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87화>
-와아아!
축구 경기가 흘러나오는 작은 TV만이 유일한 소음인 작은 집.
살금살금 거실로 내려온 작은 소녀가 거실 소파에서 뜨개질을 하다 잠든 할머니의 눈치를 보며 거실 서랍장 안에 숨겨진 철제 쿠키 상자에 손을 빼 든다.
달칵!
쿠키 대신 동전 몇 개가 담겨 있는 둥그런 상자.
소녀는 그 안에 10페소를 집어넣었다.
"히히."
‘할머니 아침 약값.’
"티나."
"힉!"
고개를 돌린 소녀는 하얗게 질렸다.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노려보는 이십대 후반의 여성.
"어, 엄마!"
"너 또 꽃 팔았니? 내가 그런 위험한 짓은 하지 말랬지!"
지금이야 티나가 어리기에 다들 봐주는 편이지만, 계속 그들 구역에서 장사를 하고 돈을 번다면 그들은 결코 참지 않을 거다.
단 10페소에도 살인이 나는 보카 지구.
그녀는 눈앞이 아찔해졌다.
"아, 아니야! 애들하고 내기해서 딴 거야! 진짜야!"
"……뭘로 내기했는데?"
"축구! 알잖아! 내가 우리 동네에서 축구 제일 잘하는 거!"
여성은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딸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왜 거짓말을 하냐고 혼을 내고 싶다. 엉엉 울어도 뭘 잘했냐며 혼을 내고 싶다.
하지만 어제 딸 티나가 번 20페소로 약을 사지 않았다면 저기서 잠들어 있는 어머니는 정말 크게 아플 뻔했다.
그래서 더 혼낼 수가 없다.
‘미안해. 엄마가 가난해서 미안해!’
그녀는 찢어지는 가슴을 애써 추스르며 손을 저었다.
"알았어. 어서 올라가서 자. 학교 가야지."
"……응!"
활짝 웃은 티나는 몸을 돌렸고, 여성은 다 해진 딸의 치마를 보며 다시 찢어지는 가슴을 추슬렀다.
‘곧 월급날이니까 옷 한 벌 사 줘야겠…….’
그녀는 순간 드는 불길한 생각에 창백해졌다.
‘이, 이번 달엔 월급을 주겠지? 그래, 줄 거야. 이번에 큰 건을 수주했다고 했잖아!’
그녀는 애써 희망을 가지며 불안을 다독였다.
그때였다.
쿵쿵쿵! 흠칫!
여성이나 계단을 올라가던 티나의 몸이 굳는다.
이 늦은 저녁에 여자 셋만 사는 집을 찾아올 사람이 누가 있을까.
티나에게 어서 올라가라고 손짓한 그녀는 문 옆에 놔둔 권총을 집어 들며 조심히 말했다.
"누군지 몰라도 내일 찾아와요!"
"경찰입니다. 문 좀 열어 주시죠."
"경찰?"
조심스럽게 문에 달린 렌즈로 밖을 본 그녀는 경악했다.
‘겨, 경찰이 왜!’
그것도 검은색 옷을 입은 사신 수십 명이 그녀의 집을 감싸고 있었다.
웅성웅성.
여자 셋만 살기에 언제나 조용했던 집이 어수선해진다.
"이거 들면서 이야기해요."
"아, 아니요! 늦은 밤에 이렇게 찾아온 것도 죄송한데 이런 걸 주실 필요는……."
"우리 딸이 뭘 잘못한 건 아니죠?"
"중요한 사건 때문에 묻고 싶은 게 있을 뿐입니다. 걱정 마세요."
그럼 됐다며 푸근히 웃은 할머니는 부엌 찬장을 모두 털어 만든 차를 들고 집 밖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향했고, 그 모습을 일견한 종혁은 소파에 앉아 집 안을 둘러보다 계단 쪽에서 한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어라?"
"어? 어제 꽃 사준 아저씨다!"
"오?"
종혁은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나 싶었다.
잔뜩 움츠려 있던 여성도 화들짝 놀랐다.
"티나! 어서 올라가!"
"네……."
티나가 올라가자 여성은 차를 입에 가져가는 종혁을 떨리는 눈으로 응시했고, 그 시선을 알아차린 종혁은 싱긋 웃었다.
"동생이 참 예쁘네요."
"무슨 일이시죠? 혹시 저희를 놔두고 도망친 애 아빠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애 아빠. 딸이었나…….’
종혁은 최대한 사람 좋게 웃었다.
"아, 그건 아니고 카밀라 씨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 브루노 최에 관해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이렇게 결례를 무릅쓰고 찾아온 겁니다."
움찔!
"사장님이요? 어? 그, 그러고 보니……."
"예. 저희 잠깐 스치듯 본 적 있죠?"
"사, 사장님은 당신을 동생이라고 했는데……."
동생이 온다고 한바탕 난리를 쳐서 잊을 수가 없다.
"동생은 무슨. 그런 사기꾼 형 둔 적 없습니다. 같은 성씨를 쓰는 먼 친척일 뿐입니다."
종혁은 코웃음을 쳤다.
"사, 사기꾼이요?! 사장님이요?"
종혁은 말을 얼버무리는 카밀라의 모습에 순간 눈을 빛냈다.
"짐작 가시는 게 있나 보군요."
"……없어요! 그러니 이만 나가 주세요!"
월급을 제때 주지 않는다고 해도 어떻게 잡은 직장이던가.
그녀는 의리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단호하게 밖을 가리키는 그녀의 손가락을 본 종혁은 차를 입에 가져갔다.
"브루노 최가 저지르려는 짓은 투자 사기라는 사기의 일종입니다.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거액의 투자금을 탈취하고 잠적하는 수법의 사기죠."
"이봐요!"
"과연 그런 사기꾼이 도망칠 때 직원들에게 말하고 튈까요? 또 월급은요?"
움찔!
나가라고 소리치려고 했던 카밀라는 월급이란 말에 굳어 버렸다.
"이런 사기꾼들의 특징은 직원을 모집할 때 최대한 사정이 어렵고 힘든 사람을 채용한다는 겁니다. 쉽게 취직을 못하는 사람, 돈이 간절한 사람 등 자신이 인형처럼 쉽게 부릴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죠. 왜일까요?"
"반항을 할 수 없도록……?"
어느새 그녀는 종혁의 말에 빠져들고 있었다.
"시키는 것만 하는 사람을 모집하는 겁니다."
그리고 내가 아니면 안 되게 만드는 거다. 정말 어렵고 힘들어 간절한 사람을 데려다가 족쇄를 채워 개처럼 부리는 거다. 이거 하라면 이거 하고, 저거 하라면 딱 저것 만하게 만드는 거다.
‘개새끼!’
정작 개는 최종철 본인이면서.
"그리고 때가 되면 뭐……."
직원들에게 줄 월급까지 들고 나른다.
털썩!
카밀라는 의자 위로 무너졌다.
‘아, 안 돼.’
그 월급이 어떤 돈이던가.
할머니의 약값이고, 딸의 학비이며, 꾸준히 모으면 여길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다.
종혁은 이제 창백해져 버린 그녀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증언을 한 이유가 뭐였던가. 최종철이 월급을 다섯 달이나 주지 않은 상태에서 도망쳤기 때문이다.
그만큼 돈에 간절한 그녀.
"월급이 밀린 적 있습니까?"
있다. 지난 2년 동안 일하면서 무려 7번이나 밀렸다.
종혁은 표정으로 다 말하는 그녀에게 매를 들었다. 본인에게 족쇄가 채워진 것도 모르는 그녀로 하여금 현실을 깨닫게 할 매를.
"브루노 최란 사람, 참 명품을 좋아하죠?"
직원들 월급 줄 돈은 없으면서 명품은 무슨 돈으로 살까.
이런 물음에 카밀라는 애써 외면했던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하, 하지만…….’
그럼에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최종철이 있기에 최소한 가족이 배는 곯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종혁은 한숨을 내쉬고는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혔다.
"이봐요. 당신도 부모잖아. 딸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되고 싶은 겁니까? 범죄자를 옹호하고, 범죄를 돕고! 그런 엄마가 되고 싶은 겁니까?"
답답했다. 현실을 깨달았으면서도 최종철이 채운 족쇄를 벗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너무 화가 났다.
"나, 난……."
부모, 엄마라는 단어가 비수가 되어 심장에 박힌다.
"우리 엄마한테 화내지 마!"
"티나!"
"아저씨 나빠!"
종혁은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카밀라의 앞을 막아서는 티나와 그런 그녀를 꼭 끌어안는 카밀라의 모습에 이마를 잡았다.
"후우. 미안합니다. 저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졌군요. 미안해, 티나. 아저씨가 무서웠지? 정말 미안해. 이렇게 진심으로 사과할게."
종혁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머리에 손을 얹었다.
"……이제 화 안 낼 거야?"
"응. 그저 좀 답답했을 뿐이니까."
왜 피해자만 사람을 믿어야 하는가. 그게 답답했을 뿐이다.
"약속."
"약속."
종혁은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했고, 카밀라는 티나를 다독이며 계단으로 향했다.
"엄마, 저 아저씨가 또 화내면 내가 혼내 줄게. 알았지?"
카밀라는 엉덩이를 씰룩이며 성큼성큼 2층으로 올라가는 티나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카밀라, 대체 얼마나 못났으면 티나가 널 보호하니?’
엄마로서 실격이었다.
이를 악문 그녀는 이제 현실을 마주하기로 하며 종혁의 앞에 앉았다.
"당신의 말은 모두 알았어요. 하지만 난 그곳이 아니면 당장 내일 먹을 밥부터 걱정을 해야 돼요."
종혁은 단단하게 굳은 그녀의 눈빛을 보며 씩 웃었다.
"그건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무슨……."
종혁은 백지수표를 내밀었다.
"1과 0 다섯 개를 쓰세요."
10만 달러. 지긋지긋한 이곳을 벗어나기에는 충분한 돈이다.
"아, 아니요! 이런 돈을 받을 순……."
"대신 하나만 알아 봐 주시면 됩니다."
종혁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장부."
그게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된다.
"그럼 이게 당신의 것이 될 겁니다."
"……항구에 친구가 있어요. 그건 필요하지 않나요?"
종혁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 * *
"짐을 쌀 거면 지금 싸는 게 좋을 겁니다. 오늘이라면 이 친구들이 도와줄 수 있으니까요."
아르헨티나 경찰특공대. 큰돈을 가지고 이사를 하려는데 이보다 든든한 사람들이 있을까.
"아, 알았어요! 잠시만요! 티나! 엄마!"
종혁은 우당탕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일견하며 기지개를 쭉 폈다. 서늘한 밤공기가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은 몸을 노곤하게 풀기 시작했다.
"후우. 죽갔구만?"
하마터면 악역이 될 뻔했는지라 더 힘이 빠진다.
그런 그에게 떨떠름한 눈을 한 오택수가 다가왔다.
"야, 너 진짜 정체가 뭐냐?"
최재수도 어리벙벙한 눈으로 종혁을 본다.
아르헨티나 경찰특공대로도 부족해, CIA에 SVR이다.
종혁은 그런 대단한 사람들을 동원한 거다.
2시간 전, 갈 데가 있다면서 자신들을 데리고 나온 종혁.
그리고 벌어진 게 지금 이 상황이다.
종혁은 궁금증과 의심이 가득한 둘의 시선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친구가 많은 거라고 생각해 주세요."
"야, 이게 고작 친구 수준……."
"미스터 최."
"어라? 아직 안 가셨어요?"
종혁은 다가온 헨리 스미스를 보며 눈을 껌뻑였다.
‘동아시아 담당이라면 엄청 바쁘지 않나?’
헨리 스미스는 그런 종혁의 모습에 형언할 수 없는 눈빛을 보냈다.
‘자문료라더니…….’
고작 빈민가의 삼류 갱단을 소탕한 것뿐이다.
그 추측이 단 10퍼센트만 들어맞아도 미국으로선 엄청난 이득인데, 그런 걸 이런 하찮은 일에 팔아 버린 거다.
아니, 10퍼센트가 뭔가. 대화가 끝나자 한국으로 돌아가던 나탈리아는 종혁의 말을 100퍼센트 신뢰하고 있었다.
‘이런 부류의 사람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헛웃음만 나온다.
그렇기에 지금 하려는 결정에 후회가 들지 않는다.
헨리 스미스는 종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갑작스런 말이지만, 미국도 당신의 친구가 될 수 있겠습니까?"
종혁은 강렬한 그의 눈빛에 피식 웃었다.
"친구는 거절하지 않는 주의죠. 최종혁입니다."
헨리 스미스는 굳세게 맞잡는 종혁의 손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당신의 뒤에는 우리 미국도 있을 겁니다."
"이런. 그건 좀 부담스런 말인데요."
2008년에 거하게 털어먹어야 하는데 이런 말을 하면 마음이 약해진다.
"하하. 다음에 또 보죠."
"네. 조심히 가세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선 헨리 스미스는 한참을 걸어가다 핸드폰을 들었다.
"러시아가 최에게 뭘 얼마나 줬는지 조사해 봐. 뭐가 얼마나 깊게 연관되어 있는지도."
한발 늦게 맺은 인연이니 신뢰를 얻으려면 러시아보다 많을 걸 줘야 했다. 아니, 전 세계 그 어떤 국가보다 더 많이.
그게 미국의 방식이었다.
한편, 종혁은 멀어지는 헨리 스미스의 등을 보며 씩 웃었다.
‘잘됐네.’
오늘 중국에 대해 말했는데, 마침 놈들이 도망친 곳이 중국이다.
여차하면 CIA의 도움도 얻을 수 있을 터.
‘어디 세계 끝까지 도망가 봐. 내가 너흴 놓치나 보자.’
"나 방금 나누는 이야기 들었어. 설명 똑바로 해, 이 시키야!"
"아우. 배고프지 않아요? 쵸리판 먹을 사람?"
"야! 얼른 안 불어?!"
"어, 저기 가르시아 오네요! 헤이, 가르시아!"
"야! 야!"
종혁은 걸음을 재촉했다.
가르시아에게도 듣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다.
* * *
-걱정 마. 브루노. 내가 잘 돌릴 테니까! 오늘은 내 마피아 친구들에게 데려 갈 예정이야!
"푸하핫! 알았어. 너만 믿겠어, 가르시아. ……가르시아?"
-흠. 그러고 보면 브루노도 참 독해. 이 짭새 친척 아니야?
"흥. 친척이 밥을 먹여 줘, 옷을 사 줘? 재수 없게 그딴 건 왜 물어?"
-오우, 화났어? 하하하! 알았어. 돈이나 준비하라고, 친구!
전화를 끊은 최종철은 창밖을 보며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그렇지. 친척이 밥을 먹여 주진 않지."
그건 한국에서 하던 사업이 망해 아르헨티나까지 넘어올 수밖에 없었던 그가 가장 잘 안다.
그 잘난 경주 최씨 충렬공파가 작은 도움이라도 줬으면 사업이 그렇게 망했을까.
"아버지 도움이 필요할 땐 그렇게 사정해 놓고, 내가 어려우니까 뭐? 그깟 50억이 어려워? 어려웠냐고! 이 개새끼들아!"
야반도주를 하듯 아르헨티나에서 와서 재기했다면 차라리 잊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 그를 맞이한 건 통하지 않는 언어와 문화, 넘치는 사기꾼이었다.
그는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
아버지 명의의 땅까지 모두 팔면서까지 아득바득 긁어모았던 돈은 아르헨티나에 온 지 고작 6년 만에 밑바닥을 드러냈다.
정말 마지막이라며 무역회사 아이언 루카를 차렸는데, 수출 활황이 터지는 것과 달리 그는 파리만 날렸다.
이러단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값마저 없어질 상황.
그래서 이 사기를 계획한 거다.
즉, 이건 정당한 복수였다.
"암, 정당하고말고. 흐흐. 그때 날 외면한 값을 톡톡히 치르게 될 거야. 어디 나처럼 모두 길바닥에 나앉아 보라고."
최종철은 훗날의 그 모습을 떠올리며 실실 웃었다.
그때였다.
똑똑!
"누구야!"
누구냐 물었지만, 대답은 문이 열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최종철은 문 안으로 들어오는 낯익은 물건에 의아해 했다.
"어? 총? 권총이 왜……."
"엎드려! 엎드리라고!"
"히, 히익?! 쏘, 쏘지 마세요!"
경찰이다. 무슨 오해가 있는지 모르지만, 최종철은 일단 엎드리고 봤다. 아르헨티나에서 함부로 경찰에 반항했다가는 총을 맞아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경찰은 그런 최종철의 등을 누르며 제압했고, 뒤이어 들어온 경찰들이 최종철의 사무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찾았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대, 대체 뭘?!’
뭘 알아야 변명이라도 할 테지만, 지금 고개를 들었다간 머리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기에 최종철은 숨을 죽였다.
뚜벅뚜벅.
그런 그의 귀로 누군가 사무실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들려오는 종이 넘기는 소리.
사락사락!
"풋. 맞네, 이중장부. 이야, 뭐 하나 들어맞는 게 하나 없냐?"
‘헉? 한국어?’
한국어보다, 낯익은 목소리보다 더 신경 쓰이는 단어. 이중장부.
최종철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가 경악했다.
"도, 동생?"
"동생은 니미. 어디 사기꾼 새끼가. 확, 씨발."
침을 뱉은 종혁은 엎어진 그의 팔을 잡아 꺾어 수갑을 채웠다.
"최종철 씨, 당신을 사기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도, 동생! 지금 이게 무슨 짓……."
쩍!
‘어?’
고개가 돌아간 최종철은 순간 혼이 나갔다.
종혁은 그런 그의 턱을 잡아 돌린 다음 그 눈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야. 아르헨티나 감옥 갈래, 아님 한국 감옥 갈래? 참고로 우린 네가 구라로 만든 거래처 명단까지 다 따 놓은 상태다."
"도, 동생……."
"예, 아니요. 개새끼야."
"……예."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미란다 원칙을 이어 갔다.
그렇게 모두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 됐으면서도 엄한 사람들에게 복수심을 불태우던 최종철은 체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