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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63화 (163/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63화>

    장주환의 검거 하루 전. 그리고 종혁이 다녀가고 3일 뒤.

    봉만덕 사장은 믿을 수없는 전화를 받았다.

    "어, 어디요?"

    다시 묻는 그의 입과 손이 떨린다.

    -청주시 행복의 쉼터 재단입니다. 귀사에서 만두를 납품받고 싶어서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됐습니다. 혹시 저희 재단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예, 예! 예-!"

    봉만덕 사장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알고 있다. 모를 리가 없다.

    가출 청소년에게 보호하고, 기회를 주는 훌륭한 곳 아니던가.

    -일단은 일주일에 2만 개씩 납품받고 싶은데 가능하실까요? 소년소녀 가장 및 편부모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두 빚기 이벤트도 실시할 예정이라서 식자재도 납품받고 싶은데요.

    "……!"

    그의 입이 떡 벌어졌다.

    -……사장님? 듣고 계신가요?

    "예! 듣고 있습니다! 가능합니다! 가능하고말고요!"

    -다행이네요. 그럼 내일 오전 11시까지 계약할 분을 보낼 텐데, 시간 괜찮으시죠?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예, 예!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달칵!

    봉만덕은 전화가 끊긴 수화기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다 소파에 위로 털썩 무너졌다.

    "이, 이게 뭔 일이야?"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술을 진탕 마시고 꿈을 꾸는 것 같다.

    봉만덕은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꾸, 꿈은 아닌데. 그, 그러면 대체 왜……."

    10년 거래처마저 등을 돌린 끔찍한 상황에 나타난 구원자.

    "……대체 왜?"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때였다.

    "사장님! 사장니임-!"

    벌컥!

    "무슨 일이에요, 박 전무?"

    "이, 이거! 이것 좀 보십시오! 방금 전 등기로 날아온 겁니다!"

    뜯어진 노란 대봉투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먼저 확인해서 죄송하지만 일단, 일단 확인부터어-!"

    이 공장의 창립 멤버인 박 전무의 호들갑에 봉만덕 사장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떨리는 손으로 검사 결과를 받아 든 봉만덕은 털썩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끄흐윽!"

    검사 결과에 감사했고, 이 회사를 믿고 만두를 주문한 행복의 쉼터 재단에 감사했고, 참고 버텨 달라 부탁한 종혁에게 정말 너무 감사했다.

    그는 마지막 ‘식용 가능’이란 글자가 적힌 검사 결과지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처럼 끌어안으며 오열했다.

    박 전무도 그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울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꺼질 뻔한 생의 촛불이 다시금 타올랐다.

    ‘정말 감사합니다, 형사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는 이런 희망이 찾아들 때까지 버티게 만들어 준 종혁에게 너무도 감사했다.

    *   *   *

    낮 1시. 지상파라 불리는 3대 방송국 중 한 곳에서 대국민사과를 위해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송국 입구, 방송국 사장이 초췌한 얼굴로 선다.

    -……죄송합니다. 특종에 눈이 멀어 언론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깊이 통감을 하며…….

    -쓰레기 만두가 가짜 뉴스였다는 걸 인정하는 겁니까!

    -원본 영상은 어디 있습니까!

    -장주환은 어디 있습니까!

    -말을 해, 이 새끼들아! 너희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언론인 전체를 쓰레기로 만들었다고-!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경찰 조사를 성실히 받을 것이며…….

    종혁은 수사본부에 설치된 TV를 껐다.

    아주 잠시 숨 막히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브라보오!"

    "아따! 기분이 거시기 해블구마잉!"

    "풍악을 울려라!"

    축제 분위기.

    경찰이 언론을, 그것도 방송국 하나에 철퇴를 내렸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 사건에 대해 받아쓰기를 한 신문사와 다른 방송국들을 상대로도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검사 결과를 왜곡한 결과서를 만든 누군가도 마찬가지다.

    그들 경찰 인생에 있어서 이런 적이 있었던가.

    언제나 눈치를 봐야 했던 언론.

    언론이 떠들면 꼬랑지에 불붙은 망아지처럼 튀어 나가야 했고, 분명 잘못된 것이라도 언론이 시끄러우면 손을 놔야 했다.

    가슴이 터질 듯 뻐근해졌고, 이성은 이미 날아가 버린 뒤였다.

    짜아악! 짜아악!

    종혁은 자신을 쳐다보는 형사들과 검사관들을 향해 씩 웃었다.

    "자! 모두 수고하셨고, 이 다음 스케줄로 소고기 및 참치 등 풀코스 회식과 호텔 숙박이 예정되어 있으니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이상 해산-!"

    "우와아아아아!"

    "뭐야! 서울은 왜 이렇게 다른 거야! 씨발, 그냥 서울로 와?!"

    "부본부장 최고다-!"

    "어이! 부본부장! 우리 청으로 와! 내가 잘해 줄게!"

    "어? 나도-!"

    "야! 방금 그 말 어떤 놈들이야-!"

    그렇게 쓰레기 만두 파동 특별수사대책본부란 글귀가 떼어지게 됐다.

    *   *   *

    저벅저벅!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느라 바빠야 할 경찰서.

    그런데 오늘은 왠지 조용하기만 하다.

    가을날 따뜻한 태양을 바라본 정정호 사장은 울 듯 웃는 듯한 얼굴로 담배를 물었다.

    찰칵! 치이익!

    "그 연세에 담배 피시면 안 좋습니다."

    "아."

    정정호 사장은 담뱃불을 붙여 주며 짓궂게 웃는 종혁을 멍하니 응시했다. 그러다 한 발 물러서며 허리를 깊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말을 하는 와중 울컥 솟는다.

    눈앞의 이 젊은 형사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절망하고 좌절했을 테고, 자신을 믿고 거래했던 거래처들도 모두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거다.

    어쩌면 그 충격에 그릇된 선택을 했을 사람도 있었을 거다.

    ‘그 형사님이 그런 말을 해 줘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한 거래처 사람이 믿지 못해 죄송했다고 전화해 오며 한 말.

    그 때문에 알게 됐다.

    파동이 일어났을 때, 눈앞의 젊은 형사가 전국 각지를 돌며 거래처를 다독인 걸.

    눈앞의 이 젊은 형사는 자신뿐만 아니라 그들 모두까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버틸 힘을 주었고, 끝내 건져 내 주었다.

    이게 너무 고맙고, 또 고마웠다.

    "정말 이 보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경찰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제가 경찰을 대표한다고 볼 순 없지만, 이렇게 온전히 댁에 가시는 모습 그 자체가 저희 경찰들에겐 가장 큰 보답이고 선물입니다."

    "형사님……."

    종혁은 다시 울컥하는 그의 모습에 볼을 긁었다.

    "흐흠. 자, 그럼 힘내셔서 다시 사업을 시작하셔야죠! 앞으로 번창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아 그거……."

    정정호는 씁쓸히 웃었다.

    "이제 그만둘까 합니다."

    "아니, 왜요?!"

    정정호는 펄쩍 뛰는 종혁을 보며 푸근히 웃었다.

    종혁 덕분에 최악까진 치닫지 않았지만, 그래도 피해가 너무 컸다.

    게다가 제아무리 진실이 밝혀졌다 한들 국민들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거다.

    ‘최소한 단무지는 더 이상 넣지 못하겠지.’

    참 오랜 기간 연구했던 단무지 만두소.

    끝내 완벽한 조합법을 찾았을 때 마치 늦둥이를 낳은 것처럼 기뻐했었다.

    그때 아내와 직원들과 얼싸안고 방방 뛰던 게 아직도 선명히 떠오른다.

    하지만.

    "그때처럼 열정을 불태우기엔 저도 이제 나이가 들었군요."

    세상 두려울 게 없던 40대의 젊은 정정호도 이젠 어딜 가려면 지팡이를 찾아야 하는 60대가 되었다.

    세월이 무상해 서글펐다.

    "사장님……."

    전국 학생들에게,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만두를 원 없이 먹게 하겠다 그런 포부를 가졌던 거인의 등이 갑자기 왜소해진다.

    "허헛. 그럼……."

    고개를 숙인 정정호는 멀어졌고, 그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종혁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너무 안타까웠다. 저런 의인이 이렇게 무기력해져 은퇴를 한다는 게.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권 이사. 납니다. 최고식품 아시죠? 투자 좀 합시다. 신제품 아이디어는 곧 넘겨 드릴 테니까……."

    미래에 만두 시장을 장악했던 다양한 만두들.

    만두는 역시 고양만두라는 말을 옛말로 만들어 버렸던 만두 전성시대를 연 만두들.

    이 아이디어와 금융이라는 훌륭한 치료제라면 그도 다시 힘을 내게 될 거다.

    종혁은 방긋 웃으며 회식 장소로 향했다.

    *   *   *

    짝! 짝! 짝!

    "어서 와! 수고했네, 수고했어!"

    "충성!"

    최기룡 청장이 김종두 과장과 종혁을 양팔 벌려 맞이했다.

    경찰이 언론에 철퇴를 내린 게 얼마 만인가.

    군사 정권 시절에도 쉽지 않았던 일이다.

    방송국 사장이 찾아와 고개를 숙였을 때의 그 희열이란.

    그걸 이들이 해낸 거다.

    ‘그것도 종혁이가!’

    만약 종혁이 한발 먼저 움직여 최고식품의 거래처들을 다독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어쩌면 그릇된 선택을 하는 이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종혁은 그런 이들을 구한 것뿐만 아니라, 똥통에 처박힐 뻔한 경찰의 위신마저 구해 낸 거다.

    더욱이 최기룡청장은 임시 검사 결과를 받자마자 서울, 경기 지방에 있던 최고식품의 거래처와 만두 거래를 했다. 경찰서 구내식당 등 경찰 관련 조직에 모두 납품하도록.

    마침 익명으로 거액의 기부금이 들어왔던 터라 뜻을 밀어붙이기가 수월했다.

    이에 민생과 함께하는 경찰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박노형 대통령도 잘했다며 어깨를 두드려 줬다.

    경찰 예산이 한 번 더 증대된 건 당연한 수순.

    이러니 예뻐할 수밖에 없다.

    ‘이것 봐, 풀어놓으니까 알아서 하잖아?’

    임용된 지 고작 1년도 안 된 경찰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달그락!

    그들의 앞에 따뜻한 녹차와 커피가 놓인다.

    눈치를 보며 한 모금 마신 김종두의 어깨가 느슨하게 풀린다. 이제야 모든 게 마무리 됐다는 안도에 긴장이 풀린 거다.

    "피곤하지?"

    "아, 아닙니다!"

    "아니야, 피곤할 거야."

    "……?"

    최기룡 청장은 낯빛을 굳혔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뭘 원하나? 사무실을 확장시켜 줄까, 아님 휴가를 줄까, 그것도 아님 상여금을 두둑하게 줄까?"

    김종두와 종혁의 눈이 동그래진다.

    워낙 큰 사건이라 포상을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상여금 정도만 생각했던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당황했다.

    "지금 결정을 못 내리겠으면……."

    "그냥 다 주시죠?"

    샤사삭!

    "……응?"

    종혁은 놀라 쳐다보는 김종두를 일견하며 씩 웃었다.

    "사무실, 휴가, 상여금 다 주세요. ……아, 사랑합니다, 청장님."

    "나가, 이 자식아!"

    *   *   *

    "허어."

    "허허."

    김종두 과장과 특수범죄수사과 형사들이 종혁을 어이없다는 듯 본다.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지?’

    종혁은 그런 의미가 담긴 시선에 미간을 구겼다.

    "왜요? 싫어요? 그럼 지금이라도 빠꾸 하고."

    종혁이 몸을 돌리자 형사들은 다급히 그를 잡았다.

    종혁은 한다면 정말 하는 놈. 정말로 얻어 낸 사무실 확장에 상여금, 휴가를 날려 버릴 순 없었다.

    "아니! 싫긴 왜 싫어! 누가 싫다고 했어? 어?!"

    "사랑한다, 종혁아!"

    "앞으로 청장님과 거래할 땐 종혁이 네가 해! 과장님은 빠져!"

    "이 자식들이? 야, 그래도 내가 과장…… 읍?!"

    "그래요. 피곤하시다고요? 그럼 주무셔야죠. 자, 코오."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이 자리에 있는 그들의 가족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숫제 저 사람들은 일행이 아니라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고마워, 종혁아. 네 덕분에 이렇게 가족 여행을 다 가보네."

    "집에 들어오기라도 하면 다행이지. 이건 뭐 나가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니.

    "저놈의 손가락은 가족한테 전화할 때만 부러지나."

    "한번 사건 터졌다 하면 함흥차사니. 그놈의 사건은 맨날 터져요?!"

    이번엔 형사들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종혁은 업보라며 혀를 끌끌 찼고, 고정숙은 잘했다며 종혁의 등을 두드렸다.

    그때였다.

    종혁의 손을 주름지고 검버섯 핀 손이 붙잡았다.

    "어휴. 내가 죽기 전에 저 불효자 놈과 콧바람이나 쐴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덕분에 이렇게 가네요. 그것도 딴 나라를."

    그랬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인천국제공항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건 특수범죄수사과 형사들 절반과 그 가족들.

    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아야 하는 다른 팀원들의 가족들까지 모두 데려왔다.

    "앞으론 이런 기회 자주 만들도록 노력할게요, 할머님."

    "어이구. 제일 젊은 분이 제일 어른이네. 제일 어른이야."

    "아하하."

    어색하게 웃은 종혁은 수십 명의 사람들을 봤다.

    "자, 그럼 모두 여권들 챙기셨죠?"

    사람들이 녹색 여권을 들어 흔든다.

    "자, 그럼 모두 출발-!"

    우르르 사람들이 출국 게이트를 향해 움직였다.

    그러다 갑자기 이상한 쪽으로 방향을 꺾는 종혁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어? 종혁아, 우리 저기서 수화물을……."

    "아, 우리가 갈 쪽은 그쪽이 아니에요. 저쪽이에요."

    전세기 및 전용기 탑승객들만 이용하는 게이트.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게 그들은 요즘 인기가 있는 여행지인 동남아, 태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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