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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58화 (158/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58화>

투욱!

종혁의 앞으로 사진 한 장이 내밀어진다.

딱 봐도 범죄자상.

종혁은 이게 뭐냐는 듯 앞으로 함께할 상사를 쳐다봤다.

"잡아 와."

"누군데요?"

"몰라."

"죄목은요?"

"몰라. 그건 네가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씨불?’ 종혁은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하는 그를 보며 오늘 아침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 * *

"흠. 오케이."

이십대 후반 박 순경은 오늘도 손가락을 대면 베여 버릴 것처럼 날이 선 근무복에 고개를 끄덕이며 관리소를 나섰다.

그러자 그의 눈에 거대한 건물이 들어온다.

경찰 본청.

수십만 경찰들의 정점이 있는 곳이며, 고르고 고른 엘리트들만 모아 놓은 곳.

"크으. 내가 이곳에 오다니!"

치솟는 전율에 몸을 떨던 그는 순간 아차 하며 관리소를 봤다.

저건 대체 뭘까 한심하게 쳐다보는 눈빛을 짓고 있는 사수.

"험험."

그는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로 본청 입구 왼쪽에 서 있는 경찰에게 다가갔다.

이 본청의 수문장인 그.

박 순경도 그런 수문장, 아니 입구 경비다.

하지만 박 순경은 결코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자부심이 넘쳤다.

‘머슴을 해도 대갓집에서 하라고 했어!’

본청이다. 아무나 올 수 없는 본청.

그의 어깨가 뻣뻣하게 펴졌다.

"충성! 순경 박 동혁. 현재 시각 8시 55분. 근무 교대입니다."

"접수."

앞선 근무자가 있던 자리에 선 그는 순간 무너지는 입술을 겨우 추스렸다. 작은 단상 위에 올라서니 시야가 확 트였기 때문이다.

이게 그의 자부심을 자극했다.

"내 허락 없인 아무도 못 들어와."

본청을 찾는 사람은 딱 두 부류다.

경찰. 그리고 뒷배가 두둑한 강력 범죄자.

결코 아무 사건이나 맡지 않는 본청.

관할서에서 감당할 수 없는 사건 정도는 되어야 본청이 개입한다.

이런 범죄자는 입구에서 기를 죽여야 한다. 그게 자신의 역할이다.

박 순경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때마침 고가의 외제차 한 대가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경찰청장부터 국산차를 타기에 외제차라곤 민원밖에 없는 본청.

운전석엔 젊고 귀티나는 젊은 사람이 앉아 있다.

‘흥! 부모 잘 만난 놈이군!’

일평생 부모 빽 믿고 잘산 놈들.

박 순경은 다급히 단상에서 내려와 손을 흔들었다.

"정지! 정지!"

끼긱! 지이잉!

짜증이 슬쩍 드러나는 얼굴.

박 순경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이곳 본청에 오시는 분들은 모두 저곳 출입 관리소에 찾은 용무를 기록……."

"발령받아 왔는데?"

"예? 무, 무슨……."

"자."

젊은 사내가 내미는 경찰공무원증을 보곤 침을 꿀꺽 삼켰다.

이름 최종혁. 계급은 경위.

‘겨, 경위!’

그것도 나이가 무척이나 젊다. 웬만한 배경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웬만한 배경조차 박순경을 저기 섬의 파출소로 보내기에 충분한 사람일 터.

"그런데 본청은 아무 사람이나 막아서나? 나 있을 땐 안 그랬는데?"

의아해하며 쳐다보는 종혁의 눈에 박순경은 하얗게 질렸다.

* * *

뚜벅뚜벅!

최상층의 복도를 걸은 종혁이 한 사무실 앞에 멈춰 선다.

입구에서 작은 헤프닝이 있었지만, 본청에 복귀한 감동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

종혁은 커다란 나무문을 바라봤다.

"여길 다시 오게 됐네."

경찰청장실.

수십만 경찰의 정점에 선 이가 있는 곳이다.

‘경찰서가 아니라 바로 본청행.’

원래라면 서울 어디든 경찰서로 발령받아 약 3개월을 일해야 됐다. 그런데 곧바로 본청으로 픽업됐다.

"염상철 사건과 윤영철 사건 때문이겠지."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아버지로 둔 백수현 사건도 있다.

경찰이 되자마자 고법 부장판사 아들을 검거하지 않나, 한 고등학교 1학년 전체를 잡아들이질 않나, 육군 소장까지 건드렸다.

종혁 본인이 최기룡이라도 불안해서 본청으로 불러들였을 거다.

"아니, 나라고 그럴 줄 알았나."

더욱이 마포경찰서장의 연락처 수첩에 최기룡의 반대 파벌인 박종명 부산청장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박종명 부산청장이야 그냥 밥 한 번 먹었을 뿐이라고 발뺌을 했지만 누가 믿을까.

‘박종명 부산청장.’

종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를 생각하니 백수현 사건 때 과잉 진압에 대한 기사가 나갈 뻔한 게 왜 떠오르는 걸까.

"쯧."

‘부산 쪽으로는 얼씬조차 하지 말아야겠네.’ 고개를 저은 종혁은 숨을 깊게 마시며 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들어와."

종혁은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바로 차렷을 했다.

"충성! 경위 최종혁은……."

"이놈의 자식아-!"

종혁은 책상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최기룡을 보며 흐뭇이 웃었다.

‘이야, 연세답지 않게 날렵하시…….’

빠악!

"끄응."

종혁은 방금 전 맞은 정수리를 매만졌다.

"아프냐?"

"캐릭터가 변하신 것 같습니다, 청장님."

"시끄러워.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어휴. 앓느니 죽지."

"흐흐. 죄송합니다."

"죄송하기는 하냐?"

"……."

최기룡 청장은 한 대 더 때릴까 하다가 관뒀다.

"오느라 수고했으니 목이나 축여. 그거 비싼 거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차가운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구수하면서도 씁쓸하게 입안을 채우지만 텁텁함은 없다. 고급 녹차를 제대로 우렸다.

최기룡은 차를 음미하는 종혁을 빤히 보다 풀썩 웃었다.

‘예쁜 놈.’

현재 전국 경찰들이 최기룡 본인에게 칭송을 보내오고 있다.

여경들의 지지는 압도적이다.

탈의실 분리부터 시작해, 일선 파출소의 고충을 많이 해결했기 때문이다.

탈의실이나 숙직실 성별 분리는 경찰서에서도 반기는 상황.

경찰 전용 메신저는 또 어떤가.

경찰 전용 메신저 도입은 최기룡의 첫째가는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모두 종혁이 걸리는 게 있을 때마다 건의를 해 준 덕분이다.

이러니 예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본청에 온 소감은 어떠냐?"

"뭐…… 나쁘진 않네요."

그렇게 말하는 종혁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얼마나 다시 오고 싶었던 본청인가.

생도 신분이 아닌 진짜 경찰의 신분으로 온 본청이니 심장이 떨리지 않을 리 없다.

예상했던 답변이 아니지만 최기룡은 실망하지 않았다. 종혁의 미소와 금방이라도 튀어 나가려는 듯 들썩이는 엉덩이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예산 확대에 꼭 필요한 인물 종혁.

돈 걱정 없이 안전하고 확실한 수사를 하게 만들겠단 그의 의지에 가장 부합하는 종혁.

하지만 이용하려 들어선 안 된다.

‘풀어놓으면 알아서 해 줄 놈.’

최기룡 본인의 역할은 혹여 큰 파도가 들이닥칠 때 보호해 주는 것뿐. 그렇게 종혁과 미래의 경찰 모습을 그려 가면 되는 거다.

"그럼 이제 진짜 현장에서 일할 준비가 됐지?"

최기룡의 표정이 돌변하자 종혁의 입술도 비틀렸다.

"어느 과로 가면 됩니까?"

"그건……."

이어진 말에 종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

이게 방금 전 있었던 일이다.

종혁은 시선을 필사적으로 피하는 앞으로 함께할 상사, 김종두 과장을 일견하며 특수범죄수사과의 다른 형사들을 봤다.

특정 부서를 지정하지 않고 그저 본청으로 발령을 냈던 최기룡 청장. 그가 택한 곳은 특수범죄수사과였다.

그 권한이 광역수사대와 동급, 아니 다루는 범죄에 한계가 없기에 그 이상 가는 특수범죄수사과.

그렇기에 최기룡 청장의 계획에 딱인 부서다.

이런 속내를 짐작하지 못한 종혁으로선 편히 지내던 삼촌들과 정식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본청에 왔기에 정말 기뻤다.

그런데.

후다닥!

"어! 그래? 거기 있다고?"

"칠성아, 그놈 떴단다! 나가자!"

"예!"

눈이 마주치자마자 전화기를 들거나 다급히 뛰쳐나가는 그들.

종혁은 얼굴을 와락 구긴 채 김종두 과장을 노려봤다.

"지금 신고식 하는 거예요? 저한테? 와, 내가 얼마나 잘해 줬는데!"

이건 배신이었다.

"어흠흠. 나흘이면 되지?"

"……에라이."

종혁은 두고 보자는 눈빛을 보내며 사진을 챙겼다.

서운하지만 기존 형사들이 신입 형사의 능력을 알아보고자 하는 테스트다.

회귀 전 종혁은 이와 똑같은 신고식을 당한 적 있다.

다만 당시엔 순경에서 픽업이 된 거라서 어쩔 수 없었다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하지만 첫날부터 부서장의 명령을 거부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았기에 종혁은 순순히 물러나기로 했다.

그렇게 본청 건물을 빠져나온 종혁은 다시 사진을 꺼내 들었다.

이름 불명.

나이 불명.

심지어 전과마저 불명이다.

이래선 흥신소를 이용하는 것도 힘들다.

"대충 나이는 사십대로 보이지만…… 하, 이놈을 어디서 잡아야 하냐."

인구 천만이 사는 서울.

눈앞이 깜깜해졌다.

지이잉! 지이잉!

"응?"

발신자를 확인한 종혁은 얼른 전화를 받았다.

-종혁아!

친구 수호다. 아무래도 휴가를 나온 것 같았다.

피식.

종혁은 일단 차에 올랐다.

* * *

천장에서 차가운 물이 뚝뚝 떨어지는 공간.

"어으으."

수호가 뜨거운 욕탕에 몸을 담근 채 괴상한 소리를 낸다.

술보다 사우나를 택한 수호.

종혁은 새까맣게 탄 수호를 보며 혀를 찼다.

"짜리몽땅 분필이 짜리몽땅 샤프심이 됐네."

"죽엇! 켁?!"

풍덩!

몸을 날리지만 얼굴이 붙잡혀 욕탕에 처박힌 수호.

허우적거리다가 고개를 들고 종혁을 죽일 듯 노려본다.

종혁은 가슴을 쭉 펴며 뭐? 쳐다봤다.

수호는 물에 잠긴 종혁의 아랫도리를 보곤 이를 갈았다.

이젠 알고 있다.

남자의 자존심이 어디서 나오는지.

"……나쁜 놈."

"큭큭. 일병이지?"

"……일병이지."

"이야, 국방부 시계도 가긴 가는구나."

"시끄러워. 남은 앞이 안 보여서 죽겠구만……."

지긋지긋한 이병을 벗어나 작대기 하나를 더 달았지만, 내무반에선 여전히 막내다.

"근데 정말 본청에 간 거야?"

"어. 오늘부터 출근."

"크-. 드디어 소원대로 됐네. 최 형사!"

"푸흐흐."

친구에게 들으니 왜인지 더 듣기가 좋은 형사란 소리.

그에 종혁은 답을 해 줬다.

"고마워, 박 군바리."

"아, 그냥 죽으라고-!"

그렇게 투닥거리던 둘은 때밀이 아저씨에게 때를 시원하게 민 후 탈의실로 나왔다.

꿀꺽꿀꺽!

"캬으!"

"어흐!"

목욕 후엔 바나나우유가 진리.

다만 종혁은 솔잎 음료였다.

팬티만 입은 그들은 평상에 앉아 잠시 퍼졌다.

"오늘 어떻게 할 거야. 멤버들 불러?"

소영과 이리나.

"현석이랑 현희는 이번 주말에나 볼 수 있지?"

"그렇……."

딸랑!

"짭새가 날아든다. 웬갖 짭새가 날아든다."

가을인데도 반팔 쫄티에 팔뚝에 문신을 한 멸치 한 마리가 일수가방을 든 채 움칫움칫 박자를 타면서 들어온다.

대답을 하다 멈춘 종혁은 저건 뭐하는 놈일까 쳐다봤고, 수호는 넌 죽었다 고개를 저었다.

"수호야, 잘 봐. 사람이 나이 먹고도 철이 안 들지? 그러면 저런 상븅신이 되는 거야."

"야, 설마 내가 저런……."

"어이, 꼬맹이들! 그거 지금 나한테 하는 소리……."

얼굴을 와락 구긴 멸치, 아니 삼십대 사내는 일어서는 종혁을 보곤 입을 다물었다.

종혁은 손가락을 까딱였다.

"왜, 왜?"

"씁!"

사내는 주춤주춤 다가왔다.

"이름."

"그, 그건 왜 묻는데?"

"하아. 야, 세상에 너 같은 놈의 이름을 알고 싶은 사람은 딱 두 부류야. 하나는 그냥 네가 싫은 달건이. 그럼 나머지 하나는 누굴까?"

"아! 짜바리……."

빡!

정강이를 얻어맞은 사내는 펄쩍펄쩍 뛰었다.

"존칭."

"혀, 형사님이십니다."

"잘 아네. 그럼 내가 왜 너에 대해 궁금해는지도 알겠지?"

사내는 울상이 됐다.

"아니, 형사님. 저 진짜 착하게 살……."

"확 씨."

사내는 입술을 내밀며 주민등록증을 내밀었고, 싹 외운 종혁은 다시 돌려줬다.

"앞으로 착하게 살아. 이 동네에서 뭔 일 터졌다 하면 다 너라고 생각할 테니까."

"아니, 그건 억울하죠! 저 말고도 범죄를 저지를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제가 아는 놈들만……."

"대답 안 하지?"

"……예."

"가 봐."

"안녕히 계십쇼!"

고개를 꾸벅 숙인 사내는 목욕탕 입구를 빠져나갔고, 종혁은 저런 병신 하며 혀를 찼다.

그러다 멈칫 몸을 굳혔다.

방금 전 사내가 한 말 때문이다.

"아는 놈들이라……."

종혁은 머리를 긁으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랬네. 내가 너무 깊게 생각했네. 저렇게 의리 없이 불어 줄 놈들이 많은데 말이야."

아무래도 생각지도 못했던 신고식이라고 머리가 굳었던 것 같다. 이전까지 능동적으로 움직인 상황이 별로 없어서 잠시 잊었던 거다.

형사에겐 형사의 수사법이 따로 있는데 말이다.

정말 답이 안 나오면 맨땅에 헤딩부터 해 보는 게 형사의 수사법.

‘이제 나도 정말 형사가 됐구나.’

새삼 깨달은 종혁은 피식 웃었다.

그는 캐비닛을 열고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예, 종 사장님. 납니다. 사람 하나 좀 수배합시다."

답이 없으면 맨땅에 헤딩부터 해 보는 게 형사라지만, 발로 뛰는 게 형사라지만, 스포츠카를 타고 달려도 형사는 형사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의아해하는 수호를 봤다.

수호 때문에 사우나에 오지 않았다면 몇 시간 후에나 떠올렸을 일. 역시 친구가 좋았다.

"저녁에 부모님들과 다 같이 소고기, 콜?"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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