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97화>
형사란 걸 밝히자마자 도망치려다 잡혀 호되게 얻어맞은 몇 명까지 합해 8명의 동남아인들은 앞에 놓인 술들을 보며 군침을 흘리면서도 경직된 자세를 풀지 못했다.
"당신들을 잡아가려는 게 아니니까 너무 걱정 말고 드세요. 그러게 왜 도망을 쳐서…… 쯧."
"우리 비자 없다. 잡아가는 줄 알았다!"
눈가에 멍이 든 한 동남아인이 억울하다며 버럭 했다.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이진 말고, 새끼야. 확 그냥."
세 명이서, 아니 한 명은 비자를 받고 온 네 명을 붙잡고 있어야 했는지라 두 명이서 네 명을 잡아야 했는데 진땀을 제대로 뺐다.
"미안해, 뽈리스……."
"알았으니까 마시기나 해요. 따뜻한 음식 앞에 두고 제사 지내지 말고."
지금은 문을 닫은 동네 입구 슈퍼 앞 두 개의 플라스틱 테이블에 펼쳐진 족발에 보쌈, 소고기 편육에 치킨, 이 시간에 살 수 있는 모든 음식과 양주, 소주, 맥주, 막걸리의 향연.
침만 꼴딱꼴딱 삼키던 그들은 결국 음식의 유혹을 참지 못해 눈을 질끈 감으며 흡입을 시작했다.
"마, 맛있어!"
"흑! 이게 얼마 만에 먹어 보는 요리야!"
요리를 먹는다고 해도 만날 대량으로 조리되는 식당음식만 먹은 그들.
고향에서 고생할 가족에게 돈을 모두 보내고 나면 치킨은커녕 맥주 한 캔 사 먹을 돈도 부족해서 언제나 굶주렸던 그들은 폭주를 할 수밖에 없었다.
"뽈리스. 좋은 사람. 좋은 사람!"
"좋은 사람! 사랑해, 뽈리스!"
"그래요. 많이 먹어요."
순박한 건지, 정신이 없는 건지, 아님 모자란 건지 방금 전 얻어터졌어도 엄지를 치켜세우는 그들을 보자니 웃음만 나왔다.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그런데 왜 여기 살아요. 보통 숙소는 원룸 같은 거 아니에요?"
보통 이런 공단은 공장끼리 돈을 합치거나 각 공장마다 따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잘 수 있는 숙소를 계약하는데, 원룸이 주택보다 가성비가 높기에 거의 원룸을 선호한다.
그래서 공단 주변에는 원룸들이 많다.
"그거 작년에 불탔다. 활활. 저기."
"맞아. 세탁소도 없어졌다. 손빨래 손 아파."
"숙소 바꿔 준다고 해 놓고 안 준다. 나쁜 싸장님."
"아, 그래서 저기에 공터가……."
마을 입구 오른쪽에 넓게 공사 펜스가 쳐져 있기에 뭔가 했더니 그것 때문인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이던 종혁은 음식이 거의 사라진 테이블을 보곤 입을 열었다.
"혹시 재작년에 여기서 일한 사람 있어요?"
서로를 본 그들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나 작년에 왔다. 이 형 씩스 먼스 전에 왔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최장 체류 기간이 1년을 넘긴 사람이 없다. 절로 한숨이 나오는 말들이다.
"그럼 혹시 재작년에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요?"
"아, 그거. 들었다."
그들은 다시 서로를 봤다.
"그거 또래 학생이 범인이라지 않았어?"
"으응. 아닐걸? 여기 사는 애들 중 남자는 베에에 이거잖아. 나머지는 여학생이고."
"그럼 누구야?"
"몰라."
종혁은 그들이 모국어로 떠드는 말에 눈을 빛냈다.
‘남녀 학생이 사는데 남학생이 장애인이라고?’
"들었는데 모른다. 안 잡혔다. 우리 싸장님, 그거 우리 중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더 일 시킨다. 다른 생각 못하게?"
"나도 그런다. 씨발, 싸장님. 신고하고 싶다."
"신고하면 너 잡혀가."
"뭐?! 너희 중에 있다고?"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아니다!"
"뭐가 아니야! 똑바로 말 안 해, 이 새끼들아! 너희지? 너희 맞지?!"
오택수가 다시 시동을 걸자 그들은 다급히 손을 저었다.
"우리 고향에 가족 있다! 돈 벌어야 한다! 그런 짓 왜 한다!"
"맞다! 우리 돈 마니 마니 벌어야 한다!"
"그런 짓 하면 마누라에게 맞아 죽는다! 내 마누라 코끼리다!"
진심으로 억울함을 피력하는 그들.
그들의 행동이나 제스처, 모든 신체적 신호를 살핀 종혁은 과열된 공기를 진정시켰다.
"알겠으니까 진정해요. 오 경위님도 진정하시고요."
"……씨발."
벌떡 일어난 오택수는 담배를 물며 멀찍이 떨어졌고, 종혁은 씩씩거리는 동남아인들을 봤다.
"우리 진짜 아니다!"
"알아요. 아마 그 사장도 당신들이 다치지 말라고 그런 말을 한 걸 거예요. 괜히 외국인이 몰려다니면 안 좋게 보니까."
"……그건 맞다. 하지만 의지할 사람 얘들뿐이다."
"우리 서로 의지한다. 외롭다."
종혁은 침울해진 그들을 다독이다 진정될 때쯤에야 입을 열었다.
"그럼 혹시 재작년에 여기 있었던 사람은 아세요?"
그 사람에게 단서가 있을 수 있기에 중요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모른다. 없다."
"예? 왜요?"
"우리 기러야 1년 일한다. 그리고 다른 도시 공장 간다."
"응. 단속 피해야 한다. 나 다음 달 간다."
‘니미럴…….’
다시 원점.
최재수는 이들에게 왜 비싼 돈 들여서 이런 걸 사 줬나 하며 얼굴을 구겼다.
하지만 종혁은 아니었다.
방금 전 제법 중요한 말이 나왔다.
"어떻게요?"
"응?"
"어떻게 다른 도시 공장으로 가는데요?"
"그야 브로…… 억?!"
콱!
옆구리에 손끝이 꽂힌 사람은 옆 사람을 보며 억울해했다.
종혁은 그에 재차 눈을 빛내며 그들의 빈 잔에 술을 따라 줬다.
"당신들에게 절대 피해를 주려는 게 아니에요. 피해가 가지도 않을 거고요. 뭐 어쩌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겨도 우리만 입을 다물면 아무도 모르잖아요. 안 그래요?"
"……진짜냐?"
종혁은 지갑 속에 있는 수표 8장을 꺼내어 테이블에 내려놨다.
백만 원짜리 자기앞 수표.
"가짜겠어요?"
꼴깍.
"텔폰 번호! 이름! 외모! 필요한 거 뭐?"
종혁은 너도나도 손을 드는 그들을 보며 씩 웃었다.
* * *
"하. 이러면 정말 그놈들 중에 있다는 건데……."
일주일을 더 머물며 조사를 한 결과, 가능성은 한 가지만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졌다.
외국인 노동자, 불법 체류자.
전학이나 이사를 갔다는 몇 명까지 수배해 조사한 결과, 그 공단을 스쳐 지나간 사람들 중 한 명이 범인일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명단이 남아 있으면 좋을 텐데……."
불법 체류자까지 중개 알선을 하는 놈들이 그런 독이 될 자료를 남겨 뒀을까.
"뒤집어 보면 알겠죠. 벌써부터 포기하진 맙시다."
"그래. 가자, 가. 하아…… 야, 최재수. 뭐해? 안 가?"
"굿 캅, 배드 캅이었죠? 맞죠?!"
뜬금없는 소리에 종혁과 오택수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때요! 외노자들 상대할 때! 와, 어떻게 그렇게 합이 딱딱 맞았어요? 나 모르게 짰어요?"
일주일 전의 상황을 떠올린 둘은 고개를 저었다.
"와. 진짜 이걸 언제 형사 만들지?"
"수고하십쇼."
"너도 같이 해야 돼. 새끼야."
둘은 연신 탄식을 터트리는 최재수를 무시하며 차로 향했다.
부우웅! 끽!
"여기부터 뒤지게?"
주방 찬모, 홀 서빙, 일용 등의 단어가 적힌 성철직업알선소.
그들이 말한 중개 알선소 중 한 곳이다.
딸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소파와 허름한 책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시선을 보낸다.
오택수는 공간의 안쪽 허름한 책상에 앉아 있는 덩치 큰 오십대 중년인을 향해 걸어가 입을 열었다.
"실례합니다. 경찰입니다. 사람 좀 찾으려고 왔는데요. 혹시 재작년에 저기 공단에서 일한 외국인이 누구누구인지 좀 볼 수 있을까요?"
움찔!
몸을 굳히며 오택수를 힐끔 봤던 장년인이 다시 장부 같은 걸 본다.
"여기 외노자 취급 안 해요."
"듣고 왔는데, 좀 알려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명단만 확인하면 갈 건데."
"거 안 한다니까. 아야, 뭐허냐! 손님 가신다!"
종혁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는 덩치들을 보며 키득키득 웃었고, 오택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이 새끼들은 꼭 이러더라. 경찰이 정중히 협조를 해 달라고 할 때 협조를 해 주면 어? 벌금만 좀 맞고 끝일 텐데 어?!"
몰랐다, 다음부터 안 그러겠다 그러면 일을 하는 데 지장도 없다.
"야, 최재수! 문 잠가!"
"예, 옙!"
최재수는 황급히 문을 잠갔고, 소파에서 일어선 덩치들이 얼굴을 구기며 다가왔다.
"어이, 짭새들. 너희 지금 뭐하냐?"
"뭐하긴."
중얼거린 종혁은 몸을 돌리며 냅다 주먹을 꽂아 넣었다.
쩌억!
"일단 패고 시작하는 거지."
종혁은 줄이 끊긴 인형처럼 쓰러지는 동료를 멍하니 바라보는 다른 덩치의 턱을 들이받았고, 오택수는 벌떡 일어나는 알선소 사장의 머리를 붙잡아 그대로 찍어 버렸다.
한바탕 난장판이 벌어졌다.
* * *
"씩! 씨익!"
쌍코피가 터지고 눈가에 멍을 단 사장이 오택수를 노려본다.
"혀, 형사가 선량한 시민에게 이래도 돼?! 나 이거 신고할 거여! 너희 어느 서여! 내가 어? 너희 서장들이랑 어?!"
"본청, 씨발라마. 본청."
"……예?"
‘본청? 저승사자들만 있다는 거기?’
광수대, 마약대 이름만 들어도 살벌한 수사과들이 넘쳐 난다는 본청. 그쪽에서 저렇게 하라면 이런 도시의 형사들이 군말 없이 따라야 한다는 본청.
"신고할 거라고? 해. 그런데 대신 너 탈탈 털릴 건 각오해라. 내가 씨발 아주 네 마누라, 네 자식, 부모, 사돈에 팔촌까지 싹 다 털어 버릴 테니까. 뭐해? 신고 안 하고?"
"아, 아니 형사님들. 그게요……."
"재작년 명단 가져온다. 실시."
"시, 실시!"
사장은 얼른 옆에 놓인 캐비닛을 뒤지기 시작했고, 종혁은 실례합니다 하며 들어오는 경찰들을 막아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듯 잔뜩 긴장한 얼굴로 들어오던 그들.
"아아, 괜찮아요. 본청 특수범죄수사과의 최종혁 경위입니다."
"끅?! 추, 충성!"
"그냥 뭐 좀 물어보려다 작은 의견 충돌이 있었던 거니까 여긴 신경 끄시고 돌아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건 저희 때문에 수고하셨으니까 가시면서 음료수라도 사 드세요."
"어이구, 뭘 이런 걸 다……. 그런데 박 소장은 괜찮은 거죠?"
"예, 그럼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충성!"
"야, 종혁아. 찾았다!"
순간 눈이 뒤집어진 종혁은 날 듯 오택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내 탄식을 터트렸다.
총 28명.
이곳에서 알선한 외국인 노동자와 불법 체류자들 중 사건이 벌어진 이후 떠난 이들의 숫자다.
"사장님, 이 사람들 지금 수배됩니까?"
"아, 안 될 거여라."
"왜요?"
여권 복사본도 있고, 핸드폰 번호도 있다.
"야, 야들이 선불폰을 쓰다 봉께 번호를 거시기 해 블믄 추적이 안 된당께요."
"한 번 관리를 했는데 레이더에서 빠트린다? 지금 나보고 그걸 믿으라고요?"
"진짜여라! 야들을 오래 데리고 있어 블믄 나도 골치 아픙께 한 반년 되믄 다른 동업자에게 넘겨 븐당께요!"
"하. 걔들 연락처는 줘 봐요."
사장은 얼른 전화번호 몇 개를 알려 줬고, 오택수는 사장의 머리를 잡으며 엄포를 놨다.
"내가 씨발 지금은 그냥 가는데, 만약 지금 조사한 것과 다른 게 나오잖아? 넌 그때 병풍 뒤에서 향 맡는 거다. 알았냐?"
"야, 야! 믿어 주시랑께요!"
"그만하고 가시죠, 오 경위님."
"이 새끼들한테도 연락하면 너 죽어. 죽는다고, 새끼야!"
"아, 좀 가자고요."
그렇게 끌려 나온 오택수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 심드렁히 귀를 후볐다.
"가자. 뭐해?"
"예, 예. 갑시다."
오늘 안에 다섯 곳을 더 돌아야 하기에 시간이 없었다.
그들은 차를 몰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 * *
"환장하겠네, 진짜."
난장판이 된 대전의 한 사무실 안.
생각대로 안 돼서 머리를 벅벅 긁던 오택수는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의 뒤통수를 그대로 찍어 버렸다.
"아오, 씨발! 이게 왜 여기서 끊기냐고!"
총 여섯 곳의 알선소에서 확보한 명단 속 외국인 노동자들을 인계받은 브로커들을 쫓은 그들.
하지만 중간중간 한 명씩 누락되기 시작하더니, 결국 이곳을 마지막으로 83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됐다.
이러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는 거다.
종혁은 오택수를 힐끔 보곤 통화를 이어 갔다.
"예, 예. 이 사람들이 출국한 기록은 없다고요? 추방된 기록도요? 예, 감사합니다."
-일단 공항이나 항만에 모두 수배해 놓을까요?
"아이고,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제가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 예, 예.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오택수를 봤다.
"일단 전원 국내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염병, 지랄 났네."
후다닥! 쾅!
"꼼짝 마! 모두……."
"본청 특수범죄수사과 최종혁 경위입니다. 이놈들이 불법 체류자들을 대상으로 알선을 한 증거에다 공무집행방해, 협박, 경관폭행까지 했으니 모두 체포해서 데려가세요."
"예, 예?"
"다시 말씀드릴까요?"
"아, 아닙니다! 야, 관할서에 지원 요청하고……."
바빠지는 파출소 경찰들을 일견한 종혁은 한 곳에서 죽일 듯 노려보는 이곳 두목의 모습에 한숨을 탁 내쉬었다.
뻑!
"큽?! 아악!"
"야. 야, 이 씨발새끼야. 내가 어리다고 만만하게 보이냐? 눈깔을 확 뚫어 줘?"
꿇고 앉은 무릎을 찍어 버리고 머리채를 휘어잡은 종혁은 그의 쇄골에 엄지를 걸어 잡아당겼다.
"으윽! 아아악! 으아아아악!"
"난 검거를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부러트렸다고 하면 돼. 시말서 몇 개 쓰면 끝이라고. 대신 넌 영원히 이쪽 팔 못 쓴다?"
"……."
종혁은 이제야 겁에 질려 고개를 숙이는 그의 가슴을 툭툭 때렸다.
"그래. 앞으로 그렇게 고개 숙이고 다녀. 길을 걷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그땐 양쪽 다 부러트려 버릴 테니까."
"죄, 죄송……."
"아가리 열지 마. 죽여 버리고 싶으니까."
"야, 적당히 하고 가자. 배고파."
"어휴. 갑니다, 가."
한숨을 폭 내쉰 종혁은 쌍코피를 흘리며 씩씩거리는 최재수의 뒷목을 잡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입구를 틀어막고 있는 경찰들에게 인사를 한 그들은 차가 있는 곳으로 걸었다.
"큭큭. 너도 짜증이 많이 났나 보다?"
"몰라요, 씨발."
담배를 문 종혁은 관자놀이를 눌렀다.
본청에 복귀도 못한 채 놈을 쫓은 지 벌써 20일째인데, 손에 쥔 단서가 하나도 없다.
이렇게 막막한 상황은 너무 오랜만이라 짜증이 절로 솟구쳤다.
그건 오택수도 마찬가지였다.
"와, 진짜 이 새끼를 어떻게 찾지? 아니, 찾을 수는 있나?"
전국 모든 공장과 공단, 공사장, 심지어 시골 농가나 원양어선까지 뒤져야 할 판이다.
1년 안에 용의자를 특정 지을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마저도 하늘이 도와야 가능한 암울한 상황.
"저, 저기 오 경위님, 최 경위님."
"왜? 아니, 하지 마. 뭔 말 할지 아는데 하지……."
"그런데 그 사람들 중에 범인이 없다면……."
"씨발 새끼야!"
오택수는 최재수의 머리통을 후려쳤고, 종혁은 씁쓸히 웃었다.
"일단 믿고 진행하자. 다른 거까지 생각하면 골치만 아프다."
"예……."
"아아아아아! 진짜 언제 다 찾냐고! 씨발, 찾아오게 할 수도 없고! 야, 난 집에 전화 좀 한다!"
종혁은 핸드폰을 꺼내드는 오택수를 멍하니 응시했다.
‘찾아오게 만든다?’
"그거야!"
"아, 뭔데! 아니, 조용히 해 봐!"
"됐고, 얼른 타요! 갈 곳이 있으니까!"
"여보…… 내가 다시 전화할게! 뭐야, 뭔데!"
"일단 타기나 해요!"
서로를 본 오택수와 최재수는 다급히 종혁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종혁이 저럴 때면 뭔가 수를 냈기에 그들은 어떤 기대를 품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다시 도착한 성철직업알선소.
"여긴 또 왜……."
오택수의 말을 무시하며 다짜고짜 문을 열고 들어간 종혁은 컵라면을 먹다가 얼어 버린 사장의 앞에 섰다.
"야, 사장님. 여기 키워 볼 생각 없어요?"
"예?"
"업장 규모를 더 키워 볼 생각 없냐고."
"그, 그야 당연히 없을 리가 없지라……."
"잘됐네. 그럼 나랑 영화 한 편 찍읍시다."
"예?"
"전국 브로커들 다 먹어 보는 겁니다.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일하려면 무조건 우리를 거치도록."
"……예?"
찾기가 힘들다? 그럼 찾아오게 만들면 된다.
그러면 쉬운 거였다.
"아, 이 쉬운 일을 왜 생각 못했지?"
종혁은 멍하니 쳐다보는 시선 속에서 스스로를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