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55화>
46. 아버지
종혁은 얼른 담배를 물었다.
치이익!
자신도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40대 사내는 한숨을 내뱉었다.
"상황이 좀 지랄 맞게 됐다. 아, 반말해도 되지?"
종혁은 단숨에 상황을 파악했다.
오늘 아침 대뜸 전화를 해 감찰을 막지 못했다 미안해하던 최기룡 청장.
내가 힘이 없어서 미안하다는 그의 사과는 모두 거짓이었다.
그래서 세게 나갔었는데 모두 장난이었다.
‘하, 진짜.’
"계급장 단지 반년도 안 된 놈이 벌써부터 이런 사고나 치고. 나이는 또 24살밖에 안 되네? 씨발?"
"아하하."
머리를 긁은 종혁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그래서요?"
"제법 큰 칼이 옆구리를 찔렀어. 칼자루에 금배지가 달렸어."
‘국회의원?’ 종혁의 눈이 번뜩였다.
"뭐 그렇다고 한들 그딴 새끼들이 우리 경찰을 어떻게 할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요식 행위 정도는 해 줘야지. 예산 타 내려면. 어른들 사정이지만 이해 좀 해 주라."
"감찰에서 쓰는 전자 기기들 싹 다 바꿔 드릴까요?"
"……어후. 나 방금 흔들렸어."
"하하."
"아무튼 그렇게 알고. 시보 둘은 적당히 할 테니까 너무 걱정 말고. ……그놈들은 자기들보다 어린 사람한테 감싸여졌는지 아나 몰라?"
한승연과 최재수는 종혁보다 연상이었다.
"이왕이면 표창장 탈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그건 내 권한이 아니고. 뭐 그래도 노력은 해 볼게. 잘한 일 한 거니까. 간다."
40대 감찰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며 돌아섰다.
"아, 그런데…… 음, 요새 어느 기업이 좋냐? 언감생심 부동산은 못 노리겠고."
슬그머니 눈알을 굴린 종혁은 지갑에서 명함 하나 꺼내서 내밀었다.
"제 이름 밝히시면 안전하고 확실하게 자산 관리를 해 줄 겁니다."
"……소액도? 나 한 달 용돈 20만 원도 안 돼."
종혁은 그의 바지 뒷주머니를 두드렸다.
"두둑해지실 겁니다."
"짜식이, 어디 어른 엉덩이를…… 그래도 땡큐!"
웃으며 돌아선 그는 다시 몸을 멈췄다.
"우리 너무 미워하지 마라. 우리라고 같은 식구를 찌르고 싶어서 찌르겠냐. 정말 간다."
쿵!
취조실의 문이 닫히며 처량한 목소리도 흩어져 사라졌다.
그가 나간 문을 빤히 응시하던 종혁은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국회의원이라…… 그쪽하고 연결된 끈은 없는데……."
있다면 강철선의 라인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뭐 어떤 놈이 막아서건 박살 내면 되겠지."
종혁은 몸을 일으켜 취조실을 빠져나가며 핸드폰을 들었다.
"예, 청장님."
-허헛! 놀랐어?
"아니, 이런 거라면 미리 말해 주셨어야죠. 이럴 줄 알았다면……."
쿵!
문이 닫히며 취조실은 평소처럼 입을 다문 채 다음 사람을 기다렸다.
가해자와 피해자, 경찰.
이 세 부류의 사람을.
* * *
"크아아!"
요란하게 기지개를 편 오택수가 담배를 물었다가 타인에 의해 뺏긴다.
"작작 좀 펴요. 그러다 폐 썩습니다."
"너나 끊고 말해, 짜샤. 아오!"
담배를 부러트린 종혁은 화창하게 맑은 하늘을 봤다.
"그래서 답은 언제 줄 겁니까?"
움찔!
본청에 같이 갈 거냐는 러브콜에 대한 답변.
"이만하면 대충 파악했잖아요."
"파악은 개뿔."
알면 알수록 더 모르겠다.
종혁의 한계에 대해. 정체에 대해.
방금 전 감찰도 정말 각오를 했는데 요식에 지나지 않았다. 최기룡 청장과의 끈이 밧줄보다 더 두껍단 뜻이다.
담배를 문 오택수는 하늘을 봤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얼굴이 따끔해질 때쯤 오택수의 입이 열렸다.
"……야, 근데 이런 건 풀코스로 쫙 대접하고 물어야 되는 거 아니냐?"
찌릿.
성취감이 온몸이 울린 종혁은 쪼그려 앉았던 몸을 일으켰다.
"몸이나 만드세요. 달건이, 뽕쟁이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개새끼들을 다 때려잡아야 하니까. 여차하면 같은 식구도. 그럼 갑니다. 내일 봬요."
"야! 근데 오야는 나지? 특수에서 반을 새로 만들고 내가 반장을 맡는 거지? 정말 한계 없는 수사 가능한 거지?"
손을 흔든 종혁은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어차피 오늘까지 낸 휴가.
"아, 늘어지게 자고 싶네."
드디어 가슴에 품고 있던 또 하나의 사건을 해결했다.
오늘은 정말 푹 쉬고 싶었다.
부우웅.
종혁의 그런 열망을 담은 차가 도로 위를 빠르게 달렸다.
하지만, 그 소망은 집에 도착하자 산산이 부셔졌다.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군 관용차.
그리고 종혁의 차가 진입하자 차에서 내리는 소장 계급의 50대 후반의 군인.
종혁은 그를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 * *
뚜벅뚜벅.
마포경찰서 유치장에 도착한 육군 소장 윤경수는 유치장 한구석에서 구겨진 채 자고 있는 아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려서부터 남들과 달랐던 아들.
처음 이상함을 감지한 건 아들 영철이 5살이 됐을 무렵이다.
아내가 교통사고로 죽은 후 집에 혼자 있던 아들.
그날도 눈에 밟혀 일찍 퇴근했다. 그리고 마당에 죽어 있는 쥐를 뒤적거리는 아들을 발견했다.
그땐 그러려니 했다.
국민학교에 입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짝꿍의 팔을 그은 건 그럴 수 있었다. 고작 8살 어린 나이에 뭐가 잘못된 건지 어떻게 알겠나.
하지만 어느 날 저녁 늦게 퇴근하던 길 거품을 토하고 죽은 작은 새끼 고양이와 그 앞에서 쪼그려 앉아 약 봉투 하나를 꽉 쥔 채 웃고 있는 아들을 본 순간 아들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엔 달랬다. 그러면 안 된다.
아이의 가치관을 형성해 주고 교육을 담당했어야 할 엄마가 없기에 이렇게 됐구나 하는 미안함에 달래기만 했다.
그렇게 1년, 2년, 3년.
동네에서 들고양이들이 모조리 죽어 가고, 사육장도 동물이 모조리 죽어 끝내 폐쇄를 했어도 달래기만 했다.
그러다 아침에 일어나 밥상 앞에 앉는 순간, 국에서 농약 냄새를 맡는 순간,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바라보는 아들을 본 순간 내 아들이 괴물이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팼다. 그때부터 패서 가르쳤다.
속에서 피눈물이 흘러도 패면서 가르쳤다.
해선 안 될 짓을. 해도 될 짓을.
네 안의 괴물을 들키지 않는 법을.
사람들과 평범하게 어울리는 법을.
폭력으로 억지로 욱여넣었다.
"그렇게 잘 가르쳤다 생각했는데……."
결국 아들은 배신했다.
들고양이들이 죽어 나가는 건 외면했다. 아들도 쌓인 걸 풀어야 하는 게 있어야 할 테니까.
그런데 그걸로는 모자랐던 것 같았다.
결국 사건은 터져 버렸고, 그때부터 새장 속 새처럼 감시했다.
10년을 감시했다.
죽어 나가던 동물들도 어느 순간 멈췄다.
그래서 감시를 풀었다.
그런데…….
"결국 넌 또 이 애비의 기대를 헌신짝처럼 버렸구나."
‘차라리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그는 짙은 후회감에 몸을 떨었다.
"우으음. ……아버지? 아버지!"
무릎걸음으로 달려오다 일정 거리를 두고 멈춘 아들 영철.
여실히 느껴지는 부자간의 거리에 윤경수의 가슴이 찢어진다.
"죄, 죄송해요, 아버지. 그, 그러니 제발 다시 감시만은……."
"많이도 죽였더구나."
"그, 그게 참을 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아버지가 절 계속 봐 주시는지 궁금해서 그런 거예요! 그래서 그랬어요!"
"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이라뇨. 진짜예요!"
"인터넷은 왜 했니. 여자는 왜 불러들였고. 왜 때렸고."
"저도 스물여덟인데 여자는 만나 봐야 하잖아요. 그래야 아버지께 손자손녀도 안겨 드리고. 그런데 걔가 아버지를 욕하더라고요. 군인이면 가정에 소홀하겠다고……."
거짓말이 아닌 말은 결코 나오지 않는 아들의 입.
‘내가 준 마지막 기회를 저버린 건 너다, 아들아.’
그는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천륜의 끈을 잘라 냈다.
"잔말 말고 입대할 생각해라."
"입대라뇨? 그건 아버지가……."
"입대하자마자 군정신병원으로 들어갈 테니 그리 알아."
"아버지!"
"그렇게 딱 3년만 있어. 저 시끄러운 바깥이 진정되면 꺼내 줄 테니까."
3년이 아니다.
윤경수 본인이 군인으로 있는 시간 내내 군정신병원에 갇힐 것이다. 다만 사는 데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아비로서,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였다.
"아!"
윤경수는 얼굴이 확 밝아지는 아들을 보며 서글피 응시했다.
참 밉고 못 미더웠던 아들.
보듬고 감싸 안으며 온정을 준 것보다 때리고 억압하며 키운 하나뿐인 아들.
‘아내가 살아 있었어도 이리 자랐을까…….’
재혼을 해서 새엄마라도 안겨 줬으면 달라졌을까.
국에 농약을 탔기에 당시엔 그럴 엄두도 못 냈지만 지금에 와선 후회가 된다.
"여기선 일주일만 버텨. 그리고 군대 가는 거다."
"예! 사고 치지 않고 있을게요!"
대답은 참 잘하는 아들을 빤히 응시하던 그는 몸을 돌렸다.
경찰서를 빠져나온 그는 어느새 우중충한 하늘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한승연이라고 했던가?"
이 죄를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천 번, 만 번 깊이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한다고 해도 부족할 거다.
그리고…… 사과를 해야 될 사람이 더 있었다.
‘최종혁 경위, 오택수 경위.’
아들을 빼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흔들어야 했던 사람들.
이 둘에게도 사과를 해야 한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는 무척이나 길 것 같았다.
"출발하지."
* * *
종혁의 집인 정혁 빌딩 1층 카페 안.
옆에 모자를 내려놓은 장군과 종혁이 마주 앉았다.
군인답게 약간은 사나운 눈매와 한 일자로 굳게 다물어진 입술. 꼿꼿이 세운 허리와 쫙 펴진 어깨에선 깐깐함과 당당함이 물씬 풍긴다.
군인의 표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윤영철의 애비, 대한민국 육군 소장 윤경수입니다."
누가 군인 아니랄까 봐 목소리 톤이 높고 울리며, 발음이 정확하다.
종혁은 그의 소개에 속으로 피식 웃었다.
"대한민국 경찰 경위 최종혁입니다."
"방콕 아시안게임과 시드니 올림픽 때 금메달 따신 모습은 잘 봤습니다."
"저도 보내신 선물은 잘 받았습니다. 행동이 빠르시더군요."
윤경수 소장은 씁쓸히 웃었다.
‘알아차렸나.’
젊은 사람이 참 영특하다.
몸을 일으킨 그는 허리를 숙였다.
"못난 아들놈이 해선 안 될 몹쓸 짓을 했습니다. 저 역시도 최종혁 경위님께 큰 실례를 했습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렇게 사과하는 그에게서 진심이 절절 느껴진다.
종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수작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더 믿음이 안 간다.
사과를 하기보다 뒤통수부터 때린 사람이 이렇게 진심으로 사과를 해 온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볼 순 없었다.
"……아드님은 만나고 오셨습니까?"
"한승연 순경님께도 사과를 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종혁의 얼굴이 구겨진다.
윤경수는 육군 소장이다. 한승연에게 큰 압박이 됐을 거다.
"이게 지금 뭐하는……."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후. 잠시만요."
-경위님! 방금 전에…….
문자들을 확인한 종혁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윤경수 소장이 사과만 하고, 곧 다시 찾아와 보상을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는 내용들.
"오택수 경위님은 연락이 닿지 않더군요."
"……대체 무슨 수작입니까?"
"아들을 군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생각입니다. 평생토록."
달그락 새까만 커피 안에 떠다니던 얼음이 부딪친다.
차가운 머그컵처럼 웃으며 서로 존대를 하고 있는 둘 사이의 공기도 차가워진다.
"……그래서 그랬던 거군요."
이제야 왜 감찰을 움직였는지 깨닫게 된 종혁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 이를 드러냈다.
"함정 수사로 사건을 무마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육군 소장이라서 그런지 머리가 좋다.
함정 수사가 이번 검거, 즉 윤영철의 극단적인 행동에 영향을 끼쳤다면 윤영철의 죄는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생긴다.
빈틈을 제대로 찌른 거다.
"그랬습니다."
종혁은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졌다.
‘하여튼 이 군인 놈들은!’
회귀 전 퇴역한 군인들이 저지른 사건을 몇 번 담당해 본 적이 있는 종혁으로선 열이 뻗친다.
남을 통솔하는 위치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언제나 당당하던 그들. 체면과 위신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개소리를 당당하게 지껄이던 그들.
어딘가 한 곳이 어긋나 있는 그들.
당연히 반발심이 들 수밖에 없다.
"아들을 도피시키려는 분이 당당하군요."
"도피가 아니라 사회에서의 격리입니다."
"내가 믿을 것 같습니까?"
"내가 양해를 구하는……."
말을 하던 윤경수 소장은 입을 다물었다.
‘흥분했군.’
왜라는 의문이 떠오르다가 종혁의 눈을 보고 답을 얻는다.
‘나에 대한 믿음이 없다.’
언제나 존경을 보내오고, 상명하복을 당연시 여기는 휘하 군인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눈빛이다.
"제 진심이 전해지지 않았나 보군요."
"글쎄요. 초면에 계급장부터 들이밀며 압박하시는 분이 하는 말이라 다 압박처럼 들리는군요."
‘……그랬던가.’ 그는 그제야 본인의 잘못을 깨달았다.
실책이었다. 군대와 사회는 상식이 다르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했다.
"미안합니다. 군인이 아닌 분을 만날 때 습관처럼 했던 소개가 오해를 불러일으켰나 봅니다."
몸을 일으킨 그는 다시 허리를 숙였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아들을 잘못 가르친 못난 애비 윤경수입니다. 해선 안 될 짓을 한 아들을 대신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방금 전보다 더 깊고 정중하다.
목소리도 방금 전보다 더 미안함이 담겨 있다.
"으음……."
‘정말 진심이었나. 정말로 윤영철을…….’ 얼마 전에 만난 부장판사 백순재의 모습이 떠오른다.
음주운전을 한 것도 모자라 측정을 거부하고 도주했던 아들의 죄를 있는 그대로 토해 내게 만들었던 그.
종혁은 결국 몸을 일으켜 고개를 숙였다.
"심적 고생이 크시겠습니다. 심심한 위로의 말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거울 같은 젊은이로군.’ 이쪽에서 한 행동을 그대로 되돌려준다.
무의식이건, 의식적이건 있는 그대로 비춘다.
그래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들이 이런 사람에게 잡혔다는 게.
하지만 종혁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결국……."
"피의자 윤영철의 심리 상태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본인의 죗값을 알아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교도소보다 정신병원이 더 괴롭고 힘든 곳입니다."
"그걸 왜 모르겠습니까."
멀쩡한 사람도 한 번 들어가면 미쳐 버리는 곳이 정신병원이다.
"하지만 그렇게 갇혀 미쳐 가게 된다면 결국 윤영철에게 남는 게 뭘까요."
윤경수에 대한 원망뿐일 거다.
"그 부분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 역시 제 업일……."
"아버님, 제가 개입하지 않았으면 선량한 시민이 죽었을 겁니다. 앞으로 어떤 인물이 될지 모를, 23살 꽃다운 아가씨가 본인의 가능성도 알지 못한 채 억울하게 죽어 갔을 겁니다."
자신을 죽이려 드는 윤영철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는 부모님을 원망하고.
경찰을 원망하고.
그런 절망 속에서 처참하게 죽어 갔을 거다.
그런 윤영철이기에 최소한 자신이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는 알아야 한다. 그래야 훗날이라도 후회할 가능성이 있기에.
티끌만큼이라도 가능성이 있기에 그래야 한다.
이 말에 윤경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제야 아들이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 했는지 완벽하게 깨닫게 된다.
하지만.
"……도돌이표군요."
종혁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버님은 부모시고요."
이해는 하지만 인정은 할 수 없단 종혁의 눈빛에 윤경수는 결국 각오를 다졌다.
"군대. 수십만 장병들이 불철주야 이 나라를 지키는 군대라는 곳이 생각보다 좀 좁습니다. 전 그 군대의 소장입니다. 그렇다 보니 경위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아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주…… 많습니다."
"예. 그러시니 피의자 윤영철이 검거되고 단 하루 만에 감찰이 나온 거겠죠. 그 부분은 여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그래도 정녕 그러실 생각입니까?"
"아버님, 아니 윤경수 소장님. 여긴 사회입니다. 그리고 이곳 사회는 제 영역입니다."
"……그 올곧은 뜻, 잠시 꺾인다고 해도 부디 변치 않길 바랍니다."
"살펴 들어가십시오."
모자를 챙긴 윤경수가 카페를 나서자 종혁은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들었다.
"예, 박 기자님. 윤영철 사건 터트려 주세요."
감찰에서 연락이 오자마자 스톱시켜 놨던 기사.
전화를 끊은 종혁은 담배를 물며 일어섰다.
어느새 우중충해진 저 하늘처럼 슬픈 싸움이 될 것 같았다.
"우라질……."
미친놈 한 명 때문에 여러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