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74화>
딱! 따악!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골프공 치는 소리가 들리는 큰 규모의 골프 연습장.
종혁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태식이, 대식이는 나이트클럽에 김판수는 골프장? 아주 지랄을 한다.’
그게 어이없어서 종혁은 다시 한번 물어봤다.
"정말 저기란 말이지?"
대포 통장들의 인출 내역 중 70퍼센트가 부산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통해 대충 예상은 했지만, 이걸로 확실해졌다.
브로커 김판수, 놈은 역시나 부산에 아지트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종혁은 김판수의 아지트로 추정되는 골프 연습장을 일갈하곤 알았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그, 그럼 저희는 이만 가도……."
"닥치고 구겨져 있어. 저기 있는 새끼가 아니면 니들 차례니까."
"옙!"
오태식과 오대식은 강제로 타고 와야 했던 세단 안으로 다시 들어가야 했고, 남겨진 형사들은 그걸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검거를 하려고 들면 제 몸뚱이가 박살이 난다고 해도 달려들며 흉기를 휘두르는 약쟁이들. 그래서 마약 조직을 소탕할 때 가장 많이 다친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화가 날 정도였다.
"와, 저 새끼들 여태까지 그 지랄염병을 한 게 우리가 죽일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야?"
"씨발. 진짜 욕 나오네."
"다음부턴 그냥 확 쏴 버릴까?"
"자, 자. 다들 조용히 하고 들어갈 준비해. 태식이, 대식이 여기 보고 있다."
혀를 찬 형사들은 자세를 바로 했고, 김종두는 선두 세단의 뒷문을 열었다.
"타시죠, 도련님."
"……혹시 제 역할 안 시켰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건 과장님이 연기를 너무……."
"어흠. 시간이 없습니다, 도련님."
"풋!"
"푸훕!"
"에라이."
고개를 저은 종혁은 차에 올라탔고, 뒷문을 닫은 김종두 과장도 냉큼 보조석에 올라탔다.
직후 그들을 태운 차들이 출발했다.
그렇게 주차장에 진입하던 그들은 잠시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차 한 대가 빠져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장님!"
운전대를 잡은 형사가 다급히 외친다.
"나도 봤어! 백업! 지금 나가는 차 잡아! 고현수, 이경도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백업으로 불러온 서울팀들.
-확인했습니다. 미행하다가 작전 시작하면 따겠습니다. 어? 대포폰 사러 온다는 그놈도 있습니다!
서울팀이 대포폰 업체를 통해 확인한 조직원.
"오케이! 얼른 잡아!"
김종두는 탄성을 터트렸다.
"크. 저놈들 얼굴 딴다고 그 고생한 보람이 있구만?"
덕분에 놓치지 말아야 할 놈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김종두와 운전대를 잡은 형사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고, 종혁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김판수를 검거하는 것뿐이다.
스르륵!
"도착했습니다, 도련님."
참 애 같다며 고개를 저은 종혁은 김종두가 열어 주는 문을 통해 내렸고, 형사들은 오태식과 오대식을 앞세우며 다가왔다.
"뭣들 해?"
김종두는 앞으로 손짓을 했고, 형사들은 우르르 골프장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뭐야!"
"씨발! 막아!"
골프장이 시끄러워졌다.
"천천히 가시죠, 도련님."
‘아니, 즐기는 건가?’
종혁은 웃는 낯의 김종두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 * *
"박상영과 의사 양반이 안 보인다고?"
"경도 말에 따르면 그 코치 놈도 안 보인답니다."
조직의 자금 관리책인 고현수의 말에 후덕한 인상의 오십대 중년인 김판수가 미간을 좁혔다.
"구단에선 뭐라던데? 알아봤어?"
"박상영은 허벅지 근육이 나가기 직전이라서 시즌 아웃이 됐고, 코치는 2군으로 격하돼서 그만뒀답니다."
"아, 그래?"
고개를 끄덕인 김판수는 다시 장부를 살폈다.
오늘도 여기저기서 몰려온 전화에 정신이 없다.
"회장님, 이거 아무래도……."
한숨을 쉰 김판수는 고개를 들었다.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짭새가 냄새 맡았을까 봐 그래? 그럼 다른 두 놈은 왜 안 잡혀 갔는데?"
혹여 잡혔다고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경찰은 자신들을 쫓기 힘들 테니까.
‘그렇게 꼬아 놓은 거래 방식을 더듬어 온다고?’
혹여 정말 운이 좋아 턱밑까지 쫓아온다고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며칠 후면 부산 바닥도 뜬 후일 테니까.
"현수야, 아직도 그런 놈들 모르냐? 의사 놈은 어디 하우스에서 돈 빨리고 있을 테고, 박상영은 정신 나가서 술 푸고 있겠지. 박상영 찾으면 다른 걸로 꼬시기나 해."
"……예."
"그래, 나가 봐. 광주에 다녀오려면 얼른 출발해야지."
광주에서 병역 면제를 받게 해 달란 의뢰가 들어왔다.
자금 관리책인 고현수가 가서 돈을 관리해야 된다.
밑에 조직원들에게 맡겨도 되지만, 놈들을 어떻게 믿겠는가?
솔직히 고현수도 자신과 오래되어서 믿는 척할 뿐이다. 김판수는 고현수가 통장을 들고 나르는 순간 언제든 통장을 정지하고 쫓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예. 그럼 경도랑 병수도 함께 데려가겠습니다. 대포폰 바꿀 기간 됐습니다."
"벌써 그렇게 됐나? 알았어. 다녀와. 다녀오면 한잔 꺾자."
고개를 꾸벅 숙인 고현수가 밖으로 나가자 김판수는 닫힌 문을 보며 담배를 물었다.
"저놈도 슬슬 토를 달기 시작하는군."
그렇게 운동선수 병역을 해결하면서도 경찰에 들키지 않았던 이유가 뭐던가. 저렇게 스스로 생각을 하려는 놈을 다 제꼈기 때문이다.
"아쉽구만."
담배 연기가 공허하게 흩어졌다.
그는 다시 거래 장부에 시선을 돌렸다.
"이번 주가 포항이고, 거래량이……."
이번에도 대박이었다.
"역시 공놀이 하는 놈들이 통이 크다니까. 백날 일반인들에게 팔아 봐."
일이 어긋나면 경찰에게 쫓길 빌미만 줄 뿐이다.
하지만 축구선수는 다르다.
제 놈들 성적이나 파벌 따위를 만들기 위해 알아서 입단속을 한다. 이런 호구들이 따로 없었다.
"축구도 이제 물이 다 찬 것 같으니 야구나 농구로 넘어가 볼까?"
국내에서 제일가는 스포츠인 야구와 농구.
그중 농구가 한물가는 것 같으니 농구선수를 노려도 될 듯했다.
"그만큼 간절할 테니까. 크흐흐."
그렇게 김판수가 웃음을 흘리는 순간이었다.
-크악! 막아!
갑자기 소란이 일어난다.
"뭐야!"
벌컥!
"회장님! 피하셔야 합니다!"
"아악!"
"막아! 어떻게든 막아-!"
벌떡 일어났던 김판수는 하얗게 질렸다. 소란이 일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여기까지 뚫렸다.
"짭새야?!"
"태식이, 대식이입니다!"
"뭐?!"
"얼른 피하셔야 합……."
빠아아악!
크게 외치던 조직원이 걷어차여 날아간다.
"비켜, 이 새끼야."
김판수는 안으로 들어오는 검은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형사들을 보며 흠칫 몸을 굳혔다.
‘이 새끼들이 태식이네 애들이라고?’
그럴 리가 없다.
양아치는 양아치 특유의 냄새가 나는 법이다. 하지만 이놈들에게선 그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니들 뭐야!
"시끄럽고. 일단 좀 맞자."
"이런 씨!"
김판수는 날아오는 발을 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자빠져야 했다. 그리고 그 위로 형사들의 매질이 쏟아졌다.
잠시 후 양팔이 사로잡혀 무릎이 꿇려진 김판수는 안으로 들어오는 오태식과 오대식을 보곤 이를 갈았다.
"태식이! 대식이! 너희 지금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야?!"
"푸흐흐. 56년 개띠 김판수 사장 개새끼야."
"개새끼야."
"이분이 누군지 모르지? 넌 이제 좆됐어."
‘이분?’
뚜벅뚜벅!
김판수는 종혁이 들어오자 고개를 숙이는 형사들을 보며 엿 됐음을 짐작했다.
담배를 문 채 안으로 들어온 종혁은 멍하니 쳐다보는 그를 일견하며 소파에 앉았다.
‘이렇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김판수.’
종혁은 나른히 웃었다.
"내가 예뻐하던 놈 중 하나가 야바 때문에 병신이 됐어. 이 새끼들은 그게 너 때문일 거라고 하던데, 맞냐? 아, 참고로 축구선수야."
‘이런 씨불!’
누군지 모르겠지만 두 가지는 알 수 있다.
눈앞의 종혁은 이런 인간 병기들을 끌고 다니는 높은 곳의 사람이고, 자신은 오늘 여기서 죽을 수도 있다는 것.
"오, 오해십니다! 저 말고도 축구선수와 연결된 브로커들은 몇 명 더 있습니다!"
"그래? 그럼 장부 가져와 봐. 거기에 내 똘마니 이름 없으면 깽값 물어 준다."
"그, 그게……."
"그래. 난 너라고 생각하련다. 씨발, 똘마니 하나 때문에 이게 뭔 지랄인지. 김 비서, 난 갈 테니까 뒷정리 부탁해요."
"예, 도련님!"
철렁!
차갑게 물드는 김종두의 눈에 김판수의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져 내렸다.
"자, 잠시만! 잠시만! 가, 가져오겠습니다! 그러니 잠시만……!"
종혁은 다시 엉덩이를 붙이며 손을 저었고, 풀려난 김판수는 엉금엉금 책상으로 걸어가 금고를 열었다.
평소였으면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금고를 여는 일은 절대 없었을 테지만, 목숨이 걸린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부디! 제발 부디 없기를!’
없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
그는 그렇게 간절히 바라며 김종두에게 장부들을 넘겼다.
촤라락!
빠르게 장부를 넘기던 김종두가 피식 웃었다.
"……맞네."
종혁이 몸을 일으켰다.
"맞아요?"
"어, 장부 맞아. 이야, 여기 다 있네. 약 먹은 놈들하고, 돈 받아 처먹은 놈들도 모두."
"응?"
뭔가 이상하다 느낀 김판수는 눈을 끔뻑였고, 그런 그의 손목에 종혁이 수갑이 채웠다.
철커덕!
"김판수 씨."
김판수뿐만이 아니다.
철컥! 철컥!
"오태식 씨."
"오대식 씨."
"당신들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였음으로 긴급 체포합니다. 당신들은……."
그들은 그제야 진실을 깨달은 범죄자들은 입을 떡 벌렸다.
"씨발! 짭새?! 이 개새끼들이 나를 속여?!"
"이런 개! 놔! 씨발, 놔아!"
김판수, 오태식, 오대식 모두 발버둥을 쳤지만, 그건 헛된 일이었다. 그렇게 K-리그 마약 게이트가 종장에 접어들었다.
이제 정말 남은 건 장부에 있는 선수들과 여타 인물들을 체포하는 것뿐이었다.
* * *
스포츠 사상 최악의 마약 게이트!
마약으로 따낸 승리!
병역 면제가 제일 쉬웠어요.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전면 수사를 해야 할 것!
"이야!"
"멋지다, 특수!"
"이건 뭐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터트리는데? 비결이 뭐냐!"
본청 복도를 걷는 종혁에게 찬사가 쏟아진다.
"으흐흐흐."
멋쩍으면서도 흡족하게 웃으며 그들을 지나친 종혁은 사무실의 문을 활짝 열었다.
"저 왔습……."
텅!
"너 맞잖아, 새끼야!"
"와아. 했는데 안 했다고 하네? 그럼 네 아가리에 약을 집어넣은 건 네 손이 아니라 네 똥꾸멍이냐, 새꺄?!"
‘어휴. 많이 바쁘네.’
장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소환됐다.
특수범죄수사과가 난리법석일 수밖에 없었다.
슬그머니 탕비실부터 들어가 커피를 내린 종혁은 모닝커피의 향긋함에 잠시 취했다.
"으음. 좋다."
"야! 최종혁! 막내란 새끼가 빠져 가지고!"
"에라이."
혀를 찬 종혁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 앞엔 박상영이 앉아 있었다.
다 망했다는 생각에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박상영. 이전까지야 형사들의 기에 짓눌렸다지만, 얼마 전 변호사를 만난 지금은 아니었다.
"너 지금 실수하는 거야.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어?! 청장 나오라고 해!"
"……푸흐흐."
"이 새끼가 쪼개?! 야, 이 새끼야!"
종혁은 핸드폰을 꺼내 던져 줬다.
"그 우리 아빠한테 전화해 봐."
"흥! 내가 하라면 못할 줄 알아?!"
박상영은 얼른 제 아버지의 번호를 눌렀다.
"아빠! 지금 이 앞에 있는…… 응? 아, 아빠?"
종혁은 떨리는 눈으로 이쪽을 보는 박상영에게 핸드폰을 달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여러 군데서 조사 잘 받으신다지?"
"……."
국세청부터 울산 경찰서까지.
한 번 털기 시작하니까 먼지가 한가득 나왔다.
피식 웃은 종혁은 그제야 컴퓨터를 켜 박상영의 조서 파일을 찾았다.
"어이쿠. 내가 실수해서 조서 파일을 지워 버렸네. 아무래도 새로 시작해야 될 듯한데 괜찮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틀리면 저기 진실의 방으로 가는 거야?"
"……."
"그럼 시작합시다. 이름이 뭐니, 개새끼야."
"바, 박상영이요."
"그래. 바악, 사앙……."
콰앙!
"최종혁 어디 있어!"
종혁뿐만 아니라 형사들의 시선이 사무실 입구를 향했다가 에라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 출근했네? 으하하하핫! 종혁아-!"
"야! 마약! 아침 댓바람부터 뭔 짓이야!"
"뭔 짓은요! 우리 종혁이랑 형님, 동생들에게 감사 인사 하러 왔죠!"
그 말에 특수범죄수사과 형사들이 피식 웃는다.
종혁의 권유에 부산의 오태식과 오대식을 본청 마약대에 넘긴 특수범죄수사대.
놀랍게도 이놈들의 장부에서 지금 본청 마약대에서 비밀수사 중인 연예인 마약 사건의 단서가 있었단다.
그런데 이것만큼 기쁜 일은 부산경찰청, 정확히는 마약대 대장의 라인인 최기룡의 반대 파벌 박종명의 콧대를 눌렀다는 거다.
부산청 코앞에 이런 놈들이 있었는데 먼저 검거하지 못했다. 본청이 그 난리를 쳤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금 부산청의 체면은 빌딩에서 떨어트린 메주처럼 뭉개지고 박살 난 상황이었다.
"크! 정말 사랑한다, 종혁아!"
마약대 대장은 종혁을 벌떡 일으켜 와락 끌어안았다.
"하하하. 상부상조하는 거죠."
"캬하! 고렇췌! 자, 다들 들었지? 한 식구라면 말이야 어? 이렇게 상부상조해야지 말이야, 어?! 그래야 한 식구 경찰이지!"
빠악!
"근데 이 새끼는 뭐야?"
"어이구. 말은 잘하세요. 야, 이 경우 없는 놈아. 그런다는 놈이 빈손으로 오냐?"
"어허! 제가 그럴 리 있겠습니까? 애들아!"
박상영이 뒤통수를 얻어맞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촤라락!
그리고 열린 문을 통해 마약대 형사들이 양손 가득 뭔가를 싸 들고 들어온다.
"오늘부터 한 달간 특수 간식은 우리 마약이 쏜다!"
"우오오오오오!"
"마약 멋있다!"
김종두도 피식 웃었다.
"한 달 후에 터트린다는 약속이나 지켜, 인마."
지금 한창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약대가 연예인 마약을 흘려 버리면 모든 관심은 그쪽으로 쏠리게 될 거다.
"흐흐. 제가 그런 개새끼는 아니죠. 아무튼 우리 종혁이! 그리고 특수! 오늘 소고기 먹어야죠! 이건 제가 쏩니다!"
"오오오?"
"딴 주머니를 얼마나 찬 거야? 열나 부럽네."
가볍게 무시한 마약대 대장은 은근한 눈으로 종혁을 봤다.
"우리 종혁이도 올 거지? 이 형이 종혁이 너 때문에 소고깃집 가는 거야."
그 말에 종혁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 왜!"
"죄송합니다. 약속이 있어서요."
"끙. 웬만한 약속이면……."
"웬만한 약속이 아니라서요."
좀 많이 웬만하지 않은 약속이었다.
* * *
-고맙다, 종혁아. 내가 진짜…….
말을 하는 무로이 쿄헤이의 목소리가 울먹인다.
빼도 박도 못하는 확실한 마약 밀수 증거.
경시청이 드디어 일본을 좀먹는 암세포들 중 일부를 도려내기 위해 움직였다.
이는 확실히 무로이 쿄헤이의 실적이었고, 이는 그가 앞으로 창설하려는 프로파일링수사과, 아니 CSI 과학수사대의 큰 힘이 되어 주었다.
CSI 과학수사대는 경시청 내에서도 노터치인 수사과가 될 예정이었다.
미래의 최연소 형사 제1부장 무로이 쿄헤이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가고 있었다.
"하하. 마약대랑 공조 잘해 봐요, 쿄 형. 파이팅입니다."
-그래! 조만간 꼭 보자!
웃는 낯으로 전화를 끊은 종혁은 한정식집을 바라봤다.
서울 변두리, 아는 사람만 아는 최고급 한정식집.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종혁은 가게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직원이 열어 주는 방 안으로 들어가, 먼저 와있는 장년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현몽준 당대표님."
그랬다. 오늘 약속 대상은 현몽준 당대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