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207화 (207/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207화>

박정수의 집 근처 먹자골목에 위치한 룸 소주방.

시끄러운 바깥과 달리 조용한 룸에 앉은 종혁과 박정수가 술잔을 기울인다.

"맛있는 안주 나오는 술집도 많은데 왜 하필 룸소주방이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안주를 작살내는 종혁을 향해 박정수가 배시시 웃는다.

"이해해 주라. 이런 곳 아니면 사람들에게 시달려서 술을 잘 못 마셔서 그래."

"어이구, 그러세요. 연예인병에 걸리셨어요?"

"……좀?"

웃음을 터트린 둘은 짠 술잔을 부딪쳤다.

"크으!"

안주로 입가심을 한 박정수가 우물쭈물거리다 이내 말을 건넨다.

"아까 멋지더라."

"……이 양반이 겨우 소주 반병에 취했나."

"정말이야."

한 기수만 차이가 나도 하늘로 섬겨야 하는 개그맨 문화.

오늘 종혁에게 얻어맞은 세 명은 박정수에게 하늘 같은 선배이자, 그림자조차 밟아선 안 될 귀신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종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박살 냈다.

그러며 죄목을 읊는 그 모습이란.

심지어 감히 쳐다볼 수조차 없는 기태종 부장까지 박살 냈고, 경찰청장과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그 모든 모습들이 멋있었다.

‘넌 그때도 잘났지만, 지금은 더 잘나졌구나.’

돌아서면 배고픈 의전경들에게 수십만 원씩 턱턱 내던 종혁. 첫날부터 마사지 업소를 박살 내더니 결국 명동파를 아작 냈던 종혁. 그때도 다른 세상의 사람 같았지만, 지금은 아예 잡히지 않는 곳에 있는 환상처럼 느껴졌다.

‘넌 정말…….’

빠아악!

"아아악!"

"그따위로 구멍을 파니까 그딴 찐따 새끼들한테 삥이나 뜯기지. 에라이."

"야, 그래도 내가 형이야!"

"형이라서 이 정도만 때리는 거야. 동생이었어 봐."

"……."

‘그래도 시계는 돌려받았네.’

코웃음을 친 종혁은 술을 들이켰고, 박정수는 어깨를 움츠렸다.

"미안하다, 모두 다. 형 정말 한심……."

빠아악!

"야!"

"미안하면 더 잘될 노력이나 하세요. 이왕 이름을 알렸으면 김재선 씨나 장호돈 씨 정도는 되어야 할 거 아냐."

"아, 그건 무리지."

"무리가 어디 있어. 황새를 쫓다 가랑이가 찢어져도 그만큼 가는 건데."

찢어지면 치료하면 된다. 그리고 다시 쫓으면 된다.

그렇게 쫓다 보면 그들과 나란히 걸을 순 없어도 그들이 지나친 길은 따라갈 수는 있을 거다.

정점으로 향하는 그들이 밟은 길을.

"넌 정말 마인드가 다르구나……."

"그렇다고 나한테 반하지는 마시고."

"푸흐흐. 안 해, 새끼야."

"어쭈? 박 수경님 많이 컸어. 욕도 할 줄 아시고?"

중지를 치켜든 박정수는 술을 들이켰다.

그런 그의 표정은 왜인지 후련해 보였다.

피식 웃으며 그의 빈 술잔에 술을 따라 주던 종혁은 순간 떠오르는 게 있어서 입을 열었다.

"아, 형 지금 대표 예능 프로그램에 다 출연하지?"

"이젠 좀 끝물이지. 캐릭터가 겹치는 분이 등장해서……."

심지어 더 열정적으로 달려들기에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그러게 아이디어 좀 열심히 짜내라니까. 평생 그 개그 코너만 우려먹을 거야?"

"……그래. 내가 죄인이다, 죄인이야. 그런데 그건 왜?"

"아, 곧 수십만 경찰 중에서 뽑고 뽑은 정예들이 예능에 출현할 거라서 말이야."

"……응?"

"형보다 잘생기고 키 크고 위트 있는 반칙 덩어리들이 출연한다고. 걔들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아니 밀리는 게 뭐야. 최대한 버티라면 지금이라도 운동을 하는 게 좋을걸? 우리 애들 고삐 풀리면 무섭거든."

대가 약해선 결코 할 수 없는 게 경찰이다.

그런 사람들이 성격을 죽인 채 사건과 민원에 시달린다.

그렇게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인 그들을 놀아 보라며 풀어놓는다?

그곳이 어디든 종혁은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러니 형도 이번 기회에 캐릭터 제대로 만들어 보자. 내가 걔들한테 말해서 살살 하라고 할게. 어때, 콜? 동생 좋다는 게 뭐야."

"종혁아……."

"연예인병에 걸려도 김재선 씨 정도는 되어야 봐 줄 수 있지."

"야, 이씨!"

"마시기나 하세요. 개그맨 박정수 씨."

"씨이."

둘은 술잔을 부딪쳤고, 종혁은 약간 씁쓸해지는 속내를 삼켰다.

‘이래야 그림이 더 다채로워지지.’

제대로 힘을 쓰면 연예인들 중 누구도 막을 수 없을 정예들.

이런 캐릭터가 있어야 그림이 산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정예 모집을 위한 공문을 승인받기 위해 홍보담당관을 찾았다.

"아, 맞아. 최 경감, 너도 출연해."

"예?"

"우리 경찰에서 너만큼 반칙인 놈이 어디 있어?"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에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 경찰대 수석 졸업. 외모는 훈훈하기 그지없으며 귀티는 재벌 3세 뺨친다. 실적은 위아래 기수 7년을 따져 봐도 압도적.

이 이상까지 열거하자면 입만 아프다.

종혁은 그런 단호한 홍보담당관의 말에 씩 웃었다.

"그냥 강원도 철원으로 발령 내 주세요."

‘걔들이랑 어울리라고? 차라리 혀 깨물고 죽고 말지!’

종혁은 절대 싫었다.

*   *   *

웅성웅성.

공문이 내려진 지 겨우 사흘 만에 백여 명의 경찰이 본청 대강당에 모였다.

계급은 거의 순경에서 경장. 현재 의전경 부소대장으로서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 하고 있는 예비 경위들도 있었다.

종혁과 오택수는 그런 그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야, 우리 경찰에도 인물들 많네."

"그러니까요……."

신장 183cm 이상에 체중 85킬로그램 이하, 외모는 누가 봐도 미남에다가 운동특기생은 가점 추가.

이런 커트라인이었는데도 이렇게나 모인 거다.

솔직히 10명이라도 뽑으면 많이 뽑는 거라고 생각했던 종혁은 자신의 그 성급한 예측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잘할 수 있는데……."

"응, 아니야."

키 183cm 이상에 체중 85킬로그램 이하.

최재수도 그 범주에 들어가지만, 결정적으로 외모에서 마이너스다. 그것도 눈물이 앞을 가릴 만큼 마이너스다.

-홍보담당관님께서 입장하십니다.

경찰들은 다급히 수다를 멈추며 차렷 자세를 취했다.

저벅저벅!

홍보담당관이 무대의 단상에 서자 종혁은 입을 열었다.

"전체-! 차렷!"

처처척!

"경례!"

"충-성!"

"충성."

"쉬어."

"쉬어!"

홍보담당관은 눈이 마주치자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는 종혁의 모습에 혀를 차곤 백여 명의 젊은 경찰들을 훑어봤다.

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소중한 막내딸과 연애를 해도 찬성할 수준들.

‘경찰에 인물이 많을 거라더니…….’

이러면 종혁에게 출현을 하라고 강요할 수가 없다.

‘그래, 네놈은 아직 현장을 굴러야 하니까…….’

얼굴 노출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았다.

아쉬움에 혀를 찬 홍보담당관은 마이크를 잡았다.

"무슨 이유로 소집이 됐는지는 다들 알 거야. 그러니 긴 말은 안 하겠어. 우리 경찰만 제대로 알려. 그러면 인사고과와 특진 포인트, 보너스는 내가 책임지고 줄 테니까."

인사고과, 특진 포인트, 보너스.

경찰이 목을 매는 세 가지. 그들의 심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이상. 그럼 곧바로 테스트 진행하고, 최 경감은 잠시 나 좀 보지."

"예? 예. 전체 차렷! 경례!"

"추웅-서엉-!"

종혁은 홍보담당관을 쫓기 위해 발을 떼며 오택수를 봤다.

"제 대신 이동시켜서 테스트 진행해 주세요. 안전에 유의해 주시고요."

"내가 애냐?"

싱긋 웃은 종혁은 얼른 홍보담당관에게 따라붙었다.

"다들 훤칠하더군."

"하하. 제가 뭐랬습니까."

"……쯧."

종혁의 미소를 보자니 더 아쉬워졌던 홍보담당관은 애써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전에 본 연예인들에 비하면 좀 미흡한 것 같던데……."

"그거 다 화장발입니다. 백옥 같은 피부? 그런 건 걱정 마십시오."

‘돈이면 안 되는 거 없으니까.’

본판도 훌륭한데 거기에 돈이 끼얹어진다?

장담컨대 웬만한 남자 연예인 뺨은 왕복으로 후려칠 수 있을 거다.

"……흠. 그래, 이번에도 믿어 보지. 잘해 봐. 청장님 기대가 큰 거 알지?"

"결과로 증명하겠습니다."

"수고해."

"충성."

고개를 끄덕이며 발을 내딛던 홍보담당관은 순간 아차 했다.

"그런데 끼는 어떻게 확인할 거야?"

"그것도 걱정 마십시오. 확실한 방법으로 추려 낼 테니까요."

‘분명히 확실하긴 하지만…….’

들으면 분명 화를 낼 테니 종혁은 입을 다물기로 했다.

그에 순간 불안해져 눈을 가늘게 떴던 홍보담당관은 믿기로 하며 발을 뗐다.

"충성."

어물쩍 넘기는 게 성공해 가슴을 쓸어내린 종혁은 경찰 이미지 마케팅과로 향했다.

이택문이 소집한 태스크 포스에게도 맡겨 놓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 진짜 더럽게 바쁘네."

특수범죄수사과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쁜 것 같아서 한숨이 나오는 종혁이었다.

테스트는 신체 테스트와 두뇌 테스트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커트라인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은 소정의 위로금을 받고 돌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소정의 위로금이 올 여름 시즌 콘도 숙박권과 와인 쿠폰이었기에 돌아간 사람들은 만족을 할 수 있었고, 생존한 경찰들은 더 큰 기대를 품을 수 있었다.

‘1차 탈락 위로 상품으로 콘도 숙박권이라니!’

‘진짜 미쳤네, 본청! 이래서 선배들이 본청, 본청 하는 건가?!’

오해가 많이 섞여 있었지만, 그들은 이동하는 버스에서 들썩이는 엉덩이를 주체하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 어디 가는 겁니꺼?"

"글쎄요. 이 방향은 명동인데……."

의아해하던 그들은 곧 명동 안의 한 커다란 건물 앞에 멈춰 서게 됐다.

"자, 내립시다."

종혁의 말에 의아해하면서도 우르르 내린 그들은 눈을 껌뻑였다.

"오셨습니까, 형사님!"

"오셨습니까!"

웨이터 복장과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마치 깡패처럼 90도로 인사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준비는 다 됐죠, 박 전무님?"

"누구 말씀이신데요. 이벤트 쫙 때려서 A급들로만 채워 놨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생존자 50명을 봤다.

"여기가 어딘지는 봐서 아시겠죠? 긴말은 안 하겠습니다. 여러분 중 가장 잘 노는 30명만 통과시키겠습니다."

"예?"

"2차 테스트를 통과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이 있을 예정이니 어디 한번 제대로 놀아 보세요."

"……진짜 이 미친 또라이 새끼."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해 눈을 껌뻑이는 사람들 귀로 오택수는 푸념이 울려 퍼졌다.

종혁은 싱긋 웃었다.

‘뭐니 뭐니 해도 본연의 끼는 나이트에서 나오는 거지.’

*   *   *

거대한 체육관 안.

한 남성이 허공을 날아 엎드린 한 사내의 허리를 부숴 버릴 듯 찍어 앉는다.

쿠웅!

"끅!"

곰이 후려치는 듯한 고통에 엎드린 사내의 무릎이 흔들거리며 땀이 후두둑 쏟아진다.

그 순간 벼락같은 종혁의 호통이 쏟아진다.

"신음 흘리지 마! 버텨! 웃어! 버티지만 말고 흔들어! 공격도 거기서 끝내지 마! 찍어! 팔로 균형 잡고 괴롭히란 말이야!"

"으아아아!"

"끄아아아아!"

배 속 깊은 곳에서부터 힘을 짜내는 그들이 하는 건 말뚝박기였다. 그렇게 한쪽에서 말뚝박기를 하고 있다면 다른 쪽에선 손바닥 밀치기나 닭싸움을 하고 있었다.

"집중해! 상대를 범인이라 생각해! 죽일 생각으로 달려들어!"

짝! 짜악! 부우웅!

"너 만날 차였지?"

"하! 그랬겠어? 당연하지! 넌 연기력 논란 있지?"

"어떻게 알았지? 당연하지!"

"인신공격은 교묘하게! 최대한 하찮게 쳐다보며! 적당히 당하는 척도 하고!"

시대를 관통한 게임도 연습하고, 다른 쪽에선 이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도 상식을 외우기에 여념이 없다.

십여 대의 에어컨조차 식히지 못한 뜨거운 열기가 체육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때였다.

쫘아아악!

체육관을 꿰뚫는 박수 소리에 모두 하던 연습을 멈추고 종혁을 본다.

어느새 유도복을 입고 샅바를 매고 있는 그.

"현재 시각 16시 30분."

"아."

무슨 일인지 갑자기 좌절하기 시작한 그들의 모습에 종혁은 이를 드러내며 손을 까딱였다.

"한 놈씩 들어와. 오늘도 가장 많이 넘겨지는 3명은 스판 반바지만 입은 채 본청 투어 돌고 여경들과 간담회 가진다. 알지? 우리 누님들, 이모님들."

험하고 거친 사내들 사이에 있기에 능글맞기가 보통 아줌마는 상대도 안 되는 그들.

"……이 씨발! 죽여!"

"우와아아아아!"

종혁은 달려드는 최종 멤버 8인을 보며 활짝 웃었다.

"넘겨질 것 같으면 날 패도 돼! 스튜디오에서도 그렇게 해! 날 죽일 생각으로 달려들어!"

"재껴어-!"

그리고 이 모든 모습을 커다란 카메라 다섯 대가 찍고 있었다.

"끄응. 으으응!"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클래식과 아로마 향이 은은히 퍼지는 피부관리숍에 남성들의 교태 어린 신음이 울려 퍼진다.

‘괴물 새끼 팀장님.’

‘과장님 아냐?’

‘본청 과장이 경감이냐? 25살이냐?’

‘아, 그러네.’

‘하, 씨발. 저러니 경찰대 기수를 씹었지.’

"응핫! 거, 거긴 안 되는데요!"

짝!

"여길 풀어야 혈액 순환이 잘 돼요! 남자가 돼서…… 참아요! 어휴 뭉친 것 좀 봐."

"남자니까 못 참는데요!"

그들은 사타구니 근처를 꾹꾹 누르는 관리사들의 손길에 몸만 비틀 수밖에 없었고, 종혁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어느덧 피부에 물광이 번뜩거리기 시작한 그들.

다들 자기가 잘난 줄 아는지 그동안 나름대로 관리를 해 왔기에 고작 일주일 만에 모두의 피부에서 광이 번뜩인다.

기름때 가득한 옷을 입고 나가도 헌팅을 당할 미남들.

물론 돈의 위력이 가장 컸다.

"다들 받으면서 들어."

경찰들이 몸을 굳히며 귀를 세운다.

"이제 내일이야."

내일부터 예능 촬영이 시작된다.

"하기 싫은 사람은 지금이라도 말해. 원래 근무하던 곳으로 보내 줄 테니까."

8명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나흘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최종 멤버 8인에 속하게 됐고, 지난 일주일 동안 하루 13시간씩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몸과 마음을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나중은 몰라도 지금은 원래 근무지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럼 없다고 생각하고 한마디 할게. 야, 홍보단."

대한민국 경찰청 경찰 이미지 마케팅과 소속 경찰 홍보단 1기.

그들을 보는 종혁의 눈이 번뜩였다.

"우리 쪽팔리진 말자."

"……!"

주접? 떨어도 된다.

러브라인? 안 말린다.

연예인이 좆같이 군다? 들이받아 버려도 된다. 편집을 하면 되니까.

"하지만!"

숨을 고른 종혁은 이를 드러냈다.

"어떤 상황에서건 지는 건 절대 용납 못해."

만약 진다고 해도 그냥 허무하게, 그리고 진짜 지는 게 아님을 보여야 한다.

"명심해. 너흰 내일부터 수십만 경찰들의 얼굴이야. 알겠어? 최소한 떠나온 파출소, 경찰서 식구들 얼굴에 먹칠은 하지 말아야지!"

수십만 경찰들을 대표하는 얼굴.

그 말과 떠나 올 때 응원하던 회사 동료들의 웃는 얼굴이 8명의 심장을 후려친다.

정신을 차린 그들은 몸을 뻣뻣이 굳히며 입을 크게 벌렸다.

"안 그래?!"

"충성!"

우렁찬 그들의 외침이 피부관리숍을 꿰뚫자 종혁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좋은 모습 보이면 너희 전 근무지에도 보너스 내려간다."

"……!"

그들을 한 명의 경찰로 만들어 준 전 근무지.

순간 8명의 전신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리고 이 모습 역시 카메라로 담고 있었다.

카메라에 적응시키기 위해 선발전 때부터 활용한, 방송국에서 쓸법한 대형 카메라.

그렇게 경찰 홍보단 출격의 날이 밝았다.

*   *   *

뚜벅뚜벅!

오와 열을 맞춰 걷는 미남들의 모습에 방송국 로비를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이 뺏긴다.

"와……."

"와, 쟤들 뭐야? 아이돌이야? 이번 앨범 컨셉이 경찰인가?"

수많은 미남 미녀 연예인들을 보며 단련된 그들의 시선이 뺏기는 거다.

긴 다리와 근육질 몸을 더 도드라지게 만드는 경찰 정복을 입은 그들은 하나의 작품이었고, 쉬이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대기실 앞에 도착한 종혁은 박동수를 봤다.

"배고프면 아무거나 시켜서 먹어. 다만 적당히. 카메라에 부하게 찍히면 안 되니까. 계산은 이걸로 하고."

"옙! 아, 그런데 정말 이런 것까지 영수증 처리될까요?"

"되겠냐. 최재수는 그거 들고 나 따라와."

"충성!"

종혁은 다른 대기실로 향했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안에서 들려오는 허락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본다.

"충성. 경찰 홍보단 단장 최종혁 경감입니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김재선입니다!"

종혁은 인사부터 정겹고 밝은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는 걸 느꼈다.

반면 김재선은 종혁을 보며 감탄을 하고 있었다.

‘와. 이렇게 잘생기고 어린 친구가 벌써 경감이고 단장이야?’

엄청난 엘리트란 소리였다. 김재선은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방송국에 오면 인사 같은 걸 해야 된다고 해서 약소하게나마 좀 준비해 봤습니다. 최 경장."

"아이고, 뭘 이런 걸 다…… 힉?!"

아는 사람만 아는 중화레스토랑 목련의 식사 초대권.

"짜장면을 좋아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준비해 봤습니다."

"아이고! 이거, 이거 선물이 너무 큰데요? 그런데 이런 걸 주신다고 해도 저희가 봐 드릴 수는……."

"아니요. 괜찮습니다. 전력으로 임해 주시면 됩니다."

종혁의 단호한 말에 너스레를 떨려던 김재선이 멈칫한다.

"음. 저희가 좀 센데……. 호돈이 형이랑 국종이가 특히……."

힘으로는 둘이고, 말빨로는 다른 사람들도 만만치가 않다.

이런 설명에 종혁은 싱긋 웃었다.

"정말 괜찮습니다."

‘그래야 그림이 풍성해질 테니까. 그리고 거칠고 센 걸로 따지자면 우리 애들이 더하지.’

현장에서 온갖 민원과 범죄자를 잡으며 땅바닥을 뒹굴던 경찰들이다. 더욱이 전직이 화려한 그들.

그럼에도 진다?

그땐 다 죽는 거다.

이걸 알기에 그들도 죽자 살자 달려들 터.

종혁은 자신만만했고, 그런 종혁을 보며 ‘예능이 쉬운 게 아닌데’ 걱정을 하던 김재선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런데 저희 어디서 보지 않았나요?"

흠칫!

속으로 놀란 종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초면입니다."

들켜선 안 된다. 들키면 골치 아파진다.

딱 잡아떼는 종혁의 모습에 김재선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게 촬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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