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68화 (168/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68화>

타라라라라라락!

순철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춘다.

순철의 요구에 맞춘 초고가의 컴퓨터.

"하, 이 간나 새끼들. 많이도 꼬아 놨구나야."

막대사탕을 문 입술을 핥은 그의 눈빛엔 누나를 찾기 위한 간절함을 넘어 광기마저 서렸다.

"그쪽으로 가면 들킵니다! 우회하세요!"

절대 이쪽이 추적하고 있다는 걸 들켜선 안 된다.

‘종간나 새끼들. 좀 배웠구나야.’

하지만 결국 그 정도 수준이다.

12살 때 미 국회의사당 보안 시스템을 뚫은 순철을 막아서기엔 너무도 허술하다.

그렇게 몇 번이나 호통을 쳤을까.

탁!

마지막 방점을 찍은 순철이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러나 그 눈은 살벌하기 그지없다.

"거기 있었네?"

‘거기 있었구나, 누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9분 43초. 정말 순철의 호언장담대로 됐다.

순철은 신기해하는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동무들, 이제 우리 누나 구해 주시라요."

종혁은 눈물을 글썽이는 순철의 어깨를 꽉 잡았다.

"그래. 지금부터 우리에게 맡겨."

라차논과 리동수가 핸드폰을 들었다.

"지금 말하는 주소로 달려가!"

*   *   *

부우웅!

허름한 차 한 대가 청바지에 흰 셔츠를 입은 동양 여성을 태운 채 늦은 저녁의 도로를 달린다.

뒷좌석에 앉아 잔뜩 움츠린 여성.

백미러로 그 겁먹은 모습을 힐끔 본 운전자는 혀를 차며 다시 앞을 봤다. 뭔가 이상했지만 이대로 경찰서로 달려가기엔 받기로 한 금액이 너무 많다.

오토바이 택시 툭툭 기사인 그로서는 무려 10일은 일해야 벌 돈. 그것도 손님을 쉬지 않고 태웠을 때다.

그렇게 내달린 기사는 커다란 호텔 앞에 차를 세웠다.

"도착했습니다."

여성은 무릎 위로 올린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이라도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도망칠 수 있으면 도망쳐 봐.

부디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장난스럽게 웃던 박 사장의 얼굴.

그러나 그 눈은 결코 웃지 않았다.

지금 당장 운전기사도 그 무서운 사람들 중 한 명일 수 있다.

저 호텔 안에도, 호텔 주위에도 그 무서운 사람들이 있을 거다.

‘만약 내가 여기서 거부하면?’

도망쳤다가 잡힌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봤다. 박 사장이 강제로 보게끔 만들었다.

덜덜덜!

"이봐요, 괜찮아요?"

그녀로선 알지 못하는 태국어.

"힉?! 내, 내릴게요!"

찔끔 지린 그녀는 재빨리 차문을 열었다.

그렇게 로비에 들어선 그녀는 하얗게 질렸다.

여기도 쳐다보는 것 같고, 저기도 쳐다보는 것 같다.

점점 어깨를 더 움츠려 가며 로비를 가로지른 그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서야 겨우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지렸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순간 왈칵 설움이 솟았다.

"흑!"

내가 왜 태국에 왔을까. 친구들이 말릴 때 그만둘 걸. 다신 안 올래.

온갖 후회가 그녀의 마음속을 휘몰아쳤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그녀의 마음도 모른 채 속절없이 목적지 층에 도착했다.

띠잉!

"흑! 흐윽!"

가기 싫었다.

하지만 갈 수밖에 없다.

그녀는 하염없이 흐르는 공포의 눈물을 닦으며 복도를 가로질러 하나의 방 앞에 섰다.

……띵동!

결국 눌러 버린 벨.

저벅저벅.

안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이제부터 자신을 짓밟을 악마의 발걸음 소리에 그녀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결국 참고 참았던 게 터져 버린다.

쉬이이!

색이 짙어지는 청바지.

벌컥!

"사, 살려……."

스윽 내밀어지는 것에 그녀의 입이 다물어진다.

따뜻한 향기가 피어나는 코코아.

종혁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서글피 웃었다.

"구하러 왔습니다."

"……아."

그녀는 다른 의미로 무너졌다.

*   *   *

부우웅!

인적이 점점 사라지는 밤의 도로.

호텔 근처에 세워진 차를 감시하는 다른 차 안.

운전석과 보조석에 앉은 태국인 두 명이 담배를 물고 있다.

"역시 박 사장은 머리가 좋아."

고용한 기사로 하여금 자차를 끌고 오면 소정의 금액을 더 준다. 꼬리가 잡힐 수가 없는 수법이다.

"한국인들은 머리가 좋잖아. 왜? 순영도 그렇잖아."

"걘 노스 까울리."

"달라?"

"달라. 이산과 우리 관계?"

태국 동북부 이산.

그들과 다른 지방에 사는 태국인들은 사이가 무척이나 나쁘다.

"아, 그래? 흠. 뭐 심심한데 뭐 재밌는 거 없나."

그들 중 한 명이 라디오를 켠다.

그때였다.

위이이잉!

조용해져 가는 도로를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꿰뚫는다.

"어떤 놈이 또 오토바이 타다 죽었나 보네."

"한두 번이야?"

오토바이가 차보다 많은 만큼 오토바이 사고도 많은 태국.

피식 웃던 둘은 이내 낯빛을 딱딱하게 굳혔다.

구급차가 호텔 안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구급대원이 들것을 들며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후 피투성이가 된 여성을 들것에 싣고 나온다.

"어?!"

"저, 저거!"

하얀 티셔츠와 바지.

분명 그녀다.

욕을 뱉으며 엉덩이를 들썩인 그들은 숨을 죽였다.

지이잉! 지이잉!

로비에서 감시하는 조직원의 전화.

그들은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뭐야! 어떻게 된 일이야!"

-이, 이 미친 러시아 놈이 여자를 죽일 듯 팼어!

"빌어먹을!"

일이 꼬였다.

"알았어! 얼른 나오기나 해!"

-으, 응!

이윽고 로비를 통해 나온 정장을 입은 사내가 잰걸음으로 다가와 뒷좌석 차문을 연다.

"뭐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몰라! 피투성이가 됐다고!"

로비의 직원들이 갑자기 당황해 위로 올라가더니 곧 구급차가 도착했고, 피투성이가 된 여자가 실려 나왔다.

매일 피를 보는 그조차도 그 모습은 섬뜩할 정도였다.

"저, 저기!"

주먹과 얼굴에 피가 점점 묻은 거한이 로비 입구를 걸어 나와 시거를 문다.

그 러시아 놈이다.

한껏 만족한 표정을 짓는 그의 앞에 롤스로이스가 서고, 운전석에서 달려 나온 동양인 사내가 시거에 불을 붙여 준다.

"푸후우. 가지."

거리가 멀어 들릴 리가 없을 텐데도 들리는 것 같은 만족스런 목소리.

롤스로이스가 출발하자 그들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돌아 버리겠네! 박 사장에게 전화해!"

이내 곧 박 사장이 전화를 받는다.

"박 사장!"

그들은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알아. 들었어. 그 러시아 놈이 미안하다고 사례금도 줬고.

"아, 그래?"

그제야 그들의 얼굴이 펴진다.

돈을 받았다면 됐다.

"그럼 여자는 어떡해?"

-뭘 어떡해. 그냥 철수해.

구급차에 실려 간 이상 경찰에 노출될 수가 있다. 아쉽지만 여기까지였다.

-여자들 복귀하면 바로 데려오고.

"으응."

전화를 끊은 그는 여자를 데려다준 기사에게 잔금은 글러브 박스에 있다 말하곤 그제야 차를 출발시켰다.

그렇게 달려 도시 외곽의 어느 창고에 도착한 그들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듯 적막한 창고.

이윽고 차 세 대가 연이어 그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9명의 남자가 눈과 귀를 가린 여자 세 명을 끌어 내린다.

"뭐야. 여자는?"

"몰라! 미친 러시아 놈이 때려 죽였어!"

흠칫.

귀를 막았어도 남자의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인지 여자들의 몸이 굳는다.

그러나 태국 남자들은 낄낄 웃는다.

"변태 새끼네."

"됐고. 철수하자. 박 사장이 바로 돌아오래."

"이런. 수끼 맛있게 하는 집 아는데."

태국식 샤브샤브인 수끼.

툴툴거린 그들은 타고 온 차를 창고 안에 집어넣고는 창고 옆에 세워진 승합차 두 대에 나눠 탔다.

선팅이 짙게 된 승합차. 여자들을 가장 안쪽으로 밀어 넣은 그들은 차를 출발시켰다.

그런 그들은 몰랐다. 자신들에게 미행이 붙었다는 걸.

그렇게 5일 정도 국도를 달렸을까.

방콕에 접어든 그들은 조금 더 차를 몰아 어느 허름한 동네의 맨션으로 진입했다.

허리춤에 권총을 쑤셔 넣은 한 태국 남성이 그들을 맞이한다.

"너희가 제일 늦었어."

"그럴 리가."

"얼른 올라가. 박 사장 이래."

머리 위로 검지를 찌른 사내의 말에 승합차를 타고 온 사내들의 낯빛이 굳는다.

여자를 남성에게 인계한 그들은 다급히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

허름한 맨션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방.

책상 위, 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크고 작은 코끼리 모자가 그들을 가장 먼저 반긴다.

"늦었군."

입에 담배를 문 박 사장의 차가운 말투에 그들은 다급히 변명을 쏟아 냈다.

"우리 안 쉬고 왔어!"

"맞아! 밥은 1시간씩만 먹었어, 박 사장!"

"화장실도 하루에 5번밖에 안 갔어!"

"푸후우…… 미행은?"

"없었어. 그치?"

남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휴게소를 겸하는 국도의 식당에 들렀을 때, 똑같은 차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 어떤 식당에서 웬 늙은 병신 놈이 세차를 하려고 들기에 혼낸 적 있어."

꿈틀.

박 사장의 눈빛이 흔들린다.

"병신 놈?"

"왜? 그런 거 흔하잖아. 그래서 흠씬 패 버리니까 그 부인 년이 살려 달라고, 이거 다 줄 테니 살려 달라고 막 과자랑 이런 것도 줬다니까?"

국왕의 사진이 담긴 열쇠고리와 염주.

순간 뭔가 섬뜩해진 박 사장은 그것을 가져오라 손짓했다.

열쇠고리를 받아 든 박 사장은 아들 코끼리를 들어 국왕 사진이 담긴 케이스를 박살 냈다.

"이봐, 박 사장!"

활불로 불리는 국왕.

방금까지 쩔쩔 매던 태국인들이 버럭 화를 낸다.

"흠. 아니군. 미안. 이걸로 다른 거 사."

박 사장은 200바트를 내밀었고, 열쇠고리가 박살 난 태국인은 히죽 웃었다.

"여기 걔들이 받은 팁."

"됐어. 그건 너희가 쓰라고 했잖아."

이젠 12명 태국인들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나가 봐."

"응!"

쿵.

문이 닫히자 박사장은 냉소를 지었다.

"병신 같은 놈들. 돈이면 그저 좋다지."

돈에 미친 건 박 사장 본인도 마찬가지지만, 한화로 백만 원도 안 되는 돈에 행복해하는 그들을 보자니 한심하고 가소롭다.

"그럼 이번 원정에 대한 계산을 해 볼까?"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피어올랐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꼬르륵!

"……이놈의 태국은 다 좋은데, 소화가 빨라서 지랄이야."

저녁을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배가 고플까.

고작 11시밖에 안 됐는데도 공복을 호소하는 배에 박 사장은 야식이 아니라 술을 마셔야겠다 생각했다.

"흠. 오늘은 어떤 년을 끼고 마셔 볼까."

어차피 이 맨션에 널리고 널린 게 여자다.

짓밟고 죽여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여자들.

생각만 해도 뻐근해지는 그곳을 주무르며 일어나던 박 사장은 순간 몸을 굳혔다.

오싹!

갑자기 온몸을 내달리는 소름.

그는 반사적으로 창가로 걸어가 블라인드를 살짝 걷었다.

이 시간이면 어둠과 동화되는 동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불길함을 느낀 그는 책상에 놓인 무전기를 들었다.

치익!

"비얌, 입구는 어때?"

-…….

"어이, 비얌. 비얌! ……라빗! 샹챠! 차이! 이런 씨부랄! 누가 대답 좀 해 봐!"

-치익! 바, 박 사장!

"뭐야! 뭐가 어떻게 된……."

타아앙!

적막한 어둠을 꿰뚫는 한 발의 총성.

박 사장의 손에서 무전기가 떨어진다.

경찰이다. 아니, 특공대다.

"아니, 그래도 말이 안 되잖아! 어떻게 이렇게 은밀하게……!"

입구 경비와 1, 2층 경비 모두 대답을 안 한다.

소리도 없이 제압이 됐다는 거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드는 의문이 있다.

대체 이곳을 어떻게 찾아낸 건가.

대체 어디서 들통이 난 건가.

"서, 설마 그 러시아 놈이……?"

이번 원정에서 사고가 터진 건 아이반이라는 러시아 놈뿐이다.

그리고 그쪽을 담당했던 조직원들이 복귀하던 도중에도 사고가 생겼다. 무시해도 상관없을 하찮은 일이었지만, 그런 사고가 생긴 건 그들이 유일했다.

쿵쿵쿵!

움찔!

"야, 박 사장. 문 열어. 안 열면 뒈진다?"

‘하, 한국인? 설마 한국 경찰이?!’

박 사장은 다급히 권총을 숨긴 책상 서랍에 손을 가져갔다.

"아, 아니 먼저 전화를……."

증거를 은폐해야 한다.

이쪽의 조직원들은 차이 사장의 전화번호를 모르니 자신이 연락해서 은폐를 시켜야 한다.

여긴 겨우 납치지만 거기엔…….

그 생각이 박 사장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 순간이었다.

꽈아앙!

문이 박살 나듯 열리며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들어온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남성들.

"문 열라니까, 박 사장 씹새끼야."

"……!"

가장 선두에 선 작은 키의 장년인 김종두 과장은 이를 갈았다.

"하아, 씨발. 네가 너 찾는다고 개고생한 걸 생각하면 진짜……."

그는 지금까지의 작전을 생각하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   *   *

홀짝!

미지근한 코코아를 마시는 여성의 얼굴이 붉다.

씻고 옷을 갈아입은 여성.

그녀는 화장대 의자에 앉은 종혁을 힐끔 곁눈질하다 용기를 냈다.

"저, 정말 경찰 맞으시죠?"

"한국 경찰청 특수범죄수사과 소속 최종혁 경위입니다. 이쪽은 제 파트너시고요."

"김종두 과장입니다."

그녀는 종혁과 김종두 과장의 경찰공무원증을 보고 완전히 안심할 수 있었다.

"정말…… 정말로……."

그녀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터진다.

종혁은 손수건을 내밀었고, 감사하다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그동안 받았던 억압과 고통 설움을 모두 토해 냈다.

종혁은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린 후 입을 열었다.

"혹시 어디에 계셨는지 기억하십니까?"

여성은 고개를 저었다.

어디에 감금되어 있었는지는 그녀도 기억 못한다.

짐칸 같은 곳에 실려 언제나 눈과 귀를 가린 채 이동했고, 도착한 곳은 창고 같은 곳이었다.

여기까지 데려다준 그 사람에게 인계되기 전까지도 그녀는 눈과 귀를 가렸다.

거의 수 시간을 달렸다.

가리개를 벗으니 어느 공원 앞 도로.

"거기까진 찾아갈 수 있겠지만……."

"예,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눈을 빛냈다.

"그럼 혹시 그 창고에 혼자 계셨습니까?"

"아, 아니요. 세 명과 함께 있었어요. 하, 하지만 제일 먼저 감금된 곳에는 스무 명 넘게 있었어요! 맨션 같은 곳이었어요! 나, 납치되어서 갇힌 곳은 다른 곳이지만…… 아, 박 사장이라고 했어요!"

박 사장이란 존재는 이미 순영의 수첩을 통해 알고 있었다.

종혁은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두서없는 그녀의 말을 정리하자면 이랬다.

납치를 당한 후 차이 사장이란 자가 있는 주택에 갇힌다.

이후 박 사장이 데리러 오고, 박 사장은 맨션에 그녀들을 가둔다. 그리고 선택이 되면 거기서 각 지방으로 흩어진다. 이후 끝나면 다시 박 사장이 있는 맨션으로 돌아간다.

종혁은 어이없단 얼굴로 김종두 과장을 봤다.

"정말 치밀한데요?"

이미 순영의 수첩을 통해 이들의 수법을 확인했음에도 다시 들으니 어이가 없다.

"이 새끼 진짜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야. 뭐하는 새끼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정리한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라차논, 난데. 따라붙은 차량이 몇 대야?"

-여섯 대.

여성을 태운 차와 끝까지 같은 방향으로 달리던 차는 총 여섯 대. 어느 차가 진짜인지 모르기에 그들 모두에게 감시를 붙인 상황이다.

종혁은 여성을 봤다.

"아가씨, 혹시 협조를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얼굴과 몸에 피가 좀 묻을 수가 있는데……."

김종두 과장은 고개를 모로 기울이는 여성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그 뒤로 진행된 건 이놈들도 아는 부분이다.

미리 준비한 구급차에 실려 간 그녀는 3국 합동 수사본부에서 보호를 했고, 이들을 미행했다.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놈들의 이동 경로에 있는 휴게소 겸 식당에서 추적 장치가 달린 가방에 과자들을 집어넣어 안겨 줬다.

그렇게 해서 결국 이 장소를 알게 됐고, NIA에서 출동한 특수부대원들과 급습하게 됐다.

타앙!

"컥?! 아악! 아아악!"

팔을 움직이는 순간 총을 맞고 쓰러진 박 사장.

‘어후. 씨발.’

김종두는 사람을 쐈으면서도 눈빛 하나 변하지 않는 태국 특수부대원의 모습에 진저리를 쳤다.

소리 없이 진압한다며 입구 경비들의 뒤를 급습해 목부터 땄던 암살자들.

혹시나 놈들이 여성들을 인질로 잡을까 해서 그랬다지만, 목이나 폐가 꿰뚫린 시체를 보니 베테랑 중 베테랑인 그도 속이 울렁거린다.

‘내가 다신 이런 놈들과 작전을 펼치나 봐라!’

고개를 저은 김종두는 바닥을 기는 박 사장에게 걸어가 수갑을 채웠다.

"박 사장, 뭐 너를 납치 및…… 뭐 씨발 이런저런 죄로 체포한다. 그러니 반항하지 말고……."

"카윽! 놔! 놔아! 너 내가 누구……."

콰작!

"아가리 닥쳐, 이 개새끼야."

구둣발로 면상을 으깨 버린 김종두는 정신을 잃고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박사장을 노려보다 나머진 팀원들에게 맡기며 아래로 내려갔다.

뚜벅뚜벅!

문이 모두 열린 복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오지 않는 여성들.

기겁하며 이쪽을 보는 여성들.

어스름한 등빛 아래 공포에 질린 얼굴을 보니 순간 가슴이 찢어진다.

울컥 눈물이 차오른 김종두는 이를 악물며 허리를 깊게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제…… 돌아갑시다……."

죄책감에 목이 메었다.

"흐어엉!"

"엉엉엉!"

눈물을 흘리며 준비된 차량에 오르는 여성들을 보며 결국 눈물을 흘린 김종두는 핸드폰을 들었다.

"종혁아, 여긴 끝났다. 그러니……."

-예. 이쪽은 저한테 맡기세요. 아주 개아작을 낼 테니까.

살의가 가득한 종혁의 음성에 김종두는 제발 그래 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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