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67화>
50. 돌아갑시다
"추천제?"
종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다크웹으로 사이트를 열고 닫는 것도 모자라, 회원 관리는 기존 회원의 추천으로 받는다.
더욱이 사이트 오픈부터 클로즈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0분.
여기에 IP를 우회하기까지 하니 해킹으로 그 웹사이트에 도달할 때쯤엔 사이트가 닫혀 버린 후다.
이외에도 관리가 철두철미하다.
어떻게 회원으로 추천을 받는다고 해도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여성을 놔두고 도주해 버린다.
운반책도 그때그때 고용한, 그것도 태국의 대표 운행 수단인 오토바이 택시 툭툭이나 쏭테우 기사다 보니 시킨 놈을 찾는 것도 어렵다.
특정 위치에 여성을 데려다 놓고, 나머지는 대포폰으로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놈들은 멀찍이서 감시한다. 당연히 여성은 감시당하는 걸 알기에 도주할 마음도 먹지 못한다.
자신들이 노출되지 않기 위하여 어떻게든 죽여서 입을 막으려 할 테니까.
특정 위치까지 옮기는 것도 눈과 귀를 가린 후에 이동시키니 놈들의 아지트를 알아내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
이러니 번번이 물을 먹은 거다.
"……이 새끼들 제대론데?"
제아무리 범죄라고 해도 이 정도면 감탄이 나올 수준이다.
"우리가 괜히 3년 동안 못 잡았겠어?"
리동수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거 골치 아프네."
차라리 한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찾기가 쉬웠을 거다. 이제 CCTV나 블랙박스가 없는 곳을 찾기 힘드니까.
그런데 여긴 태국이다.
차량에 블랙박스는커녕 은행 CCTV조차 부족한 나라.
핸드폰도, 아니 정확히는 핸드폰 유심칩도 약간의 웃돈만 얹어 주면 얼마든지 사서 번호를 개통할 수 있는 나라.
지독한 빈부 격차로 인해 옆집 사정에 관심도 부족하다.
경찰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범죄를 저지르기 편한 나라도 없다.
"사람들이 주로 납치를 당하는 장소는?"
"일정하지가 않아."
누군가는 공항에서 택시를 탔다가 행적이 사라지고, 누군가는 도심에서 납치되어 사라진다. 가라오케에서 진탕 즐긴 후 숙소로 복귀하기 위해 택시를 탔던 이도 증발해 버린다.
"로컬 바에서 술을 마시다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뒷골목에 갔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어."
택시 같은 경우도 무허가 택시. 번호판만 그럴싸하게 만든 택시였다. 이러니 추적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진짜 범죄를 저지르기 편한 나라네.’
"그럼 어떻게든 그 사이트에 매달려야 한다는 건데…… 역시 추천을 받긴 힘들지?"
만약 받는 게 쉬웠다면 어떻게든 놈들을 찾았을 거다. 정보국이라는 건 그리 호락호락한 단체가 아니니까.
"힘들지. 일단 고객이 모두 부자니까."
그것도 권력을 가진 부자들이다.
이러면 협조를 구하기도 힘들다.
정보국이라고 해서 무작정 이들을 억압할 수 없고, 또 그렇게 억압하기엔 회원들이 중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납치된 여성임을 알아차렸다고 해도 몰랐다고 하면 그만.
이런 전가의 보도가 있는 이상 그들을 억압할 수가 없다.
"아니, 태국은 왕권 국가 아니었어? 왕이 명령하면 다 되는 거 아니야?"
"왕이라고 정치를 하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현재 태국 국민들에게 활불이라 불리는 현 국왕.
종혁이 알기로 그는 엄청난 정치가였다.
군부와의 갈등조차도 그의 묵인하에 일어나는 일. 이러니 그렇게 불릴 수 있는 거다.
"그런데 피해자 중에 동양계만 있는 게 아니잖아. 서양에서 이 일을 알았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텐데?"
김종두 과장이 이번에도 날카롭게 찌른다.
그에 라차논은 씁쓸히 웃고, 종혁이 대신 대답했다.
"인정할 리가 없죠. 국가 위신의 문제인데."
특히 관광 국가인 태국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하아."
"와."
"이건 뭐 밤고구마를 동치미 없이 먹은 수준이네. 콜라 없냐?"
특수범죄수사과 형사들이 답답해진 가슴을 두드린다. 이미 이런 걸 알고 있는 NIA와 정찰총국 요원들은 씁쓸히 웃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조직의 구성원을 곧 찾을 수 있다는 거야."
"그게 언제 되는데? 외형적 특징을 입력하면 얼굴을 뽑아내는 그런 프로그램이라도 있어? 그리고 그 이름이 진짜라는 보장은?"
"……."
태국 내 사십대 범죄자의 숫자가 몇 명일까.
못해도 수만 명일 거다.
그들을 일일이 검색하는 것도 몇 달은 걸릴 일이다.
또 이름이 진짜라고 해도 죄다 차이, 프라얏 등이다. 한국의 김이박최처럼 태국에선 흔한 성씨나 이름.
종혁은 암울해지는 분위기에 박수를 쳤다.
특수범죄수사과, NIA, 정찰총국 요원들이 종혁을 봤다.
"자, 일단 정리합시다. 결국 우리가 매달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그 사이트입니다."
수첩 속 인상착의는 일단 이놈들의 꼬리를 잡은 이후의 문제다.
"이렇게 은밀하게 움직이는 놈들이다 보니 분명 조직원의 변동 사항을 적을 터. 대신 일단 놈들 중 한 놈이라도 잡게 되면 바로 몸통까지 검거할 수 있는 확률이 높습니다."
수첩 속 인상착의는 정말 이놈들이 맞는지를 확인시켜 주는 소중한 단서다.
"문제는 놈들을 검거하는 와중에 그 사실이 새어 나가서 잔당들이 도망치는 거지."
리동수의 말이 맞다. 잡으려면 한꺼번에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사이트에 접속할 필요가 있다. 아니, 정확히는 해킹을 통해 진짜 주소를 알아야 한다.
"솔직히 추천을 받아 사이트에 접속한 이후도 문제야."
"실패할 확률이 높으니까?"
실제로도 실패했다.
NIA 소속 해커들을 모아 해킹을 했지만, 해킹이 채 끝나기 전에 사이트가 폐쇄됐다.
"그건 문제가 좀 있……."
"제가 하겠슴네다."
"순철 동무! ……끄응."
다급히 외쳤던 리동수는 눈을 질끈 감았고, 종혁은 의아한 눈으로 순철을 봤다.
"네가? 어떻게?"
순철은 제발이라며 리동수를 봤다.
리동수는 머리를 벅벅 긁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순철은 눈에 불을 품으며 거수경례를 했다.
"종혁 동지, 내래 다시 인사드리갔시오. 보위부 사이버보안대대 3중대장 리순철 중위입네다."
"……뭐?"
로비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어. 그러니까 저 얼굴로 22살……."
6살 언저리로 보이던 순희는 무려 9살이었다.
"대체 얼마나 못 먹었으면……."
"아니, 그보다 대체 얼마나 천재이기에 저 나이에 중위인 거야?"
특수범죄수사과 형사들의 말에 리동수의 얼굴이 빨개진다.
북한 인민 생활상의 민낯이 밝혀져서다.
그것도 밝히고 싶지 않았던 남한 사람들에게.
"내래 대외……."
"순철 동무!"
"아, 죄송합네다. 이건 기밀입네다."
"……응. 뭐, 그래."
"아무튼 사이트에 접속만 하게 해 주시라요. 3명만 붙여 주면 10분 안에 놈들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슴네다."
종혁은 진실이냐는 듯 리동수를 봤다.
"순철 동무는 14살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군인이었다."
"……잘도 탈북했구나, 너."
"그땐 눈이 돌아서리……."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라차논을 봤다.
이제 그녀의 차례였다.
"일단 우리가 이놈들 회원이라고 유력시 생각하는 사람이 있긴 한데……."
협조를 요청하기가 힘들다. 그의 뒤에 군부 인사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 피해 사실 확인이라곤 납치를 제외하면, 수첩에 적힌 사망자 명단이 전부다. 이마저도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압박을 할 수가 없다.
만약 압박을 넣었다가 놈들에게 말하기라도 하면?
그래서 놈들이 증거를 인멸하면?
그동안의 수사가 공염불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라차논 그녀까지 옷을 벗어야 한다.
현재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사이트에 접속할 회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
"아니, 그건 문제가 아니야."
모두가 종혁을 본다.
NIA와 정찰총국은 의아해하며 봤지만, 특수범죄수사과 형사들은 설마 하며 쳐다봤다.
"일단 그놈과 미팅만 잡아.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종혁은 의아해하는 그들을 보며 씩 웃었다.
자리가 파한 뒤, 배웅을 하러 나온 종혁에게 라차논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내가 근처에 있다는 걸 대체 어떻게 확신한 거야?"
"너 같은 엘리트가 푸켓에 왔다는 부분에서 의심을 했지."
라차논은 태국에서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는 유도선수다.
아무리 성전환을 했다고 한들, 마스코트 같은 그녀를 한직으로 보낼 조직은 없다. 그게 설령 비리가 넘쳐 나는 태국 경찰이라고 해도 말이다.
"고작 그걸로?"
"세상엔 우연 따윈 없으니까."
우연을 가장한 필연만 있을 뿐.
때마침 라차논이 푸켓으로 전근을 왔고, 때마침 이런 일이 생겼다.
이 거듭된 우연을 정말 우연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이 외에도 이상한 점은 많았다.
그녀의 헛소리에 업어치기를 했을 때 그녀가 반응했던 점도 그렇다. 성전환을 하고 살을 70kg 넘게 빼면서 피지컬이 급감한 그녀다.
그런데 그 업어치기에 반응해 브릿지를 했다. 언제나 긴장을 하고 있단 뜻이다.
단순히 계속 단련을 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그 외에도……."
"오케이. 됐어. 그만해."
라차논은 질렸다는 눈빛을 지었다.
키득키득 웃던 종혁은 이를 드러냈다.
"자, 그럼 움직이자."
그렇게 한국과 태국, 북한 3개국 합동의 수사가 시작됐다.
* * *
부르릉! 빵빵!
오토바이가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방콕.
한 10층짜리 빌딩 앞에 롤스로이스 한 대가 멈춰 선다.
지금도 아무나 탈 수 없다는 롤스로이스 팬텀.
그 중후한 멋에 빌딩 앞을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탁!
운전석에서 후다닥 달려 나온 리동수가 뒷문을 연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하얀 정장을 입은 종혁이 걸어 나온다.
"흠. 여긴가."
종혁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러시아어.
두툼한 안경을 쓴 그의 입가가 삐딱해진다.
종혁은 성큼성큼 빌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약속이 된 상황이라 곧바로 10층으로 향한 그들은 이내 곧 얼굴에 심술보가 덕지덕지 붙은 오십대의 태국 남성과 마주할 수 있었다.
"하하. 어서 오십시오, 아이반 씨!"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소파에 털썩 앉았고, NIA가 그 조직의 성매매 회원이라고 의심하는 대상 쁘라윳의 볼이 파르르 떨렸다.
방콕에서 10번째 안에 드는 부동산 기업의 회장인 쁘라윳.
"시간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리동수는 의아해하는 쁘라윳에게 통역을 했다.
"아이반 회장님께서 만나서 반갑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쁘라윳 회장님도 바쁘실 테니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어떠시냐 합니다."
"……아."
‘저게 그렇게 긴말이었나?’
의아해하던 쁘라윳은 이내 푸하하 크게 웃었다.
"역시 러시아분답게 화끈하시군요! 좋습니다! 저도 그러면 나쁘지 않죠! 별장을 원하신다고요? 으음……."
쁘라윳의 표정이 갑자기 안 좋아진다.
"그런데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태국은 외국인에게 부동산을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에 리동수가 들고 온 서류 가방에서 서류를 내밀었다.
태국 현지인과 합작 법인을 세웠다는 서류.
쁘라윳의 표정이 활짝 폈다.
"하하하. 저희 태국에 대해 아시는 분이셨군요! 그럼 얼마나 구하시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리동수의 통역에 종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미리 말하지 않았던가?"
"미리 약속을 잡았던 매물 그대로라고 하십니다."
쁘라윳의 미소가 더 환해진다.
방콕 내에서만 무반 단지(빌라 단지) 1곳.
치앙마이, 치앙라이, 푸켓, 파타야 등에 총 6개 빌라.
가격만 따져도 무려 8백만 달러에 해당하는 막대한 액수다.
"허헛. 그럼 일어서시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종혁은 손을 저었다.
"귀찮게. 됐어."
"저, 정말 확인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쁘라윳은 입을 떡 벌렸고, 종혁은 눈빛을 싸늘히 굳혔다.
"내 조건은 전에 말했듯 두 가지야. 언제든 여자들과 파티를 즐겨도 주위의 방해가 없을 것. 풍경이 좋을 것. 이에 합당하기만 하면 되는데…… 그런 곳이겠지?"
‘이런 미친놈! 여자에 미친놈!’
"그, 그럼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됐어. 서류."
"예!"
종혁은 쁘라윳이 내민 서류에 사인을 했다.
"리."
"예, 회장님."
"이체해."
고개를 끄덕인 그는 지금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라차논에게 전화를 했고, 종혁은 쁘라윳을 봤다.
"확인해 봐. 달러로 송금했으니까."
"자, 잠시만……."
약 5분의 시간이 흐른 후, 전화기의 수화기를 잡고 있던 쁘라윳은 입을 떡 벌렸다.
‘지, 진짜 이체됐네? 뭐 이 미친…….’
종혁이 믿어 달라곤 했지만, 일말의 의심을 가지고 있던 리동수는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잔금까지 모두? 은행에 나가 있는 직원이 그렇게……."
‘뭐이야?!’
"귀찮게 뭘 나눠 내?"
"으하하하핫! 정말 화끈하십니다! 러시아 최고! 만세!"
양팔을 번쩍 들었던 쁘라윳이 오늘 중 가장 환하게 웃는다.
"일어나시죠! 이런 큰 계약을 해 주신 분께 태국에 대해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아, 그거 좋지. 그런데 그것보다……."
종혁은 눈을 빛냈다.
방금 전 90억을 태우면서까지 물으려 한 용무를 이제 봐야 했다.
"여자는 없어? 난 직업 여성이나 대학생보다 좀 반항을 하는 애들이 좋은데 말이야."
그에 쁘라윳의 표정이 오묘해진다.
"반항이라 하시면?"
"어쩔 수 없이 굴복 당했지만, 남아 있는 반항심. 발버둥. 난 그런 걸 짓밟는 걸 선호하는데…… 있나? 마음에 들면 별장을 몇 개 더 구하지."
"이거……."
쁘라윳의 눈이 가늘게 떠진다.
"취미가 고상한 분이셨군요."
별장 몇 개. 그게 결정타였다.
"마침 그런 곳을 아는데, 한번 이용해 보실 생각 있으십니까?"
종혁은 사납게 웃었다.
정말 듣고 싶은 말이었다.
* * *
"미친놈."
"또라이."
특수범죄수사과 형사들뿐만이 아니다.
라차논과 리동수도 혀를 내둘렀다.
사건이 사건이라지만, 고작 사이트 주소 하나를 알아내기 위해 90억을 썼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일단 그들 정보국들로선 꿈도 못 꿀 일이다.
반바지만 입은 채 아이스크림을 빨던 종혁은 벌써 며칠째 계속되는 그들의 이런 모습에 얼굴을 와락 구겼다.
"아니, 왜 이걸 그냥 날렸다고만 생각하세요?"
1년 365일 아무 때나 특수범죄수사과의 가족들에게 일정 금액을 받고 임대를 해 줘도 되고, 혹여 한국의 범죄자가 태국으로 도망쳤을 시 이렇게 수사본부로 써도 된다.
"어? 그러네?"
"사람들이 이런 큰 뜻도 모르고 말이야. 에이, 그냥 1박에 30만 원씩 받아 버려?"
"어이구. 우리 종혁이 돈 쓰느라 피곤했지? 누구야! 누가 우리 종혁이 혼냈어? 종혁아, 나 방금 아주 크게 혼냈다."
"예, 뭐. 아 거기 밑이요. 예, 거기요."
"여기? 시원해?"
"저…… 최종혁 동무."
"음?"
"그거이…… 아, 그만 좀 찌르라!"
종혁은 리동수를 보며 눈을 껌뻑였다.
얼굴이 시뻘개진 채 대원들에게 옆구리가 찔리는 그.
"우, 우리도 써도 되갔네?"
‘……얘들도 작전비가 부족하나?’
정찰총국도 일종의 수사 기관이다 보니 그럴 확률이 높다. 종혁이 알기로 수사 기관인데 예산이 넘쳐 나는 곳은 미국 정도밖에 없었다.
어쩌면 경치 좋은 곳에 풀장이 딸린 빌라라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예, 뭐…… 어차피 관리비만 나오면 되니까 되는 대로 주시면 돼요. 아, 도청 장치 같은 건 설치하지 말고요."
"고, 고맙구나야. 그, 그럼!"
종혁은 계약한 빌라의 로비를 박차고 나가며 담배를 꺼내 드는 리동수의 모습에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긴 하구나.’
자유를 박탈당한 채 억압받는 나라, 북한.
정찰총국 같은 국가 기관의 요원이라면 생각의 자유마저 완전히 박탈당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지이잉!
무심코 핸드폰을 들었던 종혁은 허리를 폈다.
"왔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