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73화 (173/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73화>

52. 돈이 뭐길래

옛날식 주택들이 밀집한 동네.

특수범죄수사과 형사 네 명이 허름한 3층 건물을 응시한다.

"에혀. 누군 이 추워지는 날에 마이 여며 가며 개고생하는데, 누군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시켜 먹으며 띵가띵가 하는구나."

"부러우면 네가 가든지."

"아니, 그건 안 되고요. 희영이한테 죽어요."

휴가에서 삐끗한 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았다. 지금 그 먼 울산에 갔다가는 집에서 영영 나가게 되는 수가 있었다.

그건 여기에 있는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그럼 잔말 말고 일이나 해."

덜컥!

트렁크에서 야구방망이나 목검을 꺼내 든 그들은 3층 건물 위로 올라갔다. 그에 2층 계단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던 한 놈이 벌떡 일어났다.

"뭐냐, 너희는……."

퍼어억!

"억! 커어억!"

목을 붙잡고 구르는 놈을 무시한 그들은 놈이 지키고 있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제법 넓은 사무실. 그 안의 소파에 앉아 있던 덩치 네 명이 일어서고, 가장 안쪽의 책상에 앉아 있던 뱁새 인상의 사십대 중년인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여긴 핸드폰을 판매하는 곳입니다만?"

"경찰인데 우리가 협조를 구할 게 있거든? 그런데……."

경찰이란 말에 바로 표정과 자세가 변하는 그들.

품 안에서 망치나 스패너 따위를 꺼내 든다.

"협조 안 할 거지?"

중년인이 씩 웃는다.

"영장은 가져오셨어요?"

"가져왔으면?"

"에이, 아시면서. 우리 그런 거에 고객 정보 넘기면 장사 못 해요."

중년인은 덩치들에게 손을 저었고, 형사들은 한숨을 탁 내뱉었다.

대포폰 파는 놈들을 꼭 이렇다. 영장을 들이밀어도 반항을 하거나 협조를 해도 제대로 된 정보를 넘기지 않는다.

이럴 때 방법은 하나다.

"그래, 좀 이따가 다시 이야기하자."

"하아. 진짜 종혁이 보고프다. 종혁이라면 이런 식으로 해결 안 할 텐데. 걘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모르지."

뭐든 지금보단 훨씬 좋은 곳에서 훨씬 편한 수사를 하고 있을 거다.

"뭐해? 내보내!"

형사들은 다가오는 덩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후다다다닥!

"헉! 헉!

달빛이 수줍게 얼굴을 드러낸 밤. 낯빛이 퀭한 삼십대 중년인이 원룸가 골목길을 내달린다.

‘씨발! 씨발!’

울산 지인에게 소개를 받았다기에 냉큼 달려왔더니만 저승사자가 있었다. 그것도 둘이나.

‘그 개새끼! 잡히면 죽여 버릴 거데이!’

울산 지인을 떠올린 그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종혁아! 다 왔어! 5초! 야, 거기서! 잡히면 뒤진다!"

"좆까!"

그는 더 강하게 땅을 박찼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조금만 더 가면 8차선 대로. 그것만 넘으면 저 저승사자들도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할 거다.

‘그래, 다 왔…….’

"종혁아! 지금!"

부아앙!

"어?"

고개를 돌린 그가 본 건 하얀색 오토바이와 가슴을 향해 날아오는 팔뚝이었다.

콰앙!

‘켁!’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허공을 한 바퀴 돌아 추락한 그.

끼리릭!

오토바이에서 내린 종혁은 꿈틀거리는 놈의 팔뚝을 잡아 소매를 걷어 올렸다.

"어이구. 문신이 크다, 야. 호랑이나비야?"

호랑이 얼굴에 나비 날개.

"구멍이 하나둘…… 어이구야."

후다닥!

"아오! 씨발, 뽕쟁이 새끼가 사람 땀 빼게 하고 있어! 이걸 확 씨!"

"에헤이. 여기서 더 때리면 이놈 병원에 보내야 해요."

‘그러게 내가 한다니까.’

이런 건 자신 같은 베테랑이 해야 들키지 않는다며 호언장담을 하더니 결국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내가 오토바이 안 샀으면 어쩔 뻔했어?’

약쟁이들을 검거할 땐 약에 미친놈들이라 어디로 튈지 몰라서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에 기동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더욱 이곳은 어설픈 자는 한 치 앞도 못 가는 마굴, 부산이다.

"내, 내 뱅원 좀……."

가슴뼈가 부러진 건지 숨을 쉬기가 힘들다.

"병원? 왜? 여기가 아파?"

뿌드득!

"아아아아악!"

종혁은 죽일 듯 노려보는 약쟁이를 보며 이를 드러냈다.

그러며 맨 아래 갈비뼈에 손을 넣었다.

뿌드득!

"흐으어……!"

너무 아프면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다고 하던가.

약에 절어 고통을 잘 느끼지 못하는데도 뇌가 하얗게 타 버릴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진다.

"흐어억!"

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종혁을 바라봤다.

종혁은 두려움이 서리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입술을 핥았다.

"투약으로 짧게 살래, 아님 유통으로 길-게 살래? 얼른 다시 나와서 약 빠는 게 낫지 않겠어?"

"아, 안 할 건데요?! 끊을 겁니더!"

"개가 똥 끊는 소리 하지 말고."

약쟁이가 교도소 갔다고 약을 끊는다? 100명 중 1명이나 그럴 수 있을까.

숨을 고르던 김종두도 비실 웃는다.

종혁은 사진 세 장과 몽타주 한 장을 꺼냈다. 그중 하나는 서울팀이 확보한 다른 조직원의 사진이었다.

"잘 봐. 이 넷 중에 아는 놈 있어?"

이미 숙이기로 마음먹은 그는 사진들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종혁과 김종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이젠 진짜 본론이다.

"그럼 야바 파는 애들 어디에 있는지 아냐?"

"야, 야바요? 쪽바리 아들 거쳐서 오는 거 말합니꺼? 그거 별로 수요 없을 낀데요? 캔디가 워낙 좋아가?"

캔디는 엑스터시를 뜻하는 은어다.

그러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일본?"

서로를 본 종혁과 김종두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야, 그거 자세히 말해 봐."

"그게 저도 들은 이야긴데요……."

"그나마 다행이네."

발목까지 묶어 차에 밀어 넣고 현장을 벗어난 김종두가 담배를 문다.

이놈의 말에 따르면 일본 야쿠자가 깊이 개입한 건 아니라고 한다. 부산과 울산을 통해 들어오는 수많은 마약 중 끼어 팔기로 들어오는 수준.

차 뒷문을 연 종혁은 낑낑거리는 약쟁이를 봤다.

"정말 그 나이트클럽 말고는 없다는 거지?"

"예! 우리 부싼에서 야바 구하려면 거기밖에 없을 겁니더!"

따로 구하지 않는 이상 그렇다.

"부싼에서 아무거나 처먹는 놈들은 그놈아들뿐이라예!"

"달건이도 얽혀 있냐?"

"어데요! 우리 부싼에서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아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듭니더! 짭새, 아니 갱찰님들이 눈에 불을 켜는데 어데요! 아마 있어도 지분만 쪼매 있을 겁니더!"

"이야, 세월 좋아졌네. 약쟁이 새끼들이 나이트클럽을 다 하고."

"고객 끌어모으기가 좋잖아요."

"아, 그러네."

나이트클럽은 신나게 놀기 위해 가는 장소다.

술 마시고 소리 지르다 보면 자연스레 더 큰 쾌락을 찾게 된다.

그때 접근을 하는 게 이놈들이다. 실제로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엔 마약 판매가 이런 방식으로 진화한다.

‘역시 부산.’

대한민국에서 마약이 가장 먼저 풀리는 곳이다 보니 방식도 빠르게 진화하는 것 같다.

차문을 닫은 김종두는 담배를 깊게 빨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새끼들한테 어떻게 접근하냐는 건데……."

그놈의 보안만 아니면 부산청 형사들을 벌써 불렀을 거다.

"우리 애들을 내려오라고 해도…… 음."

종혁의 표정도 썩 좋지 못하다.

‘일단 이 새끼들 모가지만 틀어쥘 수 있으면 좋을…… 아!’

뭔가가 떠오른 종혁은 김종두를 바라봤다.

"그럼 이렇게 해 보실래요?"

"응?"

종혁은 떠오른 걸 설명했고, 김종두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대답은 바로 나왔다.

"오케이, 콜! 하자!"

종혁은 씩 웃었다.

*   *   *

과르릉!

부산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나이트클럽.

새빨간 페라리와 중형 세단들이 들어온다.

나이트클럽 앞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구를 지키던 기도가 다급히 달려와 허리를 숙인다.

"어서 오십시오!"

스윽! 투벅!

문을 위로 열며 내린 종혁의 모습에 기도는 입을 벌렸다.

고가의 명품으로 몸을 두른 종혁.

‘재신이 떴다!’

"룸 있지?"

"죄, 죄송합니더, 행님! 주, 주말이라……."

턱!

바닥에 떨어지는 백만 원 뭉치에 기도는 입을 다물었다.

"그, 그게……."

터억!

한 다발이 더 떨어진다.

"와아, 시발."

"미친 거 아이가?"

지켜보던 사람들이 부러움과 질시의 시선을 보낸다.

"주말이라서 뭐?"

이제 가을도 점점 물러가는 초겨울인데도 기도의 목에 땀이 흐른다. 그는 허리를 더 깊이 숙였다.

"제, 제일 좋은 룸이 남아 있다고 말하려 했습니더! 안으로 들어가시죠!"

터억! 찰그락!

이번엔 돈 다발뿐만 아니라 차키도 떨어진다.

"주차 부탁해. 이건 너 용돈 하고."

"옙!"

"그래, 잘하자."

턱턱.

어깨를 두드린 종혁은 안으로 들어갔고, 뒤의 세단에서 내린 김종두가 다급히 따라붙는다.

"도련님! 이렇게 돈을 함부로 쓰시면 안 됩니다!"

"잔소리 좀 그만해요! 내가 이 나이 먹고 잔소리 들어야 해? 그리고 쟤들도 좀 보내! 내가 아직도 보호받을 나이야?"

검은 양복과 검은 선글라스를 낀 경호원들.

잠시 불러온 특수범죄수사과 형사들이다.

날카로운 기세를 내뿜는 그들의 모습에 기도는 마른침을 삼켰다.

‘도련님? 서울 샌님에 도련님이라꼬?’

기도는 다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행님!"

종혁이 안내된 곳은 쿨 톤의 조명이 비추는 커다란 룸이었다.

젊은이들만 오는 곳인지 제법 세련되게 꾸며진 룸.

"어떠십니꺼. 여기가 저희 나이트에서 가장 좋은 방입니더!"

"뭐 그럭저럭. 라스베가스에서 가던 곳보다는 못하네."

"하하. 그러십니꺼?"

"그보다 여기 물 좋더라? 애들이 다 깔쌈하던데?"

"당연하지예! 여기가 부싼 바닥에서 제일 잘 나가는 곳입니더! 가스나들이 여기 들어올라꼬 막…… 흐흐. 말만 하시이소! 제가 다 데려오겠습니더!"

"그래? 흠. 겨우 이 정도 수준으로 그런단 말이지?"

순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종혁이 김종두를 본다.

"김 비서님, 나도 이런 거 하나 세울까? 위치도 이 근처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도련님!"

"아니, 그렇잖아. 이런 거 하나 있으면 내가 바깥에서 사고를 치겠어? 여기 안에서 치지? 영감탱이는 오히려 좋아할걸?"

"그, 그렇다고 해도 천박한 물장사라뇨! 회장님께선 절대 지원 안 해 주실 겁니다!"

"그럼 내 돈으로 하지 뭐. 이따위 거 3백억이나 들겠어?"

"도련님!"

‘미친?’

둘의 대화에 웨이터의 얼굴이 핼쑥해진다.

"뭐야. 너 아직까지 있었어? 야, 술 깔고 괜찮은 애들로 데려와 봐. 아, 참고로 난 술은 이십대 안 먹는다. 그리고 너희는 좀 나가고! 그렇게 쳐다보는데 술맛 나겠어?"

터억!

백만 원 뭉치가 날아와 웨이터의 발치에 떨어진다.

"옙!"

돈을 챙긴 웨이터가 후다닥 나가자 여기저기서 한숨을 터져 나온다. 어깨에 줬던 힘을 푼 형사들과 김종두 과장은 종혁을 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종혁은 정색했다.

"오해입니다. 저 이렇게 안 놀아요."

"그런 것치고는 너무 자연스런……."

"오케이. 대철 삼촌은 내일부터 식사를 따로 하는 걸로."

"종혁아! 사랑한다!"

"어이그."

고개를 저은 김종두는 걱정 어린 시선으로 종혁을 봤다.

"종혁아, 그런데 이 새끼들 정말 낚일까?"

"이래도 안 낚인다고요?"

‘그럴 리가.’

괜히 이렇게 꾸미고 웨이터에게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다.

엄청난 돈을 들여 자리 잡았는데, 근처에 더 크고 더 좋은 나이트클럽이 들어서서 손님을 다 뺏어 간다?

그것도 자신들과 태생부터 다른 재벌가의 망나니가?

종혁은 5분 안에 튀어 온다에 오늘 타고 온 페라리를 걸 수 있었다.

*   *   *

종혁이 있는 룸보다 더 세련되게 꾸며진 사무실.

"뭐? 입구를 넘는 데만 3백을 태웠다고?"

"이야, 또라이 새끼네."

"……알았어. 끊어."

오태식은 낄낄 웃는 동생을 일견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곤 몸을 부르르 떨었다.

"크으. 오늘 오까네 좀 벌겠네!"

잘하면 마약 몇 백 그램 파는 것보다 더 벌 듯싶었다.

그때였다. 문이 벌컥 열리며 웨이터가 헐레벌떡 들러 왔다.

"행님!"

"야, 이 씨발 새끼야! 너 들어올 때 노크하라고 했지!"

"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데이!"

"뭐 이……."

오태식은 웨이터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입을 벌렸다. 소파 위에 널브러져 만화책을 읽고 있던 그의 동생 오대식도 허리를 세우며 웨이터를 응시했다.

"사, 삼백억?"

그 누가 고작 유흥을 위해 3백억을 그렇게 쓸 수 있을까. 재계 서열 10위 안쪽의 재벌가나 그럴 수 있을 거다.

"씨발!"

재신이 아니라 재앙신이었다.

"어쩌려고? 가려고?"

"당연히 가야지!"

인천 태생으로 부산에 자리 잡아 여기까지 조직을 키우느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가. 이 나이트클럽은 그렇게 번 돈을 모두 투자해 만든 소중한 업장이었다.

그런데 이게 재벌가 망나니 따위의 변덕에 날아간다?

억울해서 못 산다.

"나도 가."

"너 이 씨발, 이번에도 입조심 안 하면 진짜 죽여 버린다."

"걱정 마. 나도 그 정도 정신머리는 있으니까."

믿음직스럽지 못했지만 시간이 없다. 여기가 더 마음에 들기 전에 망나니를 만나 마음을 돌려 놔야 했다.

"어디야! 안내해!"

둘은 재빨리 종혁이 있는 VVIP룸으로 향했다.

"하하. 좋은 시간 보내고 계십니까."

종혁은 단정하게 정장 단추를 잠그며 들어온 오태식을 보며 눈을 빛냈다. 김종두도 마찬가지다.

‘태식이, 대식이?’

부산에 근거지를 둔 마약 조직 중 하나.

형제가 함께 마약 조직을 운영한다는 점이 특이해서 전국 마약반 형사들이라면 무조건 알고 있는 면상들이다.

‘여기가 태식이, 대식이 업장이었어?’

정신을 차린 종혁은 피식 웃었다.

"뭐야, 부산 촌놈이 아니네? 그런데……."

종혁은 들고 있던 글라스를 오태식을 향해 던졌다.

뻐억!

벽에 부딪쳐 산산조각 나는 글라스.

"난 너희를 부른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왜 남자 따위가 내 공간에 들어와서 기분을 잡치지?"

"……아하하. 죄송합니다! 사장님께서 너무 무서운 말을 하셨다기에 이렇게 감히 방해를 하게 됐습니다!"

"무서운 말? 아아, 그거?"

실소를 터트린 종혁은 거만하게 등을 젖혔다.

"귀엽네."

"가, 감사합니다! 그, 그런데 어디서 오신 분인지……."

"야."

"예!"

"내가 너랑 눈 마주치고 이야기하니까 동급으로 보이냐? 주제 파악 안 할래?"

"죄, 죄송합니다!"

‘미친 새끼!’

태식은 혹여 동생이 발광하지 못하도록 뒷목을 잡고 눌렀다.

종혁은 몸을 떠는 그들을 보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그럼 읊어 봐."

"예?"

"감히 내가 하려는 걸 막을 정도면 그만한 걸 제시해야 되잖아? 아, 설마 없냐? 그러면 나 짜증 날 것 같은데?"

따악!

종혁이 손가락을 튕기자 형사들이 안으로 들어온다.

그 압박에 오태식은 이를 악물었다.

‘또라이 새끼!’

정말 또라이다. 마약 때문에 감정이 널뛰기하는 자신들보다 훨씬 더한 또라이.

‘잠깐? 약을 하는 나보다?’

그게 과연 말이 될까?

"저 혹시…… 캔디나 몰리, 고기라고 아십니까?"

그말에 종혁의 눈이 빛났고, 오태식은 자신의 짐작이 맞다며 좋아했다.

"흐흐. 사장님께서 뜻을 거두신다면 저희가 그걸 공짜로……."

"야바는?"

"어이구, 당연히 팔죠! 그런데 야바는 그리 썩 좋지 않은……."

"아, 그래?"

오싹!

신이 나서 말을 하던 태식, 대식 형제는 차갑게 가라앉은 종혁의 눈을 보곤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단 말이지? 햐, 이거 운빨 좋네. 거봐. 내가 내 운 좋다고 했잖아요."

"왜, 왜 그러시는지……."

"김 비서 뭐해요? 그 새끼들 꿇려요."

"예? 무슨?"

콰악! 콰앙!

뒤통수를 잡힌 오태식과 오대식은 그대로 처박혔다.

"끄으! 이런 시발! 뭐야! 너희 짭새냐!"

철컥!

품 안에 손을 집어넣던 오태식은 순간 관자놀이에 닿는 싸늘한 쇳덩이의 감촉과 매캐한 화약 냄새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야, 그거 집어넣어. 그러다 대가리에 구멍 뚫린다."

‘초, 총?’

정신이 번쩍 든 오태식은 정말 엿 됐음을 깨달았다.

‘씨발, 씨발!’

그런 그의 머리 위로 싸늘한 음성이 내리꽂혔다.

"내가 예뻐하던 똘마니 중 하나가 야바를 처먹다가 병신이 됐어. 그런데 알아보니 그게 부산을 통해서 유통 됐다네? 설마 너희니?"

‘……어떤 미친놈이 재벌가를!’

이 바닥에도 지켜야 할 룰이 있다.

절대 재벌가와는 어울리지 마라.

언제 조직이 날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조직만 날아가면 다행이다.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순간 눈앞이 아득해진 오태식은 다급히 변명했다.

"그, 그럴 리가요! 저흰 부산에만…… 어?"

순간 누군가 떠오른 오태식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며 고개를 들었다가 후회했다.

"혹시 그분이 축구선수…… 흡."

아예 감정이 사라져 버린 종혁의 얼굴.

"그 새끼 지금 어디 있냐? 모르면 찾아. 안 그러면 니들이 대신 죽는다."

종혁의 사형 선고에 둘은 마른침을 삼켰다.

정말 통해 버린 작전에 김종두와 형사들은 어이없다는 듯 웃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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