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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154화 (154/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154화>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멀리서도 귀를 찢는 소리가 동네를 깨운다.

    이 집, 저 집에서 불이 켜진다.

    하지만 그런 것보단 한승연의 안위가 먼저다.

    놈이 당황해 흉기를 휘두를 수 있기에, 어쩌면 추가 타격을 입을 수 있기에 문부터 두드린 그들.

    경찰이란 단어는 범죄자에게 강한 억제력이 된다.

    쾅쾅쾅!

    "문 열어, 이 개새끼야!"

    한승연이 들어가고 현관문이 닫힌 걸 확인한 후 담을 넘은 그들. 최재수는 퇴로를 차단하러 갔다.

    하지만 안에서 답이 없다.

    대신 부산한 기척이 나며 방범벨 소리가 멀어진다.

    서로를 본 둘은 현관 유리를 향해 발을 치켜들었다.

    그때였다.

    벌컥!

    문이 열리며 헉헉거리는 윤영철이 나온다.

    "뭐, 뭡니까! 경찰이 왜 우리…… 흡?!"

    종혁은 손을 뻗어 그의 입을 틀어쥐었다.

    피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이 개새끼가!"

    눈이 뒤집힌 종혁은 그를 거실에 집어 던지며 오택수를 봤다.

    "오 경위님, 저기!"

    "오케이!"

    호신용 방범벨 소리가 흘러나오는 문.

    아마 회귀 전 놈이 범행 대상을 기절시킨 후 가지고 놀다 죽여 버린 장소, 화장실일 거다.

    혈흔도 마침 그쪽으로 이어진 상태다.

    윤영철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다, 당신들 뭐야! 경찰이면…… 켁!"

    "아가리 다물고 있어. 저기서 애가 멀쩡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오는 순간 넌 뒤지는 거야."

    윤영철의 가슴에 발을 올려 누른 종혁은 화장실을 봤다.

    그리고.

    "씨발! 승연아! 정신 차려, 인마!"

    오택수가 한승연을 부축하며 나온다.

    그와 동시에 시간이 느려진다.

    "다쳐도 조금만 다치라니까 진짜……."

    예상은 했지만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목격하니 눈앞이 흐려진다. 머릿속이 너무도 뜨거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뿌득! 뿌드득!

    종혁의 발이 점점 윤영철의 가슴을 파고든다.

    "케엑! 켁! 케에엑!"

    종혁은 시선을 거둬 발밑을 봤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추레하고 나약한 짐승 한 마리가 그의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에 겨우 잡고 있던 뭔가가 뚝 끊긴다.

    "야……. 너 그냥 죽을래?"

    순간 거실을 잠식하는 끔찍한 살의.

    따뜻한 소파에 한승연을 눕힌 오택수가 다급히 종혁을 봤다.

    그리고 종혁의 얼굴을 본 순간, 오택수는 망설이지 않고 종혁에게 몸을 날렸다.

    "최 경위-!"

    퍼억!

    종혁은 멀어지는 윤영철을 보며 아쉬워했다.

    * * *

    삐용삐용!

    119 구급차, 홍익파출소 경찰차, 그리고 마포서 형사들이 타고 온 관용차들 모두 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종혁은 들것에 실려 이동되는 한승연에게 따라붙었다.

    "한 순경, 나 봐요. 이게 몇 개예요."

    "세 개……."

    배시시 웃는 그녀의 미소에 조여졌던 긴장이 탁 풀린다.

    종혁은 그녀를 온정 어린 눈으로 봤다.

    "수고했어요. 이젠 우리에게 맡겨요."

    "꼭…… 저 새끼…… 무기 징역…… 해 주세요."

    "놔! 내가 그랬단 증거 있어?! 저년이……!"

    그 모습을 본 한승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널린 게 증거인데…… 무슨 증거를 더 찾아, 이 씨파 새끼야."

    약물을 먹이고 망치로 사람을 내리쳤다.

    이 이상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종혁은 그녀의 찰진 욕에 순간 웃음을 터트리곤 말했다.

    "그만 말하고 어서 쉬어요."

    "네……. 그리고 다음부턴 편히…… 말해 주세요."

    "그래. 그러자."

    "전 졸려서……."

    한승연의 눈꺼풀이 감기자 종혁도 속도를 늦췄다.

    "같이 가실 게 아니면 더 이상 오시면 안 됩니다."

    "아,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꼭 그 병원으로 가 주세요. 예약해 놨으니까."

    고개를 끄덕인 119대원은 문을 닫았고, 엠뷸런스는 사이렌을 크게 울리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종혁은 몸을 돌렸다.

    "야, 너희 이번에도 이거 묻으려 들면 내가 내 모가지 걸고 너희 싹 다 갈아 버릴 거야."

    오택수의 엄포에 얼굴이 구겨진 종잇장보다 더 구겨지는 형사들.

    시선을 돌린 종혁은 최재수를 찾았다.

    뭔가를 찾듯 시선을 내리 깐 채 마당을 서성이는 그.

    종혁은 그에게 다가갔다.

    "뭐해요? 뭐 잃어버렸어요?"

    "아, 저 새끼가 그 많은 동물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싶어서요."

    종혁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걸 혼자 생각했어요?"

    "아뇨……. 오 경위님이 중얼거리는 걸……."

    쓰레기로 버렸거나 파묻었거나 먹었거나 셋 중 하나일 거라고 말했다.

    ‘그럼 그렇지.’

    정말 놀랐다.

    "아니? 저도 그 부분은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 부분, 이 부분이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최재수가 가리키는 부분이 묘하게 이상하다. 마치 땅을 파헤쳤다가 다시 덮고 은폐를 한 것 같았다.

    "어? 이거 혈흔 아니에요? 씨발! 뭐야? 뭐가 이렇게 많아!"

    흙에 미세하게 묻어 있는 붉은 핏자국.

    "……잘 봤네요. 기다려 봐요. 지금부터 이쪽에 아무도 손대지 말고."

    종혁은 발밑을 보며 말했다.

    회귀 전, 수많은 희생자들이 묻혀 있었던 192번지 정원.

    현재 종혁이 선 바로 이 장소, 종혁의 발밑이었다.

    당시 이 아래서 발굴된 시신의 숫자만 무려 17구. 함께 발굴된 동물의 사체는 포함시키지 않은 숫자였다.

    최재수가 제법 정확한 포인트를 찾았다.

    * * *

    "와, 경찰 복지가 정말 좋네요."

    마포구에서 제일 큰 대형병원 1인실에 입원한 그녀.

    다행히 외부 출혈은 있었지만 내출혈은 극히 소량이어서 간단한 봉합 수술로 끝낼 수 있었고, 수술은 아주 잘 끝났다.

    상처가 아물면 눈을 가져다대지 않는 이상 다쳤다는 걸 알 수 없을 거다.

    오택수는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종혁이 툭 쳐서 입을 다물었다.

    종혁은 그녀를 보는 눈에 걱정을 담았다.

    "좀 어때요? 어지럽지는 않아요?"

    "……."

    "좀 어때? 어지러워?"

    한승연은 씩 웃었다.

    "괜찮습니다! 윽!"

    "그래, 괜찮아 보이네."

    "암. 무릇 경찰이라면 대가리에서 선지도 좀 뽑고 어?"

    "배때기에서 피를 콸콸 뽑아 봐야 경찰이지."

    둘을 낄낄 웃으며 어깨를 부딪쳤고, 한승연은 그 과격한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데 그놈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 씨파 새끼?"

    "씨파 새끼?"

    한승연의 하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으아앗! 그, 그건!"

    "뭔데? 씨파 새끼가 뭐야? 야, 니들 나 따돌리냐?"

    둘만의 비밀이라 입을 다문 종혁은 사건 경과를 말해 줬다.

    한승연의 얼굴이 다시 하얗게 질렸다.

    "스, 스물여덟 마리요?"

    "그래. 이씹팔."

    그 집에서만 발견된 게 그 정도다.

    윤영철이 거쳐 간 집들을 모두 뒤져 보면 아마 더 나올 수도 있을 거다. 동네에서 죽어 나간 들고양이에 대한 진실에 다다를 거다.

    서장과 강력계 형사 한 명.

    이 두 미꾸라지 때문에 망신을 톡톡히 당한 마포서 형사들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전담반까지 꾸미며 달려들고 있었다.

    형사가 작정하고 달려드는데 진실을 밝히지 못할 리 없었다.

    ‘이번에는 내 믿음을 배신하지 말기를.’

    "아무튼 그로 인해 이놈의 잔학성이 입증된 거나 다름없으니까 형량을 기대해도 좋을 거야."

    게다가 약물을 탄 커피를 먹인 것도 모자라, 사람의 머리를 망치로 후려쳤다. 그것도 중함마망치로.

    명백한 살인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음이 명백했다.

    여기에 잔학성까지 인정되면, 윤영철은 최소한 쉰이 넘어야 출소할 수 있을 거다.

    만약 이지혜 외에 다른 여성들과 연락한 증거가 있으면 무기징역도 노려 볼 수 있다.

    사회 격리. 정상적인 판사라면 이걸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행이네요. 그 자식 꼭 햇빛 못 봤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만들 예정이다.

    "파출소 식구들은 근무 끝나면 온다고 했으니까 이 기회에 푹 쉬어. 쉴 때 쉬어야 경찰 생활 오래할 수 있다."

    "당장 3일 후에 임용식인데요?"

    "임용장은 여기서 받을 수 있을 거다."

    "경찰이 그리 빡빡한 조직은 아니야. 쉬어."

    한승연을 토닥인 종혁과 오택수는 병원을 빠져나왔다.

    찰칵! 치이익!

    무더운 햇볕 아래 담배가 타들어 간다.

    "야, 너 죽일 뻔한 거 알지?"

    "죽일 뻔은 무슨. 죽일 가치도 없는 새끼구만."

    "어이구, 그러셨어요. 그런 놈 눈깔이 그렇게 돌아갔었냐?"

    코웃음을 친 종혁은 차에 올랐다.

    "뭐해요. 안 갈 거예요?"

    "……에이, 씨펄. 졸라 가기 싫네."

    차에 오른 그들은 약속 장소로 향했다.

    마포경찰서 취조실.

    "반갑습니다, 최종혁 경위. 우리가 왜 왔는지는 알죠?"

    빙그레 웃으며 맞이하는 안경잽이 정장맨 둘.

    본청에서 나온 감찰과 대원들이었다.

    * * *

    참 오랜만에 들어와 보는 취조실.

    저 유리거울 밖에 선 적은 몇 번 있어도 이 안에 들어와 본 건 회귀 후 처음이다.

    종혁은 옆에 캠코더를 세운 채 노트북을 켠 둘을 봤다.

    ‘식구 등짝에 칼 꽂을 생각에 아주 신들 나셨구만?’

    "최종혁 경위. 24세. 경찰대학교 졸업 후 올림픽 금메달 보유로 전의경 부소대장을 건너뛰고 바로 순환 근무 시작. 첫 발령지로 마포구 홍익파출소로 발령. 보유 자산이…… 아이구야."

    "다 아는 사실은 건너뛰시죠."

    쾅!

    30대 초반 젊은 감찰 대원이 책상을 친다.

    "어이! 지금 여기가 뭐하는 자리인지 몰라?!"

    "알지. 식구 등에 칼 꽂으려는 거잖아. 뭐 얼마나 처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사건 발생 하루 뒤에 감찰이 떴다. 감식이 끝난 게 불과 1시간 전인데.

    정상적이지가 않다.

    "이 새끼가……!"

    30대 초반의 젊은 감찰 대원은 옆에서 툭툭 치는 사수의 행동에 차갑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너랑 너희 어머니가 자산을 이룬 정황이 수상해. 한 번 파 볼까. 어?"

    종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엄마?’

    종혁의 눈빛이 스산하게 가라앉았다.

    "어이, 너 지금 그 말 감당할 수 있냐?"

    종혁의 몸에서 끔찍한 살의가 터졌다.

    "그 수수깡 같은 모가지 걸 수 있어? 좆같은 기세잡기 하다가 모가지 부러지면 억울할 텐데?"

    "……."

    "에헤이. 같은 식구끼리 왜 이래. 너 입 다물고, 최 경위도 진정해요."

    "……쯧."

    몸을 돌린 종혁은 담배를 꺼냈다.

    "죄송하지만, 한 대 피겠습니다."

    "그럼요. 얼마든지 펴요."

    40대 중반의 사내는 부하 대원의 불만 서린 눈을 무시했다.

    "자, 이제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봅시다."

    다시 몸을 원래대로 돌린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건 발생 전으로 돌아가 보죠. 피해자, 아니 피해 예정자 이지혜 씨 대신 시보 한승연 경찰이 192번지로 들어갔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이걸 보라.

    사실 확인조차 안 된 상황에서 감찰이 움직였다. 절대 정상적이지가 않다.

    "원래 윤영철은 저와 오택수 경위에게 의심을 사던 인물이었습니다."

    "이유는요?"

    종혁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래서 감시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던 차에 이지혜 씨가 그 집 앞을 서성이더군요. 그때 오싹했습니다. 아, 이거 일 터지는 거 아니야? 하고요."

    "그게 지금 말이라고……."

    "그러니까 그 육감 때문에 그런 함정 수사를 한 거네요?"

    "육감이 아니라 망상입니다!"

    "저희 예상이 오판이었다면 사과를 하려고 했습니다."

    종혁은 그러며 품 안에서 편지 봉투를 꺼냈다.

    "살펴보시죠. 말로만 하려던 게 아니었으니까."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영화표, 레스토랑 식사권, 호텔 숙박권? 해운대 콘도 5박 6일 숙박권?"

    발행일은 사건이 터진 날인 어제다.

    종혁은 푸근히 웃었다.

    "말로만 하는 사과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이지혜 씨는 동의한 일이고요. 녹음 파일도 있습니다."

    "……흠."

    "흥! 그렇게 언제든 진입할 준비를 했다면 이지혜 씨가 들어가는 걸 놔뒀어도 될 텐데 왜 시보를 쓴 겁니까? 이거 윤영철 씨를 자극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종혁은 젊은 감찰을 봤다. 너무 어이가 없다 보니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미쳤냐? 피해를 당할 게 뻔히 보이는데, 민간인을 호랑이 아가리에 집어넣으라고? 젊은 나이에 감찰 배지 다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지금? 어?"

    "야! 내가 네 선배야!"

    "좆까. 씨발아."

    쾅쾅!

    둘의 시선이 40대 감찰에게로 향했다.

    "좋아요. 그럼 이건 넘어갑시다."

    "아니……!"

    젊은 감찰은 사수의 무심한 눈빛에 입을 다물었다.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계속해 봐요."

    "아무튼 그렇게 기다렸고, 결국…… 뭐, 이후 일은 다 아시죠? 설마 그것도 파악 못하고 왔을까."

    30대 감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40대 사내는 푸근히 웃으며 달래듯 말했다.

    "그래도 절차니까 계속해 봅시다."

    "에휴."

    마지막 한 모금을 빤 종혁은 이후 있었던 일을 차분히 진술했다.

    "그러니까 결론을 내리자면 한승연 시보는 어디까지나 둘의 부탁에……."

    "강권에."

    "그래요. 강권에 의해 분장을 하고 그 집에 들어가서 그 봉변을 당한 거군요. 함정 수사를 하다가요. 최재수 시보도 둘의 강권에 의해 도주로를 차단한 거고요."

    "시보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까라면 까야지. 아무튼 여기까지가 이번 사건의 내막이니 걔들은 건들지 마십쇼."

    드륵!

    "어디 가! 아직 안 끝났어!"

    "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하죠."

    "……!"

    캠코더를 끈 40대 감찰은 30대 감찰을 봤다.

    "넌 나가 있어."

    "……후우."

    상사의 명령은 절대적.

    감찰과 같은 폐쇄적인 집단은 그런 경향이 특히 더 심하다.

    할 말이 정말 많지만 참은 그는 씩씩거리며 나갔고, 이내 곧 둘만 남겨졌다.

    40대 사내는 종혁을 향해 라이터를 켰다.

    "음?"

    "뭐해. 뜨거워."

    종혁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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