈.

    오싹!

    ‘이 자식…….’

    군용대검을 든 사원은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그의 손에서 피 묻은 군용대검이 떨어져 내렸다.

    "야! 최종혁!"

    섬뜩!

    고개를 돌린 종혁은 사각에서 눈을 찔러 오는 카람빗에 다급히 몸을 뒤집으며 그 팔을 양다리와 양팔로 휘감았다.

    그리고…….

    뿌드득!

    "크으읍?!"

    "유도선수한테 달려드는 거 아니다, 븅신아."

    종혁은 꺾여 버리다 못해 덜렁거리는 그의 팔꿈치를 놓으며 재빨리 그의 등 뒤로 달려들어 목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의 사타구니를 잡아 몸을 어깨에 걸치며 높이 쳐들었다.

    "뒤지진 않을 거야."

    "미친……."

    지금부터 하려는 건 상대의 등을 어깨에 고정시켜 뒤통수부터 떨어트리기에 낙법도 할 수 없는 끔찍한 기술이다.

    혹여 운이 좋다고 해도 어깨 골절을 피할 수 없는 기술.

    하지만 종혁은 망설임 없이 놈을 바닥으로 찍어 버렸다.

    콰드득!

    뼈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축 늘어져 버리는 놈의 몸.

    그제야 본인의 긴장도 풀며 일어선 종혁은 자신이 만든 광경을 가만히 둘러보았다.

    한 명은 다리를 뒤로 뒤집은 채 꿈틀거리고 있고, 다른 하나는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꿈틀거리고 있다.

    마치 사람에게 밟힌 애벌레 두 마리 같다.

    ‘너희에겐 묻고 싶은 게 많아.’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택수 때문이 아니라 답을 해 줄 사람이, 꼬리인 이들의 몸통을 알려 줄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작품이라도 감상하냐?"

    "아, 수고하셨어요. 덕분에 마음 놓고 싸울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다. 오택수가 반지하 입구를 지키지 않았다면 이렇게 진심으로 날뛰지 못했을 것이다.

    이 두 놈도 오택수 때문에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느꼈을 터.

    "지랄한다! 너 지금 옆구리에 구멍 뚫렸어! 어깨도!"

    "네?"

    "거기 말고 반대쪽!"

    "……아, 진짜네."

    언제 찔렸는지 옆구리가 피에 젖어 가고 있다.

    대략 7cm만 높이 찔렸어도 위험했던 부위.

    아까 군용대검을 든 놈을 덮칠 때 옆구리가 따끔했었는데 그게 이건 것 같다.

    종혁은 ‘둘 정도는 껌이네’라고 생각하려던 걸 관둬야 했다.

    회귀 후 처음으로 먹은 칼빵.

    끔찍한 참사가 예고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송곳니를 박아 넣은 것에 종혁은 절로 나오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지독한 새끼들.’

    너무 쉬워서 자신도 모르게 방심했나 싶지만, 그보다는 놈들의 독심이 혀가 내둘러진다.

    어깨에 꽂힌 카람빗을 뽑은 종혁은 혀를 차며 발을 내디뎠다.

    그에 오택수가 식겁하며 외쳤다.

    "하지 마, 새끼야!"

    "뭘 하지 마요. 이 새끼들 수갑 채우려는 건데."

    순간 오택수의 얼굴이 빨개진다.

    "그, 그건 내가 할 테니까 쉬어. 너 그러다 죽어!"

    "여기 찔려선 안 죽어요."

    "뭐?!"

    "그럼 걔들은 오 경위님에게 맡길게요. 과장님께도 대신 연락해 주세요."

    "야! 야-!"

    오 경위의 외침을 뒤로한 종혁은 반지하로 걸어가 핸드폰을 들었다.

    -여, 여보세요?

    "형이다. 문 열어."

    이놈이다.

    꼬리인 저들의 몸통을 알려 줄 사람이.

    놈들이 무슨 짓을 했고, 대체 뭘 봤는지 알려 줄 사람이.

    우당탕! 벌컥!

    "혀, 형? 혀엉……!"

    피에 젖은 옆구리를 발견한 고영광은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고, 종혁은 마음고생했다며 그의 머리를 헤집었다.

    "그럼 이야기 좀 들어 볼까?"

    "네?"

    "저 새끼들이 왜 널 찾아온 건지 짚이는 게 있지?"

    종혁은 순간 떨리기 시작하는 그 두 눈을 보며 이를 드러냈다.

    "불어. 뭐야?"

    "아…… 토, 토끼발 형, 블로 누나……."

    "뭐?"

    "토끼발 형이요! 블로 누나! 그 사람들도 구해야 돼요!"

    순간 상황을 파악한 종혁은 푸근히 웃었다.

    "걱정 마. 거긴 나만큼 위험한 인간들이 가 있을 테니까."

    어떤 면에선 종혁 본인보다 더 위험하다.

    ‘혹시 국정원이라고 아니?’

    예전, 러시아에 피지컬 트레이닝 전수를 끝내고 돌아온 날 공항에 마중을 나왔던 국정원. 간단한 부탁 정도는 들어주겠다 약속한 그들.

    종혁은 그런 그들에게 순철에게 토끼발 등의 접속 아이피 주소를 얻어 넘겨주었다.

    "걱정 말고 형을 믿어."

    종혁은 얼떨떨 고개를 끄덕이는 고영광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서 대체 뭘 본 거냐?"

    *   *   *

    서울에 위치한 5층짜리 건물이 갑자기 시끄러워진다.

    "빨리 정리해!"

    "그냥 본체만 챙겨! 시간 없어!"

    세진은행 프로젝트의 뒤처리를 위해 출장을 나간 사원들 중 하나의 조가 붙잡힌 것도 모자라 다른 조들까지 경찰에 쫓기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지부 폐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불이 붙은 담배를 입에 문 육십대 여성은 그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여기가 도떼기시장도 아니고……."

    그래도 차라리 이게 낫다.

    출장을 나간 사원을 보조하기 위해 함께 파견한 지원부 감시조의 사원들이 아니었다면 일이 어그러졌다는 걸 한 박자 뒤에나 알게 됐을 것이다.

    ‘1999년 대전 지부와 강원도 연수원이 날아간 이후 감시에 더 신중을 기하기로 한 게 아니었다면?’

    강원도 연수원이 날아가면서 함께 날아간 서울 제3지부 꼴이 날 뻔했다.

    "지랄 염병이네, 진짜!"

    ‘당장 한 달 후면 장남 결혼식인데 이게 뭐냐고!’

    언제나 그녀의 자랑이었던 장남.

    턱시도를 입고 늠름하게 입장하는 모습을 사진으로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치가 떨리고 이가 갈린다.

    장남뿐만이 아니다.

    무뚝뚝하지만 잔정이 많은 차남, 기가 센 장녀, 귀염둥이 막둥이까지 다신 볼 수가 없다.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솟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오십대의 남성이 다가선다.

    "이제 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지부장님."

    "누구던가요?"

    "특수범죄수사과라고 합니다."

    "……전체 다?"

    "현재 파악 중이지만, 최종혁이 최초로 사원들을 잡은 것 같습니다. 장소는 다크 드래곤 암이라는 디코이의 집입니다."

    "또 듣네요. 그 이름."

    눈빛이 차가워진 지부장이 이를 간다.

    빠드득!

    ‘이 개새끼란 말이지?’

    가족과 생이별을 하게 만든 악마가 말이다.

    하지만 뭔가 안 맞는 부분이 존재한다.

    "시간상 안 맞지 않나요?"

    종혁이 사원들을 처리하고, 다크 드래곤 암에게 정보를 얻어 특수범죄수사과 형사들을 파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정체불명의 무리가 출장 나간 사원들을 막아선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다.

    디코이들의 제거는 같은 시각에 이뤄지기로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원조가 말하길 출장 나간 사원들을 제지한 이들은 왠지 경찰과 다른 분위기였다고 했다.

    "아무래도 이번 프로젝트에 관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커뮤니티."

    "예. 아무래도 그 커뮤니티에서 세진은행 프로젝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기에 그중 누군가가 최종혁과 인연이 있어 연락을 했고……."

    현재 특수범죄수사과 소속이 아닌 최종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름 감시를 붙인 것일 터다.

    그러다 디코이를 제거하러 출장을 나간 사원이 걸린 거다.

    "그래서 특수범죄수사과가 추격의 바통을 넘겨받은 거군요."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입니다."

    ‘빌어먹을!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지?’

    이 프로젝트에 걸린 일들이 얼마나 많던가.

    또 대형 프로젝트도 연관이 되어 있었다.

    해커들의 커뮤니티 사이트라 그 안에서 활동하는 해커들이 뭔가 이상한 걸 눈치채도 정보의 출처를 밝힐 수 없을 거라 생각해서 프로젝트를 승인했는데, 결국 이렇게 코가 깨져 버렸다.

    "알았어요. 그럼 그 이름 본사에 올리고 이제부터 관리해 달라고 전하세요. 안 그러면 내가 미쳐 날뛰는 꼴을 보게 될 거라고 덧붙이고요!"

    "예."

    "후우. 프로젝트 결과는요?"

    "죄송합니다……."

    중요한 순간 교란 목적으로 모집했던 고영광들에게 목격이 되어 다급히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중요 정보도, 돈도 모두 목표치를 달성할 수가 없었다.

    "……쯧. 가죠. 부산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그들이 빠져나가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뻐어엉 소리와 함께 그들의 있었던 건물이 폭발했다.

    *   *   *

    삐용삐용.

    구급차가 수시로 도착하는 병원의 VVIP실에 누운 종혁은 뚱한 눈으로 쳐다보는 김종두 과장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경찰 이미지 마케팅이라며? 요샌 그런 내근직도 칼을 먹는가 보다?"

    "하하. 이래서 운 나쁜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나 봐요."

    "하하? 그래? 운이 나빴어?"

    "네. 전 억울합니다. 아는 형 집에 놀러 갔을……."

    "이 개새끼야-!"

    김종두가 종혁을 향해 달려들자 함께 문병을 온 형사들이 다급히 붙잡았다.

    "에헤이! 진정해요, 진정. 저거 처음으로 칼 맞았잖아요."

    "그러니까 딱 한 대만 때릴게. 딱 한 대마안!"

    "과장님, 진정시켜."

    "읍! 으으읍!"

    특수범죄수사과의 2인자 박대철은 실실 웃고 있는 종혁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처음 맞아 본 칼찌 맛은 좀 어때? 맛있냐?"

    진짜 형사가 되기 위한 통과 의례라고 할 수 있는 칼빵. 칼찌.

    이 트라우마를 이겨 내지 못하고 형사를 관두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딱히? 솔직히 오 경위님이 말하지 않았으면 집에 가고 나서야 알았을걸요?"

    종혁의 눈을 빤히 바라본 형사들은 풀썩 웃었다.

    흔들림은커녕 무심하기까지 한 눈.

    "……그래. 너 형사 해라, 씨발."

    "아하하. 그래서 다른 피해자들은 어떻게 됐어요?"

    그 말에 난동을 부리던 김종두도 몸을 멈추고, 못 말리겠다며 고개를 젓던 형사들의 낯빛도 어두워진다.

    "후우. 두 명이 중상이야. 다행히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라는데……."

    무려 중상이다. 수술을 무사히 끝낸다고 해도 아마 꽤 오랜 시간 거동이 불편할 거다.

    "다른 세 명은 경상. 정말 다행히도 다들 서울에 살아서 빨리 도착할 수 있었어."

    "다행이네요. 정말로……."

    종혁은 중상을 입은 그들의 후유증이 적기를 기도했다.

    "그래서."

    "네?"

    "그 사람들은 누구냐?"

    피해자들이 말하길 형사인 자신들이 도착하기 전 누군가가 놈들에게서 구해 줬다고 했다.

    종혁은 얼른 말하라 눈으로 외치는 그들에게 대략적인 사정을 설명했다. 국정원이란 단어를 쏙 뺀 채 말이다.

    ‘국정원과 내 관계가 밝혀져선 안 돼.’

    그렇게 되면 놈들도 금세 알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일이 복잡해진다. 그렇기에 국정원에 부탁을 할 때도 신원을 밝히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놈들은 계속 방심을 해야 돼.’

    아마 놈들은 오래 지나지 않아 본인과 국정원의 관계를 의심하게 될 거다. 일단 국정원의 피지컬 트레이닝을 맡았으니까.

    ‘하지만 의심과 확신은 그 무게가 완전히 다르지.’

    "하. 그 외모만 꼬맹이가 큰일을 해 줬네……."

    이 피해자들을 구한 건 종혁이 아니라 순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먼저 말을 안 한 거구나?"

    "철이가 말해 준 거지만, 정보를 얻은 곳의 출처가 믿을 수 없는 곳이었으니까요. 그래도 미리 말 안 해서 죄송합니다."

    "……그래.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라. 우리가 남이냐?"

    그들은 미리 말을 하지 않은 종혁에게 많이 섭섭했지만, 자신들 역시도 그랬을 것 같기에 이해하기로 했다.

    "그래, 수고했다. 쉬어라."

    "예, 조심히 들어가세요. 놈들 잡으면 연락해 주시고요."

    "쉬어."

    종혁의 어깨를 두드린 형사들이 나가자 종혁은 베게 뒤에 숨겨 둔 담배를 꺼내어 물었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걸릴까?’

    일단 판을 깔았으니 됐다.

    그럼 뭐라도 기웃거릴 터.

    ‘그때가…….’

    "아무리 VVIP라지만, 병실에서 담배를 펴도 되는 건가?"

    위험한 눈빛을 짓던 종혁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보곤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청장님께서 여긴 왜……."

    이택문 경찰청장뿐만 아니다. 돌아간 줄 알았던 김종두도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도 똥 씹은 표정으로 말이다.

    뚜벅뚜벅 걸어온 이택문은 종혁의 입에 물린 담배를 빼앗아 본인의 입에 가져갔다.

    "후우우."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거슬리는 게 있는지 뚱한 얼굴의 미간을 좁히고 있는 이택문.

    그는 꽤 시간이 흐른 후에야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최 경감."

    "예, 말씀하십시오."

    "이번 사건 넘기기로 했으니 그렇게 알아. 그럼 가지."

    "아, 역시 그렇게 됐습니까?"

    "음?"

    종혁은 의아해하는 둘의 모습에 소리 죽여 웃었다.

    ‘거봐. 방심을 하니까 이렇게 알아서 꼬리를 드러내 주잖아!’

    그것도 이렇게 빠르게 말이다.

    "푸하하하하핫!"

    종혁은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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