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80화>
이른 아침.
김덕술이 차를 몰며 어딘가로 향한다.
그런 그는 배꼽을 잡으며 웃고 있었다.
"푸흐흐. 병신들."
어제 산에서 돌아와 보니 서울에서 온 회사원들이 도망친 뒤였다. 유경조에게 물으니 짐만 챙겨 도망치듯 사라졌다고 한다.
"총을 맞은 것도 아니고 공포탄 따위에 그렇게 내뺄 줄이야……. 역시 서울 놈들은 허약해 빠졌어."
귀찮게 하던 놈들이 사라져서 속이 다 후련했다.
띠리링! 띠리링!
"여보세요? 아이고. 예, 김 권사님. 예. 마을엔 별일 없죠. 예, 예. 예,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전화를 끊은 김덕술은 혀를 찼다.
"쯧. 진짜 예수쟁이도 아닌 놈들이……."
그 어떤 종교인이 그런 짓을 권유할까.
"또 내가 경순이 그년 앞으로 보험을 그렇게 들어 놓은 걸 어떻게 아는데?"
유경순과의 만남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술을 먹고 운전을 하다 사람을 쳤는데, 그게 유경조였던 것.
이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으로 마주쳤던 것은 아니다. 김덕술은 유경조를 친 뒤 그 자리에서 내뺐으니까.
사고가 있고 며칠 뒤, 일이 있어 읍내에 나갔다가 유경조를 간호하던 유경순을 보게 되었고 김덕술은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다.
그 가녀리고 곱던 자태.
홀딱 빠져 매달리고 또 매달렸다. 당연히 유경순은 싫다 했지만, 그래도 매달렸다.
동생을 잘 키워 주겠다, 행복하게 해 주겠다 온갖 감언이설을 날렸다.
하지만 유경순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을까.
어느 순간 유경순은 그의 청혼을 허락을 했다.
당연히 기뻤다.
그런데 살다 보니 알게 됐다.
유경순 이년이 자기 동생을 친 사람이 김덕술 본인임을 알아차렸고, 그 복수를 위해 결혼했다는 걸.
"개 같은 년. 감히 내 재산을 노리고 접근해? 내가 주정뱅이니까 곧 뒈질 줄 알았나 보지?"
그래서 역으로 치워 버리려 했던 거다.
그냥 치워 버리기엔 억울하니 아는 지인에게 부탁해 거액의 보험도 차례로 들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유경순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 때문에 언성을 높이다 결국…….
"빌어먹을."
그날의 일이 떠오른 김덕술은 입을 다물었다. 이때부터 이 가짜 종교인들과 얽히게 됐기 때문이다.
자신이 유경순을 죽인 걸 어떻게 알았는지 그걸 빌미로 회유를 해 온 놈들.
협박이 아니라 회유였다.
평생 돈 펑펑 쓰게 해 줄 테니까 자신들이 하라는 대로만 하라고 했다. 당연히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통장에 돈이 찍힌 순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유경순 앞으로 들어 둔 막대한 보험금도 눈에 밟힌 김덕술은 결국 놈들이 만든 독을 마을에 풀기로 했다.
"그래, 씨발. 돈이 있는데 뭐가 대수야?"
그보단 어제 일이 떠오른다.
어젠 술에 취해 무심코 넘겼는데 걸리는 점이 있다.
"많고 많은 산 중에 하필이면 내 산에 왔다고?"
정말 우연이라고 해도 거슬린다.
아주 거슬린다.
"안 되겠어. 아무래도 옮겨야겠어."
안 그래도 펜션 근처 산에 매장했다가 놈들이 얽히면서 오촌 당숙모 산으로 옮겼는데, 이번엔 그냥 다 빻아서 바다에 버려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발 뻗고 잘 것 같다.
"아, 다 왔군."
카르르르륵!
차를 세운 그는 곧바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덜렁 남겨진 차는 침묵 속에서 싸늘하게 식어 갔다.
그때였다.
부스럭!
근처 수풀이 들썩이더니 수풀 괴물이 일어선다.
"아오, 씨발. 추워서 뒈지는 줄 알았네."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온몸을 핫팩으로 도배하지 않았다면 동사를 할 뻔했다.
김종두 과장은 길리 슈트의 뚜껑을 젖히며 담배를 무는 종혁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종혁아."
"왜요?"
"대체 이런 건 어디서 구해 온 거냐?"
둘은 어젯밤 이곳에서 날을 샜다.
일단은 혹여 김덕술이 시신을 옮길까 봐 종혁을 근처에 숨겨 두고 그 혼자 얼른 펜션에 다녀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 근처에서 대기를 했다.
그러다 해가 저물 때쯤 종혁은 어디 다녀올 때가 있다고 사라지더니 이걸 들고 나타났다.
"요새 이런 서바이벌 물품 파는 데 많아요."
"서바…… 뭐?"
"군대놀이요. 숲속에서 특수부대처럼 비비탄총으로 빵야빵야 하는 거요."
"아니잖아, 쨔샤. 서울에서도 구하기 힘든 걸 근처 작은 도시에서 사 왔다고?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길리슈트뿐만이 아니다. 전투식량에 분장크림 등 온갖 것들 다 가져왔다.
입을 다문 종혁은 이내 흐흐 웃었다.
"과장님, 남자의 비밀은 지켜 줘야 하는 법입니다."
"……진짜 죽일까?"
"흐흐. 아, 오네요."
저 멀리서 차들이 줄지어 달려온다.
센스 있게 사이렌을 켜지 않은 채 조용히 접근하는 차량들.
드르륵! 탁! 타악!
"어으으! 오느라 허리 뽀사지는 줄 알았…… 어우, 씨발. 꼴이 그게 뭡니까?"
차에서 내린 다른 형사들도 수군거린다.
"몰라, 씨발."
죽일 듯 노려보는 김종두의 시선을 피한 종혁은 길리슈트를 완전히 벗으며 그 안에 붙여 놓은 권총과 홀더를 꺼내 몸에 착용했다.
"얼굴 진짜 흉하네. 이걸로라도 닦아요."
김종두는 박대철이 내민 물티슈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일단 이 새끼부터 잡고 보자. 이놈 엽총을 가졌으니까 다들 총부터 꺼내고."
다가가가각!
종혁도 권총을 꺼내 땅으로 향하게 했다.
"다 꺼냈지?"
"예."
"그럼 올라가자. 총구 이쪽으로 향하면 그냥 발포해."
"옙!"
씩 웃은 종혁은 김종두 과장의 뒤를 쫓아 산을 올라갔다.
사주 경계를 하며 얼마나 올라갔을까.
터벅!
종혁은 귓속을 파고드는 어긋난 소리에 재빨리 손을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터벅! 터벅!
"어?"
"어?"
뭘 담았는지 먼지와 흙이 가득한 까맣고 큰 봉지를 쥔 김덕술과 형사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잠시 굳어 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파파파파팍!
형사들은 아래로 향하게 했던 권총을 들어 올렸고.
"손 들어! 움직이면 쏜다!"
"이런 씨!"
하얗게 질린 김덕술은 그대로 몸을 돌려 위로 달음박질치려고 했고.
타아아아앙!
종혁은 곧바로 하늘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흐이익?!"
놀라 자빠지다 못해 넘어져 바닥을 구르는 김덕술.
종혁은 그런 그에게 권총을 겨눈 채 다가가 엽총을 걷어찼다.
그리고.
"야."
"예, 예?"
"대가리 박아, 이 개새끼야. 안 그러면 대가리에 구멍을 뚫어 버릴 라니까."
종혁은 어제의 복수를 완벽하게 해냈다.
* * *
누나를 찾았단 소리에 신발이 벗겨지는 것도 모른 채 달려왔던 유경조는 새하얀 백골이 보자 무너지고 말았다.
뼈만 남았지만 알 수 있다.
누나다.
언제나 예쁘고 슈퍼우먼이었던 누나였다.
목에 걸린 목걸이가 그렇게 말해 주고 있었다.
한 푼, 두 푼 용돈 모아 오일장에서 사서 누나 생일 선물로 선물한 싸구려 목걸이.
"아윽! 아으윽!"
왜 이러고 있어, 이제 돌아가자 조를 수도 없는 누나의 모습.
경조는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 가슴을 치며 오열하고 또 오열했다.
‘에라이, 씨발.’
‘진짜 지랄 맞다.’
눈시울이 붉어진 형사들은 하늘을 보며 담배만 뻑뻑 폈다.
-칙! 찾았습니다! 여긴 것 같습니다!
"거기 어디야!"
종혁은 부산해지는 형사들을 뒤로하며 한쪽에 구겨져 있는 김덕술에게 다가가 그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케엑! 놔, 놔-! 나, 난 오랜만에 왔는데 저딴 게 있으니까 치우려고 했을 뿐이라고!"
"아가리 다물어."
종혁의 눈빛에 번들거리는 지독한 살의를 느낀 김덕술은 입을 다물었다.
종혁은 김덕술의 멱살을 질질 끌며 피해자 유경순이 유기되어 있었던 곳으로 향했다.
협조 요청을 받아 이곳에 온 인근 도시 경찰서의 경찰과 의경들.
그들은 누구라도 걸리면 찢어 버릴 듯한 종혁의 살기에 분분히 비켜섰다.
이윽고 유기 장소에 도착한 종혁은 경사면에 묻혀 있는 더러운 이불과 그 위에 깔린 더러운 파란 방수포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놈은 유경순 씨의 시신을 방수포와 이불에 싸서 묻어 버린 것이다.
"오랜만에 이 산에 왔는데 유경순 씨가 있었다고 했지?"
"그, 그래! 맞아! 아니, 저게 경순이인 줄 어떻게 알아!"
"야, 이 씨발 새끼야."
"……."
"넌 정말 하늘에 대고 빌어야 해. 만약 저기서 나온 네 DNA와 유경순 씨의 DNA를 연도 측정을 했는데 똑같다고 나오잖아? 저 살해 흉기로 보이는 것에서 네 DNA나 지문이 나오잖아?"
종혁은 그의 멱살을 끌고 와 이를 드러냈다.
"내가 내 모든 힘을 써서라도 넌 꼭 사형 받게 만든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김덕술을 옆으로 던진 종혁은 김덕술이 비탈길을 구르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동안 눈과 비를 맞으며 애타게 누군가를 기다렸을 유경순의 넋이 있을 자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
혹여 종혁이 사고를 칠까 따라왔던 형사들도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숙연함이 그들을 감쌌다.
* * *
시신이 묻힌 곳을 수색하기 위해 왔던 의전경들이 모두 돌아가며 남겨진 특수범죄수사과 형사들.
유경순의 유해를 망연히 바라보는 유경조의 등을 두드리던 종혁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종혁의 손짓을 본 김종두 과장이 뒷목을 주무르며 걸어왔다. 둘은 형사들에게서 잠시 떨어져 담배를 물었다.
"왜 애들한테 말하지 말라는 거냐?"
"다단계 투자 사기요?"
"그래."
김종두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 있다 종혁의 말은 특수범죄수사과 형사들을 믿지 못한다는 뜻이었으니까.
"말해서 다 달려들게 만들면요? 이 새끼들을 뭘로 엮을 건데요?"
놈들은 헌금 반환이라는 명목상으로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 돈을 갈취하는 게 아니라 돈을 주는 거다.
이래서는 사기를 입증하기가 힘들다.
일이 터지지 않는 이상 철량리 주민들에게 이놈들은 하느님이 내려 준 천사였다.
"더군다나 아직 김덕술과 이놈들의 관계에 대한 입증조차 안 된 상황이잖아요."
입증이 뭔가.
김덕술은 유경순을 살해한 것조차도 부정하고 있다.
빼도 박도 못할 증거를 그 입안에 쑤셔 넣어야 진실을 말할 놈이다.
종혁과 김종두야 김덕술과 이놈들의 관계에 대해 거의 확신을 하고 있지만 다른 형사들은 아니다.
철량리 마을 주민들의 입출금 내역을 확인시키게 했기에 어느 정도 의심은 하고 있을 테지만, 아직 진실을 알 단계는 아니었다.
어차피 김덕술과 놈들의 관계를 입증한다고 한들 죄를 덮어쓸 사람을 내밀고 꼬리를 자르고 말 이놈들을 완전히 끌어내기 위해선 이 거지 같은 상황을 참고 또 참아야 했다.
"이제부터 장기전입니다. 각오 단단히 하세요."
"하……! 이게 베테랑 앞에서. 너나 잘해, 인마."
"과장님! 안 가십니까?!"
"그래. 간다, 가!"
그들은 김덕술을 데리고 서울로 복귀했다.
* * *
경기도 모처의 어느 허름한 교회 안.
"뭣?!"
한 통의 전화를 받은 부목사가 벌떡 일어난다.
"김 집사, 아니 김덕술 그 병신이 잡혔다고? 어떻게?!"
설명을 들은 부목사는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이 병신 새끼! 하필 숨겨도!"
친인척의 산에 숨길 게 뭔가.
그것도 자기가 세금을 내는 산에.
‘차라리 화장을 해서 바다에 뿌렸다면 문제가 안 됐을 텐데!’
김덕술의 통장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금방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겠지만, 그 과정에서 무언가 드러나지 않도록 충분히 손은 써 두었다.
다만 김덕술이 이 교회에 대해 입을 열어, 이곳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다면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일단 김덕술의 입부터 닫게 만들어야 했다.
"알았어! 일단 끊어!"
전화를 끊은 그는 다급히 교회 목사실로 달렸다.
"목사님, 죄송합니다. 들어가겠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부목사?"
정장을 입은 오십대 장년인이 눈살을 찌푸린다.
안경을 껴서 더 선한 인상의 장년인 목사.
부목사는 바로 상황을 설명했고, 목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일을 대체 어떻게 하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이……!"
화를 내려던 목사는 입을 다물었다.
지금 중요한 건 김덕술의 입을 한시라도 빨리 막는 거였다.
그의 눈빛이 차갑게 물들었다.
"어디서 데려갔다고 합니까?"
"본청의 특수범죄수사과입니…… 맞아, 그놈이었어!"
어디서 봤나 싶더니만 만원의 행복에서 나왔던 그 젊은 형사였다. 부목사는 의아해하는 목사에게 얼른 설명을 했다.
"……김덕술의 처남이 불렀을 확률이 크군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회사와 연결이 되어 있는 경찰로 하여금 유경조의 말을 무시하게 했더니 놈이 호랑이를 불러 버렸다.
"끙. 하필이면……."
본청. 최기룡이 청장으로 있기에 그들 조직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곳이다.
더욱이 특수범죄수사과는 광수대, 마약대와 더불어 최기룡 청장의 파벌인 곳.
"일단 변호사부터 붙여서 시간을 끌어요."
"김덕술을 살리려는 겁니까?"
"그럼? 그놈이 실토하는 순간 프로젝트가 날아가는 겁니다!"
쏠쏠하게 들어오는 이자에 푹 빠져 교회에 모여들기 시작한 철량리 주민들.
돈맛에 푹 빠진 이들이 이윽고 사채까지 끌어다 돈을 털어 넣기 시작하면, 이것을 싹 쓸어 가는 게 다단계 투자 사기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기에 한 가지 계획을 더했다.
"이제야 개돼지들이 넘어오기 시작했는데……."
사라진 한빛 비즈니스 수련원을 대신하기 위하여 만든 교회.
이번에는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마을 주민들을 교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던가?
마을 주민들이 다달이 주는 이자마저 마다할 정도로 종교에 심취하게 되면, 돈이 알아서 굴러 들어올 뿐만 아니라 누가 접근해도 바로 알 수 있는 감시 체계가 갖춰지게 된다.
그런데 이 모든 게 김덕술이 잡힘으로 인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압니다.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자칫 회사의 존재가 들통날 수도 있습니다."
"빌어먹을."
맞는 말이다.
김덕술의 혐의가 너무나도 명확한 이상, 섣불리 김덕술을 빼내려고 시도했다가는 오히려 꼬리가 밟힐 수도 있었다.
"……알았어요. 좀 더 생각해 볼 테니까 나가 봐요."
"철수 준비를 할까요?"
"일단 그렇게 하세요."
뭔가 상황이 이상하다 싶으면 언제든 철수할 준비를 해라.
회사의 행동 강령이다.
부목사가 고개를 숙이며 나가자 목사는 핸드폰을 들었다.
"예. 나 교회 프로젝트 때문에 출장 나온 방 목사입니다."
원래 웬만한 일이 아니고선 본사에 연락하는 게 금지되어 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가 없다.
목사는 상황을 설명했다.
-알겠습니다.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전화를 끊은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본사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철수하세요. 설치한 함정까지 모두.
혹여 어떤 변수가 있어 형사 따위가 찾아와 끈질기게 굴면 세상에서 지워 버리기 위해 만든 함정.
-절대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마십시오.
"괜찮겠습니까? 손해가 막심합니다."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었으니 완전히 실패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본사의 판단입니다.
"유의미한 데이터? 아, 혹시 사이비 교……."
-그 이상의 발언을 금지하겠습니다. 함부로 본사의 일을 넘겨짚었던 분들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 잘 아실 텐데요?
"……."
-그리고 이번 일은 유경조가 최종혁 경위에게 편지를 보낸 것에서부터 시작됐다니 괜한 접촉은 삼가시길 바랍니다. 끊겠습니다.
"역시 유경조 그놈이었나. 역시 무리해서라도 그놈을……."
뚝!
전화가 끊긴 핸드폰을 응시하던 목사는 혀를 찼다.
"나도 본사 소속이지만, 이놈들은 영 정이 안 든단 말이지."
뭔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저은 그는 몸을 일으켰다.
"빌어먹을. 한 놈 때문에 손해를 얼마나 본 거야?"
한빛 비즈니스 수련원 사건 이후 계속 실패하는 것 같은 느낌.
한숨을 내쉰 그는 목사실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