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71화 (171/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71화>

판문점에서 돌아온 후, 종혁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휴가를 다녀오지 못한 형사들은 휴가를 다녀왔고, 그때를 맞춰 마약대에서 사건이 넘어왔다.

손이 남는 형사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브리핑이 시작됐다.

"어? 운동선수?"

모두의 시선이 종혁에게로 향한다.

태릉선수촌의 마당발이었다는 종혁.

그걸 본 종혁은 킥킥 웃었다.

"재밌네요."

‘맞아. 이런 사건이 있었지.’

일명, 축구선수 마약 게이트.

한국을 제법 들썩이게 만들었던 마약 사건이었다.

*   *   *

부우웅!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

드르렁 김종두 과장의 코골이 소리가 울린다.

-김해 여고생 집단 강간 미수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에 시선을 돌린 종혁의 눈이 빛난다.

"햐, 이 개새끼들 드디어 재판 받네."

어느새 일어난 김종두가 졸린 기운을 억지로 몰아내며 라디오를 죽일 듯 노려봤다.

회귀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해 여고생 집단 윤간 사건. 형사로서 볼 꼴, 못 볼 꼴 다 봐 왔던 종혁으로서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사건이었다.

그러나 회귀 전과 달리 막았다.

"어떻게 될 것 같냐?"

"무조건 실형이죠."

"그렇지? 좆같은 소년법이라도 이번엔 다르겠지?"

당연히 실형일 수밖에 없다. 회귀 전과 달리 놈들을 보호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니까.

김해에서 대단한 유지인 아버지를 둔 악마들의 만행.

검사도, 판사도, 언론도, 심지어 경찰과 피해자들의 부모들까지도 모두 그 악마들의 편이었고, 피해자들은 처참히 짓밟힌 채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하고 만다.

‘너희가 먼저 꼬리친 거 아니냐’는 망언은 다시 생각해도 토악질이 날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놈들의 범행은 미수에서 그쳤고, 이 악마들을 보호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렇게 만들었다.

‘그러니 이번엔 회개해라, 이 개새끼들아.’

혀를 찬 종혁은 아예 라디오를 꺼 버렸다.

"아으으! 어우,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봐. 요새 계속 낮잠이 오네."

"뭘요. 아직 한창이시죠. 커피 한잔 드실래요?"

"커피? 좋지."

김종두는 무전기를 들었다.

"애들아! 다음 휴게소에 커피 때리자!"

-칙! 과장님이 사십니까?

-정말? 과장님이 사는 거야?

-잘 먹겠습니다!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형사들의 외침.

"에라이. 그래. 산다, 사! 그러니 고!"

-오오오!

피식 웃은 종혁은 속도를 조금 더 높였다.

와아아!

경상남도 울산의 문수축구경기장.

오늘 경기를 찾은 사람들이 열띤 응원을 한다.

그곳엔 김종두도 있었다.

"그렇지! 달려!"

언제 산 건지 응원용 수건을 휘두르며 열정적으로 엉덩이를 들썩이는 그.

그런데 그런 김종두 곁에는 종혁뿐이다.

다른 형사들은 모두 부산, 대구, 전주 등 축구클럽이 있는 도시로 흩어졌기 때문이다.

일명 축구선수 마약 게이트. 아니, K-리그 마약 게이트.

그렇다. 게이트라 불릴 정도다.

거의 모든 구단에 약쟁이들이 있는 것이었다. 현재 혐의가 있다고 의심되는 건 겨우 7명뿐이지만 말이다.

"슛! 슈웃!"

"아아!"

"아오, 씨! 저 개발 새끼!"

"뒤져, 이 새끼야!"

너무도 거대한 대포동 미사일 슛에 종혁은 온갖 욕을 쏟아 냈고, 김종두는 그런 종혁을 보며 눈을 껌뻑였다.

"너 축구 좋아했냐?"

"아뇨?"

종혁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유도다.

첫 번째도 유도, 두 번째도 유도, 세 번째도 유도.

유도 말곤 딱히 관심이 없다.

"그런데 왜……."

"원래 이런 경기장 오면 이렇게 응원해 주는 게 맛이잖아요."

"……아, 그건 맞지."

"그러는 과장님은요? 대현타이거 팬이세요?"

"아니. 나도 너랑 똑같아. 울산에 왔으면 울산 팀을 응원해야지."

"아하."

"그렇지! 가라, 가! 패쓰! 야, 인마! 패스-!"

"그래! 가자아-!"

와아아아아!

그렇게 뜨거운 전반전과 아리따운 치어리더들의 응원이 끝나고 다시 후반전이 시작됐다.

종혁은 후반전에 교체되어 나오는 이십대 중반의 선수를 보며 눈을 빛냈고, 김종두는 얼굴을 구겼다.

"박상영 저 씹새끼."

"아세요?"

"알지. 왜 몰라."

작년 시즌 총 16경기에 출전해 5골 9도움을 한 대현타이거의 공격형 미드필더다.

김종두가 응원하는 팀에게만 1골 2도움을 한 나쁜 놈. 이번 시즌은 더 가관이다.

4경기 출전했는데 벌써 1골 2도움이나 했다.

"어떡하실래요? 본부부터 설치할까요, 아님 풀부터 건드려 볼까요?"

"풀? 타초경사? 호오……."

종혁이 하고픈 말을 단숨에 알아들은 김종두는 눈을 빛냈다.

"만날 수는 있고? 너 축구 쪽엔 인맥 없다며."

맞다. 야구와 농구는 제법 아는 선수들이 있지만, 유독 축구만큼은 인맥이 없다.

‘있다면 병조형 정도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친분을 갖게 된 대한민국 대표 수문장 김병조.

박찬오 선수와 거의 맞먹을 만큼 수다쟁이에다가 활발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돌아오지 않는 골키퍼’라는 악명이 있는 선수다.

‘그런데 그 형은 입이 너무 가벼워서…….’

그래서 현재 포항에서 뛰고 있는 그에게 안 간 거다.

"대신 여기 구단 기업이 대현이잖아요."

"응? 아, 맞아. 너 출발하기 전에도 그 말 했지. 대체 그 말이 무슨 뜻이야?"

종혁은 대답 대신 핸드폰을 들었다.

"네, 이모. 저 종혁인데요. 제가 가진 대현중공업 지분이 얼마나 있죠?"

왕자의 난 때 매입해 놓았던 주식들.

김종두는 입을 떡 벌렸다.

하지만 정말 경악스러운 일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

-최종혁 경위님 전화 맞습니까? 나 현몽준입니다. 제 기업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현몽준 당대표.

그저 작은 협조만 바랐을 뿐인데 끝판왕이 등장해 버렸다.

이번엔 종혁의 입이 떡 벌어졌다.

*   *   *

대현스포츠 클럽하우스의 단장실.

울산 대현타이거의 단장 대리이자, 울산 대현 스포츠의 부장 유동국이 메마른 입술을 핥는다.

방금 전, 저 위에서 명령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곧 아주 중요한 손님이 찾아갈 테니 성심성의를 다해서 대해라.

현 회장님도 아니고, 그보다 위인 대현중공업의 진짜 주인에게서 하달된 명령이다.

긴장이 되지 않는다면 결코 사람이라 할 수가 없다.

똑똑!

"손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어서 안으로 모셔 주세요!"

벌떡 일어난 유동국은 문이 열리자마자 허리를 깊이 숙였다.

"울산 대현타이거의 단장 대리를 맡고 있는 유동국입니다! 단장님께선 본사에 계신지라 부득이하게 제가 맞이하게 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소나기처럼 쏟아 낸 그의 말에 종혁과 김종두는 당황했다.

"괘, 괜찮습니다."

"예,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시느라 힘드셨죠? 김 양, 여기 시원한 녹차 한 잔이랑…… 어떤 걸 드시겠습니까? 녹차, 커피, 쌍화차 아무거나 말하셔도 됩니다!"

"전 아이스 밀크커피로 주세요. 과장님은요?"

"율무차도 되나?"

"그럼요! 됩니다! 들었지? 얼른 가져와요! 아, 여기로 앉으시죠."

유동국은 본인이 앉아 있던 상석까지 양보했다.

그에 김종두는 종혁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역시 돈의 위력이…… 아니, 이번엔 인맥 빨인가? 이놈은 대체 그분과 어떻게 아는 사이인 거야?’

종혁도 모른다고 했지만, 예상이 안 가는 건 아니다.

연예인 스폰서 사건인 삼성클럽 사건 때 배후였던 인물이 현몽준의 참모였다.

‘아닌데. 이놈은 그런 거 뽐낼 놈이 아닌데.’

그리고 뽐냈다고 한들 정치인이 일개 형사를 가까이 하려 할까. 종혁이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 없었다. 종혁과 현몽준이 이어질 수 있는 일은.

그런데 종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그 영상 자료들을 넘겼다는 걸 들킨 거겠지? 그렇다면 제법 괜찮은 분이시네.’

분명 이유를 설명했는데도 현몽준은 흔쾌히 허락했다. 아니, 그걸 넘어 노여움마저 드러냈다.

"저, 그런데 어디서 오신 분들이신지…… 죄송합니다! 제가 급하게 오느라 미처 전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 저흰 경찰청 특수범죄수사과에서 나왔습니다. 경위 최종혁입니다."

"과장 김종두입니다."

"……예?"

종혁은 사정을 설명했고, 유동국은 눈을 부릅떴다.

"무, 무슨!"

똑똑똑!

나가려던 혼을 겨우 붙잡은 그는 얼른 들어오라 말했고, 곧 비서가 들어와 음료들을 내려놓았다.

"지금부터 10미터 내로 아무도 접근시키지 마세요. 김 양도 나가 있고."

"네? 네, 알겠습니다."

비서가 문을 닫고 나가자 유동국은 겨우 잡았던 정신을 다시 놨다.

"그럴 리가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종혁은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혔다.

"단장 대리님, 저흰 부산경찰청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 본청에서 나온 겁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정황 증거는 넘쳐 난단 소리다.

"그런……."

넋이 나간 유동국은 소파 위로 무너졌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이내 그는 종혁과 김종두 과장이 무작정 밀고 들어와 협조를 요청한 게 아님을 기억해 냈다.

‘현몽준 회장님도 알고 계시구나!’

대현중공업의 진짜 주인이 허락한 일이다.

여기서 발뺌을 했다간 유동국 그가 회사에서 사라지게 될 터.

오싹!

그는 빠르게 정신을 수습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의 눈빛이 돌변하자 종혁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온 이상 당연히 해야 될 일은 하나다.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하시죠. 1군부터 2군 선수단 전원뿐만 아니라 코치, 감독까지 모두!"

회귀 전, 울산 대현타이거에서 마약 복용 사실이 입증 된 사람의 숫자는 총 네 명. 그중 세 명은 선수였고, 나머지 한 명은 코치였다.

*   *   *

"뭐? 메디컬 테스트?"

아침 훈련을 나온 울산 대현타이거의 1군 선수들이 동요를 보인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야! 경기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메디컬 테스트라니! 지금 시즌 중인 거 몰라?!"

불같이 화를 내는 감독의 모습에 선수들이 격하게 동감한다.

메디컬 테스트.

당연히 좋다. 구단이 그들의 몸을 신경 써 주는 거니까.

하지만 지금은 리그가 진행 중이다.

감독의 말처럼 경기에 집중을 해야 되는데, 메디컬 테스트 같은 것을 해서 컨디션을 망칠 순 없었다.

혹시라도 메디컬 테스트에서 그들이 느끼지 못하던 부상이라도 발견되면?

그땐 경기를 뛰지 못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시즌 아웃.

어렵사리 1군 멤버가 되거나 지켰는데 그렇게 된다면?

그들의 낯빛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나이 든 선수나 요새 몸이 좀 나쁜 선수들은 안절부절못했다.

그런데 그들과 다른 의미로 낯빛이 어두워진 인물이 있었다.

"혀, 형."

"쉿!"

말을 거는 후배 선수를 진정시킨 박상영은 떨리는 눈으로 직원을 봤다.

"아니, 왜 저한테 화를 내세요! 전 그냥 단장님이 한 말을 전달한 것뿐인데!"

"그런 말도 안 되는 걸 막으라고 있는 게 너희잖아! 너 씨발 그렇게 일하고도 월급 받고 싶냐?!"

"아, 몰라요! 아무튼 다음 주까지 모두 다 지정된 병원에서 메디컬 테스트 진행할 거니까 그렇게들 아세요! 감독님까지도요! 난 전달했습니다!"

"야! 야-! 저 씨발!"

감독은 멀어지는 직원을 죽일 듯 노려보다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들며 돌아섰다.

"예, 단장님! 저 박 감독입니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감독도 멀어지자 코치들이 혀를 차며 선수들을 봤다.

"뭣들 해? 몸 풀어! 오늘 경기 안 뛸 거야?!"

"예, 옛!"

그리고 그날 오후.

아침의 일 때문인지 앙숙이자 동해안 더비인 포항과의 경기에서 2점 차로 패배해 버린 그들은 답답하고 짜증 나는 얼굴로 복귀했다.

다음 날 경기가 없기에 선수들은 술을 마시기 위해 나왔고, 그들 사이엔 박상영도 있었다.

울산 번화가의 한 룸소주방.

"저, 정말 저 어떻게 하죠? 2군까지도 메디컬 테스트 받는대요!"

오늘 2군 스케줄이 끝나자마자 달려온 2군의 어린 선수도 발을 동동 구른다.

"생각 중이니까 좀 닥쳐 봐."

솔직히 그냥 구단 내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면 그리 큰 문제는 없다. 결과를 조작해 줄 사람이 있으니까.

하지만 지정된 병원이라고 말했다.

‘대체 어느 병원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는다는 거야?’

드륵!

문이 열리며 삼십대 후반의 사내가 들어온다.

"미안. 늦었지!"

"코치님!"

박상영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어느 병원인지 알아내셨어요?"

"동서병원."

"미친!"

모두가 탄식을 내지른다.

동서병원, 동서의료재단은 울산에서 제일 큰 병원이었기 때문이다.

코치는 박상영을 봤다.

"……저보고 뭘 어쩌라고요! 저도 동서병원은 모른다고요!"

"그럼 이대로 들키자고? 너야 일본이든 중국이든 해외로 뜨면 되지만, 나는? 일개 코치인 나는! 집이고 회사고 다 여기에 있는 나는, 이 새끼야!"

"그걸 나한테 왜 말하는데요! 내가 강요했습니까? 당신이 알아서 한 거잖아!"

"그러니까 뭐라도 좀 해 보라는 거잖아! 나만 급하냐? 어? 여기서 나만 급하냐고!"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좀 닥쳐 봐요!"

"이 새끼가……!"

"그럼 뒈지든가-!"

금방이라도 주먹을 휘두를 듯 험악해진 분위기.

하지만 정말 주먹을 휘둘렀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에 그들은 참아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겨우 화를 참은 박상영은 입술을 깨물며 핸드폰을 들었다.

"하, 씨발. 돈 졸라 깨지겠네."

그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이구, 이게 누구십니까. 내 소중한 고객님 아닙니까?

박상영은 얼른 사정을 설명했다.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러니까 고객님의 말은 동서병원에서 이번 테스트를 맡을 의사를 어떻게 해 달라?

"가능하겠어요?"

-흐흐. 당연히 가능하죠. 날 뭘로 보고. 그런데 이게 좀…… 저번에 고객님 면제받게 하기 위해 개인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조작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라…….

군 면제. 지금 박상영과 통화하는 사람은 단순한 마약거래상이 아니었다. 보다 깊게 그들과 얽혀 있었다.

-알죠? 그런 큰 병원 의사 놈들 대가리 굵은 거?

"2장."

-5장은 필요합니다.

"……오케이, 콜. 알았어요. 그럼 난 당신만 믿습니다."

-흐흐. 돈이나 준비해요.

전화를 끊은 박상영은 한숨을 길게 내쉬곤 사람들을 훑어봤다.

"뭐해요? 나 술 없는데?"

"아, 응!"

"어이구. 미안. 방금 전엔 내가 좀 그랬지? 자, 자! 화 풀고!"

박상영은 헤헤헤 실없이 웃기 시작한 3명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이번 일만 끝나면 멀리해야겠네.’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놈들. 왜 이런 놈들에게 약을 권했을까 박상영은 작게 후회했다.

"자! 짠!"

"짠!"

그렇게 겉으론 화기애애한 술판이 시작됐다.

한편 그들의 옆 룸.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술잔을 기울이던 김종두 과장이 입술을 비튼다.

"이야, 역시 러시아제가 좋네."

"그렇죠?"

‘SVR이 쓰는 거라서 그래요.’

저들 룸의 문 바깥에 도청기를 붙였을 뿐인데도 안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린다.

"타초경사 효과도 죽이고요."

"크으. 그건 예술이지."

보라. 풀을 흔들었을 뿐인데, 박상영뿐만 아니라 함께 약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놈들까지 모두 튀어나왔다.

이제 그물을 던져 낚아 올리기만 하면 된다.

솔직히 수사가 이렇게 쉬워도 되나 싶을 수준이다.

‘역시 종혁이 넌…….’

김종두의 눈빛이 부담스러워질 정도로 빛나자 종혁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박상영과 통화한 이놈은 누굴까요?"

"그건 이제부터 알아봐야겠지."

이것도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박상영의 말이 많은 단서를 던져 줬기 때문이다.

"아오, 이거 소주잔에 마시려니까 감질나서 못 먹겠네."

"그럼 글라스 체인지?"

"뭐해? 소주부터 더 시켜."

"흐흐. 옙!"

종혁은 활짝 웃으며 호출 벨을 눌렀다.

그렇게 그들의 술자리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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