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70화 (170/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70화>

    51.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거면 되겠지?"

    "부디 아침밥을 얻어먹을 수 있기를!"

    입국 게이트로 향하는 길. 특수범죄수사과 형사들이 캐리어를 보며 안절부절못한다.

    그런 그들 사이엔 순철과 순희가 없었는데, 둘은 입국심사장에서 기다리던 국정원에 인계됐기 때문이다.

    망명을 신청한 순철과 순희는 약 한 달여 동안 조사를 받은 후 풀려나게 될 것이라 종혁도 그렇게 마음을 졸이진 않았다.

    마침 아는 얼굴이 왔기에 한층 더 마음이 놓였다.

    "빨랑빨랑 걸어, 이 새끼들아!"

    떠밀리는 박 사장과 두 명의 한국인이 얼굴을 구긴다. 놈들 조직엔 박 사장 외에 다른 한국인도 있었다.

    이제 놈들은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걸 보며 끓는 속을 감춘 김종두 과장이 종혁을 봤다.

    "종혁아, 그런데 넌 뭔 선물을 그렇게 바리바리 샀어?"

    "아, 이거요? 선물을 할 사람이 많아서……."

    지이잉!

    "왔다!"

    "응?"

    공항을 꿰뚫는 외침에 고개를 돌린 종혁과 형사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촤라라라라라라!

    그들의 눈을 부숴 버릴 듯 터지는 플래시 세례.

    ‘뭐, 뭐야! 무슨 일인데?’

    그들은 눈을 가리며 당황했다.

    *   *   *

    경찰청장실.

    최기룡 경찰청장이 양팔 벌려 그들을 맞이한다.

    "으하하하하핫! 어서 와, 어서 와!"

    ‘나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너도?’

    종혁과 김종두 과장은 피식 웃으며 소파에 앉았고, 최기룡 청장은 그런 그들을 예뻐 죽겠다는 듯 봤다.

    그럴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무려 11명이다.

    서울에서 2명, 부산에서 4명, 대구에서 1명 등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일반적인 실종 사건이었는데, 알고 보니 태국 인신매매 집단에 의한 납치 및 살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몇몇 곳은 피해자 가족들이 제발 태국에서 사라진 가족을 구해 달라 1인 시위를 하던 와중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피해자가 더 발생하고, 그걸 본청에서 끝까지 몰랐다면? 이제 퇴임을 준비하는 최기룡의 목도 온전치 못했을 거다.

    그랬다면 부산에서 칼을 갈고 있는 박종명에게 기회를 줬을 터.

    여기에 각국에서 고맙다는 서신을 전달해 왔다.

    그들 나라가 한국에 빚을 진거다.

    이에 박노형 대통령도 칭찬을 거듭했다.

    이제 다음 청장도 최기룡 본인의 파벌에서 배출할 수 있게 됐다고 봐야 했다.

    "수고했어. 아주 수고했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그를 보며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세요?"

    "좋아해야지. 이보다 더 좋아해야지! 우리 경찰이 그 콧대 높은 외교관들에게 한 방 먹였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주 태국 한국대사관만 욕을 먹고 있다.

    태국에서 11명이나 사라졌음에도 대사관이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그를 넘어 한국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으니 수사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는데, 태국 경찰에게조차 신고하지 않음이 밝혀졌다.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일단 주 태국 한국대사관의 수장은 경질된 상황.

    ‘이 사건으로 대사관들의 안일함도 고쳐졌으면 좋겠네.’

    국민이 해외에 나가 예기치 못한 사고나 재난을 당하면 어디에 연락하겠는가. 대사관이다.

    그런데 한국대사관은 이 부분에서 말이 많다.

    가장 유명한 게 바로 국군포로병사 귀환 사건.

    ‘내가 국군 포로로 북한에 갇혀 있었는데 탈출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사관의 반응은 가관이었다.

    ‘그런데요? ……니미, 씨부랄.’

    그 전화를 응대한 여성은 거의 국민쌍년이 됐다.

    ‘그냥 눈 딱 감고 포로 석방에 대해 건의할 걸 그랬나.’

    종혁은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그랬어야 된다며 지나간 기회를 안타까워했다.

    딱딱!

    종혁의 눈앞에서 손가락이 튕겨진다.

    "종혁아?"

    "예? 아, 죄송합니다."

    김종두 과장은 안절부절못했지만, 최기룡은 푸근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많이 피곤했지? 그만 내려가 봐."

    "……죄송합니다."

    "아니라니까. 내가 이런 걸로 화내는 사람으로 보여? 그럼 섭섭한데."

    "아하하.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그래. 곧 표창식 있으니까 몸 관리 잘하고. 아, 맞아. 종혁아, 내년 설에 시간 돼?"

    종혁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예, 뭐. 사건만 없다면 괜찮겠죠?"

    "그래? 잘됐네. 내년 설에 종가 어르신들 뵐 거니까 그렇게 알아. 어르신들이 널 참 보고 싶어 하신다? 오늘도 연락이 쏟아지는데, 어휴."

    "……예?"

    "그리고 이대로만 하면 내후년엔 진급 확정이니까 그렇게 알고."

    "예?"

    종혁은 따라가기 힘든 이야기에 눈을 껌뻑였다.

    ‘임용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진급 논의를?’

    종혁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좋냐? 선배들 다 제끼고 먼저 진급하는데 좋아?"

    종혁의 경찰대 3기수 위까지 진급에 대해 말이 나온 사람은 없다. 이제 순환 근무를 마쳤거나 이제 형사팀 막내로 배치되어 선배의 수발들기 바쁘기 때문이다.

    분명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뭔 상관이에요?"

    기수를 씹어도 할 수 있다면 해야 되는 게 진급이다. 물론 이리저리 다독여야 할 테지만 말이다.

    "그리고 제가 진급하면 삼촌은요?"

    김종두 과장도 진급한다고 봐야 했다. 그것도 종혁보다 일찍.

    "으흐흐."

    "그렇게 좋아할 거면서 내숭은……."

    "이놈이?"

    그렇게 둘은 투덕거리며 새로이 확장 이사를 한 특수범죄수사과로 향했다.

    "흐흐. 우리가 저기서부터 여기까지 쓴단 말이지?"

    그냥 보고만 있어도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기분이 좋다.

    본청 그 어느 수사과가 이렇게 빨리 사무실을 확장 했을까.

    그렇게 김종두는 좋아했지만 종혁은 아니었다.

    ‘아직 멀었지.’

    겨우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다. 최소한 본청의 한 층 정도는 써야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다. 하루 이틀 걸릴 일이 아니지만, 그 조직을 생각하면 몸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참자, 참아. 급하게 먹는 떡이 체하는 법이다.’

    종혁은 치미는 욕심을 애써 눌렀다.

    "들어가시죠."

    "에헴. 그래 볼까?"

    김종두는 문을 박차며 들어갔다.

    "애들아! 내가 왔다!"

    "……왔다."

    "응. 왔네."

    "응?"

    종혁과 김종두 과장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눈가가 팬더가 된 형사들이 느릿하게 일어나 다가온다.

    종혁들이 휴가에서 복귀하면 휴가를 떠나기로 한 형사들.

    "흐흐. 우리 빼고 놀다 오니까 좋으셨어?"

    "우리는 바다 구경도 못했는데."

    "사건 해결하는 중에 호텔도 가고, 빌라도 가고, 뷔페도 가고 아주 다 하셨던만?"

    "어휴, 얼굴에 살 오른 것 좀 봐. 우린 불어 터진 짜장면밖에 못 먹었는데……."

    오싹!

    반사적으로 아군을 찾아 둘러보니 최기룡과 면담이 있는 그들보다 먼저 복귀한 형사들이 걸레가 되어 널브러져 있다.

    "야, 야. 잠깐?!"

    억울하다.

    놀다 온 것도 아니고 사건을 해결하느라 귀국이 지체 된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게 통할 상황이 아니었다.

    한국에 남아 휴가를 떠난 팀원들의 업무까지 모두 처리해야 했던 저들에겐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터였다.

    하루 이틀도 아니라 무려 보름이나 지체되지 않았던가. 거기다 이사도 이들이 도맡아 했다.

    "에, 에이. 그래도 이건 아니죠!"

    종혁도 주춤 물러났다.

    "뭐, 인마? 뭐해?! 덮쳐!"

    "우아아아아!"

    "이런 씨!"

    종혁은 덮쳐 오는 형사들을 보며 다급히 가드를 올렸다.

    *   *   *

    "와-!"

    "이게 뭐야."

    이사한 사무실을 구경 온 타부서 형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축구를 해도 될 정도로 넓은 크기가 문제가 아니다.

    2인 1조로 깔끔하게 구획을 나눈 책상과 최신형 노트북.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엉덩이가 푹신할 것 같은 의자에, 각 수사조마다 배치된 화이트보드.

    한쪽엔 평면 커다란 TV 몇 대가 연결되어 있다.

    그 화룡정점은 탕비실과 비품 창고다.

    카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던한 분위기의 탕비실. 커피메이커가 몇 대 놓여 있고, 냉장고와 찬장엔 부식거리가 가득 채워져 있다.

    비품 창고도 고가의 제품들로만 채워져 있다. 특히 새끼손톱보다 작은 도청 장치 20세트를 발견한 그들은 쓰러지고 말았다.

    특수범죄수사과는 장비 담당 부서를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장비를 쓸 수 있게 됐다.

    종혁은 FBI 뉴욕지국에 갔을 때 꼭 이렇게 꾸미겠다는 다짐을 결국 이뤄 내고 말았다.

    "부서를 차별하는 거야, 뭐야? 청장님이 한 부서만 특별히 예뻐해도 돼?"

    "제길! 결국 실적인가! 야, 우리도 언론 자빠트릴 사건 물어 와!"

    "대장님! 우리도 이렇게 해 주세요!"

    "예산 없어!"

    "아니, 종혁이가 없어!"

    모두의 시선이 종혁에게로 향한다. 사무실을 채운 대부분이 종혁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걸 아는 그들.

    이번에 특수범죄수사과가 다녀온 휴가는 또 어떻던가. 전세기로 날아가 리조트에서 제대로 즐기고 왔단다.

    "종혁아, 새해까지 얼마 안 남았다. 내년엔 광수대 올 거지?"

    "뽕쟁이들 잡자, 종혁아. 으응. 넌 사무실에만 있어. 우리가 다 떠먹여 준다. 오케이?"

    "야, 이 개놈의 시키들아-! 종혁이 안 보낸다고-!"

    "아, 거 나눠 씁시다, 좀! 진짜 쪼잔하네!"

    "닥치고 이거나 처먹어!"

    입에 수제초콜릿이 물린 형사들은 꿍얼꿍얼하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아, 이거 맛있네."

    "그러게. 과하게 달지 않은 게 딱 내 취향인데?"

    "형님! 좀 더 주십쇼!"

    "다 먹어라, 이 새끼들아!"

    종혁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건 뭐 사탕 주면 졸졸 따라오는 애들도 아니고.’

    그래도 이 정겨운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다.

    "아, 형님. 사건 하나 가져갈래요?"

    마약대 대장의 갑작스런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물린다.

    "마약 사건?"

    "예. 우리가 쳐 내려고 해도 시간이 없어서요."

    이 일도 결과적으론 종혁 때문이다.

    원랜 종혁이 마약대에 오면 같이 해결해서 날개를 달아 주려 했는데, 종혁이 파출소부터 가면서 미뤄지다 결국 여기까지 온 사건.

    여기에 종혁이 언론을 박살 내면서 그들 마약대도 보다 더 이슈가 될 사건에 집중을 하는 중이었다.

    이를테면 연예인 마약 사건.

    이건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현재 마약대 전원이 달려들고 있는 사건이었다.

    "관심 없으면 광수대에 토스 하고."

    "아, 우리도 사건 밀려서 힘든데……."

    광수대 대장이 입맛을 다신다.

    본청 마약대가 다루는 사건이다. 작은 규모일 리가 없다.

    "그래요? 음. 어쩌지? 내년 하반기로 미뤄야 하나?"

    "아냐, 오케이. 콜. 못 먹어도 고다."

    "오! 역시 화끈하시네. 알았어요. 곧 정리해서 토스 할게요. 대신 밥 거하게 사십쇼. 우리 쪼잔하게 돼지 안 먹습니다."

    "오케이, 소고기. 뷔페 말고 소고기집에서!"

    "거기에 다금바리 추가합니다."

    종혁의 덧붙임에 마약대의 얼굴이 활짝 폈다.

    "콜-!"

    그렇게 가볍게 정리를 마친 그들은 다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어차피 점심시간. 아직 조금 더 여유를 부려도 됐다.

    종혁도 그들과 어울리며 하하호호 웃었다.

    그때였다.

    띠리링! 띠리링!

    핸드폰을 본 종혁은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았다.

    "예, 청장님."

    청장이란 단어에 모두의 입이 다물어진다.

    "……예?"

    -북한에서 국군 포로 두 명을 넘겨주기로 했는데, 거기에 네가 참석해 달란다.

    "……왜요?"

    정말 왜였다.

    *   *   *

    판문점.

    언제나 군인들의 날선 긴장만 가득한 그곳에 작은 소란이 생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여태껏 국군 포로의 존재에 대해 부정을 하던 북한이 국군 포로를 송환시키는 날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식 송환이 아닌 비공식 송환.

    이번 정권 들어 북한과 평화 모드를 조성해 가고 있다지만, 이런 이벤트를 공식적으로 했다간 양국 간에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비공식 송환을 하기로 협의했다.

    여기에 원래 포로는 한 명만 보내기로 했는데, 갑자기 한 명이 더 추가됐다.

    무슨 꿍꿍이인지 짐작이 안 갔지만, 일단은 반길 상황이었다.

    그에 통일부와 외교통상부 차관 및 직원 몇 명과 국회의원 및 군 장성 몇 명, 경찰 몇 명만이 판문점을 찾았다.

    그중에 종혁이 있었다.

    오랜만에 정복을 차려입은 종혁.

    그는 국회의원들의 선두에 서 있는 현몽준 의원, 아니 현몽준 당대표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회귀 전, 대선의 막판에 박노형의 뒤통수를 친 후 박쥐라는 악명을 얻고 정치판을 전전하다 소리 없이 사라져 버렸던 현몽준 의원.

    지금은 박노형 대통령 계파 정당의 당대표다.

    ‘이게 나비효과인가.’

    그런 종혁의 시선을 느낀 건지 돌아봤던 현몽준 당대표가 활짝 웃으며 다가온다.

    "오랜만입니다, 최 경위."

    종혁은 눈을 껌뻑였다.

    "……어, 제가 대표님을 뵌 적이 있을까요?"

    "하하, 미안해요. 뉴스로 자주 접하다 보니 착각했나 봅니다. 이 나라 치안을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경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을 뿐입니다. 늦었지만 당대표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현몽준은 종혁을 보며 푸근히 웃었다.

    ‘정말 대단한 친구야.’

    폭풍이 이럴까. 임용이 된 지 얼마나 됐다고 언론을 꺾고, 외교부에게 한 방 먹였다.

    어딜 가든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종혁.

    그때도 느꼈지만 정말 대단했다.

    ‘이런 청년이 내 뒤를 받쳐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건 욕심이다.

    ‘지금은 욕심이지. 하지만…….’

    현몽준은 앞으로의 일을 떠올리며 미소를 더욱 짙게 했다.

    "곧 법안 하나가 통과될 겁니다. 성매매에 관한 특별 법안이죠."

    종혁은 눈을 빛냈다.

    ‘맞아. 성매매 특별법. 그래, 이게 올해였어.’

    회귀 전보다 늦긴 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늦지 않았다.

    ‘앞으로 공지가 많이 생기겠구나.’

    기생충 중의 기생충 사창가. 그곳을 밀어 버릴 수 있는 법률이 생기는 거다.

    종혁의 입가에 사나운 미소가 맺혔다.

    현몽준은 그걸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이 나라의 치안을 부탁드립니다."

    "예.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웅성웅성.

    "아, 나오는군요. 그럼 전 이만."

    북한 측 건물에서 깡마르고 검게 탄 노인 두 명이 북한 군인들과 함께 걸어온다.

    움찔움찔 당장이라도 달려오려는 급한 마음을 억지로 누르는 그들.

    하지만 종혁은 그들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보며 놀랐다.

    ‘순영 씨?’

    눈가엔 멍을, 입술엔 피딱지를 달고 있는 그녀.

    그녀가 북한군의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그것도 고작 소위 계급만 단 채.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녀를 볼 순 없었다. 방금 막 국군 포로 두 명이 경계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폭 몇 십 센티의 시멘트로 그은 분단의 선을 넘자마자 무너지며 울음을 터트리는 국군 포로들.

    "어흐흑!"

    한국군은 얼른 그들을 더 안쪽으로 데려왔다.

    그러고 나서 젊은 날 나라를 위해 희생을 한 그들을 위해 예를 보였다.

    "전체 차렷! 경례!"

    "충성!"

    "충성."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국군 포로들은 눈에서 다시 눈물이 터졌다.

    이후 실무자들끼리 대화가 이뤄졌는데, 종혁은 분단선에서 순영과 마주했다.

    "설마 순영 씨가 이렇게 하신 거예요?"

    말을 들어 보니 원래 남북한 평화모드 조성으로 인해 북한에서 포로 한 명을 넘기려고 했단다. 그런데 급히 한 명이 추가된 거다.

    종혁으로선 당연한 의심이었다.

    "후후. 제가 그 정도의 힘은 없습네다."

    하지만 저 뒤 건물에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상관은 그럴 수 있다. 이번 비공식 송환에 포로 한 명을 더 추가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남한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선물이면서, 종혁의 얼굴을 실제로 보기 위해 만든 이벤트.

    아마 지금쯤 관상가가 종혁의 관상을 살피고 있을 터였다. 종혁이 북한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를 확인하기 위해.

    순영은 그 속내를 꾹 감췄다.

    "다만 타향에서 귀신이 될 뻔한 인민들을 고국으로 되돌려 준 은혜에 대한 값을 치르는 것뿐이디요."

    "으음……."

    그 북한이기에 좀 믿기지는 않지만 일단 믿을 수밖에 없다.

    "그…… 철이와 희야는 일없습네까?"

    "훗. 국정원 쌀을 거덜 내고 있대요."

    순영은 순간 달아오르는 얼굴을 가렸다.

    "내가 그러디 말라고 그렇게 가르쳤는데 또……."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 것 같다.

    "뭘요. 원래 그 나이 땐 잘 먹어야 정상이죠. 자, 여기요."

    종혁은 얼른 가져온 사진을 넘겨줬고, 순영도 얼른 사진을 품에 챙겼다.

    "미안합네다. 잘 좀 부탁드리갔시오."

    "걱정 마세요. 제 손을 잡은 아이들을 놓지는 않을 테니까."

    순영은 이렇게 말해 주는 종혁이 너무 고마웠다.

    -칙! 복귀하라.

    "이제 가 봐야 할 시간이군요."

    "조심히 가세요."

    "동무도. 그럼."

    그렇게 둘은 분단선을 가운데 두고 서로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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