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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91화 (191/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91화>

    "아아악!"

    최재수의 외침이 오후 4시의 거리를 꿰뚫는다.

    지나는 사람들은 그를 쳐다봤고, 종혁과 오택수는 평소처럼 타박하는 대신 담배만 연신 빨았다. 그들도 최재수처럼 답답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 된지도 벌써 사흘째.

    주변 탐문도 더 심도 깊게 진행하고, CCTV도 사건 발생 후 8시간까지 늘렸음에도 수사에 진전은 없었다.

    언제나 깔끔하려고 노력하던 종혁도 수염이 덥수룩 나 있는 상태였다.

    "대체 왜 안 나오는데-! 하늘로 솟았냐고, 땅으로 꺼졌냐고! 그럼 말이라도 좀 해 달라고, 제바알!"

    벌써 사흘째 씻지 못해 상거지가 따로 없는 최재수의 간절한 바람을 일견한 종혁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어쩔 수 없네요."

    "어쩌게?"

    "CCTV 12시간, 아니 48시간으로 늘리죠."

    언제나 기똥찬 아이디어를 제공하던 종혁이기에 큰 기대를 가졌던 오택수는 욕을 내뱉었다.

    "그래, 씨발. 결국 그 방법밖에 없지."

    골든타임이 지난 지 너무 오래됐다. 이젠 정말 CCTV밖에 답이 없었다.

    "야, 최재수! 사무실에 연락해서 목격자 생겼는지 물어봐."

    "아, 예!"

    "넌 씨발 계속 떠먹여…… 하아, 아니다. 미안하다."

    두 시간 전에도 목격자 확인을 했다. 화를 낼 부분이 아니었다.

    "아, 아닙니다. 그럼 전화하겠습니다."

    종혁은 최재수가 핸드폰을 들자 오택수를 툭 쳤다.

    "최 순경 통화 끝나면, 일단 사우나부터 다녀오죠."

    "괜찮겠냐? CCTV 영상이 삭제되지 않을까?"

    "알잖아요. 지금 머리 안 식히면 봐야 할 것도 놓치는 거."

    지난 3일 동안 총 6시간밖에 못 잤다. 이 정신으론 중요한 단서가 나온다고 해도 놓칠 가능성이 컸다.

    "그 말이 맞네. 그래, 그럼 얼른 씻고 1시간만 자자."

    "예, 감사합니다. 최 경위님, 오 경위님. 의미 있는 목격 진술은 없었다고 합니다."

    "……씨부럴. 그래, 가자. 가. 가서……."

    끼이익! 쿵!

    종혁과 오택수, 최재수의 고개가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갔다.

    옆 사거리에서 접촉 사고가 나 있는 상태였다.

    한숨을 탁 내뱉은 셋은 그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정신을 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앞에서 발생할 사건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경찰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건은 없다. 이 말을 귀에 피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은 최재수도 별말 없이 둘을 뒤따랐다.

    갓길로 옮긴 두 대의 차량으로 다가간 종혁과 둘은 일단 혀부터 내둘렀다.

    사고를 당한 차량이 고가의 외제차인 것도 모자라, 사고를 낸 차량이 엘란트라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사고를 낸 차량의 운전자는 이십대 초반의 대학생으로 보였다.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엘란트라가 흔한가 보네…….’

    십여 일 전 자신에게 났던 접촉 사고를 떠올리며 그런 생각 따위를 하던 종혁은 두 사람이 원만하게 해결을 보려는 듯하자 오택수를 툭 쳤다.

    "가죠."

    "어, 그래."

    어차피 도주나 시비 끝에 발생할 폭력 등 혹시 모를 상황이 생길까 걱정돼서 와 봤던 것이기에 그들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종혁아, 이번에 확인할 땐 그냥 하드 받아 오자. 혹시라도 48시간이 아니라 그 이상도 확인해야 될지 모르니까."

    좋은 생각이다.

    "알겠습니다. 저보고 사라는 말이죠?"

    "왜? 아깝냐?"

    코웃음을 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과장님. 전데요. CCTV 하드 확보 좀 해 주세요. 협조 안 해 주면 그냥 돈으로 사세요. 영수 처리 안 되는 건 제가 낼 테니까."

    -……하아. 미안하다. 그런 건 내가 해야 되는데.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종혁은 전화를 끊었고, 오택수는 최재수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얼른 고맙다고 해, 이 새끼야."

    "가, 감사합니다, 최 경위님."

    "됐어."

    어차피 이러려고 버는 돈 아니던가.

    "대신 넌 이거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진실을 밝힐 생각만 해. 혹여 지금 단서를 못 찾는다고 해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형사가 사건을 포기하는 순간 진실은 사라지고, 억울한 피해자가 생긴다. 종혁은 최재수가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랐다.

    "알았어?"

    "옙!"

    종혁은 단단하게 뭉친 최재수의 눈을 응시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정 미안하면 이따가 등 좀 밀어 주든지."

    "어…… 잘 못 들었습니다?"

    넓기가 태평양만 한 종혁의 등.

    "참고로 나 등짝에 피 안 나면 미는 걸로 안 친다."

    종혁은 대답 대신 하얗게 질리는 최재수의 모습에 킬킬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답답하기만 한 상황. 이렇게라도 웃어야 했다.

    *   *   *

    사우나 수면실에서 1시간 수면을 취하며 정신을 재무장한 셋은 CCTV 저장장치 확보에 나섰다.

    협조해 주는 곳은 크게 사례를 하고, 협조를 해 주지 않는 곳은 돈으로 후려치니 어느새 차 트렁크가 하드로 가득 차게 됐다.

    "돌고 돌아 또 여기네."

    "그러게요."

    실종자 이경미씨와 연관이 있을 것 같은 거수 차량이 사라진 주택가. 종혁과 둘은 이곳에서도 CCTV 확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다.

    "악! 자, 잠깐만요! 잠시만!"

    이번에도 본의 아니게 셔터 문을 내리던 정비사들의 퇴근을 막아 세우게 된 종혁은 멋쩍다는 듯 머리를 긁었다.

    "어? 형사님?"

    "하하. 죄송합니다."

    "하아……. 이번에도 CCTV를 확인하시려고요?"

    "아니요. 이번엔 하드 전체가 필요한데…… 협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례는 톡톡히 하겠습니다."

    "사례요?"

    벌써 세 번째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눈살을 구겼던 정비소 사장이 눈을 빛냈다.

    "얼마나……."

    "저희가 경찰이라 많이 드릴 수는 없고 20만 원 정도 밖에 못 드리는데…… 이렇게 두 번이나 퇴근을 방해한 것도 있으니 특별히 40만 원 드리겠습니다. 어떠십니까?"

    "정호야!"

    "예, 예. 또 나지, 씨발."

    "뭐 인마?"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넌 내일 보자. 하하. 그럼 수고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사장님!"

    손을 저은 사장이 정비소 직원들과 함께 사라지자, 종혁은 저번에도 귀찮게 했던 이십대 청년의 손에 2만 원을 쥐여 주었다.

    "……목은 안 마르세요? 음료수 드릴까요?"

    "하하."

    역시 돈의 위력이 셌다.

    그렇게 꺼졌던 불이 켜지는 정비소 안으로 들어온 종혁은 리프트에 올라가 있는 외제차를 보곤 눈을 껌뻑였다.

    ‘어? 이 차?’

    아까 접촉 사고가 났던 걸 목격했던 외제차다.

    종혁은 이 신기한 우연에 혀를 내두르며 안으로 들어갔다.

    "아, 하드는 저희가 뜯을게요."

    "휴. 감사합니다. 솔직히 어떻게 뜯는지 잘 몰라서……."

    그게 당연하다는 웃은 종혁은 최재수를 봤고, 트렁크에 저장장치를 가득 채울 정도로 숙달된 숙련공이 된 최재수는 드라이버를 꺼내 들며 저장장치를 뜯기 시작했다.

    그리고 종혁은 청년이 타 준 커피를 홀짝이다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외제차가 많이 들어오나 봐요? 저번에 왔을 때도 외제차가 보이던데."

    흠칫!

    "아, 네. 다 사장님 손님이에요. 사장님께서 저런 외제차 타고 다니는 분들을 많이 아시거든요."

    ‘음?’

    종혁과 오택수는 순간 눈을 빛냈다.

    너무 찰나였는지라 청년은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종혁은 커피를 음미하는 척 순간 굳은 입가를 풀었다.

    "흐음. 하긴, 이런 곳이 서비스센터보다 저렴하긴 하죠."

    "그렇죠. 괜히 서비스센터 들어가면 이래저래 골치 아프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확실히 그렇긴 하죠."

    "경위님, 확보했습니다."

    "아, 수고했어. 그럼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네! 형사님들도요!"

    셋은 이번에도 배웅을 받으며 정비소를 나섰다.

    그렇게 옆 가게로 향하다 담배 타임을 가지는 척 멈춰 선 종혁과 오택수는 서로를 봤다.

    "방금 이상했지?"

    "예. 뭔가 이상하네요."

    종혁은 그렇게 말하며 코를 긁었다.

    왜일까. 갑자기 이렇게 고약한 냄새가 나는 건.

    ‘외제차, 정비소. 엘란트라. ……정비소와 엘란트라.’

    참으로 공교로운 우연이다.

    "흠."

    하지만 절대 우연을 믿지 않는 종혁은 핸드폰을 들다가 멈칫했다. 턱을 매만지던 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예, 수고하십니다. 본청 특수범죄수사과의 최종혁 경위입니다. 차량 도난 신고 좀 확인하고 싶은데요. 예, 차량 번호가……."

    처음 이 정비소에 왔을 당시 리프트에 올라가 있던 외제차의 번호를 말한 종혁은 들려오는 답변에 씩 웃었다.

    "아, 그래요?"

    종혁은 정비소를 향해 몸을 돌렸다.

    마침 셔터를 모두 내린 청년과 눈이 마주친 종혁은 고개를 까딱했고, 청년은 어색하게 웃으며 돌아섰다.

    종혁은 그런 청년의 등을 서늘히 가라앉은 눈으로 응시했다.

    "예,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시오."

    "음? 응?"

    종혁은 상황을 몰라 의아해하는 최재수를 일견하며 오택수를 봤다.

    "도난 신고가 됐답니다. 우리가 처음 저기에 들르고 이틀 후에."

    "그래?"

    "예. 그런데 참 신기하죠? 우리 빌딩 세입자 씨도 접촉 사고 후 저런 정비소에서 정비를 받고 차를 돌려받은 그날 저녁에 차를 도난 맞았거든요."

    더 재밌는 건 정비 공간의 상태다.

    오픈한 지 몇 년 안 된 듯 썩 더럽지 않았던 바닥.

    운전자들은 안다. 오래된 정비소의 바닥은 정말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단 걸.

    "그러게. 신기하네. 뭐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있지?"

    그렇게 말하지만 잊을 리가 없다. 종혁에게 듣자마자 욕심을 냈던 사건이 아닌가.

    둘은 이제야 이해하는 최재수를 외면하며 입술을 비틀었다.

    실종 수사 중에 아주 재미난 게 걸렸다.

    한편 거리를 걷던 청년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옆 식당으로 가는 거 확인했어요."

    -뭘 알아차린 것 같진 않고?

    "그런 눈치는 아니었어요. 외제차에 대해 묻긴 했는데, 제가 잘 둘러댔으니까 걱정 마세요."

    -흐음. 알았어. 내일 보자. 아, 내일 출근하면 오늘 들어온 차부터 다시 확인해 봐. 저번에 다른 팀에서 작업하려던 차에 수갑 있었단 거 들었지?

    "아, 글러브 박스에 케이스째 들어 있었다는 거요?"

    -그래. 혹시 우리도 그럴 수 있으니까 샅샅이 확인해.

    "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런데 다른 쪽 작업은 언제……."

    -씁. 지금 경찰이 뒤집고 다니는 거 몰라? 당분간 없을 테니까 그렇게 알아! 그리고 외제차 작업도 이번 거 마무리하면 당분간 쉴 거야! 짧은 기간 내에 너무 했으니까!

    "끙. 네, 수고하세요."

    전화를 끊은 청년은 한숨을 탁 내뱉었다.

    "하. 이제 돈 떨어져 가는데……."

    혀를 찬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근처의 유료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유료주차장 안에서 값비싼 중형 세단 한 대가 빠져나왔다.

    *   *   *

    "후우."

    "하!"

    특수범죄수사과의 형사들이 망연히 허공을 보며 담배를 태운다.

    48시간도 모자라서 72시간, 96시간까지 확인해 봤지만, 거수 차량은 그 어떤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거수 차량의 증발 후 약 5시간 안에 똑같은 차종이 발견되긴 했지만, 색상도 달랐고 차량 번호도 달랐다.

    저장장치를 죄다 뜯어 올 때까지만 해도 다시 희망을 불씨를 키웠던 그들.

    ‘이젠 어디서 찾아야 하나…….’

    ‘살아 있을 텐데. 살아 있어야 하는데…….’

    사건을 접수하고 벌써 2주.

    암울한 절망이 그들의 몸을 휘감았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무력감이었다.

    이 중 제일 그 감정을 느끼는 건 아무래도 최재수였다. 얼굴을 감싼 최재수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지만, 잡히지 않는 단서에 너무 화가 나고 짜증 나고 미안해서 흐느끼고 있었다.

    그 모습들을 보며 씁쓸히 웃은 김종두 과장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며 모두 몸을 일으켰다.

    짝짝!

    "주목!"

    의자를 뒤로 젖힌 채 눈을 감고 있던 종혁도 고개만 돌려 김종두를 쳐다봤다.

    "전반전은 여기까지다. 다들 집에 가서 오늘 하루 푹 쉬고, 내일 웃는 얼굴로 돌아온다, 실시!"

    "……실시!"

    "죄, 죄송합니다! 모두 저 때문에……."

    형사들은 갑작스레 허리를 숙인 최재수의 들썩이는 어깨를 쓸쓸히 웃으며 두드렸다.

    "뭘 네 탓이야. 잘했어. 네가 아니었으면 이거 조직적인 사건일 가능성 제시도 못 했어."

    "그래. 네 덕분에 이분들 찾을 확률이 높아진 거다. 그러니 절대 포기하지 말자."

    "과장님 말처럼 이제 전반전 끝난 거다. 선수가 인정할 때까지 경기가 끝난 건 아니야. 아자아자, 최재수 파이팅."

    "……흐윽!"

    마찬가지로 얼굴을 구기며 최재수의 등을 다독인 종혁은 다시 담배를 물려는 김종두에게로 향했다.

    "과장님."

    "응? 왜?"

    "오늘과 내일 저는 좀 개인적으로 움직여도 괜찮겠습니까?"

    종혁은 의아해하는 김종두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그는 허탈하게 웃었다.

    "넌 뭐 사건이 따라다니냐?"

    "하하."

    "사무실 분위기를 보면 광수대로 넘기라고 하고 싶지만……."

    이미 2주나 이 사건에만 매달렸다.

    실종된 이십대 여성들도 중요하지만, 다른 피해자들도 중요하다. 이제 몇몇 인원은 다른 사건을 진행하게끔 해야만 했다.

    "내일 택수랑 한 개조 붙여 줄 테니까 최대한 빨리 해결해 봐. 그동안 재수는 내가 데리고 다닐 테니까."

    "감사합니다. 충성."

    "인사할 시간에 얼른 가서 쉬기나 해, 인마. 너 나이 믿고 몸뚱이 막 굴리다가 금방 골로 간다."

    "하하. 과장님도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종혁은 손을 젓는 김종두를 뒤로하며 집으로 향했고, 김종두는 그런 종혁을 보며 묘한 눈빛을 보냈다.

    *   *   *

    종혁이 정혁빌딩으로 들어서자, 입구 옆 경비실에 앉아 있던 삼십대 남성이 일어선다.

    "어? 사건을 해결하신 겁니까?"

    2주 전에 나간 종혁이 아침 8시에 들어왔으니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잠깐 쉬는 시간이요. 그런데 드미트리 씨는 어디 갔나 봐요?"

    707호의 차가 사라졌을 당시 경비를 서고 있던 남성이 드미트리다.

    "집안에 일이 있어서 잠시 휴가를 갔습니다."

    "저런. 큰일이에요?"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데, 큰 사고는 아니랍니다."

    "에휴. 어쩌다가. 병원비는 제가 낼 테니까 빠른 쾌유를 빈다고 전해 주세요."

    "아, 아니……."

    "수고하세요."

    손을 저으며 집으로 올라온 종혁은 씻자마자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흐으음.’

    뭔가를 생각하던 그는 다시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았다. 그동안 멀쩡한 척했지만 많이 피곤했는지 그는 금세 곯아떨어졌다.

    파바바바방!

    불이 켜지는 지하 2층 주차장.

    "……와, 이씨."

    "씨부럴?"

    사우나에서 한숨 자고 종혁빌딩으로 온 오택수와 형사 두 명은 명품 외제차들의 향연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종혁은 그런 그들을 보며 씩 웃었다.

    "아무거나 골라잡으세요."

    "……종혁아, 대여가 아니라 파는 건 어떻겠니? 형이 싸게 살게."

    "보험료가 수백만 원인데 감당할 수 있으세요?"

    여차하다 스크래치라도 났다간 천만 원은 기본이다.

    "와, 때깔 봐라. 죽이네! 난 이거!"

    "그럼 난 이거!"

    "보는 눈들 있으시네."

    두 형사들이 고른 건 포르쉐와 벤틀리였다.

    오택수는 무난하게 벤츠를 골랐다.

    부앙! 부아아앙!

    신이 나 공회전도 하고, 차 안의 이곳저곳을 살피던 형사들은 이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신이 난 얼굴로 종혁에게 뭔가를 던졌다.

    "야, 이거 안에 있더라?"

    "나도…… 엥? 너 수갑을 여기 있는 차에 전부 넣어 놨냐?"

    홀더에 담긴 수갑과 진압봉을 받아 든 종혁은 그제야 머릿속 의문이 하나 해결되면서 탄성을 터트렸다.

    "아, 그래서였구나. 이 새끼들이 이걸 발견한 거였구나."

    언제 어떤 차를 탈지도 모르고, 언제 수갑이 필요할지 모르기에 보유한 차량 전체에 이것들을 넣어 놨던 종혁.

    어째서 자신의 차를 가져가지 않나 싶었는데, 이걸 발견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야, 큰일 날 뻔했네요."

    하마터면 작전이 어그러질 뻔했다.

    "삼촌들, 굿잡."

    종혁은 정신 좀 챙기라며 눈으로 타박하는 그들의 모습에 박수를 쳤다.

    "자, 그럼 시작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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